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크라테스의 변명 - 진리를 위해 죽다 주니어 클래식 2
안광복 풀어씀 / 사계절 / 200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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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도서관에 인문학 서평쓰기 모임이 시작된 지 8개월이 지났다. 처음엔 가벼운 책 읽기로 시작했는데 지금은 깊이 있는 독서 모임으로 자리 잡았다. 인문학이라는 주제답게 문학, 역사, 철학 관련 책을 읽고 있다. 회원들은 선정도서를 미리 구입해서 정독하며 느낀 점을 진지하게 발표한다. 대부분 난이도 있는 책을 선정해서 걱정했는데 밑줄까지 그어가며 열심히 공부하고 있다.

 

5월 토론도서는 소크라테스의 변명, 진리를 위해 죽다(안광복 풀어씀. 사계절)’ 이다. 소크라테스의 변명은 제목은 수없이 들었지만 정작 읽어본 적이 없다. 고전은 누구나 그 가치를 인정하는 책이지만 누구도 읽지 않는 책이라는 말이 있다. 접하기는 어렵지만 오랜 세월에도 가치를 잃지 않는, 우리에게 꼭 필요한 삶의 진리를 닮고 있다.

저자인 안광복은 고등학교 철학교사다. 그는 청소년이 읽을 수 있는 쉬운 문체로 변명에 대해 알기 쉽게 해석했다. 전문은 40페이지 내외로 짧고 쉽게 읽힌다.

 

변명의 큰 흐름은 소크라테스가 멜레토스라는 인물에게 고발당해 500명의 재판관 앞에서 자신의 무죄를 주장하는 변호 연설이다. “소크라테스라는 현자가 있다. 그는 하늘의 일을 고민하고 땅의 온갖 것들을 탐구하며, 약한 논증을 강한 논증보다 더 강하게 한다.” 소크라테스는 일흔의 나이에 법정에 서게 된다. 죄명은 젊은이들을 타락시키고 신을 믿지 않는다는 이유다.

소크라테스는 재판관을 향해 후손들에게 부끄럽지 않으려면 정의로운 판단을 해야 한다며 일침을 가한다. 다른 나라로 추방당해도 젊은이들을 양심적으로 가르치는 일은 멈추지 않는다는 다소 도전적인 변론을 한다. 결국 유죄 선고를 받고, 선고 후에도 자신의 뜻을 굽히지 않아 사형집행을 받는다.

 

그는 정의로운 사회 구현과 젊은이의 무지를 깨우치려 노력했던 현자였다. 스타덤에 오르고 싶은 젊은이들이 유명 인사를 큰 죄명을 걸어 고소하는 일이 자주 일어나는 상황에서 사형집행은 참으로 가혹한 형벌이다. 변론은 많은 이야기를 제공한다. 외적으로는 500명의 재판관이 여러 차례의 변론을 듣고 최종 판단을 내린다고 하지만 대부분 저명인사가 아닌 아르바이트로 고용된 사람이었다. 그들의 별 볼일 없는 자질은 위대한 철학자를 잃은 것이다. 2500년의 시간이 지난 지금까지 소크라테스의 변명은 당시 재판관들에게 불명예를 안겨주고 정의롭지 못한 사람들로 낙인 찍었다.

 

소크라테스는 비판적 지식인이었다. 사회는 예스맨보다는 비판적 지식인이 필요하다. ‘다른 사람들을 억압하는 것이 아니라, 기꺼이 그대들 스스로를 최대한 훌륭하게 만드는 것입니다라는 자신과 사회를 훌륭하게 만들려는 귀 기울임과 노력이 필요하다.

 

변명의 핵심은 첫째, 먼저 무엇이 가치 있고 보람 있는 일인지를 진지하게 고민해 보는 것이다. 둘째, 넓은 안목을 가지고 과연 자신이 제대로 살고 있는지를 반성해 보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주변 여건에 휘둘리지 말고 냉철하게 자신의 길을 찾으라고 말한다. 스티브 잡스는 소크라테스와 한나절을 보낼 수 있다면 애플이 가진 모든 기술을 그것과 바꾸겠다는 말을 남겼다. 아름답고 올바르게, 현명하게 사는 지혜가 필요하다.

 

냉철한 이성이 나의 삶의 모든 부분을 통제할 때 우리는 비로소 행복할 수 있다. 이성이 제대로 작동하는 사람이라면 구태여 동정심에 호소할 필요도 없다. 그는 동정심을 끌어들이지 않아도 제대로 된 판단을 할 수 있다. 만약 이성적 판단을 잘 못하는 사람이라면? 그렇다면 더더욱 동정심 같은 감정에 호소해서는 안된다. 용기와 만용을 구분하지 못하는 친구처럼 그는 정의로움과 동정심을 구분하지 못할 것이기 때문이다. 나아가, 그릇된 행동에 대해 관용을 베푸는 것은 처벌할 때보다 그 사람을 더욱 망칠 수도 있다. 후진국일수록 법과 원칙보다는 동정과 인정이 더 판친다는 점을 명심하라. 그렇다고 그 나라들이 더 살기 좋은 나라인것도 아니다.

소크라테스의 철학은 주지주의로 분류된다. 주지주의란 이성적 앎과 판단이 어떤 것보다 소중하다고 여기는 주장을 말한다. '변명'은 머리로만 읽는 책이 아니다. 가슴을 울리는 감동도 있다. 그러나 그 감동은 죽음에 대한 두려움까지도 던져 버릴 수 있는 냉철한 이성에서 온다. 이성이 올곧게 인도하는 감정, 이것이 소크라테스가 생각하는 '호소력 있는 감정'이다. 소크라테스는 차고도 명료한 이성의 아름다움을 극적으로 보여 주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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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15-05-08 15:5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인문학서평쓰기 아주 잘 이어지고 있군요. 회원들도 열심이지만 현명한 관장님 역할도 클 거라 생각돼요. 굿!

세실 2015-05-09 07:00   좋아요 0 | URL
굿모닝, 프야언니! 어제 새벽 2시에 잠들었는데 이 시간에 깼다니ㅜ 늦잠도 못 자는 직장인의 비애. (습관이 무서워요)
회원이 열명은 고정 멤버가 되었어요^^
저도 조금 도움이 되겠지만, 멘토 역할을 하는 남자가 한명 계셔서ㅎㅎ

양철나무꾼 2015-05-08 16: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좋아요.
변명 안읽어도 될 정도로 명료한 리뷰인걸요.
저 아무래도 세실님 도서관 있는 동네로 이사가야할까봐요~^^

세실 2015-05-09 07:01   좋아요 0 | URL
신문에 쓸 서평이라 내용도 충실히 썼어요^^ 늘 땡큐!
여기로 오시면 제 주치의도 되주시고 생각만으로도 행복합니다^^

라로 2015-05-09 13: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적당한 길이의 훌륭한 글입니다요~~~^^ 멋진 관장님이라니!!!

세실 2015-05-09 17:56   좋아요 0 | URL
늘 감사해요. 언니~~
잘 지내시는거죠? 요즘 카톡방에도 안들어오시궁... 보고싶다요!

페크pek0501 2015-05-10 12: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릇된 행동에 대해 관용을 베푸는 것은 처벌할 때보다 그 사람을 더욱 망칠 수도 있다.˝

세실 님 덕분에 배우고 갑니다. 이 책 읽었는데 기억이 나질 않아 낯선 책 같군요.
책은 긴 시간을 두고 두 번은 읽어야 할 것 같아요.
노년엔 책을 사지 않고, 읽었던 책을 재독하며 보내야겠어요.

세실 2015-05-11 09:46   좋아요 0 | URL
페크님 굿모닝~~~
주말이 짧은 이유는 평일(월-금)이 길어서래요.ㅎㅎ

틀린것은 틀리다고 하는 용기가 필요한데.... 쉽지 않아요.

전 그래서 처음에 한번 읽고, 밑줄 그은 부분 한번 더 읽어봅니다. 그리고 다음엔 밑줄 그은 부분만.......
페크님 말씀 굿인걸요. 근데 우리같은 책욕심쟁이는 신간도 궁금할듯요. ㅎㅎ
 
날마다 하나씩 버리기 - 아무것도 못 버리는 여자의 365일 1일 1폐 프로젝트
선현경 지음 / 예담 / 201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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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살 가득한 봄이 오니 집안을 정리하고 싶어졌다. 오랫동안 이사를 가지 않아 책, , 이불, 그릇, 화분 등 온갖 물건들로 넘쳐났다. 집안에 살림 도구가 너무 많다. 서랍에는 아이들 어릴 적 쓰던 크레파스, 필통 등 학용품이 즐비하다. 물건을 좀 더 체계적으로 정리하고 버릴 방법을 찾다가 도서 '날마다 하나씩 버리기(선현경. 예담)'를 읽었다. 만화가 이우일의 부인이기도 한 선현경의 글은 간결하고 담백해서 좋다. 일본의 유명한 일러스트레이터인 마스다 미리와 닮았다.

 

이 책은 저자가 1년 동안 실천한 '하루에 1가지씩 버리기' 프로젝트다. 물건을 버리며 추억을 꺼내기도 하고 글과 그림으로 남기며 자신만의 이별 의식을 치른다. 지인에게 선물 받은 양말, 과월호 잡지, 유행 지난 옷, 굽 높은 구두, 더 이상 쓰지 않는 모자, 색색의 원석들이 박혀 있는 목걸이 등 저자는 매일 하나씩 버리며 추억을 이야기한다. 여행하면서 산 목걸이, 티셔츠, 장식품들은 그 당시엔 예뻐 보이지만 일상에서 하기는 대부분 부담스럽다. 그녀는 여행의 행복했던 기억을 떠올리며 친구를 만날 때 주렁주렁 매달고 나가 예쁘다고 하는 사람에게 기꺼이 선물한다. 내게는 더 이상 필요 없지만 누군가에게 유용한 물건이 된다면 소소한 기쁨이다.

 

저자는 지금은 입지 않는 빈티지 패딩 점퍼, 회색 개더스커트를 정리하며 친구와의 추억을 떠올린다. 학창시절에 이 옷을 좋아해주었고, 늘 붙어 다니며 모든 걸 공유하던 관계지만 몸이 멀어지면서 마음도 멀어짐을 슬퍼한다. 친구라도 서로 노력하지 않으면 관계는 서서히 멀어진다. 헤어지고 만남이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하지만 가슴 한 구석에 아린 기억으로 남는다.

얼마 전 우리 집 거실을 정리했다. TV 거실장 옆에 놓여있던 2단 책꽂이는 서재로 옮겼다. 책꽂이가 있던 자리에 원목 책상을 놓고 나만의 공간으로 꾸몄다. 늦은 밤 그 곳에서 성경 필사를 하거나 일기를 쓴다. 책상위에 놓여있던 빈 화병 두개는 도서관으로 가져가 허전한 공간에 두었더니 도서관이 조금 더 따뜻해졌다몇 년 전, 도서관 행사 진행을 위해 큰 맘 먹고 산 원피스는 길이가 짧고 입을 때 마다 불편해서 과감히 친구에게 주었다. 피아노 위, 책장 위에 놓여있던 오래된 액자들은 사진만 보관하고 액자틀은 버리고 나니 공간이 쾌적해졌다. 

 

내게 필요 없는 물건은 기꺼이 다른 사람에게 주어야겠다. 조만간 악세서리도 정리해서 하나씩 떠나보내야겠다. 저자처럼 사람들 만날 때 주렁주렁 달고 나가 예쁘다고 하면 선뜻 내어줄까? 언젠가 선배의 팔찌가 예쁘다고 하니 즉석에서 선뜻 내어주는 그 마음에 감동했는데 나도 지인에게 기쁨과 감동을 주는 사람이 되고 싶다. 이 책을 읽고 하나씩 버리기 시작하면서 식료품 외에는 물건을 사지 않는다. 살아가면서 꼭 필요한 최소한의 도구만 소유하고 욕심내지 말아야겠다. 한 권의 책이 내 삶의 방향을 제시할 때가 있다. 책속에 길이 있다는 평범한 진리가 가슴에 와 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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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세실님이 준 진주 팔찌
    from You Held My Heart 2015-03-28 08:46 
    세실님이 기억 못 하는 것 같아서. 이번 한국 여행에서 오공주를 만났을 때(프야님은 스페인 가고 없어서 안타깝;ㅠㅠ) 세실님이 하고 나온 팔찌를 보고예쁘다고 했더니 흔쾌히 벗어서 준 것.그날 이후로 늘 착용하고 다닌 다우~~~.^^세실이 착용하던 것이라 그런지 더 애착이 간다는!!고마와, 세실님!! 알랴뷰!! ♥♡❤ (아이콘 인터넷에서 찾아서;;;ㅋ)
 
 
세실 2015-03-27 10:5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리뷰와 페이퍼를 정리하다가 리뷰로 옮겨 놓고 싶어서.......읽는 분들은 식상하겠다^^

yamoo 2015-03-27 11: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버리기를 잘하는 사람들을 보면 존경스럽습니다. 전 잘 버리지 못하거든요~ㅜㅜ
책도 그렇고, 옷도 그렇고, 신발도 그렇고...차고 넘치는 데 버리질 못하니...이사할 때 헬이됩니다..ㅜㅜ

저도 가볍게 살고 싶습니다...^^;;

세실 2015-03-27 16:44   좋아요 0 | URL
전 이 책 읽고 잘 버리게 되었어요. 이번주엔 옷을 정리하려고 합니다. 1년동안 입지 않은 옷, 신발은 과감히 버려주는.....ㅎ (말은 이렇게 하지만 조금 비싼 옷은 아까워서 버리지 못해요)

야무님 우리 함께 노력해요^^

하늘바람 2015-03-27 13:1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버리고 정리하기 시작했는데요
티가 안나요님

세실 2015-03-27 16:46   좋아요 0 | URL
티가 날 정도로 버리긴 저도 힘들어요.
언니가 울집에 오면 하는 말......`좀 정신없어! ` 합니다. 미워!! ㅎㅎ

페크pek0501 2015-03-27 14: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식상하지 않사옵니다. ^^

세실 2015-03-27 16:46   좋아요 0 | URL
호호호 페크님 감사해요^^ 책 한권을 가지고 몇번 쓴거 같아서요~~

꿈꾸는섬 2015-03-27 15: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잘 버리는 연습도 필요한 것 같아요. 저도 버리기습관을 들여야겠어요.

세실 2015-03-27 16:48   좋아요 0 | URL
잘 버리는 연습 중요하죠. 단 버리고 후회하지는 말아야겠지요.
버리기 습관....같이 해요^^

cyrus 2015-03-27 22: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 제목에서 법정 스님의 무소유 사상의 향기가 느껴져요. 스님도 하나씩 비우라고 말씀하셨어요. 그런데 정작 저도 쉽게 버리지 못하는 성격입니다... ^^;;

세실 2015-04-01 16:25   좋아요 0 | URL
그렇죠~~ 법정스님이 우리에게 진정으로 바라셨던....무소유^^ 우린 참 많은 것을 소유하고 살죠.
조만간 이사갈듯한데 엄두가 나지 않습니다.
오늘부터 열개씩은 버려야할듯 합니다.

마녀고양이 2015-03-30 11: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역시 봄 맞네요.
이상하게도 봄이 되면 대청소하고 싶어요, 언니도 그러시군요! ^^

그러게요, 저도 즉석해서 제 것을 내줄 수 있는 사람이 되면 좋겠다 싶다가도
제 물건에 애착이 하도 심해서 어렵겠다 싶기도 하고. 나비 언니의 페이퍼와 엮어서 보니 더욱 따스하네요.

세실 2015-04-01 16:27   좋아요 0 | URL
맞아요. 대청소.....옷, 이불, 베란다, 구석 구석...(쓸데없는) 물건이 참 많더라구요.

전 읽은 책에 대한 애착도 덜 해지긴 합니다. 주위에서 읽고 싶어하면 잘 줘요.
읽고 나면 다시 읽지 않으니 최소(10권) 권수만 빼면 다 줘도 좋을듯요.
물론 아직은 다 주지는 못합니다^^ ㅎㅎ
 
개를 훔치는 완벽한 방법
바바라 오코너 지음, 신선해 옮김 / 놀(다산북스)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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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도서관은 요즘 이용자에게 커피, 녹차를 무료로 제공하고 있다. 추운 겨울날, 도서관에 오면 따뜻한 차 한 잔의 여유를 누리게 하고 싶은 마음이다. 사무실 문을 노크해야 하는 불편함 때문인지 몇 명 되지 않지만 직원과 이용자와의 소통의 시간이다. 이용자 중에는 갈 곳이 없어 매일 도서관으로 출근하는 사람이 있다. 하루 종일 책을 읽거나 컴퓨터를 하며 소일한다. 경증 장애가 있거나 연로하며 어려운 가정환경으로 소외받는 그들에게 도서관은 안식처다.

 

도서 개를 훔치는 완벽한 방법(바바라 오코너 저. 다산책방)’을 읽고 나니 주인공이 처한 상황과 도서관 이용자가 오버랩 된다. 집이 없어 낡은 자동차에서 생활해야 하는 아이들이 인근 도서관에서 오후를 보낸다면 조금은 따뜻해지겠지. 이 책은 조지나와 토비 남매가 개를 훔쳐 사례금을 받아 집을 구하려고 벌이는 고군분투기를 담고 있다.

 

갑자기 사라진 아빠 때문에 살던 아파트에서 쫓겨난 조지나가 개를 훔치기로 결심하면서 시작된다. 평범한 삶이 갑자기 무너졌을 때 사춘기 소녀에게 가장 힘든 건 뭘까? 아빠의 부재보다 집이 없어 자동차에서 생활하는 비참한 모습을 친구에게 들키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이다. 결국 씻지 않아 냄새 나는 몸을 수상히 여긴 친구 루엔이 알게 되고 학교 생활은 엉망이 된다.

 

다행히 엄마는 이런 악조건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는 긍정적인 성격의 소유자로 보다 나은 내일을 위해 열심히 생활한다. 화가 나면 아이에게 소리 지르고 짜증도 내지만 든든한 버팀목이 된다. 밤낮으로 일하면서도 토비에게 공부를 가르쳐주는 엄마의 여유에 미소가 지어진다. 때로는 친구처럼 의논하고, 의지하는 엄마와 아이의 관계는 어려움을 이겨내는 힘이 된다. 다소 황당한 내용이지만 어린이다운 발상으로 개를 훔치기 위한 구체적인 계획을 세우고 성공한다. 아이는 불행한 자신의 삶을 극복하기 위한 나름대로의 방법을 모색한 것이다.    

 

공자는 세 사람이 길을 가면 그 중에 한 사람은 나의 스승이 있다" 고 했듯이 살아가면서 인생의 멘토가 되는 사람을 만나게 된다. 도서관에서 나를 보면 인사하며 환한 웃음 짓는 아이, 늘 단정한 옷차림과 온화한 목소리로 부드럽게 이야기하는 직원도 멘토가 된다. 소설 속 조지나와 토비 남매의 멘토는 방랑자 무키 아저씨다. “때로는 뒤에 남긴 삶의 자취가 앞에 놓인 길보다 더 중요한 법이라는 거다.” “때로는, 휘저으면 휘저을수록 더 고약한 냄새가 나는 법이다.” 라는 멋진 말을 남긴다. 조지나가 개를 훔친걸 알면서도 아이 스스로 올바른 판단을 하도록 기다려준다. 결국 조지나는 개를 돌려주고 엄마도 살 집을 구하면서 해피앤딩의 결말을 맺는다. 개를 자식처럼 사랑하는 카멜라 아줌마의 단순함과 솔직함, 그런 아줌마를 보면서 죄책감을 갖고 마음이 흔들리는 조지나. 둘은 나이차를 떠나 좋은 친구가 될 것이다.

 

타인의 불행을 보며 내 삶을 위로 받는 마음은 다소 이기적이지만 때로는 큰 힘이 된다. 생활고를 견디지 못하고 자살하는 사람들이 이 소설을 읽으면 조금은 살아갈 힘을 얻을수도 있겠다. 긍정적인 사고의 지나친 발상일까?

절망적인 상황에서도 더없이 유쾌하고 사랑스러운 두 아이와 엄마를 보며 조금은 우울했던 내 마음에 한줄기 햇살이 비춘다. 겨울 우울증은 햇볕을 쪼이면 좋아진다고 하니 도서관 마당 벤치에 앉아 커피라도 마셔야겠다. ‘개를 훔치는 완벽한 방법은 김혜자, 최민수 주연의 영화로도 개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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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15-01-30 18: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좋아요~~^^ 영화에 나온 `이레`는 우리구에 살아요. 초등2학년...
작은도서관은 동네사랑방 같아서 커피나 차는 쉽게 마시는데 공공도서관은 넓고 칸이 분리돼 있으니 차마시러 사무실로 들어가긴 어려울수도...

자몽 2015-01-30 18:53   좋아요 0 | URL
이레...넘 귀엽고 연기도 잘하더라구요

세실 2015-01-31 08:13   좋아요 0 | URL
소설 읽고 영화보려 했더니 이미 극장에서 내렸네요. TV로 오늘 봐야겠어요.
정수기 위에 붙여 놓았어요. 커피, 녹차 준비되어 있으니 사무실로 오시라구... 처음 오는 분들이 많이 찾아요^^

2015-01-30 18:47   URL
비밀 댓글입니다.

자몽 2015-01-30 18: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영화 보고 넘 좋아서 원작소설을 보려고 했었는데 잠시 잊고 있었네요.
세실님 글보니 빨리 읽고 싶어져요

저에게도 도서관은 책을 읽기위해 거의 매일 가는 곳인데 왠지 사서분들께 가볍게 인사하는 것도 어렵더라구요...근데 이용자들과 소통을 위해 커피를 주는 도서관은 넘 부럽네요

세실 2015-01-31 08:15   좋아요 0 | URL
영화도 좋군요. 워낙 배역들이 탄탄하니...
전 얼른 영화 보고싶어요^^

시작이 어렵지 한번 소통하고 나면 편해요. 시골이라 더 가능할수도 있겠지만요. 마주치면 제가 먼저 인사해요~~~

blanca 2015-01-30 20: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세실님이 계신 도서관은 더욱 따사로울 듯해요. 저는 집근처 중학교에서 동네주민에게 개방한 도서관을 자주 가요. 언제든 가도 될 듯한 느낌이 따듯해요.

세실 2015-01-31 08:18   좋아요 0 | URL
겨울이라 도서관 들어올때 움추린 모습이 안타까워 준비했어요. 카페처럼 편하게 왔으면 하는 마음~~ 중학교에서 개방한 도서관도 신선하겠어요^^

2015-02-01 12:0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1-31 10:34   URL
비밀 댓글입니다.

라로 2015-02-01 04: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성실한 멋쟁이 관장님!!! 맘도 푸근하시네~~~^^ 착해착해!!!!!❤️

세실 2015-02-01 10:56   좋아요 0 | URL
소음도 심하고 위생도 엉망이라 자판기 치웠거든요. 별다방 커피는 못주더라도 봉지커피 정도야? ㅎ
어제 별다방 텀블러 샀는데 맘에 쏙 들어요^^

페크pek0501 2015-02-02 13: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도 무료 제공의 커피를 얻어 마시고 싶어라. 마음까지 따뜻해질 것 같아서요. ㅋㅋ

기억해 놓겠습니다.

“때로는 뒤에 남긴 삶의 자취가 앞에 놓인 길보다 더 중요한 법이라는 거다.”

세실 2015-02-02 14:37   좋아요 0 | URL
나도 페크님께 커피 드리고 싶어라~~~~~
서울에서 이곳 1시간 20분이면 오는데....ㅎㅎ
따뜻한 봄날, 훌쩍 날아오세용~~~~

하루 하루 열심히 살아야 겠습니다. 근데 지금 꾸벅꾸벅 졸고 있다는거.....
밥 먹고 오후 2시부터 3시 사이 넘 졸려요^^

페크pek0501 2015-02-02 14:57   좋아요 0 | URL
하하하~~~ 그럴까요?
시댁 대구도 왔다갔다하는데 말이죠.^^

세실 2015-02-02 21:35   좋아요 0 | URL
기다리겠습니다~~~ ㅎㅎ
2월중 서울도 가야겠죠? 보림 대학도 가볼겸~~~

[그장소] 2015-04-17 23: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도서관 이름이 ..계신 도서관...?!^^
이군...했다가...아~~~

세실 2015-04-18 23:56   좋아요 0 | URL
응? 도서관 이름이 어디 있나요? ㅎㅎ
못 찾겠다. 꾀꼬리~~~~

[그장소] 2015-04-18 23:58   좋아요 0 | URL
blanca 님글속에 있죠!!^^

세실 2015-04-19 00:13   좋아요 1 | URL
개방(한)도서관? ㅎㅎㅎ
울 도서관은 충북에 있는 시골도서관이어요~~~

[그장소] 2015-04-19 00:15   좋아요 0 | URL
꾀꾀리도..울고요~~^^
 
논어정독
부남철 역주 / 푸른역사 / 201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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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서로 근무하면서 마음먹은 일중 하나는 도서관에 학부모 독서회를 만드는 것이다. 도서관이 바뀔 때마다 독서회를 조직하고 리더 역할을 하면서 함께 책을 읽고 토론하는 것은 보람된 일 중 하나다. 지난 9, 우리도서관에 인문학 서평쓰기 모임을 개설했다. 제목이 거창해서 신청자가 없을까 걱정했는데 12명이나 모였다. 개강 첫날 참여하게 된 동기를 묻는 질문에 인문학 공부를 하고 싶었다’, ‘귀농해서 답답했는데 도서관에 독서토론 프로그램이 생겨서 좋다는 뜨거운 반응이다. 첫 책으로 다소 무거운 도올 김용옥의 중용, 인간의 맛을 선정했는데 책에 밑줄 긋고, 포스트잇을 붙이며 읽는 모습에 감동했다. 지난 모임에는 친분 있는 김이설 작가에게 재능기부를 부탁하고 강연회를 열었는데 미리 책을 읽고 온 회원들의 질문과 사인회, 각자 준비한 음식을 나누는 시간은 따뜻했다.

 

금년 마지막 토론도서는 동양철학의 고전인 논어정독(부남철 역주/ 푸른역사)’을 선정했다. ‘마흔, 논어를 읽어야 할 시간의 저자 신정근은 공자의 논어는 커피로 치면 부드럽고 여러 맛을 깊게 느끼게 하는 카페모카의 맛이라고 했다. 논어에는 절차탁마”, “아침에 도를 들으면 저녁에 죽어도 좋다’, ”아는 것은 좋아하는 것만 못하고, 좋아하는 것은 즐기는 것만 못하다.’, ”과유불급등 우리가 일상에서 자주 접했던 글이 나온다. 그저 어렵게만 느껴졌던 논어가 의외로 쉽게 읽히는 이유다. 동양철학의 기본은 논어라는 말에 수긍이 간다. 동양철학은 딱딱하고 어렵다는 편견을 잊게 해주었다.

 

공자는 제자들과 중국의 여러 나라를 다니며 자신을 등용해줄 왕을 찾았으나 아무도 불러주는 이가 없었다. 정치에 뜻을 두고 끊임없이 정계 진출을 꿈꿨지만 결국 이루지 못했다. "남이 나를 알아주지 않음을 근심하지 말고 잘하지 못함을 근심하라고" 이야기했지만  정작 본인은 “나를 알아주지 않는 구나하며 한탄하는 모습은 안타깝다. 어느 현명한 왕이 공자를 등용해서 함께 정치를 도모했다면 태평성대를 누렸을텐데......

 

논어의 핵심은 인()이다. “공자가 생각하는 인은 글자 그대로 두 사람이 완전히 하나가 되는 것이다. 서로 피가 통하고 신경이 통할 정도로 정신적으로 하나의 몸이 될 수 있도록 사랑하는 것이다. 그런 사랑을 자기가 주도하는 것이다. 그 사랑의 일차적 대상이 바로 자기 자신이다. 자기가 자기를 사랑한다는 것이 무슨 말인가? 자존심, 자신감, 자기 몸과 명예를 소중하게 여기는 마음 등이 그런 것이다사랑의 대상은 일차적으로 자기 자신이며, 부모님과 가족, 나아가 타인을 사랑하는 것이다. 공자는 자기 자신을 사랑하는 행위가 공부이며 첫 장이 학이(學而)로 시작하는 이유라고 한다

 

나이가 들어가지만 여전히 가치관이 혼란스럽고 뚜렷한 자기관을 정립하기 어렵다. 친구, 이웃, 사회생활의 관계 맺음에 어려움을 느낀다. 논어를 읽으면서 관계맺음, 직장생활의 애매모호했던 것들이 정돈되는 느낌이다. "제가 원치 않는 것을 다른 사람이 저에게 하지 말아주기를 바라는 것처럼 저도 다른 사람이 원하지 않는 것을 가하는 일이 없게 하겠습니다."는 선배 또는 상사로서 아랫사람에게 지켜야 할 예의다. "관직이 없음을 근심하지 말고 직무를 맡아 일할 수 있는 방법을 근심하라. 다른 사람이 자신을 알아주지 않음을 근심하지 말고 알아줄 만한 실력을 구비하라."는 조금은 나태해져 있는 나를 채찍질하는 말이다. 직장생활에서 특정한 일을 하고 나면 누군가 나를 알아주길 바라는 마음이 크고 때로는 알아주지 않음에 상처를 받기도 한다. 묵묵히 맡은 일을 열심히 하면 나를 들어내지 않아도 보상이 따르는 것을 경험했음에도 조급할때가 있다. 논어를 읽으며 나의 부족함을 채워 나간다. 이제는 매사에 좀 더 느긋해지고, 좀 더 이해심이 많아질 것을 믿는다.     

 

<근사록>에 보면 '공자의 논어를 읽어서, 읽기 전과 읽은 후나 그 인간이 똑같다면 구태여 읽을 필요는 없다.' 라는 이야기가 나온다. 논어를 읽으면서 참 행복했고 몇 구절은 기억하려고 포스트잇을 붙여가면서 소리내어 읽었다. 카프카의 도끼처럼 논어는 내 머리를 주먹으로 쳐서 잠을 깨운 책이다. 당분간 논어에서 헤어나지 못할듯 하다. 만나는 사람마다 논어를 추천하며, 논어의 글들을 인용해서 아는 척을 할 것이다. 내 지인들은 어쩌면 지겨워 할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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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물선 2014-12-06 23: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서 시구나. 제 옛 직업이네요. 김이설 작가랑 지인이시구나. 페북에서 잠못자고 올라가신다 했던 그 일인가도 싶구요.

세실 2014-12-06 23:13   좋아요 1 | URL
그러셨어요? 지금은 어떤 직업이실까요?
전 가끔은 가지 않은 길을 생각하기도 하지만 그저 천직이려니 하고 좋아하려고 애쓰며 산답니다.

라파엘 2014-12-06 23: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근사록까지 읽으셨군요 ~ 멋지세요 ㅎㅎ

세실 2014-12-06 23:14   좋아요 0 | URL
읽은건 아니고, 이 구절만 기억하고 있답니다^^
요즘 제 수준보다 나은 책을 읽으려고 노력중입니다. ㅎㅎ

보물선 2014-12-06 23: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상공회의소 입사를 자료실 사서로 했죠. 전공이었구요. 2002년쯤 자료실이 축소되서 일반부서로 전직했어요. 정보화팀, 행사팀 거쳐, 지금은 유통조사해요. 전공과는 멀어졌지만, 견디어낸것이 다행이라는 생각도 듭니다

세실 2014-12-06 23:22   좋아요 1 | URL
그러셨구나. 자의가 아닌 타의에 의해서... 대학도 가끔 도서관이 아닌 일반부서에 근무하는 경우가 있더라구요. 전 그저 천직으로 생각하고 있답니다^^

보물선 2014-12-06 23: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서직이 다소 지루함도 있지만, 좋은점도 많죠. 퇴직후엔 봉사활동 갈라구요.

세실 2014-12-07 07:25   좋아요 0 | URL
맞습니다. 단점보다는 장점이 많긴 하죠~~~
전 퇴직하면 놀러다니고 취미생활할거예요^^ ㅎ

책을사랑하는현맘 2014-12-07 02: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희 동네에도 그런 독서모임이 있었으면 좋겠네요^^ 그런거 건의하면 보통 관장님이 참고해 주시나요? ㅎㅎ

세실 2014-12-07 07:26   좋아요 0 | URL
당연하죠~~ 혹시 유사한 독서모임이 있을수도 있구요^^
꼭 건의하세요~~~

순오기 2014-12-07 07: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논이 읽는 엄마들~ 그림만 떠올려도 즐거워요.
실제로 본 그녀들은 더 멋졌고...^^
리더가 어떤 마인드냐에 따라 동네나 도서관도 많이 달라지는 걸 체감하며 살아요!!

세실 2014-12-07 07:29   좋아요 0 | URL
실시간 댓글^^
일어나자마자 북플 보는 저!ㅎ
논어에 대해 간단히 강의해준 분이 있어서 도움도 되었답니다.
좀 더 많은 사람들이 참여했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아요.
조금씩 변화하겠죠?

순오기 2014-12-07 14:40   좋아요 0 | URL
논어~를 논이라고~~내가 오타를~^^
다음 화욜밤 조국 교수가 광주에 와요~ 아이 좋아라!!

세실 2014-12-09 10:08   좋아요 0 | URL
넘 부러워서 울고 싶어요. ㅜㅜㅜㅜㅜㅜ
역시 앞서가는 광주!!!
my 조국교수^^ ㅎㅎㅎ

말리 2014-12-07 08: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희 도서관에도 독서모임이 세개 있어요. 두개가 주부독서모임 하나는 주말의 직장인 모임. 전 주부 독서모임인데 요즘 좀 고민이 있어요. 다양한 내력을 가지신 분들이라 수위조절이 힘들어요. 인문학책은 좀 힘들어 하고, 그렇다고 여행서나 계발서를 줄창 읽을수는 없고. 소설도 주로 현대소설을 좋아하고 고전은 무거워하고. 전 혼자 읽기 조금 버거운 책을 함께 얘기 나누며 읽었으면 하는 욕심이 있고요. 선호하는 분야별로 모임이 각각 있으면 좋겠다 싶은데 여기 상황이 그러기에는 좀 힘들것 같고요. 관장님이 함께하는 모임은 어떨까 궁금하네요 ^^

세실 2014-12-07 10:43   좋아요 1 | URL
주부독서회가 두개면 내년에 하나는 인문학 책읽기로 하자고 건의하심이...
책은 자신의 수준보다 조금 높게 읽어야 발전하거든요.
저도 혼자 읽기 버거운 책을 선정합니다. 아직은 제맘대로 선정하고 회원들은 따라옵니다.
조금 힘들다 싶을때 세계문학을 다루려고요. 개츠비나 오만과편견으로.. 회원들께 상의드려 보세요^^

말리 2014-12-07 16:15   좋아요 0 | URL
전 1년 반 정도 되었는데 대부분은 몇년씩 되었어요. 반은 친목, 반은 독서, 뭐 그런 분위기. 다른 독서회는 더 오래된 회원들로만 되어 있어 신입은 잘 어울리기 힘든 구조라고 하더군요. 공적모임이 너무 돈독한 관계로 인해 사적으로 살짝 변한것 같아요. 올 한해 책이나 발제,토론을 약간 변형시켜 보았는데 많이들 힘들어해서 자꾸 빠지는 부작용이;; 어떤 모임이든 들어오고 나가고 순환구조가 되면서 변화해야 한다는 생각을 많이하고 있습니다. 역사도 필요하지만 신선한 피와 새로운 바람이 조직을 살아있게 해주는 것 같아요.

세실 2014-12-09 10:06   좋아요 0 | URL
맞아요. 큰 도서관에는 오래된 독서모임이 있어요. 전에 근무하던 도서관에도....다른 사람이 들어오는 것도 배척하고, 고인 물....그나마 리더가 누구냐에 따라 수준있는 독서모임으로 성장하느냐, 그냥 계모임이 되느냐가 관건이죠. 그럴땐 담당사서가 관여하는것도 좋을텐데.....

우린...제가 사회를 봅니다. 책 선정도 제가 하고요.
그동안, `중용, 인간의 맛`, `책은 도끼다`, `선화(작가강연회)`, `논어정독` 읽었어요.
1월엔 `백석평전` 하려구요.
다들 어렵다고는 하지만 나름 즐기고 있습니다^^ 소장하는 즐거움도 누리네요.

간단하게 책 소개 하고 돌아가면서 느낌 나눠요.
마지막으로 해박하신 한분이 계셔서 논어에 대해 써머리를 해주시네요.
다들 포스트잇 붙이고 밑줄 긋고...의욕이 많아요.
내년엔 서평에 주력해서 지역신문에 글도 내려고 합니다.
그리고 차후에는 책도 한권 발간해야겠죠? ㅎㅎ

섬사이 2014-12-07 10: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독서모임, 생각보다 꾸려나가기 힘들던데, 유능한 관장님이 이끄시니까 잘 되나봐요. ^^
예전에 주부들이 모여서 독서모임을 했었는데, 책들을 잘 안 읽어오시더라구요.
밑줄 긋고, 포스트잇까지 붙여가며 책을 읽어오신다는 구절에서 저도 같이 감동했어요.

세실 2014-12-07 10:45   좋아요 0 | URL
전 사서로 들어오면서 주부독서회를 만들어 부담은 없답니다. 회원들 수준을 고려해서 한달은 철학, 한달은 문학으로 해요.
한달에 한권의 책은 꼭 읽어야될텐데...
두분 정도만 성실하면 나머지는 따라오던걸요^^

수이 2014-12-07 11:5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지겨워도 좋으니까 이렇게 좋은 책 권해주는 지기가 옆에 있다면 그거야말로 행복한 일 아닐까 해요. 세실님. 이 책은 이래서 좋고 저 책은 저래서 좋고 이 책도 읽어봐, 저 책도 읽어봐_ 하면서 말이죠. 마흔이 되면 공자를 읽을 때, 더 늦추면 손해_ 라고 남편 친구가 이야기해서 그렇다면 난 딱 마흔 되면 읽을래! 한 말이 어쩐지 민망해지는걸요. 아 그나저나 세실님이 계시는 도서관 주부독서회에 가입하고 싶은걸요. :)

세실 2014-12-07 19:55   좋아요 0 | URL
울 독서회원들이 아직은 야나님 맘 같더라구요. 제가 추천해준 책은 다 좋다구ㅎ 흐뭇하긴 합니다.
논어 기회되면 꼭 읽어보세요. 관계맺기에 큰 도움되실거예요.
야나님 오심 두 팔 벌려 환영할털데요. 저도 아쉽네요.
이번에 두명이 몸이 아파 쉰다고 해서 살짝 침체되었거든요. 열다섯명 유지가 목표예요^^
 
백석 평전
안도현 지음 / 다산책방 / 201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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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가면서 멘토가 되는 사람이 있다면 큰 행복이다. 나의 멘토는 몇년전에 돌아가신 선배 사서다. 평범했던 내가 전국의 사서를 대상으로 강의를 하고 늦은 나이에 대학원에 입학할 용기를 주신 분이다. 이제는 가슴 한 구석에 아련한 상처로 남았다. 글을 쓰면서 도움을 받은 작가는 쉬운 문체와 여행, 문학, 음악을 사랑하는 정여울과 군더더기 없이 깔끔한 문체의 김훈 작가다. 그들처럼 글을 잘 쓴다면 얼마나 좋을까하며 부러워하지만 단순히 좋아하는 정도이다. '백석평전'을 읽고 나니 사람을 좋아하는 일에도 열정이 필요함을 깨달았다.      

     

철학자 강신주는 김수영을, 시인 안도현은 백석을 흠모한다. 강신주는 김수영을 닮고 싶어 했으며 육신의 아버지가 친아버지라면 영혼의 아버지는 김수영이라고 했다. 친 아버지를 영원히 보내 드리며 김수영도 함께 보냈다고 한다. 많은 시인들은 백석을 흠모하며 닮고 싶어한다. 글을 쓰는 작가로서 모방이 아닌 그의 사상이나 철학을 계승할 수 있는 제자가 되는 길은 큰 기쁨이다. 윤동주는 100부 한정판으로 찍어낸 백석의 시집 '사슴'을 구하지 못해 애를 태우다 도서관에서 빌려 읽고는 필사를 했으며  늘 가지고 다녔다고 한다. 신경림은 백석의 영향을 받은 대표적인 시인으로 가난하고 소외받는 사람들의 삶을 따뜻하게 그려냈는데 백성의 시적 대상과 유사하다고 한다. '사슴'은 2005년 계간 '시인세계'의 설문조사에서 현역 시인 156명이 뽑은 '우리 시대 시인에게 가장 영향을 끼친 작품'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백석은 1910년대에 태어나 참으로 파란만장하고 불후한 삶을 살았다. 네번의 결혼과 세번의 이혼, 기생 자야와의 사랑, 오직 충성과 민족주의만 강조하는 획일화된 북한의 이념 등은 자유롭고 낭만적인 삶을 추구하는 백석에게 견디기 힘든 나날이었다. 수많은 지식인들이 친일파로 돌아섰지만 일본에서 유학생활을 했음에도 창씨개명에 반대하고 우리말에 애착을 갖는 애국자였다. 한동안 고향으로 돌아가 교편 생활을 하며 은둔 하고, 북한에서는 김일성을 찬양하며 현실에 순응하며 살려고 노력했지만 곧은 성품은 한때 조선일보 기자에서 시골의 양을 키우는 노동자 신분으로 전락한다. 삶은 끝까지 살아봐야 안다고 하지만 40년 가까이 되는 긴 시간을 지식인이 아닌 밑바닥 노동자의 삶으로 살았으니 얼마나 힘들었을까?

 

백석의 대표적인 시는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가 있다. 안도현 시인은  "첫눈이 내리는 날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고 싶다는 말은 백석 이후에 이미 죽은 문장이 되고 말았다." 는 표현을 썼다. 이 시는 기생 자야에게 보낸 시인데 나타샤는 톨스토이의 소설 '전쟁과 평화'에 나오는 주인공이며 이 시를 쓸 무렵 백석은 러시아어를 공부하고 있었다. 

 

가난한 내가
아름다운 나타샤를 사랑해서
오늘밤은 푹푹 눈이 나린다

나타샤를 사랑은 하고
눈은 푹푹 날리고
나는 혼자 쓸쓸히 앉어 소주를 마신다

소주를 마시며 생각한다
나타샤와 나는
눈이 푹푹 쌓이는 밤 흰 당나귀 타고
산골로 가자 출출이 우는 깊은 산골로 가 마가리에 살자

눈은 푹푹 나리고
나는 나타샤를 생각하고
나타샤가 아니 올 리 없다
언제 벌써 내 속에 고조곤히 와 이야기한다
산골로 가는 것은 세상한테 지는 것이 아니다
세상 같은 건 더러워 버리는 것이다

눈은 푹푹 나리고
아름다운 나타샤는 나를 사랑하고
어데서 흰 당나귀도 오늘밤이 좋아서 응앙응앙 울을 것이다

 

 

학창시절에 문학 작품을 공부하면서 글과 연관된 다양한 에피소드를 들려주면 공부가 재미있었을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이 책에는 우리에게 친숙한 노천명의 '사슴'이 백석을 염두에 둔 시일수도 있는 점을 이야기한다. 모윤숙, 노천명, 최정희와 백석은 친했으며 세 사람은 백석을 '사슴', '사슴군' 으로 호칭했다고 한다. 키가 크고 핸섬하며 시크한 백석의 모습과 스타일을 상상하며 읽으니 시 안에 그의 모습이 보인다.  

 

모가지가 길어서 슬픈 짐승이여,

언제나 점잖은 편 말이 없구나.

관이 향기로운 너는

무척 높은 족속이었나 보다.

 

물속이 제 그림자를 들여다보고

잃었던 전설을 생각해 내고는

어찌할 수 없는 향수에

슬픈 모가지를 하고 먼 데 산을 바라본다.

 

 

몇년전 서울 성북동에 위치한 길상사를 우연히 방문한 적이 있다. 그 동네에 일이 있어 갔다가 안내 표지를 보고는 들어갔다. 시내 한복판에 7천여평의 넓은 땅이 있는것도 놀라웠다. 그때는 몰랐는데 백석의 연인이었던 기생 자야는 서울 '대원각' 요정을 운영했고, 후에 요정을 포함한 땅을 법정스님에게 시주해 지금의 길상사가 지어진 것이다. 만주로 함께 가길 원했던 백석과는 아쉬운 이별을 했지만 백석의 연인답게 "한겨울 눈이 제일 많이 내린 날 내 뼛가루를 길상사 마당에 뿌려 달라." 는 유언을 남기기도 했다.   

 

백석의 시에는 그의 고단한 삶이 보인다. 제목에서 쓸쓸함이 묻어나는 시 '흰 바람벽이 있어' 에는 '나는 이 세상에서 가난하고 외롭고 높고 쓸쓸하니 살어가도록 태어났다'는 자조적인 글이 슬픔으로 다가온다. 삶은 평가하는 것이 아니라 살아내는 것이라지만 백석의 노년은 쓸쓸하고 행복하지 못했다. 그는 살아서보다 사후에 인정을 받았다. 매서운 겨울 바람이 불었던 주말 백석과 함께 보낸 시간은 참으로 소중하고 행복했다. 지금이라도 백석을 알게되어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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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4-12-06 18: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음 주 `TV 책을 보다`에 이 책이 소개된다고 하더군요. 안도현 시인도 출연하는데 무척 기대되는 방송입니다.

세실 2014-12-06 21:33   좋아요 1 | URL
꼭 봐야겠습니다^^
이 책 꽤 재미있어요~~~
소개한 시가 고어(?)로 되어있어 읽기는 힘들지만요^^

blanca 2014-12-06 19: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이 책은 못 읽었는데 백석 좋아해요. 아웅, 낭만 가득해요. 세실님.

세실 2014-12-06 21:34   좋아요 0 | URL
백석을 좋아하신다면 이 책은 필수입니다~~~
평전은 시인의 삶을 들여다볼 수 있어서 참 좋아요^^

보물선 2014-12-06 19: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랑 카페 가고 싶어지네요^^

세실 2014-12-06 21:36   좋아요 1 | URL
가끔 아이랑 가서 각자 책 읽으면 속도가 빨라요~~~ 집에선 할일 생각에 집중력이 짧죠^^

바람돌이 2014-12-06 21: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백석은 저 시로 인해서 모든 연애시를 종결시킨듯.... ㅎㅎ
고새 백석평전을 읽으시다니 진짜 빠르셔요. 전 읽을까 해도 실제로 손에 들기까지는 한참 걸리는데 말입니다. ^^

세실 2014-12-06 22:36   좋아요 0 | URL
그러게요~~~ 지금 읽어도 설레이니ㅎ 저 편지를 받은 받은 여자는 얼마나 행복했을까요. 두여자한테 보내서 바람둥이 소리도 들었다네요.
우리 인문학 동아리 1월 토론도서라 의무감에 읽고 있답니다. 재미있어요^^

수이 2014-12-06 23: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사놓고 아직 읽지도 않았는데 세실님 글 읽으니 펼쳐봐야겠어요. :)

세실 2014-12-06 23:18   좋아요 0 | URL
백석의 삶, 사랑을 알아가는 재미 쏠쏠합니다~~~ 페이지 주는것이 아까워요^^
얼른 시작하세요.

살리미 2014-12-07 00: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백석이 북에서 찍은 가족사진을 보니 짠한 마음이 들더군요. 왠지 `외롭고 높고 쓸쓸한` 모습이어서요.

세실 2014-12-07 07:41   좋아요 0 | URL
그쵸?
`외롭고 쓸쓸한` 사람....
격동기속에 파란만장한 삶을 살았네요. 사랑도 그렇고....

희망찬샘 2014-12-14 07: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희 도서관에도 꽂혀 있는 책이에요. 백석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지요?! 저도 꼭 읽어봐야겠어요. 월요일 당장 빌려야겠다는 생각! 까먹을 확률 80% 이상이라 생각되지만... 메모는 해 놓고 잘 보지도 않는 지경이라~ ㅎㅎ~

세실 2014-12-15 01:01   좋아요 0 | URL
오늘 이 책으로 서평 쓰려고 하는데 어떻게 써야할지 고민스러워요.
안도현 시인은 참으로 대단합니다. 후반부 북한 생활 기록들은 자료 찾는것도 어려웠을듯요.

저도 도서관에 신간이 들어오면 메모 해놓고 메모를 어디에 해놓았는지 기억을 못해요. ㅜㅜ


cocomi 2015-04-04 15: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오 직업이 사서예요? 요즘 제가 가장 부러워하는 직업이에요~

세실 2015-04-07 09:38   좋아요 0 | URL
호호호 그러세요?
사서 고생하는 사서이기도 합니다만 나름 보람있고, 재밌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