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시는 비난할 자격 없다 테러리스트 딱지 그만 붙여라”
79년 이란 주제 미국대사관 점거 사태는
미국의 팔레비 독재정권 감싸기가 근본원인
CIA는 이란을 신정국가라 단정하지만
미국 대통령은 성경에 손얹고 취임선서한다
▲ 지난 6월24일 결선투표에서 압도적 표차로 이란 대통령에 당선된 마무드 아마디네자드(마흐무드 아흐마디 네저드)가 25일 테헤란의 자기 사무실에서 지지자들을 향해 손을 흔들고 있다. 예상을 뒤엎고 압승한 그는 선거를 통해 확인된 보수-개혁, 부자-빈자간의 깊은 골을 의식한 듯 화합을 호소했다.  테헤란/로이터 연합
얼마 전에 끝난 이란 대통령 선거의 결선 투표에서 마흐무드 아흐마디 네저드가 당선되었다. 처음에 나는 일간지와 텔레비전 보도에만 의존해서 이란 선거에 접했다. 하지만 인터넷 검색을 한 지 몇 시간 되지 않아 그 상당 부분이 부실하다는 걸 알게 되었다.

대다수 언론에서는 영어 표기 Mahmoud Ahmadinejad 때문인지는 몰라도 마무드 아마디네자드라고 표기하고 있지만 <이란정보네트워크>란 사이트에서는 세 단어의 페르시아어로 된 이름을 한국어로 마흐무드 아흐마디 네저드라고 표기하고 있다. 페르시아어를 모르니까 함부로 주장할 수는 없지만, 사람 이름은 그 사람의 모국어에 가깝게 불러야 하는 법이고, 또 이란의 지역 사정에 관해서는 전문 사이트가 더 나을 듯해, 나는 아흐마디 네저드라고 줄여 부르겠다.

대다수 언론 매체는 아흐마디 네저드를 강경 보수파로 분류하며 종교적으로 극단적이어서 위험한 인물이라는 딱지를 붙이고 있다. 만약 그런 식으로 그를 단정짓는다면 아흐마디 네저드의 미국 쪽 맞짝은 당연히 조지 부시다. 다만 아흐마디 네저드는 이란이슬람공화국의 대통령 당선자로서 반미의 입장에 서 있는 것이고 부시는 아랍지역에서의 미국의 패권적 이익을 우익적 관점에서 광신적으로 대변하고 있을 따름이다.

이런 식의 분류나 딱지 붙이기는 본디 매우 정치적인 일이다. 미 중앙정보국(CIA)의 공식 사이트 내의 ‘월드 팩트북’에서는 이란의 정부 형태를 신정공화국(theocratic republic)으로 단정하고 있다. 참으로 웃기는 수작이 아닐 수 없다. 취임식에서 헌법 책이 아닌 성경에다가 손을 얹고 선서를 해야만 당선자가 대통령이 되는 나라가 바로 미국 아닌가. 신정이란 말을 통해 하려는 주장은 이란이 근대사회도 아니고 민주주의가 제대로 실현된 나라도 아니라는 것이다. 그러니까, 미국 정부의 속셈은 자기네가 신정국가라는 딱지를 붙인 나라에 대해서 제멋대로 침략전쟁을 벌이고 싶으니까 이것을 용인해달라는 것이다.


CIA의 ‘월드 팩트북’에서는 자기네 정부 형태를 ‘헌법에 바탕을 둔 연방 공화국; 강한 민주적 전통’이라고 하고 있다. 자화자찬이 매우 지나치다. 이란의 최종 결선투표에서 아흐마디 네저드는 과반수를 훨씬 넘게 득표했다. 반면에 지지난번 미 대통령 선거에서 고어가 한국이나 이란의 선거제도에서 싸웠더라면 대통령이 되고도 남았다. 미국식 민주주의는 민주주의 일반의 한갓 변종에 불과하다. 그것은 글로벌 스탠더드가 결코 아니다. 미국의 상원의원 제도나 대통령 선거인단 제도는 아주 우스꽝스러울 정도로 불합리하다. 그렇지만 우리는 미국의 역사적이고 문화적인 특수성을 고려해서 그것들을 이해하고 존중하는 것이다.

공작으로 정권 무너뜨려

영어로 Velayate Faqih라고 표기되는 이란의 현 정치-사회적 지배체제는 1979년에 미국의 지원을 받던 부패한 팔레비 왕조를 타도한 이란혁명을 통해 만들어졌다. 1951년에 이란 총리인 모하메드 모사데그(Mohammed Mossadegh)가 석유산업을 국유화하자 1953년에 미국 CIA는 공작에 의해 모하메드 정권을 무너뜨렸다. 그리고는 명목상의 국가 원수였던 팔레비를 사실상의 절대적 지배자로 만들었다. 팔레비는 그 이후 25년 간 이란에서의 미국의 이익을 지켜내는 꼭두각시 노릇을 해왔는데, 급기야 이란 민중은 혁명을 통해 부패하고 무능한 팔레비 체제를 무너뜨린 것이다. 그와 비슷한 시기에 미국 정부는 한국전쟁을 잠시 멈춤과 동시에 베트남의 부패한 프랑스 추종세력을 본격적으로 지원하기 시작했던 것이다.

아흐마디 네저드가 대통령에 당선되자 미국은 그가 1979년의 미 대사관 점거 사태의 참가자일지 모른다는 의문을 전세계 언론에 흘렸다. 맞다, 아니다 하는 공방이 며칠 간 계속되었는데 이는 초점을 벗어난 것이다. 설령 아흐마디 네저드가 그 당시 미 대사관에 쳐들어간 대학생 중 하나라고 하더라도 도대체 무엇이 문제란 말인가. 김구 선생이 이승만대신 대통령에 되었다고 가정하고 그리고 또 여기에 대해 일본의 자민당 정권이 김구는 테러 조직의 두목이라서 대통령으로 인정할 수 없다고 비난한다고 가정해보자. 어떤 일이 일어나겠는가.

누구를 대통령으로 뽑을 것인가 하는 문제는 전적으로 주권을 가진 나라의 국민들 다수가 결정할 문제다.

1945년에 미국은 일본에 원자폭탄을 투하했다. 원폭 투하와 9·11 사태를 비교해 보자. 단선적이고 평면적인 비교라서 무리가 따르기는 하겠지만, 궁극적으로는 어느 것이 더 야만적일까. 원폭 투하는 아주 야만적인 처사였다. 아랍세계에 대한 미국의 정치-군사적 지배와 간섭을 타파하고 그 지배와 간섭의 부당성을 전세계에 알리기 위해서 벌인 테러사건보다는 원폭 투하가 훨씬 더 잔혹하고 끔직한 일이다. 오늘날의 평화와 환경에 대한 일반적 관점에서 본다면, 또 그 피해 및 상처의 범위, 깊이, 강도, 지속성 등에서 본다면 당연히 그러하다.

일본 사람들 상당수는 피폭과 관련해서 자기네가 희생자라고 여기고 있다. 일본의 우익세력이 정치적 선동 과정에서 그 피폭의 체험과 정서를 교묘히 활용하고 있는 것은 잘 알려져 있다. 또한, 1980년 미국 대통령선거에서 민주당의 지미 카터가 공화당의 로널드 레이건에게 지게 된 결정적 이유가 이란 대학생들의 미 대사관 점거사태 이후에 허물어진 미국 유권자들의 국가적, 정치적 자존심 때문이었다는 것도 잘 알려진 사실이다.

1979년 가을에 이란 대학생들이 미국 대사관에 쳐들어 간 것은 미국 정부가 미국 내 이란혁명 관련 자산을 동결한 반면에 망명한 독재자 팔레비한테 안락한 거처를 제공한 것이 이유의 하나였다. 이 사건은 1985년 서울의 미 문화원 점거사건을 떠올리게 한다. 당시 한국 대학생들은 “광주 학살 책임지고 미국은 사과하라”는 구호를 외쳤다.

부당한 간섭과 흑색선전 그만

이란의 정치-사회적 지배체제 아래에서 대통령이 하는 일에는 많은 제약이 따른다고 한다. 이번 선거에서 이란의 정치세력 일부가 보이콧 전술을 행사한 것도 이와 관련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자기네 방식과 다르다고 해서 미국이 CIA 홈페이지를 통해 이란의 지배체제를 신정체제라고 못박은 것은 애당초 아랍 이슬람 세계 및 이란의 역사적, 문화적 성격을 제대로 이해하려 들지 않기 때문이다.

이번 선거를 통해서 이란 국민 다수는 부패로 얼룩진 어설픈 서구식 개혁보다는 이슬람 원리주의 체제를 더 선호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장장이 아들 출신으로 가난하게 살아왔다던 아흐마디 네저드의 당선에는 서민들의 지지가 크게 작용했다고 한다. 어쨌든 이란의 선거 결과에 대해서 부시 정권은 부당한 간섭과 흑색 선전을 그쳐야 한다. 중국 주장대로 부시 정권은 자국의 극히 낙후된 인권문제를 개선하는 일에나 신경을 써야 할 것이다.

이란의 대통령 선거 이후 휘발유 값이 오르고 있다. 1ℓ당 소비자가격이 한국은 1415원이고 미국은 612원이다. 국민소득 기준으로 환산해서 한국이 100이라고 하면 미국은 12.6이고 일본은 30.3이라고 한다. 한국의 휘발유 값에서 세금의 비중이 무려 65%나 되는 것이다. 반면에 미국 정부가 아랍지역에서 전쟁을 벌이는 이유 중의 하나는 값싼 휘발유를 맘대로 펑펑 소비함으로써 지구 오존층의 구멍을 더 크게 넓히기 위해서라고 나는 이해한다. 전세계 온실가스 배출에서 36.1%를 차지하는 미국은 온실가스를 줄이자는 교토의정서를 승인하지 않았다.

상당 부분을 아랍지역에서 수입하는 석유에다가 터무니없이 높은 세금을 매기고 있는 만큼 한국 정부는 아랍 이슬람 세계에 대한 제대로 된 정보를 납세자들에게 제공해야만 한다. 하지만 나는 이란 주재 한국대사관의 홈페이지에서 이번 대통령 선거에 대한 유익한 정보를 전혀 얻을 수 없었다. 더 나아가, 국제적 망신을 당하기 전에 한국 정부는 자이툰부대를 빨리 철수시키기 바란다. 한국군의 이라크 파병은 이라크 국민들은 물론이고 아랍지역의 무슬림들을 모조리 반한적 투사로 만들어버리는 효과를 가져올지 모른다. 지금 주한 미군 기지 문제가 평택 시민 대다수의 대미 자세를 그렇게 만들어가고 있듯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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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출처 : 릴케 현상 > 윤종훈 회계사가 민노당을 떠나는 이유

윤종훈 회계사가 민노당을 떠나는 이유

[인터뷰] 14일 사직서 제출, "정파 갈등으론 아무것도 못해"

 

2005-01-15 오후 2:37:16

 

 

 "민주노동당에 과연 '진보'가 있는지 의심스럽다. 언제부터인가 당은 모든 이슈에 '이것이 어느 정파, 어느 조직에 유리하냐'는 주판알을 튕기기 시작했다. 부유세와 조세개혁에 대한 최소한의 인식과 기본원칙조차 없었다"
  
  지난해 4.15 총선후 참여연대에서 민주노동당으로 적을 옮겼던 윤종훈 회계사가 14일 '사직서'를 제출, 민노당 안팎에 적잖은 파문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윤 회계사는 참여연대 재직시절 삼성그룹을 집중공격해 궁지에 몰았던 회계-조세 전문가로, 그의 민노당 입당은 각계의 비상한 관심을 모았었기 때문이다. 반년만에 민노당을 떠나는 이유에 대해 그는 한치의 망설임도 없었다. "희망도 없는데 배고픔을 참을 이유가 없었다. 나의 사표가 당에 자극이 된다면 그나마 다행"이라고 답했다.
  
  다음은 윤 회계사의 인터뷰 전문이다.
  
  "지금 민노당, 부유세 다룰 능력도, 의지도 없다"
  
  프레시안 : 당을 떠나게 된 결정적 계기가 무엇인가.
  
  윤종훈 : 부유세 문제는 단순한 법안 하나가 아니다. 누가 얼만큼 벌고 얼만큼 갖고 있는지 철저히 파악해 조세의 기본을 다시 세우는 시스템 구축 과정이다. 여기에 따를 엄청난 저항에 대응하려면 세수에 대한 과학적 분석은 물론, 설득할 수 있는 그림을 보여줘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소위 진짜 '선수'들을 모아 태스크포스팀을 구성하고 일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야 한다. 당력을 총집결시켜도 힘든 문제인데, 그간 당 지도부나 간부들이 보여준 몰이해를 봤을 때, 이는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는 심증이 굳어졌다.
  
  처음엔 몸으로 때우며 좀 고생하고 문제가 있어도 희망이 보이겠지 했으나, 시간이 갈수록 당의 부정적인 모습들이 과도기적 상황이 아닌 본질이구나 싶었다. 지금 당은 부유세를 다룰 능력도, 의지도 없다. 차라리 당 밖에서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프레시안 : 구체적인 계기가 있었나.
  

 
지난해 6월 <프레시안>과 인터뷰 중인 윤종훈 회계사. 그는 "(부유세에 대한)저항이 아니, 반역이 심하더라도 정도를 가는데 못가게 하면 싸워야죠. 그러면 사건이 되는 겁니다"라며 자신만만했었다. ⓒ프레시안  

  윤종훈 : 조세개혁 법안이 1차로 최고위원회에서부터 부결됐다. 이 때 '소위 말해 지도부의 인식이 이 정도구나'하고 굉장히 충격받았다. 자영업자 소득파악과 간이과세 폐지에 대해 당의 간부가 일방적으로 인터넷에 조세법안에 대한 반대글을 올려 당내 논란이 있기도 했다.
  
  택시노조들이 LPG 특소세 폐지를 들고나왔을 때도, 당은 원칙을 지키지 못했다. 사실 특소세를 폐지해도 기사들에게 돌아가는 돈은 몇 만원 안된다. 더구나 노조가 세금 빼서 사업주와 나눠먹기 식으로 에너지세제를 왜곡하는 것은 말도 안된다. 에너지세제는 에너지 및 환경정책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할 사안이고, 조세는 기본적으로 어떤 특정업종에게 혜택을 주기 시작하면 왜곡되는 건 순식간이다.
  
  이에 당이 단호히 반대해야 했음에도 노조가 자기 지지기반이라고 우왕좌왕 흔들리는 모습을 보였다. 이 밖에도 진보의 가치가 자기에게 이익이 되느냐 아니냐를 가지고 흔들리는, 진보정당에 어울리지 않는 일들이 자연스럽게 일어났다. 이런 사소한 문제 갖고도 중심 못 잡고 원칙을 포기하는데, 부유세는 어림도 없었다. 구호가 공허했고, 앞길이 보인다 싶었다.
  
  참여연대가 힘을 얻기 시작한 계기가 98년 부가세 면세 혜택 폐지 운동이다. 이는 변호사가 먹여 살리는 참여연대로서는 지지집단의 이해에 반하는 행동이었다. 그러나 개혁의 가치에 맞았기에 당시 진정성을 인정받았고 지지를 받는 시발점이 됐다. 민주노동당에는 이러한 진보의 가치에 대한 진정성이 안 보인다.
  
  "지금같은 당내 정파간 정치공학적 구도로는 아무것도 못해"
  
  프레시안 : 인력 보충등 지원요청을 했었나.
  
  윤종훈 : 당연히 했다. 적어도 단 한명이라도 더 뽑아야지 이대로는 못간다고 경고했지만 돌아오는 답은 없었다. 현 지도부의 부유세에 대한 진정한 의지와 동력에 의구심이 들었다. 솔직히 지금까지 '국보법 철폐'에 올인하면서 부유세에 당력을 기울이는 게 낭비라는 분위기가 당내에 분명히 있었다.
  
  아무리 정파가 있어도 할 일은 하면서 싸워야 한다. 최소한의 기본적인 공통인식도 없이 이슈가 제기할 때마다 누구한테 유리하냐 주판알 튕기는 정치공학적 구도가 현재처럼 팽배하면 아무것도 할 수 없다. 부유세는 삭발하고 단식한다고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이것은 어쩌면 진보정당의 진짜 진검승부인데, 지도부의 고민이 부족한 것 같다.
  
  당은 그간 조세문제를 내 개인의 원맨쇼로 해결하려 했다. 내가 먹고 싶은 음료 누르면 나오는 자판기도 아닌데, 상황의 심각성을 모르고 어떻게든 내가 하겠지 하는 순진한 생각을 하고 있다.
  
  "다른 연구원들도 많이 다운돼"
  
  프레시안 : 가족수당 삭감등 연구원 월급이 현재보다 더 깎인다는 말도 있는데, (나가는데) 경제적 요인도 컸나.
  
  윤종훈 : 월급은 적지만 활동예산 지원등 여러 다른 방식의 보완을 기대하기도 했다. 그게 가당찮은 기대라는 것은 곧 깨달았지만...사실 내가 안 나간다 해도, 백몇십만원의 월급으로는 선수들을 더 못 뽑을 뿐더러, 월급이 개선돼도 지금 당내 분위기에서는 들어올 사람도 없다.
  
  정책 경향이 민주노동당 쪽임에도 정서적 이질감등 벽 때문에 접근 못하는 연구자도 많은데, 그것이 전혀 근거없는 것은 아니었다. 당이 스스로 그 선입견을 깨기 위해 스스로를 변화시키고 많이 노력해야 되는데 지금 상황을 보면 웬만한 자극 가지고 될까 싶다.
  
  프레시안 : 지난해 청운을 품고 왔는데, 아쉬운 점이 많을 것 같다.
  
  윤종훈 : 허탈하다. 처음에 당에 출근할 때 고2 아들한테 괜히 미안해서 마주치지 않으려고 새벽 5시반에 나오고 그랬다. 그래도 몇년 열심히 하면 뭔가 사회를 바꾸는 데 기여할 수 있지 않을까 했는데, 신년 사업계획을 봐도 전망 없단 생각이 들고 고작 출근부 작성같은 문제 가지고 당이 시끄럽기나 하고 다른 연구원들도 많이 다운됐다. 지금은 우선 아무 생각없이 좀 쉬고 싶다.
  
  이 문제는 나에 대한 별도의 배려를 통해 해결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사표는) 어차피 누가 해도 언젠가 터질 문제였다. 그동안 당이 너무 정신없이 지내왔는데 이를 계기로 당의 운영방향과 방식에 대해 깊이 고민해보는 계기가 되면 그나마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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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전가정 15살 소녀 죽음을 계기로 돌아본 ‘에너지 기본권’

우리에게 어둠을 밝히기 위한 촛불은 이제 낯설다. 촛불 시위가 익숙할 뿐. 그만큼, 전기가 끊어져 촛불을 쓰다가 불이 나 목숨을 잃은 소녀의 이야기는 낯설고 안타깝다. 전기가 들어오지 않은 것이 아니라, 전기가 끊어진 것이어서 더욱 그렇다.

지난 10일 새벽 경기도 광주시 목동 남아무개(48)씨 집에서 불이나 남씨의 둘째 딸(15)이 목숨을 잃었다. 농업과 막노동을 하는 남씨가 일거리가 줄면서, 지난 2월부터 전기료 80여만원을 체납했다. 지난 겨울 전기장판으로 겨울을 나면서, 전기 요금이 80만원을 넘어섰다. 5월 말에 전기가 끊어졌고, 남씨의 딸이 화장실에 두고 온 촛불이 옮겨붙어 불이 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단전에 따른 ‘촛불화재’는 언론에 보도된 것만 해도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해 2월에는 전남 목포시에서 단전당한 정신지체 2급 장애인 남편과 하반신 마비 장애인 부인이 촛불을 켜놓고 자다가 불이 나 부부가 함께 목숨을 잃었다. 이들은 석달치 전기 요금 10여만원을 내지 못했다. 또 지난해 12월에는 전북 남원시에서 촛불을 켜놓고 정신지체장애인 아들과 잠을 자던 80대 기초생활수급자 할머니가 화재로 숨졌다. “할머니가 전기 요금을 아끼려고 촛불을 켜고 살았다”는 게 주변 사람들의 증언이었다.

전기 끊겨 촛불 켜다 불타 죽은 사람들…

한달에 몇만원의 전기 요금을 못내 전기가 끊어지는 세대는 우리 곁에 있다. 서울 구로구 오류동에서 75살 어머니와 함께 사는 지체장애 5급 장애인 ㅎ씨는 10만원의 전기요금을 내지 못해, 몇달째 전기가 끊어졌다. ㅎ씨는 폐지를 수집해 생계를 잇고 있다. 이들은 아름다운 재단의 ‘빛 한줄기 희망기금’에서 10만원을 지원받아 12일에야 다시 전기 구경을 할 수 있게 됐다.

이처럼 가장 기본적인 전기조차 이용하지 못하는 세대는 지난 한 해에만 48만6362가구에 이르렀다. 임대아파트 임대료 미납자에 대해 관리사무소 등에서 임의적으로 전기를 끊는 경우는 파악조차 되지 않고 있다. “의도적으로 안내는 사람은 거의 없고, 생활이 어려워서 못내는 것”이라는 게 한전 관계자의 설명이다.

지난 2003년부터 아름다운 재단이 저소득층에게 전기 요금을 지원해주는 ‘빛 한줄기 희망기금’ 사업에도 최근 도움 요청이 쏟아지고 있다. 재단은 올해 예산으로 8천만원을 잡고 여름철과 겨울철로 두차례 나눠서 지원할 계획이었지만, 벌써 재원이 바닥났다. 지난 5~6월, 529세대에 올해 예산보다도 많은 8400여만원을 지원했기 때문이다. 재단 전현경 간사는 “애초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많은 세대가 지원을 요청한 탓”이라며 “단전세대가 그만큼 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방에 전깃불을 밝히고, 텔레비전을 켜고, 선풍기를 돌리는 것. 그 가장 기본적인 행위조차 할 수 없는 이들에게 도움의 빛은 희미하기만 하다. 아름다운 재단의 전기요금 지원을 받는 세대는 전체 단전가구의 0.1% 수준이다. 한국전력공사 관계자는 “수도야 끊어지면 옆집에서 물을 퍼올 수 있지만, 전기 없이는 할 수 있는 게 아무 것도 없다”고 말했다.



“수도 끊기면 옆집서 퍼올 수 있지만 전기 없인 아무 것도 못해”

그러나, 한전의 지원은 턱없이 모자란다. 한전은 월 1~70kWh 사용자는 전기요금의 35%, 월 71~100kWh 사용자는 15%를 깎아줄 뿐이어서, 저소득층은 세대 평균인 월 200kWh 정도를 쓰더라도 혜택을 받지 못한다. 1~3급 장애인 등에게는 요금을 20% 깎아주고 있지만, 많은 장애인 세대가 나머지 80%를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한전은 혹한기와 혹서기의 단전 유예조처 기간을 늘리겠다고 밝힌 바 있지만, 아직도 7~8월과 12~1월 넉달간으로 제한돼 있다.

한전 쪽도 할 말은 있다. “방앗간에서 연말에 불쌍한 집에 쌀 서너포대를 줄 수는 있지만 매달 쌀을 공짜로 줄 수는 없는 것 아니냐”며 “개별 기업에게 전기를 공짜로 제공하라고 할 게 아니라, 국가가 저소득청에 대한 사회복지 차원에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게 한전 관계자의 주장이다.

이미 서구사회에서는 보편화된 ‘에너지 기본권’에 대한 인식도 우리에겐 낯설기만 하다. “공기와 물 그리고 에너지! 이것은 인간이 살아가는데 필수적인 조건이다. 능력에 따라, 계층에 따라 차별적으로 영위될 수 없으며, 시장 논리가 아닌 공공성과 형평성의 원리에 따라 운영되어야만 한다. 그러기에 에너지는 인권의 문제로 규정되어야 마땅하다. 에너지는 인권이다! 에너지 기본권을 보장하라!” 지난 6월15일 국회에서 여러 시민사회단체가 연 기자회견의 회견문 일부다.

조승수 의원 에너지기본권 법안 제출…통과 가능성은 낮아

조승수 민주노동당 의원은 지난 4월 에너지 기본권을 명시한 관련 법안을 국회에 냈지만, 에너지위원회 설치 등을 놓고 논란이 벌어져 아직 해당 상임위에서 계류 중에 있다. “빈곤에 처한 자와 그 가족에게 기본생활에 필수적인 전기, 가스, 난방열 등의 에너지를 무상으로 공급하자”는 게 입법 추진 취지이지만, 법안 통과 가능성은 높지 않은 상태다.

아름다운 재단 전현경 간사는 “도시락 배달 사업과 의료보호 등을 통해 먹거리와 의료에 대한 보장을 하는 것에 비하면, 에너지를 필수적 재화로 보고 직접 지원하는 제도가 없는 것은 균형에 맞지 않는다”며 “에너지가 현대생활의 생존필수 기본권임을 인정해 저소득층에게 최소량의 에너지 사용이 보장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류정순 한국빈곤문제연구소장은 전기요금 하나로 해결될 수 있는 게 아니라고 지적한다. 전기가 끊어졌는데 어떻게 살아갈까 걱정하고 살펴주는 사회시스템이 없는 게 문제라는 것이다. 류 소장은 “한 인간이 태어나서 인간답게 살 수 있는 사회시스템을 만들어주는 게 정부의 존재 이유고, 제대로된 사회”라며 “전기 따로 가스 따로 접근할 게 아니라 기초생활수급자 대상과 급여를 현재의 두배 정도로 강화해, 최소한의 기초생활을 보장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출처 :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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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드무비 2005-07-13 09: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조승수 민주노동당 의원은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하는군요.
우리나라, 아직 사회 시스템이라 할 만한 게 뭐 있나요?!


숨은아이 2005-07-13 10: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따우님 서재에서 보고 왔어요. 난방을 전기장판으로 한다는 건, 가스 보일러 설치가 안 되었거나 기름을 땔 여유가 없다는 뜻이겠죠. 슬픕니다.

라주미힌 2005-07-13 10: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느 한 쪽은 너무 풍족해서 탈이고, 다른 한 쪽은 빈곤해서 탈이고... 웃기는 세상이죠.
생태계에는 항상성이란게 있는데, 왜 인간 세계에는 없는지.

검둥개 2005-07-13 13: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라주미힌님 저도 추천하고 퍼갑니다. 좋은 뉴스 올려주셔서 감사해요 ^^

라주미힌 2005-07-13 19: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요즘에 찾는 분들이 부쩍 늘었네요. 반갑습니다. 알라딘 서재 중독성 있네요 ㅎㅎ
 



양념통닭에 따라나오는 무초절임
 
1. 먼저 물한컵에 다시마넣고 10분쯤 끓인다.
2. 식초한컵, 설탕한컵, 소금1T 넣어 녹인다
3. 깍둑썰기한 무를 밀폐용기에 넣고 2를 부어주면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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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망에서 희망으로'라는 제목이 붙여진 살가도 전은 오는 9월 3일까지
서울 광화문 프레스센터 1층 서울갤러리에서 열린다.
이번 사진전에서는 살가도가 1977년부터 2001년까지 찍은 173점의 사진이
'라틴 아메리카', '노동자들', '이민, 난민, 망명자', '기아, 의료' 등
네 가지 주제로 분류돼 전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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