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가 인간으로 보인다 : 그래도 개는 개로 보여야 합니다.
콘라드 로렌츠 / 자작나무 / 1994년 9월

개미세계여행 : 학부시절 들고 다니면서 감동을 먹었던 책입니다. 화려한 그림과 방대한 내용에 놀라게 되죠. '개미'관련 일반인을 위한 교양서로 적합합니다.
베르트 휠도브러 / 범양사 / 1996년 11월

개미제국의 발견 : 차라리 개미세계여행을 보시기를 권합니다. 그리 공들여 쓰여지지 않은 책이라고 생각합니다.
최재천 지음. 사이언스 북스

게놈 Genome   - 23장에 담긴 인간의 자서전  MattRidley, 김영사, 2001.
유전자에 관련된 23개의 에세이.
MattRidley의 필력은 역시 뛰어납니다.

게임의 이론 모튼 데이비스. 팬더-북. 1995역.
각종 게임이론들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얇은 책에 비해 소개되는 내용이 많아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과학의 사회적 사용 : 얼마전 사망한 프랑스의 사회학자 부르디외의 강연록입니다. 과학장에 관한 부분이 인상적이죠.
피에르 부르디외 지음. 창작과 비평사.

과학적 발견의 논리 : 반증가능성으로 유명한 칼 포퍼의 책. 읽기 어렵습니다. 철학자의 책이니까요. ^^
칼 포퍼 지음. 품절.

과학혁명의 구조 : 토마스 쿤을 모르고 과학에 관해 논하기는 어렵습니다. 물론 그가 전적으로 옳지는 않았지만 말입니다. 쿤은 그의 책이 오용되는 것을 보고 이렇게 절규했다죠. '나는 Kuhnian 이 아니다!!!'
토마스 쿤 지음. 까치글방.

공격성에 관하여 - 이화문고 42 : 콘라드 로렌츠 최고의 책입니다.
콘라트 로렌츠 / 이화여자대학교출판부 / 1989년 6월

남성의 과학을 넘어서 오조영란, 홍성욱 엮음. 창작과 비평사. 1999.
사회생물학 관련서는 아니지만 첫 장인 "남녀 생물학적 차이, 그 역사적 함의"는 읽어볼 만 합니다. 사회생물학을 가장 비판하는 집단 가운데 하나는 여성계죠.

놀라운 가설 : 별로 놀랍지 않은 가설. 신경생리학 입문서 정도로 적합할 듯 합니다. 거듭 말하지만, 노벨상 수상자들의 책은 지루하기 짝이 없습니다.
프랜시스 크릭 지음.

누가 인간복제를 두려워하는가? : 인간복제를 반대하는 윤리적 정당성은 정당한가?
그레고리 E. 펜스 지음. 양문사.

눈먼시계공 리차드도킨스. 민음사. 1986(1994 역)
진화라는 있을 것 같지 않을 것 같은 사건이 어떻게 일어났는가. 도킨스와 굴드는 어떻게 같고 다른지를 도킨스의 입으로 들어봅니다. 안타깝게도 절판.

다윈 이후 : 굴드 최고의 책 중 하나입니다. 안타깝게도 절판되었지만.
스티븐 제이굴드

동물의 사생활 존 스파크스, 까치글방, 2000.
동물의 성선택에 대해 구체적인 사례를 볼 수 있습니다.

루시퍼 원리 - 역사 원동력에 관한 과학적 분석 : 분석은 날카로운 데, 생각의 깊이는 경박하기 그지 없습니다. 그가 제시하는 역사적 사실들을 제외하고는 그의 주장은 들을 가치가 없습니다. 곧 절판 되겠죠.
하워드 블룸 지음. 파스칼 북스.

마음의 진화  : Daniel Dennett 은 Edge 의 주요 논객이기도 합니다. 그의 의식에 관한 지향이론은 유명하죠.
다니엘 데닛 지음.

마이크로코스모스 : 미생물에 의한 진화의 역사. 절판되었고, 읽는 도중 조금 지루하기는 해도, 도서관에서 빌려다 볼 가치가 있는 책입니다.
린 마굴리스 지음.

마인드 바이러스 리처드 브로디, 동연, 2000.
Meme에 대한 최초의 대중서라고 소개된 책. 이기적유전자 Meme관련 Chapter를 읽었다면 굳이 읽을 필요는 없는 책이라고 생각합니다. 정자전쟁과 같이 뻥이 심한 책. 책은 전문가가 써야 합니다.

美-가장예쁜유전자만살아남는다 낸스 에트코프. 살림. 1999(2000 역).
국내에 소개된 [진화심리학]] 책 중 하나입니다.

부분과 전체 - 인문사회자연과학도를 위한 교양신서 1
베르너 하이젠베르크 지음 / 지식산업사 / 1999년 10월

빈 서판 -인간은 본성을 타고나는가
스티븐 핀커 지음/ 사이언스 북스/ 2004, 2002년을 뜨겁게 달구었던 문제의 그 책이 번역되었습니다. 과학과 인문학의 갈등을 과학의 입장에서 풀어내는 세계사에 길이 남을 명저입니다. 반드시 읽어야만 하는 책입니다.

사회생물학 : 20세기 최고의 문제작인 이 책을 안 읽고는 진화에 대해 이야기할 수 없습니다. 마지막에 했던 사회과학과 생물학의 통합이라는 말 때문에 윌슨은 인문학자들의 주 공격 대상이 되었습니다.
에드워드 윌슨 지음 대우학술총서

사회생물학과 윤리 피터 싱어, 인간사랑, 1999.

사회생물학 논쟁 프란츠 부케디츠, 사이언스북스, 1999.
유전이냐 환경이냐는 부질없는 논쟁이라 결말 짓습니다. 환경적인 요인을 부인하는 생물학자는 없지만 교육을 강조하는 이들은 곧잘 유전적인 요인을 부정합니다. 훌륭한 책들은 항상 절판되죠.

삼중나선 리처드르원틴. 잉걸. 1998(2001역).
생물학적 시각으로 사회를 바라보는 것에 반대하는 리처드 르원틴의 저서. 동일한 유전자라 하더라도 환경과 발생잡음 등의 영향으로 전혀 다른 개체로 발생할 수 있음을 들어 도킨스류의 이론을 비판. 본문이 160page로 분량이 작습니다. 왠만하면 읽지 마세요. 별 가치가 없는 책입니다. 번역도 엉망이죠.

생명의 다양성 : 에드워드 윌슨의 환경론.
에드워드윌슨 / 까치글방 / 1995년 10월

생명이란무엇인가 린 마굴리스/도리언 세이건, 지호, 1999.
공생이라는 마굴리스의 아이디어로 30억년 생명의 역사를 서술해 놓은 책입니다.

생명이란 무엇인가  에르빈 슈뤠딩거 지음 : 고전으로 평가받는 책이지만, 물리학의 환원주의를 극명하게 보여주는 책입니다. 전 그리 높게 평가하지 않습니다. 노벨상을 받은 과학자들의 책들은 별로 감동을 주지 않는다는 사실은 참 이상합니다. 가장 환원주의적인 연구가 노벨상을 탄다고 했던가요?
한울 아카데미

생명이 있는 것은 다 아름답다 : 각 종 신문에 실었던 글들을 모은 책입니다. 이런 책은 책으로서의 가치는 그리 크지 않습니다. 그리고 생명에 대한 감상주의는 인간중심주의보다 더 위험한 자연주의적 오류를 낳습니다. 독자서평을 보시면 아시겠지만 많은 사람들이 실망한 책이기도 합니다.
최재천 지음. 효형출판

성이란 무엇인가 이인식. 민음사. 1998.
과학 칼럼가 이인식의 성에 관한 칼럼 모음집. 입문서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원래 같은 제목의 책으로 린 마굴리스의 책이 있었습니다. '
마이크로코스모스'가 '생명이란 무엇인가' 와 '성이란 무엇인가'로 나뉘어 출판 되었었는데 절판되었습니다.

섹스란무엇인가 린 마굴리스/도리언 세이건, 지호, 1999.
성의 기원을 통해 생명의 기원을 추적합니다. 마굴리스는 독창적이면서도 널리 공감대를 가져오는 주장을 합니다.

손이 지배하는 세상 (정신의 부속 도구가 아닌 창조자로서의 손) : 책을 읽고 나면 자신의 엄지손가락을 다시 한번 바라보게 될 것입니다.
마틴 바인만 (엮은이), 박규호 (옮긴이)

솔로몬의 반지  : 에세이에 가까운 책입니다.
콘라트 로렌츠 지음, 김천혜 옮김 / 사이언스북스 / 2000년 7월

심리학의 오해 : 심리학은 과학입니다. 심리학은 한쪽 끝은 생물과학의 영역에서부터 다른 쪽 끝은 사회과학의 영역과 경계를 이루는 엉성하게 결합된 지적왕국입니다.

언어본능 - 정신은 어떻게 언어를 창조하는가 : 노엄 촘스키의 극찬을 받은 MIT 인지심리학 교수 핑커의 책. 인류사의 보고가 될 만한 책입니다.
스티븐 핀커 지음, 김한영.문미선.신효식 옮김 / 그린비 / 1998년 3월

에덴밖의 강 : 절판되었죠. 말이 필요없는 책입니다.
리쳐드 도킨스

우리유전자안에없다 리처드 르원틴 외. 한울. 1988(1993 역)
생물학적 결정론에 대한 비판. 생물학적 결정론이 어떻게 신자유주의자들에게 이용될 수 있는가. 전 이렇게 묻습니다. 그럼 어디에 있는가?

유전자와생명의역사 킴 스티렐리. 몸과마음. 2001(2002 역).
도킨스와 굴드의 주장을 비교하여 정리하고 있습니다. 도킨스와 굴드는 함께 읽어라.^^

유전자 사랑 그리고 진화 - 성은 왜 만들어졌을까? - 한국유전학회 총서 5 : 좋은 책입니다. 명언집을 참고하세요.
리쳐드 미코트 지음. 전파과학사.

이기적유전자 리차드도킨스, 을유문화사, 1993.
리차드도킨스의 대표작. 사회생물학에 관심이 있다면 소개가 필요 없는 필독서.
개정판 나왔습니다. 읽어 보세요. 협동의 진화에 관한 챕터는 이타적 유전자의 일부이기도 합니다.

이타적유전자 MattRidley, 사이언스북스, 2001. 최재천 교수님 리뷰
이기적유전자의 업그레이드 확장팩. ^^ 도킨스에 필적하는 필력!

이중 나선 - 핵산의 구조를 밝히기까지, : 이 책은 과학서적이 아닙니다. 자서전이죠. 역시 노벨상 수상자들의 책은 재미가 없습니다.
현대과학신서 8A
J.D. 왓슨 지음, 하두봉 옮김 / 전파과학사 / 2000년 4월

인간 본성에 대하여 에드워드 윌슨, 사이언스북스, 2000.
윌슨이 정리한 현대 진화론. 윌리엄스의 "진화의 미스테리"와 거의 유사한 주제입니다.

인간은왜병에걸리는가 R. 네스·조지 윌리암스, 사이언스북스, 1999.
다윈의학에 대한 소개를 다룬 책. 다윈적인 시각으로 보면 질병도 다르게 보입니다.
노스모키안의 강추를 받는 책

잃어버린 조상의 그림자 : 위대한 과학자 칼 세이건의 인류진화사 서설.
칼 세이건.앤 드루얀 지음, 김동광 외 옮김 / 고려원미디어 / 1995년 3월

오리진 - 인류의 기원을 찾아서
리처드 리키 / 세종서적 / 1995년 06월 / 

욕망의 진화 : 이 책을 쓸 당시의 버스는 약간 오버가 심한 사람이었습니다. 그 당시의 진화심리학이 약간 나이브했던 것과 같은 이치겠죠.
데이빗 버스 지음

자연주의자
에드워드 윌슨 지음, 이병훈 옮김 / 사이언스북스 / 1996년 8월

전염병의 문화사. 아노 카렌, 사이언스북스, 2001.
"
인간은왜병에걸리는가"의 전염병 부분에 대한 설명을 사례를 들어 설명해 준다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감염은 인간에게서 예외적인 사건이 아니라 삶 그 자체입니다. 이 책은 의학사의 혁명이라고 할 수 있죠.

접촉 데스몬드 모리스, 지성사, 1994.
데스몬드 모리스의 또 다른 대중서. 털없는 원숭이보다는 인기가 적었습니다. 개인적으로 데스먼드 모리스를 싫어합니다.

정자전쟁 로빈 베이커. 까치글방. 1996(1997역)
인간이 경험하는 거의 모든 성행동을 전략적으로 분석하고 있습니다. 약간의 과장이 섞여 있다는 중론입니다.

제3의침팬지 재레드 다이아몬드. 문학사상사. 1993(1996 역) :인류의 진화에 관한 탁월한 책 중 하나입니다.
인류의 진화는 이랬다.

제6의 멸종 - 대멸종은 진화의 원동력중 하나입니다. 인간은 또하나의 멸종을 준비하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리처드 리키 / 세종서적 / 1996년 11월  

종의 기원 : 이 책 외에 리쳐드 리키가 지은 종의 기원이 있습니다. 두 권 다 좋은 책입니다.
찰스 다윈 지음, 박영목 옮김 / 한길사 / 1994년 4월

진화심리학 - 하룻밤의 지식여행 4 : 이책은 단순한 만화책이 아닙니다. 이 책에서 시작해도 진화심리학의 모든 문헌에 접근 가능합니다.
딜런 에반스 지음, 이충호 옮김, 오스카 저레이트 그림 / 김영사 / 2001년 2월

진화의 미래 : 좋은 책으로 기억합니다. 명언집 에 이 책의 명언들이 기록되어 있습니다.
크리스토퍼 윌스 지음, 이충호 옮김 / 푸른숲 / 1999년 3월

진화의 미스터리 조지 윌리엄스. 두산동아. 1997(1997 역)
조지 윌리엄스의 현대 진화론에 대한 설명. 최고의 책 중 하나.

총,균,쇠 : 1998년 퓰리처상 수상작 : 제레드 다이아몬드의 책들은 믿을만 합니다.
제레드 다이아몬드 저/김진준 역 문학사상사

컴플렉시티 - 생명과학의 통일적 이론. 자연계에는 내재된 질서가 존재할지도 모릅니다.
저자 :
로저 르윈, 역자 : 김광희, 세종서적, 1995.2.1

클론and클론 스티븐 제이 굴드 외. 그린비. 1998(1999 역)
인간복제를 둘러싼 찬반론을 소개하고 있다. 생물학자 뿐 아니라 다양한 전문가들의 인간복제에 대한 견해를 볼 수 있습니다. 인간복제에 대한 소위 '각계 전문가들'의 무지도 알 수 있죠. 소설가들은 정말 소설을 쓰고 있습니다. 도킨스와 굴드 그레고리 펜스의 글이 읽을만 합니다.

털없는 원숭이 데스몬드 모리스, 정신세계사, 1991.
데스몬드 모리스와 비슷한 주장을 이제는 보기 힘들죠. 그러나 초기에 우리나라에 소개된 책이라는 점에서는 영향이 컸습니다.

파리, 생쥐, 그리고 인간 : 위대한 생물학자들의 이야기. 그들의 삶과 사상은 숭고하고 정열적이며 위대합니다.
프랑수아 자콥 지음. 궁리출판사.

판다의엄지 StephenJayGould , 세종서적, 1998.
현대 진화론에서 도킨스와 함께 축을 이루는 굴드의 진화론에 대한 소개. 다만 굴드적인 주장보다는 진화론에 대한 전반적이 소개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진화론이 가져왔던 사회적인 파장들에 대해서도 소개가 되어 있습니다.

풀하우스 스티븐 제이 굴드. 사이언스북스. 1996.(2001 역).
도킨스와 차별화 되는 굴드의 주장을 굴드의 책에서 읽기는 어렵습니다. 굴드의 책이 몇권 번역되지 않았고 그중 하나인 "다윈이후"는 절판되었기 때문입디다. 유쾌한 농담이 즐거운 책. 진화는 진보가 아니다

핀치의부리 조너던 와이너. 이끌리오. 1994(2002 역). 퓰리쳐상 수상작.
진화의 속도는 생각보다 빠릅니다. 사소한 차이가 종의 생존을 결정합니다. 과학자들의 숭고한 열정과 다윈조차 몰랐던 종분화의 사례를 보여주는 훌륭한 책. 전문지식 없이도 매우 재미있게 읽을 수 있습니다.

DNA 독트린 리처드르원틴, 궁리, 2001.
리처드 르원틴의 사회생물학 비판서. 대중을 위한 라디오 대담을 정리한 것이라는 것을 참고.

회의적 환경주의자 : 비외론 롬보그 지음, 에코 리브르, 2003

약 1년전 쯤 덴마크의 정치학자 Lomborg의 글을 읽고 교조적 환경주의에 관해 많은 생각을 한 적이 있습니다. 극단적 환경주의자들에게 전하는 그의 메시지는 과격하고 편향되어 보이지만 균형된 시각을 줄 수 있을 것입니다. 책을 읽으시기 전에 그의 글을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노스모크의 페이지에 제가 많은 글을 남겨 두었습니다. 노스모크의 환경분류에도 좋은 페이지들이 많이 나열되어 있습니다.

출처 : http://my.dreamwiz.com/korean93/Database/books.ht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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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lowsnow 2005-11-13 00: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도움이 될 것 같아 담아 갑니다. 고맙습니다.

승주나무 2005-11-15 02: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고맙다니요. 저도 퍼온 걸요.. 과학에 관심이 많으신가 봐요.. 저도 생물학이나 과학사 같은 데 요즘 관심 갖고 있습니다.
 
사이언스 북
리처드 도킨스 외 지음, 피터 탤랙 엮음, 김희봉 옮김 / 사이언스북스 / 2002년 12월
평점 :
품절


이기적 유전자, 과학혁명의 구조 등 과학 교양 서적을 읽고 나서 들끓는 욕구로 과학사 책을 하나 정해서 보기로 했다. 시중의 과학사는 주로 과학사의 연대를 몇 부분으로 나누고 이에 대한 의의를 서술하는 식이었다. 문학사든 철학사든 흔한 방법중의 하나이다. 그 중에서 눈에 띈 것이 이 책이다.

이 책의 장점은 처음부터 읽지 않아도 된다는 점, 시간 여유가 많이 없을 때 아무 페이지나 볼 수 있다는 점, 집중적으로 하나의 주제에 매달린다는 점, 기억할 만한 사건과 기억할 만한 과학자, 그리고 주제와 인물을 적절히 표현하는 그림이다.

'사이언스 북'은 텍스트 한 면, 그림 한 면으로 되어 있어, 왼편에 있는 글을 읽으면서 오른쪽의 그림을 참고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졌고, 중간에는 대표저자들이 총론에 해당하는 두 페이지짜리  글을 써놓았다.

역사 서술로 따지면 편년체(編年體)라 할 수 있는데, 기원전 35000년부터 인간 유전체 지도가 작성된 2000년까지 유구한 과학의 역사를 담아낸 250개의 장면 안에는 우리가 알고 있는 이야기도 있지만, 알고 있지 않은 이야기나, 알 도리가 없는 내용을 실감나게 알려주고 있다. 혈액형 ABO가 항체인 것은 알지만, 동물의 피를 수혈해 왔고, 때로는 성공하기도 했다는 사실은 우리가 쉽게 알 수 있는 내용이 아니다.

과학자들은 추상적으로 이야기하는 것을 싫어한다. 수학이나 기호를 표현하는 것도 단순화의 극단적 표현이다. 그들은 대나무의 텅빈 속처럼 뚫려 있다. 어디 매이지도 않고, 쓸데없는 오해를 조장하지도 않는다. 그러면서도 이야기가 단조롭지 않다. 그들이 발견한 세계는 시인과 철학자들이 발견한 정신세계와 같이 신비하고 아름답지만 보다 다채롭고 선명하다. 만약에 글을 쓰고자 하는 사람이 있다면 이들이 만들어 놓은 비유의 강을 예술적 원천으로 삼아도 모자람이 없을 것이다.

이들의 표현하는 과학 안에는 정치, 속설, 종교, 민간신앙, 배신, 모략 등이 인간계보다 훨씬 넓은 자연계 안에서 펼쳐진다. 그들에게 '인간'이라는 개념은 만물의 주인이자 하느님의 아들이며, 이성적인 동물과 같은 영예로운 것이 아니다. 동물과 같은 계를 가지며, 동물과 같은 사회 안에서 서로 먹고 먹히면서 동물의 본능을 공유하는   좀 특이하고 관심이 더 가는 존재일 뿐이다.

만약 데카르트가 '정신'이 아니라, '진실과 거짓'이라는 주제를 가지고 일주일간 성찰한다면 그는 '과학자'라는 결론에 도달할 것이다.

2000년 밀레니엄을 기념하여 나온 듯한 이 책이 만약 5년 정도만 늦게 발간되었다면 우리나라 연구팀의 자랑스런 연구결과도 게재될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을 뒤로하고 책을 덮었다. 과학의 각 분야에서 독자적인 세계를 가지고 있는 저자들의 세련된 필체와, 세심하게 배려한 배열을 따르며 과학사의 넓은 밑그림을 만들어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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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력만 되었어도 비주얼하게 보여드릴 수 있었을 텐데, 여건이 안 되니 글로만 묘사합니다.

절친한 친구 쇼페인트는 신기한 친구들과 교유합니다. 덕분에 저도 신기한 것을 많이 경험하게 됩니다. 지난번에는 '시계혁명전'이라는 전시회엘 갔었습니다.

대문에 씌인 커다란 글씨가 먼저 들어옵니다.

'시간은 아날로그로 흘러간다'

첫 번째로 구경한 시계는 '우는 시계'였습니다. 시간이 지나가는 것이 왜 그렇게 슬픈 걸까요. 둥근 쟁반 크기의 대부분은 얼굴 모양이 차지합니다. 울상인 얼굴입니다. 왼쪽 눈에서는 눈물 같은 것이 떨어집니다. 처마에 빗물 떨어지듯 눈물이 떨어질 때마다 1초씩 바뀝니다.

'이 작가가 시간에 대해 생각하는 관점은 '슬픔'이지만, 그것을 두 가지로 표현하였지. 하나는 이렇게 시계를 작게 해서 우리들이 흘리는 눈물이 시간을 능가한다는 것이고, 반대로 얼굴을 작게 하고 시계를 크게 한 것은 시간 하나 하나가 수많은 사람들의 눈물로 이루어졌다는 것을 표현하고 있지. 이 사람이 평생 할 수 있는 일이라곤 우는 일밖에 없단 말야. 이 사람의 작품은 그럴 듯하면서도 재미가 없어. 또 다른 작품은 60개의 표정을 만들어서 1초가 지날 때마다 얼굴이 울상이 되다가 마침내 울어버리는 작품이었지. 노골적인 슬픔만큼 유치한 것이 어디 있겠어?'


쇼페인트는 괜히 짜증을 냅니다.

두 번째로 본 시계는 '멀어져가는 화살'입니다.
이것은 주로 어린이들에게 시간의 교훈을 가르쳐주기 위해 만든 작품이라고 합니다.
시계의 원을 따라서 크기가 다른 화살표가 그려져 있습니다. 이것은 초침이 지나가는 자리입니다. 이 자리마다 전구가 들어 있습니다. 전구가 한 번씩 켜질 때마다 시계의 크기가 점점 작아집니다. 그러다가 60초가 다 왔을 때쯤에는 보일락말락합니다.

'어릴 때는 이런 시계를 꽤 진지하게 보며, 공부도 열심히 했는데, 시계의 크기란 것이 다 거짓말이야. 우리가 사는 시간은 해봐야 100년도 안 되지만, 커다란 시공의 관점에서 보면 초침의 크기가 무슨 상관이 있겠어.' '길게 말하지 말고 다음 시계로나 가지?'

잘난 척하는 녀석에게 어깃장을 놓으면서 우리는 '비굴한 시계'에게 갔습니다.

이 시계는 진자운동을 하면서 돌아가는 시계인데, 진자의 위치에 사람 눈알을 그려넣고, 궤도를 둥그렇게 사람의 얼굴이 두르고 있습니다. 보고 있으면 한 사람이 불안해하며 이쪽저쪽 살피는 모습을 닮았습니다.

'평생 눈치를 보고 살아가면서, 자신이 만든 작품까지 사람들 눈치를 보게 하고 싶을까?'
(이 작품은 코엑스몰에 가면 볼 수 있습니다. 거기는 동물들이 눈치를 보더군요.)

이번엔 내가 쇼페인트의 흉내를 내 봅니다. 녀석은 선수를 빼앗겨서 분개한 듯이 아무 말 없이 다음 작품으로 걸어갑니다. 다음으로 본 시계는 '하루'입니다..

시계 배경에는 산 그림이 그려져 있고, 다섯 개의 버튼이 있습니다. '봄, 여름, 가을, 겨울, 써머타임', 버튼을 누를 때마다 배경이 조금씩 바뀌고 화면의 밝기도 바뀝니다. 낮이 길어지는 날은 좀 빨리 밝아지고 낮이 길어지는 날은 한참 동안 어둠이 시계의 배경을 이룹니다.

'여기 있는 작품 중 드물게 실용적인 시계야. 이 시계 들고 유럽에 간 일이 있었는데, 마침 써머타임을 하고 있었지. 그래서 버튼을 맞춰 놓고, 하루 종일 시계와 창밖만 보고 있었지. 신기하게 이 시계의 밝기와 창밖의 밝기가 똑같은 거야. 아마 이 시계를 발명한 사람은 굉장히 많은 경험을 토대로 만들었을 거야.'

특이하게 이 시계에는 초침이 없고, 분침보다 시침이 길었습니다. 시침이 해를 상징하고 시계를 한 바퀴 도는 것입니다. 시계란 꼭 시침이 분침보다 짧아야 할 이유는 없겠죠.

다음으로 본 시계는 ''화합'입니다.
초침이 0초를 가리키면 이불에 싸인 물아기가 등에 성화를 매달고 기어갑니다. 그리고 5초 지점이 지나면, 그보다 조금 큰 아이가 성화를 받고 기어갑니다. 이렇게 성화가 5초마다 전달되면서 세대와 세대가 이어지는 내용입니다.

'이 시계도 여러 가지 소재로 효과를 낼 수 있어. 인종이 번갈아 성화를 전달할 수도 있고, 동물과 사람, 옛날과 현재의 사람들이 성화를 들고 달려갈 수도 있지. 이것은 내가 본 60초 중 가장 크고 아름다운 60초 작품이야.'

쇼페인트가 감동을 받는 것은 매우 드문 장면입니다.


이밖에 다 표현할 수 없을 만큼 신기하고 재미있는 시계가 많이 있었습니다. 산고(産苦) 시계는 산모의 배가 점점 커지고 산모는 소리까지 지릅니다. 아마 못된 작가가 만들었나 봅니다. 그리고 앨범 시계에는 좋아하는 사진을 스캔해서 저장하면 시간이 바뀔 때마다 사진이 바뀝니다. 평소 앨범을 볼 기회가 없는 사람들이 자주 애용하며, 심하게 싸운 부부나 애인들이 자주 이용하는 시계입니다.  아름다웠던 시절을 회상하면서 계속 화를 낼 수 있는 사람이 있을까요? 그리고 60초라는 소재를 이용해서 60갑자 시계도 선을 보였습니다. 특히 이 시계는 고전문헌이나 역사를 전공한 사람들이 애용합니다. 이것은 시계라기보다는 차라리 참고서에 가깝습니다. 60초 동안 먼저 갑자를 보여주고, 다음에는 1분간 갑자에 대한 소개를 보여줍니다. 그리고 그 갑자 해에 있었던 일들을 화면으로 보여줍니다. 이 작품은 민족문화정진회의 학자들이 십 년간의 노고로 만들어진 작품으로, 예비고전학자들에게 선물로 많이 줍니다. 제가 알기로 이 시계는 적어도 1년 동안은 다른 정보를 제공하며, 지금도 계속 업데이트가 되고 있다고 합니다. 그리고 안에는 여러 가지 기능이 있어서, 선택해서 정보를 받을 수도 있습니다. 



이와 같은 시계들을 보면서 시계란 휴대폰 시계에 밀릴 정도로 불필요한 기계덩어리가 아니라, 우리에게 시간이라는 것을 가장 직접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소재인 것 같습니다.  시계는 맨 처음 만들어졌을 때부터 지금까지 수백 년 동안 동일한 모델입니다. 간간히 외형만 바뀔 뿐 초침이 돌고, 분침이 도는 형태는 똑같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시간을 정의하면서 어떤 일의 기준이 되는 척도로 본 후로, 시계는 줄곧 보조수단의 역할만 해왔습니다. 시계 자체, 혹은 시간 자체에 대해서 성찰하는 기회를 좀처럼 얻을 수도 없고, 얻으려고도 하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오죽하면 파스칼은 '어리석은 사람들은 지나간 과거를 그리고, 다가올 미래를 그리다가 정녕 실제적인 현재를 내팽개친다'고 한탄했을까요. 아무튼 좀 엉뚱한 구석이 있는 친구이지만, 쇼페인트와 교유하면서 굳어버린 제 생각들이 조금씩 금이 가고 있다는 것을 느낍니다. 다음에는 어떤 재미있는 것들을 보여줄지 벌써부터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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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10-30 03:48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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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고이즈미 씨가 독특한 논리법을 개발해서 화제가 되고 있다. 오사카 고등법원에서 위헌 판결을 받은 이유는 다름 아닌 자신의 복장 때문이었다는 것이다. 즉 제복을 입고 참배에 오른 것이 위헌의 이유이므로, 위헌 판결에 경의를 표함과 동시에 자신의 의지를 실천할 수 있는 방식을 제안했다.

그의 논리는 단순하다. 사복을 입고 참배하면 된다는 것이다. 복장 하나만 가지고 총리가 되었다 민간인이 되었다 할 수 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그리고 이것을 좀 더 교묘하게 이용할 수 있음을 주장했다. 만약 의회에서의 발언이 물의를 일으켰다면 사적 총리로 회피하는 것이 굉장히 수월해졌다는 것이다. 문제가 되는 발언을 하기 전에는 정복의 단추 하나를 풀어둔다. 여론이나 해당 정당, 국가에서 문제를 제기하여 궁지에 몰렸을 때는 가차없이 "공적 총리는 정복의 단추 다섯 개를 다 매고 있어야 한다. 하지만 나는 그 발언을 할 때 단추를 네 개밖에 매지 않았기 때문에 사적 총리로서 발언한 것이다. 때문에 나는 이 발언에 대해서 해명해야 할 하등의 필요성을 느끼지 않는다."

특히 고이즈미 씨는 이 방법은 한국에도 대단히 쓸모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를 접한 한국의 어떤 특별한 사람들은 이 논리법이 매우 유익하게 응용될 것이라고 설명한다. 예컨대 지난 국감 때 술자리 폭언으로 물의를 일으켰던 모 당의 모 의원은 이 논리법으로 구제를 받게 되었다. 즉 자신은 폭언을 할 당시 양복을 입지 않고 있었기 때문에 도덕적 책임을 물을 수 없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이에 대한 부작용도 만만치 않다. 우선 그의 국민들은 고이즈미 씨가 언제는 총리이고, 언제는 '고이즈미 할아버지'가 되는지 알 수 없다. 그래서 그들은 '총리'라는 직함을 포기하고 아예 그를 민간인으로 여길 공산이 크다. 고이즈미 씨는 자신이 사적 총리로서 발언을 할 때는 반드시 눈에 확연히 드러나도록 단추를 풀겠다고 해명했으나, 받아들여지긴 힘들 것 같다.

일부에서는 이 논리법에 대한 부작용을 우려하고 있다. 즉 이 일이 예상치 못하게 고이즈미 씨의 정계 은퇴를 앞당길 수도 있다는 것이다. 공명당의 한 의원은 "고이즈미가 사적 총리 개념을 활용한 순간 공적 개념으로서의 총리는 끝난 것으로 볼 수도 있으며, 이것이 그의 정치 인생의 종지부를 찍는 사건으로 기록될 수 있다."고 고백했다.

고이즈미 씨의 참배와 거의 같은 시각에 일본의 한 대학생이 자신의 국적 부정을 선언했다. 만약에 자신에게 선택권이 주어진다면 일본인이며 대학생인 자신의 권리와 의무를 모두 포기할 것이며, 나의 이 행동에 대한 법적 권위는 고이즈미 씨가 보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마지막으로 "자신의 존재는 선택할 수 없는 것이며, 특히 많은 사람을 이끄는 지도자는 자신이 용납할 수 없는 사람들과 그들의 생각을 끌어안고 치열한 자기 모순을 극복해 상생할 수 있는 의견을 제시해야 하며, 중의와 소신이 부딪혀 자신의 소신을 포기해야 할 때도, 자신이 소신을 포기함이 모순되지 않음을 스스로에게 증명해야 한다."고 말했다.

고이즈미 씨는 오늘도 유난히 주머니가 많이 달린 흑색 정복을 입고 사무실로 출근하고 있다. 오늘도 역시 그의 정복 단추 하나가 풀려 있는 채로...

* 다음은 동화 1편에서 소개되었던 쇼페인트와 함께 '시계혁명전'이라는 독특한 전시회를 다녀온 일화를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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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알라딘 우수리뷰로 뽑혀서 영어책 두 권을 사게 되었습니다. 고맙고 즐겁기도 해서 내친 김에 서재도 정리하고, 알라딘 가족들과 이야기도 나눌 겸 연재를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만남에도 형식이 있어야 하기에, 동화를 선택하게 되었습니다.

동화는 처음 써보지만, 제가 쓰는 장르는 퓨전 동화입니다. 시사와 철학에 무게를 실어서 써볼 예정입니다. 호응이 괜찮아야 할텐데. 이 글은 원제가 '생명의 기원에 관하여'인데, 너무 거창해서 스토리의 주제에 맞춰 바꾸었습니다.

몽상가 쇼페인트가 살고 있었습니다. 그는 사람이 태어나는 것에 대해서 불만이 많았습니다. 사람은 태어나서 고생만 하다가 죽을 때도 곱게 죽지 못하는데, 도대체 사람이 태어난 의미가 무엇이란 말인가. 쇼페인트는 항상 고민이었습니다. 그러다가 베아트라는 여인을 만나 사랑하게 되자, 비로소 자신이 태어난 의미를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베아트는 불행히 쇼페인트의 옆에 오래 있어주지 못했습니다. 그러자 쇼페인트는 처음의 생각을 더욱 굳히게 되었습니다. 사랑하는 사람이 죽는 것을 보는 고통을 주려고 누군가 사람을 태어나게 하는구나 하는 절망적인 생각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베아트를 만나 행복을 느끼는 것은 나중에 맞을 더욱 커다란 고통을 위한 과정일 뿐이야. 사기꾼의 수법처럼 처음에는 조그마한 이익을 주다가, 걸려들었을 때 왕창 빼앗아 가는 것이 세상의 원리야.

쇼페인트는 방랑자가 되었습니다. 세상도 가족도 국가도 나중에 벌어질 일에 비하면 사기꾼의 미끼에 지나지 않았습니다. 그는 모든 관계를 버리고 방랑자가 되었습니다. 하염없이 걷다가 지치면 풀섶을 모아다가 한숨 자고, 또 걸었습니다. 그는 시간과 공간을 벗어난 듯 보였습니다. 그러면서 점점 본능에 따라 행동하게 되었습니다. 배고프면 먹고, 졸리면 자고, 힘들면 쉬고..

그러다가 그는 몹시 추운 땅에 도착했습니다. 이곳은 이제까지 밟아온 어떤 땅보다도 추운 곳이었습니다. 너무 추워 한발짝도 떼기 힘들 정도였습니다. 쇼페인트는 추위를 피할 만한 곳을 찾았습니다. 마침 동굴이 있어서 거기서 쉬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동굴 앞에서 이상하게 생긴 두 사람이 말싸움을 하고 있는 것을 보았습니다. 그들은 쇼페인트가 가까이 온 줄도 몰랐습니다.

보르테르! 왜 자꾸 생명을 낳는 거야. 그의 생명이 다해서 죽여야 할 때 얼마나 소름끼치는 줄 알아? 그의 눈에는 내가 보이지 않겠지만, 마치 나를 정면으로 쳐다보는 것 같단 말야. 네가 반만 낳는다면, 나의 고통은 반으로 줄어들 거야.

그러자 듣고 있던 사람이 대답했습니다. 매르서스! 자네에겐 미안하지만, 여기는 너무 춥지 않나. 나는 불을 때는 것처럼 세상에 하나의 불을 낳는 거네. 세상을 밝히고 따뜻하게 하려고 한숨도 쉬지 않고 계속 생명을 만들어내는데, 만들어내면 만들어낼 수록 더 추워지는 것은 무슨 이유인지 모르겠네. 새생명을 하나 낳는 것이 얼마나 고통스러운 건지 알기나 하나? 자네는 죽어가는 사람 옆에 있다가 숨통만 조금 건드려놓으면 되지만, 나는 내가 낳은 생명이 고통을 당할 때마다 가슴이 아프단 말일세. 힘들게 만든 불이 세상을 더욱 춥게 하고, 애써 살린 빛이 세상을 더욱 어둡게 할 때 쓰라림을 자네는 아는가? 제발 나를 괴롭히지 말게.

쇼페인트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습니다. 자신이 누군가를 괴롭히며 태어났고, 평생 동안 괴롭히고 있다는 것보다 더욱 고통스러운 것은 없을 테니까요. 쇼페인트는 보르테르의 고통에 압도된 셈입니다.

보다 큰 기쁨과 보다 큰 슬픔 안에서 쇼페인트는 자신의 자리를 짐작할 수 있었습니다.



* 졸속으로 만들어 보았습니다. 이름을 보면 아시겠지만, 쇼페인트는 쇼펜하우어, 베아트는 베아트리체, 보르테르는 볼테르, 매르서스는 맬서스를 패러디했습니다.

특히 보르테르는 볼테르가 역설적으로 풍자한 깡디드의 캐릭터를 다시 한 번 역설적으로 풍자해서, '모든 것은 최고의 것 중에서도 가장 최고의 것을 위해 존재한다'라는 명제를 사실로 받아들인 의미입니다. 맬서스는 인구의 기하급수적 증가를 조정하기 위해 기근이나 전염병이 필요하다고 한 사람이라서 그런 이미지를 좀 땄습니다.


다음 호에는 '고이즈미 씨의 私的 총리 개념'이라는 동화를 연재합니다. 많은 기대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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