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인의 고통'까지 다 읽어 버렸다. 고로. 또 책을 지를 시점이 왔다. 리뷰는 오늘 쓰고. 

대중의 무서운 관음증이 도덕적 타락과 연결되는 지점을 체험했다.  

아이가 물에 빠졌는데 아무도 안구하더라. 도와주지도 않더라. 심지어 구경까지. 

예전 미국에서 백주 길거리에서 한 여성이 칼부림을 당하며 울부짖는데 단 한 명도 신고조차 해주려는 생각도 않고 

멀찍이 구경하다 그 희생자가 죽고 말았다는 사건을 읽은 기억이 오버랩된다.  

게다가 수전 언니의 '타인의 고통'까지 공교롭게  

이 시점에 오니 대중의 관음증과 '누군가 나대신 하겠지'라는 책임 떠넘김이 만나는 지점에서 인간에 대한 기대는 폐기된다.  

어쩌면 파충류의 변연계 뇌만 남아서 팔딱이는 지도.  

자신이 물에 빠지거나 아주 위급한 상황에 처했을 때 미디어에서처럼 정의의 사도가 갑자기 나타나 자신을 구할 거라는 

환상은 버려라. 나부터도 그래야 겠다. 구경 대상이 안되는 것만으로 감사해야 할 지도 모른다. 

 

그러니. 일본 지하철 선로에서 취객을 구하다 숨진 고이수현씨와 

지하철이 들어오고 있는데도 선로에 떨어진 아이를 구하려고 뛰어갔다 민첩하게 중간지점에 몸을 엎드린 김대현 군이 극복한 

그 지점에의 경의는 지금 나의 몸 속으로 그 어느 때보다 팔딱이며 들어오고 있다.  단순한 미디어가 전하는 이미지상으로 

간접적으로 느꼈던 그들에 대한 그저 '대단하군.' 정도의 찬사는 비로소 생명의 숨결을 얻은 셈이다.

그들은 충분히 훌 륭 했 다 고 마음 속으로 진심으로 외친다. 

왜냐하면 다수의, 대중의 습성을, 그들은 그 망설임의 지점을 넘어버려 부양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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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사서 읽어요? 책을?" 

옆자리의 일잘하고 키가 크던 대리는 나를 경악스러운 눈빛으로 보고 몇 번이나 되물었었다. 알라딘의 택배 사원이 부지런하게 왔다 간 자리는 일순간 어색했던 기억이. 그는 책은 사서 읽기에 너무 아까운 것이라도 되는 마냥 나를 이상하다는 눈으로 쳐다봤었지. 

"그만 좀 사라. 그만 좀." 

아부지는 이제 책을 둘 곳도 없다며 내가 시집가고 얼마 뒤 나의 책을 상당량 처분했다는 소식을 동생편에 알려왔었다. 

"다 팔고 기부하고 그렇게 갈거야. 걱정마." 

서울로 이사 올 때 결혼하고 2년 동안 사모은 책이 또 두 개의 책장을 차지하자 괜히 미안해서 이사오기 전 거의 다 기부하고는 근처 도서관을 이용하기 시작했다. 무섭게 빌리고 읽고. 그러다 보니 책값이 굳었다. 빌려 읽다 보니 또 그것도 재미없으면 안읽어도 부책감도 안들고 나름대로 책을 왜 사서 읽냐고 반문했던 그 대리의 심정에 공감이 일부 갔으나.... 그러나.... 

결론은 남는 것이 없었다. 갑자기 읽었던 책이 너무 보고파서 찾으면 빌려 읽었다는 사실에 절망했고, 빌려 읽다 보니 괜히 리뷰도 쓰기 귀찮고, 목록마저 메모해 두기 귀찮으니 박완서 샘의 책을 거의 다 읽은 것 같은데 무엇을 읽었는지, 아니 내가 과연 읽긴 읽은 것인지 도통 기억을 할 수 없었다.  

책은 그래서...한달에 오만원 내외의 예산을 정해두고 보관해서 읽을 만한 가치가 있는 것들로만 책장을 채우고, 소설은 되도록 중고샵을 이용하는 것으로 원칙을 정했으나....매달 십만원이 또 넘어가기 시작했다. 

주위 사람들은 또 채근하기 시작한다. 엄청나다, 엄청나. 둘곳이 없다. 빌려가서 가져오지 않기 시작한다. 마치 그것이 애물단지라 치워주고 싶은가 보다. 택배 사원은 아예 인사를 한다. 빈 코너에 책은 탑으로 승화되고 있다. 

그래도 나는 꿋꿋히 책을 사는 것이 당당해지는 그 날을 꿈꾸면서. 그네들에게 안락하고 폼나는 집을 지어주는 날을 고대하며 오늘도 책을 산다.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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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쓰다보면 좋은데 내가 쓴 글을 읽다 보면 더없이 우울해진다.  

수많은 비문들, 잘못된 맞춤법, 논리의 비약(우격다짐), 어디서 생으로 들고 온 멋내기용 문장들. 

책을 읽고 글을 쓰고 대체 내가 원하는 게 무엇인지, 도달하고 싶은 지점이 무엇인지.  

점점 더 막다른 골목으로 치닫고 있는 이 답답한 느낌들. 

체호프의 단편들을 읽다 보니 내가 끄적인 모든 글들이 역겹기까지 하다.  

전공을 한 번 바꾸고 또 전공과 전혀 상관없는 직종에서 5년을 헤매고, 이제는 그것마저 때려치고 

앞으로 적어도 50년을 대체 무엇으로 일한다는 느낌을 가지고 살아갈지.  그저 벽이 턱하니 걸어 들어온 이 느낌. 

독서만 해도 그렇다. 활자를 읽고 있는 것이지, 잡식성으로 읽어댄 수많은 책들이 대체 내 몸 속 어디에서 흐르고 있는지 

알길이 없다.  눈만 피로해져 가고 지갑만 가벼워져 가는 것이 아닌지. 

한 숨 푹 자고 다시 태어났으면 좋겠다. 아기 말고 중학교 1학년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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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었으니 이제 진지하고 좀 지루한 독서는 접으련다. 욕봤다는-..- 

그리고 고등학교 때도 전혀 이해할 수 었없던 물리,화학,지구과학,생물에 대한 나의 열등감은 죽을 때까지 따라다닐 것 같다. 

출산으로 인한 충격파로 두뇌 능력이 후퇴하였다는 어쭙잖은 변명을 들이대도 원체 머리가 좋지 않았다는 생각을 떠나 보낼 수는 없을 것 같고. 이제는 얇고 쉬운 책만 한동안 보련다. 누가 강요하는 것도 아닌데 조금 지친다. 

고등학교 때 <<마농레스꼬>>를 아주 재미없고 힘들게 고통스럽게 읽었던 기억이 갑자기 난다. 그렇다고 이 책이 재미없고 가치없다는 얘기는 감히 할 수 없을이만치 너무 훌륭한 책이지만. 솔직히 완독하기에 부담스러웠던 것은 사실이다.  

그런데 러셀의 <<행복의 정복>>도 아주 재미있지는 않다. 


빨랑 읽어 버리고 다음은 <<허삼관매혈기>>를 읽고 당분간 쉬련다. 정말이다. 눈도 아프고 일단 머리에 과부화가 걸렸고, 이런 무조건적인, 양적으로 밀어붙이는 독서가 대체 나에게 무슨 의미가 있는가 하는 깊은 회의감이 밀려와서. 조금 슬프기도 하고. 이젠 쉽게 가고 싶다. 누가 상주는 것도 아니고. 갑자기 우울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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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젯밤 9시경 매케한 냄새가 스멀스멀 기어들어오기 시작했다. 무언가 불길한 예감과 함께 소방차 사이렌 소리가 함께 왔다. 

불안감에 베란다 문을 열어 보니 세상에. 

시커먼 연기가 정확히 집 베란다 정면 건너편에서 미친듯이 회오리쳐 들어오고 있었다. 참고로 우리집은 남고 건물과 500미터 정도를 사이에 두고 사이좋게 마주보고 있다. 남고에서 일요일밤 9시 불이 난 것이다. 소방대원들이 분주하게 학교로 투입되고 있었다. 무 서 웠 다. 몇 달 전에는 아랫층에서 큰 불이 나서 전소되어 마치 아파트 속에 흉가가 숨어 들어온 모냥새로 몇 달이 지나더니 이제는 바로 마주보고 있는 남고에서 불이 났다. 오만가지 생각이 다 지나갔다. 저 불이 건너 우리 집 베란다까지 붙으면 나는 어째야 하나. 아. 저 속에 사람이 있는 것은 아닌가. 이럴 줄 알았으면 이웃들과 좀 친해둘걸. 외롭고 무섭다! 

역시나 좀 떨어져 있는 단지내 아파트 주민들은 신나게 심지어 놀이터까지 와서 불구경 중이었다. -..- 왜 우리집은 남고와 이렇게 가까이 있나. 마구 원망까지 해대며 시커먼 연기가 잦아들기를 기다렸다. 그 때 지나가는 생각들. 우리는 왜 평범하게 숨쉬고 걸어다니고 사랑하는 사람이 곁에 있는데 행복해 하지 않나. 정말이다. 예전 일본 작가의 글이 하도 좋아 다이어리에 적어두고 힘들 때마다 읽곤 했는데 그런 내용이었던 듯 기억이 아슴아슴하다. 숨쉴 수 있고 두 다리로 자유자재로 다닐 수 있고 그것으로 행복하라고.  

인간들은 극히 이기적이라 자신들은 절대 불 타 죽지 않을 것 같고, 신종플루는 남 일이고, 온갖 재난재해는 멀리 떨어져 있으나, 현재 사는 아파트 평수가 불만이고, 시집 잘간 고등학교 동창을 때려주고 싶어하고, 중간등수의 아들 머리를 쥐어 박고 싶어지는 모순을 그러안고 산다.  

순간 철학적인 생각들이 마구 지나가면서 가슴을 쓸어내리게 되었다. 저 속에 내가 있지 말란 법이 없으며, 또 우리 집에 불이 나지 않으리라는 필연성이 있을 린 만무하다. 그럼에 나는 행복한 것이다. 충분히..... 

오늘 아침 고등학교를 왁자하게 채운 녀석들이 와글와글거리는 웃음들이 얼마나 다행이고 예쁜지. 놈들이 좀 시끄럽기는 했지만 참아주기로 했다. 지난 겨울 눈온다고 그 찢어지는 목소리들을 마구 질러대며 눈싸움하며 뒹굴대던 모습도 참 귀여웠지. 나 이러다 변태 아짐 되는 거 아냐?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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