찰랑이는 20미터의 인공호수 한가운데에 빛의 십자가는 발을 담그고 있었다. 그 십자가를 응시하며 결혼서약을 맺을 신랑 신부의 마음을 짐작할 수 없었다. 종교적 의미에서라면 그 십자가에는 젊은 예수가 지상의 인간들의 대속을 위하여 그 자신의 삶을 자발적으로 포기한 지점이었다. 그 지점에서 다시 지상의 인간들은 유한의 존재에게서 무한의 가치를 기대하며 서로에게 걸어들어가고 있었다. 개구리들의 악머구리 끓듯 울어대는 절창들이 약간은 음산한 배경음악이 되어 주었다.  



인공호수, 십자가, 그리고 신자석, 통로를 밝혀주는 촛불. 건축가 안도 다타오가
이것들을 통하여 말하고 싶어했을 것들과, 정작 우리가, 내가 느끼고 받아들였을 감흥들은
영원히 비껴갈지도 모른다.  종교적인 신성의 대목일 수도 있겠고, 삶과 인간에 대한 냉연한
관조나 응시일런지도 모른다. 자연과 인간의 삶과 인공물의 순간적인 조응을 얘기하고 싶어했을 수도 있을까.

저 십자가 위에서는 가장 장엄하고 비극적인 몰락이 일어났었다.
그러나 그 몰락의 지점에서 바로 인간들의 삶이, 그 새로운 이야기들이 시작되었다는 반전은
결국 진리의 중핵일런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우리들의 해석은 맞다. 저 십자가를 응시하며
결혼서약을 하는 우리들의 행위는 이제 이해될 수도 있겠다. 

여기에 가기 전까지 이 책을 계속 붙잡고 있었다. 평론가 신형철이 온세계가 성공을 말할 때 문학은 몰락을 선택한 자들을 내세워 삶을 바꿔야 한다고 세계는 변해야 한다고 말하는 것이라고 지칭했을 때, 그 자신에게 비평은 아름다운 것들에 대하여 아름답게 말하는 일이라고 정의했을 때, 나는 비평이 창작에 대한 열등감을 고루하고 편협한 쪼개기와 버성긴 현학적 어휘와 빈약한 인용문의 짜집기로 호도되어서는 안되겠다고 생각했다. 

이 책은 정말이지 놀랍다. 읽지 않은 소설들과 읽을 턱이 없는 시들일지라도 그러니까 내가 알지 못하는 영애와 수철이의 사연들일지라도 그들의 굴곡많은 서사를 해석까지 곁들여 전해주는 중간자덕에 그들을 온전하게 알아내고 나와 통하는 지점까지 가게 되는 마법을 보여준다. 그리고 단순히 문학작품들을 해석하고 비판하는 것이 아니라, 삶 속의 소설적 시적인 것들을 건져내어 그것을 때로는 높은 곳에서 조망하고 혹은 현미경으로 들여다 보고 안보이던 것들까지 세세하게 짚어주는 역할까지 덤으로 하고 있다. 오히려 후자가 더 부각될 정도다. 그의 평론을 읽는 일은 그래서 나의 삶의 비평을 읽는 일과도 같았다.  

특히 사랑에 대한 통찰은 물론 라캉의 그것을 참조하고 있기는 하지만 기억해 둘만하다. 우리에게 사랑이란 대상에 대한 사랑이 아니라, 대상이상의 어떤 것에 대한 사랑이라는 것. 즉 우리는 상대의 존재보다 더 큰 그 무엇을 길들이기 위하여 분투하며 그것을 사랑이라고 이름지어 부르게 되는 것이다. 이 명민한 평론가는 모든 명명은 어떤 실패의 흔적이라고 덧붙인다. 타자를 대상화하는 것이 실패한 사랑으로서의 욕망이라고 한다면 그 존재를 초월해 확장해 나갈 수 그 어떤 것에 경도되는 것, 심지어 그것마저 끊어낼 수 있는 것이 사랑이라는 얘기다. 모순 같지만 이끌리는 얘기다. 그에게는 그래서 작별한다,는 능동의 동사가 사랑 앞에서 가능하다.  

"너는 안아도 안아도 다 안을 수 없어 너는 두근거리는 무한이야."(김혜순의 무한특보 중) 

그에게 있어 타인, 자아는 실재가 아니다. 타인의 타자성은 종국에 나의 자아상을 비추고 확장하는 조력물로서 폄하된다. '나'의 근원적인 욕망과 충동에 집중하고 타인의 그것은 무시해 버리고 내가 보고 싶은 것만을 집요하게 걷어내는 관계에 중독되어 있는 우리의 허를 찌르는 대목이다. 우리는 참혹하고 덜 아름다운 주체를 아프게 직시하고, 타인을 대상으로 소비하는 그 습속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그는 강변하고 있다. 사회가 부여하는 외재적 습속이 아니라 스스로가 낳은 내재적 윤리의 규준에 근거하여 세계를 스스로 열어야 하고, 바로 그 길목에 문학이 자리한다고 그는 얘기하고 있다. 타인의 자장을 감지하고 그 속의 고통에 연루되는 것을 책임으로 인식하는 그의 모습은 바로 문학을 하는 이들이 가장 먼저 닮아야 하는 바로 그 부분이고 또 문학이 떠맡아야 할 가장 긴요한 책무를 보여준다. 

자기 안에 갇혀 있는 주체라고 부를 수조차 없다는 얘기다. 주체 이전에 먼저 타자가 있고, 존재론 이전에 우선 윤리학이 있다.
-p.165 

작품의 의미를 분석하고 재구성하는 비평 작업이 텍스트가 '창안'하고 있는 어떤 '삶'의 위상을 진단하는 작업과 결합해야 한다는 그의 비평론은 그래서 지극히 윤리적이다. 결국 우리가 얘기하게 되는 것은 '삶'이다. 또한 삶이라는 것 자체가 타자와의 관계망 속에서 영위되는 한 그에 대한 얘기는 타자와의 엇갈림, 끌림, 어우러짐에 대한 것일 수밖에 없다. 이 책은 그래서 텍스트를 비평하는 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삶으로 녹아든다.  

삶의 좌표를 흔들고 몰락하여 새로운 장으로 뛰어드는 그들에 대한 이야기에서 문학은 시작된다. 그것은 삶으로 치환되어 해석되도 무방하다. 외형적으로 성공한 삶에 마침표를 찍는 것이 성공한 인생으로 상찬되는 사회에서 그 이면을 들여다 보고 참혹하고 덜 아름다워 때로는 외면하고 싶은 진리로 걸어들어가는 절절한 삶에 대한 이야기는 언제나 매혹적이다. 우리는 본능적으로 실재와 진리에 대한 섬세한 감수성을 가지고 있다. 그 얆은 막을 투과해 들어오는 것들에 시선을 돌리며 이 책을 안내서로 가지고 가는 것도 괜찮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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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꾸는섬 2010-07-06 00: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매혹적이네요.^^ 추천 꾸욱~~

blanca 2010-07-06 18:33   좋아요 0 | URL
꿈꾸는섬님, 특히 저 물의 십자가는 참 멋지더라구요. 저기로 아이가 갑자기 뛰어들어가는 바람에 식겁했습니다.--;; 이제 꿈꾸는섬님 왕자님들은 다들 건강해졌죠?

꿈꾸는섬 2010-07-08 00:53   좋아요 0 | URL
왕자님들 아니고, 현준왕자님과 현수공주님이에요.^^
ㅎㅎ 모두들 건강해요.^^

stillyours 2010-07-06 11: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얼마 전 배수아 신작 읽고 나서 오늘 아침 <몰락의 에티카> 속 배수아 부분을 다시 펼쳐봤는데!
다시 읽어도, 아무데나 읽어도, 언제고 좋은 평론집. 참 드물고, 그래서 특별한.
블랑카님 페이퍼로 만나니 더욱 좋군요! 저도 추천!

blanca 2010-07-06 18:34   좋아요 0 | URL
아, 배수아 작품을 직접 읽고 다시 보셨군요. 부럽습니다. 원문을 알고 비평을 읽는 맛이 진짜겠죠? 그래요. 이 평론집은 정말 소장가치 백프로인 보기드문 책인 것 같아요. 단순히 글만 잘 쓰는 게 아니라 정말 뭔가를 제대로 알고 있는 듯한 느낌이 참 부럽더라구요.

stella.K 2010-07-06 11: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언능 읽어봐야 할 텐데...아쒸, 죽깠다!ㅠ

blanca 2010-07-06 18:35   좋아요 0 | URL
스텔라님 ㅋㅋㅋ 천천히 읽으셔도 됩니다. 스텔라님께 꼬옥 추천해 드리고 싶어요. 조금씩 천천히 읽으시면 글쓰시는 데도 도움이 될 듯 싶어요.

마녀고양이 2010-07-06 17: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리가 실재와 진리에 대한 추구함을 가지고 있을지, 다만 세상에 대한 호기심인지 잘 모르겠다는 생각이 언뜻 스칩니다. ^^ 그런데 저 십자가 있는 장소는 어디인가요? 아름답고도 처연하네요~

blanca 2010-07-06 18:37   좋아요 0 | URL
마녀고양이님, 저는 진실을 알고 싶어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아플 수도 있잖아요.
저기는 북해도의 물의 교회입니다. 담에 꼭 한 번 가보셨으면 해요. 코알라양도 참 좋아할 것 같아요. 감동적이더라구요. 역시 저의 꼬맹이는 저 물로 뛰어들려고 금지선을 뚫고 들어가는 저력을 보여주어 안내원의 눈총을 한 몸에 받아주시더군요--;;

마녀고양이 2010-07-06 19:09   좋아요 0 | URL
분홍 공주님 사진 좀 올려보세요.. 아님 한번 델구 나오든지.
너무 귀여울거 같아요, 보고 싶어요. ^^
북해도 물의 교회.... 기억해두겠습니다.

blanca 2010-07-06 22:14   좋아요 0 | URL
마녀 고양이님, 분홍공주는 오늘도 야단맞고 흐느끼며 잠들었답니다. --;; 잘 나온 사진이 있으면 함 올려 보겠습니다.^^;; 참고로 남편과 같은 곰돌이과입니다. 이쁜 여우가 되어야 할텐데 말이죠. 흑흑.

비로그인 2010-07-06 22: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도 다다오. 복싱 선수였다가 서점 앞에서 우연히 책을 만나 건축가가 된, 그 분이 맞지요..?

그리고 말씀하신 그 비평에 대한 내용은 노스럽 프라이의 책 구절과 맞아 떨어지는 구석이 있는 듯해 반갑습니다.

오늘도 생각할 거리를 많이 안고 갑니다. 감사합니다. blanca 님..^^

blanca 2010-07-07 20:33   좋아요 0 | URL
바람결님~ 이미 알고 계셨군요. 저는 처음 들어보는 이름이라 그의 독특한 이력도 참 생소하게 들리더라구요. 바람결님은 정말 모르는 분야도 없군요^^

아시마 2010-07-07 15: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때로 블랑카님의 글에 대해서 말이죠, 쩜쩜쩜(...) 밖에 할 수 없을 때가 있어요. 오늘처럼.

보관함에 던져넣었어요. 다음 출장자를 기다립니다. ^^

blanca 2010-07-07 20:34   좋아요 0 | URL
아시마님...제가 써놓고도 나중에 읽어 보면 대체 무슨 말을 하고 싶어했는 지를 모를 때가 많던걸요^^;; 출장자! 한 번씩 어떤 책 보시는 지 올려주세요. 그것만으로도 아시마님이 어떻게 생활하시는 지 떠올릴 수 있을 것 같아요..
 

잠깐, 기다려 봐. 볼거야. 

휙휙 채널을 돌려대는 옆지기를 툭툭 치며 정작 내가 보려고 했던 것은. 

물론 잉글랜드와 독일의 16강전이 진심으로 궁금했던 것은 아니다.
다만, 중년의 알랭들롱을 연상시키는, 그 필드에서도 검은 가디건을 시크하게 받쳐 입고
검은 긴 앞머리를 흩날리며 작전지시를 하는 그 감독이었다. 

평론이란 고루하고 깐깐한 훈장이
'웅혼하다', '유현하다' 같은 진부하고 어려운 한자어로
똑같은 얘기를 은근슬쩍 공그르기 하는
졸림을 유발하는 독백이라 생각했던 이들에게(나포함) 

작품을 곱게 조물조물해서 그 결마다 배어 있는
작가의 숨결을 그러모아 우리의 진부하고 그날이 그날같은 삶의 여백에
하나하나 끼워넣어 다시 돌려주는 그런 것일 수도 있다는 것을 

사려깊게 보여준 평론가 신형철의
<몰락의 에티카>를 읽다 칠백 페이지를 넘는 이 평론집의
매력에 취하여, 


그러나 이윽고 그가 아직도 아내의 밥이 아닌,
어머니의 밥을 먹고 있다는 고백에
괜시리 기분이 좋아지는
그 응큼한 마음과도 통한다. 

그렇다면
지독하게 예쁜 신입여직원의 프로필을 줄줄 읊던 

그 유부남 직원에게
갸가 남친이 있답니다,라고
바람을 좀 빼주자 

결혼할 남자는 아닐거야,라고
자위하는 그 모습에 경악했던
그 축축한 기억도 

결국 그와 나는 오십 보, 백 보 차이라는 것을
절감하게 된다. 

나는 응큼한 여자였다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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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10-06-28 15: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 책이 그리 좋은가요?
평론집은 잘 안 읽게 되던데, 블랑카님 그리 말씀하시니 끌리네요. 으흠...

blanca 2010-06-28 15:45   좋아요 0 | URL
저도 평론집이 많이 팔렸다고 해서 의아했는데 흑...이거 읽으면서 진짜 놀라고 있습니다. 다만 분량의 압박이-..- 지루하지 않고 줄그을 문장도 너무 많고. 의외로 재미있어요. 그런데 스텔라님! 우리 프레이야님과 함께 미녀 삼총사인 거예요? ㅋㅋㅋ

stella.K 2010-06-28 16:08   좋아요 0 | URL
ㅎㅎㅎ 마기님 말씀에 의하면 영광스럽게도 그렇다는 거 아닙니까?
그런데, 그러면 우리 셋이서 막 서로 질투하고 그래야 하는 거 아닌가요?
그래야 경쟁이 돼서 미의 가치가 올라가지 않겠어요?
서로 너무 좋아라하면 푹 퍼져서 안 되는데...
이거 클났습니다. 블랑카님을 질투해 말아?ㅋㅋㅋ

근데 정작 프레이야님은 아직도 이 사실을 모르는 것 같아요.ㅜ

비로그인 2010-06-28 16:00   좋아요 0 | URL
알아요 알아~~~
프레이야님도 알고계셔~~ㅋㅋ.

stella.K 2010-06-28 16:08   좋아요 0 | URL
엇, 그래요?ㅎㅎ

2010-06-28 19:06   URL
비밀 댓글입니다.

마녀고양이 2010-06-28 17: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아,, 미녀들이 응큼하기까지 하면 곤란한데요...
이 세상 남자들 다 채가려고? 하기사... 요즘 같아서는 다 가져도 될거 같기두 해염! ^^

blanca 2010-06-29 09:48   좋아요 0 | URL
마녀고양이님, ㅋㅋㅋ 이건 단지 마기님이 추측하신 거에 불과하잖아요^^;; 응큼한 건 맞아요.ㅋㅋ

자하(紫霞) 2010-06-28 17: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미녀에다 응큼하고 세상 남자들까지 다 채가시면 정말 안됩니다.
전 설 곳이 없어요~

stella.K 2010-06-28 18:29   좋아요 0 | URL
ㅎㅎㅎ 베리베리님, 걱정말아요.
세상엔 꼭 미녀만 잘 살라는 법이 없어요.
귀여운 사람도 얼마나 좋아하는데요?^^

blanca 2010-06-29 09:50   좋아요 0 | URL
베리베리님 ㅋㅋㅋ 알고 봤더니 베리베리님이 초절정 미녀였던 거 아닐까요? 저는 단지 응큼하기만 하구요 ㅋㅋㅋ 이런 반전 있음 안되는데--;;

전호인 2010-06-28 18: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조숙녀보다는 때론 응큼한 여자가 매력적일 수 있습니다.ㅎㅎ
요조숙녀도 나름의 매력은 있지만 그래도 나이먹어가면서 응큼해지는 것도 권할 만 하지요. ㅋㅋ
저도 응큼한 남자이고 싶어요.

blanca 2010-06-29 09:50   좋아요 0 | URL
전호인님.남자들은 본래 응큼한 거 아녀요? 긁적, 긁적^^;;

전호인 2010-06-29 15:31   좋아요 0 | URL
어휴.
본능은 있을지 몰라도 본래라는 것은 없습니다.
수컷의 본능?
써놓고 보니 이상하네.ㅜㅜㅋㅋ

루체오페르 2010-06-29 16:18   좋아요 0 | URL
성욕구에 관련해 남녀의 차이에 대해 알아보면 인간의 정신과 육체에 대해서도 생각할것이 많죠,
남성이 여성보다 성욕구가 훨씬 많고 커서 문제도 많습니다, 성범죄뿐만 아니라 폭력,과격성으로도 이어지기에...그런데 나이가 들면 그 정도가 확 꺽인다고 하더군요. 비교해서 여성은 좀더 증가하는 경향이 있고요. 급격한 호르몬의 감소때문에 갱년기에 발열,우울등의 증상도 나타나고요. 산후우울증이 나타나는 이유중 하나가 몸을 꽉 채우고 있던 태아가 나가고 자리가 비면서 심적 공허감, 태아와의 정신적 유대유착관계를 증진시키고 행복과 모성애를 느끼게 하는 옥시토신의 급격한 감소 때문이죠. 10,20대 건강왕성한 남자라도 테스토스테론이 부족or억제면 여자보다도 무덤덤하고 고령이라도 넘치면 왕성하겠죠. 블랑카님의 댓글에 토를 다는게 아니라 블랑카님과 전호인님의 댓글을 보니 일반적인 인식이 떠올라서요. 남자들을 변태,음란하다고 무조건 백안시하는 심한 경우는 물론 극소수지만 너무 심하게 몰아대진 않았으면 하는 변명 아닌 변명,대변 아니 대변 이랄까요.ㅎㅎㅎ; 인류가 유지되온데는 이런 이유도 있는거 아닐까 싶네요. 한창 공부해야 할 나이에 성적인 여러문제로 소모되는 에너지를 원하는데 쓸수있다면 도움이 클텐데...알고보면 남자도 슬픈 동물입니다.^^; 호르몬에 좌우되는 우리의 육체..는 그렇다치고 정신까지 그런것보면 육체보다 과연 정신이 위대한건가 그런 생각도 듭니다. 아,무슨 말을 하는건지ㅋ 실례했습니다.^^;

ps :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간의 이성이 있기에 인간이라면 지키는게 당연할걸, 참지못하고 성범죄를 저지르는 범죄자들에겐 이런것들이 절대 변명이 될수없죠. 저는 그들을 xxx 취급합니다ㅋ

stella.K 2010-06-30 10:47   좋아요 0 | URL
전호인님, 존경합니다.
남자분이시면서 적확한 표현을 쓰시내요.ㅋㅋ(나도 응큼한가?ㅜ)

루체오페르 2010-06-29 13: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재밌고 유쾌한 페이퍼네요.^^
블랑카님과 몇분께서 독일 감독 이야기,칭찬 하셨던게 생각나서 보니 이런 것이...

http://www.youtube.com/watch?v=a52b0qvBQjU

빨간 약을 드시겠습니까? 파란 약을 드시겠습니까? ㅎㅎ

blanca 2010-06-29 14:52   좋아요 0 | URL
루체님! 저 완전 충격받았습니다. 흑흑. 그거 먹은 거 맞죠! 싫어졌어요--;; 파는 것 까지는 어떻게 해도 먹기까지 하는 건--;;

루체오페르 2010-06-29 16:31   좋아요 0 | URL
ㅎㅎ 빨간 약을 드셨군요!
저도 빨간 약 먹는걸 즐겨합니다.^^; 주소남기면 보통은 보실테고 블랑카님의 로망을 지키기위해 말것인가 고민했는데 왠지 죄송하네요.^^;

안그래도 해외에서 먼저 이슈가 됬는데 심리학적으로 불안할때 나타나는 증상 중 하나가 발현된것 같다는 분석이 있더군요. 여튼...좀 충격 ㅋ; 뭐 그럴수도 있...나요?ㅎㅎ

2010-06-29 19:3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6-29 22:4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7-02 01:00   URL
비밀 댓글입니다.
 

만질 수 있는 곳에 닿을 수 없는 것들을 비비적대는 게 삶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어떤 장소든 이윽히 응시하게 되면 기시감에서든, 그곳과 관련된 추억에서든 삶을 물큰 베어물은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정릉 근처에 짬뽕이 맛난 중국집이 있다는 소문에 용감무쌍하게도 한창 자신의 걸음마능력 과시에 심취하여 있는 아이까지 데리고 물어물어 가게 되었다. 세계의 끝이 있었다. 하늘과 땅이 맞닿은 그럴듯한 지평선 대신 하늘로 올라가는 듯한 좁다란 계단길이 어서 올라와 보라고 손짓하고 있었다. 시원한 짬뽕 국물에 별점을 매기는 와중에 아이는 벌써 하늘로 달음질치고 있었다.  

아이를 잡으러 간 엄마는 그 계단 끝에 펼쳐진 세상에 아연했다. 그 계단은 다시 내리막길로 이어지고 있었고 좁다란 골목길에 아기자기한 삶들이 올망졸망 매달려 있었다. 마치 숨어 있는 엄지공주 동네 같았다. 그 골목 속에 뛰어들려는 찰나 아이는 또다른 곳으로 튀었고 오직 그 아이를 잡으러 다녀야 하는 중대 책무를 잊으면 안되는 어미는 아쉬움을 씹으며 그 동네를 떠났다. 

지금도 궁금하다. 그 숨어 있던 골목길의 사연들이. 

거기 사람들은 터널 아래 사람들과는 상관없이 느리게 살았다. 어깨 높이의 담장 위를 올려다보면 채반에 무를 썰어 말리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푸른 플라스틱 화분에 줄맞춰 심어놓은 고춧대엔 고추가 빨갛게 익어 매달려 있었다.
                                                                                            -신경숙 <어디선가 나를 찾는 전화벨이 울리고> 중 

아이는 절대 전진하지 않는다. 하나하나 다 참견해야 한다. 평상에 널어놓은 빨간 고추도 기가 막히게 신기하고 골목길에서 열심히 훌라후프를 돌려대는 열 살 남짓의 언니한테도 한 몫 거들어 봐야 한다. 책을 읽듯 풍경 하나하나를 짚고 해독하려 한다. 안내자 역할을 해야 하는 나에게도 그런 풍경들은 또다르게 흘러들어 온다. 예전에는 나와는 무관한 배경으로 그저 뒷걸음질치는 차창 풍경 같았던 그것들이 이제는 하나하나 너무나 절절하게 들어와 박힌다. 그리고 그곳의 사연들이, 그곳의 삶들이 궁금해진다.  

 

그런 길들을 섬세하게 뷰파인더에 담고 넘치지 않을 만큼만 참견하고 또 거기서 얻는 소소한 이야깃거리들을 청랑하게 펼쳐 놓았다.  서울 통의동, 부암동, 청파동 만리시장길, 부산 문현동 안동네, 서울 상도동 밤골마을, 논산 황경읍 황산마을 등 이제는 사라져 가는 골목길을 온 몸으로 더듬더듬 읽어 나간 시인의 겸손하고 아늑한 얘기가 다사롭다. 읽고만 있어도 괜히 자꾸 마음에 물기가 차오른다. 

사람들이 물건을 쉽게 버리지 못하는 이유는 그 물건을 버리는 순간 자기 생의 한 부분이 휘발할 것이고 그러면 그 질량 만큼 외로워질 것이란 사실을 본능적으로 알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p.102 

나의 헛된 집착을 누군가가 이렇게나 명징하게 해석하여 합리화해 준다면 그 순간은 그 작가를 전적으로 받아들여도 무방하지 않을까. 이런 작가가 바라 본 좁고 구불구불한 골목길마다 매달려 있는 삶들은 그 자체로 각양각색의 인생의 은유 같아 묵직하다. 가벼운 책인 것 같으면서도 가슴께가 둔중해지는 까닭이다. 

시인은 익숙한 풍경을 새롭게 받아들이는 지점에 골목을 들이민다. 신산하지만 고달프지만은 않고 약간의 처절함을 안고 있지만 너그러운 이 삶들도 이 시대의 마구잡이식 개발 논리 앞에서 몸살을 앓는다. 이 골목길들은 대부분이 스러져 가는 길목에 있다. 다만 다행인 것은 그것이 최종적 귀착점이 될 지는 확신할 수 없지만 각종 공공미술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보존되는 경우가 왕왕 있다는 것이다.

통영 동피랑에는 '파고다 까페'가 있다. 어느 방문객이 마치 영화 속 '바그다드 까페' 같다고 한 칭찬을 '파고다 까페'로 해석한 귀가 어두운 구멍가게 주인 할아버지의 작명 덕택이란다. 바그다드 까페보다 이 파고다 까페에서 아이스케키 하나를 사들고 평상에 퍼질러 앉아 해가 홍시처럼 떨어지는 것을 보고 싶다. 붙잡을 수 없는 것들이 가득한 이 삶에서 그 순간 만큼은 정지되어 있을 지도 모른다는 환상을 가져보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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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10-06-23 23: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래되고 반들반들해졌지만...품위와 기품이 있는 아름다운 골동품같은 블랑카님의 글!

blanca 2010-06-24 15:27   좋아요 0 | URL
마기님, 그 골동품에 마기님의 댓글을 넣어 두겠습니다. 써놓고 보니 조금 간지럽네요^^;;

꿈꾸는섬 2010-06-24 00: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람들이 물건을 쉽게 버리지 못하는 이유는 그 물건을 버리는 순간 자기 생의 한 부분이 휘발할 것이고 그러면 그 질량 만큼 외로워질 것이란 사실을 본능적으로 알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역시 시인이에요.^^

blanca 2010-06-24 15:28   좋아요 0 | URL
그죠, 그죠. 꿈꾸는섬님 원래 시를 잘 안 읽었는데 정말 시인은 소설가보다 한 수 위라는 생각이 드는 요즘이에요. 그냥 쓴 문장 하나 하나가 다 예사롭지 않더라구요.

stillyours 2010-06-24 08: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저도 엊그제 이 책을 가만가만 쓰다듬으면서 읽었어요.
아득하고 고요한 느낌의 이 책과 블랑크님의 글이 정말 잘 어울리는군요:)

이야기와 기억을 품고 한 걸음 늦게 현재를 따라오는 길들 곳곳
사진들, 구절들, 그 느낌들이 짠-하게 남습니다.

blanca 2010-06-24 15:29   좋아요 0 | URL
moon님 찌찌뿡! 이 책을 읽으셨군요. 괜히 맘이 뭉클해지죠! 진짜 짠했어요.

무해한모리군 2010-06-24 08: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잘 읽었습니다.
혼자살다보니 저도 자꾸만 물건들에 정을 주게 되는거 같아요.

blanca 2010-06-24 15:30   좋아요 0 | URL
고고씽휘모리님에게는 따뜻한 오이지군이 있잖아요. 닉네임도 넘 이쁘고 달짝지근해요.

무해한모리군 2010-06-25 09:32   좋아요 0 | URL
여기가 내 공간이고 내집이라는 걸 확인시켜줄게 그 시시한 것들 밖에 없으니까요..
오이지군은.. 자기집이 있어요 ㅎㅎㅎ

마녀고양이 2010-06-24 09: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머, 사진이 이쁜 책이네요. 또 갖고 싶게 만드시네. 저런.

blanca 2010-06-24 15:32   좋아요 0 | URL
저 요새 또 책지름신 와서 엄청 쌓아놓고 있어요...이 책 참 좋아요. 저 딸애 어린이집 가면 이 책에 나온대로 골목길좀 가보려고 해요. 서울에 있는 곳부터.

2010-06-24 09:0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6-24 15:31   URL
비밀 댓글입니다.

전호인 2010-06-24 09: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스케키 하나를 사들고 평상에 퍼질러 앉아 해가 홍시처럼 떨어지는 것을 보고 싶다"
시적인 표현에 고개가 저절로 끄덕여집니다.
해가 홍시처럼 떨어지는 것!
저도 보고 싶은데요.

blanca 2010-06-24 15:33   좋아요 0 | URL
전호인님....아직 제대로 석양을 보지 못했어요. 아니면 봤지만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나 봐요. 꼭 그 꿈을 이루고 싶습니다. 그런데 여기가 워낙 멀어서요--;;

순오기 2010-06-24 11: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과 어우러진 블랑카님의 감성적인 글은 늘 감탄하게 만들어요.
무엇이든 버리지 못하는 제게도 합리화의 구실을 만들어주네요.^^

blanca 2010-06-24 15:33   좋아요 0 | URL
순오기님, 감사합니다. 맞아요. 저도 참 못버리겠더라구요. 특히 옷. 책. 조만간 결단을 내려서 정리좀 들어가야 할 것 같습니다.

노이에자이트 2010-06-24 16: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바그다드와 파고다의 발음...재밌는 사연입니다.

blanca 2010-06-25 15:06   좋아요 0 | URL
노자님, 그죠! 할아버지가 바그다드를 모르시니 파고다로 해석하셨나 봅니다. 그 사연이 더 멋진 것 같아요.

프레이야 2010-06-24 20: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떠한 공간에 나를 세웠을 때 느껴지는 말 못할 기시감의 정체가
블랑카님의 글로 드러나는 것 같아요. 너무 좋아요, 님의 글이.^^
위의 인용구 102쪽의 글귀는 무릎을 치게하네요.
제가 그동안 버리지 못하고 꾹꾹 눌러재워두었던 것들을 요즘 대거 버리고 있어요.
아, 어쩜 그리도 재워뒀을까요. 버려야 또 신선한 것으로 채워진다는 걸 몰랐어요.
추억을 붙들고 있기보다 그것에 신선한 공기를 불어넣어줬어야 한다는 것도요.^^
모든 건 때가 있는 것 같아요. 놓치고 나면 벌써 달아나 버리는 바람같은 것들.

blanca 2010-06-25 15:04   좋아요 0 | URL
프레이야님, 잘 버릴 수 있는 것도 잘 살 수 있는 비결인 것 같습니다. 맞아요. 어떤 물건을 버리면 그 물건에 얽힌 추억까지 날아가 버릴 것만 같은 우려. 저도 프레이야님처럼 버리지 못한 것들을 잘 정리해서 버리는 그 날을 꿈꾸고 있습니다.^^

穀雨(곡우) 2010-06-25 09: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살다보면 난데없이 아주 오래전 기억이 불쑥 떠오를때가 있습니다. 그때 뜀박질하던 골목, 다닥다닥 붙은 지붕을 밑으로 구부다보던 야산의 기억. 모든 것이 아련하게 펼쳐질기도 한답니다. 아마 세월이 너무 빨라 공간의 깊이가 마음 속에 채워지기도 전에 변화해서 그런가 봅니다. 그러니 항상 그때의 기억만 가득 추억으로 자리잡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잠시 공상에 잠겨봅니다. 감사...^^

blanca 2010-06-25 15:05   좋아요 0 | URL
곡우님, 저는 한 해 한 해가 갈수록 자꾸 예전 생각들이 불쑥불쑥 튀어나와서 아련해져요. 왜 그렇게 할머니가 옛날 저 세 살 때 얘기만 계속 했는지도 최근에 제 아이를 보면서 깨달았답니다. 이 때 바로 이 때 아니면 안되는 것들이 있다는 것을 왜 지금에서야 깨달아야 하는지, 아쉬울 따름입니다. 그 공상이 곡우님을 행복하게 한 것이었으면 좋겠습니다.

비로그인 2010-06-25 21: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내가 트윗에서 '알라딘서재'에 블랑카님 글 소개해 놓은 글 보고...
블랑카님의 글은 블랑카라는 이름처럼 아름답죠?! 그랬더니....
으악 메피님이 스트리트 파이터의 블랑카를 검색해보라잖아요~~~
나 지금 이르는 거예요!
마기는 고자질쟁이!

blanca 2010-06-25 22:06   좋아요 0 | URL
ㅋㅋㅋ 마기님 저 쓰러집니다. 개그맨 블랑까도 있잖아요. 예전에 과장님이 저닉넴보면 자꾸 그 개그 연상된다고 바꾸라고 한 적도 있어서 뭐 괜찮습니다.--;; 하지만 스트리트 파이터! 이건 한 단계 위인데요. 메피님한테 따지러 갈까요?ㅋㅋ

비로그인 2010-06-27 17: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쩌면 저 아릿한 풍경은 또 누군가에겐 고단한 삶의 일상인지도 모르겠습니다.
허나 서울에 한해서 요새 각종 재개발(과연 그게 재개발인건지..) 로 이런 풍경들이 사라지는 것도 아쉽습니다.

blanca 님 올리신 글 읽으며 빨리 실행해야겠지만 올해 안에는 꼭 카메라 들고 밖으로 나가야겠다는 다짐을 해 봅니다. 음.. 비록 내 보기 좋아도 아무데나, 상처인지도 모르고 렌즈 들이대는 짓은 하지 않으려고요.

blanca 2010-06-28 15:19   좋아요 0 | URL
바람결님~ 마지막 대목 정말 중요한 곳을 짚어주셨습니다. 이 책에도 나옵니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언젠가부터 상대의 허락없이 그 삶을 피사체로 마구 잡아버리는. 타인의 삶을 한낱 구경거리로 치부하는 습속. 이런 곳까지 잊지 않고 챙기는 님의 배려가 놀랍네요.^^ 저는 내년쯤이면 조금 자유로워져서 서울 성벽탐험도 좀 나가고 창덕궁 자유관람도 좀 해보고 그럴 꿈에 부풀어 있답니다.
 
여명 (무선)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27
시도니가브리엘 콜레트 지음, 송기정 옮김 / 문학동네 / 201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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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지금  당신의 삶에서 최악의 고비, 첫사랑의 단계를 지나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모든 존재의 가장자리가
칼날 같아서 당신의 여린 생살을 베히고 마는, 그래서 결국 피를 내고야 마는 그런 상처의 시대에도 마침표는 있다고
얘기해 주기를 바라나요? 그 황홀한 고통의 마침표를 찍는 것이 과연 좋은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버석거리는 끝은
결국 오고야 만다고 얘기해 버리고 맙니다. 

당신은 이미 결혼이라는 사회적 의례를 통과하고 희미한 열정의 끝을 가만가만 더듬고 있을 지도 모르겠습니다.
열정의 거스러미를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나요? 

이도 아니면 당신은 이 모든 애조띤 열정을 담담하게 쓰다듬을 수 있을 만큼 충분히 늙어버렸을 수도 있겠군요.
근사하게 행복한가요? 사랑이라는 것과 무관한 삶의 느낌, 그 어떤 애욕과 열정의 가능성의 심지마저 이지러져 버린
그 시점에 서는 것은 어떤 느낌일까요?  

이 책은 자신이 사랑의 '경박함'을 체화했다고 믿고 싶어하는 쉰 가까이 된 여자가 자신의 과거의 무모한 열정의
체현인 것 같은 젊은 남자 앞에서 뒷걸음질치고 그에게 맞춤한 또래의 젊은 여자에게 돌려 보내는 얘기입니다.
언뜻 들으면 통속적인 연애 소설 같나요? 하지만 이 책 속에는 삶과 어머니와 사랑에 대한 면밀하고 아름다운 통찰이
바람처럼 불어와 독자의 가슴 속에 스미게 만드는 마력이 있답니다.

제가 이 책을 읽게 된 것은 신경숙 작가 덕택입니다. 그녀가 쓰고 싶었는데 왜 하필 콜레트라는 작가가 이 책을
썼을까, 했다지요. 이 책은 이백 페이지도 되지 않을 정도로 얇습니다. 저는 솔직히 소설에 흠뻑 빠지는 타입이
아닙니다만 이 책을 읽으며 태어나 난생 처음으로 소설 앞에서 설레었답니다. 

놀라지 마세요. 이 책은 콜레트라는, 프랑스에서 국민들에게 '나의 콜레트'라고 불려질 만큼, 장례식이 국장으로 
치러질 만큼 아낌없는 사랑을 받은 여류 작가의 자전적 작품이랍니다. 어떻게 시작하는 지 아세요? 바로 주인공이자
작가의 일흔다섯 살의 어머니가 딸의 두번째 남편의 초대를, 선인장 꽃의 개화 구실로 정중하고 귀염성 있게 거절하는
편지로 시작한답니다. 이 편지는 실제로 작가의 어머니가 사위에게 보낸 편지를 조금 개작한 것이랍니다. 그녀의 
어머니는 시작의 시작을 붙잡기 위해 늙어갈수록 더 일찍 일어나게 됩니다. 또한 그녀의 어머니는 이 작품 전체에서
그녀에게 나이들어가는 것은 스스로 부유해지지 않고는, 즉 재난도 상처도 다 그러모아 차곡차곡 쌓아가지 않고는
그리고 가끔씩 뒷걸음질쳐 그것을 완상하지 않고는 불가능함을 가르쳐 줍니다. 그녀가 젊은 남자에게서 뒷걸음질치고
만 것도 결국은 죽은 어머니가 사랑이 지나가며 그린 그 언제나 꼭 같지 않은 아라베스크 문양이 주는 애조띤 아름다움의
허무함을 상징했기 때문이 아닐런지요. 

사랑을 아는 자만이 사랑을 밀어낼 수도 있답니다. 거짓된 몸짓일지라도 우리는 그 사랑의 결 속에 일상이 스미면
그 황홀함이 어떻게 경박스러움과 무미건조함으로 변질되는 지 화석처럼 굳어버린 추억의 상흔만으로 유추해 낼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나이가 들어 행복해질 수 있다고 외쳐대는 그녀가 사랑을 거부만 한 것일까요?

여자들은 행복한 사랑을 해본 횟수만큼 많은 고향을 가지며, 사랑의 고통이 치유되는 하늘 아래서 매번 새로 태어난다.
-p.19 

행복한 사랑에서 우리는 명징한 존재의 순간을 체험합니다. 살아있다는 것이 그렇게나 절절하고 생생하게 느껴지는
순간이 또 있을까요? 

행복한 사랑이 참혹한 결말로 종지부를 찍고 가슴 속 저 밑에서부터 수많은 유리조각들이 차 올라 나의 온 몸 속에 생채기를
그어대는 그 순간에도 우리는 역설적으로 살아 있음을 고통스럽게 느낍니다. 

그러나 그 사랑이 지나가고 난 자리, 꾸덕꾸덕하게 상처가 말라갈 무렵, 우리는 또 돌연 행복해집니다. 
이제 그 이유를 알겠습니다. 새로 태어나기 때문입니다. 사랑은 수많은 생명을 낳는 경계선일런지도 모릅니다.
우리는 산고로 사랑의 완성을 낳는 것이 아니라 미완의 사랑이 남기는 가르침을 낳습니다. 

그것은 사랑하지 않아도 행복할 수 있지만 그럼에도 사랑하는 것만이 더 깊이 많이 존재할 수 있다는
깨달음이 아닐까요? 

당신에게 이 책을 강권합니다. 꼭 새벽에 읽으시길 바랍니다. 그녀가 진부하다고 외쳤던 사랑과 모성애가
가장 덜 진부한 생의 현현임을 절절히 느낄 수 있도록. 

창백한 푸른빛이 방에 들어오는 그 순간, 이 책을 읽으며 마음껏 슬프고 행복해지기를 바랍니다.
마지막으로 어머니를 잃고 눈물을 흘리며 이 책을 번역한 역자의 노고가 얼마나 아름답게 빛나는 지도
아울러 기억해 주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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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10-06-20 17: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새 문학동네에서 왜 그리 탐나는 책이 많이 나오는지 모르겠어요. 저도 이 책 읽으면 이런 멋진 리뷰가 줄줄 나오려나요? ㅎㅎ
안 그래도 터져나가는 장바구니지만 한권 더 쏘옥 넣었습니다~

blanca 2010-06-20 22:05   좋아요 0 | URL
Manci님 안그래도 일본기행 잘 보고 있습니다. 저도 다담주 쯤 아마도^^;;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탐나는 책이 너무 많아요. 장바구니는 터지라고 있는 거잖아요^^;;

노이에자이트 2010-06-20 17: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리나라에서 콜레트가 알려진 것은 영화 '지지'덕이지요.80년대에 그녀 작품 몇개가 한권으로 묶인 번역본이 주우출판사에서 나온 적이 있습니다.신경숙 씨도...오...그렇군요.

blanca 2010-06-20 22:06   좋아요 0 | URL
노자님은 모르시는 게 없군요. 진짜. 안그래도 다른 책 읽어 보려 했는데 절판이랍니다.-..- 영어라면 우짜든동 시도라도 해보겠는데 불어 원서는 흑흑.... 영화 지지라구요? 한 번 찾아봐야겠군요.

프레이야 2010-06-20 19: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블랑카님의 매력적인 리뷰에 저도 장바구니행입니다.
보관함이 미어터지는데..ㅎㅎ
권유대로 새벽 창백한 푸른빛이 미끄러져 들어오는 순간에 꼭 읽어야겠네요.

blanca 2010-06-20 22:07   좋아요 0 | URL
프레이야님....정말 번역도 너무 공들여 한 티가 나고 소설이라기보다는 하나의 자기고백서처럼 읽히더라구요. 삶은 전연 다르지만 거의 문체는 최명희 수준이 아닌가, 하고 생각해 봤습니다. 근래들어 이렇게 놀라며 읽은 외국 소설은 정말 처음인 것 같아요.

비로그인 2010-06-20 21: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멍~~
입을 다물 수가 없어!
아~~~~

blanca 2010-06-20 22:08   좋아요 0 | URL
마기님! ㅋㅋㅋ 그저 감탄사로도 커뮤니케이션이 되네요.^^;;

마녀고양이 2010-06-21 09: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오,,, 장바구니에 넣어야게따.
그런데 어찌하면 블랑카님처럼 아름다운 리뷰를 쓸 수 있을까? 항상 생각합니다~ ^^

얼마 전 결혼한 사람들끼라 한 이야기,, 이제 남자 사냥 안 해도 되니 넘 편해.. ㅋㄷ

blanca 2010-06-21 12:30   좋아요 0 | URL
남자 사냥ㅋㅋㅋ 생각해 보니 그렇네요. 소개팅 해달라고 조르지 않아도 되고 감정싸움 안해도 되고...벌써 주변에도 미스가 없어지네요...대신 화제가 너무 한정되서 아쉬워요. 좋아하는 사람에 대한 얘기 듣는 것은 언제나 재미있는데...다 가족 얘기만 하게 되요. 여기서 마녀고양이님랑 노는 게 참 좋아요.

穀雨(곡우) 2010-06-21 09: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새벽잠이 많는 저에게는 무리군요...^^
블랑카님의 글은 금요일 밤마다 늦은 시각 방영하는 오늘의 영화같은 느낌입니다. 읽고 있다보면
"음...시간이 없더라도 이 책은 꼭 쟁여서 봐야겠군...근데 이 사람의 언어는 도대체 어디서
나오는 거지. 글에 무슨 유혹의 덫이라도 있는게야. 그렇지 않고서야 어찌.....(아무래도 이건 음모야 음모...^^)"
추천과 아울러 살포시 장바구니로...ㅋㅋ

blanca 2010-06-21 12:30   좋아요 0 | URL
곡우님, 댓글을 자꾸 다시 읽게 되네요....그저 고맙고 황송한 찬사입니다.^^;;

강래희 2010-06-21 19: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ㅎㅎ 감탄~~^^
저 책 지난주에 12권 들였는데요,, ㅡㅡ
지금 적잔데 ..ㅡㅡ
그래도 저도 장바구니에 살짝 넣어볼까요?? 오오오

blanca 2010-06-21 21:44   좋아요 0 | URL
arcia님 분명히 좋아하실 거예요. 신경숙 작가의 감성과 통하는 지점에 있는 책입니다. 대문사진 보니 미인이시네요^^

후애(厚愛) 2010-06-22 06: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당장 보고싶지만 다음에 기회가 오면 꼭 봐야겠어요.^^

blanca 2010-06-22 21:05   좋아요 0 | URL
후애님, 한국에 오시면 제가 선물로 드릴 기회가 있었으면 좋겠네요..

2010-06-23 14:2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6-23 15:28   URL
비밀 댓글입니다.

순오기 2010-06-23 19: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꼼꼼하게 두 번 읽었어요.
블랑카님은 글은 매력적이고 유혹적이에요.^^

blanca 2010-06-23 22:32   좋아요 0 | URL
두 번 읽으셨다니 긴장됩니다.^^;;

꿈꾸는섬 2010-06-24 00: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정말 읽고 싶게 만드는 리뷰네요. 저도 담아가요.^^

blanca 2010-06-25 20:34   좋아요 0 | URL
꿈꾸는섬님 이 댓글을 지금 봤네요. 책 분량도 얇아서 부담도 없답니다.^^ 전체가 시 같은 소설 이에요. 읽기에도 좋고...추천합니다.

자하(紫霞) 2010-06-25 18: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여자들은 행복한 사랑을 해본 횟수만큼 많은 고향을 가지며, 사랑의 고통이 치유되는 하늘 아래서 매번 새로 태어난다.
사랑은 철학만큼 어려운 것 같아요~
멋진 리뷰이십니다!!^^

blanca 2010-06-25 20:35   좋아요 0 | URL
베리베리님, 퍼스나콘이 너무 사랑스럽네요. 세상에서 젤 어려운 게 사랑인 것 같아요. 가장 아름다운 것도요. 늙어도 죽음을 앞두고도 결국은 사랑한다,는 말이 남는 것 같아요.

2010-08-15 08:0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8-15 09:26   URL
비밀 댓글입니다.

stillyours 2011-03-03 11: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엊그제 <아이엠러브>를 보고는 이 책이 생각나 바로 집어들었어요. 아, 이 근사한 책- 역자의 정성에도 감탄했답니다. 검색해보니 발자크 책도 번역하셨길래, 이제 그 책을 읽으려고요. 오래오래, 깊은 여운으로 남을 것 같아요. 급히 페이퍼를 쓰고 블랑카님 리뷰를 읽으니 두근대던 마음이 차분해지고 참 좋습니다. 언제나 좋은 리뷰, 감사히 읽고 있어요 :)

blanca 2011-03-03 21:02   좋아요 0 | URL
moon님! 이 책 읽으셨군요. 정말 역자후기가 참 감동적이더라구요. 진정성 있는 자기 고백은 언제나 공감을 얻는 것 같아요. 발자크 책 어느 출판사 것을 번역하셨을까요? 민음사 것 저도 읽었는데 번역자가 누구인지 확인도 못했네요. 읽어 주시니 고마울 따름이지요.

stillyours 2011-03-04 08:14   좋아요 0 | URL
문학동네 책이었어요 :) <루이 랑베르>
역자를 따라 다른 책을 읽게 되는 것도 참 신나는 일입니다!

blanca 2011-03-04 23:31   좋아요 0 | URL
아, 찾아 봐야겠군요! 발자크를 좋아하는데 게다가 번역자까지! 감사합니다.
 

지배층이 피지배층의 신뢰를 받는 방법은 간단하다. 노를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하는 것이다. 로마의 파비우스 가문처럼 어린 후계자만을 남기고 모두 목숨을 바치는 가문을 어찌 백성이 존경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그러나 조선의 사대부는 자기희생은 커녕 군역을 합법적으로 면제받았다. 지배층이 군대에 가지 않는 나라의 피지배층이 전쟁 때 종군할 이유가 없음은 물론이다. -이덕일 <조선왕을 말하다> 중

 

 

역사라는 큰 강에 개개의 삶은 낱낱이 표류하는 것처럼 느껴져도 결국 하나의 흐름이 되어 과거로 수렴된다. 흐르는 물은 과거와 현재, 미래의 경계를 무색하게 한다. 역사학이 과거학이자 현재학, 미래학인 이유다. 우리가 들이마시고 내뱉는 공기, 무심코 던지는 말들, 마주치는 시선들은 우리가 과거라고 호명하는 것들의 복기일런지도 모른다. 우리가 미래라고 꿈꾸는 것들의 예시일런지도 모른다. 

<조선왕을 말하다>의 저자 이덕일은 보기드문 필력을 지닌 역사학자다. 그는 잠자고 있는 텍스트들을 일으켜 깨워 독자들에게 그 시대, 그 현장 속에 들어가 있는 듯한 환각을 선물한다. 개별적으로 그 시대의 아이콘격인 인물들을 탐구한 책들은 문학적 서사와 인물에 대한 심오한 탐구, 애정이 버무려져 가슴께를 둔중하게 두드린다. 이 책은 조선시대 태종, 세조, 연산군, 광해군,선조, 인조, 성종, 영조를 당파적 시선과 성리학적 관점을 걷어내고 섬세하고 예리하게 들여다보고 그들의 행적을 역사적 관점에서 해석한 일종의 평설이다. 그의 책들을 이미 많이 접했다면 중복되는 면면이 있어 아쉬움이 남을 수도 있지만 그렇지 않다면 오히려 그와 대면하는 초입으로 적절할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악역을 자처한  태종과 세조가 쿠데타의 공신 제거의 딜레마에서 어떻게 양극단의 길을 가게 되었는지를 조명한 대목이 인상적이었다. 태종은 편법의 수단을 천명의 실현 도구로 녹여 내고 왕권 강화를 꾀함으로써 세종을 낳았고, 세조는 기본 헌정 질서를 깡그리 파괴하고 공신들을 법 위에 잠자게 함으로써 결과적으로 후계자인 예종의 의문사를 초래하고 말았다.

쫓겨난 군주들인 광해군과 연산군에 대한 왜곡된 평가에 대해서도 그 자료의 편파성을 지적하고 새로운 시각에서 그들을 재조명하고 있다. 광해군이 실리주의 외교정책을 펼친 부분과 연산군의 황음무도한 난행들에 대한 과장 왜곡된 기록은 짚고 넘어가야 할 필요가 있다.  

전란을 겪은 선조와 인조는 역사가 외부적 변수에 영향을 받기도 하지만 정치적 리더가 편협한 가치관에 빠져 그 난국을 타개하지 못하고 어떻게 진보의 흐름을 역류시킬 수 있는지에 대한 하나의 반면교사 같다. 명분 때문에 현실을 외면한 정권이 끝내 삼전도의 굴욕을 맛보아야 했던 그 비극적 대목은 김훈의 <남한산성>에서 건조하고 생생하게 그려져 있다. 이 두 졸렬한 군주의 공통점은 열등감과 시기심으로 사람을 잃었다는 데에 있다. 전란을 극복하는 데에 일등공신이었던 이순신과 유성룡을 내친 선조와 근대화의 물결을 수혈받고 실리외교론까지 체화하고 온 준비된 후계자인 소현세자를 죽음에 이르게 한 인조. 결국 외세에 의하여 강제로 서양문물을 향해 개방해야 했던 미래는 이 시점에서 예고된 것이나 다름없었다.

 

 

 

 

 

 

 

격렬한 투쟁 끝에 정권을 장악하면 반대 당파의 재기를 막기 위한 정치 보복 유혹에 빠진다. 그러나 대부분의 경우 정치 보복은 권력 강화가 아니라 권력 약화의 길이었다. 진정한 권력 강화는 반대 당파의 탄압이 아니라 반대 당파의 인정을 통해 이룩되기 때문이다. -이덕일 <조선왕을 말하다> 중

현재에도 여전히 유효한 전언이다. 조선 후기 당파싸움의 길목의 가장 큰 희생자는 아마도 뒤주에 갇혀 죽고 만 사도세자일 것이다. 영정조 시대를 흔히 조선 문예 부흥기로 꼽지만 정작 한중록에 의하여 패악무도한 정신병자로 묘사된 사도세자의 비극적 최후에 대한 엄밀한 조망은 결여되어 있다. 영조가 평생 시달렸던 경종 독살설의 배후로서의 지목과 비천한 신분의 어머니에 대한 콤플렉스는 태생적으로 그의 정권을 떠받치고 있었던 노론과 독자적 노선을 걷는 것을 방해했다. 사도세자가 이런 당파싸움에서 주도적 노선을 걷기 시작하며 미움을 받았다는 대목은 잘 알려져 있지 않다. 여전히 이 대목은 논란이 되고 있고 왕위를 계승한 정조와도 연결된 지점이라 최근 <정조어찰첩>이 공개되었을 때 또 한바탕 학계와 언론계에서 갑론을박이 있었다. 

 

 

 

 

 

 

 

현재의 권력으로 과거까지 소유하고 싶은 욕망을 느낀다는 인간. 그러나 이 시도는 단 한 번도 성공한 적이 없다고 저자는 단언한다. 이미 흘러가버린 과거는 인간의 영역이 아니라 신의 영역이자 역사의 영역이기 때문에. 그러나 인간이기 때문에 이 영역을 끊임없이 침범하고자 하는 저 후안무치한 시도들이 결국은 진실의 장에서 무용한 것으로 판가름 나기를 바라 본다.역사 읽기는 그래서 언제나 현재에서 여전히 진실을 채굴해 내는 하나의 은유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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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의집 2010-06-17 17: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글을 읽으니 갑자기 역사라는 게 가진자의 권력 다툼의 기록이구나 싶네요.^^

blanca 2010-06-18 10:36   좋아요 0 | URL
예. 기억의 집님. 사람들이 다 시간 앞에서 무력하지만 힘없는 자들은 문자로도 남을 수 없다는 게 참 씁쓸하네요.

2010-06-17 18:3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6-18 10:37   URL
비밀 댓글입니다.

비로그인 2010-06-17 22: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런 생각을 해 봅니다. 우리는, 나는

잘못된 것, 잘한 것, 그리고 그 사이에서 뭔가 배울만한 것을 제대로 얻지 못한 것이 아닌가 합니다.

그런 근대를 지나야 했다는 것이 서글퍼집니다. 해야 할것과 하지 말아야 할 것 그것의 경계도 명확치 못한 아픔도요.

blanca 2010-06-18 10:38   좋아요 0 | URL
바람결님...현재에서 과거까지 마구 수정하고 재단하고 왜곡되게 해석해서 이용하니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시간들도 미래에 결국 그렇게 쓰일까 두렵습니다.

마녀고양이 2010-06-18 09: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리 역사 이야기 참 잼나지요? 이덕일 씨의 <사도세자의 고백>을 가지고 있는데, 아직 못 읽었다눈.. ㅡㅡ;;

얼마 전에 <조선을 뒤흔든 16인의 왕후들>을 읽었는데, 맘이 참 징하더군요. 우리 역사의 정치 싸움을 읽다보면 가슴 아플 때가 한두번이 아닙니다. 우리 후세 사람들이 우리의 이야기를 읽으면 그렇겠죠? 노무현 대통령, 김대중 대통령을 바라보면서 말입니다.

blanca 2010-06-18 10:40   좋아요 0 | URL
마녀고양이님! <사도세자의 고백> 진짜 강추예요. 이덕일씨의 시각도 중립적이라고는 못하겠지만 진짜 마지막 장면은 소설보다 더 슬프답니다.-..- <조선을 뒤흔든~> 재미있을 것 같아요. 역사가 제대로 평가해 주기를 바라 봅니다.

순오기 2010-06-18 21: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역사는 승자의 기록일지 몰라도, 작가는 패자와 백성의 역사를 기록하지요.
사도세자의 고백, 저도 강추합니다.
어제까지 '최숙빈' 읽었어요~ 동이를 한번도 안 봐서, 리뷰를 쓰려면 한번은 보고 싶은데 언제 하는지...
남한산성, 소현, 최숙빈~~~~시리즈 도서 같아요.

blanca 2010-06-19 13:40   좋아요 0 | URL
순오기님. 맞아요. 조정래샘 책 읽고 소설가가 역사 속에서 패자들의 역사를 다시 쓰는구나 싶어 감동받았던 기억이 납니다. 사도세자의 고백은 거의 소설 만큼 감동적이었던 것 같아요. 마지막에 영조가 정조한테 왕위 승계 하는 장면은 정말 눈물 나더라구요. 소현세자는 오늘 서점가서 봤는데 생각보다 얇아서 놀랐어요. 요새는 왜이리 얇은 책이 좋은지요 ㅋㅋㅋ 동이는 저도 생각보다 드라마를 안보게 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