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의 목표가 생겼다.

버지니아 울프를 읽자

 

가끔 꽂히는 작가가 있으면 전작 읽기에 도전하는데 사실 성공한 적은 별로 없다.

결정적으로 한 작가의 책을 계속 읽다보면 그의 패턴이 보이고, 그게 계속 되다보면 식상해지기 일수다.

그쯤 되면 굳이 고집하지 않고 내려놓는다.

세상에 읽을 책이 얼마나 많으냐 말이다.

 

 

현재 활동하고 있는 작가라면 맘에 드는 작가의 글은 출간되는대로 챙겨서 보는 편이다.

한국 작가들 중에서는 요즘 가장 애정하는 작가는 황정은. 오랫만에 전작 읽기에 도전하고 있다.

출간 된 책이 그렇게 많지 않고 각 권당 분량이 그렇게 길지 않은건 다행이랄까?

전작 읽기가 어렵지 않은 작가다.

새로 나오는 책들은 모두 읽었고, 예전에 나왔던 책들도 하나씩 챙겨서 읽고 있다.

아래 읽은 책들이 모두 좋았고, 아직 읽지 않은 책이 남아있어서 행복한 작가이기도 하다.

한권 한권 아껴가며 읽는다.

황정은 작가의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 짧게 끊어치는 문장들, 하나의 장면만으로도 많은 감정과 얽히고 설킨 관계의 타래들을 보여주는 능력들 너무 좋다.

 

 

 

 

 

 

 

 

 

 

 

 

 

 

 

 

 

 

 

 

 

 

 

 

 

 

 

그외에 김연수, 김영하 작가들의 책은 오래전부터 좋아해서 나오는 대로 꼭 챙겨서 읽는다.

전작읽기에 도전하는건 아니라서 오래 된 책들을 굳이 다 찾아 읽지는 않는다.

김연수 작가는 에세이를 더 좋아하고, 김영하작가는 소설을 더 좋아한다.

이들의 책 중 가장 좋아하는 책들은

 

 

 

 

 

 

 

 

 

 

 

 

 

 

 

 

 

 

 

 

 

 

 

 

 

 

 

 

 

아 그리고 내 스스로도 의아하게 여기는게 김훈작가를 좋아한다.

이분 생각은 정말 밤새도록 얘기하래도 할 수 있을 정도로 정말 정말 나랑 안맞다.

안맞는 정도가 아니라 죽도록 싫다.

그럼에도 김훈작가는 꼭꼭 챙겨서 읽는다.

그의 문장을 쓰는 방식이 너무 좋다.

문학이 얼마나 예리하게 벼려질 수 있는지, 문장이 어떻게 칼이 될 수 있는지 섬뜩할 정도로 보여준다.

김훈작가의 책을 읽을 때면 언어의 힘에 전율한다.

생각이 그렇게 다른데도 읽게 만드는 게 김훈작가의 힘인듯도 하다.

특히 에세이 <자전거 여행>의 글들은 한국어가 얼마나 아름다울 수 있는지 극치를 보여준다고 생각한다.

아 최근에 나온 <달 너머로 달리는 말>은 솔직히 별로였다.

 

 

 

 

 

 

 

 

 

 

 

 

 

 

 

외국 작가로는 하나씩 둘씩 챙겨보면서 전작읽기에 도전하는 작가는 커트 보니것

지금까지 내가 읽은 책 중에 가장 좋아하는 책들.

<제5도살장>은 모든 책들 중 내가 가장 좋아하는 책.

커트 보니것의 책은  기발한 상상력, 뒤통수를 강력하게 때리는 반전, 건강하고 정치적으로 올바른 관점, 읽는 내내 낄낄거리게 만드는 유머감각, 그리고 웃음 뒤에 머리를 싸늘하게 만드는 짙은 애수 등등.

내가 커트 보니것을 왜 좋아하는지를 더 잘 설명할 수 없는게 안타까울 따름이다.

 

 

 

 

 

 

 

 

 

 

 

 

 

 

 

 

 

그리고 이제 버지니아 울프를 만났다.

보통 오래된 작가 중 좋구나 싶은 작가를 만나도 대표작을 챙겨서 보는 편이지 전작을 다 읽어야겠다는 생각은 잘 안한다.

그것들을 읽을 시간에 매력적인 신간을 읽을 시간이 없어지니까.

그런데 이제 겨우 1권 등대로를 읽었을 뿐인데 아 정말 이분은 뭐지?

솔 출판사에서 버지니아 울프 전집이 나와 있으니 전작 읽기에 도전하기 좋은 여건까지 갖춰져 있구나.

 

 

 

 

 

 

 

 

 

 

 

 

 

 

 

<등대로>는 정말로 놀라운 책이다.

읽을 때는 정말 힘들다 힘들다 하면서 읽었는데, 읽는 중간에도 앞에 읽은 장면이 끊임없이 떠오른다.

이야기의 내용이야 요약할 것도 없을 정도로 간단하며 솔직히 사건이랄 것도 없다.

램지 가족과 그들의 손님이 등대에 가기로 했다가 결국 날씨 때문에 못가게 되고,

10년이 지나고 램지 부인이 죽은 후, 드디어 남은 가족들이 등대에 가게 된 어느날까지, 정말로 줄거리는 이게 다다.

심지어 그 등대에는 정말 별것이 없기까지 하다.

등대의 의미가 무엇이었을까? 그조차도 명확하지 않다.

 

이렇게 줄거리도 없고, 명확한것도 아무것도 없어보이는 이 책의 무엇이 나에게 이토록 강렬한 이끌림을 주는 것일까?

가장 인상적이었던건 본격적인 의식의 흐름 기법을 제대로 본건 처음이라는 신선함인듯하다.(100년도 더 전에 쓰여진 소설에 신선함이라니.... 그래도 신선함 맞다.)

소설 속 인물들의 대화를 읽고 있으면 그들의 생각이 튀는대로, 느닷없이 툭 튀어나오는 인물대로 그대로 모든 생각을 다 표현하고 있다.

사실 이것이 이 소설을 읽기 난해하게 만드는 주범이지만 생각해보면 이것은 우리가 일상에서 항상 마주치는 장면이다.

다른 사람들과 부대끼고 생활하는 와중에 하나의 생각을 진득하게 논리정연하게 하는 사람이 누가 있겠는가?

우리 모두는 이 생각 저 생각 정신없고 산만하게 생각의 실타래들을 확확 풀어내면서, 이 얘기 저 얘기 대중없이 하고 사는게 일상이다. 그 와중에 훅 끼어드는 사람도 언제나 있기 마련이고...

그 실제의 과정을 그대로 보여주면서도 버지니아 울프는 인물 개개인의 평가와 그들이 아무도 모른다고 생각하면서 머릿속으로 열심히 떠올리는 위선과 이율배반과 변덕을 너무나도 효과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또 때로는 그들의 생각의 미덕도 살짝 끼어들기도 한다.

어느 인물도 한면으로만 평가 될 수 없으며, 인간의 생각이 어떤 과정을 통해서 선함을 획득해나가는지, 또는 위선적인 인간으로 남는지, 아니면 다른 인간에 대한 적대와 호감이 어떻게 형성되고 변화되고 또는 고착되는지까지를 너무도 드라마틱하게 보여주고 있다.

그저 독자는 버지니아 울프가 펼쳐놓은 공간을 따라가기만 하면 된다.

그녀가 만든 공간에서는 무심하게 놓은 그릇 하나, 정원에 핀 꽃들, 창과 문으로 들어오는 바람조차도 의미없는 것이 없다.

모두가 등장인물의 내면과 생각과 그들이 만든 장면들을 위한 소품으로 쓰이고 있다.

그래서 이 소설을 읽는 것은 너무 많은 것을 신경써야 함으로써, 나의 사고의 과부하를 일으키기도 한다.

 

1부에서 그토록 많은 사람들을 매혹시키고, 흩어진 사람들을 하나로 모아내고, 그 선함이 지나쳐 의도적으로 폄하하고 싶은 마음까지 불러일으키던 주인공같던 램지부인은 어느날 그냥 죽는다. (사실 램지 부인 역시 모범적인 부인으로 사는 것이 그녀의 삶의 목표 또는 희망은 아니었다. 그녀는 끊임없이 무시당하는데 익숙해져있었고, 그래서 자기 역할을 전통적인 여성상으로 한정하는 것으로 스스로를 억압할 수 밖에 없었던 여성이다. )

이것조차도 너무 현실적이다.

죽음이란 것은 항상 그렇게 결정적인 장면이 될 수 없다.

사람들은 항상 예상치 못한 순간에 그냥 죽는다.

 

사람들의 죽음을 얘기하는 2부는 의식의 흐름이 아니라 시간의 흐름기법이라고 표현할만하다.

30페이지밖에 안되는 짧은 글은 폭풍처럼 시간을 휘몰아간다.

그 30페이지를 읽으면서 숨이 가쁘다는 느낌을 실제로 받았다.

 

10년이 흐르고 알 수 없는 이유로 다시 모인 램지씨의 가족과 손님들.

10년전과 전혀 변하지 않은 램지씨와 이제는 성장과 함께 변한 램지씨네 아이들의 생각.

그리고 그림을 그리는 손님 릴리

버지니아 울프가 결국 하고싶었던 얘기는 릴리를 통해서 나온다.

 

재빨리, 마치 그녀가 저기 있는 어떤 것에 의하여 상기된 것처럼 그녀는 캔버스를 향해 돌아섰다. 거기에 그녀의 그림이 있었다. 그렇다, 그 모든 초록색들과 파란색들을 가지고 선들이 달려올라가고 가로질러 가면서 무엇인가를 시도하고 있었다. 그녀는이 그림이 다락방에 걸리게 될 것이라고 생각했으니, 그것은 결국은 파괴되고 말 것이었다. 하지만 그것이 무슨 문제인가? 그녀는 브러시를 다시 잡으면서 생각했다. 그녀는 층계를 바라보았는데 비어 있었고, 캔버스를 바라보니까 시계視界가 뿌옇게 흐려져서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마치 그녀가 그것을 한순간 명확하게 본 것처럼 갑자기 강렬하게 그녀는 그림의 한가운데에 선을하나 그려 넣었다. 됐다. 끝났다. 그래, 브러시를 내려놓으면서, 극도의 피로를 느끼면서, 나는 드디어 통찰력을 획득했다고 그녀는생각했다.  - P286

 

 

램지부인을 사랑하면서 한편으로 경멸할 수 밖에 없었던 릴리는 이제 10년이 지나서야 그림을 완성하고 제대로 된 자아를 획득한다.

결혼이라는 관습에 얽매이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삶을 스스로 만들어나가는 주체로서의 여성상 말이다.

램지부인이 갖고 싶었지만 가지지 못했던 것, 비록 그 결과가 자신의 그림이 다락방에 걸렸다가 찢어지고 어느 날 사라지더라고 일단은 자신의 삶을 가장 소중히 여기고 시도하는 것.

그녀가 그 통찰을 얻는 것이 진짜 등대가 아니었을까?

실제로 등대에 간 램지씨가 아무것도 얻지 못한 것은 그 등대행이 자신의 목표가 아니라 램지부인의 목표였음을 끝까지 자각하지 못했기 때문일테고....

 

인간의 주체성이나 삶이 언제나 눈에 보이는 결정적인 계기를 통해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님을, 사실은 우리가 자각하지 못하는 무수한 대화와 만남과 상황속에서 하나씩 하나씩 차곡 차곡 쌓여가는 것임을, 그렇게 만들어지는 것이 나라는 인간임을 깨닫는다.

어떻게 하나의 인간이 만들어지고, 하나의 세계관이 탄생하는지를 너무나 꼼꼼하게 그리고 있는 수작이 이 책이다.

 

이 책만으로도 나는 버지니아 울프에 폭 빠져 버렸고, 이제 나에게는 그녀의 전집 중 12권이 남아있다.

올 한해 버지니아 울프로 행복한 한해가 되리라 전작 읽기에 도전하며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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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호랑이 2021-03-07 07:27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저는 같은 작가 뿐 아니라 같은 분야의 책을 계속 읽는 것에도 어려움을 느껴서 돌려읽기를 해야합니다. ㅜㅜ 그래서 꾸준히 한 분야를 읽으시는 분들은 대단하신 것 같아요. 바람돌이님의 버지니아 울프와 함께하는 2021년을 응원합니다!^^:)

바람돌이 2021-03-07 20:35   좋아요 2 | URL
저도 마찬가지예요. 그래서 1년 계획으로 잡았어요. 전집 나온게 13권이니까 한달에 1권쯤 읽으면 되잖아요. ^^ 막 갑자기 보고싶은 책들도 많기 때문에 한작가만 계속 읽는건 무리!!! ㅎㅎ

미미 2021-03-07 08:48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와 👍 👍 저도 응원해요!! 게다가 여기 나온 책들~! 먹음직스런 페이퍼입니다ㅋㅋㅋ

붕붕툐툐 2021-03-07 10:46   좋아요 2 | URL
와~ 미미님, 이 표현은 이 페이퍼와 찰떡입니다. 먹음직스럽다! 댓글에도 감탄하고 갑니당~😍

미미 2021-03-07 10:52   좋아요 2 | URL
툐툐님도 참! 😆냠냠ㅋㅋ

바람돌이 2021-03-07 20:36   좋아요 1 | URL
제가 좋아하는 책을 다른 사람도 좋아한다는건 정말 기쁜 일이에요. ^^

모나리자 2021-03-07 09:32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한 작가의 전작 읽기 도전은 멋진 일이죠~
저도 응원할게요 ~!!

바람돌이 2021-03-07 20:36   좋아요 1 | URL
그런 작가가 생각보다 그렇게 많지는 않더라구요. 그래서 버지니아 울프를 읽은게 올해 가장 좋은 일이 될 것같은 예감이 들어요. ^^

scott 2021-03-07 10:35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바람돌이님 제생각에 울프의 ‘등대로‘는 전쟁으로 파괴 되기전에 세상을 의미 하는것 같아요

이작품이 같은 사건이나 상황도 작품속 인물이 생각하는 시점과 관점에서 변하고 죽는거 살아가는것에 대해 끊임없이 걱정하죠
그런대 그렇게 희미한 희망인 등대로 가 있는 섬 마저 파도에 휩쓸려 가버린다면 거기에 의지해서 살아가는 이들은 어디에 누구에게 정착해야 할지,,,
이작품이 품고 있는 스토리가 무궁무진한것 같아ㅛ
특히 코로나 시대에 더더욱!!

가끔 짠돌이 알라딘 양탄자 서비스에 퍼풋는 머니! 25퍼센트를
알라딘 서재너들에 명품 페이퍼 인덱스 기능에 썼으면 좋겠어요.
바람돌이님에 이 페이퍼 인텍스 붙여 놓고 틈틈히 찬찬히 읽고 싶은뎅 ~~~*

바람돌이 2021-03-07 20:41   좋아요 2 | URL
좋은 책은 해석을 여러 방향으로 할 수 있다는거라고 생각해요. 램지부인의 촉망받던 큰 아들이 전쟁터에서 어이없게 죽어버린걸 생각하면 scott님처럼 생각할 수도 있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저는 조금 다른 관점에서 봣어요. 다른 사람을 돌보고 그것에 의해서 자신을 죽여야 하는 당대 여성의 삶이 아니라 자신에게 당당한 주체로서의 삶의 회복이 등대의 의미가 아닐까? 뭐 그런 생각요. 램지부인은 학교와 지역의 보건 이런 것에 관심이 많았는데 등대에 있는 사람들에게 필요한 물건들을 보내주고 싶어 했거든요. 마지막에 릴리라 자신의 정체성을 오롯이 자각하는 순간에 등대가 다시 환기되는 것도 그렇구요.

어떻게 해석하든 좋은 책인것 만은 분명해요. ^^

붕붕툐툐 2021-03-07 10:45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진짜 두고 두고 읽고 싶은 페이퍼네요~ 담고 싶은 책도 많고요~ 거의 동의하지만 김훈 작가만은 반대. 제가 유일하게 다시 읽지 않을 작가가 김훈 작가입니다. 칼의 노래까지 어떻게 읽었는데 현의 노래에서 정뚝떨!!ㅎㅎ
전작 읽기 저는 평생 도전 중인거 같아요~ㅎㅎㅎㅎ 모든 작품을 다 읽고 싶은 작가가 있다는 것은 그 자체로 행복하잖아욤!! 응원합니다!!😄

바람돌이 2021-03-07 20:42   좋아요 2 | URL
김훈 작가는 정말 호불호가 나뉘는 작가죠. 아 근데 소설 말고요. 자전거 여행은 정말 추천하고 싶은 책이에요. 책 전체에 밑줄을 긋고 싶을만큼 문장들이 정말 끝내줘요. 제가 김훈작가 책 중에 가장 사심없이 좋아하는 책이에요. 다른 책은 막막 욕하면서 그래도 문장은.... 이러고 있구요. ㅎㅎ

라로 2021-03-07 11:17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우와!! 멋진 계획 응원합니다!! 저도 언젠가 따라해 보고 싶어요!!!^^

-따라쟁이 올림

바람돌이 2021-03-07 20:43   좋아요 1 | URL
저는 라로님 따라쟁이이에요. ㅎㅎ
부화뇌동이 제 삶의 주요 사자성어 중 하나입니다. ^^

Jeremy 2021-03-07 11:39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Kurt Vonnegut, 너무 좋아해서 그의 책 11권, 가지고 있고, 8권을 읽었으며,
그 중 2권은 거의 외울 정도인 광팬인데 이렇게 좋아하는 작가,
언급한 글을 읽으니 반갑네요.
비록 소위 말하는 어떤 문학상도 받은 적 없지만 아는 사람은 다 알고
거의 우상숭배하는 문학계의 Cult.

한국 작가책도 제가 가지고 있는 책들과 겹치는 게 여러개 보입니다.
Virginia Woolf 책은 색깔 맞춰서 하나씩, 하나씩 다시 사고 있는데
미국에선 이 출판사, 저 출판사 조각조각 나온 것 뿐이라
한국에서 이렇게 깔끔하게 전집 나온거 보면 사고싶어지기도 합니다.

이제 몇 년 있으면 100년이 다 되어가는 작품들이지만
정말 시간 들여 읽을만한, 그리고 자꾸 되새길만한 가치가 있는,
소장용의 책들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도 꼭 끝내셔서 훌륭한 페이퍼 써 주시기를, 응원합니다.
오늘 글도 잘 읽었습니다.

바람돌이 2021-03-07 20:45   좋아요 3 | URL
커트 보니것 좋아하는 사람을 의외로 보기 힘들던데 너무 반가워요.
아 저는 정말 너무 좋거든요. 그쵸? ^^ 외울 정도인 2권이 뭔지 궁금하네요. 1권은 제5도살장일것 같은데 나머지 한권은???? 전 커트 보니것의 작품도 좋지만 그의 삶도 너무 멋지더라구요.

제레미님 댓글보고 서재를 잠시 둘러봣는데 좋아하는 만화 취향도 저랑 비슷해요. ㅎㅎ

mini74 2021-03-07 22:5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좋아하는 작가들이 겹치면 막 친한척 하고 싶어져요 ㅎㅎ 김훈 ㅠㅠ 저요! 문장은 최고다 싶을정도인데. 정은 안가는 ㅠㅠ 커트 보니것은 전 아이덕에 알게 됐어요. 아이가 본인돈으로 사서 책장에 모아놓은 책. 그래서 저도 같이 읽게 됐어요.

바람돌이 2021-03-07 23:04   좋아요 2 | URL
맞아요. 김훈에 대한 생각이 비슷한 사람 처음 만나요. 김훈작가는 아주 좋아하거나 무지 싫어하거나 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인데 이런 이율배반적인 감정을 가진 사람이 나말고 또 있다니 그도 기쁨이네요. ㅎㅎ
아이와 같은 책을 읽는 미니님 부러워요. 우리집 애들과 저는 취향이 너무 달라요. ㅎㅎ

공쟝쟝 2021-03-07 23:4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으아, 멋진 도전!! 저는 이미 많이 도전해놔서 (도전 중독자 같은 건가..) 울프는 차후 도전하기로... (쭈글)
하지만 저 전집중 <울프일기>를 최근에 갖추었고 시작했습니다. 그가 얼마나 치열한 독서가였는지 엿볼수 있었어요. 아주 천천히 조금씩 일기쓰듯 읽어가려고 합니다. 바람돌이님두, 울프 못지 않은 열혈 독서가가 되시기를! 응원합니다!

바람돌이 2021-03-07 23:53   좋아요 2 | URL
음 저는 도전 같은거 잘 안해요. 왜냐하면 실패할걸 알기 때문이랄까요? ㅎㅎ 근데 올해는 이상하게 자꾸 뭔가에 도전하게 되네요. 어쩌면 제가 마음에 여유가 좀 생긴 탓일수도 있다는 생각도 들고요. ㅎㅎ
응원에 힘입어 열심히 읽어보겠습니다

희선 2021-03-08 00:4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예전에는 그렇게 좋아하지 않아도 한 작가 알면 다른 책도 봤어요 지금은 거의 읽고 싶은 걸 보는군요 버지니아 울프 전집이 나와서 읽고 싶게 하겠습니다 여러 곳에서 나온 것보다 전집이 다 있으면 멋질 듯하네요 램지 부인이 버지니아 울프 같은 생각도 듭니다 릴리도 다르지 않겠지만...


희선

바람돌이 2021-03-08 01:04   좋아요 1 | URL
램지부인과 릴리는 어쩌면 버지니아 울프의 양면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저도 맘에 드는 작가가 생기면 다른 책도 찾아보긴 하지만 보통 전작읽기까지는 안가지더라구요. ^^

syo 2021-03-08 15: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황정은, 김연수까지 보고 저랑 참 취향이 비슷하시다고만 생각했는데,
주욱 읽어내려가다 보니까 그냥, 좋은 작가들의 좋은 책인 걸수도 있겠다 싶어요 ㅋㅋㅋㅋㅋㅋ
김영하 션생님만 빼면 저도 다 한번씩 오래 미쳐있던 작가들이네요.....

바람돌이 2021-03-08 19:18   좋아요 0 | URL
다 훌륭한 작가들이죠. 어머나 근데 김영하작가는 취향이 아니세요? 의외네요. ㅎㅎ
전 김영하작가 책 중에서 오직 두사람 제일 좋아해요. 서늘하더라구요. ^^ 모두 글을 잘쓰는 작가들인데 이렇게 한끗씩 취향이 나눠지는데가 있네요. 그래서 이곳도 알라딘 서재도 재밌고 세상도 재밌는거겠죠. ^^

하이드 2021-03-13 20:1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이번달 울프 필사 하고 있어서 반갑네요. 올해 목표는 프루스트 이지만, 울프도 꾸준히 읽어나갈까 합니다. 자기만의 방 읽고, 3기니 읽고 있어요. 이후에서 나온 울프 책들이 좋은데, 거의 절판이라, 솔출판사꺼랑 같이 모으고 있습니다. 모아두면 읽겠죠 ^^ (해맑)

바람돌이 2021-03-14 00:58   좋아요 0 | URL
필사는 저의 로망입니다. 다만 제 글씨를 보고 있으면 울화가 치밀어서 못할 뿐이죠. ㅎㅎ 오늘 알라딘 주문으로 자기만의 방과 3기니를 사두고 뿌듯해하고 있습니다. 다만 등대로를 너무 힘들게 읽어서 중간에 울프 평전이나 참고서적들을 좀 읽어볼까하고 있어요. 프루스트는 아직은 꿈으로 두렵니다. 하이드님의 목표 프루스트를 응원하면서요. ^^
 

북플에서 아주 좋아하는 기능 중에 옛날 옛적에 내가 쓴 글을 보여주는 기능이 있는건 다 아실거다.

내가 알라딘에서 왕성하게 활동하던게 15년전부터 11년전쯤이니까 그 때 글들이 다시 올라오면서 정말 추억이 새록 새록 돋는거다. 이 때는 아이들 얘기도 많이 썼으니 아유 우리 애가 이런 말도 했었구나 하면서 신기해한다.

그런데 역기능도 있었다.

 

어제 아침 북플에 올라온 나의 옛날 글을 훑어 보는데 세상에 내가 슈테판 츠바이크의 <광기와 우연의 역사>를 무려 2008년에 읽었다는 것.

이게 왜 문제냐고?

나 얼마전에 이 책 다시 읽었다.

 

 

 

 

 

 

 

 

 

 

 

 

 

 

2008년에 읽은 책과 2020년에 읽은 책.

2020년에 저 책을 다시 읽으면서 나는 한번도 내가 이 책을 읽은 책이라고 생각한 적이 없다.

내용 중 아는 것들이 많이 나와도 그건 내가 다른 책에서 읽고 아는 거지, 2번째 읽는거여서 그렇다는 생각은 절대 안했다.

솔직히 이 책이 2번씩 읽고 싶을만큼은 아니었는데 말이다.

노화에 의한 기억력 상실을 애통해한다. ㅠ.ㅠ

 

사실 나의 기억력의 문제가 어제 오늘 일은 아니다.

한동안 팟캐스트의 이동진의 빨간 책방을 참 열심히 들었다.

어느 날 내가 보고 싶어 하던 다이 시지에의 <발자크와 바느질하는 중국소녀>에 대한 방송이 나왔다.

"아 이 책 보고 싶었는데...."하면서 열심히 방송을 들었다.

 

 

 

 

 

 

 

 

 

 

 

 

 

 

아 역시 재밌겠네 하면서 열심히 듣고 있는데 방송의 거의 마지막 부분에서 나오는 장면 설명이 너무 익숙한 거다.

어 이장면 분명이 아는 장면인데? 어 내가 이 책을 봣나? 내가 어떻게 이 장면을 알지?

그날 저녁 알라딘 서재에 들어와서 찾아봤다.

그리고 나의 리뷰를 발견했다.

읽고 리뷰까지 쓴 책을 방송 끝까지 안본줄 알았다니...

이것은 책이 그만큼 임팩트가 없었다는 것인가? 아니면 정말 나의 노화수준이 치매로 가고 있는 것인가?

 

 

기억과 관련된 마지막 슬픈 기억.

꽤 오래전인데 역사토론회에 참가한 적이 있었다. (물론 관객으로...)

그 때 발표를 맡았던 사람 중에 한명이 아는 후배였는데, 발표 자료집에 자기 발표문을 쭉 써놓고, 마지막에 인터넷에서 퍼온 글을 첨부하면서 당시 발표 주제에 대해 생각해봐야 할 문제들이 잘 정리되어서 퍼왔다고....

그 인터넷 첨부물을 보면서 "야 이사람 진짜 내 생각이랑 비슷하다. 누군지 진짜 정리 잘했네"이러면서 주절주절거렸다.

그런데 그 퍼온 글 중의 한 문장이 머리에 꽂히는거다.

이 문장 너무 익숙한데 뭐지?????

역시 집에 와서 찾아봤다.

내가 쓴 글이었다.

 

 

 

 

 

 

 

 

 

 

 

 

 

 

알라딘 서재에 쓴 글은 아니고 다른 곳에 위 책에 대해서 쓴 글이었는데......

이 때는 내가 노화를 핑계 댈 수 있는 때도 아니었으니까 읽고 까먹고 머리를 완전히 리셋하는건 결국 나의 천형인건 아닐까 생각하게 되는 순간이다.

 

가끔 알라딘에서 여러 책을 아우르면서 글을 쓰는 분들을 보면 막막 존경심이 솟구친다.

아 읽었다고 다 기억하는게 아닐텐데 어떻게 이렇게 쓰지?

내가 문제인건가?

나는 책을 제대로 읽지 못하는건가?

하여튼 광기와 우연의 역사로 인하여 또 다시 나의 기억능력에 자괴감을 한껏 느끼게 되는 주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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붕붕툐툐 2021-03-07 00:37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ㅋㅋㅋㅋㅋㅋㅋ기억에서는 지워졌지만, 그 책은 나를 키웠을 거라 생각합니다. 콩나물 키우는 걸 떠올리며 말이죠.
머리를 리셋하는 건 천형보단 축복이라고 생각하는 1인입니다. 게다가 본인이 쓴 글을 칭찬하셨다니 그보다 뿌듯한 때가 어디 있겠습니까? 자괴감은 흘려버리시고 많이 읽으시고 많이 써주시길~ 애독자의 1인으로서 바래봅니다~😊

바람돌이 2021-03-07 01:47   좋아요 2 | URL
역시 위로의 대가 툐툐님입니다. 자괴감에 시달리다가 갑자기 그래 내가 그런 사람이야라는 자만감 모드로 확 바뀌고 있습니다. ㅎㅎ

붕붕툐툐 2021-03-07 10:49   좋아요 1 | URL
아이쿵~ 진짜 위로의 대가이신 바람돌이님께 이 말을 들으니 저도 어깨에 뽕이 차오르네여~ㅎㅎ

mini74 2021-03-07 00:36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바람돌이님 ! 당연한 거 아닌가요? 막 두번 세 번 읽고 두 권 세권 사고 ㅎㅎ 저도 그래요.ㅎㅎ저희 남푠이 그러더라고요. 밥 먹는 것만 안 까먹음 된다고 ㅎㅎ

바람돌이 2021-03-07 01:48   좋아요 3 | URL
아 밥먹는거 안까먹는건 정말 자신있어요. ㅎㅎ 우리집 남편이가 가끔 밥먹는거 까먹고 일하다 왔다고 저한테 배고프다고 난리칠 때 절대 이해 안되는 사람이 접니다. 그래서 제가 다이어트를 못해요. ㅎㅎ

scott 2021-03-07 00:40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츠바이크 신판 다시 갖고 싶다앙 ㅎㅎ바람돌이님 기억력의 문제가 아니라 넘 책을 많이 읽으셔서 뒤로 밀려난것 뿐 ^ㅎ^

바람돌이 2021-03-07 01:49   좋아요 3 | URL
안돼요. scott님. 완역판 나온거 보고 살짝 물욕이 생겼지만 저는 잘 누르고 있어요. ㅎㅎ
근데 책을 많이 읽어서 그런건 아닌 것 같아요. 진짜로요. ㅎㅎ

희선 2021-03-07 01:56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읽었던 걸 잊어버렸다 해도 나중에 기억했잖아요 재미있게 본 거여도 시간이 가면 잊어버리기도 할 거예요 잊어버렸다고 생각해도 기억은 다 사라진 건 아니다는 말도 있던데, 그 말 맞는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합니다 자신이 본 책이 늘어나면 잊어버리겠습니다 사람은 기억하기도 하고 잊어버리기도 하죠


희선

바람돌이 2021-03-07 01:59   좋아요 4 | URL
광기와 우연의 역사는 기억 못했어요. 저는 끝까지 처음 읽는다고 생각하고 있었다니까요? ㅎㅎ
그래도 책 읽은건 잊어버려도 되는데 사람은 안 잊어버리면 좋겠어요. 물론 제가 좋아하는 사람들요. 희선님 말씀 덕분에 또 힐링이 됩니다. ^^

미미 2021-03-07 08:43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읽지 않은 책에 대해 말하는 법>에 보면 작가들조차 자신이 쓴 책에 대해 잊곤 한다고 나와요. 바람돌이님은 너무나 정상이예요~이렇게 재밌는 상황을 인식했다는 걸로도 아주 젊은 뇌의 상태를 잘 유지중이시라 생각해요.
자신의 글에 대한 재발견 이기도 했으니까 멋진경험이기도 하구요.^^♡

바람돌이 2021-03-07 20:14   좋아요 2 | URL
작가들은 한 작품 쓸 때마다 영혼을 갈아넣지 않나요? 음 그렇다면 영혼은커녕 잡담만 널어놓는 제 글을 제가 잊어버리는건 지극히 정상적인 거겠군요. 마음이 좀 펀안해집니다. ㅎㅎ

미미 2021-03-07 20:20   좋아요 1 | URL
참고로 같은 해 11월에 이화북스에서 <광기와 우연의 역사>완역판이 나왔어요. 옮긴이도 다르구요ㅋ

그레이스 2021-03-07 09:03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쥐스킨트도 같은 현상을 얘기하던데요.
서재에서 책을 뽑아서 몇페이지 읽다가 의자에 앉아 한권을 다읽고 같은 문장에 감동받고 쳌 하면서 비로소 자기가 읽었던 책이었다는 생각에 잠시 멍해지는 현상.
제 기억으로는 <깊이에의 강요>였던것 같은데....
저도 가끔...
그래도 개정판을 사셨네요^^

붕붕툐툐 2021-03-07 10:51   좋아요 2 | URL
그래도 개정판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바람돌이 2021-03-07 20:17   좋아요 2 | URL
같은 문장에 감동받고.. ㅋㅋ
사람의 생각이란게 잘 안 바뀌니까 아마 저도 그럴거같아요. ㅎㅎ
아 저 책은 도서관에서 빌려 읽었어요. 따지고 보면 구판과 개정판을 각각 읽은거니 다른 책이라고 우겨볼랍니다. ㅎㅎ

psyche 2021-03-08 07:0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도 그런 일이 너무 많아서..... 저만의 일이 아니라는 것이 얼마나 다행인지요 ㅎㅎ

바람돌이 2021-03-10 23:26   좋아요 0 | URL
psyche 님 다행입니다. 저만 그런게 아니라서... ㅎㅎ

유부만두 2021-03-08 09:4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바로 윗 댓글처럼 ... 저도 그래서 반가운 마음이 듭니다. ^^;;;

바람돌이 2021-03-10 23:27   좋아요 0 | URL
글쎄말예요. 저도 반가운 마음이 듭니다.
이러다 다들 까먹고 다시 사는 책, 다시 읽는 책이 누가 더 많은지 경쟁이라도 해야 하는게 아닐까 싶기도 해요. ㅎㅎ
 

 

 

 

 

 

 

 

 

 

 

 

 

 

 

브레히트는 평화교본을 계획했지만 갑자기 죽음으로써 이 한편의 평화교본만 남겼단다.

하지만 이 한편만으로도 충분하다.

더 이상의 무슨 메세지가 필요할까?

3.1절을 맞아 어떻게 평화가 가능한지도 한번 더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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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행이 너무 고파서 책을 골라 읽었는데 너무 재미가 없었다.

도시와 건축에 관한 책이었는데, 그냥 내가 생각한 그런 주제가 아니었던거지....

제목만 보고 책을 고르면 가끔은 이런 일이 생긴다.

그 책 덕분에 더더더 여행이 고파져 아예 여행을 주제로 쓴 에세이를 들었다.

김연수 작가의 에세이는 언제나 좋으니까....... 작가님에게 미안하지만 김연수작가에 한해서 나는 그의 소설보다 에세이를 더 좋아한다.

 

책을 읽다 보니 나의 여행의 순간과 겹치기도 하고, 여행과 독서에 대한 생각들을 읽으면서 아! 이 느낌 알아! 하면서 손뼉을 친다.

작가란 얼마나 훌륭한 사람들인지....

같은 경험을 해도, 같은 책을 읽어도 왜 나는 그런 생각, 그런 표현들을 못하는걸까 자괴감에도 잠시 빠지고.....

 

여행자라는 약한 존재가 되고 난 뒤에야 나는 사람의 선의에 기대는 법을 익히게 됐다. 낯선 도시에서 길을 잃은 여행자에게는 근처에 있는 호텔을 찾아가는 게 엄청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한 일이겠지만, 그 동네 주민에게는 산책만큼 쉽다. 그러므로 그 여행자에 필요한 행운은 단 한 사람, 그 호텔의 위치를 아는 현지인을 만나는일이다. 대단한 사람이 아니어도, 대단한 결심이 아니어도 괜찮다.
서로가 약간의 용의를 내기만 하면 된다. 도와달라고 부탁하는 용의.
선뜻 도와주겠다는 용의, 여행지의 행운이란 이런 두 사람이 만날 때 일어나는 불꽃 같은 것이다.- P5

 

맞다. 나 역시 여행을 통해서 다른 사람의 선의에 기대는 법을 익혔다.

예전에는 내 안에 있는 오래된 수줍은 성격과, 이런걸 물어보다니 그것도 몰라라고 무시당할까봐 도움을 청하지 못하는 일들이 많았다.

하지만 완전히 낯선 곳으로 가면 누군가의 도움이 없으면 아무것도 못하는 순간들이 분명히 온다.

 

어떤 순간들이 있었지?

예전에 한 번 말한 것 같은데 터키 파묵칼레 가는 길에 버스를 잘 못 내려서 호텔을 찾을 수 없었던 기억.

누군가의 도움을 받고 싶지만 시골 길거리에 있는 거라곤 고양이 3마리, 개 1마리!
야옹아, 멍멍아 너희는 여기가 어딘지 아니? ㅠ.ㅠ

마지막 수단으로 예약한 호텔에 전화를 했고, 우리는 헬프 미를 외쳤다. 주변에 간판 하나를 간신히 읽고 알려주니,

바로 ok하면서 기다리라더니 잘생긴 청년이 너무너무 낡은 자동차를 타고 우리를 데릴러 와줬었지....

 

딸과 함께 간 도쿄의 지브리 스튜디오에서는 한국에서 미리 예약하고 받은 티켓을 한국 집에 그대로 두고 와버렸다.

도쿄의 호텔에서 그 사실을 깨닫고 부랴 부랴 집에 전화해 티켓 사진을 찍어서 보내달라 하고 무작정 지브리 스튜디오로 갔었다. 당시 딸과 나의  도쿄 여행의 목적 자체가 지브리 스튜디오였기 때문에 절대로 놓칠 수 없는 곳이었다.

하지만 입구에서 우리는 입장을 거부당하고 하염없이 입장하는 사람들을 바라볼 수 밖에.....

도쿄의 지브리 스튜디오는 한달 전에 티켓이 오픈되면 며칠 내로 마감 되어 버리는 곳이다.

돌아가야 하나 어쩌나 처량하게 있다가 입장권을 받고 있는 사람 중에 정말 맘씨 좋고 예쁘게 생긴 젊은 아가씨를 우리는 공략하기로 했다.

안되는 영어로 "나 티켓 끊었어요. 이것봐요. 이게 내 티켓이예요, 어떻게 우리 들어갈 수 없을까요? 우리 이거 보려고 한국에서 왔어요?"

그 예쁜 일본 아가씨는 측은한 눈으로 우릴 보더니 실물 티켓은 어디 있냐고?

그거야 한국에 있는 우리 집에 있죠. 더더욱 불쌍해 보이게 얘기했다.

더더더 측은한 눈빛과 난감한 표정으로 우리를 보던 아가씨는 좀 기다려 보라고 하더니 한 30분쯤 뒤에 나타났다.

그리고 이건 정말 너무 너무 특별한 경우라고 몇번이나 강조하면서(아 그때의 영어 스페셜 스페셜이 얼마나 희망차게 들리던지.....) 왠 종이쪼가리를 하나 줬다.

그리고 쭈욱 길을 가르쳐 주면서 저쪽에 가면 편의점이 있는데 거기 가서 이 종이를 보여주면 티켓을 줄거다라고....

물론 공짜는 아니고 요금을 다시 지불하는 거였지만, 비행기 타고 다시 도쿄로 오는 것에 비할 것인가?

그녀의 친절에 딸과 나는 행복한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스페인 톨레도에서는 관광객들이 잘 안가는 지역 박물관을 갔었다.

우리의 목적은 그곳에 있는 엘 그레코의 그림이었지만 지역 역사를 보여주는 상설 전시도 꽤 흥미로웠었는데.....

생각보다 훨씬 오래 그곳의 유물들과 그림들을 보고 있는 동양인들이 신기했나보다.

박물관 도슨트로 보였던 중년의 여성이 우리에게 와 말을 걸었다.

그리고 우리에게 박물관 안내를 해주는 것이다. 특히 엘 그레코의 그림들이 있는 핵심방이었는데.....

문제는 그녀는 영어를 한마디도 하지 못해서 스페인어로 계속 이야기했고, 우리는 스페인어를 하나도 못해서 안되는 영어와 한국어로 계속 떠들었다는 것......

서로가 한 마디도 알아듣지 못하다가 참 신기하게도 우리는 어느 순간 의사 소통을 하고 있었다.

그녀가 우리에게 필사적으로 알려주고 싶었던 것은 그 방의 엘 그레코의 그림 중 몇점이 진짜가 아니고 복제품이라는 것.

진짜는 당시 일본으로 순회전시를 갔다고....

그래서 이건 진짜야, 이건 복제품이야 하나 하나 찍어가며 스페인어로 알려준 것이었다.

거기서 난 스페인 사람들이 일본을 하봉이라고 부른다는 걸 처음 알았다.

스페인어에서 영어 J가 히읗 발음이 난다는 걸 어느 순간 깨달은 다음이었다.

그 친절한 도슨트 여인은 마지막 순간까지 엘 그레코의 그림을 보기 위해 어디로 가야 하며, 박물관 속 엘 그레코의 그림속 소녀가 지역 내 성당 어디에 또 있는지까지 너무 열심히 알려주고, 아쉽게 우리가 나올 때는 예쁜 엽서세트까지 선물로 줬다.

톨레도가 내게 지금도 아름답게 남아있는건 그녀때문이다.

 

마드리드에서는 지하철에서 카메라를 통째로 소매치기당했다.

왠만하면 여행이 더 중요하니 포기하고 말겠지만, 문제는 이 카메라와 딸려있던 렌즈까지 가격이 합치면 100만원대였다는 것.

그래서 남편과 나는 용감하게 경찰서를 찾아가 폴리스 리포트를 받기로 결정했다.

카메라는 잃어버렸지만 한국 가서 보험금은 받아야 하니까.....

그런데 외국인이 폴리스 리포트를 받을 수 있는 경찰서는 아무데나 있는 것이 아니었다.

몇번의 헤맴과 엉뚱한 장소를 거쳐 거쳐 가는 동안

우리는 영어가 하나도 안되는 마드리드 길거리의 경찰관, 아저씨, 아줌마들을 무수히 만나면서 우리의 상황을 보디 랭귀지 또는 상황극으로 보여주고 길을 물어 물어 어느 골목 깊숙한 곳에 있는 경찰서를 찾을 수 있었다.

우리가 길을 물었던 그 많은 사람들은 다들 어찌나 친절하게 알려주려고 노력하던지, 그들의 선의에 지금도 감사하여, 이상하게도 유럽에서 흔히 만난다는 인종차별이나 그런건 한번도 느끼지 못했었다는 것도 감사하다.

(경찰서에 도착했을 때 우리는 카메라를 도둑맞아 슬프고 분노하고, 길을 찾는다고 너무 오랜시간을 헤매서 지치고 정말 엉망인 상황이었는데 경찰서 입구에서 반전을 만났다. 경찰서 앞에서는 한 중국인 부부가 아주 흥분해서 뭔가를 유창한 영어로 정말 열심히 설명하고 있었는데, 가만 들어보니 그들의 렌트한 자동차를 통째로 도둑맞았다는 것이다. 남편과 나는 "야 우리는 아무것도 아니야"라는 말을 주고 받으며 우리가 잃어버린게 겨우 카메라인걸 천만다행으로 생각하게 되었다.)

 

하지마 내 기억속에 가장 고마운 사람, 생명의 은인은 대학교 1학년 겨울에 계룡산에서 만난 분이었으니.....

같은 동아리에 유난히 학구열에 불타는 남학생 녀석이 있었다.

그런데 이 미친 놈이 같은 1학년들을 꼬드긴게 뭐야하면, 선배들 빼고 우리 1학년끼리 계룡산으로 엠티를 가자는거다.

그래 그거 괜찮지... 그것만이었으면 걔가 미친놈이 아니다.

가서 3박4일동안 사회과학서적 세미나를 하자는거다.(그 동아리가 사회과학동아리였다.)

뭐 나야 지금이나 그때나 누가 뭐 하자고 하면 머리 텅 비우고 그러지 뭐 하는 애니까 당연히 OK했지.

그래서 생전 처음 배낭에다 두꺼운 사회과학 서적 5권을 집어넣고, 쌀도 넣고, 반찬 재료도 넣고, 옷도 넣고 하여튼 배낭을 빵빵하게 해서 여행을 떠났다

그런데 이 미친 놈의 계획은 단합대회랍시고 그냥 계룡산 밑에서 민박잡아 놀고 공부하는게 아니라, 동학사에서 계룡산을 넘어 갑사로 가서 민박을 잡는 거였다.

내 생애 처음으로 한 등산이 이거였다. 난 등산이 이렇게 힘든지도 몰랐고, 그 배낭이 그렇게 무거울줄도 몰랐다.

산을 반쯤 올라갔을 때쯤, 나와 다른 한명의 여자 친구는 얼굴이 하얗게 떠서 배낭에 깔려 죽는게 이런거겠구나

더 이상 올라갈 수도 내려갈 수도 없는 자리에서 우리는 아 죽는구나 이러고 있었다.

같이 갔던 3명의 남자 애들이 우리 짐을 좀 빼주기는 했지만, 그놈들도 지 짐만으로도 이미 빈사상태였다.

그 순간 어디서부터 우리 뒤를 따라왔는지 모르지만, 맨몸으로 산을 오르고 있던 아저씨 2분(지금 생각하면 20대 후반의 청년이었는데, 20살의 나에게는 다 아저씨였으니.....)이 나와 다른 여자친구의 배낭을 말없이 들어주셨다.

그 때 딱 한마디 하셨다. 어휴 배낭이 왜 이렇게 무거워요라고...

아마 그 분들은 그 안에 두껍디 두꺼운 벽돌책이 5권이나 들어있다는걸 절대 절대로 몰랐을거다.

그분들이 산 정상까지 배낭을 들어주신 덕분에 기력을 회복한 우리 둘은 정상에서 배낭을 돌려받고, 감사인사를 백번쯤 하고 하산하여 무사히 갑사로 내려갈 수 있었다.

정말로 이름도 모르고 지금은 얼굴도 잘 기억나지 않고, 올라가면서 한마디도 하지 않으셨기 때문에 인적사항이라고는 하나도 모르지만 내게는 생명의 은인으로 남아있다.

그래서 우리들은 이후 공부를 했을까?

그럴리가...

녹초가 되어 민박집에 들어간 우리들은 그 순간부터 욕이란 욕은 다 그 미친놈에게 퍼붓고, 그러고는 또 20대의 미친 회복력으로 3박4일간 술만 먹다가 집에 돌아왔다.

그 이후로 나는 여행을 갈 때 절대 책을 들고 가지 않는다.

책은 여행 가기 전에, 그리고 다녀와서 읽는거야라는 삶의 신조를 세웠다고나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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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2-17 01:19   URL
비밀 댓글입니다.

바람돌이 2021-02-17 01:29   좋아요 1 | URL
진짜 무식해서 그랬던거죠. 지브리 스튜디오 티켓가격은 그렇게 많이 비싸진 않아요. ㅎㅎ

psyche 2021-02-17 03:0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이런 에피소드들이 바로 진정한 여행의 묘미인 거 같아요. 풍경이나 건축물이나 이런 구경은 사진이나 티비로 다 볼 수 있잖아요. 예상치 못한 일들, 거기서 만난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 너무 좋네요. 저는 귀찮게 뭘 어딜가 이런 사람인데 바람돌이님 글 읽다보니 저도 여행가고 싶어요. ㅜㅜ

바람돌이 2021-02-17 16:01   좋아요 0 | URL
여행엔 역시 사람 냄새가 들어가야 여행이 완성되는거 같아요. 그 친절했던 사람들을 다시 만날 수는 없지만 나의 일상공간에서는 내가 그 선의의 사람이 되어야지라는 생각은 하게 되더라구요. ^^ 여행도 정말 개인의 취향이 다양해서 저는 굳이 무리해서 다른 사람 스타일 따라갈 필요가 전혀 없다고 생각해요. 자기 스타일대로, 노는것 조차도 남따라 하는건 너무 슬프잖아요. ^^

다락방 2021-02-17 05:5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 바람돌이님... 등산에 사회과학 서적에..
제 친구가 책을 엄청 좋아하는데 대학시절 동아리에서 선배들이 엠티가서 였나, 방에서 나오지도 못하게 하고 책을 읽도록 했대요. 그 후에 이 친구는 책을 안읽는 사람이 되었어요... 아아 게다가 사회과학 서적이라뇨, 바람돌이님.. 아아...........🥺

바람돌이 2021-02-17 16:03   좋아요 0 | URL
제가 20대인 시절에는 대학에서 그런 짓 많이 했어요. 그런데; 친구분은 어떡해요. 이 재밌는 책을 안읽게 되었다니.... 트라우마가 크셨군요. 역시 저는 20대일때도 현명했나봐요. 그 엠티에서 책을 확 집어 던져버리고 술을 선택한 바람에 지금까지 책을 좋아하게 되었으니 말이에요. ^^

유부만두 2021-02-17 07:2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아 수많은 여행지의 착한 분들! 특히 계룡산의 그 두 귀인은 잊을 수가 없겠네요.
바람돌이님 귀여운 시절 상상도 되고요. ^^

바람돌이 2021-02-17 16:04   좋아요 0 | URL
아 지금 그분들을 만난다면 정말 제가 업드려 절하고 한상 거하게 저녁 대접이라도 하고 싶습니다. 생명의 은인이 맞다니까요. ^^

scott 2021-02-17 10:3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바람돌이님의 여행지 에피소드가 너무너무 현실적일정도로 그상황이 마구 떠올라서 공감이되네요.
여행길에서 만난 인연들 스쳐지나가는 인연들이지만 이토록 고마운분들이였다니 !
마지막 계룡산이 귀인분들 최고네요 !

바람돌이 2021-02-17 16:05   좋아요 1 | URL
그쵸. 계룡산 귀인분들이 최고시죠. 그분들은 아마 좋은 어른이 되셔서 지금도 주변에서 존경받고 사랑받고 살지 않으실까요? ^^

hnine 2021-02-17 13:08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바람돌이님 여행 참 많이 다니셨으니 풀어놓을 얘기가 정말 몇보따리 되겠지요?
감히 다 얘기해달라고 조를수는 없고, 이렇게 가끔씩이라도 풀어놓아주시면 귀 쫑긋하고 들을수 있겠지요.
대전으로 내려온후 동학사, 갑사 따로 가본건 여러차례이고 산책 기분으로 가곤 하지만 동학사에서 시작해서 갑사 찍는 코스 이건 각오하고 출발해야할 코스이지요.
그 벽돌책 다섯권이 어떤 책이었는지 궁금하네요.

바람돌이 2021-02-17 16:09   좋아요 2 | URL
배낭을 들어주신 두 귀인분덕분에 계룡산이 너무 좋아져서 그 이후로도 저는 1년에 한두번씩 갔었어요. 특히 갑사가 너무 좋더라구요. 당연히 이후로는 배낭따위 들지 않고, 가볍게 허리쌕 같은거 하나 매고 갔다죠. ㅎㅎ
그 벽돌책들은 기억도 안나는데 경제학원론 책이 한권있었던건 기억납니다. ^^

수이 2021-02-17 21:5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ㅋ 한참 웃었잖아요. 벽돌책 가것도 사회과학서적 다섯 권이나_ 영화 속 장면처럼 그려져서 한참 웃었어요. 근데 저는 여행갈때 책 두 권은 꼭 갖고 가요. 안 갖고가면 불안해서요. 근데 이 글 읽고나니 계룡산 땡기네요 :)

바람돌이 2021-02-18 23:52   좋아요 0 | URL
웃자고 쓴글 맞습니다. ㅎㅎ 저는 여행기간에는 그냥 여행을 즐기자로 확실하게 태도를 정했습니다. ㅎㅎ 계룡산은 겨울에도 좋아요. 그 때는 갑사의 겨울 분위기가 정말 끝내줬는데 요즘은 어떨지 모르겠네요. ^^
 

5인 이상 모임금지!

 

아 난 또 시키면 시키는대로 잘하는 모범 시민이다.

우리 식구만 다 가도 시댁에 6인인데 어쩌지...

시어머님이 이번 설에는 작은 댁 어른들 모두 오지말라고 했단다.

명절에 시댁에 다 모이면 최소 20명이 넘는데... 많을 때는 35명쯤도 됐다. ㅠㅠ

그래서 제사 음식도 간편하게 한단다....

 

그래도 다 모일 수는 없으니 형님과 의논해서 따로 시간차를 두고 가기로 했다.

딸 둘은 그냥 집에 두고, 남편과 나만 명절 전날 시댁에 가서 음식준비하고 저녁먹고 집에 왔다.

시간을 엄청 잡아먹는 각종 전을 이번에는 안해버리니 솔직히 별로 할 일도 없었음.

시부모님과 맛나게 저녁 해먹고 그럼 저희는 가볼게요하고 집으로 옴. (아 이렇게 좋을 수가...)

 

명절날 아침 제사는 다른 도시에 사는 형님네 부부가 와서 같이 지내고,

나는 세상에 명절날 아침에 집에서 늦잠을 잤다.

세상 살다보니 이런 일도.....

 

친정도 시간차를 두고 남동생은 아침, 우리는 점심, 여동생네는 저녁 이런 식으로 각자 집에서 알아서 다녀오고..

처음으로 명절 스트레스 없는 명절이 지나갔다.

 

근데 명절에 제사음식과 온갖 친척들이 다 모여 끊임없는 노동에 시달리는건 좀  많이 스트레스지만,

명절 전날 시댁에서 형제들끼리 모여 저녁을 먹거나,  명절날 친정에서 형제들끼리 모여 밥먹고 하는건 좋았는데.......

다음 추석 때는 다시 원래대로 돌아가겠지만 모처럼 명절에 노동없는 명절이다.

맛난 거 먹고 책도 읽고....

 

연휴가 진짜 연휴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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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ni74 2021-02-13 00:53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맞아요. 진짜 연휴 ㅎㅎ 저희는 오늘 가서 차례랑 아침 간단하게 먹고 일찍 왔어요. 앞으로 이런식으로 음식도 좀 적게 하고 그랬음 좋겠어요. 바람돌이님도 여유로운 명절 보내세요 ~

바람돌이 2021-02-13 00:55   좋아요 4 | URL
그렇죠? 여자들의 명절 소원은 뭐 비슷하지 않을까요? ^^ mini74님도 남은 명절 연휴 여유롭게 보내세요. ^^

초딩 2021-02-13 10:29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ㅎㅎㅎ 네 진짜 연휴요
그리고 조를 짜서 각자 세명씩 다니기도 했어요 ㅎㅎ
진짜 연후가 되었어요.
그래도 일년에 한 두 번이니 ㅜㅜ 다 모이는게 좋은 것 같아요.

바람돌이 2021-02-13 23:50   좋아요 0 | URL
그 며느리에게만 부과되는 과중한 노동만 없다면요. 사실 시간이 지나다보니까 노동의 양이 문제가 아니더라구요. 그 노동을 정말로 해야 될 제사주인공의 진짜 자손들은 다 놀고 있고 성씨 다른 여자들 - 며느리들만 힘빠지게 노동을 하고 있는 상황이 문제죠. 음식 먹을만큼만 하고 다같이 준비하고 일을 나누고 하면 정말 명절이 오랫만에 가족들이 만나 화기애애할 수 있을 것 같아요. ^^

scott 2021-02-13 14:51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초딩님 ㅋㅋㅋ

랜선 가족 모임으로 ~
제사, 음식 기타 정리 청소로 넘 고생해요.
저희 집은 둘째이신 집안에서 아버지가 악역? ㅋㅋ을 맡으셔서
명절날 어른들 생신날은 무조건 호텔식으로~
그렇게 하니 가족들끼리 서로 상처 주는 말 하지 않고
깔끔하게 대화나누고 덕담 주고 받고
아이들은 용돈 ,세배 두둑히 받고 ~
손에 손잡고 놀이 공원으로~go~@@
바람돌이님 오늘 무조건 푹쉬시고
가족들은 각자도생으로~


바람돌이 2021-02-13 23:53   좋아요 1 | URL
부러워요. ㅎㅎ 저희 시댁은 악역을 맡을 사람이 저희 남편밖에 없는데 서열이 너무 낮아 끗발이 안서요. ㅎㅎ
생신같은건 이제 다 밖에서 먹거나 집에서 먹어도 같이 차리고 해서 괜찮은데 역시 제사와 명절은 이빨도 안들어가요. 워낙에 제사에 목숨거는 집안이라.... ㅎㅎ
그래서 이번 설이 저에게는 정말 특별하네요. ^^

수이 2021-02-13 14:27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좋았어요 🥰 유교 문화, 가부장 문화 더 옅어지면 좀 더 편한 나날들이 길어질듯 해요.

바람돌이 2021-02-13 23:55   좋아요 0 | URL
저는 뭐 저희 어른들 살아계시는 동안은 그냥 맞춰드리기로 했어요. 그분들 삶을 돌아보면 이런 제사 문화마저 없애거나 변형하면 삶의 지반이 다 흔들릴 것 같더라구요. 저희 시댁 집안이 좀 유난해요. 제사에 대해서... ^^

cyrus 2021-02-13 18:3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항상 연휴에 저희 어머니는 연휴 노동에, 친척 간의 불화 때문에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어요. 그래도 올해 설날은 전년보다 스트레스를 덜 받았어요. 친척 만날 일이 없었고, 제사 음식을 많이 준비하지 않았거든요.

코로나가 독서 모임 분위기까지도 바꾸게 했죠. 5인 이상 모임 금지가 2주 연장되었는데 이번 달 대면 모임도 물 건너갔어요. ^^;;

바람돌이 2021-02-13 23:58   좋아요 0 | URL
저는 친정같은 경우 어머니가 나서서 다 간소화했고, 그래서 명절이 화기애애하죠.
하지만 시댁같은 경우 시어머니에게 명절이나 제사는 스트레스가 아니더라구요. 제가 보기엔 명절과 제삿날이 시어머니에겐 사회적 성취감을 주는 날이란걸 어느덧 알게 되었어요. 저희 어머님 안동권씨 7대 장손집 종부거든요. ^^

빨리 코로나가 물러가서 cyrus님 독서모임 만나서 화기애애 하게 진행할 수 있어야 할텐데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