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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랄라 며느리 1
오카다 리치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01년 4월
평점 :
절판


며느리.. 라는 이름을 들으면 무엇이 떠오를까? 귀하다, 대접받는다, 존댓말.. 뭐 이런것과는 거리가 먼 것들이 먼저 떠오를 것이다. '아이고, 우리 사위 왔는가, 자네 밥은 먹었나?' 이런 말 대신에 '얘 아가, 부엌에서 물 좀 내오너라, 아범이 물 찾는다.' 뭐 이런 조의 이야이를 듣게 된다. 며느리 = 아가 ? 며느리는 아가인가? 아가에게 일을 시키나? 하하.. 이렇게 우스운 생각을 해볼 여유가 있다면 아마도 며느리가 아닌 사람일 것. 왜냐하면 며느리라는 이름을 달게 되는 순간 한 여성은 곧바로 부엌일꾼으로 탄생되기 때문이다.

여기 이 일본 만화인 <울랄라 며느리>는 그냥 며느리도 아니고 종가집 며느리에 대해 다루고 있다. 왜 있지 않는가 우리나라에도 종가집이라고 해서 제사가 무지무지하게 많고 모이는 친척의 수를 다 헤아리기도 힘들고 가풍에 대해 수시로 훈시를 들어야 하며 따라야 할 법도를 다 외우기가 힘든 그런 집안들 말이다. 얼마전에 모 성씨의 종가에서 여성들이 자신들에게도 정당하게 재산을 나누라는 권리 주장을 하다가 법원판결에서 시집간 여성에게는 권리가 없다는 판결을 받아 여성계와 사회가 술렁인 적이 있는.. 하여간 그러한 종가집 며느리로서 겪게 되는 다양한 일들이 일본 사회를 배경으로 펼쳐진다.

하지만 이 며느리는 도쿄에서 생활하다 온 신세대 며느리 답게 현명하게 처신하면서 자신의 할 말도 나름대로 할 줄 알는 모습을 가진 며느리다. 쥐죽은듯이 네네~ 밖에 모르는 며느리가 아니기에 해프닝이 자주 일어난다. 그런데 이 만화의 장점은 남성 위주와 남성 중심주의의 가족제도가 빚어낸 희생양인 며느리의 불쌍함을 부각시키고 시어머니 시할머니의 표독스러움과 며느리의 현명함을 대립시키는데 방점을 찍고 있지 않다는 점이다.

전반적으로 <울랄라 며느리>는 따뜻한 인간애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 그래서 대립을 풀어가는 방식도 상대방을 이해하기 위한 노력을 전제로 하고 있다. 어쩌면 매사가 이렇게 해피엔딩일 수는 없다고 하는 그런 것들까지도 복합적으로 수용하고 있는 아주 매력적인 만화다.

어차피 갈등할 수 밖에 없는 구도가 이미 만들어져 있다면, 그리고 그 구도를 한꺼번에 부숴버릴 수 없다면 천천히 조금씩 서로를 이해하고 양보하는 것만이 최상의 길임을, 누구나 알고 있지만 실천하기 어려운 일들을 만화를 통해서 보여주고 있다. 즐겁게 웃을 수도 있고 마음이 따뜻해지기도 하는 <울랄라 며느리>. 올 추석이 오기 전에 대한민국의 많은 며느리들과 시어머니들이 돌려본다면 무척 즐거울 것 같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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