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리하라의 과학블로그 - 현대과학의 양면성, 그 뜨거운 10가지 이슈 살림 블로그 시리즈 4
이은희 지음, 류기정 그림 / 살림 / 200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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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약간이 두려움으로 책을 들었다. 청소년기 학교교육의 영향으로 과학이라면 영 젬병인 내가 과학책이라니.... 1등부터 꼴등까지 모두 이해하는 것을 나만 모르고 있다는 자괴감에 시달리기도 했던 나에게는 과학이라는 글자가 들어가는 것만으로도 두려움의 대상이 되는 것이다. ^^

근데 이 책은 참 쉽다. 물론 중간 중간에 전문적인 얘기가 안 나오는 것은 아니지만 화학의 배열식을 제외한다면 - 이건 무시하고 넘어간다 - 대체로 전문지식에 해당하는 내용도 참 쉽게 잘 풀어썼구나 하는 느낌을 받았다. 그리고 글자도 크고, 그림도 많고.... 과학에 대한 두려움을 안고 있는 나같은 사람이 별 부담없이 들고 읽을 수 있다.

주제 역시 대부분 많은 논란이 되고 있는 부분들을 잘 잡아놓았다. 항생제 문제, 유전자 조작식품, 시험관 아기, 장기이식, 비만문제, 환경 호르몬, 식탁에 오르는 식품들을 통한 영양학상의 문제들,  원자력 에너지 등 모두 사회적 이슈가 되고 있는 문제들이고 이런 문제들이 나올 때마다 아는 게 없어 침묵할 수 밖에 없었던 갑갑함을 어느정도는 풀어주고 있다. 다만 8번째 다이너마이트의 발명이나 석유에너지에 대한 내용은 책의 전반적인 구성과는 좀 동떨어진다는 느낌을 준다.

이 책의 또다른 장점이라면 과학을 과학적 사실 그 자체로서 한정하지 않고 그것이 국가나 기업들에 의해 어떤식으로 이용되어 왔으며 그것이 가지는 사회적 함의나 파장에 대해 나름대로 설명하려 많이 노력했다는 것일게다. 사실 나같은 비전문가가 과학적 사실 하나를 아는게 뭐 중요하겠는가? 미래 과학자를 꿈꾸는 청소년도 아니고....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과학이 사회속에서 어떤 역할을 하는지를 이해할  수 있도록 하는데 많은 내용을 할애하고 있고 그것이 이 책의 최대의 장점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아쉬운 점이 전혀 없는것은 아니다. 대부분의 내용이 아주 상식적인 수준이고 간략한 수준이어서 좀 더 내용을 풍부하게 이해하는데는 어려움이 있다. 장기이식의 내용을 예로 든다면 최근의 황우석 박사의 줄기세포 추출 성공(이것도 맞는 말인지 모르겟다만)이 가져온 사회적 파장, 그리고 그것이 정확하게 의미하는 바 등을 좀 더 풍부하게 설명해줬다면, 그리고 동시에 장기기증의 문제 등도 좀 더 깊이있게 다룰 수 있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 것이다.

사실상 이 책을 읽는데는 두시간 남짓이면 충분했다. 쉽고 재미있게 쓰는 것도 중요하지만 내용의 깊이를 충분히 살리는 것도 필요했으리라는 생각이 든다. 책 한권에 두시간 남짓이라는건 좀 억울한 느낌이 들지 않을까?

어쨌든 그럼에도 우리 나라 과학계에서도 이런 글을 통해 어려운 과학을 대중에게 쉽게 알려주는 사람들이 늘어간다는건 반갑고 즐거운 일이다. 그녀의 이런 노력이 앞으로도 더욱 확대되고 깊이를 확보해가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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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경을넘어 2005-11-14 21: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크 2% ^^*

바람돌이 2005-11-15 10: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헤헤~~ 2%는 아니고 한 10%쯤.... ^^

짱구아빠 2005-11-15 11: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 한권에 두시간 남짓이라는건 좀 억울한 느낌"... 저도 동감입니다.아울러 과학의 발전에서 비롯된 제반 논쟁에서 저자는 자신의 논리를 갖고 있기보다는 이런저런 견해를 소개하는 방식을 취하다보니 재미있게 읽기는 했지만,남는 게 좀 부족해했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바람돌이 2005-11-15 13: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짱구아빠님 맞아요. 결국에 자신의 논리가 부족하다는게 제일 부족한점같아요.

잠림이 2005-11-20 02: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잘나가는 모 과학책을 흉내낸듯한 아류작. 제목 서체도 똑같네요.
스스로 1등이기를 포기하는 그런 편집들, 그런 책들을 보면 왠지 선입관이 생겨서 읽기 싫지요.

바람돌이 2005-11-20 23: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잠림이님 그런가요? 저는 과학쪽은 워낙 문외한이라 다른책은 본게 없네요. 그래도 이 책은 청소년들이 보면 괜찮겠다는 싶었어요. ^^
 
현명한 부모들이 꼭 알아야 할 대화법
신의진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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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주기적으로 육아서적을 읽는다. 그 육아서적이라는 것도 학습법이니 이런건 관심없고 대부분 아이들과의 대화나 심리 이런 것들을 다룬 책들을 주로 읽는 편이다. 아직은 우리집 아이들이 어려서 그런 점도 있겠지만....

내용이래야 뻔히 아는 것들이다. 몇가지의 구체적인 상황에서의 대응법들은 확실히 마음에 새겨두고 다음에 꼭 기억해야지 하지만 전체적인 내용의 결론은 결국 어른과 아이와의 갈등에서 아이를 변화시키려 하지 말라.. 낫살 더 먹은 어른이 변해야 한다. -참 말은 쉽지만 아이를 키워본 사람 누구나 다 실감할거다. 이게 쉬운가?

이런 저런 육아서들도 꽤 읽었고 또 상담강의나 부모교육 같은 것도 받은지라 책에서 나올 말이나 내용들 대부분 짐작하는 편이고, 그렇다면 굳이 안읽어도 될터인데 내가 계속 주기적으로 육아책을 읽는 이유는 뭘까?

답은 인내심을 기르고 착해지기 위해서다. 아이를 키우는데 또는 아이들과의 대화를 하는데서 가장 중요한 건 부모의 인내심이라는 생각을 살아갈수록 느끼게 된다. 그런데 이게 하루아침에 이루어지는 것도 아니고, 또 나의 타고난 더러운 성질머리를 단번에 바꾸기도 힘들고...

그렇다고 여기저기 공부하러 다닐만큼 부지런한 성격도 아니고, 그저 잘하는 거라곤 앉아서 책 읽는 것 밖에 없으니 이런 육아서라도 열심히 읽어서 나 자신을 되돌아보는거다. 이런 책 읽고 나면 효과가 한두달쯤 간다. 두번 화낼때 한번만 화내거나 운좋으면 화 안내고 좋은 말로 넘어가게 되는거다.

비단 이런 육아서의 효과는 내 아이들에게만 발휘되는게 아니라 학교의 아이들한테도 마찬가지의 효과를 불러온다. 학교에서도 역시 두 번 화낼때 한 번만 화내고 늘 마음속으로 '맞아! 쟤는 덩치만 컸지, 마음은 어린애야... 어른인 내가 참아야지,"

나를 착하게 만들어주는 책 - 육아서 아마도 한 한달쯤 지나면 이 책의 효과도 잊혀질 듯... 그러면 또 이런류의 육아책을 뒤적이고 있을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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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림이 2005-11-20 03: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공감! 공감! 공감! ㅎㅎ
 
사흘만 볼 수 있다면 - 헬렌 켈러 자서전
헬렌 켈러 지음, 이창식.박에스더 옮김 / 산해 / 200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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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렌켈러라는 이름은 너무도 유명하지만 사실 내가 그녀에 대해 아는건 어릴 적 동화책에서 읽었던게 다인지라 내 앎도 딱 거기에서 머물러 있다. 그 책에서 기억나는건 사실 헬렌켈러가 보지도 듣지도 말하지도 못하는 장애 소녀였다는것과 그런 소녀를 훌륭한 인물로 만든게 설리반 선생님이라는 정도....

인간승리의 드라마야 언제봐도 감동적이지만, 또 그런것들이 넘치는데서 나타나는 식상함이 있는것도 사실이다. 이 책을 읽기 전에는 그런 인간 승리 드라마 정도일거라고 추측했다.

그러나 책을 읽어가면서 내 추측이 얼마나 틀렸나를 뼈저리게 느낄 수 밖에 없었다. 그녀가 계속 자신의 장애를 얘기하지 않았더라면 - 아니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그녀의 장애를 느낄 수 없었다. 또한 당연히 그녀의 장애에 대한 연민도 느낄 수가 없었다. 그녀가 얼마나 축복받은 사람인지, 세상과 사람과 자연에 대해 그녀가 가진 애정과 열정이 얼마나 축복받은 것인지... 더우기 그런 자신을 솔직히 내보일 수 있는 그녀의 글솜씨는 얼마나 유려한지....

보이지 않아도 들리지 않아도 그녀는 보고 들을 수 있는 사람들 몇배의 것들을 보고 느낀다. 이 책에 묘사된 그녀의 세상을 보고 누가 그녀의 장애를 상상할 수 있을까? 내가 숲에 가서 보고오는 것의 몇백배를 그녀는 보고 온다. 단순히 촉각으로 느낀다는 것이 아니라 그녀는 그것을 자신의 영감으로 다시 되살려내는 것이다. 그러한 그녀의 능력이 단순히 자연에 대한, 또는 신에 대한 찬미로 그쳤다면 나는 그냥 꽤 잘쓴 에세이를 하나 봤다고 넘겨버리고 말았을 것이다. 하지만 그녀는 그러한 영감을 인간 사회에 대한 통찰로도 이어갈 줄을 안다. 그녀는 말한다.

우리는 말한다. 해와 공기는 만인에게 내리신 신의 선물이라고. 그러나 정말 그러한가? 도시 한구석 거무튀튀한 뒷골목엔 오늘도 해가 들지 않는다. 악취가 진동한다. 오 인간이여!어찌 우리가 한 형제인 그들을 잊으며 그들을 유폐시킬 수 있는가. 그들의 손엔 아무것도 들린게 없는데 어찌 "우리가 일용할 양식을 주옵소서"라고 기도할 수 있는가

이후의 그녀의 삶이 자신의 장애에 머물지 않고 세상의 장애를 향해 손을 내밀것임을 말해주고 있지 않는가? 이 글을 한 인간의 인간승리 드라마로 읽어도 좋고, 아니면 유려한 문제에 담긴 자연과 인간에 대한 훌륭한 에세이로 읽어도 좋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헬렌켈러라는 인물이 세계에 대한 성찰과 그속에서 진정한 인간성을 완성해가는 그녀의 성장이야기로 이 글을 또한 읽고싶다.

덧붙이면서 장애우들이 가장 기본적인 보행권을 위해서도 싸워야 하는 이 나라에서 헬렌켈러 그녀가 받은 엄청난 개인적 사회적 도움들은 나를 씁쓸하게 한다. 이 나라에서는 왜 안되는 것일까? 약자에 대한 배려를 상실한 사회의 결말은 끔찍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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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리꼬 2005-09-05 02: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 읽고 싶어졌어요..그리고 저도 변화하고 싶어졌어요.. 추천 누르고 갑니다..

urblue 2005-09-05 09: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거 보고 나서 헬렌 켈러의 전기를 샀는데, 아직 책꽂이에 꽂혀만 있네요. 조만간 봐야겠습니다.

바람돌이 2005-09-05 09: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서림님/보세요. 변화는 잘모르겠지만요. ^^
urblue님/헬렌켈러의 전기까지.... 저는 아직은 이 책의 여운에 빠져 이 한권으로 만족하고싶네요. 전기 읽고나시면 님의 리뷰 부탁! 근데 님의 리뷰보고 나면 또 읽고싶어지지 않을까? ^^

2005-09-05 14:54   URL
비밀 댓글입니다.

바람돌이 2005-09-06 23: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속삭이신님 요즘 무척 바쁘실텐데 건강까지.... 저도 헬렌켈러가 사회주의자였다는 것 까지는 들었는데 사실 그 이상은 아는 바가 없어요. 아마도 그 사실 때문에 우리나라에 알려진 헬렌켈러는 장애 극복만 촛점을 두어 설리번 선생님과의 어린시절 얘기만 부각되는 것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어쨌든 이 책을 읽으면서 그녀가 단순히 장애극복의 대명사로만 얘기되어질 인물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빨리 건강 회복하시고요. 하시던 일 빨리 빨리 마무리 돼서 좋은 소식 알려주세요. ^^
 
엄마라면 당연히 알아야 할 심리학
박윤조 지음, 이도헌 감수 / 배영교육 / 200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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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육아서적을 안본지도 오래됐고, 또 아이들이 커가면서 새로운 문제들에 부딪히기도 하고, 그리고 제목이 꼭 사서 봐야 할 것 같지 않은가? 이거 안보면 엄마의 자격이 없을 것 같은....

이 책은 아이들의 심리에 대한 이야기다. 탄생부터 5-6세정도의 아이들이 내는 갖가지 문제들의 원인이 무엇이며 그에 대해 부모들의 대처는 어떠해야 하는가? 아이를 키우는 엄마들이라면 당연히 가지게 되는 궁금증이나 어려움, 난감한 문제들이 골고루 잘 배치되어있다. 그것도 특별한 경우보다는 부모들이 일상생활에서 늘 궁금해하고 알고싶어하는 문제점들만 잘 짚어준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무슨 특별한 대안이 있는건 아니다. 결론은 결국 아이의 문제의 대부분은 아이가 성장하고 있다는 증거이고, 그에 대해 부모는 항상 아이들과 대화하며 사랑해주라는거다. 어떤 구체적인 문제에 대한 구체적인 해결을 기대한다면 이 책은 전혀 아니다. 그야말로 아이의 발달과 심리에 대한 개론서라고 할까?

그리고 내용들도 왠만큼 이런 저런 육아서적을 본 사람이라면 별로 특별할 것이 없다. 대부분 어디선가 다 한 번쯤은 본 내용들인데 그걸 한권에 모아서 정리를 해주니 좋은 정도...

아이를 좀 키웠고 이런 저런 육아서적을 본 사람이라면 굳이 안봐도 좋을 듯.... 다만 이제 아이를 가지게 되는 왕초보 엄마 아빠에게는 필독서라고 할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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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주 2005-08-26 13: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두 왕초보 엄마였는데, 이런 책도 못 읽고 애들이 훌쩍 자랐네요 으흑~ㅠㅠ

국경을넘어 2005-08-26 16: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들에 관해선 거의 바닥 상태라 함 봐야겠군요. 근데 책 표지하고 바람돌이님 서재 얼굴하고 비슷한 분위긴데요 ^^*

바람돌이 2005-08-27 00: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진주님/ 그래도 윤이 영이 참 예쁘게 컸던걸요 뭐.... 성질 더러운 엄마를 둔 우리 애들이나 필요한 책이죠 뭐... 어쨌든 이런 책 보면서 저 개과천선했습니다. ^^
폐인촌님/보통 아빠들이 이런 책을 잘 안보더라구요. 저희집도 마찬가지... 그래서 저는 보고나면 그냥 서방한테 브리핑을 합니다. 그나마 듣는건 잘하니... 근데 책 표지얼굴보다는 제 서재이미지가 훨씬 낫지 않나요? ^^

야클 2005-08-27 01: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몇년후에나 읽어보겠습니다. -_-;;

바람돌이 2005-08-27 01: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야클님 ㅎㅎ 사람일이란게 알수가 없어서 그게 몇년 후가 될지 올해안이 될지.... ^^;;
 
헬리코박터를 위한 변명
서민 지음 / 다밋 / 200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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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나같은 사람이 어떤 사람이냐고?

철저하게 문과적 감성으로만 똘똘 뭉쳐 이과적 감성 지식 제로인 사람... 고등학교 때 나 빼고 모두 이해하는 것 같았던 플레밍인가 하는 사람의 오른손인지 왼손인지 하는 법칙을 아직도 이해못하는 사람(그 때 우리반 아이들이 개인지도까지 해줬지만 나는 이해못했다. 그 때 그 친구들의 한심해 하던 표정을 아직도 못잊는다.), 고등학교 성적표에 과학 과목을 '양'으로 도배해본 사람(그래도 나의 뛰어난(?) 무조건적인 암기력으로 '가'는 면했다),  운전할 때 핸들방향과 바퀴의 방향의 상관관계가 여전히 헷갈리는 사람이 나다. (그래도 운전은 이제 몸에 익어 오로지 이론 무시하고 몸이 그냥 알아서 한다)

이러니 의학 역시 과학 비슷한거라고 느끼는 나에게 이런 책은 손이 가는 책이 아니다. 아는 지인의 선물이 아니었다면 아마도 안 읽었을 가능성이 더 많으리가.

근데 이렇게 무지한 내가 재밌게 읽었다. 이 책은 젠체하지 않는다. 어려운 말 없다. 가끔 읽는게 지겨워질 것 같으면 저자의 유머가 박장대소하게 만든다. 그러면서도 우리가 살아가면서 꼭 알아야 할 의학지식들을 꼼꼼히 가르쳐 준다. 내가 그동안 궁금해 하던 많은 것들이 책속에 거의 다 들어있다.

얼마전에 어머님이 수술을 하셨다. 그 때 본 서울의 커다란(너무 커서 길을 잃고 헤멘적이 여러번) 병원의 풍경은 이 책의 1장과 그대로 맞아떨어졌다. 워낙에 지금의 나의 상황과 맞아떨어져 가장 도움을 많이 받은 부분이기도 하다. 엄마의 수술 후 선택진료비로 청구된 그 엄청난 금액을 보면서 난 한동안 의아했었다. 도대체 선택진료가 뭐지? 뭐 좋겠지 하면서 신청은 했지만 나중에 나온 청구서를 보니 돈이 장난아니었다. 그런 나의 궁금증을 시원하게 풀어주면서 돈은 좀 들었지만 선택진료를 하길 잘했다는 생각도 하고....

이 책을 보는 사람들이 아무래도 의사의 입장에 있는 사람들보다는 환자의 입자의 있을 사람들이 더 많을걸 고려하면 이 책은 상당히 유용하다.  적어도 내가 돈을 쓰면서 왜 쓰는지는 알아야 할게 아니겠는가? 게다가 아플 때 도대체 어디를 가야할지 고민하는 사람들을 위해서도... 1장의 내용들은 모두가 잠재적 환자인 우리들에게 유용한 지식을 선사한다. 그것도 너무나도 쉽게, 재미있게...

2장에서 다루는 음지의 질환들은 보다 행복한 삶을 추구하는 저자의 시각이 맘에 들었다. 말더듬이. 틱, 탈모, 변비 등 누구나 하나쯤 가지고 있으면서 사실 혼자서 맘고생만 하는 병들에 대해 보다 건강한 시각을 가질 수 있도록 도와준다. 그리고 그것들에 대해 우리 사회나 우리가 어떤식으로 대해야 할지 다시 한 번 생각하게 해준다. 3장 역시 난무하는 의학상식들에 대해 속시원한 결론을 얘기해준다. 물론 저자의 결론이 다 맞는 건 아니겠지만 적어도 어떤 의학적 행위를 할 때 이게 뭐라는것 정도는 한 번 생각하고 알 고 할 수 있도록 상식을 제공한다.

이 책이 지나치게 피상적이라고 얘기할 수도 있겠지만 그건 나보다는 똑똑한 사람들을 위한 얘기인것 같다. 나처럼 의학상식이고 뭐고에 아무 생각이 없는 사람에게는 정말로 딱인 책이었다. 그리고 앞의 다른 분의 리뷰에서 말한 것처럼 가정에 하나쯤 비치해두면 좋은 가정의료 상비약같은 책이라는데 전적으로 동감한다.

마지막 보너스 하나. - 이 책보면서 내가 깔딱깔딱 넘어간 부분

개한테 물리면 가장 중요한 것은 개의 신병을 확보하는 것이다. 개가 광견병에 걸렸는지 여부를 판단해야 하기 때문. 하지만 대개의 경우 사람을 문 개는 그대로 달아나 버린다. .... 그럴때는 일단 비눗물로 씻고 지혈한 후, 국립보건원에가서 광견병 백신을 달라고 해야 한다. 물론 안준다. 개가 광견병에 걸렸다는 증거를 제시하라고 할거다. 왜? 백신 한병에 100만원이 넘으며, 보유 개수도 제한되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광견병이란 일단 발병하면 끝인데, 개를 찾아다니느라 허송세월할 수는 없지 않은가. 그러니 달라고 떼를 쓰거나 아는 사람을 통해 사정을 하는 걸 권한다. 우리나라는 사회적 갈등이 원만한 공적 절차를 거쳐 해결되는 곳이 아니며, 큰 목소리와 버티기 등의 실력행사나 연줄을 통한 회유가 아직 통하니까 말이다. 이틀만 드러누워 있으면 십중팔구 약을 탈 수 있지 않을까. 극적인 효과를 위해 거품이 나는 약을 입에 넣고 있으면 더 빨리 얻을 수도 있다. 일단 자신이 살과 봐야 할게 아닌가.

살다보면 별일이 다 있으니 나도 개에 물릴지 알 수 없는 일. 꼭 외워두었다가 혹시 그런 일이 있으면 써먹어야 할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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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주 2005-08-18 00: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늦은 시간에 리뷰 올리시네요.
정말 이 책은 환자의 입장에서 환자의 권익을 보호하려는 작가의 모습이 선하게 보여요 그쵸? 유익하면서 굉장히 재미있고요, 저도 많이 웃었어요. 지금은 우리 아들이 읽느라고 시도 때도 없이 킬킬거리며 발작하는 웃음을 터뜨려요.

-플레밍인가 하는 사람의 오른손인지 왼손인지 하는 법칙을 아직도 이해못하는 사람, 진주 드림(이 부분 읽다가 제가 이 야밤에 배를 잡고 웃었어요. 리뷰쓰시는 님도 저자의 유머까지 그대로 전염되어 버린 것 같아요)

국경을넘어 2005-08-18 00: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을 아내가 먼저 보고 있는데 저를 보는 아내의 시선이 별로 곱지 못하군요. 도대체 무슨 내용이 쓰여 있길래...

바람돌이 2005-08-18 00: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진주님이야말로 이 늦은 시간에 아니 주무시고 뭐하신대요. 이렇게 돌아오셔서 댓글까지 달아주시니 너무너무 기뻐요. 앗싸 앗싸~~^^
한 며칠 알라딘에 제대로 못들어왔더니 병난것 같이 맘이 허해서 모처럼 시간난 오늘밤 야밤까지 이러고 있답니다. ^^

바람돌이 2005-08-18 01: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폐인촌님 남자분이셨어요? 이 무슨 뒷북이람.... 저는 아이들 사진이 있길래 기냥 여자분인줄만....
글쎄요. 기냥 책 읽어보세요. ^^

국경을넘어 2005-08-18 08: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어어,,, 바람돌이님. 어제 달아논 댓글하고 다르군요^^* 제가 그땐 손이 떨려서 답글을 못달았습니다. 그 언저리에 있던(?) 문제인 것 같습니다+^^+

바람돌이 2005-08-18 09: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야밤이 아닌 관계로 전연령용 멘트입니다요. ^^ 이런 소심한 나를 또 들켰군 ^^

2005-08-18 13:17   URL
비밀 댓글입니다.

클리오 2005-08-18 17: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근데 이 책이 부인이 보시면 문제될 부분이 있나요? 폐인촌 님?? (잘 이해할 수 없다는.. 흐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