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과 삶의 성격에 관한 필름이다..
너무 사랑하여 삶을 잇고자 하는 마음과 끊으려는 아음의 경계에 선 모녀의 갈등과 화해를 신파적으로 그렸다. 하지만 그 통속성에 담긴 삶의 진면은 본래의 것을 그대로 보여주며, 혈육과 생명에 대한 친밀한 주제를 대중의 감성과 이해를 자극하는 감정의 자기장으로 흐른다. 

안락한 죽음이냐... 고통 속의 삶이냐...
그 어떤 선택에도 치우침이 없다. 다만 고통에 민감할 뿐이며, 정에 흔들릴 뿐이다.
살아온 날보다 살아갈 날이 적어졌을 때, 죽음이 피부로 느껴졌을 때, 그 어떤 선택도 존중받을 이유가 생긴다. 그것이 필연으로 다가올 것임을 느끼지 못한 자들에게는 더더욱 조금의 관용이 필요하다. 잡고 뿌리치고, 그 흐느낌과 화한의 눈물이 마르면 알게 되는 것을 어찌 하겠는가...

인간은 삶 속에서 고통받고, 죽음을 통해 삶을 깨닫는다.
이놈의 질긴 인연들은 탄성의 마지막을 봐야 알 수 있는 것인지라 결국은 그렇게 될 것을 알면서도 그 과정을 걸어간다. 그것은 성장의 본모습이다. 그리고 감내하고 받아들이고 이해함으로써 소통을 이룬다. 이 흔한 레퍼토리에 분개할 필요는 없다. 우리는 흔해빠진 삶을 살고 있으니까.

세대와 생사는 원형과 닮아있다. 마치 전에 살았던 것처럼 그리고 앞으로를 살 것처럼...
처음과 끝(부모와 자식..그리고 자식의 자식)이 맞닿아 있다.
그래서 언제나 시작과 끝을 통시에 경험할 수 있는 과정에 놓여있다는 점이 오히려 위안이 된다..

아마도 영화를 보면 부모와 둥글게 둥글게 살고 싶어질 것이다.
애자(愛者)... 사랑하는 사람과 사랑받는 사람을 어찌 구분하겠는가...
모두가 사랑이거늘...

 

점수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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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큐리 2009-09-14 08: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영화보셨군요..^^ 영화봐야하는데..왜이리 시간이 안나는지 말입니다...ㅎㅎ

라주미힌 2009-09-14 16:23   좋아요 0 | URL
꽤 슬프더라구요... 아이들하고 같이 보세용 ㅋㅋ

순오기 2009-09-18 00: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건 봐야 할 영화 같아요. 내일이나 월욜쯤~~
 







그리움엔 길이 없어  - 박태일 

그리움엔 길이 없어
온 하늘 재갈매기 하늘 너비를 재는 날
그대 돌아오라 자란자란
물소리 감고
홀로 주저앉은 둑길 한끝.



돼지저금통에 그리움이 가득 쌓이면.. 엄마가 돌아온대..

피붙이와 떨어져 살아야만 하는 '어머니'의 선택은 너무나 비자발적이다.
양육이란 나은 사람에게 있는 것이 아니라, 여건에 따라 포기되어야만 하는 것이었던가.
시대가 아픔을 만들어내고, 그 아픔은 약자의 몫으로 돌아간다.
여성과 아이들에게 축적되어지는 짐이 힘겹게 보인다.
사회는 엄마와 자매에게 대안을 제시하지 않는다.
오로지 설명없는 상황을 만들어 줄 뿐이다.
고모에게 맡겨지고, 할머니에게 맡겨지고, 엄마는 기약없는 약속만을 남겨두었다.
흘러흘러 떠내려간 아이들이 이해할 수 없는 세계에서 성장해가는 모습에는
누군가의 운명이... 그리고 다시 인내해야 할 미래가 엉긴다.

배고픔을 메뚜기로 채우고, 메뚜기를 팔아 돼지저금통을 채우다가
100원짜리를 10원짜리로 바꾸어 희망을 앞당기려 하는 아이의 바람이 시리다.
아이의 소망은 너무나 간절한데, 그것을 알기엔 어른들의 눈은 탁한 세계에 시선이 멈춘다.
세대의 초월도 인간적 연대도 아이들에게 자행되는 강해지기를 막을 순 없다.
아이들조차 스스로의 삶에 완벽하게 적응해 가야만 하다니..
이른 나이에 들이닥친 아이들에게 어떤 믿음을 줄 수 있는가.
민둥산에 나무 한 그루를 심으러 갈때 부르는 노래에 희망은 어떠한가.

나무가 없는 산에 나무가 필요하듯...
사랑없는 삶, 믿음없는 삶, 의미없는 삶에는 부재가 더욱 존재의 이유를 드러내놓는다.
우리는 그것을 아마도 희망이라 부르는 것 같다. 


카메라의 건조한 시선은 '여성'에 대한 어떠한 대답을 원하지 않으면서도
많은 질문을 만들어내고, 공감의 언어를 뱉어내게 만드는 힘을 보여준다.
아이들을 비롯한 여성들의 아슬아슬한 연기 또한 리얼리티의 맛을 더하였다.
영화 전반에 축적되는 그리움의 무게를 엔딩크레딧에 한 뭉치 더 올려놓는 바람에
가슴 속 밀도는 더욱 높아짐을 느낀다.

 

점수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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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엄마를 기다리는 아가 이야기
    from 세상에 분투없이 열리는 길은 없다 2009-09-06 17:57 
    매서운 겨울날,  1930년대 경성의 전차 정류장,  한 아가가 엄마를 기다립니다.  지나가는 전차마다 엄마가 안 오냐고 물어보지만,  눈이 소복히 내리고 날이 저물도록 엄마는 오지 않습니다.  그래도, 아가는 코 끝이 빨개지도록 엄마를 꼼짝하지 않고 엄마를 기다립니다.   수묵화처럼 아름다운 그림입니다.  일제시대의 경성의 풍경,  단순한 그림의 여백이 슬픔
 
 
2009-08-31 08:51   URL
비밀 댓글입니다.

바람돌이 2009-08-31 10: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언제쯤이면 이런 영화를 눈물없이 그냥 지나간 옛날에는 그랬지 하고 볼 수 있을까요?

라주미힌 2009-08-31 11:42   좋아요 0 | URL
개봉관이 별로 없어서 좀 아쉬워요... 되게 괜찮은 영환데..

머큐리 2009-08-31 16: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애 기르다보면 이런 영화 넘 눈물나요...무서워서 못보겠어...울까봐...

무해한모리군 2009-08-31 16:36   좋아요 0 | URL
내 새끼들 길바닥에 안내몰려면 죽지도 아프지도 못하는게 이땅의 부모들인듯 해요. 이슬도 피해야할듯..

머큐리 2009-08-31 18:02   좋아요 0 | URL
이런 영화보고도 장가가고 싶어요? 라님?

라주미힌 2009-08-31 18:49   좋아요 0 | URL
눼... 크. 유전자에 프로그래밍 되어 있나봐요 ㅋㅋㅋ
나라 좀 엎어주세용..;;;

건우와 연우 2009-08-31 19: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음 한켠이 짠합니다.
정말 어째야 할까요, 저 아이들을....

라주미힌 2009-09-01 00:00   좋아요 0 | URL
오랜만이에용 ^^... 정말 좋은 영환뎅..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의 1996년 데뷔작...

벌써 13년이나 흘렀구나.  
고유명사나 이름 같은걸 잘 잊는 내가 그래도 감독하면 떠올리는 사람이 저 감독이었는데,
데뷔작을 이제서야 보게 되었다.
큰 기대는 하지 않았다. 단지 밀린 숙제를 끝내야 한다는 기분으로 봤다.


"Like a virgin은 큰 물건을 가진 놈과 관계를 갖는 여자에 관한 노래야"
새로운 해석인걸 -_-;;  흐흐
오프닝부터 질퍽한 농담이 쏟아진다.
유니폼 다들 갖춰 입고, 저런 얘기나 떠들고 있다니.. 
이 날건달은 도대체 뭥미?

그들 스스로를 프로라 불렀고, 프로답게 뭔가를 할 줄 알았다...
그 과정은 생략한체, 단지 그들끼리의 갈등과 농담만이 그들의 행적을 유추할 수 있을 뿐이다.
화이트, 블루 블론드, 옐로우, 브라운, 핑크...
원초적인 색이 그들의 원초적인 본능을 대변하는건지 어떤지 모르겠지만,
잘 섞이지 않는 그들만의 원색이기도 하다.

"본능이 가리킬때는 증거가 필요 없어"
 
모두는 배반당했고, 속인 자와 속이는 자 모두 비극으로 끝나버린다.
믿음에 대한 배반은 고통스럽다. 게다가 그 믿음의 알 수 없는 출처는 더 아프게 한다.


너무 늦게 본 거 같다.  범작처럼 느껴진다. 당시에 봤다면 어땠을까. 아쉽다.

점수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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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드런>

내용은 이렇다.
인형같고 천사같은 아이들이 부모의 생명을 노린다.
그것은 돌림병처럼 아이들을 전염시키고, 부모 세대는 끔찍한 죽음을 맞이한다..

생을 안겨준 세대에게 죽음으로 되갚는다는 설정은 죽음보다도 더 큰 공포가 있음을 말한다.
익숙한 존재가 낯선 존재로 전향하는 순간,
그 모든 관계로부터 박리되어지고 재설정되어야만 하는 혼란은 공포의 단면인 것이다.
그것을 표현하는데 있어, 아이의 웃음과 비명과 울음으로 전해지는 긴장감은 웰메이드 작품임을
말해준다.

이 영화에서 바이러스에 대한 설명은 없다.
바이러스라고 하지만, 영화에서 자주 언급되어지는 중국문화나 의학기술을 유추해 볼때,
서구문명의 위기와 세대간의 단절 중심으로 하는 어떤 유비가 있을 수 있다.
동양의 가족문화에 대한 동경이 엿보인다고나 할까...
중국말, 동양을 가르치는 등장인물이 제일 먼저 아이에게 가르친건.. '오 아이 니" 였다.. 

부모가 느끼는 공포의 근원은 바이러스가 아니다.
내 자식이 나를 사랑하지 않는다...
그것이 나(부모)를 죽이는 실체다... 

 

 



<데드 스노우>

좀비영화다.
독일의 젊은이들이 설산에 놀러가서 진탕 놀다가 '나치 좀비떼'와 혈전을 벌인다는 내용..

이블데드의 오마주가 얼핏보인다.. 해머와 전기톱으로 맞서는 장면도 낯이 익다..
공포와 유머의 적절한 조합 또한 익숙하다..
여기에 사회성이 조금은 가미되어 있는 듯 하다. 
탐욕의 (보물에 끝까지 집착했던)나치좀비와 그 보물에 운 나쁘게 엮인 젊은이들...

과거의 악으로 대표되었지만, 좀비가 되어서라도 현대 사회에까지 이어지는 이것들에게
아마 젊은이들도 피하지 못하고 있는 모양이다.
독일의 사회상을 반영한 코믹호러물 인듯...  (그냥 느낌) 

푸세식 화장실 에로장면이 기억에 남는다..
특히 손가락을 감각적이게도 입으로 빨던 그녀  ㅡ..ㅡ;;;

 


<마터스; 천국을 보는 눈>

<타인의 고통>에 실려있는 청나라 말, 능지처참 당하는 한 사람의 사진에서
모티브를 얻은 영화인가 보다..

인간이 겪을 수 있는 끔찍한 고통의 연속이 모든 컷에 담겨 있다.
소리와 화면은 오로지 감각 세포 하나하나를 가격하려고 노골적으로 덤빈다.

이유없는 학대, 차라리 삶보다 죽음을 선호하게끔 만드는 고립된 환경 속에 홀로 남겨진 나. 
나는 무엇인가...  무엇을 위해 존재하는 것일까.
흘리는 피는 죽 한그릇으로 보상받고, 묶인 쇠사슬과 떨어져 나간 살점은
단지 새살이 돋는 시간을 벌어줄 뿐이다.

결론에서 밝혀지는 듯 하지만, 궁국적인 질문과 답은 공개되지 않는 감독의 '악마적 취향'이
관객을 끝까지 괴롭힌다.
영화를 보는 것은 장면만큼이나 정말 고통스럽다.
놀라운 것은 시간이 지날수록 무감각해진다는 사실.
우리는 구경꾼이 되어 마지막을 기다리고 있었다.  

인간이 살아가면서 겪는 고통도 이와 같지 않을까.
삶은 고통에 익숙해지는 과정이다.
최악의 고통은 최근의 고통이며, 그것에서 한뼘이라도 벗어나게 되면 커다란 행복을 느낀다.

궁극적으로 고통에서 벗어나는 길은 모든 것을 포기 하는 것...
해탈은 육체를 포기하고 정신에 머무는 것이 아닐까...

타인의 고통에 있던 능지처참 사진에서 보여졌던 눈...
마터스의 천국을 보는 눈...
그리고 우리가 가지고 있는 구경꾼의 눈...
눈은 다른 세계를 보았고, 우리는 그 눈을 통해 다른 세계를 보고자 한다. 
하지만, 그 간극을 채울 수 없는 이유는 
그들이 겪은 고통을 우리는 느낄 수 없다는 데에 있다.

고통과 천국은 동전의 양면인 것이다.
하나만을 가질 수없고, 하나만을 볼 수 없다는 사실만을 알게 한다.

마지막에 노파는 왜 자살을 했을까...
무엇을 보았고, 어떤 것을 들었을까...  그 진실을 간직한 체.
고통에서 벗어나는 가장 손쉬운 방법을 택한 것인가?

거대한 허무, 빠져나올 수 없는 인간의 고통에 물음표를 남기는 전략은
유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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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큐리 2009-07-19 13: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터스가 확 땡기는데...
 











하하하하하..  
이 영화 웃겨 죽겠다.
감독은 관객들에게 엿보기의 심리를 충분히 충족시켜 줌으로써
관객으로하여금 모든 것을 아는 듯한 착각을 들게끔 한다.
잘 알지도 못하면서...
그 방식은 플롯에 도돌이표 반복과 살짝쿵 변주가 쓰이는 데,
김태우(구경남)의 독백과 대사에는 오독의 근원과 인간 관계의 이중성이 담겨 있다.  
감독은 그것이 '악성 찌질'임을 밝혀내고자 전자 현미경을 들이 댄다.
술만 마시면 끊임없이 터지는 사건들... 술에 약을 탄 것도 아니고...
당신들의 욕정과 나의 애끓는 유부녀와의 사랑을 어떻게 구분지을 것인가.
"더럽습니다.. 억울합니다.. 흑흑흑" (하정우) 그의 기준엔 모두 "개노무시키"들일 뿐인데 말이다.

이중성의 추악함은 바로 자기 자신을 제거한 상태를 말한다..

"이 기집 저 기집 신경쓰지 않고 한 사람만 신경 쓰면서 사랑의 금자탑을 쌓는 거, 자기경멸하지 않고 사람이었다 동물이었다 하지않고 쭉 사람으로 살아가는 거 "(구경남)

단지 제 짝을 찾지 못해서 짐승과 인간 사이를 오가는 것일까?  
부상용의 아내.. 유신은 왜 문을 살짝 열어놓고 샤워를 했을까...
그 순수함 때문에.. 모든 이들은 빛처럼 고귀한 존재임을 믿기 때문에?
왜 교수가 자는 방에 학생은 "지가 스스로 들어갔을까"
도대체 간밤에 무슨 일들이 일어난 거야..

분명한 사실은 우리는 잘 알지 못하지만, 안다는 (착각을 한다는) 것이다.
욕망의 주체가 바로 자신이라는 사실을...
상대에 대해서 쉼없이 말을 하고 있지만, 그 대상은 자기 자신을 투영한 모습이라는 사실~!

근거 없는 확신과 판정. 당신의 사랑, 당신의 질투와 욕망, 당신의 현재와 미래에
지나친 개입은 주위의 짜증을 부른다.
방관은 또 어떠한가.. "술이 문제였어, 아니야 당신은 정말 무책임한 사람이야.
두 번 다시 내 앞에 나타나지 말아요. 당신 같은 사람 정말 사절이야." (엄지원)
그녀가 흥분하는 이유에 다른 것이 있지는 않을까?
아니면.. "자기 생각대로 사는 충실함, 남 생각이 아니라, 자기 생각을 갖고, 그 생각대로 살려는 충실함"(구경남)은 또 어떠한가. 충실하지만, 엮일 수 없는 다른 게 방해가 될 것 같은데?

더 이상의 질문은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다.  
"딱 아는 만큼만 안다고 해요."(고현정) 
이것이 참으로 어려워 인간은 새 삶이 아니라, 
이전 삶의 변주만을 두들기면서.. 헌 삶 속에서 살아간다.

모든 것이 떠난 자리에 바다만 남은 마지막 장면에 쓴 웃음이 한 가득하다..
진실은 쓰다...
 

점수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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