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지에 다이어리가 두 개 생겨 버렸다. 왼쪽은 스타벅스, 오른쪽은 마법수프. 마법수프 다이어리야 근 오년 간 꾸준히 써오던 터라 출시되자 마자 미리 장만했고, 스타벅스 다이어리는 커피로 인생의 낙을 찾는 아부지가 오늘 냉큼 받아오셨다. 워낙 이런 쪽으로 탐욕스러워서 두 개를 안고 저울질하고 있는 중이다. 다이어리를 두 개 쓸 수는 없는 노릇이라 밀리는 아이는 동생들에게 생색내기로 쓰일 예정이다. 일단 스타벅스 다이어리는 굉장히 실용적이다. 저 끈만 해도 다이어리를 쓰다 항상 쓰던 페이지를 찾아 눕혀야 하는 수고를 줄여 주는 센스다. 물론 접어서 해당 페이지에 걸치는 책갈피 형식이 겉장에 붙어 있는 식으로 많이 활용되고 있는데 생각보다 금새 빠져서 별로라고 생각하던 차에 스타벅스의 시도는 고전적이지만 정답으로 보인다. 게다가 속지도 좍좍 펼쳐지고  아기자기한 맛은 없어도 간지러운 말이지만 쉬크하다. 엣지있다. 브라운의 표지도 심플하니 마치 작은 소설책을 끼고 다니는 기분을 만든다. 

 

속지는 검소하면서도 질리지 않게 절제한 디자인이다. 심심한 한계는 있지만 이 심심함이 결국 무난한 맛으로 곰삭게 될 테니까. 

마법수프 다이어리의 앙증맞음과 그 아기자기한 귀여움이야 캐릭터의 훌륭함과 더불어 두고두고 칭찬해 줄만하다. 그리고 디자인 못지않게 꽤나 실용적인 면도 있다. 180도로 펼쳐지는 다이어리가 생각보다 적다는 것도 이 다이어리를 돋보이게 했던 요소였지만 최근에는 다 그런 추세이고 뒷면의 수납봉투도 더이상 독창적인 요소가 되지는 못할 듯 하다. 속지는 무지무지 상큼하다. 그래서 또 금새 질린다. 상큼하고 톡 쏘는 매력이 결국 빠지게 되는 함정이라고나 할까? (꽤나 거창하군) 그러니까 덤덤함이 오래가는 법이다.

요 아이의 예쁜 눈망울과는 아쉽지만 작별을 고하게 될 것 같다. 다음 주 동생의 내방시 2009년 다이어리를 준비했냐고 넌지시 물어보고 아니라는 말에다 이 다이어리를 꾸욱 붙여 줄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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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황에 따라 똑같은 사물이 다르게 다가온다. 한 삼년 정도 전에 요놈 사고 분노했드랬다. 그 때야 엎드리거나 누워 재미있는 부분만 읽는 건달 독서를 자주 했던지라 북다트가 책갈피인 줄 알고
주문했다가 개봉해 보고 한 번 놀라고, 책갈피로 써보려고 하다 너무 얇아 어디 꽂힌지 찾아야 
하는 그 번거로움에 짜증이 솟구쳤다. 

요새는 간지 대용, 줄긋기 대용으로 다시 쓰게 되고 보니 어찌나 실한 녀석인지 벌써 다 써버리고
한 개 더 주문할 참이다. 책 귀퉁이 접는 행위를 제일 저어하는 지라, 메모해 두고 싶은 문구마다
요 놈을 슬쩍 끼워 놓으니 나중에 돌아보기도 좋고, 여러 모로 유용하다. 

단점이라면, 색깔이 금새 변해 버리고 느슨해져서 가격대비 질을 놓고 본다면 비추다. 거무죽죽해진다. 미쿡의 대학교수인가가 발명해서 그런지 우리나라에서는 똑같이 만들 수 없나 보다. 우리나라 사람들의 소비자 민감도와 손의 정교함을
본다면 반드시 더 잘 만들 수 있을 것 같은데 안타까운 부분이다. 

옆지기가 보더니 당장 두 개 사내라고 해서 주문해 줬더니, 신나서 가지고 가버리고 비싸다고 투덜댄다. 또 살거라고 하니
재활용하란다.-..- 왜 쓴 걸 다시 안 빼냐고. 그게 참 이상한게 좋은 대목대목 꽂아 놓은 북다트를 다 빼고 앉아 있는
내 모습이 처량해서 싫다. 왜냐고 묻는다면 언젠가 다시 그 책을 펼칠 때 내가 요 대목에 꽂혔구나,를 확인하고 싶은
심정이라고나 할까. 그래서 결론은 가장 싸게 구입할 수 있는 알라딘에서 또 하나 더 주문하겠다는 얘기. 휘리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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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드 2009-11-28 15: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포스트잇을 붙여 두는데요, 그걸 하나하나 떼서 바로 옆의 책장에 다닥다닥 붙이면서, 내용을 정리해둬요. 비공카테고리 같은 곳에 ^^ 하나하나 떼는 것, 재밌는데- ^^

blanca 2009-11-29 00:13   좋아요 0 | URL
저도 오늘 가만히 생각해 봤는데 포스트잇을 붙이면 될 것을 하면서 머리 한 대 콩 쥐어박았습니다.^^ 그 간단한 품목을 사러가기는 귀찮은 거지요.

라로 2009-11-28 18: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책 귀퉁이 접고 밑줄 긋는거 안좋아하는데,,,이놈이 괜찮군요!!!!저도 함 써봐야겠는걸요!!^^

blanca 2009-11-29 00:14   좋아요 0 | URL
산타클로스 넘 귀엽네요^^ 무언가 부족한 부분이 있긴 한데 유용한 건 사실이에요.
 

  • '태백산맥'이 왔다. 드디어 시작했다. 오늘이 11월 18일이니 올해 가기 전까지 마무리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활자가 어찌나 빽빽한지 솔직히 부담 백배이지만. 시작이란 것은 언제나 약간의 두려움과 설렘이 함께 하는 것이니까.  
  • 입선이라도 했으면, 했던 기다리던 결과가 장장 2주나 지나 나왔다. 결과는 단추에 꿰어 맞추듯 입선이다. 솔직히 껄쩍지근하다. 안주기는 뭣해서 가여워서 챙겨준 것 같은 이 기분. 
  • 딸아이가 걷기는 무지하게 빨리 걸었는데 말이 또래에 비해 많이 늦어 걱정 아닌 걱정을 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오늘 하루 문장이 아닌 단어가 폭발했다. 짜장,포크, 조끼,코끼리,사탕 등. 그래봤자 두 달 늦은 아는 동생은 유창한 문장을 구사하는 현황이라 조족지혈이지만 ㅋㅋㅋ 어어,버버 하던 아이가 갑자기 대부분의 단어가 터진다는 것은 고슴도치 엄마에게는 경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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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나 너는 나에게 많은 것들을 양보했었어.
단지 더 많이 가졌다는 이유로. 

이제 정말 우리 둘 같이 추리닝 바지 입고 쓰레바 끌면서
서문여고 앞에 인디언 떡볶이 먹으러 가는 일은 더이상 없겠지?
무언가를 같이 보고 항상 같이 듣고 같이 흥분하고 같이 미워하고
같이 울고 때로는 너무 미워 서로 악담을 퍼붓고 유치하게 욕하는 일기나 쓰고
그리고 또 그 일기를 서로 읽고 열받고. 

항상 나눠야 하는 게 싫어 외동딸을 꿈꾼 적도 있었지만
이제는 같이 항상 나눠야 했던 그 시절이 너무 그립구나.
이젠 각자의 공간에 각자의 가족을 만들고 각자의 꿈을 그리며 조금은 떨어져 걸어가겠구나.
이렇게 갑자기 다 늙어버린 기분. 
너와 만든 수많은 기억들이 갑자기 다 정지된 화면처럼 바스락거린다.
우리가 그래왔다는 것. 우리가 정말 그랬었다는 것. 다 꿈처럼 느껴져.
신랑보다 더 두꺼운 팔뚝을 요즘은 베일이 다 가려준다고 큰소리 쳐대던 너의 호기까지
말같잖은 논리를 그저 한살 많은 언니 얘기라고 호응해 주었던 너의 그 고개끄덕임도
오늘은 너무 그립구나. 

갱! 갱! 행복하자. 늙어 꼬부랑 할머니 되면 또 그렇게 손잡고 이쁜 츄리닝 입고
떡볶이 탐험을 떠나자꾸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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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해 사랑해2'를 사려다 보니 어느 고마운 분이 알사탕 받고 사면 되겠다고 써놓은 것을 보고
알사탕이 대체 무언지는 모르지만, 받아 놓으면 좋겠지 싶어 받아 놓고 잊고 있었다. 

나날이 누적되는 책값을 한 달 단위로 결산하며 느껴야 하는 그 죄책감에 눌려
우울해 하며 또 중고책 처분을 해야 하나, 빌려준 책도 다 받아와 한 박스를 채울 수 있을까
싶던 와중에 오늘 갑자기 알사탕 생각이 나서 이것은 어떻게 활용해야 하나 싶어 알아보니
삼천원 할인에 응모하여 당첨되는 경로가 있어 깜짝 놀랐다.
응모만 하면 다 당첨되는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ㅋㅋㅋ
당첨되어 삼천원을 할인받으며 책을 사는 기분은 정말 로또 1등 맞은 기분까지는 아니더라도
횡재한 기분이라 아싸 가오리를 외쳤다! 

그런데 갑자기 알사탕 책 제법 산 거 같은데 날려 버린 기회가 얼마인가 싶어
왜 이 좋은 걸 이제서야 알았나 자책중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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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해한모리군 2009-11-11 23: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근데 알사탕은 사기만 하면 자동으로 다운이 되는건가요?
제가 대상 도서 구입한 후 어디가서 받아야 되는건가요?

아직 알사탕이 뭔지 모르는 일인 --;;

blanca 2009-11-12 13:38   좋아요 0 | URL
ㅋㅋㅋ 저도 몰랐다가 그게 알사탕 도서는 따로 있더라구요. 알사탕 천개라고 책 밑에 눈에 띄게 붙어 있구요. 구입하면서 다음날인가 다운 받을 수 있게 해놓는 시스템인데 다운받아놓고 놔두면 말짱 도루묵이었던 걸 몰랐습니다. 알사탕으로 또 여러가지를 추첨하더라구요. 사실 저도 처음이라 설명을 제대로 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저만 모르는 줄 알았는데 동지가 있었군요^^

순오기 2009-11-25 21: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랑해2에 알사탕 얘기 쓴 사람은 저 같은데요.ㅋㅋ
저도 사실은 뭔지 몰라서 참여하지 못하는 게 많아서,
이제는 자칭 홍보대사로 이것저것 알려드리고 있어요.^^

blanca 2009-11-26 13:30   좋아요 0 | URL
맞아요! 순오기님 덕분에 삼천 원이나 벌었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