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란 무엇인가
마이클 샌델 지음, 이창신 옮김 / 김영사 / 2010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에서 일하다 백혈병으로 숨진 박지연 씨의 어머니는 삼성에서 합의금을 받는 조건으로 산재 소송 포기 압력을 받았다고 한다. 치료비로 큰 빚을 진 그는 소송을 포기하지만 뒤늦게 후회했다고 한다. 아이의 죽음을 땅에 묻고 진실을 숨기려는 그들에게 이용당했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한겨레21 819호 참조> 

인간은 자유를 누릴 자격이 있으니, 물건 취급 받아서는 안 되며, 존엄성을 가진 존재로 존중받아야 한다.
-p.139  

인간의 존엄에 관한 응시가 특별한 것처럼 보이는 시대에 살고 있다. 물질적 풍요와 사회적 성취가 개인의 미덕을 실증하는 것 같은 환각에 너도나도 취해 살고 있다. 어쩌면 우리가 중시하는 가치를 분배하는 기준에 대하여 묻는 것은 지극히 도발적이고 원론적인 문제로 회귀하는 일인지도 모른다. 존재하는 방식이 곧 그래야만 하는 방식으로 오도되는 사회 속에서 우리는 숨이 막힐 때마다 나의 노력이 부족하지 않았나를 돌아보아야 함을 강요받고 있다.  

하버드 대학의 극장식 강의실에서 천여 명의 학생들 앞에서 바지 주머니에 손을 찌른 채 정의란 무엇인가를 묻는 그도 사실은 이 사회에서는 혜택받은 소수에 해당된다. 수많은 사람들이 이례적으로 이 책을 집어들게 된 것은 사실 정의가 무엇인가가 진심으로 궁금해서라기보다는 하버드 대학의 뜨르르한 강의를 나도 간접적으로 경험할 수 있다는 하나의 허영 때문일런지도 모른다. 솔직히 나도 그랬다. 그리고 내용이 명성보다 빈약할 거라 지레 짐작했다. 정의란 무엇인가로 가는 길은 칸트식으로 말하면 전혀 주체적이지 않은 욕망에 반응하는 행위였다.

아리스토텔레스, 벤담, 존 스튜어트 밀, 칸트, 존 롤스에 이르기까지 이름만 들어도 버석거리고 하품부터 나오는 인물들의 사상에서 정의에 관련된 핵심만을 추출하여 착착 들러붙게 설명해 주는 그의 입담은 명불허전이다. 고등학생 때 이런 책을 접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을 정도다. 깊이 그 자체를 놓고 본다면 이론이 있을 테지만 이 책이 강의에 기반했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상당히 만족스럽다.  

그가 말하고자 하는 요체는 정의란 무엇인가라는 질문 그 자체라기보다는 그 질문을 던질 때 짚고 넘어가는 대목들에 대한 이정표다. 특히 개인의 절대적 자유와 정부의 윤리적 가치적 중립을 지지하는 현대 사회에서 공동체 안에서의 개인의 정체성과 잘 산다는 것에 대한 열린 토론에 대한 주목은 당연한 것 같으면서도 흘려보낸 것들을 뒤늦게 챙겨 보려는 시도처럼 느껴진다. 요컨대 그는 정의에 대하여 고민하는 것을 좋은 삶에 대한 논의를 간과하고는 거의 불가능하고 바람직하지 않다고 역설한다. 이 책은 좋은 삶에 대한 논의에서 출발하여 그것에서 끝마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공리주의 그것의 허점

최대다수의 최대행복을 지향하는 공리주의의 약점은 알려진 바와 같다. 개인의 권리를 존중하지 않고 행복을 계량화했다는 점이다.  이 공리주의를 주창한 벤담의 죽음과 관련한 에피소드가 흥미롭다. 교수가 강의 시간에 우스갯 소리를 해서 조는 학생들을 깨워주려는 시도처럼 마이클 센델의 얘기는 독자들을 유머로 오히려 바짝 조인다. 벤담은 자신의 시신을 방부 처리하여 보존 전시하라고 유언했다. 그래서 현재 유니버시티 칼리지 런던에 가면 그의 사색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고 한다. 1980년 국제벤담학회 창설 모임에서는 이 방부 시신이 참석했다. 엽기적인 대목은 그의 두 발 사이에 놓여 있었던 진짜 머리를 학생들이 훔쳐 가 자신들의 요구 관철을 위해 이용했다는 점이다.  

 

인간 간에 사고 팔 수 있는 것들에 대하여 

다음으로 등장하는 자유지상주의는 사실 오늘날까지도 진행중이다. 이는 최소국가론을 지지하고 자유시장을 떠받든다. 공리주의와 자유지상주의는 둘다 자유시장의 홍위병들로 이용된다. 여기에서는 주목해야 할 사례가 제시된다. 미국의 군대가 경제적 교육적 혜택을 받기 위한 하류층 젊은이들로 채워진다는 대목이다. 시장을 이용하여 군 복무를 할당하게 되면 정책 입안자들의 자녀가 연결될 확률은 극히 미미해지고 점점 전쟁을 더 쉽게 일으키고 인명살상을 더 하찮은 것으로 간주하게 된다는 것이다. 다수의 시민과 그들 이름으로 싸우게 되는 군인 사이의 연결 고리가 끊어지는 지점에서는 평화 대신 호전적 기운이 스멀스멀 기어나오게 되는 경향이 있다. 예리한 지적이다. 자유로운 계약 관계에 의하여 돈이 오고 가는 관계가 그 자체로 정의로울 수는 없다는 방증 같다. 초입에 거론했던 삼성의 행태도 이와 연관지어 생각해 볼 수 있다. 돈이 오고 가고 박씨의 죽음이 산업재해가 아닌 것으로 묻힌다는 가정은 그녀를 위시한 투병중인 나머지 직원들의 인간적 존엄성에 대한 거대기업의 대우가 정의롭지 못하고 부당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게 한다.    

 

칸트가 말하는 진정한 자유란

자, 이제 우리는 주민들이 그가 산책나오는 모습을 보고 시계를 맞췄다는 그 유명한 에피소드를 가진 칸트로 돌아가 볼 차례다. 그의 인간 존엄에 대한 통찰은 가슴벅차다. 칸트가 인간이 그 자체로 숭고하고 존중받을 귀중한 존재임을 역설한 대목도 보편적 인권 개념의 태동을 알리는 장중한 서막이지만 그보다 자유롭게 행동한다는 것을 재정의한 부분은 꼭 유념해서 들어 둘 필요가 있다. 그가 얘기한 자유로운 인간은 천성이나 사회적 관습에 따라서가 아니라 내가 나에게 부여한 법칙에 따라 행동하는 인간이다. 욕구에 반응하여 행동하는 것은 이런 의미에서 전혀 자유롭지 않다. 내가 오늘부터 믹스커피를 끊기로 했다면 그것을 안마시는 것이 진정한 자유를 만끽하는 것이지 욕구에 반응하여 벌써 두 잔째를 들이키고 있다면 지극히 타율적인 인간이란 얘기다.(내얘기다) 동정심에서 나온 선행도 그의 눈으로 보면 불순하다. 어떤 목적을 지향하는 수단으로서의 행동과 다른 인간에 대한 특별한 애착, 공감에서 나오는 행동들도 칸트의 눈살을 찌푸리게 할 것이다. 그는 특정하다,는 어휘를 경멸한다. 엄격한 도덕주의자가 지향하는 절대 보편의 세계는 불가능하고 이상적일 것 같으면서도 지극히 매혹적이다.   

 

노력하면 다 된다고?

 이제 존 롤스가 나온다. 평등한 출발선 그 자체마저도 불신하는 그는 재능있는 사람도 기실은 그것이 도덕적 우연에 불과하다고 역설한다. 노력을 한다고? 그 노력할 수 있는 것도 능력이다. 최선을 다했으니 그것을 받아도 온당하는 말은 그에게 넌센스다. 저자는 한 몫 더 거든다. 성공을 우리 노력의 결실로 여길수록 뒤처진 사람들에 대한 책임감은 줄어든다,는 그의 지적. 우리가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이다. 현사회에서 능력위주 시스템이 가지는 맹점에 대하여 직시하게 만드는 그의 지적은 결국 인간의 존엄 그 자체에 대한 응시로 귀환한다. 그러니 칸트와 롤스는 만난다.   

 

자유로운 개인을 붙잡는 지점 

이제 결국 마이클이 강의실에서 천 명을 불러모은 위력을 실감해야 하는 대단원이 오른다. 다 좋다. 개인의 자유를 지지하고 인간의 존엄을 응시하고 그런데 이게 과연 공동체의 선과 어떻게 연결된단 말인가? 상충하는 대목 아닌가? 공동체 속에서 인간의 자유를 어떻게 누리게 해 줄 생각인가 우리는 궁금해진다. 답변은 몽환적이기도 하고 낭만적이기도 하고 물렁거리기도 한다. 

그는 알래스데어 매킨타이어의 입을 빌려 이야기하는 존재로서의 우리가 서사의 탐색으로서 살아가는 삶에 대하여 이야기한다. 나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은 그 전에 나는 어떤 이야기의 일부인가에 먼저 답변해야 가능하다고 한다. 도덕적 고민은 내 의지를 드러내는 것이라기 보다는 내 삶의 이야기를 해석하는 것에 가깝다는 통찰은 역사 속 공통체의 일원으로서의 현재의 후손들이 과거의 잘못을 배상하고 사죄해야 하는 근거가 되어 준다. 연결된 지점에서 우리는 스스로를 돌아보게 된다. 개인의 절대적 자유만을 주창하다 보면 우리는 왜 일본이 과거사에 대하여 우리에게 사과하고 배상해야 하는지에 대한 논거를 찾아 낼 수가 없다. 그것은 그들이 그들이기 위하여 우리가 우리가 되기 위하여 반드시 필요한 통과의례다.   

 

좋은 삶 그 막연하고 아리송한...그러나 의미있는...

우리가 존경하는 것은 자신의 삶을 더 큰 삶의 일부로 이해하고 감당하는 기질이다.<중략> 인격을 갖춘다는 것은 여러 부담을 인식하며 사는 것이다.
-p.330 

결국 마지막은 다시 처음과 맞물린다. 우리는 좋은 삶에 대하여 진지하게 공론화해야 한다. 그 좋은 삶은 개인적인 것이 아니라 더 큰 삶의 일부로서이다. 모호하고 두루뭉술한 결론일 수 있다. 그러니 이 책은 다시 물음표를 찍으며 마친다. 수많은 질문들을 촉발하는 불온하고 혼란스러운 책으로서 이 책을 권할 수밖에 없다. 딛고 선 땅이 흔들리고 삶의 좌표가 요동치는 경험은 그 자체로 특별한 것일테니. 질문할 수 있다는 것은 현재의 틀을 부수고 더 넓은 지평으로 나아갈 수 있는 하나의 가능성의 점화일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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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바이 2010-07-21 19: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즘 한창 회자되는 책이라서 관심이 있었지만, 근거없는 편견때문에 미뤄두었던 책입니다.
정의란 무엇인가? 라는 물음에 명확한 답을 기대하는 저로서는, 좋은 삶을 먼저 짚어야 한다는 말이 김빠진 맥주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그렇지만 매우 현실적인 답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렇다면 좋은 삶이 어떤 것이냐?라는 물음으로 돌아오는데, 아마 개인의 문제가 공동체 안에서 고민되고 해결될 수 있는 여지가 있는 삶이 아닌가 싶습니다.
마르크스의 <정치경제학의 비판> 서문에 쓰인 "인간은 언제나 해결할 수 있는 과제만을 스스로 부과한다..."라는 말이 그러하듯이, 좋은 삶이라는 질문을 던진다는 것은 뭔가 현안을 해결할 수 있다는 말처럼 들리기도 합니다.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blanca 2010-07-21 21:39   좋아요 0 | URL
굿바이님 저도 내용 완전 빈약할 거라 단정짓고 원래 안읽으려고 했는데 하도 난리들이라 궁금해서 읽어 봤답니다.^^ 그런데 의외로 일단 재미있고 정치철학사를 일목요연하게 정리해서 쏙쏙 들어오게 해주더라구요. 그리고 아무래도 사례를 아주 적절하고 재미있게 들어주니 딱 강의실에 앉아 있는 느낌이더라구요. 결론은 질문을 던지다 김빠지는 부분도 없지 않아요. 저는 이 쪽 책을 많이 안읽어서 그런지 부담 안가지고 생각 안해 봤던 문제들을 한번 되돌아 보는 기회가 되어 좋더라구요.

herenow 2010-07-22 02: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정말 책을 다시 집어들도록 자극하는 서평인데요.
도입부분 완전 공감했습니다.
평소엔 대충 넘어가는 것들에 대해 의미를 되짚어보게 하는 책이죠.
좋은 글 감사합니다. ^ ^*

blanca 2010-07-22 21:13   좋아요 0 | URL
herenow님, 아, 네임이 너무 좋네요. 사진도. 반갑습니다. 소문 난 잔치 먹을 것 없다,는 속담이 무색해질 정도로 저한테는 참 괜찮게 느껴지더라구요. 아무 생각없이 지나가는 것들에 대하여 다시 한 번 짚고 넘어갈 수 있어 참 좋았습니다. 대학생 때 이런 강의를 들을 수 있었다면 참 좋았을 것 같아요.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고향을 감미롭게 생각하는 사람은 아직 허약한 미숙아이다.
모든 곳을 고향이라고 느끼는 사람은 이미 상당한 힘을 갖춘 사람이다.
그러나 전 세계를 타향이라고 느끼는 사람이야말로 완벽한 인간이다.
-에드워드 사이드 <오리엔탈리즘>중  

여러 가지 사정으로 자원하긴 했었지만 막상 '이천'이라는 도시로 직장 발령이 나자 문득 아연해졌었다. 스물 아홉의 길목에 들어서고 있었다. 두렵고 답답하고 돌아나오고 싶었다. 버스를 타고 이천 집으로 퇴근하며 나는 길을 잃어버렸다. 가슴은 두망망이질치고 버스는 종점으로 종점으로 저무는 해와 언제까지나 어디에나 가버릴 듯 털털거리고 또 털털거리며 가고 있었다. 

이윽고 종점. 승객은 나혼자. 울어버리고 싶었다. 스물 아홉의 여자가 집에 못 가 울어버리면 기사는 집에 데려다 줄 것인가. 나의 집 주소를 읊었다. 바보처럼. 기사는 걱정스레이 나를 시내까지 데려다 주고 거기에서 집에 가는 방법을 신신당부했다.  

타박 타박. 그게 시작이었다. 그리고 이 년. 나는 그 시간들을 잊지 못한다. 그리고 내가 이천에 있었는데, 이천이 어쩌고 저쩌고, 하면서 거들먹거리기까지 하며 마치 그곳이 나의 고향이었던 듯 되뇌인다. 

나는 고향을 감미롭게 생각하는 종족이었다. 연고도 없는 타향에서 이 년을 묵으며 이방인으로 산다는 것에 대하여 그리고 자연스레이 그 타향에 녹아 들어가는 과정에 대해 조금은 고민했었다고 한다면 가소롭게 들릴 지도 모르겠다. 이방인으로 출발하는 것은 언제나 두렵다. 그러나 그곳이 고향이 될 수도 있겠다,고 자만하게 되는 그 허수룩한 몽상으로 발을 들여놓게 되는 시점 나는 새로운 곳에 낯선 이로 섞여 들어가 하나의 삶을 튼다는 것이 가지는 매혹에 매료되게 된다. 

 

하물며 마흔이 넘은 동양 여자가 스웨덴의 웁살라라는 중세의 흔적이 떠도는 도시에 역사학 석사 과정에 들어가 보스니아헤르체코비나, 터키, 미국, 스웨덴에서 온 나어린 이방인들과 투닥거리고 어울리고 이해하고 오해하고 눈물흘리는 얘기는 얼마나 드라마틱하고 얼마나 다이나믹할 것인가. 

이 책은 스웨덴 그 자체에 대한 감상과 이해도 뭉근하지만, 다양한 나라에서 온 다양한 가치관을 지닌 젊은이들이 서로의 시선을 맞추고 때로는 가치관을 조율하기도 하고 때로는 싸우기도 하면서 공감의 자장 안으로 들어가는 과정이 인상깊고 흥미롭게 그려져 있다. 이방인과 이방인이 각자 자신의 민족과 국경의 그 허구적이고 공고한 철책을 들어 깨고 교감하는 과정은 지나치게 극적으로 과장되어 있지도 않고 지나치게 건조하지도 않게 딱 그 만큼 적절한 수준의 감정의 파고를 유지하며 나아가고 있다. 무조건 친해지고 무조건 이해하고 위아더 월드를 외치는 소설적 허구 대신 인간 관계에서 흔히 발생하는 상대의 기대치의 어긋남 뒤에 한시적인 화해, 때로는 끝까지 어긋나 평행선을 긋는 관계 등으로 담담함을 끝까지 간직한 그녀의 관계들은 되레 '너를 알고 있다',가 아닌 '내가 누구인가?'를 묻는 진지함으로 확장되고 있다. 

대한민국에서는 유독 강조되는 여자로서의 정체성이 스웨덴에서 만나는 수많은 프레이야의 딸들의 아름답고 당당하고 오히려 성적 정체성에서 자유로운 모습으로 전환적 계기를 맞는다. 한국인이자 동양인으로서의 정체성을 재확립하게 되는 과정에서 그녀는 평등을 자유와 같이 가지고 가기 위해 가진 것들을 기꺼이 양보할 줄 아는 그들의 간소함과 품위에 매료된다. 극빈자도 최상의 부자도 없는 사회 시스템은 그들을 사회민주주의의 정체성으로 자본과 노동의 화해를 주선하게 되는 것이다. 극도의 개인주의적인 문화일 것 같은 그곳이 기실은 가장 타자들을 의식하고 배려한 체제라는 것은 역설 같으면서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내가 행복하기 위해서는 타인의 기본적인 안녕이 담보되어야 하는 것이다.  누군가를, 무언가를 알기 위해 떠난 곳에서 내가 누구인가, 또 그것을 묻기 위해 네가 있었다는 것을 깨달아야 함을 알고 귀환하는 그녀의 모습이 간소하고 품위있어 보였다.  

가수 이상은이 여행을 하는 이유가 새로운 나를 발견하게 되는 매력 때문이라고 얘기하며 멋쩍은 미소를 짓는 모습이 TV에 흐른다. 여행의 순간에는 자기 자신보다 더 강해진다는 정혜윤의 말은 이런 면에서 겹친다. 항상 '너'와 '그것'에 치이다 갑자기 '나'를 응시하게 되는 그 기점에서 우리는 새로운 시간을 선물받는다. 나에 대한 질문이 난무하는 그 새로운 곳에서 우리는 성장한다. 그러니 모든 곳을 타향으로 느끼는 사람은 완벽한 존재의 꿈을 꿀 수 있다. 땅에서 발을 살짝 들어 도약하는 순간 우리는 가장 아름답고 견고하게 착지하는 법을  체득하게 되는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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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그 버스 아저씨는 물었지, 집이 어디냐고 -
    from 아, 여름, 외계인 살려 - 2010-07-17 18:28 
            【기억 재생기】 다시 보고 싶은 20세기        1996년경, 봄과 여름 사이           마음 잡고 공부 좀 하겠다고, 친구와 공부방에서 공부를 한 후 늦은 밤, 글쎄 11시가 넘었을까.      버스를 타고 집으로 향하
 
 
잉크냄새 2010-07-17 17: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천,,,전 스물 일곱에 들어가 서른 여덟에 그곳을 떠나왔군요.
제가 경험한 여행은 그 여행의 과정에는 제가 없는듯 했어요. 무엇을 찾고 무엇을 버려야한다는 강박관념이 어느 순간 사라지더군요. 그리고 여행을 마치고 그 길을 다시 돌아오는 어느 언저리에서 다시 자신을 발견하게 되더군요.

stella.K 2010-07-17 21:36   좋아요 0 | URL
헉, 잉크냄새님 그럼 지금 나이가...?!
사실은 그럴 줄 알았어요.ㅋ
이천 사신다는 건 서재질 초기에 알았지만 결국 떠나셨군요.
언제 떠나셨나요? 전 세계를 타향이라고 생각하시고
여행을 떠나셨던 그때...?

blanca 2010-07-17 22:05   좋아요 0 | URL
잉크냄새님! 그러면 어쩌면 마주쳤을 수도 있겠네요! 온데를 다 휘젓고 다녔었는데요 ㅋㅋㅋ 제가 생각했던 것보다 나이가 더 드신 것 같기는 하네요^^ 아, 여행하면 잉크냄새님한테 얘기를 들어야지요. 지금도 여행중이신가요. 여행의 과정에서 강박을 버려야 한다는 것! 예...그 경지까지 가봐야 겠습니다. 아직은 저는 강박이 있는 것 같아요. 다 기억하고 다 기록하고 새로운 것을 얻어가겠다는...그것도 욕심이 되겠지요.

L.SHIN 2010-07-17 17: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블랑카님의 이야기가 좋아져 버려서, 성급한 마음에 추천부터 누르고 이 좋은 글을 다 읽지도 않은 상태에서
이렇게 댓글을 쓰고 있습니다.(웃음)
덕분에 흐믓한 기억이 떠올랐거든요. 그래서 [기억 재생기]를 하나 돌리기로 했습니다.^^

blanca 2010-07-17 22:07   좋아요 0 | URL
엘신님, 읽고 왔어요^^ 엘신님이 그렇게 수줍어하시는 부분이^^ 저는 고맙다,를 좀 남발하는 경향이 있답니다. 그것도 과히 바람직하지만은 않은 것 같아요. 정말 고마울 때 나의 고맙다,는 말이 가볍게 치부되니까요.

stella.K 2010-07-17 21: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은 아무래도 저를 위한 책 같기도 하네요.
저는 어쩌면 그리도 집 떠나 모든 곳을 타향으로 한 번도 생각해 본적이 없었던 것인지...
지금은 앞으로 얼마간은 내 집이란 거 두지 않고 여기 저기 조금씩 살아보다가
60 넘으면 다시 안착하고 살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 봅니다.

blanca 2010-07-17 22:08   좋아요 0 | URL
스텔라님. 저는 요새 왜이리 붙박이에 집착하는지 다 늙어버린 것 같이 그래요. 어디서든 언제든 떠나고 적응하고 즐겁게 그렇게 살아야 할텐데...점점 새로운 곳을 더 피하게 되고. 이러면 안되겠죠...

stella.K 2010-07-18 14:31   좋아요 0 | URL
제가 그러고 살았다는 거 아닙니까?
달도 차면 기운다나 뭐라나...
이젠 좀 떠돌이로 살아봤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인생 한 번 사는 건데 세상은 저렇게 넓구요...^^

다락방 2010-07-17 22: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blanca님의 개인적인 경험담과 맞물려 진 책에 대한 이야기라니. 책에 대한 흥미가 확 일어나는데요. 보관함에 넣어두고 갑니다. 글 좋아요, blanca님.

blanca 2010-07-18 21:51   좋아요 0 | URL
다락방님! 글 좋아요, blanca님이라는 댓글이 왜이리 기분이 좋으면서 다락방님의 말투가 상상이 갈까요? ㅋㅋㅋ 이런 말투 너무 특이하고 좋아요^^

꿈꾸는섬 2010-07-18 01: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blanca님 글은 늘 좋네요.^^

blanca 2010-07-18 21:51   좋아요 0 | URL
꿈꾸는섬님 '늘'이라는 말이 이렇게 소중하게 들리다니. 고맙습니다.^^

하이드 2010-07-18 02: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천에는 미란다 호텔 온천이 좋고, 쌀이 맛있으며, 도자기 굽는 곳에 들어가 볼 수 있는..
외가가 거기에 있어서, 발걸음 한지는 오래되었지만, 어린시절의 기억이 새록새록 박혀 있는 곳이에요.

주말마다 가는 강기사를 보자면, 그리 멀게 느껴지지 않는다는.

blanca 2010-07-18 21:53   좋아요 0 | URL
하이드님 외가가 그쪽이에요? 아하! 그렇군요. 미란다 주민 할인이 20프로인가 되서 거의 공중 목욕탕 가듯이 했던 기억이 나네요. 금요일 퇴근하고 노천탕에서 하늘 보며 좋아라 했던 기억이 납니다. 테르메덴이 생겨서 인기가 덜해지긴 했지요. 하이드님 외가가 이천에, 또 원래는 사당동에 살았던 거. 이래저래 겹치는 부분이 많아서 참 신기해요.

후애(厚愛) 2010-07-19 07: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글 잘 쓰세요. 너무 부러워요.^^

blanca 2010-07-19 14:14   좋아요 0 | URL
후애님~ 한국 오신다니 괜히 막 제가 다 설레어요. 감사합니다.^^

마녀고양이 2010-07-20 09: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갑자기 <카모메 식당>이 떠오르네요... 너무 더워여.
책 표지의 여자를 보니, 어딘가 길바닥에서 여유롭게 헤매는 "나"를 떠올리게 되어 여행이 더욱 그립네요.
아흐흐.........

blanca 2010-07-20 16:28   좋아요 0 | URL
마녀 고양이님, 저는 지금 또 일본의 걷고 싶은 길 읽으며 흐억 하고 있어요. 궁둥이에 날개 달았어요. 돈은 없고 아이는 있고 떠나고만 싶고 ㅋㅋㅋ카모메 식당! 아, 맞아요. 표지랑 그 영화랑 분위기가 참 비슷하네요.

비로그인 2010-07-20 10: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가끔은 타향에 대한 동경이...타향에 대한 향수로...
난 그럴 때가 있더라구요.
그니까~~타향이 고향같은 뭐 그런 역설적인...
말이 안되는 소릴 아침부터 지저귀는 마기는 지금 수면부족으로 정신이 아득한 상태입니다.
이해바람!

blanca 2010-07-20 16:30   좋아요 0 | URL
마기님! 요즘 마기님 시랑 짧은 글귀 보고는 정말 시인 같다, 하며 감탄중입니다. 타인에 대한 향수. 맞아요. 맞아요...그런 것도 있어요^^

2010-07-20 20:3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7-21 09:30   URL
비밀 댓글입니다.

순오기 2010-07-21 02: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타향에서 이방인으로 산다는 건 참 힘들지요~
어디든 마음을 열면 녹아들어갈 수 있게 되더라는...
나를 만나는 여행을 꿈꾸지만 훌쩍 떠나는 게 쉽지 않지요, 더구나 엄마라면요.ㅜㅜ

blanca 2010-07-21 09:30   좋아요 0 | URL
순오기님~ 혹시 전라도는 고향이세요? 저는 요새 이곳에 관심이 많아요^^

순오기 2010-07-21 19:38   좋아요 0 | URL
94년 대선이든가~ 그때 호남인의 정서라는 걸 눈물겹게 동감한 후로
광주는 이제 내 고향이나 다름 없지요.^^
충남 당진에서 15년, 인천에서 15년, 그리고 광주에서 20년이 넘었지요.

blanca 2010-07-21 21:35   좋아요 0 | URL
아아. 순오기님이 당진, 인천에서도 그렇게 오래 사셨군요. 순오기님..꼭 뵐 수 있었으면 합니다.
 

미디어법 날치기 통과 때 한창 화제가 된 책이라 해서 읽어본다, 읽어본다 하다 어제에서야 읽게 되었다.

 

스물일곱 살의 가정관리사 카타리나 블룸이라는 평범한 여인이 일간지의 기자를 살해하고 자수하는 과정을 긴박하고 사실적으로 그린 작품이다. 황색 저널리즘에 의하여 어제까지도 평범한 군중의 일원이었던 개인의 일상이 어떻게 폭력적으로 파괴되고, 또 그 삶의 붕괴가 비극적인 살인으로 막을 내리는 지에 대하여 지극히 풍자적이고 냉소적으로 그려져 있다.  

분량이 워낙 적고 다이나믹한 전개라 책장은 수월하게 넘어가는데 아무래도 작가가 하고 싶었던 얘기를 중심으로 이야기가 응축되는 형상이라 조금 작위적이고 개연성이 부족한 대목들에 아쉬움이 남았다. 카타리나가 하룻밤에 강도 전과자와 사랑에 빠져 그를 피신시키고 또 그녀의 사생활을 난도질해서 쓴 기사로 살인을 저지른다,는 설정이 그 지점이다.  

여하튼 작가 하인리히 뵐이 글을 쓰는 사람으로서의 사회적 대의에 대한 치열한 응시와 견지, 삶 그 자체를 하나의 혁명적 텍스트로 전환시키려 분투한 점이 참으로 감명깊었다. 작가가 작품을 통하여 그 어떤 진실과 진리를 뚫고 나가려 끊임없이 힘겹게 밀고 나가는 과정은 그 자체로 하나의 또다른 독자와의 만남이다. 독자와 눈을 맞추며 손을 맞잡게 되는 지점은 바로 그곳에 있는 것 같다. 그래서 우리는 왕왕 한 작가의 작품과 그의 삶을 뒤섞어서 얘기하곤 한다. 작품은 좋았지만 그 작가의 삶이 하나의 비겁한 타협의 망에 걸려 있었을 때 우리는 그 작가의 손을 슬쩍 놓아 버리고 싶어진다.  나의 경우에는 이광수가 그러했다. 

모님의 서재에 갔다 발견한 이 책에 솔깃했다. 북구 유럽에는 막연한 호감이 있다. 그 스웨덴에서 만난 사람들에 대한 얘기라니 더욱 기대가 크다. 스치듯 지나가는 이방인들과의 조우는 깊이가 없어도 그 자체로 매혹적이다. 순간 잠깐 통한 것 같다,는 그 느낌이 이질적인 에로틱함을 지닌 것 같다. 비용도 비용이고 책을 지나치게 많이 사서 쌓아 놓는 것 같아서 집 근처 마을버스 타고 십오 분 정도 가면 있는 도서관에 가서 빌리기로 하고 분홍공주를 대동했다. 

분홍공주는 마을 버스 타면 그저 좋단다. 정류장 하차 전 울리는 부저 소리 성대 모사도 일품이다. 정말 똑같이 내며 즐거워한다. 그. 런. 데. 

도서관은 휴관이었다. 아기가 납득할 리가 있나. 딸기우유와 곰돌이 빵으로 입막음하고 나도 좀 주전부리 챙기고 다시 마을 버스를 타고 돌아오니 책을 사는 게 이득이었다,는 비참한 결론에 도달하고 만다.  

돌아오는 길목의 놀이터에서 모래까지 잔뜩 뒤집어 쓰고 돌아와서 오늘 한 뻘짓에 대하여 숙고해 보니 더없이 망연하다. 이 더운 날, 화가 나서 또 책을 질러 버리기로 한다. 한 권은 섭섭하니, 이 책도 덧붙여. 영화 일포스티노의 원작이라지. 잔잔하면서도 단조로운 얘기들, 특히 얇은 책^^;;들이 끌리는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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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녀고양이 2010-07-13 09: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ㅎㅎㅎㅎ, 결국 책 질렀다는 이야기?
분홍 공주 너무 이쁘네요, 그 나이 아이가 손이 많이 가서 힘들긴 하지만,, 정말 이쁘잖아요. 아.. 부러움.

참,, 블랑카님의 서재는 책을 지르게 하는 묘한 저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위에 책두 힐끔힐끔~

blanca 2010-07-13 16:49   좋아요 0 | URL
빌려서 책값좀 굳혀 보려 했더니만 ㅋㅋㅋ 결과적으로 돈 더 썼어요. 욕망 그 자체인 아이를 달고 다니면 모든 게 계획과는 조금씩 어긋나는 것 같아요^^;; 책을 너무 많이 가지지 않으려고 하는데 그게 참 쉽지가 않아요--;;

stella.K 2010-07-13 12: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스톡홀름 책 예뻐요.^^

blanca 2010-07-13 16:50   좋아요 0 | URL
이쁘죠! 스텔라님! 열심히 읽어 볼게요. 요새는 자꾸 궁디에 바람드는 얘기들만 솔깃합니다. ㅋㅋㅋ

2010-07-13 19:4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7-13 20:33   URL
비밀 댓글입니다.

순오기 2010-07-14 02: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루다의 우편배달부만 읽었네요.^^
도서관은 걸을 수 있는 거리가 아니면 이용하기 쉽지 않지요.
더운 날 고생하고 책값보다 더 돈 쓰고... 좋게 지름신을 불렀으면 좋았을 걸!ㅋㅋ

blanca 2010-07-14 20:53   좋아요 0 | URL
안그래도 순오기님 리뷰 잘 읽고 더불어 질렀지요^^ 도서관은 딱 걸어서 갈 만큼의 거리에 있는 게 남는 장사인 것 같아요. 제일 당혹스러울 때는 빌려서 봤는데 너무 좋을 경우...차라리 처음부터 사서 읽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 책들이 있더라구요. 오늘 무지 덥네요. 순오기님도 더위 너무 타지 않도록 건강 유의하시기 바랍니다.

순오기 2010-07-15 00:45   좋아요 0 | URL
아~ 나도 도서관에서 빌려 읽고 사는 책 많아요.
덥석 샀다가 기대에 못 미치면 속상하니까~ 일단 검증을 해봐야지요.^^
음~ 나는 더위에도 추위에도 강한 전천후 체질이라오!ㅋㅋㅋ

비로그인 2010-07-16 00: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돌아오는 길목의 놀이터에서 모래까지 잔뜩 뒤집어 쓰고" 전 이 부분이 좋게 다가오네요.

그리고 나중에 따님이 이런 기억들을 잊지 않았으면, Blanca님의 기억에도 좋았다면 먼 훗날

이런 기억들과 함께 웃음짓는 그런 시간들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blanca 2010-07-16 21:32   좋아요 0 | URL
바람결님! 아이의 노는 모습을 보며 가끔 저의 어린 시절을 기억해 보려고 해요. 그럴 땐 뭉클뭉클한 순간도 많아요. 아이가 이쁜 어른 핸드백을 매고 이쁜척 오버하며 걸어다니느 모습을 보면 제 어릴 때 기억이 순간 솟아 오르기도 합니다. 감사합니다.^^

다락방 2010-07-17 22: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카타리나 블룸의 잃어버린 명예]는 제가 읽다가 울컥하고 친구에게도 선물했던 책이에요. 그리고 [네루다의 우편배달부] 와- 후회하지 않으실거에요. 밑줄 그을 문장이 아주 계속 나와요, 계속. 이를테면 이런 부분이죠.

"그가 말하기를.... 그가 말하기를 제 미소가 얼굴에 나비처럼 번진대요."
"그러고는?"
"그 말을 듣고 웃음이 났어요."
"그랬더니?"
"그랬더니 제 웃음에 대해 뭐라고 말했어요. 제 웃음이 한 떨기 장미고 영글어 터진 창이고 부서지는 물이래요. 홀연 일어나는 은빛 파도라고도 그랬고요."(p.62)




blanca 2010-07-18 21:54   좋아요 0 | URL
어어~ 읽고도 기억 안나는 이런 소중한 대목이라니. 당장 돌아가서 다시 읽어 볼게요!
 

알함브라 궁전에서 노을을 봤어. 정말 감동적이더라... 

나에게 지나치게 관대했던 그 사람은 스페인을 가보고 싶어했던 나에게 이렇게 알함브라의 인상을 전해주었다. 거진 십 년이 흘렀나 보다. 나는 여전히 가보지 못한 알함브라 궁전의 낙조를 꿈꾼다. 

나에게 스페인은 눈물이다. 대학시절 힘겨운 시간들, 단짝친구와 스페인에 가는 꿈을 얘기하며 버티곤 했다. 왜 하필 스페인이었냐고 묻는다면, 우연히 제2외국어로 택한 그 언어에 대한 마력과 그냥 듣는 것만으로 가슴결에 물방울을 퉁기는 것같은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에 대한 막연한 이끌림이었다고밖엔 설명할 도리가 없다.  

 

생살을 나눈 것 같이,가슴을 꺼내 펼쳐 서로 보여준 것 같이 교감했던 나와 절친은 이제 서로 각자 다른 길을 걷는다. 이제 우리는 더이상 스페인을 이야기하지 않는다. 드문 드문 안부 전화를 타고 알함브라 궁전의 꿈은 각자의 길로 나뉘어 날아가 버렸다. 당연히 그녀와 함께 할 것이라고 꿈꾸었던 알함브라 궁전행은 아마도 홀로, 혹은 가족과 함께 하는 것으로 아니면 그마저도 아득히 먼 곳으로 밀려가고 말았다. 

노을빛으로 물든 조용한 거리를 따라 걷다 보면 나타나는 광장에는 오후 무렵이면 거대한 토파즈로 변하는 금빛 성당이 있다. 고성에 올라 밤의 전주곡이 은은하게 울려 퍼지는 쓸쓸한 들판을 바라본다. 저 안쪽 언덕 위에는 누군가가 피워 놓은 빨간 모닥불이 희미하게 떨리고, 들판 위로 노란빛을 띤 꽃가루가 하늘거리며 날아다닌다. 도시는 온통 주홍빛으로 물들고 교회에서는 저녁 삼종기도를 알리는 종소리가 울려 퍼진다. 도시는 꿈결 같은 분위기에 젖어든다...... 밤이 서서히 세상 위로 내려 앉는다. 소나무는 바람에 가볍게 흔들리고 망루에 둥지를 튼 황새들은 종루 위로 날아오른다...... 곧 달이 뜨면 온 세상이 은빛으로 물들어 가리라.
-p.24 

스페인의 여정에는 이 책을 반드시 가지고 갈 것이다. 로르카. 우리는 종교적인 동시에 세속적이어야 한다고, 모든 것을 보고 또 모든 것을 느껴야 한다고 목소리를 돋구었던 이 시인의 기행문은 자신이 보고 듣고 느낀 것을 독자들의 몸에 화인처럼 눌러 넣는다. 죽어 있는 문자들은 시인의 초혼에 응답하여 이윽고 일어나 뚜벅뚜벅 책장을 걸어 나온다. 스페인 남부 카스티야, 안달루시아, 갈리시아 지방을 스승과 함께 여행한 대학생의 여정에 우리들은 무임승차하여 그가 불러주는 노래와 그가 그려주는 그림과 그가 읊어대는 시에 혼곤하게 취하고 만다. 문장 하나 하나를 자꾸 돌아가 되짚게 된다. 너무 예뻐서 너무 아까워서 자꾸만 자꾸만 뒤돌아 보고 어루만지게 된다.  

해가 뜨자 푸르스름한 빛이 감돌던 고요한 새벽하늘에 찬란한 빛이 퍼져 나가 알함브라의 오래된 탑들이 빨간 별처럼 빛나기 시작했다...... 언덕 위의 하얀 집들은 상처 입은 듯 벌걿게 물들어 가고, 그늘진 곳은 초록빛으로 화사하게 반짝거린다.
-p.136 

시인이 붙잡아 펼쳐 준 알함브라의 여명은 그것의 낙조만큼이나 매혹적이다. 그가 돌올하게 서는 지점은 빨간 별처럼 빛나는 알함브라의 뒤에서 상처 입은 듯 벌겋게 물들어 가는 하얀 집들에 대한 응시다. 상처 입은 듯 벌겋게. 유럽의 마지막 이슬람 왕국의 찬연한 번영이 처절하게 이지러져 가는 지점에서의 그라나다에 대한 그의 묘사는 흘러가는 풍경을 우리의 몸에 심고 그 속에서 스러져간 생명들을 추모하는 하나의 경건한 제례같다. 

그의 풍경에는 눈물 흘리는 소리가, 빛깔을 계속해서 갈아 입는 슬픔이 뭉근하게 배어 있다. 시간이 훑고 지나가 그 무자비한 권력으로 모두 황폐하시키고야 말 그 유한한 아름다움을 더듬는 그의 모습은 그래서 하나의 삶의 은유 같다.  우리는 다 어쩔 수 없는, 어쩌지 못하는 것들을 더듬더듬거리며 삶을 살아 나가지 않는가.

그리스도교라 불리는 사람들은 절대로 세상을 외면해서는 안 된다. 도리어 세상 속으로 들어가 사람들의 상처를 따뜻하게 어루만지고, 가엾은 이들의 지친 영혼을 달래줄 뿐 아니라 그들에게 선을 알리고 평화를 전해야 한다.
-p.44 

로르카! 그는 자신의 글을 몸소 풍경으로 구현한다. 반파시스트 운동을 하다 고향 그라나다에서 프랑코 정권의 극우 민족주의자에 의하여 사살되어 서른 여덟의 청년의 모습으로 영원히 정지하게 된다. 그의 풍경은. 그리고 나의 인상은. 

이 책을 가지고 알함브라로 가는 그 날 아마도 마침표를 찍게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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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10-07-10 14: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로르카.

알함브라. 두 기억을 갖고 읽고, 음악 한 곡 남겨 두고 갑니다 :D


blanca 2010-07-11 09:59   좋아요 0 | URL
바람결님이 제 페이퍼를 완성시켜 주시네요^^ 이 책도 바람결님 덕분에 읽게 되었습니다. 감사합니다. 혹시 이거 기타로 연주하실 수 있으세요? 생각보다 쉽다는 의견이 있어서요^^ 저도 이거 때문에 클래식 기타를 배워보고 싶어요.

비로그인 2010-07-11 10:38   좋아요 0 | URL
아 제가 후회하는 것 중 하나가 대학 고전기타동호회 할적에 왜 기타 많이 배워 두지 않았나 하는건데요.
당시에 선배들이 기타 하나 안치고 맨날 딴짓하는 저를 참 고맙게도 잘 받아 줬다는 생각이 듭니다.

알함브라.. 이게 저 트레몰로를 정확하게 치려면 굉장히 어려운 것으로 압니다.
정확하진 않지만 제 기억으로는 카르카시 교본(?)에 있었던 것 같은데 당시 기타를 제일 잘 치는 사람들도 겨우 연주하곤 했었으니 말이죠..

클래식기타 저도 언젠가는 꼭 배우고 말겁니다. ^^

느린산책 2010-07-10 18: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블랑카님~ 좋은 책 소개해 주셔서 감사드려요. 저에게 알함브라는 첫번째 로망이거든요.
알함브라 라는 단어만 나와도 무조건 구입입니다~ ㅎㅎ
워싱턴 어빙의 <알함브라>도 아주 환상적이었답니당^^

blanca 2010-07-11 10:00   좋아요 0 | URL
가슴뭉클님, 어빙의 <알함브라>를 찾아 보았는데 분량이 만만치가 않네요^^;; 이 작가 덕분에 지금의 알함브라궁이 복원될 수 있었다니 꼭 한 번 용기를 내보아야겠습니다. 가슴뭉클님 덕분에 어빙의 알함브라를 읽게 되었네요. 감사합니다.

프레이야 2010-07-10 23: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님이 권해주시는 책은 모두 품격이 느껴져요.
이 책도 당장 보관함에 담아가요^^
스페인!! 저도 정말이지 꼭 가보고 싶은 나라 중 하나에요.

blanca 2010-07-11 10:01   좋아요 0 | URL
프레이야님! 이 책은 바람결님 서재에 갔다가 알게 되었어요. 프레이야님도 너무 좋아하실 것 같아요. 정말 한 줄 한 줄 줄그으며 읽에 되더라구요. 시인이 쓴 산문이 참 매혹적인 것 같아요. 번역의 한계를 넘어서도 충분히 감동적이었어요.

2010-07-11 00:2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7-11 10:03   URL
비밀 댓글입니다.

마녀고양이 2010-07-11 09: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역시 눈에 화악 그려지는 리뷰예요~. 저는 대학생 때 그리스 섬나라의 일곱 빛깔 바다를 그리 보고파 했습니다. 언젠가는 이루고 싶어요... 그런 꿈을 가진다는 건 참 좋아요~ 살고 싶게 하잖아요.

블랑카님,, 신랑들이 해외 여행을 내내 거부하면 우리 둘이 홀랑 떠날까요? ^^

blanca 2010-07-11 10:04   좋아요 0 | URL
마녀고양이님! 그리스 산토리니의 그 하얀 마을! 포카리 스웨트! 맞아요. 저, 거기도 꼭 가보고 싶어요. 어딜 가고 싶다고 꿈꾸는 것 참 좋은 것 같아요. 진짜 마녀 고양이님이랑 여행 떠날 날이 올 수도 있을까요?^^

stillyours 2010-07-11 10: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블랑카님의 페이퍼를 천천히, 정성들여 읽었어요.
늘 그렇듯:)
그러고 나서 바람결님이 올리신 음악을 재생시키고 또 한 번 읽었답니다.
아직은 고요한 일요일 아침.
두 분 덕에 여행지에서 눈뜬 아침 같아요.

blanca 2010-07-12 12:32   좋아요 0 | URL
moon님, 감사합니다. 답글이 늦었습니다. 제 글 읽고 조금이라도 마음의 휴식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정성들여 읽어주신다니 기분이 참 좋네요.

비로그인 2010-07-11 13: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근래 읽은 가장 멋진 리뷰였어요, blanca님. ^^ 책 표지도 근사하군요. 여행서보다 이런 책 한권이, 보는 것보다 느끼는 여행을 만들어 주겠지요. 꿍하니 앉아서 일을 하다가, 저도 문득 스페인 남부의 거칠고도 고풍스러운 풍광을 그려봅니다..

blanca 2010-07-12 12:34   좋아요 0 | URL
Manci님, 어제 안그래도 커피숍에 갔다 옆에 아가씨가 여행 서적들 좌악 펼쳐놓고 행복해하며 읽는 모습 보니 또 부럽더군요. 그녀는 벨기에 관련 책들을 보는 것 같던데..

여행은 삶의 쉼표 같은 것 같아요. 한 번 갔다 오면 정말 마음에 시원한 바람 하나를 품고 돌아오는 것 같은 기분. Manci님 토지도 완독도 아주 멋진 여행을 갔다 오신 것과 같은 것 같아요. 다시 한 번 부러워할게요.^^

穀雨(곡우) 2010-07-12 18: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대학 때 잠시 스페인어를 배웠어요. 영어보다 훨씬 쉽다는 선배의 꼬임에 빠져 언어는 뒷전이고 스페인의 매력에 흠뻑 빠졌다지요. 음...aqui llueve mucho.(여기는 비가 많이 왔어요.^^) como estas? (어떠세요?)
기억이 전혀 안나네요. 그때 배운 허접 스페인어로 제아이디 중 대표는 항상 siempre로 쓴다는...^^
블랑카님, 스페인, 알함브라궁전에 가시길 바랍니다. 리뷰가 바람처럼 마음을 내어 모네요. 쵝오..

blanca 2010-07-12 21:23   좋아요 0 | URL
곡우님, 우아, 여기는 비가 많이 왔어요,라를 기억하신다니 대단하세요. 저는 기억이 안나는데요^^;; 그렇죠. 정말 매력적이고 공부하는 만큼 앞으로 쭉쭉 나가는 맛이 있는, 제대로 구사해 보고 싶다는 욕심으로 방학때 스터디도 해보자고 했던 기억이 납니다.

곡우님, 그렇죠. 이렇게 말로 뱉어 놓으면 꼭 이루어지더라구요. 그걸 노리기도 한거같구요^^

잉크냄새 2010-07-13 09: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저 궁전이 클래식 기타 선율로 유명한 그 궁전이군요.
세상은 발디디고 싶은 곳이 넘쳐나는군요.

blanca 2010-07-13 16:48   좋아요 0 | URL
잉크냄새님의 여정이 부러울 따름입니다. 어젯밤에 가수 이상은이 여행을 하면서 새로운 자기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는 얘기가 참 와닿더라구요.
 

 

좁은 집이 책 때문에 옆구리가 터지게 생겼다. 마녀고양이님 공주님께서 고이 보고 넘겨주신 영어책전집을 구실삼아
책장을 들여놨다. 삼 단의 아담한 책장에 그 책들을 잘 꽂아 놓고 아이의 다른 전집류도 좀 꽂아 놓고 슬그머니
내 책을 한 짐 떠메고 책장 앞에 앉아 꽂기 시작하자 마침 놀러온 여동생이 양심도 없다!고 저지한다.--;;
아이의 책장에 내 책을 슬그머니 꽂아 놓는 모습이 좀 염치없어 보였던지. 

그래서 다시 다 빼고 육아서만 다 모아 다시 꽂아 두었다. 결국 내 책이지만
이 책장은 암암리에 아이의 것으로 인식된 모양이니 교육에 관련된 것만이라도 일단 모아 정리해 주고,
동생의 귀가와 더불어 다시 여행서도 좀 꽂아 두었다.  

엄마의 서재, 엄마만의 책장, 이런 게 참 생소한 모습처럼 여겨지는 것 같다.
남편을 위해 서재를 꾸며 주는 여자들은 보았어도 자신만의 서재를 가지겠다고 다짐하는 나의 모습은
조금 생경스럽고 뜨악한 것으로 받아들여 지는 것 같다. 주제넘은 욕망일지라도 나는 그 꿈을 가지고 가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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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가를 다녀오고 아름다운 풍광을 똑딱이로 담으며 계속 한숨이 나왔다.
미적 감각이 전무한 나일지라도 내가 가지고 싶은 순간들,
느낌들이 솔솔 빠져나가는 맨들맨들한 이미지들이 나의 기술 부족이 아니라 카메라의 탓이라고 자꾸 여기게 된다. 

김영하가 상찬해 마지 않았던 그 롤라이35 같은 손 안에 쏙 들어오는
그러나 중량감 있는 필름카메라를 가지고 싶다.
그런 카메라만 있으면 이미지가 난무하는, 그래서 그것들을 소중히 존중하지 않게 되는 이런 나의 사진들이 아니라,
현상해 보고서야 비로소 알게 되는 그 도도하고 독특하고 묘한 느낌들을 가질 수도 있게 될 것 같다. 

물질에의 욕망은 언제나 사실 심리적 결핍을 구체적으로 물화시키는 것이상이 될 수 없다는 얘기를 떠올려 보며
나는 정작 롤라이 같은 카메라가 필요한 것이 아니라 그런 카메라를 들고 세계를 돌아다니며
글을 쓰는 그의 삶을 동경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해 본다.  

그런 것도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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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10-07-07 21: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전 저만의 서재와 저만의 책장을 가지고 있어요.
생경스럽고 뜨악한 것을 넘어서 아주 이기적으로 보인대도...난 그냥 이렇게 살래요.

blanca 2010-07-08 14:16   좋아요 0 | URL
마기님, 부러운 것 투성이에요^^ 맘껏 부러워하고 꿈꿀래용!

비로그인 2010-07-07 21: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자신만의 서재. 그것이 왜 생소한 것이 될까요.. ^^

"자기만의 방" 그것은 어떤이를 불문하고 꼭 필요한 것은 아닐지요.

방의 크기와는 상관없이, blanca 님의 눈길이 차곡차곡 쌓이는 그런 방에서 스며나올 그 글자들을 기대해 봅니다..

blanca 2010-07-08 14:18   좋아요 0 | URL
바람결님, 버지니아 울프가 그랬나요? 여자에게는 자기만의 방이 있어야 한다고. 미혼때는 이해못했는데 왜 그런 얘기가 필요했는 지를 결혼하고 아이를 낳고 나서 깨달았어요. 나는 아닐거야,라고 했던 게 고대로 예외없이 다 겪게 되네요.

아주 이쁘고 아담한 서재와 그 서재를 가질 만한 능력을 키우겠습니다.^^

마녀고양이 2010-07-07 21: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서재 전체가 제 방입니다.
저희 신랑과 딸아이는 제 책을 빌려보고요. 제가 골라주곤 합니다. ㅋㅋ

블랑카님,, 아이의 책장 하나 마련하셨군요.. ^^

blanca 2010-07-08 14:20   좋아요 0 | URL
마녀고양이님 덕분이에요. 지금 책장이 비어서 좀 이쁘게 채워서 실사컷을 올려보도록 할게요. 책을 빌려주신다고요 ㅋㅋ 제 남편은 하도 책을 접고 배를 쫙 펴고 늘여놓고 심지어 책 위에 아이스크림 막대기도 올려 놓고--;; 그래서 요주의 대상으로 제 책 접근 근지랍니다. ㅋㅋ

순오기 2010-07-07 22: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진이 없잖아요.ㅜㅜ 제목을 보곤 당연히 사진이 있을거라 생각했는데...^^
자기만의 서재, 비록 주방 한쪽이라도 '나만의 방'을 갖는 당당한 여자가 되자고요.
우린 거실 전체가 내 방이고 내 서재고... 식구들이 같이 뒹굴지만 분명 내 서재라고요.ㅋㅋ

blanca 2010-07-08 14:20   좋아요 0 | URL
순오기님! 원래 사진 올리다는 게 정신줄을 놓았는지 그냥 써놓고만 말았네요.^^;; 책장을 좀 채워서 사진도 올려볼게요. 순오기님 책장처럼 멋져 보여야 할텐데요^^

gimssim 2010-07-07 22: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엄마의 서재, 엄마만의 책장...아! 우리의 로망이 아닌가요?
blanca님 너무 상심마요. 세월이 가면 가질 수 있답니다.
한가지 방법은 서재에다 자신의 이름표를 갖다 붙이는 겁니다.
그리구서는 우겨야지요. 내 서재라구요.

blanca 2010-07-08 14:21   좋아요 0 | URL
중전님^^;; 이름표 그거 좋은 아이디어네요. 중전님 생각하면 자꾸 그 툇마루에 단아하게 엎드리신 모습이 어른 거립니다. 예. 믿고 기다려 볼게요. 세월이 가면 좋은 것도 많은 것 같아요.

꿈꾸는섬 2010-07-08 00: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블랑카님 저도 마찬가지에요. 제 책장으로 쓰고 싶었던 것들이 자꾸만 아이들 책에 밀려서 여기저기 구석으로 내몰리고 있어요.ㅠ.ㅠ
그래도 곧 아이들 크면 나아지겠죠. 저흰 책장이 거실에 있어요. 저도 저만의 서재를 갖는게 꿈, 지금 쓰고 있는 방은 서재라기엔 아이들의 장난감과 저의 책과 컴퓨터와 온갖 잡동사니들이 굴러다니고 있어요. 어서 아이들 자라서 장난감도 좀 정리하고 잡다구리한 것들 버리면 제 서재를 만들거에요.^^

blanca 2010-07-08 14:23   좋아요 0 | URL
꿈꾸는섬님, 흑흑 동감합니다. 아이가 좀 커야 할 것 같아요. 버릴 것도 좀 버리고 확 뒤집어 엎어서 깔끔하게 만들고 싶은데 그런 날이 오겠죠?

2010-07-08 18:2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7-09 15:32   URL
비밀 댓글입니다.

穀雨(곡우) 2010-07-09 17: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대학졸업하고 취업하면서 책을 좀 등한시하다 결혼과 동시에 과감히 다 정리해 버렸어요. 그리곤 슬금슬금 끌어 모은게 어느새 거실한면을 오롯이 차지하더군요. 급기야는 거금을 들여 책장을 맞추고 밀어 넣어 버렸는데, 안 먹어도 배부른 느낌이 딱 이거구나 싶더라구요. 저두 서재는 언감생심입니다. 가뜩이나 좁아서 그냥 이대로 온 집을 책으로 도배하는 날까지 쭉~~~ 하지만 블랑카님은 꼭 이루시길.....^^ 오랜만에 다녀 갑니다. 행복한 주말 되세요.

blanca 2010-07-09 22:08   좋아요 0 | URL
곡우님, 저는 아마 대학에 들어가면서 한동안 책을 등한시했던 것 같아요. 제가 방황한 시간들이랑 책을 멀리한 시간이 일치하는 걸 최근에야 깨닫게 되었답니다. 그런 식으로 책을 사모으는는 것을 합리화하기로 했어요^^ 저는 오랫만에 육식을 좀 했더니 속이 또 불편하네요^^ 그래도 이 밤 아이도 자고 곡우님의 댓글을 읽으니 참 행복합니다.

穀雨(곡우) 2010-07-09 22:31   좋아요 0 | URL
저희집 아이들은 아직 멀뚱멀뚱 잠들 기색이 없네요. 연년생인데 딸래미가 동생이라서 오빠랑 늘 투닥투닥거리네요. 그래도 보고 있음 절로 웃음이 납니다.
근데, 넘의 살 드시고 불편하면 안 되는데, 따따시한 차라도 한잔 드시고 어여 주무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