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234
밀란 쿤데라 지음, 이재룡 옮김 / 민음사 / 2009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얼마 전에 군대에 있는 조카에게 책을 선물했다. 박웅현의책은 도끼다와 톨스토이의안나 카레니나그리고 밀란 쿤데라의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을 골랐다. 도서 선택은 이모의 개인적인 취향을 담았지만 조카가 삶의 지침서가 되는 좋은 책을 읽고 제대 후 이성과의 만남에 혜안을 가졌으면 하는 바램이 작용했다. 대학에 다니면서도 책을 거의 읽지 못했던 조카는 이모 덕분에 책을 읽는다며 다음에 보내줄 책을 기대하고 있다

 

조카에게 책을 보내면서 우리 집 책장 안쪽에 꽂혀 있던 빛바랜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밀란 쿤데라 저)’을 다시 읽었다. 대학 때 이 책을 읽기보다는 전시용으로 겨드랑이에 끼고는 자랑스럽게 걸어가고는 했던 기억이 떠오른다.‘그녀는 겨드랑이에 책을 끼고 거리를 산책하는 것을 즐겼다. 책은 그녀에게 19세기 멋쟁이들이 들고 다녔던 우아한 지팡이와도 같았다. 책을 통해 그녀는 남과 자기를 구분 지었다.’가난한 과부의 딸이며 시골 레스토랑의 종업원이었던 테레사에게 책은 희망이자 미래를 밝혀줄 한줄기 빛과 같았다. 식당에서 우연히 만난 토마스가 읽고 있던 책안나 카레니나는 테레사가 어제 읽던 책이었고, 도시에서 온 묵묵히 책만 읽던 눈빛과 지적인 모습의 토마스는 테레사를 영혼이 있는 세계로 데려다줄 운명의 남자가 된다.

 

사랑의 역사는 그 후에나 시작되었다. 그녀의 몸에서 열이 나는 바람에, 그는 다른 여자에게 그랬듯이 그녀를 돌려 보낼 수 없었다. 그녀의 머리맡에 무릎을 꿇고 앉아 불현듯 그녀가 바구니에 넣어져 물에 떠내려와 그에게 보내진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 이 은유가 위험하다는 것을 나는 이미 말한적이 있다. 사랑은 은유로 시작된다. 달리 말하자면, 한 여자가 언어를 통해 우리의 시적 기억에 아로 새겨지는 순간, 사랑은 시작되는 것이다.                                  p.324

 

이 책은 제목에서 오는 무게감과 두께로 읽기 부담스러울 수 있지만 토마스와 테레사, 사비나와 프란츠의 사랑이야기가 중심축을 이룬다. 돈후안적인 인물이며 이상주의자였던 토마스는 테레사에게 연민을 품게 되고, 테레사를 위해 의사라는 안정된 직업을 버리고 트럭 운전사로 남은 인생을 살아가는 지고지순한 사랑을 하게 된다. 시골에서 소박한 생활을 하는 토마스와 테레사는 서로를 의지하며 삶의 무거움과 가벼움을 넘어선 아름다운 모습을 보여준다.

 

토마스의 연인이었던 사비나는 소설에서 자주 거론된보이는 것, 보고 싶은 것만 보는 편협한 시선인 키치의 세계를 싫어했지만 어느 순간 테레사와 토마스의 순수한 사랑을 부러워하며 키치의 세계를 인정한다. 사비나의 새로운 연인이었던 프란츠는 소련의 침공으로 혁명, 변화, 투쟁이 한창인 체코의 프라하를 동경하며 안정된 교수직을 버리고 혁명의 소용돌이 속으로 뛰어든다. 그렇게 네 사람은 각자 자신이 머물고 있던 삶에서 간절히 원했던 새로운 세상으로, 또는 원하지 않았으나 자연스럽게 또 다른 세상으로 흘러갔다.

 

내용의 큰 흐름은 사랑이야기이지만 소련의 침공을 받고, 레지스탕스들이 지하운동을 하며 투쟁을 하는 프라하의 소용돌이 속 정치, 역사, 니체의 영원회귀사상까지 아우르는 묵직한 주제도 다루고 있다.

 

책은 도끼다의 저자 박웅현은이 책이 왠지 어렵고 부담스러웠다면 단 한 가지, 토마스와 테레사의 사랑만 기억해도 좋을 책입니다.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은 결코 가볍지 않은 사랑이야기이니 말입니다.’라고 했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8)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2014-05-03 15:5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4-05-07 10:13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다른 모든 눈송이와 아주 비슷하게 생긴 단 하나의 눈송이
은희경 지음 / 문학동네 / 2014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책 표지를 장식하고 있는 반짝이는 은박의 눈송이가 곱다. 아이가 어릴 때는 한 겨울 나풀나풀 눈이 내릴 때 커다란 눈송이 찾기 게임을 자주 했다. 유난히 큰 눈송이가 보이면엄마 눈송이, 아빠 눈송이하며 눈이 바닥에 떨어질 때 까지 아이와 함께 시선을 고정했다. 일본 소설눈보라(사이토 마리코 저)’의 한 구절에서 제목을 따온다른 모든 눈송이와 아주 비슷하게 생긴 단 하나의 눈송이(은희경 저)’는 아이와 즐겼던 눈에 얽힌 추억을 떠오르게 한다.

 

사서라는 직업적인 책임감으로 인터넷 서점 홈페이지에 자주 들어간다. 좋아하는 작가의 신간 예약 판매 글을 보면 설레는 마음으로 신청을 하고 책이 도착할 날을 손꼽아 기다린다. 이 책도 저자의 이름만으로 선뜻 책장을 펼칠 만큼 반갑다. 이상문학상, 동인문학상 수상자답게 여섯 편의 단편은 각각의 색깔을 지니고 적당한 무게로 매력을 한껏 발산했다.

 

그의 시선은 늘 세상에서 한 발짝 물러선 채 맴돌지만, 결국에는 제 자리로 돌아오는 긍정성을 잃지 않는 사람들에 머문다. 소설 속 주인공들은 일상에서 스치는 평범한 사람들이지만 나만의 특별한 매력을 갖고 있는 단 하나의 눈송이다친구 사이인 안나와 루시아 그리고 요한에 얽힌 이야기인다른 모든 눈송이와 아주 비슷하게 생긴 단 하나의 눈송이는 안나가 크리스마스 때 좋아했던 요한을 만났지만 큰 실수를 하고는 도망치듯 사라졌던 옛 추억을 떠올리는 내용이다.‘어쩌면 세계란 처음엔 잘 열리지 않는 방문과 탁자와 침구와 그리고 여행 가방을 기본단위로 이루어져 있는지도 모른다.’스페인 도둑의 주인공 완의 글이 와 닿는다.‘프랑스어 초급과정은 신도시로 이주한 여성이 새로운 삶에 적응을 못하고 좌절을 거듭하지만 작은 희망을 안고 살아가는 이야기다. 미국으로 이주한 모자의 험난한 삶과 개러지 세일로 위안을 받는‘T 아일랜드의 여름 잔디밭은 생생한 외국 정착기에서 슬픔이 느껴진다.

 

책을 읽으면서 미국의 여류 작가 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의올리브 키터리지가 생각났다. 개인의 일상을 다룬 내용이면서 결말 속 반전의 신선함이 닮았다. 고단한 삶이지만 칙칙하지 않은 점에서도 유사한 구성이다.

 

여섯 편의 소설은 독립적인 단편이면서 옴니버스처럼 이어진다.‘눈송이의 주인공 안나는 ‘T아일랜드의 여름 잔디밭에 등장하는 소년의 엄마와 오버랩된다. 또한 안나는금성녀의 옆집 하숙생으로 연관 짓게 된다.‘프랑스어 초급과정에 등장하는 여성과 임신한 태아는스페인 도둑의 어머니와 완으로 연결된다. 이런 자유로운 상상은 소설 읽는 즐거움을 안겨준다. 은희경 소설은 주인공을 아름답게 포장하거나 미화하기보다는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보여준다. 현실에 안주하기 보다는 낯선 삶을 향해 나아가는 존재임을 강조한다. 작은 희망이 보인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페크pek0501 2014-03-29 11: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벌써 읽으신거예요? 발빠르게 움직이시는 님!
저는 이 작가의 <새의 선물>과 <마이너리그>를 읽었어요. 그리고 이런저런 작품집에 끼어 있는 단편들을...
잘 쓰는 작가죠.
"미화하기보다는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보여준다." - 현실 그대로의 모습을 보여 주기란 얼마나 힘든 작업인지, 아마 소설을 쓰는 사람들만이 잘 알 듯싶다는 생각이 스칩니다. 그대로의 모습을 보여 주기 위해 작가는 이것저것 꼼꼼히 따지며 수학적인 글쓰기를 할 거라고 짐작이 되니까요. (저도 잘 모르고 짐작만... ㅋ)

토요일 아침이라 좋습니다. 출근하지 않는 님은 더욱 좋으시겠지요?
달콤한 휴식의 날이 되시길...


세실 2014-03-31 10:17   좋아요 0 | URL
은희경 소설 좋아해요^^ 예약구매 해놓고는 손꼽아 기다렸답니다.
작은 체구, 가느다란 목소리에서 어떻게, 어떻게 이런 소설을 쓰는지.....ㅎ
술술 읽히는 자연스러운 글이 베어나오기 위해서는 수학적 계산 하겠지요^^
제목도, 내용도 참 좋았습니다.

토요일에는 친구들과 스파를 하고 왔습니다.
1년에 두어번 만나는 친구들이지만 대학 시절을 공유했기에 끊임없는 이야기가 나옵니다.
봄비가 부슬부슬 내리는 날, 머리는 시원하고 몸은 따뜻한 노천탕은 '이보다 더 좋을수는 없다' 였습니다^^
편안한 한주 되세요.

 
[미처 다 하지 못한]을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미처 다 하지 못한 - 김광석 에세이
김광석 지음 / 예담 / 2013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어제는 하루종일 비가 내렸어 / 자욱하게 내려앉은 먼지 사이로.../ 귓가에 은은하게 울려 퍼지는/그대 음성 빗속으로 사라져버려.../ 때론 눈물도 흐르겠지 그리움으로~ / 때론 가슴도 저리겠지 외로움으로~/사랑했지만...그대를 사랑했지만 / 그저 이렇게 멀리서 바라볼 뿐 다가 설 수 없어 / 지친 그대곁에 머물고 싶지만 떠날 수 밖에 / 그대를 사랑했지만...'

 

김광석을 생각하면 사랑하는 사람을 떠나보내야 하는 슬픔을 담은 애잔한 노래 '사랑했지만'이 떠오른다. 대학때 사귀던 남자와 헤어지면서 이 노래를 들으며 마치 내 마음을 대변해주는 듯해서 위안을 삼기도 했고 울기도 했다. 지금도 이 노래를 들으면 그때 그 시절이 떠오른다. 그 남자는 잘 살고 있겠지?

 

이 책은 고인이 된 김광석이 수첩에 메모한 짧은 글, 편지, 노랫말 등을 모아 20주년을 기념하여 발간한 책이다. 섬세하고 여린 그는 마치 시인을 꿈꾼듯 글에 간결함과 절제된 언어가 보인다.

 

늦은 아침과 그 아침, 동네 한 바퀴를 도는 게 무척이나 내게 새로움을 주고 있다.

쌀쌀하면서도 깔깔한 봄바람과 계집아이처럼 생기로운 봄 햇살 아래, 잃어버린 그 무엇인가가 들어 있을 듯이 내려가는 하루키의 <상실의 시대>.

하지만 생각지 않은 라인line을 따라, 마음은 마치 어린 시절 밑이 보이지 않던 외가의 우물 바닥처럼 깜깜한 암흑 속으로 자꾸만 내려앉는다.

네오neo.

더 사랑해야 한다.

그럼으로 나의 무게와 외부의 무게를 더욱 굳건히 지탱할 수 있다.

'노르웨이의 숲'은 어떤 계절일까. 03.21/04.01                                      p.50

 


김지하의 <중심의 괴로움>을 읽은 건 지난해 가을 대구에서 서울로 올라오는 기차 안이었다. 기차 시간이 남아 동대구역 구내서점에서 시간을 보내다 구입한 책이었다. 그 책 중에 <틈>이란 시가 있다.

 

아파트 사이사이

빈 틈으로 꽃샘 분다

아파트 속마다

사람 몸속에

꽃눈 튼다

갇힌 삶에도

봄 오는 것은

빈틈 때문

사람은 틈

새 일은 늘

틈에서 벌어진다

                                                                                                    p.139 

 

 

쌀쌀한 날씨 탓이겠지 뜨개질하는 아내의 모습이 아름다워

이리저리 꼬여 만들어지는

 

                                                                                                    p.222

 

'틈' 없이 사는 삶이 고단했던걸까? 아무도 비집고 들어올 틈을 주지 않았던 마음의 빗장을 걸어 잠근 삶이 답답했던걸까? 짧은 기간에도 이등병의 편지, 서른 즈음에, 거리에서, 60대 어느 노부부의 이야기등 많은 히트곡을 냈던 그는 대체 뭐가 답답하기에 이른 나이에 사랑하는 가족을, 노래를, 친구를 버렸을까.....천재는 요절한다는 불변의 진리가 그에게도 통한 걸까? 글을 읽는내내 여러가지 질문들이 맴돌았다. 그를 생각하면 참으로 쓸쓸해서 회색빛 도시, 회색빛 겨울이 떠오른다.

살아있는 동안 가족을, 이웃을 더 많이 사랑하며 살아야겠다.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눈물]을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눈물 - 최인호 유고집
최인호 지음 / 여백(여백미디어) / 2013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얼마 전 도서관장으로 재직하면서 암 선고를 받고, 공로 연수에 들어간 지 2개월도 채 되지 않아 돌아가신 분의 장례식장에 다녀왔다. 가끔 그분을 뵐 때마다 비쩍 마른 몸과 황달처럼 노랗게 된 얼굴, 손을 보면서 가슴 아팠고, 아직 혼사를 치르지 않은 자식 셋을 두고 어떻게 눈을 감았을까 하는 안타까움에 눈시울이 붉어졌다. 30여년 공직생활의 마무리를 하고자 마지막 날까지 힘든 몸을 이끌고 출근하셨다는데 그런 책임감이 죽음을 앞두고 무슨 소용이 있을까? 하는 생각도 스치듯 했다.

그러나 고 최인호 선생의 눈물앞부분에 적혀 있는 나는 환자로 죽고 싶지 않고 작가로 죽고 싶습니다라는 글을 읽으면서 관장님도 환자가 아닌 사서직으로서 마침표를 찍고 싶어한 간절한 바램이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은 암 선고를 받고 5년여의 항암치료와 방사선 치료를 하는 힘든 과정을 겪으면서 하느님께 의지하고, 마지막까지 작가로 살고 싶어한 고 최인호 선생의 신앙 고백이며 유고집이다. 카톨릭 신자로서 암을 선고 받고 수술하며 겪는 힘든 과정을 고통의 축제로 표현한 승화된 삶에 숙연해졌다. 암을 선고 받으면 왜 나에게 이런 일이 일어났을까하는 절망과 원망, 자포자기를 겪고 나서야 겸허히 받아들이게 된다는 어느 암 환자의 고백이 떠오른다.

책에는 괴테의 파우스트, 니코스 카잔차키스의 그리스도 최후의 유혹’, 윌리엄 섹스피어의 햄릿’, 윌리엄 포그너의 에밀리에게 장미를’, 키에르케고르의 죽음에 이르는 병’,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최후의 만찬등 문학과 그림을 넘나드는 다양한 주제를 풀어 놓았다. 그를 보내며 쓴 추모글에는 이해인 수녀님, 김재순 샘터사 고문, 김주연 문학평론가, 이장호 영화감독, 김홍신 작가, 정호승 시인, 김연수 작가 등 그와 생전에 인연이 있었던 사람들의 글이 수록되어 있다. 그는 따뜻하고 소년 같은 순수함을 간직한 어른이었다.

 

작가의 주치의였던 강진형 서울성모병원 교수는 그를 활달하고 다정하고 장난기 많은사람으로 기억한다. 투병 중에 이런 사람으로 비춰지기는 어려울텐데 타고난 긍정적인 성격과 깊은 신앙심이 고통을 감내하는 성숙한 사람으로 승화한 듯 하다.

부디 하늘나라에서도 멋진 글 쓰셔서 언젠가 그 글을 볼 수 있기를........빕니다. 영면하소서

 

주님. 내 입에서 감사합니다라는 말이 소리쳐 나올 때는 내 마음 전체가 감사하는 마음으로 가득 차게 해 주시고, 내 입에서 고맙습니다라는 말이 소리쳐 나올 때는 내 마음 전체가 고마운 마음으로 가득 차게 해 주소서. 내 입에서 사랑합니다라는 말이 소리쳐 나올 때는 내 마음이 사랑하는 마음으로 가득차게 해 주소서. 물이 가득 채워져 잔이 흘러 넘치듯, 내 마음이 먼저 가득 넘쳐 그 흘러넘치는 마음이 비로소 말이 되어 나오기를 나는 간절히 소망합니다. 

                                                                                                   p.231

 

나는 요즘 정말 힘든 고독을 느끼고 있네. 86년 동안 살면서 느껴 보지 못했던 그런 절대 고독이라네. 사람들이 나를 사랑해 주는데도 모두가 다 떨어져 나가는 듯하고, 하느님마저 의심되는 고독 말일세. 모든 것이 끊어져 나가고 나는 아주 깜깜한 우주 공간에 떠다니는 느낌일세. 세상 모든 것이 끊어지면 오직 하느님만이 남는다는 것을 내게 가르쳐 주시려고 그러시나 봐. 하느님 당신을 더 사랑하게 하려고 그러시는 거겠지?

                                                                                                   p.237 (김수환 추기경님 말씀 중에서)

 

이런 종교적 우화가 있습니다. 하느님이 지상에 내려와 자신의 존재를 감추려 하셨습니다. 하느님은 인간이 자신의 존재를 쉽사리 발견할 수 없는 곳에 숨기로 하셨습니다. 하느님은 바다 속에 숨을까 아니면 깊은 산 속에 숨을까 망설이시다가 마침내 인간이 자신을 가장 발견하기 힘든 숨바꼭질의 장소를 발견하셨습니다. 그것은 인간의 마음속이었습니다. 인간은 하느님이 너무나 가까운 곳에 숨어 계심으로 해서 오히려 하느님을 보지 못합니다. 우리의 눈이 사물을 볼 수 있지만 눈 자체는 볼 수 없듯이, 우리의 칼이 무엇이든 벨 수 있지만 칼 자체는 벨 수 없듯이, 하느님이 바로 내 마음안에 계심으로 해서 우리는 하느님을 쉽사리 발견해 재니 못하는 것입니다.

                                                                                                    p.241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댓글(4)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다크아이즈 2014-02-11 20: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환자로 죽고 싶지 않고 작가로 죽고 싶습니다. - 작가다운 결언이네요. 눈물나요.
세실관장님 주변에 그런 안타까운 사연을 지닌 이가 있었군요.
신간평가단 열정적으로 해내시는 세실님께 큰 박수 올립니다^^*

세실 2014-02-13 09:31   좋아요 0 | URL
참 애절하면서도, 고통을 종교적으로 승화한 그분의 강인함이 감동스럽습니다.
멋.지.죠!!
제게 멘토였던 사서 선배님이 수년전에 암으로 돌아가셨을때는 정말이지....많이 울었습니다.
소중한 사람을 잃는 고통은 참 크더라구요.
신간평가단....이제 절대 못하겠어요. ㅋㅋ 책임감으로 몸부림치고 있답니다.
안하길 잘하셨어요^^

페크pek0501 2014-02-13 14: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매일 출근인데다, 하루에 왕복 1시간 30분의 운전을 하는데다, 게다가 신간평가단 활동까지...
세실 님, 그러시다 병나시겠어요. 저는 세실 님 앞에 명함도 못 내미는 사람...
저는 그렇게 안 살아도 바빠 죽겠는걸요. 늘 시간이 모자라고 말이죠.
그런데 저는 그런 세실 님을 알고 지내는 게 자랑스럽고 좋아용... ㅋ

세실 2014-02-14 10:44   좋아요 0 | URL
오늘 같은 금요일 운전이 제일 힘들어요. ㅜㅜ
가급적 목요일에는 약속을 잡지 않고 집에 일찍 들어가서 반신욕 하려고 노력한답니다.
사무실에서 오후에는 한두시간 정도 책 읽는 여유도 누려요. 피할수 없다면 즐겨라~~~ ㅎ
어머나....이런 감동이~~
저도 글을 참 맛.있.게! 쓰시는 페크님이 좋아요^^
 
[인생의 목적어]를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인생의 목적어 - 세상 사람들이 뽑은 가장 소중한 단어 50
정철 지음 / 리더스북 / 2013년 11월
평점 :
품절


누군가 나에게 가장 소중하게 생각하는 단어를 선택하라면 '열정'을 뽑고 싶다. 물론 가족(부모, 자녀, 남편)은 순위를 매길수 없는 0순위이다. 열정은 꿈, 희망, 도전과 연관지어 생각할 수 있다. 사람에게는 지랄, 행복, 슬픔, 고통 총량의 법칙 등 다양한 총량의 법칙이 있는데, 그중에서 내가 몸 담고 있는 직장에서 쓸 수 있는 열정 총량의 법칙은 2년이다. 한 직장에서 2년이 넘으면 타성에 젖는데 다행히 공무원의 특성상 한 기관에서 3년을 넘기지 않으니 열정이 바닥을 보이지는 않는다. 1년은 새로운 업무 익히느라 정신 없고, 1년은 한 사이클이 돌면서 새로운 일을 시도하느라 나름 열심이다. 마지막 1년은 슬슬 여유를 보이며 지루해지기 시작하는 때다. 열정이 없는 삶은 매일이 지루하고, 수동적인 삶을 살게 될 것이다.

 

'인생의 목적어'는 카피라이터이며 작가인 저자가 일반인에게 인생에서 가장 소중한 단어, 인생의 목표가 되는 목적어를 설문 조사해 뽑은 50개의 키워드를 하나하나 풀어낸 에세이이다. 1위는 가족, 2위는 사랑, 3위는 나, 4위는 엄마, 5위는 꿈, 6위는 행복, 7위는 친구, 8위는 사람, 9위는 믿음, 10위는 우리, 11위가 열정이다. 인생 전부를 바쳐도 아깝지 않은 가슴 쿵쿵 뛰는 일을 하는 ''에 대한 이야기에 시선이 머문다. 매일 매일 가슴 뛰는 일을 하고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내가 지금 하고 있는 일은 가슴을 뛰게 하는 일일까? 버려진 돌멩이에게도 고개를 숙이는 자세라는 '배움'에 대한 이야기는 나의 몸에게도 배움의 자세를 가지라는 내용이다.

입에게 배우다.

오후 네 시가 되었는데도 고맙다는 말 한마디 듣지 못했다면, 오후 네 시가 되었는데도 고맙다는 말 한마디 안 한 것이다. 내 입이 고맙다고 말하면 내 귀가 가장 먼저 그 말을 듣는다. 내 입이 고맙다고 먼저 말하면 무겁게 닫혀 있던 그의 입도 열린다. 

친구.

새 친구 사귈 나이 지났다. 사회에 나가면 진짜 친구 사귀기 어렵다는 말에 나는 동의하지 않는다. 그것을 물 마실 나이 지났다. 책 읽을 나이 지났다는 말과 다르지 않다. 가슴 한 구석에 친구가 들어올 자리가 남아 있다면 친구는 언제든 만날 수 있다고 믿는다. 나는 지금도 내 인생 속으로 들어올 다음 친구는 누구일까 기대한다.  

 

 처음 이 책을 읽기 시작 했을 때는 그저 가벼운 말장난을 모아 놓은 책이라고 생각했다. 중간쯤 읽다보니 글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카피라이터라는 직업은 글을, 혹은 말을 한 문장으로 응축해서 참 아름답게 표현한다. 같은 사물을 보았음에도 예사롭지 않게 표현하며 울림을 주는 글로 만든다. 카피라이터는 언어의 연금술사다. 이런 책을 읽으며 감동 받을 나이는 지났지만 청소년 혹은 이십대의 청춘들이 이 책을 읽고 삶에 대해, 나에 대해, 내 주변의 소중한 것에 대해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되면 좋을듯하다.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댓글(8)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oren 2014-01-27 17: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른 분의 서재에서도 이 책에 대한 글을 봤어요. 그리고 알라딘에 올라와 있는 책소개 글을 끝까지 읽어보고 저자의 재치에 감탄하게 되더군요. 벌써 오후 5시네요.. 좋은 책, 좋은 글 읽게 해주셔서 고맙습니다. 세실 님...

세실 2014-01-29 14:06   좋아요 0 | URL
카피라이터라는 직업 참 매력적이예요^^ 처음엔 그냥 그랬는데 읽을수록 좋았답니다. 책 내용이 예쁘더라구요. 지금은 오후 2시. 커피 한잔 마시고 오후 업무 하려고 합니다.
낼부터 연휴라 괜히 심숭생숭해요~~~~
편안한 명절 되세요^^

수퍼남매맘 2014-01-28 07: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서는 2년마다 근무지를 옮기는군요. 저희는 5년마다.
요즘 제가 가장 자주 떠올리는 단어는 "공감" 입니다.

세실 2014-01-29 14:09   좋아요 0 | URL
아. 2년은 희망할 경우이고요, 3년 정도 머무를수 있답니다. 샘들은 5년이죠.
공감 중요해요^^
전 울림이라는 단어가 참 좋아요~~
편안한 명절 되세요!

다크아이즈 2014-01-28 10: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후 네 시에 고맙다는 말 못 들었다는 건 내가 고맙다는 말을 안 한 것과 같다. 당근 맞는 말이지요. ㅋ
저도 이 말 경험으로 알아요. 한가한 방학이면 차 마실 친구가 없다고 푸념하는 후배가 있는데, 그건 그녀가 먼저 차 마시자고 전화하지 않기 때문이지요. 친구가 되고 싶으면 먼저 친구가 되어 줘야 하는 게 만고의 진리잖아요.
이 말은 동네 아줌마 친구가 말해줬는데, 역시 공감 팍팍 땡기던걸요. ^^*

세실 2014-01-29 14:11   좋아요 0 | URL
그쵸? 먼저 고맙다고 인사하는 것이 중요하죠. 그래서 전 밥 얻어 먹으면 몇번이나 고맙다고 해요. ㅎㅎㅎ
가끔은 차 마시자고 전화 하는 것도, 전화 오는 것도 행복하더라구요.
내가 먼저 손 내미는 여유도 중요합니다.
팜므님. 편안한, 행복한 명절 되세요~~~

2014-01-30 23:4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4-02-02 08:56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