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난 영화 참 많이 있었다.
자연 재해, 괴물, 돌연변이, 외계인.... 에 의한 재난.

이런 영화들의 공통점은 갈 때까지 간다는 점이다.
너무도 당연한가? ㅡ.ㅡ;
극한 상황에서는 인간의 본성을 자연스럽게 드러내기 쉽다는 점이
영화의 소재로써 자주 이용되는 매우 좋은 이유가 된다.  
좋은 소재이지만, 너무 흔한 소재이기도 하다.
(책으로는 주제 사라마구의 '눈먼 자들의 도시'와 흡사한 면이 있다)
그것이 강점이 되기도 하고, 약점이 되기 때문에 감독의 재량과 연출력이
크게 요구되는 장르이다.

'28일 후'는 분노 바이러스에 의하여 고립된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호러영화 대부분이 그러하듯이 목숨을 부지하기 위해 이리저리 도망다니다가
위험에 닥치고 해결하고.. 이런식이다.

그렇지만, 이 영화의 매력은 인간 자체에 대한 분노와 공포, 야만성을 감각있게
보여주고 있다는 점이다. 바이러스에 감염이 되었건 안 되었건 간에 비인간적이고
잔인한 욕망이 존재하고 있음을 후반부로 갈 수록 강하게 부각시킨다.
공포와 분노에 의해 야만성이 깨어나는 식의 변화는 주인공을 유심히 살펴보면 알 수 있다. 

디지털 촬영으로 찍은 사람들이 없는 삭막한 도시의 전경이 인상적이다.
아무도 없는 도시에서의 고립감, 위험이 숨어 있는 도시의 위압감
그에 어울리는 배경음악....  

사람이 없어서 공포스럽고, 사람때문에 공포스러운 색다른 공포영화이다.

 

점수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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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07-08-07 10: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괴기스런 영화인줄 알고 봤다가 상당히 고독한 영화구나, 라고 생각을 바꿨던 영화예요. 을씨년스러운 영국이라니, 주인공이 병원에서 의식을 찾고 깨어나 혼자 거리를 걷던 장면은 내내 생각나요.
 

국내 영화 중 이런 스타일의 영화는 아마도 처음 본 듯 하다.

영화의 심연에 담긴 주제의식의 압박감과 무게감은 상당하지만,

황당한 소재와 엉뚱한 소품으로 영화를 무겁지도 가볍지도 않은

경계에 올려 놓는다.

 

엽기, 발랄, 잔혹 SF라고 불러줘야 하나...

만화같은 상상력에 '미저리'같은 집착과 광기,

'화성침공'에서 보여준 듯한 풍자와 '싸이코'에서 볼 수 있었던 스릴

 

진지모드, 처절모드, 발랄모드 이리 저리 바뀔때마다

모호한 분위기에 적응하는 것은 묘한 영화적 매력을 불러일으킨다.

 

주연, 조연 모두의 연기에서 모자람이 없었고, 신하균과 그의 단짝 순이가

보여주는 캐릭터의 개성은 근래에 본 영화 중 최고였다. 

순이의 눈망울과 눈썹 ㅡ.ㅡ; 으어~ 

 

익숙해질 수 없는 고통이 가져온 광기와 파괴,

광기와 파괴가 가져온 지구의 파멸...

지켜야 했던 사람들을 지키지 못한 그의 운명이 전하는 비극은

희망에 죽음을 선고한다...

 

엔딩 크래딧이 상당히 우울하네요...

 

이런 개성 강한 영화가 너무 좋다~

 

 

점수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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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은 좋은데 감독의 능력이 많이 딸리는 듯.
이야기가 좀 어수선하고, 특히 김유신 캐릭터가 말하는 주제의식도 불분명하고,
전체적으로 영화가 말하려는 내용과 구성이 따로 노는 느낌.


신나게 욕지거리하면서 웃기려고하다가
마지막에는 꼭 점잖빼는 식상한 플롯은 여전하고,
(하나도 제대로 못 보여주면서 이것저것 다 보여주려는건 과욕)
무엇보다도 영화의 클라이막스가 없다는 점이 제일 아쉽다.

 

이준익 감독이 만들어 논 영화들을 쭈욱 보니...
달마야 놀자, 공포택시, 아나키스트, 간첩 리철진, 키드캅.
자신의 스타일에서 벗어나지를 못하는 느낌이 든다.


이거 하나는 명대사...
'호랭이는 가죽 떔시 디지고, 사람은 이름 땜시 디진다'

 

뇌물의 정의도 확실하게 짚어준다.
"아따 아부지. 원래 제가 뇌물을 잘 안당께요. 원래 뇌물이라는 것은 이거이 뇌물이어라, 하고 주는 것이 아니라, 그냥 선물이라고 주는 것이지요. 원래 받으면 안 되는 것이니 저짝에서는 당연히 거절하고, 이쪽은 자꾸 권하고, 또 사양하고 다시 권하고, 그렇게 밀고 당기는 동안 이심전심이라고 주고받는 양자의 마음이 살살 통하는 것이, 바로 뇌물의 묘미어라."


차라리 영화 홍보 할때처럼 좀더 만화기법을 두드러지게 썼으면 재미있지 않았을까...
예를들어 벌교삼인방의 특징을 에니메이션이나 CG로 과장하는 식으로....
전투씬에서는 다들 칼들고 흐느적거리며 시늉하는 사람들 투성이니
하려면 확실하게 하든가. 어설프게 하려면 확실하게 어설프던가.

 

솔직히 사투리는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 뭐라고 외쳐대기는 하는데...
대충 뉘앙스는 알겠지만, 차라리 자막처리 하지 ㅡ.ㅡ;
책에서도 각주로 용어 설명해주듯이 사투리의 맛을 재미있게 전달하는
제작진의 배려와 스킬이 부족했다.

 

오로지 기획~! 하나 믿고 만든 것 같은데..

(물론 연기잘하는 배우들 몇명 나오기는 했지만)
TV 코미디에서도 몇번 나왔었던 '사투리 사극' 수준가지고
영화라 하면 좀 '거시기'하지.

 

 

점수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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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릇파릇한 감정을 주체할 수 없는 사람들을 위한
멜로+추리가 혼합된 솜털 같은 영화....

감성의 옆구리를 간질간질거리는데 유쾌함과 상큼함이 마구 흘러내린다.
알 수 없는 이에 대한 환상, 신비감...
그를 쫓는 사람의 기대와 믿음이 묘한 긴장감과 더불어 이야기의 힘을 실어준다.
남자 주인공의 '성격 좋은' 연기도 좋다(실제로 그런 성격의 남자라면 나도 관심을 가지겠다 ㅡ.ㅡ;)

CF감독 출신답게 화면을 구성하는 감각(색깔, 조명, 마치 정물화나 서양화같은)도 있어보이고,
'출연한 영화마다 족족 망하지만' 언제나 개성 강한 연기를 보여주는 배두나도 좋고,
여고괴담2에 나왔던 눈 찢어진 고딩도 간만에 나오니 반갑기도 하다.
배두나의 아버지로 나오는 '소설가 양반'의 느끼함과 절절한 감성의 흐느낌은
으어... 식용유에 담근 버터를 김치없이 먹는 것 같은 효과를 낸다.
아주 좋은 연기자 같다. ㅋㅋㅋ

왜 이런 영화가 망했을까 이유를 알 수가 없다.

다 보고나니 어~ 이거 어디서 모티브를 따온거 같다라는 느낌이 들었다.
매체에서도 소개된 적이 있을 법한 카롤린 봉그랑의 '밑줄 긋는 남자'.
저 책이 영화화된다는 소문은 얼핏 들은것 같았는데 '봄날의 곰'이였군.

절대 연인용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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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퍽한 피의 축제, 광란의 활극.

무엇을 얘기하는지 고민할 필요가 없다. 그저 복수를 위해 베어넘기는 것뿐.

이름 위에 줄이 그어지고, 튀는 피에 익숙해지기만 하면 된다.

 

'여정에 신을 만나더라도 베어버리리라'는' 비장감...

받은 만큼 처절하게 돌려주는 냉철함...

이것이 바로 '복수의 영화적 정의', 킬빌이 그것이다.

 

곰팡이 냄새가 날 듯한 2~30년 전의 서부극, 사무라이 영화, 이소룡의 무술에

복수라는 낡은 테마를 접목시키니 모양새가 점입가경이라.  

근데 의외로 진국이다. 

이게 무슨 맛이람...?

 

B급 영화의 극미를 보여주는 타란티노의 영화는 이 맛에 본다. 

폭력과 파괴의 미학이 주는 묘한 쾌감.

확실하게 끝장을 내는 맛.

한가득 쌓여있는 쓰레기에서 느끼는 악취와 구역질.

바닥을 기어도 절대 하늘을 보지 않는 바닥정신.

 

오렌 이시이의 대사 중

'중국이건 미국이건 내 혈통을 가지고 왈가왈부하는 것들은 모두 대갈통을 날려버리겠다'

타란티노 감독이 마치 보는이에게 선전포고를 하는 것 같다.

 

짬뽕은 짬뽕 자체로 즐겨라...

따지지 말어...

 

 

점수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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