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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리스 2010-11-29 20: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가끔씩 들어가서 보는 톡툰, 많은 생각을 하게 해준다.
http://www.cyworld.com/talktoon
 


매일신문

인생을 바꾸는 건 한번의 행동…여행작가 유성용


기사입력 2009-01-31 11:00 기사원문보기

잠에서 깨어났을 때 기차는 서울역으로 들어서고 있었다. 역 광장 곳곳에는 때묻은 잔설이 배설물처럼 쌓여있었다. 숱하게 찾았던 서울이지만 바람도 풍경도 유달리 낯설다. 지구상 외딴 도시에 남겨진 이방인의 느낌. 광장에서 오가는 사람들의 뒤통수를 보며 노래하는 한 '지하철 예술가수'의 목소리만큼이나 낯설다. 일상적인 인터뷰 출장이 '여행'이 돼버린 지난 16일 오후, 서울 홍대 인근 커피전문점에서 여행작가 유성용(38)을 만났다. 연봉 400만원의 10년차 백수가 그의 '직업'. 평소 너무 한가하다는 그는 이날 하루에만 5개의 약속이 잡혀있다고 했다. 인생관과 삶의 방식,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은 단순한 듯하면서도 냉큼 머리 속에서 풀리지 않았다. "결심과 의도로는 삶을 바꿀 수 없다"는 그의 말. 기자도 고작 '마음이 모든 걸 결정한다는 식의 교육을 너무 오랫동안 받은 사람'일 뿐인가 싶었다.

◆끝내 꿈꾸지 않고 살기 위해

-교사 생활을 그만두고 지리산으로 갔는데 귀농이었나요?

"아니었어요. 젊을 때는 관념적이잖아요. 당시 저는 '끝내 꿈꾸지 않고, 하나도 희망하지 않고 살아보겠다'고 마음을 먹었어요. '지겹고 밋밋한 99%의 일상 속에서 아무 꿈도 없이 하루하루 꾸역꾸역 살아보겠다'는 마음이었죠. 어떤 꿈이나 희망, 자꾸 무언가를 지향하고 다음 단계로 가는 삶의 방식들을 구태의연하게 느꼈거든요. 1999년 지리산 남쪽 자락으로 터전을 옮겼어요. 교사를 그만두고 바로 내려가진 않았고 북한산 자락에서 살았는데요. 직장 생활을 하지 않으니 도시 생활에서 제가 누릴 게 없더라고요. 그래서 아내와 첫 아이와 함께 지리산에 갔고 4년 정도 머물다 서울로 다시 왔어요.”

-시골에서 밋밋한 일상을 보낸다는 것이 지루했을 법 한데 뭘 하며 시간을 보냈어요?

"소소한 일들을 하면서 보냈죠. 똥을 치우기도 하고 밭 매고 땔감 구하고, 매일 산책하고. 특별한 성과도 없고 GNP에 해당되는 일도 아녜요. 전문성에 매달리는 세상에서 우리는 죽도록 밖에서 일하잖아요. 그러다보면 세탁·청소·빨래·요리 같은 한 사람 몫의 인생에서 가장 기본적인 요소들을 거의 돌보지 못해요. 저는 그런 일들이 되게 중요하다고 생각했거든요."

-서울에는 어떻게 돌아온 겁니까?

"어떤 관계 속에서 큰 상처를 받고 강원도 깊은 산골로 쌀 한가마니와 김치 한 통을 들고 들어갔어요. 무릎까지 쌓이는 눈에 지붕이 무너질 것 같다는 걱정을 하면서 매일 밥하고 김치만 먹고 살았어요. 거의 정신이 나갔던 것 같아요. 그러다 수많은 상념때문에 너무 머리가 아파서 그냥 걸었어요. 걷다보니 동해를 거쳐 통일전망대까지 3박4일을 걸은 거예요. 완전히 탈진한 상태로 버스정류장에 도착했더니 마침 서울행 버스가 첫 차더군요. 너무 힘들었고 쉬고 싶어서 그냥 버스에 올라탔고, 눈을 떠보니 서울이었어요. 눈이 펑펑 오는 중에 배가 너무 고파 어묵을 사먹었는데 옷에 간장 국물이 뚝 떨어지더라고. 그 순간 우연히 친구의 연락이 왔고, 일년쯤 서울 친구 부부 집에서 살았어요. 하지만 상처를 견디지 못하고 여행을 떠났죠"

◆여행은 나의 바깥을 산책하는 일

-1년 6개월 동안 떠돌았는데 어느 곳을 여행했습니까?

"처음 갔던 곳이 태국이었죠. 동남아를 돌다가 중국 운남성에서 티베트를 거쳐 네팔과 인도, 스리랑카, 파키스탄을 거쳐 다시 중국으로 돌아왔어요. 일년반동안 진행된 여행은 나보다 더 거대한 무엇이 되어서 나를 볼품없는 물건처럼 막 굴리고 다녔어요. 일년이 지나니까 마치 나의 바깥으로 나가 있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상념도 없이 그냥 타박타박 걷고 있더라고요. 여행이 끝난 계기도 너무 코믹해요. 중국 신장 자치구 우루무치 지역에 도착했어요. 거기서 얼음호수와 사막, 설산을 배경으로 전봇대가 박혀 있는 그림이 있는 거대한 간판이 보이는 거예요. 우연히 동행하게 된 일행이 '저기에 다시 가고 싶냐'고 묻더라고요. 그런데 별로 안가고 싶었어요. 그래서 곧장 귀국을 했죠. 여행이 문득 시작된 것처럼 문득 끝났어요."

-여행 비용은 어떻게 마련했나요?

"매달 월간지에 기고를 하고 원고료 19만원을 받았어요. 그리고 가져간 돈 중에서 250만원 정도를 쓴 것 같아요. 돈을 아끼면서 다니지 않았아요. 물건을 파는 곳이 거의 없으니 쓸 곳이 없었죠. 또 어떤 여행자 식당에 가면 김치 담그는 법도 가르쳐 드리고 내 돈으로 페인트도 좀 사서 칠하고, 어떤 아침식사를 여행자들이 좋아하는지도 가르쳐주고 여행자 식당을 꾸며 주며 한두달씩 머물곤 했죠. 남들이 다 가는 곳은 저를 사람으로 취급하지 않아요. 고작 여행 상품을 소비하는 대상일 뿐 사람으로 대우를 못받는거죠. 그래서 조금 덜 아름다워도 같이 마음을 나눌 수 있는 곳이 좋더군요."

-여행 후 가장 뇌리에 남은 것은 뭐였습니까?

"우리가 너무 당연시하는 인간의 품성이 당연하지 않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행복, 꿈, 희망, 사랑 같은 것들이 각박한 세상의 반작용으로 너무 과대포장돼 있고 귀신처럼 도시를 떠돌고 다니는 것 같아요. 여행 중에 만난 사람들은 꿈이나 희망 등에 대한 강박이 별로 없었어요. 멕시코에서 어떤 원주민 할아버지께 '당신 꿈이 무엇인가요'라고 물어보니 '꿈이란 게 뭐냐'고 반문을 해요. 꿈에 대한 강박없이 그냥 일상을 사는 거예요. 거대한 꿈이나 성과주의로 자신을 몰아치지 않고 살아가는 거죠."

-자신에게 여행이란 의미입니까?

"바깥을 볼 수 있는 좋은 기회. 나에 대한 관심을 줄이고, 바깥에 대한 관심을 가질 때 얼핏 나를 볼 수 있다는 거죠. 그게 바로 타자성이잖아요. 나에 대한 관심만 가지면 거울방에 갇혀 자기만 보는 거예요. 하지만 바깥에 집중할때 그 때 얼핏 내가 보이는 거고, 참된 나를 찾으려는 노력을 접고 바깥을 충실하고 극진하게 임할때 그때 참된 나의 기미라도 볼 수 있는게 아닌 가 싶어요. 답이 자기 안에 없으면 밖에서 구해야될텐데 왜 끊임없이 자문자답만 하는 걸까요."


◆나는 특이한 사람이 아니다

-'여행생활자' 혹은 '생활여행자'란 어떤 의미입니까?

"여행 중에 자신이 떠나온 생활 자리를 떠올리는 것은 마치 '몽중몽' 같아요. 많은 사람들이 '여행생활자'라 하면 여행을 생활처럼 많이 하는 인간으로 해석하는데요, 저는 여행 정보가 많거나 여행을 많이 하는 사람은 아니에요. 다만 생활이라는 개념을 여행과 엮어갔다는 게 유일한 의미죠. 사람들은 여행을 사회 생활을 더 잘하기 위해 충전하는 시간 정도로 보는데, 생활 속에서도 얼마든지 여행을 할 수 있어요. 동네 바깥을 산책하는 것도 여행이 될 수 있죠."

-왜 하필 다방이었어요? (그는 지난해 8개월간 전국의 다방을 유람다니며 '스쿠터 다방기행'을 한 일간지에 연재했다.)

"다방은 사라진 것들을 찾아가는 이정표 같은 곳이었죠. 스쿠터를 타고 여행을 떠났는데 다방 간판이 너무 고맙더라고요. 들어갈 곳도 생기고, 아무 목적도 방향도 없는 인생에서 다방을 관심있게 쳐다보게 되고. 다방 아가씨들은 의지나 결심을 오래 지속하지도 않죠. 가령 내일부터 일 안하고 싶으면 문자메시지로 '사장님 저 내일부터 안 나가요' 하고 끝이더라고요. 일 하고 싶으면 하고, 하기 싫으면 안하는 거야. 그들은 인간적인 차원을 넘어서는 노력을 모질게 하지 않아요."

-'당신은 그저 특이한 사람일 뿐'이라는 시선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세요?

"돈벌이를 따로 하지 않고, 24시간을 오로지 혼자 쓰고 있다는 게 다른 점이죠. '피가 자유로운 인간이네' 혹은 '기인이네'라고 말하는 사람이 있어요. 하지만 그저 생활에서 나름의 진실성을 확보하기 위해 살고 있는 사람이고 이게 진실성을 획득하는 방식일 뿐이죠. 정말 가난하고 온갖 불편들을 겪었어요. 그런데 왜 고작 '자유로운 인간' 따위로 취급을 하죠? 세상 사람들은 고작 '아름다운 패배자'쯤으로 여기는데 패배자가 아니거든. 새는 높이 떠서 하늘을 자유롭게 나는 것 같지만 막상 새한테는 귀가 찢어질 듯한 바람 소리가 들려요. 당신이 보는 새의 아름다움은 당신과 새 사이의 거리만큼인거죠.

◆행복하지 않아도 돼

-홈페이지를 보니 본인을 '맹물(孟物)'이라고 소개했던데 무슨 뜻입니까?

"아는 스님이 지어주신건데요.'물건처럼 살고 싶다'는 제 꿈이죠. 나를 끊임없이 증폭시키고, 피워 올리기 보다는 오히려 세상의 단말기처럼 세상에 반응하며 살고 싶다는 거예요. 가령 탁자에 음식을 놓으면 식탁이 되고, 앉으면 의자가 되잖아요. 탁자가 자신은 탁자라고 아무리 주장해도 무슨 상관이 있어요? 우리가 '나'를 주장하는 꼴이 꼭 그런 것 아닐까 싶어요."

-일과 밥벌이에 대한 강박에서 벗어나려면 어떻게 해야할까요?

"앉은 자리가 꽃자리라는 말은 자리에 있는 사람들이 하는 말이에요. 결심과 의도로 하는 것이 아니라 어떤 상황이 나를 진실하게 만들어줄거예요. 삶은 결심과 의도로 되는게 아니에요. 월화수목금토는 남의 골을 열심히 빼먹고, 주말에 때때로 진지해져서 술 마시고 집에서 잠자기 전에 '아, 인생은 뭔가' 잠깐 생각해보는 것 따위로는 인생은 절대로 바뀌지 않아요. '난 이렇게 살아야겠어'라는 결심과 마음으로는 수천번 결정해도 안돼요. 마음을 먹는게 아니라 생활양식을 바꿔야 해요."

-본인에게 행복은 어떤 의미인가요?

"제 진실성을 계속 확보하려고 노력하는게 행복인 것 같아요. 먹고 사는 문제 때문에 나를 소외시켰다고 하지 않는 것. 스스로 한번 '나는 행복하지 않아도 돼'라고 되뇌어 볼 필요가 있어요. 행복이라는 것이 어쩌면 유령 같은 것이어서 우리를 너무 짓누르고 있다면 행복은 이미 관념 덩어리가 된 거예요. 행복하지 않아도 돼. 이건 진짜 행복한 길을 가자는 얘기죠. 죽으려는 자 살고 살려는 자 죽는다는 말 처럼 행복하지 않을 각오쯤은 해야 조금 행복해질 수 있는 것 아니겠는가 싶어요."

장성현기자 jacksoul@msnet.co.kr 사진·프리랜서 장기훈 zkhaniel@hotmail.com

* 유성용은=1971년 전주 출생. 연세대 교육학과 졸업. 방대한 세상의 공해 속으로 타박타박 걸어들어가고 싶은 사람. 고교 국어교사 생활을 3년 만에 접고 지리산에서 4년간 지냈다. 세상에 뺨을 맞는 심정으로 여행을 떠나 1년 6개월간 동남아와 티베트, 중국, 네팔, 인도, 파키스탄 등을 떠돌며 자신의 바깥을 유랑했다. 물건처럼 살고 싶다는 게 그의 꿈이다. 'EBS 세계테마기행' 멕시코 편과 이란 편의 큐레이터로 참여했고, 월간 'Paper'와 '한겨레신문'에 '스쿠터 전국 다방 기행' 등을 연재하기도 했다. '여행생활자 - 세상에서 가장 쓸쓸한 여행기', '아무것도 아닌 것들의 사랑', '생활여행자-일상에 안착하지 못하여 생활이 곧 여행이 되어버린 자의 이야기' 등을 냈다. 

 

* 목줄에 질질 끌려 벌건 눈으로 출근한 월요일 오전에 읽은 인터뷰 기사, 이것 참....  

생활양식 바꾸기 프로젝트, 슬슬 시작해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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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친구의 결혼이 가슴아파 미치도록 혼란스러운데…
[매거진 Esc] 김어준의 그까이꺼 아나토미 
 
» 고백하고, 집어치우고, 새출발하라! 
 
Q
이성 친구가 있습니다. 학교 때부터 늘 붙어 다녔어요. 우리가 동성이었다면 더 좋았을 거라고도 했구요. 집안, 연애, 꿈 등 시시콜콜 서로의 과거, 현재, 미래 계획까지 알고 싶고, 들려주고 싶어 하는 그런 사이죠. 이제 그 친구 결혼식이 한 달도 남지 않았어요. 신부 역시 제게 소중한 친구입니다. 그들 결혼은 당연한 거라고 생각해왔어요. 그런데 어느 날 가슴이 너무 아팠어요. 친구 이상으로 좋아하고 있단 생각이 들더군요. 주변에 물었더니 모두들 어이없다는 반응이었습니다. 그걸 정말 몰랐냐더군요. 제 화젯거리는 늘 그 친구와 있었던 일뿐이었고, 연애할 때처럼 설레어하는 게 다 보였다고. 저는 지난 실연의 여파로 다른 연애를 긍정적으로 생각해본 적도 없고, 또 누구에게도 상처를 주지 않겠다며 최선을 다해 살금살금 살아가려 노력하는 사람입니다. 이 혼란한 감정이 당황스러워서 미칠 지경입니다. 고백할 용기도 없고 그러지도 않을 겁니다. 그럼 우리 관계는 완전히 어그러질 테니까요. 친구가 저를 얼마나 의지하는지 알고, 또 친구 행복을 깨고 싶지도 않아요. 하지만 막상 그 친구를 보면 괴롭고, 그 앨 영영 잃는 건 더 두렵습니다. 절에 들어가야 할까요. 아님 친구 결혼 생활에 대한 상담 역할이나 하며 시간이 빨리 지나가길 기다려야 할까요.


A
0. 음. 당신 건은 투스텝으로 진도 나가야겠다. 당신 우정의 진실, 그리고 고백. 왜냐. 보자.

1. 일본서 수입된 ‘야오이’란 게 있다. 여성 작자에 의한 여성 독자를 위한 소프트코어 남성 동성애물. 만들고 즐기는 이 모두 헤테로섹슈얼 여성이란 점에서, 동성애 문학과도 차별되는 이 깨는 장르가 일반 여성에게 먹히는 이유, 뭐냐. 거친 애정 공세 펼치는 섹시가이에게 내숭 떨다, 겁탈에 준하는 섹스에 결국 복속하는 자, 여기선 여자가 아니라 야리야리한 꽃미남, 남자다. 배역에 감정이입은 가능하되 나는 안전하다. 대리행위자가 나와 같은 여자, 아니니까. 연상 공포, 없다. 감정이입의 정서적 안전거리, 확보되는 게다. 그렇게 야오이는 젊은 여성들의 포르노그래픽 판타지로 기능한다.


1-1. 실연으로 내상 입은 자들의 자기보호 방책 중 하나가 바로 이 이성 관계로부터의 필사적 거리유지다. 당신이 실연 후 다른 연애, 생각도 않고 살금살금 살았다는 거, 그게 그 짓이다. 그 남자와의 관계에, 추호도 의심의 여지 없는 우정,이란 제목 쾅쾅 박아 넣은 거, 역시 같은 짓이고. 우리가 동성이었더라면 더 좋았을 거라 … 이성 간 우정, 동성 우정엔 결여된, 성적 긴장 으레 존재하기 마련이다. 동성이 더 좋았을 거란 사발은, 그래서 치게 된 멘트. 혹여 느껴 버릴까봐. 느끼면 간격 무너지니까. 지금 안전 상태가 기뻐, 그걸 견고히 하고픈 무의식이, 그런 오버로, 스스로에게 확인사살 하는 거지.

 


1-2. 그렇게 구축된 우정, 일종의 ‘관계’ 판타지다. 안전거리 확보한 채 거절 공포 없이 누리는 유사 애정행각. 다들 눈치 챘는데 왜 본인만 몰랐나. 관계는 제목을 따른다. 우정이라 제목 달면 또 우정인 양, 제목 부합되게, 관계 작동한다. 그 제목만으론 더 이상 스스로에게 사기 치는 게 도저히 불가능한 지점에 덜컥, 도달할 때까진. 바로 지금 당신처럼.


2. 자, 그럼 고백 파트. 하면. 그 남자, 처음엔 주뼛주뼛할 게다. 허나 곧 으쓱해한다. 그리고 그로 인해 심리적 절대 우위에 선 그에게 관계의 일방적 주도권, 넘어간다. 더구나 그 남자 결혼한다. 잃을 게 없다. 아내 외에 덤, 얻는 거지. 당신은. 풀린다고 풀려야 그 아내 몰래 가끔 섹스, 정도, 하겠지. 십중팔구. 그 주위 맴도는 관계위성 된다. 진상이지 뭐.


2-1. 당신이 ‘관계회피’증후군 피해자 아니었다면, 입 다물고 그 부부 깨지길 정한수 떠놓고 빌며 때를 기다리라 했을 게다. 물론 당신은 따로 연애하면서. 그런데. 당신은, 고백 하는 게, 낫겠다. 왜냐.


2-2. 당신이 고백하지 않겠단 이유가 그가 당신 많이 의지하고 또 그 행복 위해서란다. 소설 쓴다. 당신이 그 자 엄만가. 제 앞가림도 못해 비구니 되겠단 주제에, 시방 누굴 걱정해주나. 지금 당신이 챙겨야 할 건 제 짝 찾아 결혼까지 할 그 자가 아니라 당신이야. 당신, 그의 행복을 위해 이 땅에 온 존재 아니라고.


» 고백하고, 집어치우고, 새출발하라! 
 
3. 사랑했다, 통보하고, 떠나시라. 물론, 결혼한다니, 아까워서, 감정 폭주 하는 걸 수 있다. 또한, 말이란 게 자기실현성이 있어, ‘사랑’, 뱉어놓으면 실제론 그렇지만도 않았건만 그리로만 드라이브하는 힘, 있다. 그리하여 당신을 그 관계에 더 얽어맬 리스크 분명, 존재한다. 그럼에도, 지금 당신에게 절대 필요한 건, 처절한, 자기고백이다. 자기기만적 유사연애였다고 인정하시라. 그렇게, 친구 아니라, 연인으로, 이별해야 한다. 그렇게, 일단락, 지어야 한다. 그리고 엉엉 슬퍼하시라. 그 다음, 진짜, 시작하시라. 쉽지 않을 게다. 하지만 당신은 당신 행복 위에 이 땅에 온 거다. 자기 인생 갖고 소설 쓰는 거 아니다.


PS - 나이 들어 가장 비참할 땐 결정이 잘못됐었다는 걸 알았을 때가 아니라 그때 아무런 결정도 내리지 못했단 걸 깨달았을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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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리스 2007-10-08 00: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뭐하고 사는고 했더니 요렇게 여전히 글 쓰는구나. 자기기만적 유사연애. 이름도 참 잘 짓는다. 시원하네, 가렵지도 않고.

비로그인 2007-10-08 10: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읽은 글엔데 딱 저한테 맞는 조언인거 같았어요
구두님 오래간만입니당~ ㅎㅎ

2007-10-08 13:55   URL
비밀 댓글입니다.

이리스 2007-10-09 00: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체셔님 / 엄엇, 저 이 글 읽으며 체셔님 생각했다구요. ㅋㅋ

2007-10-09 00:06   URL
비밀 댓글입니다.
 

[한미FTA저지특별기획](25) - 이강택, 'FTA 12년, 멕시코의 명과 암'
유영주 기자 yyjoo.net
31일 오후 KBS에 들러 이강택 피디를 만났다. 이번 주말 KBS스페셜에 방영할 'FTA 12년, 멕시코의 명과 암'을 편집하고 있었다. 이강택 피디는 한미FTA 이슈가 불거진 2-3월 경 한미FTA와 관련한 기획에 들어갔다. 최초 기획은 3부작 정도로 생각했으나, 여건상 멕시코 현지 취재 한 편에 문제의식을 압축적으로 담았다고 밝혔다.

알려진 대로 멕시코는 1994년 NAFTA 발효 이후 지금까지 자유무역협정이 가져다준 결과가 무엇인지를 잘 보여준다. 이강택 피디는 멕시코 전역을 누비며 NAFTA 이후 멕시코 인민들의 삶의 현장을 담기 위해 노력했다고 전한다.

KBS스페셜 'FTA 12년, 멕시코의 명과 암'은 4일(일) 저녁 8시 KBS 1TV를 통해 방영된다. 멕시코 현장을 어떻게 담아왔는지 무척 궁금하다. 한미FTA 문제에 관심을 갖는 사람들 모두 시청하길 바란다. 한미FTA 추진에 혈안이 된 '묻지마' 자유무역주의자들도 이날은 정신 차리고 이 방송을 꼭 볼 것을 권한다.


제작 배경과 문제의식

지난 번 남미에서 한 차베스와의 인터뷰 등을 통해 당시 남미에서 신자유주의가 어떻게 퇴조하고 있는가를 취재한 적 있었다. 작년 말부터 FTAA(전미자유무역협정)가 어떻게 브레이크 걸렸는지를 국내에서 취재하던 중이었는데, 그러다 올 2-3월 경 한미FTA를 추진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무지 당황스러웠다.

당시 '전략적 유연성' 문제와 한미FTA 두 가지 중 하나를 집중해서 다룰 생각이었다. 둘 다 제대로 다뤄서 알리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지만 여건상 한미FTA 문제를 택했다. 남미에 가서 보면 자유무역협정에 따른 현실이 명확하게 보인다. 멕시코도 그럴 거라 해서 FTA쪽을 뚫었다. 평택은 다른 동료들에게 맡겼다. 당시에는 한 3부작 정도로 생각했다. 하나는 멕시코의 사례, 하나는 한미FTA가 우리 사회 각 부문에 미칠 영향, 하나는 한미FTA 문제 종합 등으로 구성하려 했다. 그런데 한미FTA의 심각성과 중요성에 비해 당시 방송사 내부 분위기가 너무나 조용했고 관심 밖이었다. 제작기간과 제작여건 탓에 기획을 규모있게 가져가기 어려웠다. 그래서 4월 중순쯤 멕시코를 통해 명확히 보여주자는 것으로 정리했다.

제작 초점

두 가지였다. 도대체 FTA가 뭐냐 라는 거다. 우리가 다 짐작하듯이 FTA는 초국적자본에게 무한한 자유와 길을 열어주는 것이다. 개도국의 국민경제가 미국 초국적자본에 의해 부문별로 포섭되거나, 포섭 안되면 배제되는 걸 의미한다. 내국인 대우 문제나 이행의무 금지 문제나 하나하나 놓고 보면... FTA의 결과로서 국민경제 해체 현상을 가장 잘 보이는 곳이 멕시코다. 멕시코의 조건이 한국과 동일하지는 않겠지만 미국과의 FTA가 간다고 했을 때 본질에서는 다르지 않다고 본다. 그래서 미국과 FTA를 추진하려는 한국 사회에 엄중한 경고가 필요하다고 생각했고 그 취지를 담았다. 민중의 생존권에 얼마나 심대한 위협을 가져오게 될 것인지... 대다수 민중들이 영원히 배제되는 것인데, 잊혀지는 것인데...

생각만큼 충분히 담았는지

프로그램에서 충분하다거나 완벽하다는 건 없는 것이고, 다만 애초 목적한 바를 보여주는 정도로는 어느 정도 성공했지 않았나 싶다. 사실 남미 취재는 여러 가지 어려운 측면이 있다. 사람들이 전반적으로 약속을 안 지킨다거나, 국가나 정부가 워낙 권위주의적이라 접근이 어려운 점 등이 그런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짚어야 할 요소는 확실히 짚었다고 본다.

멕시코의 현실은 이미 여러 기고나 자료 등을 통해 상당히 잘 알려져 있다고 생각한다. 물론 멕시코 현실을 보는 시각도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다. 우리 취재팀이 현지에 취재차 머무른 기간이 18일, 국경을 비롯해서 거의 전역을 돌아다녔다. 일단은 전체적인 취재가 되었고, 특정한 부분만 보고 뻥튀기를 하지는 않았다. 현장을 돌면서 멕시코의 모습을 직접 확인했으므로 현장의 생생함을 접할 수 있을 것이다.

노점상

예를 들어 멕시코 하면 노점상 이야기가 많이 알려져 있는데, 실제로 거의 모든 지하철 역과 가로에 노점상이 있다. 길 양쪽 모두 노점상으로 빽빽하게 들어차 걸어다니기조차 어렵다. 말 그대로 노점상 천지다. 왜 이렇게 되었겠나. 노점상이 본격적으로 쏟아지기 시작한 시점이 FTA 시작하는 시점과 비슷하다. 노동자, 농민, 화이트 출신들 다 일자리를 잃어버렸다. 멕시코에는 실업수당이 없다. 정리해고 당하면 구직활동을 하기 마련이지만 멕시코에는 구직활동을 할 여유가 없다. 자기 있는 것이라도 내다 팔지 않으면 굶어죽을 형편이다.

멕시코 시티 가로에 꽉들어 찬 노점상들. 인도는 노정상들이 점유하고 차도에 사람과 차가 얽힐 정도다.
 홍보 동영상

대통령 궁 옆 골목의 노점상. 4000만 경제활동 인구 중 정규직은 1300만에 불과하다.
 미키

온갖 종류의 돈벌이가 있지만 안정된 직업은 찾아보기 어렵다. 주차 대행 하고 몇 푼 받거나, 신호등에 차가 서면 광대짓을 해서 팁을 받기도 하고, 유리창 닦기를 해서 돈을 버는데 떼거지로 몰려든다. 아침에 신문 팔고 껌 팔고, 이 사람들이 로타리에 가면 그룹으로 몰려있다. 가족들이 다 나와있다. 멕시코는 초등학교까지만 의무교육이 되어 있는데, 아이들이 학교에 갈 생각을 포기한다. 애들이 길거리에 널려 있다. 일부는 저임노동 현장으로 인입되고... 그러니까 교육이라는 게 학교에서 돈만 안 받는 걸로 되는 게 아니고 가정과 사회 학교 차원의 인프라가 있어야 가능한데 그게 없는 것이다.

장벽과 이민

멕시코 이민 문제는 영화에도 많이 등장하고 워낙 국제적인 이슈이기도 하다. 실제로 장벽에는 수백 개의 희생자 추모 십자가가 있고 십자가마다 이름이 다 써 있다. NAFTA 이후 해마다 숨진 사람들의 숫자가 관에 쓰여 있다. 국경이 장벽을 두고 불과 20미터인 데도 있다. 전자감응장치 등 경비가 삼엄하지만 어처구니없을 정도로 가깝다. 티후아나 시에서는 밤에 국경을 넘으려는 사람을 직접 만나기도 했다. 경비대와 숨바꼭질을 하고 있더라. 이렇게 국경을 넘은 멕시코 이민 인구가 무려 1300만 명에 이른다고 한다.

미국-멕시코 국경. 멕시코쪽의 벽은 낮으나 미국 쪽의 벽은 훨씬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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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멕시코 국경(일명 또르띠야 장벽)에 결려있는 십자가. 월경하다 사망한 사람들을 추모하는 의미. 그 옆의 관에는 연도별 희생자 수가 기록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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멕시코와 미국의 국경이 3200킬로미터로 휴전선의 10배에 가까운데, 도시 지역에는 멕시코 쪽 장벽과 미국 쪽 장벽 두 개가 있고 미국 쪽이 높게 되어 있다. 사막 지대에는 철조망만 있다. 접근이 힘드니까. 강 있는 데는 대충 표시만 해놨고. 옛날에는 도시 쪽 장벽을 많이 넘었는데 워낙 통제가 심해지니까 최근에는 사막으로, 물로 향한다. 사막으로 가다 탈수로 많이 죽는다. 낮 기온이 50도를 넘어가니까. 물에서 헤엄치다 죽고, 미국 국경 넘어가다 총에 맞아 죽기도 하고... 이래저래 국경에서 죽는다.

미국 국경의 장벽 근처에서 넘어갈 기회를 엿보는 불법 월경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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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죽음을 무릅쓰고 넘어가겠나. 농촌을 떠나 먹고살려고 마킬라도라로 향한다. 일자리 찾으려고 국경도시로 온다. 일단은 일자리가 있으니까. 그런데 와봤자 노동조건이란 게 사람 살 데가 아니다. 산에다 무허가 판자촌을 지어 산다. 물가는 하늘을 찌른다. 일자리는 없고 인구는 많으니 저임 압박이 생기고... 물론 다른 지역보다 조금 더 받기는 한다. 멕시코 최저임금이 4달러가 조금 넘는데 여기 사람들은 보통 6-8달러 정도 받는다. 그런데 이걸로 생활이 안 되니 당연히 잔업을 하고, 보통 12시간 이상 일 한다. 그렇게 해서 겨우 먹고산다.

티후아나 시에 있는 어느 집을 방문했다. 방 하나에 11명이 모여 살고 있었다. 침대에 애들 셋, 소파 양쪽 두 개 합쳐서 세 명이 자고, 나머지 5명은 한쪽에 세워놓은 메트리스를 깔고 잔다. 물도 안 나온다. 이 사람들 취재하려 했더니 자기 신원은 밝히지 말아달라고 하더라. 그나마 회사에서 짤릴까 봐. 이게 마지막 생존 현장인데 거기서 안 되면 국경을 향하는 거다.

멕시코의 FTA 협상

한마디로 NAFTA는 함정이고 사기극이다. 정부 관료들이 NAFTA가 되면 좋은 일자리가 많아질 것이고 멕시코는 선진국이 된다고 떠들었다. 장벽은 아무런 의미가 없어질 거라 했다. 살리나스가 전국을 순회하면서 그렇게 떠들고 다녔던 거다. 88년부터 93년 말까지가 살리나스 재임기간인데, 그때 로드맵 다 추진되었다. 처음부터 농업보조금 없애고 가격지원제도라 해서 비료나 종자나 정부보조 통해 사전정비작업 했다. 멕시코 농민들은 공유지 중 일부를 불하받는 권리를 갖고 있었는데 90년대 초반에 이 법도 다 바꿔버렸다.

빼앗긴 공유지를 돌려달라고 한달이 넘게 멕시코시티 레포르마 대로에서 나체 시위를 벌이고 있는 베라크루스 주의 농민들. 그들의 절박함을 상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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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FTA 홍보 팜플렛 만들어서 살포하고, 티비 공익광고 때리고, 학자들 시켜서 각종 통계 왜곡하고 온갖 짓거리 다 했다. 미국이 옥수수는 요구안에 포함을 안 시켰는데 멕시코 정부는 협상하면서 알아서 다 챙겨주었다. 미국과 멕시코가 협상한 게 아니라 미국끼리 협상한 거나 마찬가지였다. 미국 가서 공부하고 온 애들이 그렇게 헌납 짓거리를 한 거다. 미국은 보조금 문제 나오면 일체 말도 못 꺼내게 했다. 미국은 민간품목 등 14개를 모두 관철시켰지만 멕시코가 인정받은 건 불과 3개에 불과했다.

협상은 일체 비공개로 진행됐다. 기업가 중 일부가 협상 보좌 비슷하게 해서 같이 결합시키고, 내용이 확정될 때까지 아무한테도 오픈하지 않았다. 그러다 국회 비준 일주일 전에 산더미 같은 협상서류들을 갖다주더라는 거다. 그때가 92년인데 국회는 검토할 시간도 없었고 집권당인 제도혁명당이 다수여서 거수기로 통과시켜버렸다.

협상 후에도 엉망이었다. 이건 뭐 나라도 아니더라. 미국이 옥수수를 15년 동안 물량을 일정하게 늘리고 관세도 단계적으로 줄이는 것으로 협상했다. 양을 넘어서면 할당관세를 물리기로 한 거다. 그런데 카길이 물량을 쏟아 붇는데 멕시코는 할당관세를 안 물렸다. 멕시코 식품가공업자들에게 이득이 되니까 그냥 다 받아준 거다. 나라꼴이 어떻게 되었겠나.

농촌

마초아칸 주의 파닌디쿠아로 라는 농촌을 들렀다. 마을 입구부터 농토가 버려져있다. 마을이 휑하다. 유령 마을이 따로 없다. 농촌 마을 대부분이 그렇다. 한 집에 가봤더니 노인네가 손주 데리고 살고 있더라. 아들 셋이 다 미국에 가있다고 했다. 불법이민 한 거다. 아예 경작해서 못 먹고사니까. 미국 가서 남부농장지대나 건설 현장에서 허드렛일 하면서 돈을 보내주면 그걸로 먹고산다.

파닌디꾸아로 농촌마을의 폐가. 미국 옥수수의 대량 유입으로 NAFTA 이후 멕시코 농민의 1/3이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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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촌 현장이 완전히 붕괴되었다. 입구부터 빈집이고, 떠난 지 오래된 집도 있고, 어떤 집은 멀쩡한데 문마다 자물쇠 잡초 무성하고... 자동차는 대부분 바퀴가 빠져있다. 못 가져가니까 훔쳐가지 못하게 해놓은 거다.

영화

까를로스 까레라 라고 골든글로브, 아카데미, 칸 황금종려상 받은 천재감독이 있는데, 90년에 데뷔작 발표한 후 지금까지 17년동안 영화 겨우 4편 만드는 데 그쳤다. 영화 만드는 족족 상을 받았던 감독이다. 그런데 멕시코는 지금 이 감독에게 영화 만들 기회를 안 준다. 영화산업의 인프라가 다 무너졌기 때문에 존재조차 인정받지 못한다. 까를로스 감독은 먹고살기 위해 광고제작을 택하고 만다. 1년에 자기 영화 두 편만 만들 수 있다면 바랄 것이 없다고 한다. 지금도 미국 헐리우드에서 연출 제의가 숱하게 들어오지만 거부한다고 한다. 영화가 나라의 정체성을 표현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감독이다. 그런데 앞으로도 정말 버틸 수 있을까...

문닫은 멕시코인 소유극장. 헐리웃 영화를 직배하는 멀티플렉스 영화관에 밀려 폐업을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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멕시코 전역에 공공기금의 보조를 받아 운영되는 극장이 조금씩 있었는데 이것도 최근 없어졌다. 예산부족으로 폐쇄하라는 건데 배경에 미국영화협회(Motion Picture Association of America)가 있었다. 잭 발렌틴 회장이 횡포를 부린 거다. 멕시코에는 영화감독 해서 먹고사는 사람이 없다. 대부분 대학에서 강의를 하거나 광고, 티비 방송 등 프리랜서 일을 하면서 겨우 먹고산다. 이 사람들이 영화관람료 중 1페소씩 걷어 국산영화기금으로 쓰자고 영화인과 정치인들과 법제화를 추진했는데 이게 한 방에 정리되어 버렸다. 2003년 쯤 잭 발렌틴이 국산영화기금 운동 하지말라고 주장하자 맥시코 정부가 나서서 이 운동을 탄압한 거다.

수출, 외자

FTA 추진론자들이 이야기하는 것이 그렇다. 수출이 3배 이상 늘었다고 말한다. 맞다. 그런데 수출 1위부터 4위까지 모두 미국의 빅3가 다 챙겼다. 5위가 멕시코 석유회사, 6위가 휴렛팩커드... 마킬라도라가 멕시코 수출의 절반을 차지한다. 대부분 조립가공인데 들여다보면 멕시코 국내 부품 소재 사용은 3%에 불과하다. 수출이 는다는 건 미국 회사의 수출이 는다는 이야기다. 본국 본사와 현지 법인 사이의 거래일 뿐인데 이걸 수출 통계로 잡으니 수출 증가라는 말이 되는 거다. 멕시코 부품 소재가 3%밖에 안되므로 따지자면 멕시코 경제에 남는 건 3%와 노동자들이 받는 노임뿐인 셈이다. 더군다나 국내 제조업 부문을 보면 마킬라도라를 포함해서 일자리가 15% 이상 줄었다. 농업을 빼고 제조업 분야만 봐도 그렇다. 수출 증대 숫자가 가지는 외형적 수치의 허구성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멕시코 금융은 95% 정도가 외국계에 장악되어 있다. 멕시코 기업에는 대출을 아예 안 해준다. 한 회사가 망하면 연계된 회사가 망하니 연쇄 도산하는 일이 숱하게 벌어진다. 그러니까 마킬라도라 이야기하고 수출 늘었다고 떠드는 게 국민경제 차원에서 보면 얼마나 허구적이겠는가.

외자도 그렇다. 외자가 네 배 정도 늘었다. 그런데 외자 들어오면 포트폴리오 투자에 집중하지 회사를 만들거나 공장을 짓거나 하지 않는다. 기존 회사 중에 수익성 날 만한 것은 선별해서 인수합병해 버린다. 경제 외형은 소유주가 바뀔 뿐 그 이상의 아무런 의미가 없다. 노동자들은 대폭 정리해고 시킨다. 기존 생산 거래선은 외자 소유의 계열사로 돌려버린다.

예를 들어 월마트는 멕시코 현지 유통 1위인데, 지금까지 있으면서 단 하나라도 월마트 매장을 새로 만든 게 없다. 다 멕시코 유통회사 지점들을 인수한 것이다. 그것도 쓸만한 것만. 외국인투자가 늘었다는 말이 웃기는 게, 98년인가 멕시코 최대은행인 바나맥스 은행을 시티그룹이 인수하는데 인수대금이 125억불인가 그랬다. 이걸 놓고 외국인투자가 엄청 늘었다고 홍보했다. 은행이 외국인에게 넘어간 건데 외자 투자로 잡는다.

민영화

멕시코의 공기업 민영화는 80년대부터 추진되어왔다. 그러니까 NAFTA 체결되면서 민영화가 현저하게 늘거나 그런 건 아니다. 다만 이런 흐름을 강화한 건 분명히 있다. 예를 들면 라틴아메리카 최대의 통신회사인 뗄멕스라든지 도로 등이 민영화되어 있다.

웬만큼 버는 사람은 휴대전화 한다는 생각을 못한다. 서민은 없고 중산층도 요금 부담 땜에 수신 전용으로만 쓰거나 한다. 배겨날 수 없으니까. 휴대전화 가지고 있고 전화하는 것 자체가 사회적 신분을 표현하는 데 이르렀다.

멕시코의 길은 생각보다 잘 뚫려 있다. 그런데 그 길을 따라 지방으로 이동하다 문득 의문이 들곤 했다. 취재 차량 외에 도로에 차가 잘 안 보이는 거였다. 이유인즉 도로가 민영화된 지라 통행요금이 엄청나게 비싸 서민들은 전혀 이용할 수 없게 되어 있었다. 이 도로는 기업과 부자를 위한 인프라일 뿐 공공성 성격은 하나도 없다. 서민들은 대부분 좁은 국도로 다닌다.

신흥상업지구 산타페의 전경. 1700여 개 다국적 기업 현지법인이 입주해 있다. 미국이나 유럽의 도시를 연상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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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성을 갖는 공공재는 찾아보기조차 어려웠다. 빈민 지역에 가면 전기 가스 등 기본적인 것조차 안 들어온다. 그러니 전기를 불법적으로 몰래 끌어와 쓰는 일이 다반사다. 국민소득 5-6천불 수준인데도 구매력 수준은 세계 80위에 머물러 있다. 카를로스 슬림은 세계 3-4위 정도 규모다. 그러면서도 세계 100대 부자에 12명이나 들어있다. 80년대 민영화 과정에서 특혜를 받은 사람들이다. 멕시코 최대 제빵기업 빔보, 코로나 맥주회사, 유리회사 비트로, 시멘트회사 세멕스 같은 기업들, 이들 기업들만이 FTA로 막대한 이득을 본 거다.

메탈클래드

충격이었다. 현장은 산 루이스 포토시 주에 속한 과달까사르라는 마을인데 미국하고 그다지 멀지 않은 곳이다. 도로망이 비교적 잘 연결되어 있는 산지다. 멕시코의 동북지방 국경에서 가까운 산 안에 있는 분지 같은 마을이다.

메탈클래드사가 산루이스포토시 주에 설치한 폐기물 처리장. 현재 폭발 및 오염확산을 막기 위해 멕시코 정부 예산으로 안정화 작업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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멕시코의 코테린이라는 업체가 여기에서 워낙 폐기물 처리 사업을 하고 있었는데, 메탈클래드가 이를 인수했다. 메탈클래드는 미국에서 석면 처리를 하던 크지 않은 회사였다. 그러다 메탈클래드가 미국의 각종 산업폐기물을 멕시코에서 처리하는 사업기회를 얻었다. 입지 선정에서 그 지역을 고르고, 금융시장 투자자로부터 펀딩을 받아 이곳으로 들어왔다.

멕시코는 건축허가 때 연방정부 허가, 주정부 허가, 그리고 최종 지방정부가 건축허가를 내게 되어 있다. 메탈클래드는 연방정부, 주정부 허가는 받았지만 지방정부 허가를 받지도 않은 상태에서 코테린 사로부터 사업권을 사서 합작을 했다. 여기에 학교도 짓고, 병원도 짓고, 건물은 창고로만 이용한다고 사기를 쳤다. 현지 고용 창출 효과 선전까지 곁들이며 주민들을 속이고서 대규모 산업폐기물 매립을 시작했다.

이 지역은 산으로 둘러 쌓여 있는데 산 너머 인접 마을에서 암환자들이 발생하기 시작했다. 우리가 갔던 마을에는 과달까사르에는 1200명 정도가 모여 사는데 여기서 1993년 이후 암환자 23명이 발생했고 사망했다. 기형아가 태어나기 시작하고, 척추가 갈라지거나 무뇌아가 태어나기도 했다. 그린피스가 현지조사를 한 결과 지하수맥이 오염되어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산 너머 반대 마을과 지하수가 통해있었던 거다.

반대운동 본격적으로 펼쳐지고, 지방정부도 눈치를 보게 되었다. 결국 주민 압력에 밀려 생태보호구역으로 정하기에 이르렀다. 그러니까 메탈클래드가 온갖 공작을 폈다. 미 대사관 직접 전화하고 압력 넣어서 이런 식으로 하면 미국투자 다 끊는다고 압박했다. 뇌물 작전 펴고 주정부 주지사 선거에 개입하고. 그러다 주정부 관료들의 뇌물 사건이 폭로되기도 하고. 결국 최종적으로 택한 수단이 NAFTA 협정 11조였다. 멕시코 정부가 안 해줘서 수익을 못 냈다며, 미국 기업이 멕시코 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걸어버린 것이다. 11조에 따라 불법적인 사업을 펼치다가 주민의 반발로 사업을 못하게 되자 멕시코 정부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하였고 멕시코 정부는 165억 원을 배상하는 일이 벌어졌다.

기업과 멕시코 정부가 결국 동등한 위치에 서게 되었다. 기업의 이윤을 위해 멕시코 사람들의 생존의 권리이자 공적 규제조차 완전히 무력화되어버린 것이다. 처음 NAFTA 협상에서 이 조항 넣을 때 누구도 이런 사태가 벌어질 것이라는 것을 몰랐다. 원칙적이고 추상적인 조항인 줄만 알았지, 막상 구체적인 사건으로 현실화되고 보니 협상이 얼마나 큰 영향을 끼치는 지 실감하게 된 것이다.

멕시코의 명과 암, 그리고 한미FTA

멕시코가 시사하는 것은 미국과 중진국 내지 개도국과의 최초의 비대칭적 FTA라는 건데, 핵심이 뭐냐면 비교열위에 있는 나라는 미국자본에 다 포섭된다는 거다. 멕시코 국민경제는 해체되었고, 민중의 생활은 파탄 났다. 멕시코에는 한마디로 국민경제가 존재하지 않는다. FTA가 개도국의 국민경제를 해체하는 프로젝트란 걸 명확하게 보여주었다. 재주 있으면 이야기해도 좋다. 한미FTA가 추진될 시 멕시코 사례와 어떤 점이 다를 게 있다는 건지.

방영을 앞둔 소감

지난 5.1일 소칼로 광장에서 열린 대규모 집회에서 연설하는 마르꼬스 사파티스타 부사령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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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그램 후반부에서 강조하는 것도 그런데 FTA에서 영향권 밖에 있는 것이란 없다. 모든 개인의 삶을 규정하고 바꿀 것이다. 논리적으로 FTA가 어떤 파탄을 초래할 것인지 국민적 공감을 크게 형성하기 어렵고, 또 한미FTA 반대 진영이 이를 실천하는데 많은 어려움이 있지 않나 싶다. 이번 프로그램이 FTA의 실체를 돌아보는데 기여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언론인으로서 소명감을 갖고 만들었다. FTA의 진실을 가리는데 작은 도움이 되리라 믿는다. 지난 번 차베스 인터뷰 이후 공격을 좀 받은 적 있는데 이번에 또 소동이 일어날 지도 모르겠다. 물론 휘둘리지 않을 테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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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phistopheles 2007-06-03 21: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요즘 마르코스 부사령관의 책 " 우리의 말이 우리의 무기입니다" 를 읽고 있습니다.. 뭐랄까 처음엔 체 게바라를 연상하면서 읽었는데 체와는 다른 무언가가 존재하는 실천혁명가 같더라구요...

라주미힌 2007-06-03 21: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갑자기 낡은 구두님이 보고싶다는 :-)

마늘빵 2007-06-03 21: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얼마전 봤던 영화 <바벨>이 떠오르네. 그 영화에서 미국에서 불법체류자로 오랫동안 미국의 한 가정에서 지내며 아이들을 돌봐왔던 보모가 일이 있어 차를 타고 국경을 넘으며 검문에 걸리고 결국 쫓겨나게 되는 이야기가. 마르코스 부사령관에 관한 책도 예전에 사놓고 보다 말았는데.

이리스 2007-06-03 21: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메피님 / 오, 그 책 읽고 계시군요. ^^; 제 무기는 무엇인지.. --;;
라주미힌님 / 으헙.. ㅋㅋ 느닷없이!!

아프군 / 보다 만 책을 메피님에게 빌려드렸어? ㅎㅎ

마늘빵 2007-06-03 21: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핫. 메피님 읽는 책이랑 다른건데. 제목은 내 책장을 뒤져봐야 할 듯. 어디에 처박혀있는지 몰라. 오래돼서.

2007-06-03 21:42   URL
비밀 댓글입니다.

이리스 2007-06-03 21: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속삭님 / 당분간 두희 땜에 평일 약속은 자제중임 ^^

'재주 있으면 이야기해도 좋다. 한미FTA가 추진될 시 멕시코 사례와 어떤 점이 다를 게 있다는 건지. ' 요 대목이 참.. ^.,^


Mephistopheles 2007-06-03 21: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낡은구두님의 무기는...미모 라고 말하면 아부일 꺼고...지성이라고 말하면 화내실지도 모르고 도발이라고 말하면 무례할지도 모르고.....결론은 잘 모르겠어요..=3=3=3

이리스 2007-06-03 22: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메피님 / ㅋㅋㅋ 전 무기 없어요. 맨주먹이죠 그냥. (주먹이 무긴가봐 ㅎㅎ)

antitheme 2007-06-04 00: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메피님께서 언급하신 모든 걸 가지고 계신 낡은구두님..

2007-06-13 16:19   URL
비밀 댓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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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리스 2007-05-21 15: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세가지 이야기 중에 특히 공감가는 이야기가 있다. ㅠㅜ

전호인 2007-05-21 15: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첫번째 이야기, 구런 고충이 있었군요. 그래도 적당한 글래머는 매력적이지요. 지나친 건 좀 그렇지만 말입니다.

비로그인 2007-05-21 15: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긴 생머리에 속하는 편인데 이거 관리하기 보통 아닙니다.
머리도 가늘어빠져가지고 툭하면 갈라지고 끊어져서 게다가 드라이도 꼭꼭 해줘야 찰랑거림을 유지할 수 있잖아요. 여름엔 또 덥고...
근데 짧은 머리는 안 어울린다는 OTL...

마늘빵 2007-05-21 15: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으하핫. :) 매일 그 짓을 어떻게 하냐. ㅋㅋ

2007-05-21 15:5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7-05-21 16:07   URL
비밀 댓글입니다.

이리스 2007-05-21 21: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호인님 / ㅜㅡ
체셔님 / 웅, 저도 긴생머리 고수하다가 좀 잘라냈어요. 전 그냥 머리 손질하는 거 자체를 싫어해서 기르며 냅두다 보니 긴생머리.. -.- 한데 힘없이 머리칼이 약해서 툭툭 끊어져욤.

아프군 / -_-;;;

비로그인 2007-05-22 08: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통역팀에 일주일에 딱 두 번 머리감는 프랑스어 전공 언니가 있었는데, 그 언니의 머릿결이 제가 본 모든 머릿결 중 가장 판타스틱했어요. 자주 감으면 결 상하고, 딱 두 번이 머릿결을 최상으로 보여준다나요. 어떤 사람들은 종종 타고나기도 하나봅니다. 하지만 그 언니의 경우에도 고데기로 펴주는 것만큼은 잊지 않았으니(매우 정성껏, 그것만은 매일 아침) 아름다움이 얼마나 괴로운 것인지는 알 것 같아요.

이리스 2007-05-22 09: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주드님 / 네, 맞아요. 머리는 매일 감는게 꼭 좋은건 아니라고 하더군요. 그분은 타고난 머리결이 좋고 또 머리칼도 튼튼하신가봐요. 매일 아침 고데기로 펴는데도 타거나 갈라지지 않은걸 보면. 저로선 상상도 못할일 -.- 제 머리칼은 그랬다간 툭툭 부러져버릴 거에요. ㅠ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