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책꽂이 위에 왜 책을 눕히나 싶었는데, 이제는 알게 됐다. 책을 더이상 세워 꽂을 공간이 확보가 안되자 미친듯이 칸마다 위로 남는 공간에 책을 눕히고 있다. 심지어 왜 방바닥에 책탑을 쌓나(곧 떠날 이처럼)  싶었는데 나도 탑하나 쌓고 있다. 아이는 매일 그 탑을 해체한다. 그러니 무용한 그 일을 반복하며 골병이 들고 만다.

보기 안좋다. 쟤들에게 자리를 마련해 주어야 하는데, 싶은 그 껄쩍지근한 심정. 넓은 집에 살고자 하는 로망은 순전히 얘들 때문이다. 옆지기의 대학때 전공서적을 좀 치워주었으면 하는 이 이기적인 마음은 차마 내보이지도 못하고 있다. 내 책만 중하고 내 추억만 무게감이 있는 것도 아닐텐데, 요러고 있다. 

누가 나에게 빈 공간과 아무 책도 안꽂힌 책장을 대여섯 개 내려 줬으면 싶다. 빈 서가는 언제나 나를 자극한다. 책이 좌르르 꽂혀 있는 그 모습보다는 무한한 가능성을 보장하는 그 공백이 좋다. 

# 대학가 근처에(대학이 두 개나 있다.) 사는데 벌써 그 애들이랑 섞이기가 괜히 민망하다. 오늘 아이스크림 가게에서 아이스크림을 먹으며 전창으로 비친 풍경은 왠지 서글펐다. 젊은 아이들이 깔깔대며 오고 가는 그 길목에 나이 든 과일 행상 아주머니가 팔리지 않는 과일들을 분주하게 어루만지는 풍경과 한쪽 모퉁이에서 무언가 불만과 결핍이 가득해 보이는  나이든 아저씨가 혼잣말을 하는 광경이 오버랩됐다.  

나이가 들어간다는 것은 눈에 보이는 것만이 전부가 아님을 알아가는 것이겠지만, 또한 시야가 넒어져 얇고 말랑말랑한 것들 틈새에서 두껍고 투박한 무언가가 끼어 있음을 보고 마는 것이기도 한 것 같다. 예전에 <샘터>에서 아홉 살 아들내미가 걸핏하면 사람들이 불쌍하다고 눈시울을 적신다는 사연을 읽었었는데 그 심정을 알겠다. 그냥 요즘은 왠지 다 뭉클하다. 어버이날 허리가 기역자로 굽은 할머니가 고운 빛깔 한복을 입고 조금 덜 늙었을 뿐인 또다른 노인인 아들과 중국집에 힘겹게 걸어가는 모습도 눈물나고, 사탕빨고 콧물 흘리며 좋다고 뛰어다니는 아이를 봐도 괜히 짠하고, 뭐 이런 식이다. 

정작 책 읽으며 줄 긋고 단어 정리하는 내 자신이 가장 불쌍한 건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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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드 2010-06-06 23: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http://blog.aladdin.co.kr/misshide/3796580#C1870717
보이세요? 옆으로 빽빽 들어찬 책들 ㅎㅎ 이 칸은 그나마 큰 책이라 한 줄이구요,
다른 칸은 저렇게 두 줄, 세줄까지 쌓여 있어요. 그래도 책탑은 여전합니다만

전 넓은 집에 커다란 책장도 좋지만, 좁은 집에 빽빽한 책장도 좋아요. 온 벽이 책인 뭐 그런거요.
너무 넓으면 책으로 도배하기 힘들지 않겠어요. 헤헤

blanca 2010-06-07 14:42   좋아요 0 | URL
^^하이드님 서재는 옆으로 빽빽이 통일성이라도 있잖아요. 저는 일단 세워서 꽂은 다음 윗틈새에 눕히는 거라 좀 지저분해 보인답니다.-..- 책으로 도배! 히히, 맞아요. 그런데 차라리 다 옆으로 눕히는 게 더 많이 수납할 수도 있겠다, 싶어 오호!합니다.ㅋㅋㅋ

2010-06-07 08:3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6-07 14:42   URL
비밀 댓글입니다.

stella.K 2010-06-07 11: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블랑카님...!

그냥 이렇게만 불러 드리고 갑니다. 흐흑~

blanca 2010-06-07 14:42   좋아요 0 | URL
스텔라님! 그 뒤에 말줄임표 속을 짐작해야 하는 건데. 그냥 불러만 주셔도 고맙네요 ㅋㅋ

L.SHIN 2010-06-07 15: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는...책을 바닥에 혹은 박스에 넣는 한이 있더라도...왠지 책 위에 껴 넣고 싶지 않더라구요.
뭐랄까, 쓸데없는 '정리벽'이죠. -_- 그래서인지, 요즘은 책들의 사이즈가 다 틀리잖아요?
일렬로 줄 맞춰 잘 정리되다가 같은 장르의 책 중 하나가 삐죽 위로 올라와 있으면 그게 너무 싫은 겁니다.(긁적)

blanca 2010-06-07 21:01   좋아요 0 | URL
흑흑, 제가 그래요. 그런데 그럴 수 없으니 얼마나 신경질이 나겠습니까 ㅋㅋㅋ 저도 특히나 책등이 고루지 못한 모습 보면 화납니다.^^;;

2010-06-13 11:5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6-13 19:15   URL
비밀 댓글입니다.
 

코가 꽉 막혔다. 눈물, 콧물 다 줄줄 흘러내리고 흡사 물에 빠져 허우적대며 세상을 바라보는 느낌이다. 모든것들이 비현실적으로 보이고 귓가를 윙윙대는 것만 같다. 

어딜 가나 분노와 불신, 비난 등이 난무한다. 한몫 거들어 댓글을 달고 숨돌리고 또 분노하고 그러다 유아기로 퇴행중이다. 이런 어른 노릇이 힘겹고 지겨워지려고 한다. 벌써. 

힘들 때면 내가 아이였을 때를 생각한다. 완벽하게 행복하지는 않았지만 책임지지 않아도 되고 무조건 위로받고 이해받을 여지로 충만했던 시기는 죽을 때까지 꿈으로 남아 있을 것 같다. 세상에 태어나서 좋았던 건 아이로 살아봤다는 것이다. 나이가 들어갈 수록 추억의 시계는 점점 더 거꾸로 돌아가 멈춘다. 그래서 노망이 나면 옛기억을 붙잡게 되나 보다.  

내가 바라는 것은 사람이 사람 귀한 줄을 알고 그 사람들의 시간을 존중해 주는 거다. 나이든 이들이 결정하고 추진한 바를 젊은 아이들이 고스란히 감수하고 때로는 생명까지 바쳐야 되는 이 모순이 역겹다. 살아온 시간들을 빌미로 다른 이들의 남은 시간들을 분탕질칠 수 있다고 착각하고 시간에 권력을 행사하는 일이야말로 가장 잔인한 일이 아닐까. 

정말 정치를 제대로 알고 시국을 걱정하는 마음에서 화가 나는 것인지, 나 자신의 결핍과 감정마저 투사하는 것인지 나도 잘 모르겠다. 테렌스 데 프레의 <생존자>에 흠뻑 빠져 홀로코스트 문학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책을 사서 읽는 것에 익숙해지다 보니 빌려서 줄을 긋지 못하고 간지를 무슨 문어발처럼 붙여 대는 일이 낯설고 좀 싫다. 도서관에 다 있는 책들인데 주문했다. 

 

 

 

 

 

 

 

<이것이 인간인가>는 제목 한 번 걸쭉하다. 누구나 극단의 상황에서 쉽게 되뇌게 되는 말이지만 사실 저자가 수용소 체험을 직접 회고한 이 책의 리얼리티에 기분이 너무 다운되서 책을 그만 읽었다는 사람까지 있으니 그 정도의 이해는 곡해이상이 아닐 수 있다. 이렇게 아우슈비츠에서 힘겹게 살아나온 저자는 끝내 자살한다. 슬픈 반전이다. 삶이란 언제나 반전이 도사리고 있다 튀어 나오는 불편하고 흥미로운 영화 같다.  스스로 삶의 종결을 집행한 이가 살아나온 이야기라니. 

<디아스포라 기행>은 실제로 보고 사려고 했는데 서점에서 미친듯이 머리를 쥐어뜯다가 디~ 다음이 생각안나서 못보고 말았다. 이럴 때 아이폰이 절실하다. 알라딘 장바구니만 보면 되는데. 여하튼 디아스포라를 생각해 내려고 온갖 단어를 다 조합하다 결국 실패하고 말았다. '디아스포라'라는 말은 유대인뿐 아니라 아르메니아인, 팔레스타인인 등 다양한 '이산의 백성'을 지칭하는 용어로 쓰이고 있다고 한다. 여기에 프리모 레비의 위 책이 등장한다고 하니 두 책이 묘하게 엮여 있는 셈이다. 결국 인간이 인간을 대우하는 최악의 마지노선을 더듬거리며 살아나간다는 것에 대한 실증이 아닐까 싶다. 이런 책들은 언제나 읽고 나면 기분이 침체된다.  

 

  

그래서 우리가 우리말로 쓴 청춘의 얘기를 읽고 싶었다. 신경숙의 언어는 투명하고 아름답다. 김훈의 그것이 명징하고 둔중한 맛이 있다면 그녀의 문장들은 잘 닦인 구슬 같아 손안에 품고 싶어진다. 이 언어가 삶의 결 속에 잘 미끄러져 들어갈 때의 그 성취는 놀랍다. 그녀의 책을 읽으며 이제는 나의 시계를 이십대로 돌려 조금 가까운 과거를 쓰다듬어 보고 싶다. 누군가 전화해서 '너의 스무 살을 나는 기억하고 있어.'라고 말해주는 상상을 해본다.  

내일 깨면 코가 뚫리기를. 책들이 오겠지. 그 책들에 코를 박고 싶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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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10-05-25 00: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멋진 글에 '즐겨찾는 서재'로 누르지 않을 수가 없었어요.^^

blanca 2010-05-25 09:58   좋아요 0 | URL
마기님 어서 오세요^^ 즐겨찾는 서재가 되는건 언제나 기뻐요.

기억의집 2010-05-25 08: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레비의 책을 읽고나면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들에게 대하는 모순때문에 더 괴로워요.

아, 근데 왜 저는 신경숙한테는 매력을 못 느끼는지 모르겠어요. 20대 시절에는 한국소설을 많이 읽어 신경숙의 초기작품을 읽긴했는데.... 점점 멀어지네요. 그 때도 매력을 못 느꼈는데 지금도 매 한가지. 블랑카님이 신경숙의 언어가 투명하고 아름답다는 말에 끌리긴 해요.

코를 뻥뚜러에 갖다 댈 수도 없고..하핫, 책 받는 순간 시원하지 않을까요?!

blanca 2010-05-25 10:03   좋아요 0 | URL
아! 레비책을 읽으셨군요! 안그래도 유대인들의 팔레스타인들을 대하는 자세를 보면 더 비극적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유대인 핍박을 얘기할 때 슬쩍 넘어가기 쉬운 문제가 바로 이거더라구요. 본인들의 고통만 부각되고 정작 자신들이 행하는 또다른 학대는 어물쩍 넘어가는.

신경숙은^^ 저는 원래 안좋아했었는데요. 아주 늦게 <외딴방>을 읽고 다시 보게 됐답니다. 시적인 문장이 좋아서요. 신간은 어떨지 모르겠어요.

코는. 흑흑. 기억의 집님. 요새 감기 걸린 사람들은 다 저어하는 분위기라 가택 연금되어 울고 있습니다. 너무 괴롭네요.--;;

stella.K 2010-05-25 10: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홀로코스트 문학 한동안 안 봤는데 나이를 먹어서일까요?
다시 관심이 가요. 아직 읽은 책은 없지만...또 조만간 다시...
아무래도 읽고나면 기분이 다운이 되긴 하겠죠? 하지만 그 뒤에 희망을 보기도 하지만...

신경숙의 <리진>은 흥미롭게 봤는데 역시 <엄마를 부탁해>를 보고는 또 갈등이 생기더군요.
도무지 이 작가를 나는 어떻게 받아들여하는 걸까? 글은 너무 잘 쓰는데 우울하고 맥아리없는 건 여전하고,
어.나.벨 책은 예쁘고...암튼 그냥 지켜만 보고 있습니다요.ㅠ

blanca 2010-05-25 10:50   좋아요 0 | URL
스텔라님! 저도 이상하게 <엄마를 부탁해>가 아쉬움이 많이 남더라구요. 맥아리 ㅋㅋㅋ 갑자기 딴 얘긴데 제가 자주 쓰는 용언데 누가 대체 그게 뭐냐고 하더라구요.^^;;

함 읽어보고 말씀드릴게요. 행복한 하루 되세요~

stella.K 2010-05-25 11:12   좋아요 0 | URL
앗, 전염됐다. 그렇지 않아도 누가 썼던 것 같은데 누구지...?
했다능. 그런데 블랑카님이셨군요.ㅎㅎㅎ
님도 좋은 하루 되세요.^^

마녀고양이 2010-05-25 12: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감기 나으세요. 저는 머리만 아픈데, 블랑카님은 코도 막혔군요.
제 처지가 조금더 나은가... 아하하. 지금은 아가야가 괴롭혀도 금방 커버리면, 그리울걸요~ ^^

blanca 2010-05-25 17:48   좋아요 0 | URL
저도 그리워하게 될 것 같기는 한데^^;; 그래서 후회안하려고 노력중입니다. 마녀고양이님 처지가 훨씬 나아요. 일단 코가 막히고 콧물이 나면 남사스러워 밖에 잘 못나간답니다.ㅋㅋㅋ

L.SHIN 2010-05-25 14: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 책들에 코를 박고 싶어진다"

나의 스무 살은 어땠었지..? 하고 무심코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아, 그 스무 살이 끝날 무렵에 죽을 뻔 했었군요. 하지만 그 때 만큼 열심히었던 적은 없었습니다. 잠시 뿐 이어도.

blanca 2010-05-25 17:49   좋아요 0 | URL
진짜요? 또 궁금해지는걸요. 온갖 상상이 ㅋㅋㅋ 스무 살은 어렸을 때도 그리고 지금도 가장 저한테 의미 있는 나이예요. 죽을 때까지도 그럴 것 같아요.

2010-05-25 15:0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5-25 17:49   URL
비밀 댓글입니다.

꿈꾸는섬 2010-05-25 17: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에고 얼른 감기 나으세요.^^ 일교차가 커서 감기 잘 걸리죠.
제목보고 얼른 들어왔어요. 저도 스무살을 기억하고 싶어요.ㅎㅎ 누군가의 스무살도 기억하고 있구요.ㅎㅎ

blanca 2010-05-25 17:50   좋아요 0 | URL
꿈꾸는섬님! 누군가의 스무 살이 의미심장하게 들립니다. 아기가 감기에 걸리면 대번 또 저한테 옮네요. 빨랑 나을게요.

2010-05-25 22:4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5-26 12:23   URL
비밀 댓글입니다.

따라쟁이 2010-06-03 18: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십대를 살면서도 스무살이 그립습니다. 원래. 스무살이란.. 그런건가봐요. 안녕하세요^-^

blanca 2010-06-04 10:03   좋아요 0 | URL
따라쟁이님, 퍼스나콘이라고 하나요? 파란 하늘에 종이비행기를 날리는 모습이 너무 이뻐 한참 보게 됩니다. 이십대를 사신다니...흑흑 그 말 만으로도 따라쟁이님을 부러워하게 되네요. 스무 살 때는 몰랐어요. 그렇게도 눈부신 나이인줄....
 

 

# 포인트를 다 모아 알라딘의 책을 살 수 있다는 사실을 며칠 전에 알았다. 포인트파크에서 KT마일리지를 끌어와 채워 놓아 배가 두둑하다. 읽고 싶은 책을 공짜로 받아보는 느낌이랄까. 그래서 옆지기에게 강권했다. 당장 포인트닷컴 회원가입을 해서 그 포인트를 날좀 달라. 흑흑. 포인트파크와 헛갈려서 엠한 포인트닷컴에 회원가입을 시킨 것이다.--;;
다시 회원가입을 제대로 시켰으나 타인의 마일리지로 내가 책 구입을 하는 것은 불가하단다.
어버버버 하면서 회원가입을 두 군데나 시켜놓고 무용지물이 됐다. 

# 요즘 단편의 사람 이름과 그 사람의 성격을 기억을 못해서 중간만 가도 다 까먹고 만다. 다 새롭다. 그러니 단편을 읽을 수가 없다. 벌써 이러다니. 장편은 계속 나오니 기억하기가 좀 쉽지만 단편은 정신을 바짝 차리고 읽어야 한다. 돌아서면 다 잊고 마는 내가 유일하게 등장 인물의 이름과 성격을 오랫동안 기억하는 소설은 <태백산맥>과 <안나카레니나> 뿐이다.  명작이라는게 다 이유가 있나 보다. 

# 내가 무슨 책을 주문했는지를 기억하지 못한다. 그래서 연습을 한다. 갑자기 하루중 갑자기 그래, 내가 주문한 책은 이거저거이거다, 라고 떠올려 본다. 떠올리면서 꼭 나머지 한 권은 기억이 안 난다. 이쯤되면 정말 서글퍼진다. 

# 왜 울 부모님이 대화를 하시면서 고유명사를 다 빼버리고, 왜 그거 있잖아, 저거, 그거 하며 지시어를 남용했는지를 깨달아 가는 중이다. 옆지기와 대화하며 사람이름, 장소가 생각이 안나 소통이 안될 지경이다.  

# 기억력이 좋고 (특히 고유명사) 운동신경, 미술에 재능이 있는 사람이 젤 부럽다. 담 세상에는 꼭 이 세가지를 탑재하고 태어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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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SHIN 2010-05-06 19: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 그러니까, (그 포인트 체계를 잘 모르지만) 옆지기님보고 블랑카님이 원하는 책을 사달라고 하는 건 안 되나요?
# 나는 지구를 떠나기 전에 '그리스.로마 신화'에 나오는 그 빌어먹게 긴 이름들, 책 지문의 1/3은 차지하고 있을
것 같은 너무나 많은 등장인물들을 무시하고 그 신화들을 다 읽을 수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_-);
# 전..하도 질러대서, 주문한 것 자체를 아예 잊어버리고 있다가, 우체국으로부터 문자라도 오면 '잘못 안 거 아냐?'
라는 그런 소리를 지껄이..;;;
# 저는 가끔 주어를 통째로 빼고 말해서 상대의 빈축을 사기도 한답니다.(웃음)
# 지구에 올 때 그 3가지를 옵션으로 달고 오기는 했는데, 그게 의욕이 있을 때만 가동되는지 몰랐어요.
이래서 뭐든지 설명서를 꼭 읽어야..아하하하핫...ㅡ.,ㅡ

blanca 2010-05-06 22:05   좋아요 0 | URL
ㅋㅋㅋ 그러러면 알라딘 회원가입을 또 시켜야 해서요. 도합 세 군데 회원가입시키려니 그래도 알라디너로 만들어 줘야겠지요?^^;; 주문한지도 모른다, 그럼 저는 좀 나은 편에 속하는 거죠? 주문한 사실은 기억한답니다.^^;;

마녀고양이 2010-05-07 00: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사람 이름을 워낙 못 외워서, 그냥 다 언니, 오라버니 하면서 살고 있습니다. 히죽.
그리고 집에 있는 책을 보고 이거 샀네? 하고 놀랍니다. 심지어 두번 주문한 책도 세번이나 있었습니다.
아....... 저는 대인 관계 좋은 사람이 제일 부럽습니다. 오늘 심리 검사 결과 나왔는데,
사회 회피 지수 최고랍니다. 으이구. 난 왜이리 붙임성이 없는건지 모르겠어여... ㅡㅡ;;;

blanca 2010-05-07 14:30   좋아요 0 | URL
두 번 세 번 주문한 책도 있다구요?^^;; 근데 그 책이 어떤 책인지 궁금해져요. 그만큼 마녀고양이님이 끌렸다는 애기니까요. 저 토지 검색하다 마녀고양이님 페이퍼에 빨간머리앤이랑 같이 있어서 마녀고양이님한테 물어봐야 겠다고 생각했어요. 토지랑 빨간머리앤이랑 강추하시는지요?^^

마녀고양이 2010-05-07 16:26   좋아요 0 | URL
토지는 당연히 강추입니다. 아마 토지 팬이 상당히 많은걸로 알고 있는데요..
빨간머리앤은 동화같아요.. 성인이 되서도 꿈같이 나오죠. 아이를 8명이나 낳아서 키우는 이야기이며, 주변 사람들 이야기이며.. 이런거 좋아하시는 분은 굉장히 좋아하실거구요, 어떤 분들은 거들떠도 안 볼듯도 하고... 그래염~

프레이야 2010-05-07 00: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세가지를 탑재하고 태어나리라~,
이 대목에서 ㅍㅎㅎㅎㅎㅎ

blanca 2010-05-07 14:30   좋아요 0 | URL
프레이야님. 어떤 이들은 힘든 세상 왜 또 태어나냐 하지만 저는 꼭 한 번 더 태어나서 이 생에 갖추지 못한 것들 다 가지고 또 다르게 살아보고 싶어요 ㅋㅋㅋㅋ

프레이야 2010-05-07 20:04   좋아요 0 | URL
저도저도 완전히 다르게 살아보고 싶어용~

후애(厚愛) 2010-05-07 09: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예전에 기억력이 참 좋았는데 이제 갈수록 기억력이 안 좋아지고 있어요.ㅜ.ㅜ

blanca 2010-05-07 14:31   좋아요 0 | URL
후애님, 그래도 기본적으로 기억력 좋은 분들은 확연히 다른 것 같아요. 후애님 기억력이 아무리 안 좋아져도 저보다는 훨씬 좋을 거예요^^;;

후애(厚愛) 2010-05-08 11: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즐겁고 행복한 주말 되세요~
늘 건강하시구요.^^

blanca 2010-05-08 14:55   좋아요 0 | URL
후애님도요. 여긴 지금 여름 날씨네요. 짬뽕 먹고 들어왔어요^^;; 후애님은 마니또 공원 가실래나? 펜과 종이 잊지 마세요^^

후애(厚愛) 2010-05-09 13:53   좋아요 0 | URL
물어보신 꽃이름 올렸습니다.^^

stella.K 2010-05-09 13: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기억력이 심각한 수준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저도 시시콜콜 다 기억 못해요. 근데도 뭐...
단지 저 같은 경우는 나이를 먹으니 그나마 기억하는 것도 내가 맞게 기억하고 있나
확실하다고 주장하지 못한다는 거죠.ㅜ

blanca 2010-05-09 14:20   좋아요 0 | URL
그죠! 확신을 못하겠다는 거. 그래서 괜히 말끝을 자꾸 흐리게 된다는거요^^;; 스텔라님 저 은교 당장 질렀어요^^ 기대가 큽니다.

穀雨(곡우) 2010-05-12 09: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ㅎ 포인트모으기. 한번 빠지면 은근 중독됩니다.^^

blanca 2010-05-12 14:11   좋아요 0 | URL
곡우님. 포인트도 사실 눈가리고 아웅인건데 자꾸 공짜처럼 느껴져 이 포인트로 책폭탄을 맞았답니다. 책이 밀려 있어요. 벌써 거의 다 써버렸답니다.
 

알라딘 문이 닫혀 있는 동안 생각보다 더 알라딘이 각별한 의미가 있었구나, 싶었다. 다른 곳에 가도 영 흥이 안나고 적응도 안되고 그랬다. 인터넷 서점이 전산상 문제로 문을 닫는 동안 입을 적잖은 경제적 손실과 이미지 실추도 안타까웠다. 혹여 서재 글이 다 날라가는 것 아닌가, 싶은 우려도 들고. 백업이 뭔지도 제대로 모르던 시절 몇 달에 걸쳐 작업해 놓았던 레포트를 품고 컴퓨터 전원이 나가서 아예 안들어왔던 경험이 있다. 수리기사분은 자신없다고 손사래를 쳤고 나는 그 분이 구원투수인 마냥 매달렸다. 기적적으로 레포트가 복원되었을 때의 그 안도감과 그 분에 대해 느꼈던 경외감이란^^;; 알라딘 같은 업체는 심정이 어땠을까 싶다. 

중고서점에서 산 <부의 제국 록펠러>를 읽고 있다. 책값과 분량의 압박을 상쇄키셔주고도 백만번의 키스를 날려주고 싶을 만큼(누구한테?, 판매자한테--;; 죄송합니다.) 재미있고 감동적이고 남은 분량이 아까워서 들춰보고 아쉬워하고, 또 아쉬워하고 있다. 지루하고 난해할 것으로 각오했는데 전혀 아니다. 저자 론 처노는 한 인간의 일대기를 정밀한 대물렌즈로 들여다 보는 작업과 높은 곳에서 전체를 조망하는 일은 절묘하게 조화시켰다. 마치 예술 같다. 록펠러의 악업과 모순을 낱낱이 고해 바치면서도 그에 대한 애정을 잃지 않고 있다. 금융전문저술가로서의 저력은 쉽고 알아듣기 쉬운 설명으로 빛난다. 용어 하나하나를 친절히 풀어주고 그에 연결된 배경그림을 그려주는 배려까지 덧붙인다.  

어젯밤 열두시 무파마 라면을 끓여 먹으며 EBS명화 사이코를 봤다. 라면을 먹으며 이 라면을 먹는 것은 당신 때문이다,라고 강조를 열심히 하며 죄책감을 희석시켰다. 영화사에 스릴러 장르를 확립한 기념비적 작품이라는 설명은 다 보고 나서 안 사실이다. 60년대 흑백영화가 어찌나 긴장감 작렬에 시나리오 탄탄인지 실눈뜨고 봤다.(무서워서) 다중인격 사이코의 연쇄살인을 다룬 작품인데 후에 나온 대부분의 스릴러 영화가 이 영화를 그대로 복제, 모방하거나 아이디어를 얻은 것 같다. 특히나 살인마 노먼 베이츠로 분한 앤소니 퍼킨스의 열연이 대단했다. 초조해하면서도 능글거리는 표정을 만면에 띠우는 모습은 섬뜩했다. 정작 주인공 여자가 샤워실에서 난도당하는 장면은 보지도 못하고(이 장면이 하이라이트란다,피는 초콜렛 시럽을 활용했다고 한다.) 언니가 그녀를 찾아 나서는 장면부터 봤는데도 이렇게 사로잡혔는데 나머지 놓친 부분을 챙겨 볼 일이 기대된다. 





 

 

 

 

 

 

 

앤소니 퍼킨스가 <양들의 침묵>의 앤소니 홉킨스 인줄 알았는데 아닌 모양이다.  



발로 연기하는 이들이 이 분한테 수업을 좀 받아줬으면 싶은 소망이다. 너나 잘하라면 할 말은 없지만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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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크아이즈 2010-04-25 15: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헉, 사이코를 봤다굽쇼? 행운아시네요. 일요시네마, 말고 라고 또 있는 건가요? 지금 저 일요시네마 <이창> 보면서 댓글 달아요.

blanca 2010-04-25 19:48   좋아요 0 | URL
팜므느와르님 이창 저도 봤어요! 역시 실망시키지 않더라구요. 히치콕 특선으로 Ebs에서 새며 다 해줬던데 뒤늦게 알아 아쉬울 따름입니다. 사이코도 중반 이후부터 봐서 클라이맥스는 놓쳤답니다.--;;

노이에자이트 2010-04-25 16: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하하...안소니 퍼킨스와 안소니 홉킨스를 혼동하는 사람이 의외로 많더군요.제 친구들도 그래요.고전영화에 익숙치 않으면 그렇지요.한때는 퍼킨스 형님도 꽤 날린 남자랍니다.잉그리드 버그만을 사랑하는 연하의 남자 역도 했구요.

blanca 2010-04-25 19:49   좋아요 0 | URL
ㅋㅋㅋ 그렇군요. 퍼킨스 진짜 연기 잘하던데요.고전 영화도 일가견이 있군요. 저는 얼굴이 너무 변했다고 생각했답니다.ㅋㅋ

Kitty 2010-04-25 18: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소니 퍼킨스 완전 매력남이죠 ㅋㅋ 진짜 잘생겼고요 ㅋㅋ 저는 홉킨스보다 퍼킨스를 먼저 알아서 양들의 침묵에서 홉킨스를 보고 아니 늙으니 얼굴이 변했네 ㅠㅠ 했지요;;;; ㅋㅋㅋ

blanca 2010-04-25 19:50   좋아요 0 | URL
그죠? 키니님 저랑 완전 똑같아요. 늙으니 얼굴 완전 변했다고 ㅋㅋㅋㅋ 근데 인물검색 해보니 한 명은 죽고 한 명은 살아 있으니 말이 안되는 거죠 ㅋㅋㅋ 반갑습니다. 완전 똑같은 생각을 해서요.^^

프레이야 2010-04-25 20: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한때 무파마 라면 좋아했는데 그걸 밤12시에 드시며 사이코를요? ㅎㅎ
그러고보니 히치콕 영화 중 그걸 저도 처음부터 끝까지 못봤네요. 찾아봐야겠어요.
<부의 제국, 록펠러>는 님의 좋은 평에 기대어(^^) 검색하고 담아놓을래요.

blanca 2010-04-26 10:02   좋아요 0 | URL
프레이야님, 이게 다 옆지기 때문입니다. 밤에 꼭 무언가를 폭식하고 나야 잠이 드는 습관이 있어서요. 아,<록펠러>는 정말 강추입니다.

노이에자이트 2010-04-25 21: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소니 퍼킨스 최고의 히트작은 '페드라'지요.거기서 의붓어머니를 사랑하는 청년으로 나와요.우리나라에서도 방송에서 여러번 방영했는데 한 번 보세요.마지막에 페드라! 하고 절규하면서 자동차를 몰고 가다가 꽝! 하면서 영화가 끝나지요.

blanca 2010-04-26 10:02   좋아요 0 | URL
아! 그 퍼킨스가 퍼킨스에요? 아! 예. 꼭 봐야 겠군요. 그렇군요.

꿈꾸는섬 2010-04-26 00: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알라딘 문이 닫혀 있는 동안 여기저기 쏘다니다와서 닫혀 있는 시간이 길었는지도 몰랐네요.
무파마 라면을 먹으며...글을 읽는데 왜 이리 무파마 라면이 먹고 싶을까요? 도무지 살을 뺄 수가 없어요.ㅠ.ㅠ
무파마 라면이 없으니 다른 라면이라도 먹어야할까 고민중이에요.

blanca 2010-04-26 10:03   좋아요 0 | URL
ㅋㅋㅋ 꿈꾸는 섬님 항상 먹고 나면 후회합니다. 특히 밤중 라면의 유혹은. 다음날 아침에는 꼭 후회하게 되지요. 이렇게 얘기하며 항상 후회할 그 일을 하고야 맙니다.--;;

마녀고양이 2010-04-26 08: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밤 12시에 라면을? 블랑카님 얼굴 좀 보고 싶네요... 퉁퉁 부은.. ㅡㅡ;;
블랑카님, 저번에 제가 샀던 <마릴린, 그녀의 마지막 정신상담> 이거 소설이래요... 으윽
글구 배달온 히틀러 장난아니게 두꺼워염.. ㅋㅋ 좋은 한주의 시작되세요!

blanca 2010-04-26 10:05   좋아요 0 | URL
ㅋㅋ 마녀고양이님! 안그래도 저도 그거 소설인거 알고는 깜짝 놀랐었는데. 논픽션인줄 알았거든요. 히틀러는 정말 다 읽고 리뷰 꼭 올려 주세요. 너무 궁금해요. 그런데 중고로 1권만 나왔던데 2권도 다 사신 거예요? 마녀고양이님도 행복한 한 주 시작하세요!

Joule 2010-04-27 03: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그 사이 지른 물건이 한 30만원어치는 돼요. 알라딘이 보상해 줘야 한다고 봐요.

blanca 2010-04-27 23:30   좋아요 0 | URL
쥴님 ㅋㅋㅋ 알라딘의 보상이 절실해 보입니다. 30만원이라굽쇼? 혹여 예쁜 아이템들 있으면 소개좀 해주세요. 쥴님의 지름신 강림 페이퍼로 주방물품들 구입해서 잘 쓰고 있답니다. 특히 마늘찍기 완소합니다.

섬사이 2010-04-27 10: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이코, 저도 봤어요.
스토리 보다도 독특한 카메라의 시각이 먼저 눈에 들어오더군요.
특히 안소니 퍼킨스가 찾아온 사립탐정이 내민 여자의 사진인가를 보려고 다가갈 때의 얼굴을 담은 앵글에서는
'와!'하고 감탄했어요.
극중 노먼베이츠의 사저(?)를 담은 장면도 무척 유명하다죠?
사건이 해결되면서 건물이 점점 밝아지는 거라고 하더군요.
사이코, 정말 재밌게 봤어요.
이번 주엔 채플린의 영화를 한다던데,, 아이들과 같이 보려구요.

blanca 2010-04-27 23:32   좋아요 0 | URL
아아! 그런 거군요. 저는 몰랐어요. 다시 한 번 자세히 보고 싶어요. EBS 명화는 꼭 챙겨보는 게 좋을 것 같아요. 자녀분들이랑 같이 보면 더없이 좋겠어요. 저는 갑자기 고전영화에 푸욱 빠져서 그레이스 캘리의 다이얼M을 돌려라 다운받아 놓고 기대하고 있어요.^^히치콕이 그레이스 캘리를 엄청 좋아했다고 하더라구요^^;;

순오기 2010-05-01 15: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예전엔 EBS 시네마천국, KBS명화극장 꼭꼭 챙겨서 봤는데 알라딘에 빠진 후엔 잘 안 보게 됐어요.ㅜㅜ
덕분에 히치콕 영화는 그래도 많이 봤어요. ^^

blanca 2010-05-01 23:00   좋아요 0 | URL
그렇죠! 알라딘에 빠지고는 티비를 안보게 되더라구요^^;; 이것도 중독 수준인 것 같아요.
 

오늘 해도 해도 너무했다. 바로 날씨 너!
미친듯이 바람 불다 사월의 눈보라까지 맞은 날 콧물 흘리며 낚지 덮밥 먹었다.
넓고 휑한 그 식당. 아이에게 먹이려 알밥을 비비다 왠지 찜찜했던지 알을 계속 건져 옆으로 이동시키는 친구에게
왜? 매울까봐? 했더니 대답은 식당주인과 아줌마가 해 주신다.
하나도 안매워! 그걸 다 왜 빼! 

백 평은 되 보이는 그 넓은 식당 소머즈의 귀를 가졌는지
카운터의 주인 아저씨랑 부엌 근처에서 서빙보던 아주머니
정색을 하신다. 일순 무안해진다. 죄송합니다,라고 해야 하는 건지. 
나의 친구는 그게 아닌데,를 삼킨다.

엄마는 따뜻하게 파카입고 아이는 얇은 봄잠바 걸치고 바람 분다고
온 얼굴로 칼바람을 환영하며 콧물까지 흘리며 좋아해 주신다.
일순 계모가 된 느낌이다. 

폭풍의 언덕 초입의 경비실에 택배가 맡겨지면 이런 날 정말 슬프다.
뒷문에서 내려 내리막길로 내려오려는 꼼수를 동원한 오늘 딱 걸렸다.
알라딘 책 경비실에 맡겨져 있단다. 분명 아이는 내려오는 것만 즐거워하지
올라오려 들지 않을 것이다. 

슬픈 예감은 항상 적중한다. 반값으로 나온 입체 북<나의 체리나무집>이 저 택배 박스에 있다고 아무리 꼬드겨 봐도
주머니에 딱 손 꽂고 요지부동이다. 그러더니 이런다.
엄마! 그거 분홍색 구두야? 지금 꺼내줘. 

눈보라는 더욱 거세진다.
정말 느무느무 춥다. 온 몸이 곱아들 것 같다. 머리는 산발이다. 나도 힘들다. 이 언덕을 칼바람 속에 오르는 것이.
이건 아주 예쁜 언니 집이야. 구두는 없어.
 

아! 포효해 주신다. 분홍 구두가 웬 말이드냐?
왜 <나의 체리나무집>대신 분홍 구두가 나와줘야 하지?
이 비약을 어떻게 해석하고 해결해줘야 하는 거지?
  

집에 오니 <나의 체리나무집> 그 섬세하고 예쁜 집 상당 수를
초장에 찢고 무너뜨리고
지금 아빠랑 영풍문고로 가주셨다.  

몸살이 온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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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10-04-13 21: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고, 요새 감기몸살 조심해야하는데요,
오늘 따뜻하게 하고 푹 주무세요.
전 며칠 고생하다 오늘 영 괜찮아졌어요.
여기도 오늘 봄바람이 대단하네요. 벚꽃잎이 난분분~~~

blanca 2010-04-14 12:40   좋아요 0 | URL
프레이야님 감기 걸리셨군요. 오늘도 역시 날씨가 어제와 별반 차이가 없더라구요--;; 벚꽃 너무 이쁘지요? 프레이야님도 감기 끝 몸을 잘 추스리시기를 바랍니다.

穀雨(곡우) 2010-04-14 10: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분홍구두라...^^ 울 집 꼬맹이한테 분홍구두를 사 주겠노라고 큰 소리치고
사러 갔더니 사이즈 품절...@.@ 어찌나 실망하고 슬픈 눈을 해 대던지...
갑자기 구두에 떠 오른 잡설입니다. 그래도 어찌어찌 꼬드겨 다른 걸로 대체
했지만 아직도 서운했던지 구두만 보면..아빠는 #@$%% 안드로메다 언어를....ㅋㅋ

blanca 2010-04-14 12:41   좋아요 0 | URL
저 이번 주말에 사주마고 약속했는데 진짜 곡우님 같은 경우가 생기면 어쩌지요? 여자아이들은 분홍 구두에 대한 로망이 있나봐요^^;; 이쁜 언니가 신고 가는 것 보고 한참을 들여다 보더라구요.

마녀고양이 2010-04-14 12: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몸살이 온 블랑카 님에게는 미안하지만, 읽는 내내 웃느라고.... 아이고, 허리야.
그쳐,, 입체북을 좋아라는 하는데 갈가리 찢는걸 보면 마음이 아파요.
저희 딸두 동물 나오는 입체책의 상당 부분이 올렸다 폈다 하느라고 찢어졌어요...
뱀 대가리(!) 붙이느라 고생한거 생각하면.. ㅋㄷㅋㄷ

감기 조심하세요, 어제 너무 추웠어요!

blanca 2010-04-14 12:42   좋아요 0 | URL
그러면 안되는데 저는 책에 상처를 주는 걸 보면 화가 갑자기 치밀어 올라서요--;; 그러면 안되는데. 사실 제 책도 아니잖아요. 그죠?ㅋㅋ 마녀 고양이님도 따뜻하게 입고 다니세요. 오늘 패딩 입고 나갔는데도 더운 줄 모르겠더라구요.

마녀고양이 2010-04-14 14:26   좋아요 0 | URL
추운날은 아예 나갈 생각도 안 해여,, ㅎㅎ

순오기 2010-04-14 18: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늘 날씨는 정말 미친거 같아요. 도서관에 우람한 벚꽃들이 마구마구 흩날리고 있었어요.ㅜㅜ
칼바람에 계모가 된 기분, 왜 난 실실 웃음이 나오죠.ㅋㅋ
따뜻한 물(차) 자주 마시면 웬만하면 이겨내던데... 허브차도 도움되고요.

blanca 2010-04-14 23:30   좋아요 0 | URL
봄이 날짜상으로는 반도 더 갔는데 오는 것도 못 본 것 같아요. 안그래도 오늘 살구꽃과 벚꽃 구분하며 다녔어요^^;; 너무너무 추워요. 감사합니다. 순오기님도 감기 조심하세요~

2010-04-15 15:5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4-15 21:49   URL
비밀 댓글입니다.

기억의집 2010-04-21 11: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페이퍼에 간혹 워더링하이츠 이야기 하셔서 저 블랑카님 집 근처로 피크닉 가고 싶어요^^
바람 맞고 싶다는.

blanca 2010-04-21 12:05   좋아요 0 | URL
ㅋㅋㅋ 저희 집에 오면 다 씩씩거리며 이사가라고 하더라구요^^;; 바람 맞으시면 안되죠 ㅋㅋㅋ 저희집 근처로 오시면 환영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