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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이네 장 담그기 우리문화그림책 온고지신 6
이규희 글, 신민재 그림 / 책읽는곰 / 200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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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적에 항상 가을만 되면 작은마루에서 찌릿한 냄새가 코를 찔렀다.
작은마루하고 방하고 문으로 막아놓은 것이 아니라서 집안 전체에 메주 냄새가 났다.
처음에는 냄새가 얼마나 독하던지 일부러 늦게까지 놀다가 저녁에야 집에 들어가는 때도 있었다.
"꼭 이런 데다 널어야 하나?"
하면서 잔뜩 찌푸린 표정으로 메주를 발로 차면서 화풀이를 했다. 

그러나 그것도 자주 맡다 보니 향긋하고 달싸름한 냄새도 섞여 있는 것 같았다.
당시 한약을 자주 먹어서 왠만큼 독한 냄새에도 어느 정도 길들여져 있던 나는
메주의 특이한 냄새를 싫어하지 않게 되었다. 



▲ 건넌방에서 자고 있는 메주가 잘 지내는지 보려고 방문을 여는 순간 가을이는 코를 찌르는 냄새에 깜짝 놀라 "할머니, 어떡해요. 메주가 썩었나 봐요. 곰팡이도 나고 아주 못생겨졌어요!"라고 달려간다. 그런데 할머니는 웃으시며 그게 우리 몸에 아주 좋은 곰팡이꽃인데,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꽃이라고 말했다. (<가을이네 장 담그기> 중 일부)

선량하고 덕 많은 가을이네 부모님과 할머니가 장을 담그는 이야기가 제데로 익은 된장맛으로 그려져 있다.
'책읽는곰' 출판사의 다른 책에 비해 수채화풍으로 넉넉하게 그린 게 특히 인상적이다.
나는 그림에 된장을 묻힌 줄 알았다.
<책읽는곰> 책이 가지고 있는 공통점이지만,
어린 아이가 주인공이고 그 안에서 참여하면서 실생활의 지혜를 많이 배울 수 있다.
작위적인 부분이 없는 것이 책곰 책의 장점인 것 같다.
그림을 자세히 보면 주인공이 하는 역할이나 느끼는 바가 분명하게 그려져 있다. 

여문 콩을 골라내는 일을 할 때는 할머니를 돕기도 하고, 
콩으로 메주의 형틀을 만들 때도 역시 쪼물락 쪼물락 잘도 만든다.
메주를 볏짚으로 묶어 처마 끝에 매달아놓을 때도 메주 두 개를 짊어지고 아버지를 돕는다.
이런 장면들이 책의 현장감을 높여주고,
책을 읽는 어린이 독자로 하여금 직접 체험한 듯한 기분을 느끼게 해주는 것은 아닌가 싶다.
나는 나이 찬 어른이 되었지만,
가끔 아무도 몰래 동심 속으로 다녀올 수 있는 것은 순전히 이 그림책 때문이다.




▲ <온고지신> 우리문화 시리즈 그림책의 맨 뒤에는 관련자료를 대화체로 엮어서 알기 쉽게 풀이해 놓았다. 처음에는 자료첨부 수준이었던 것 같은데, 문체가 조금씩 발랄해지는 것을 느낀다. 시리즈 10권 정도 가면 참 볼 만한 문장이 나올 듯하다. (이 멘트는 출판사 압박용임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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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 생선이다! 작은 곰자리 6
나가노 히데코 지음, 한영 옮김 / 책읽는곰 / 200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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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무래도 결혼을 해서 그런지, 어린이책이 많이 땡긴다. 책읽는곰은 어린이책 출판사 중에서도 나랑 감수성이 잘 맞는 것 같다. 마음속의 어린애가 아직 떠나지 않아서 책곰이 오는 날이면 마음속의 어린애를 불러서 재밌게 놀곤 한다.



어릴적 바닷가 소년이었던 까닭에
아빠는 집에 올 때마다 목욕탕으로 들어가셔서 생선을 손봤고,

엄마는 해산물을 손봤다.

작은누나와 나는 생선에 소금을 치는 일을 도왔고,

아빠는 완숙한 솜씨로 내장을 골라내고 삽시간에 깨끗하게 헹궜다.

 

나도 생선을 만져봤지만,

우럭 같은 생선은 가시가 많은 데다 성질도 고약해서 파다닥거리는 통에

가시에 찔린 적도 많았다.

그런데 아버지가 한손으로 꾹 누르니 땅꾼 만난 뱀처럼 꽁지를 빼는 거다.






 

책읽는곰의 <야, 생선이다>에는 어린이집 아이들이

시장에서 사온 큼지막한 생선을 보고 재밌어 하는 모습을 그렸다.

어린이마다 말풍선에 생선을 본 느낌들이 담겨 있는데 천차만별이다.

무서워서 뒷걸음질치는 아이가 있는가 하면, 용감하게 생선대가리에 올라타는 아이도 있고, 생선을 싫어하는 아이도 있다.

아이들의 여러 가지 반응들이 마치 활어처럼 파닥거리는 느낌을 준다.

 



 

생선은 머리에서 발끝까지 버릴 데가 없는데,

아이들에게도 생선은 버릴 구석이 하나도 없다.

큼지막한 생선이 파닥거리면 파닥거리는 대로 무한한 상상이 펼쳐지고,

다 먹고 뼈만 남은 생선을 가지고 또 한참을 놀 수 있다.

무서워서 우는 아이가 있는가 하면, 생선뼈를 흔들어대는 아이들의 모습은 활기차다.

 

나의 어릴 적 기억을 되살려 보면

생선은 아이들과 잘 맞는 것 같다.

바닷가에 가면 언제나 볼 수 있고,

파닥거리는 역동성이 무섭기도 하면서 또 재밌다.

한 접시 생선요리는 맛이 끝내주고 여러 가지 요리를 해먹을 수 있으니까 맛난 반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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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08-11-03 03: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호~ 이 책 그림도 재밌고 아이들이 좋아하겠는데요.
물론 애어른이 저같은 사람도요.^^
 
한글, 우리말을 담는 그릇 우리문화그림책 온고지신 5
남경완 지음, 정성화 그림 / 책읽는곰 / 200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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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오는 10월 9일은 한글 창제 562돌 되는 날입니다.
자존심이 있는 민족일수록 자신들의 문화를 소중하게 여기는데
이런 점에서 보면 우리는 부끄럽기 짝이 없습니다.
애써 가꾼 우리말을 헌신짝처럼 내팽개치는가 하면

영어몰입교육이나 조기유학이다 하며 마음 속에서 언어를 사라지게 만들고 있습니다.
언어에는 식물, 동물, 사람, 자연의 삶 일체가 담겨 있어서
편의에 따라 바꾸기 어려운 삶의 모습 그 자체입니다.
기존의 언어에 다른 언어를 얹어놓는 것은 좋지만,
한글이 없는 빈그릇 상태에서 다른 언어로 가득 채워버리면 한글은 당연히 없어질 수밖에 없지요.
영어가 나쁘다는 게 아닙니다. 영어 역시 영어를 기본언어로 가지고 있는 사람들의 삶이 세대에서 세대를 거듭해 반영돼 있기 때문에 언어 자체만을 빌려다가 우리에게 수혈할 수만은 없는 노릇입니다.

한글을 만든 이유는 당시 대중적인 언어가 없어서 사기피해나 형벌을 억울하게 당하던 백성들을 구제하기 위해서입니다.
약자들을 배려한 언어가 한글이었죠.
경고문을 볼 수 없으니 까막눈 백성이 법에 저촉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지요.

백성이 글을 모르고 법을 모르는데, 법률을 엄하게 적용하는 것을 가리켜 '망민'(網民)이라고 하는데
이는 백성들을 그물질한다는 뜻입니다.
요즘 말하는 영어몰입교육도 영어를 못하는 사람들을 그물로 가두는 망민이 되지 않을까 두렵네요.

한글이 유치해서 쓰기 어렵다구요?
그것은 한글의 제작원리를 몰라서 하는 말입니다.
한글은 한국인의 발음기관에 맞게 만든 생물학적이고 과학적인 기호입니다.
혀가 입 안에서 구부러지는 모습을 본떠 ㄱ과 ㄴ을 만들었고, ㅁ은 입 모양, ㅅ은 이 모양, ㅇ은 목구멍 모양이죠.
모음도 역시 하늘을 뜻하는 'ㆍ'와 평평한 땅을 뜻하는 'ㅡ', 똑바로 선 사람을 뜻하는 'ㅣ' 세 글자로 이루어졌는데, 하늘, 땅, 사람이 우주의 근본 바탕이라는 철학이 담겨 있지요.

하지만 이것도 옛날 이야기일 뿐일까요.
사람들이 한글에 대해서 도무지 관심을 갖지 않으니,
한글도 다른 제3세계의 언어의 운명처럼 사라질 날이 얼마 안 남은 걸까요.
한글뿐만 아니라 최근 200년 동안 반 이상의 언어들이 완전히 사라졌다고 합니다.
한글날만 되면 미안하고 우울한 마음이 드는 까닭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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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08-10-05 15: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리 것을 이렇게 괄시하다간 낭패나지요~
정신이 제대로 있는 사람아라도 우리말 우리글 교육을 제대로 하자고요.^^

승주나무 2008-10-06 16:10   좋아요 0 | URL
네~ 정말 그래야겠습니다.
그런데 정신이 제대로 있는 사람을 만나기가 참 어려운 건 사실이에요^^
특히 유명한 정치인 중에서는 ㅎㅎ

바람돌이 2008-10-05 22: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즘 애들 영어 수학은 좀 되지만 정말 국어가 안돼요. 어휘력도 떨어지고, 내용파악능력도 얼마나 떨어지는지 몰라요. 그러니 사교육으로 해결이 안되는 다른 과목들은 다 힘들어지는거지요. 단지 학습능력뿐만이 아니라 국어능력이 사고력의 깊이를 키워주는 것인데 말입니다. ^^

승주나무 2008-10-06 16:10   좋아요 0 | URL
영어로만 생각할 것이 아니라면 국어가 필요하다는 것을 모르지는 않을 텐데.. 참 답답하네요

몽당연필 2008-10-06 02: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큰아이 학교가 영어몰입시범학교라 그런지...
선생님이나 엄마나 영어에 사활을 걸었더군요.
교육방송 듣고 기록장을 적어라...고 하는데,
텔레비젼 치우고 컴퓨터도 금지인 저희집인지라 큰아이는 숙제도 못해가고...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나 모르겠습니다. ㅠㅠ

승주나무 2008-10-06 16:11   좋아요 0 | URL
그랬군요. 성과를 내야 하니 더욱 사활을 걸지 않을 수 없네요.
답답하시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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