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몰바니아로 간다 - 지도에 없는 나라로 떠나는 여행 안내서
산토 실로로 지음, 전지나 옮김 / 오래된미래 / 2005년 6월
품절


총기류와 화약류

몰자니아는 총기 소지에 대해 매우 엄격한 법률을 적용하고 있다. 권총을 지닐 수 있는 자격은 경찰관, 군인, 사냥 협회 회원, 세관원, 주차 단속원, 수의사, 우체국 직원, 치과 간호사, 초등학교 교사, 정규직 종사자 그리고 수녀에게만 주어진다 -44쪽

어떻게 갈까

사람들은 대부분 기차로, 아니면 실수로 사사바에 간다. 일주일에 두 번 루텐블라흐에서 출발하는 사설 버스도 있지만, 버스 운전사가 자신의 친척이 운영하는 가게와 카페 앞에 수시로 멈춘다고 한다. 비행기를 선호하는 사람들을 위해 전세 비행기 공항도 있다. 하지만 점심 시간에는 관제탑이 문을 닫으므로 낮 12시에서 2시 사이에는 착륙을 시도하지 않는 게 좋다. -141쪽

어떻게 다닐까

시내 구석구석까지 모두 돌아보기에는 무궤도 전차가 가장 편리하다. 다만 낮 시간에는 거의 내내 사람들로 붐비고 전차에서 내리려면 다른 승객들을 밀치거나 몸사움을 해야 한다. 출퇴근 시간에는 버스 지붕에 타는 것이 비교적 한산하다. 다만 목적지에 도착할 때 시간을 잘 맞춰 뛰어내려야 하므로 순발력이 필요하다. -17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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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사진이다 - 김홍희의 사진 노트
김홍희 글.사진 / 다빈치 / 2005년 1월
절판


길에도 상처는 있다

길은 욕망의 상처다. 욕망은 끝없이 상처를주고, 상처는 딱지로 아물어 단다난 길이 된다.

산과 들은 청춘이다. 청춘은 그저 상처받기 쉽고, 청춘의 상처는 쉽게 아물지 않는다. 아물지 않은 상처는 또 다른 상처를 내고, 단단히 아문 상처는 다른 상처를 치유한다. 길이 상처로 남으면 우리는 단절되고, 딱지가 앉으면 서로를 연결한다.

우리가 사랑해야 할 것은 욕망이 아니라, 욕망으로 상처 난 길이다. 욕망을 멈출 수 없다면 상처를 사랑해야 한다.

상처받은 길에 대한 사랑은 사람들의 발걸음이다. 욕망은 청춘을 상처 주고, 상처받은 청춘은 사람들의 발걸음으로 아문다. 욕망으로 상처받고 사람들의 발걸음으로 단단히 아문 것이다. 아물지 않은 것은 아직 길이 아니다. 단단히 아문 것만이 다른 상처를 치유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길은 단절을 넘어 연결을 꿈꾸는 자이다.
-154~15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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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eanne 2007-02-17 18: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가져가요~ 님의 발췌글을 읽는 새로운 즐거움이 생겼어요.ㅎㅎ 글이 난무해서 오히려 피곤한 이시대엔 적절한 취사선택이 필요한 듯 해요. 그런면에서 님은 합격!^^ (나도 해야지~ㅋㅋ)
 
책과 바람난 여자
아니 프랑수아 지음, 이상해 옮김 / 솔출판사 / 2005년 3월
절판


거짓말 한 점 안 보태고, 내가 쇠이유 출판사에서 일을 시작하기로 마음 먹은 것은 순전히 <백 년 동안의 고독> 때문이었다. 나에게 그 책을 빌려준 건 프뤼니플레트였다. 아이가 사탕을 아껴 먹듯, 브르타뉴 지방에서 보낸 일주일간의 바캉스 내내 두고두고 읽었다. 나는 모래가 박혀 오톨도톨해지고 소금기가 배인, 그리고 금방 해수욕을 하고 나온 내 머리칼에서 떨어진 바닷물 때문에 들떠 일어나 그 책을 차마 돌려줄 수가 없었다. 그녀는 오로지 하나뿐인 자신의 <백 년 동안의 고독>을 나에게 양보하고 내가 사준 새 책을 받아들였다.

나는 <백 년 동안의 고독>을 많은 사람들에게 선물했다. 내가 갖고 있던 돈이 몽땅 거기에 들어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래서 누군가 나에게 봉급은 얼마 안되지만 직원에게 책값을 사십 퍼센트나(다른 출판사는 삼십 퍼센트다) 할인해주는 쇠이유 출판사에서 급사 겸 타자수로 일해보지 않겠느냐고 제안했을 때, 나는 봉급도 받고 책값도 아끼고 이거야말로 일석이조가 아니겠느냐고 생각했다. -50-51쪽

가만히 생각해보면 참 이상하다. 나는 새 책보다는 샀던 책을 더 많이 산다. 나의 저인 나간 행동에 서점 주인들은 전혀 책임이 없다. 그들도 나와 엇비슷하다. 동시에 또는 차례로, 투덜거리고, 쾌활하고, 까다롭고, 친절하고, 무디고, 광신적이고, 폭넓고, 한가하고, 바쁘다. 따뜻하든, 차갑든, 나는 그들의 기질에는 관심이 없다. 그냥 적응해나가면 된다. 그들 역시 그렇겠지. 우리를 이어주는 것은 책이니까. -58쪽

잠시 후 감고 있던 눈을 슬쩍 떠 다시 보았다. 방은 더 많이 기울어져 있었다. 나는 그때서야 마루가 무너져 책꽂이가 기울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나는 재난을 앞당기지 않기 위해 살금살금 뒷걸음질쳐 그 방에서 나왔다. 결국 우리는 책들을 한 권씩 들어내고 양탄자를 뜯어낸 다음, 마루 오리목을 더 튼튼한 것으로 교체해야 했다. 장장 2주가 지난 후에야 비로소 책꽂이를 다시 들여놓을 수 있었다. 프랑수아는 그 부분에는 부담을 덜 주기 위해 새로 산 지그재그 형 책꽂이를 놓았다. 지금 그의 서제는 암흑으로 둘러싸인 미로로 변했다. -100쪽

열정적인 책 읽기는 나름대로 위험도 있고 일상생활에 장애를 주기도 한다. 그것은 귀를 약간 멀게 만든다. ("그거 다 읽고 나서 샐러드 좀 사다줄래?" "....."). 끓기 시작한 주전자의 분노에 찬 날카로운 외침만이 독서광을 선택적 청각 장애에서 끄집어낼 수 있다. 당근이야 타든 말든 그는 아무 냄새도 못 맡는다.(일시적 후각상실증).

독서는 잠을 못 자게 만든다. 독서광은 읽고 있던 책을 덮기 보다는 '잠의 열차'(두 시간 마다 지나가는)를 고의적으로 놓치고 만다. 배우자의 잠을 방해하지 않기 위해 변기다 비데 뚜껑에 앉아(개인적으로는 욕실에 안락의자를 갖다 놓았다) 시간을 잊고 페이지에서 페이지로 날아드느라 밤을 홀딱 샌다. 그는 언제나 잠이 안와서 새벽까지 책을 읽었다고 주장할 것이고, 책을 읽느라 잠을 잃어버렸다는 사실을 결코 인정하지 않을 것이다. -15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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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나귀들
배수아 지음 / 자음과모음(이룸) / 2005년 5월
품절


나는 미움의 근원은 슬픔이라고 생각한다. 보통 미움을 느낄 만하다고 생각되는 상황에서 내게 다가오는 것은 미움이 아닌 슬픔이다.

너희들은 슬프면 우선 무엇을 하지? 나는 청소를 한다. 집 안 곳곳을 깨끗하게 치운다. 먼저 물건들을 전부 정리하고 쓸고 닦고 설거지를 말끔하게 해치운 다음 욕실 타일을 닦는다. 나는 청소한다. 언제나 슬플 때마다.
-194쪽

누군가를 증오한다고 하는 것은 사랑한다는 것과 마찬가지로 상대편의 존재 깊숙이 자신을 연관시킴을 의미한다. 사랑은 일종의 자신이 선택한 대상에 대한 강한 긍정인데, 그런 자신이 공들여 선택한 얼굴이 쿤데라의 표현대로 '가계라고 불리는 한 뿌리에 달린 수십 개의 감자 알갱이처럼 비슷비슷하게 생긴 일련의 얼굴들의 집합 속의 한 개체일 뿐' 이었다는 것을 발견하게 됨은 결정적으로 맥 빠지는 일이다. 왜냐하면 사랑은 궁극적으로 개인을 발견하려는 움직임이기 때문이다. 발견이라는 관점에서 증오를 본다면, 그를 증오하지 않는다는 것은 도리어 역으로 증오의 한 표현으로, 그렇게 오해될 소지도 있다. -201~20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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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늘빵 2005-08-25 19: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도 되게 빨리 보신당... 난 일주일에 한권인뎀.

이리스 2005-08-25 19: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출퇴근 시간이 하루에 3시간 정도 걸려요 ㅠ.ㅜ 주로 그 때..
어떤 정보 습득을 위해 읽는 책은 처음부터 끝까지 완독하지 않는 경우도 있답니다.
^^;

마늘빵 2005-08-25 20: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헉 3시간??? 아니 서울에서 강릉으로 가시남요?

이리스 2005-08-25 20: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출퇴근시간을 둘다 합쳐서 3시간이라는 이야기에요.. 하루 6시간이면 출퇴근이 불가능하지욤.. ^^

마늘빵 2005-08-25 22: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하. 그렇군요. 난 또. 저도 낼부터 출근합니다. 애들한테 첫날 무슨 말을 하면 좋을지 고민 중입니다. 왜 나의 중고딩때가 기억이 안나는건지.

이리스 2005-08-25 23: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내일부터 개학인가봐요. 인기 좋으실 듯! 그냥 별 말 안하시고 분위기만 잡으셔도 좋을 듯.. ^^
 
볼링 포 콜럼바인 : 재출시(2disc)
마이클 무어 감독, 마이클 무어 외 출연 / (주)다우리 엔터테인먼트 / 2003년 10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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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는 마이클 무어라는 이름만 들어도 가슴속에 뜨거운 것이 느껴졌다.

다큐멘터리의 정의를 어떻게 내릴 것이며, 어떤 정도까지를 우리는 다큐멘터리로 볼 것이냐에 따라 의견은 분분하겠지만 마이클 무어가 만드는 다큐멘터리는 사실상 극영화에 가깝다.

그런 것들에 대한 평은 일단 접어두고,

총기소지로 따지자면 한 수 위인 캐나다에 비해, 폭력의 역사를 가지고 있는 유럽의 여러 나라에 비해 미국이 월등하게 총기로 인한 살인 건수가 높은 까닭은 미국의 대통령이 전쟁을 즐기고 그를 위해 공포를 조성하기 때문이다.. 라는게 일단 이 영화의 결론이 되겠다.

사족이지만, 나는 이 영화에서 가장 뛰어난 부분은 바로 마릴린 맨슨 인터뷰였다고 본다.

어디에나 왕따가 있고 문제 학생이 있으며 학교 폭력이 존재한다.  하지만 분노를 상대를 향한 총질로 해소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분노를 표현하는 방법에 대해 공부가 필요하다는 사람의 말에 적극 동의하는 바이다. 그 대상이 어린 학생이건, 아니면 일국의 대통령이건 간에 말이다.

희생은 낮고 어두운 곳에서 대부분 은밀하게 치러진다.

공로는 밝고 높은 곳에서 대부분 공식적으로 인정받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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