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이사르의 숙적 카토

이 책에 묘사된 대로라면 정말 고집불통이고, 타협이라고는 일도 없고, 자신이 생각하는 로마의 전통은 단 일도 훼손될 수 없다고 생각하는 인물.
그의 맹활약은 로마 안에서였지만 의외로 군대를 이끄는데서도 - 물론 전투는 아니고 아프리카 북부를 가로질러 군대의 행군을 이끄는데 발휘되었지만 - 나타난다.
말만이 아니라 신념과 열의 도덕에 찬 인물이 보여줄 수 있는 전형적인 행동양식들을 보여주면서...

이 책의 최대의 장점은 로마인들이 남긴 각종 편지라든지 연설문 등을 최대한 책의 내용에 반영함으로써 최대한 로마인의 사고방식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려 노력한다는 것인데 그게 굉장히 매력적이다.
오늘날의 사람들의 관점과 얼마나 다른지, 또한 동양의 사고방식과 어찌나 다른지 그런 면을 볼 때마다 빵빵 터지게 된다. 
이들의 원로원 연설을 볼 때는 긴장해야 한다.
빵빵 터질 때가 한 두번이 아니다. 

카토가 군대의 행군을 준비하고 시작하면서 신들에게 제사를 지내는데 그 내용이 기가 막힌다.
신들에게 제사를 지내야 한다는 형식은 절대적으로 지키면서 신들이 남자인지 여자인지, 관할하는 것이 무엇인지 아무것도 신경쓰지 않고 막막 부른다.
이런 면에서 지극히 실용적이고 현세적인 그들의 성향이 드러난다고나 할까? 
출정의 제사를 지내면서 이름이 뭐든 성별이 뭐든 어쨌든 신이시여라니..... 

오늘은 어머니 병원 검사받으로 모시고 갔다온다고 시간이 모자랐다. 
게다가 왜 남편은 하루종일 내 옆에서 먹을걸 달라 보채는가?
하루종일 밥과 간식을 마련한다고 내 책읽을 시간이 줄어들다니...... 




"법률적인 측면 말일세, 마르쿠스 카토, 어찌 사람들이 신들과 법률계약을 맺을 수가 있는가?"
"로마인들은 그렇게 하네, 늘 그래왔고, 다만 고백하건대, 나는 신관이 아니라서 라레스 페르마리니와의 계약이 언제 작성되었는지는 확신이 없네." 카토는 아주 진지하게 말했다. "그러나 라레스나 페나테스같은 누멘들과의 계약이 로물루스에 의해 작성되었다고 루키우스 아헤노바르부스가 말한 건 확실히 기억하네. 로마 원로원과 인민의 법률계약서가 보존되어 있는 건 마그나 마테르나" - 그는 혐오스럽다는 듯얼굴을 찡그렸다. - 이시스같이 나중에 도입된 신들에 관해서뿐이네.
신관이라면 자기 직무의 일환이니까 자동으로 알겠지. 하지만 누가 마르쿠스 포르키우스 카토를 대신관단의 일원으로 뽑아주겠나? 형편없는 후보자들이 나온 시시한 해에도 집정관에 선출되지 못하는 사람을말일세."
- P247

카토는 자루 바닥을 뒤져 병아리콩 한 움큼을 간신히 모은 뒤 남은 식랑이 거의 없있다 그 콩을 바다에 던져넣고 기도를 올렸다.
오 모든 신들이시여, 어떤 이름으로 알려지길 원하시든 성별이 어떠하든, 제가 정확히 추측하게 해주소서!"
- P2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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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부까지는 출간을 손꼽아 기다리면서 봤는데, 이후 좀 바쁘면서 놓치고, 한 번 손을 놓고 나니 쌓아두고 아 저거 봐야하는데 하며 한숨만 쉬던 책.

드디어 올 여름에 마스터스를 마스터하고야 말겠다라고 오늘부터 읽기 시작했는데,

솔직히 이런 결심이 하나도 필요없다.

손에서 놓을 수가 없다. 


6부 시월의 말이란 제목의 유래가 엄청 재미나면서 좀 엽기적이다.

로마에서는 10월에 전차경기를 벌이고, 그중 우승한 전차의 오른쪽 말을 시월의 말로 정한단다.

시월의 말은 의식에 따라 창에 찔려 죽임을 당하고, 생식기는 따로 절단되어 베스타 신녀들이 재가 될때까지 불에 태워 로마 건국기념이레 제물로 바치는 빵에 그 재를 섞는다.

그리고 말의 머리는 로마의 하층민들이 두 패로 나누어 싸워 이긴쪽이 가지고 자신의 구역에 매단다니....

가장 뛰어난 것을 마르스 신의 신전에 바친다는 의미같은데 아 불쌍한 말!

해석하건대 이 시월의 말은 결국 카이사르를 은유하는 것일테다


6부는 품페이우스가 죽고  카이사르에 대항해 공화정을 지키려는 카토 일파와 카이사르의 내전 후반부부터 카이사르의 죽음까지를 다룬다. 

결국 로마 공화정이라는 과거와 제정시대라는 미래를 위한 제물로서의 카이사르라는 것일까?


지금 보고 있는 6부 1권에서는 드디어 카이사르와 클레오파트라가 만났다.

클레오파트라는 전혀 세기의 미녀가 아니고 오히려 카이사르는 첫만남에서 클레오파트라가 못생겼다고 생각하는게 이채롭다. 그녀는 아직 세기의 미녀가 되기에는 너무 어리다. 

카이사르와 클레오파트라의 관계는 뭐랄까? 

연인간의 관계라기보다는 어린 여왕을 카이사르가 아버지 또는 스승처럼 가르치는 것 같달까? ㅎㅎ

물론 여기에는 연인이고 아내고 뭐고 모든 것에 앞서서 카이사르가 로마를 가장 사랑한다는 것에 첫번째 원인이 있기도 하다. 


알렉산더가 이집트를 점령하고 알렉산드리아를 건설, 알렉산더의 죽음 이후 그의 부하에 의해서 프톨레마이오스 왕조가 건설되는데, 그들의 지배형태가 사실 참 헷갈렸었는데 이 책을 보면서 명쾌해진다.

마케도니아인들이 주를 이루는 인구 300만의 알렉산드리아와 이집트는 사실상 분리되어있다고 보는게 옳다.

이집트 원종교의 신관들에게 파라오라는 호칭을 따로 받아야 진정한 이집트 전체의 왕으로서 역할을 할 수 있는데, 클레오파트라가 알렉산드리아의 왕이자 파라오로서 성장해가는 과정, 그리고 당시의 이집트의 풍경과 사회체제를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 아 그리고 사족! 사람들이 클레오파트라는 그냥 이집트의 여왕이라고 생각하며 그냥 순수 이집트인이겠지라고 생각하는데 인종적으로 그녀는 백인, 그리스인이다. 정확하게 말하면 마케도니아인과 중동지역의 혼혈이 맞겠다. 아버지는 마케도니아인, 어머니는 아랍쪽







 카이사르는 거기서 빠져나와 시민관을 거머쥐었다. 용맹함으로 가장 두각을 나타낸 이에게 주어지는 그 떡갈잎관은 극히 드물게 주어지는 까닭에, 그것을 얻은 자는 여생 동안 모든 공식 행사에서 그 관을 작용할 자격을얻었고 모든 사람들이 자리에서 일어나 그에게 박수를 보내야 했다. 원로원이 소집될 때마다 자리에서 일어나 카이사르에게 박수쳐야 하는상황을 비불루스가 얼마나 질색했던가! - P29

"왕위에 오른 프톨레마이오스 혈통은 모두 파라오이기도 하지 않나?"
"아니요, 카이사르,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이 아이들의 부친인 아울레테스는 파라오였던 적이 없습니다. 그는 나일 강의 이집트 원주민에게 큰 영향을 미치는 사제들을 회유하려 하지 않았기 때문이지요. 반면클레오파트라 여왕은 어린 시절 한동안 멤피스에서 사제들과 함께 지냈습니다. 그녀가 왕위에 오르자 사제들은 그녀를 파라오로 성별했고요. 왕과 여왕은 알렉산드리아식 칭호일 뿐, 이집트 본토인 나일 강 유역 이집트에서는 아무런 영향력이 없습니다."
- P51

‘확실한 건, 그는 말을 계속했다. "이번 전쟁에서 죽은 사람들 대부분은 마케도니아인과 마케도니아계 그리스인이라는 것이오. 아마 10만 명쯤 되겠지. 그러니 여전히 당신에겐 돌봐야 할 300만 명 가까운사람들이 남아 있소. 살 곳과 일자리가 사라진 사람들 말이오. 당신이알렉산드리아의 대다수 백성들에게 사랑받을 절호의 기회가 왔다는걸 부디 깨닫기 바라오. 로마는 강대국이 된 이래 폐허로 전락한 적이없고, 로마의 일반 민중이 등한시된 적도 없소. 당신네 프톨레마이오스왕족과 마케도니아 정복자들은 로마보다 훨씬 큰 땅덩이를 자기네 마음대로 다스려왔고, 거기에 박애정신이라고는 없었소. 그런 방식은 바뀌어야 하오. 그렇지 않으면 군중은 그 어느 때보다도 더 성난 무리로돌아올 것이오."
- P172

"프톨레마이오스는 대단히 그리스화된 가계인데 왜 옛 이집트인들과 똑같은 방식으로 건물을 지은 거요? 당신들은 심지어 그리스 문자대신 상형문자까지 사용하고 있잖소."
"아마 우리 중 대다수가 파라오였기 때문일 거예요. 사제들이 워낙고대에 깊은 뿌리를 두고 있다는 것도 확실한 이유고요. 사제들이 건축가와 조각가, 화가를 제공하거든요. 때로는 알렉산드리아에까지 말이에요. 하지만 필라이 섬의 이시스 신전을 볼 때까지 기다려봐요! 거기엔 그리스 양식을 살짝 가미했거든요. 내 생각엔 그곳이 이집트 전역에서 가장 아름다운 신전 복합건물로 널리 알려진 이유가 바로 그 때문인 듯해요."
- P192

우리 로마인에게 달은 비나 여자의 월경주기나기분 변화를 의미하는 반면, 그들에게 달은 그저 땅을 낳은 밤하늘인누트의 일부일 뿐이다. 그들의 신들을 우리 로마인이 보는 방식으로,
서로 다른 두 세계의 연결 통로를 만들어내는 힘으로 상상한다는건... 아니, 그들은 그런 세계에 살고 있지 않다. 이곳에서 신은 태양이고 하늘이고 강이고 인간이고 동물이다. 어떠한 추상적인 개념도 내포하지 않은 우주론이다.
- P194

"인색하게 굴지 마시오, 클레오파트라! 당신 돈을 써서 백성들을 먹이시오, 가난한 자들에게 비용을 떠넘기지 마시오! 로마가 무산자들과별 갈등이 없는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시오? 전차 경주 입장료를 받지말고, 아고라에 무료로 몇 가지 구경거리를 올릴 생각을 하시오. 그리스인 배우들로 이루어진 극단을 데려다가 아리스토파네스와 메난드로스같이 유쾌한 희극작가들의 작품을 공연하게 하시오. 일반 민중은 자기네 삶 자체가 비극에 가까워서 비극을 좋아하지 않으니까. 그들은 한나절 잠깐이라도 웃으면서 걱정근심을 잊어버리고 싶어한다. 공공분수를 지금보다 훨씬 많이 설치하고 공중목욕탕도 몇 개 만드시오.  - P203

로마에서는 목욕탕에서 한 번 마음껏 즐기는 데 1분의 1세스테르티우스밖에 들지 않소. 그 돈이면 사람들은 몸도 깨끗해지고 기분도 좋아져서나가는 거요. 여름 동안은 저 망할 새들을 관리하시오! 남녀 몇 명을 고용해서 거리 청소를 하고, 오물을 내보내는 하수구가 있는 곳마다 제대로 된 공중변소를 설치하시오. 알렉산드리아와 이집트는 관료들로 꽉차 있으니 귀족은 물론 다른 인구까지 포함하는 시민 명부를 마련하시오. 또 빈민들에게 매달 밀 1메딤노스를 받을 자격을 주는 곡물 목록을작성하고 맥주를 빚어 마실 수 있게 보리 배급도 포함하시오. 당신이소득으로 받는 돈은 썩어 없어지게 처박아두지 말고 고루 분배해야 할것이오. 그 돈을 쌓아두면 경제가 붕괴하는 거요. 알렉산드리아는 이제길들었지만, 계속 그 상태로 있을지는 당신 하기에 달렸소."
- P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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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삭매냐 2021-08-06 16:4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일본의 이상한 작가의 그 무지막지
한 책도 읽었는데, 이 마성의 시리즈
는 왜 그러지 못한 걸까요...

너무 책들이 많다는 핑계를 대보렵
니다.

바람돌이 2021-08-06 16:50   좋아요 1 | URL
일본의 이상한 작가... ㅋㅋ 동의합니다. 근데 글을 진짜 잘 쓰는 이상하고 나쁜 작가입니다. ㅎㅎ
이 시리즈는 책이 진짜 많아서 사실 덤비기는 힘들죠. 전체 21권, 그것도 거의 500페이지가 넘는....
그런데 정말 재밌어요. 그 이상한 여자의 책하고는 비교 불가입니다.
 

스포일러 없이 이 책의 리뷰를 쓰는게 난감하다는 붕붕툐툐님에게 한표!

제목은 꼭 성장소설 같고, 그래서 이 책을 읽은 많은 분들이 성장소설이 아니라고 해도 뭔가 좀 다른 성장소설일걸? 했던 나의 뒤통수를 확 후려치는 책!

여운은 많이 남는데 아마 며칠은 곱씹지 싶은 책이다.

손에 들면 놓치지 못하는건 아니고, 난 중간쯤엔 살짝 지겨워졌었다.

하지만 결말은 압권이다!


늘 결심하는게 적어도 읽은 책은 단 몇줄이라 리뷰든 페이퍼든 쓰자인데(물론 결심만이다.)

8월엔 이 책이 걸림돌이 딱 되는구나.

스포일러 피해 먼저 리뷰 쓰신 서재인님들 존경합니다!




하지만 지금은, 누군가 영국에서 일한다는 것만으로,
영국 억양으로 말한다는 것만으로 그 사람에게 낙인을 찍고 거짓말을지어내고 있었다.
- P94

"마지막으로 하나만 얘기하마. 멀리 갈 것 없이 네 옆에서 주무시는용감한 노인을 봐라. 남자들이 어떤 임무인 줄 알면서도 결연히 길을떠났을 때 할머니는 너보다 겨우 몇 살 더 많았다. 사흘 후에는 과부가되었지. 결혼한 지 한 달도 채 되지 않아 남편을 떠나보낸 거다. 나는뒷골목 연애질 얘기는 듣고 싶지 않다."
- P94

거의 매일같이, 아기의 살에 대고 담배를 비벼 끄는 인간들이있다. 매일같이 구십 먹은 여자들이 강간과 폭력의 피해자가 된다. 순전히 장난삼아 불붙인 휘발유를 우체통에 넣는다. 자동차가 도난당하고 텔레비전이 도난당한다. 회사 임원들이 직원 연금을 모터 요트 사는 데 쓴다. 마약 중독자들이 부츠"에서 약을 산다. 십대 여자애들이 도시 공터에서 불태워진다.
- P150

꿈속에서 그들은 때로 상처를 치유하고, 사랑을 받고, 목소리와 헛것이 전부 사라지고, 그래서 내일이면 망각에 저항하는 힘을 발견하게 되는 그런 환상을 본다.
노숙자 생활을 자처하는, 나름의 이유가 있어 예전의 안정된 생활로 돌아가려 하지 않는 사람들도 있다. 그들은 거리가 자신이 있을 곳이라느낀다.
- P156

그녀는 이제 예전의 자신이 아님을 안다. 가을날 결혼식 신부 들러리도 아니고 자동차 뒷좌석에서 담요를 뒤집어썼던 아이도 아니다. 한때 그녀의 것이던 순수함은 시간이 흐르며 이제 어리석음이 되었지만여전히 그녀에게 남아 있고, 상실을 경험한 예전의 그녀는 지금의 자신으로 이끈 사람이기에 소중하다.  - P312

얼빠진 멍청이, 아무데나 떠도는 바보, 피로감 섞인 동정 한 조각이거리의 사람을 향해 던져지고, 눈길은 서둘러 다른 데로 옮겨간다. 다른 도시도 있을 테고, 다른 도시의 거리와 도로도 있을 것이다. 태퍼와조지, 리나, 케브, 다보, 멍청한 해나 들도 있을 것이다. 자선단체와 보호소가, 자비와 경멸이 있을 것이다. 그리고 항상, 어디에나 산 사람과죽은 사람을 가르는 운명이 존재할 것이다.  - P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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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선 2021-08-06 01:5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제목 때문에 펠리시아에 초점을 맞춰 읽어야 할 것 같기도 한데, 그게 꼭 그렇지도 않더군요 이건 어떤 이야기나 다르지 않겠습니다 둘레 사람도 다 잘 봐야 하는데... 펠리시아와 힐디치가 가장 기억에 남는, 그러면서 교회 사람은 대체 뭘까 싶고 노숙자는... 이제와서 이런 생각을 하는군요


희선

바람돌이 2021-08-06 01:58   좋아요 1 | URL
여러모로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소설입니다. 힐디치에 대해서도 참.... 누구에 초점을 맞춰 읽어도 좋은 소설이라고 생각합니다. ^^

페크pek0501 2021-08-06 15:1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압권의 결말이라니... 저도 보고 싶어지는 책이네요. 요즘 인기 있는 책 같아요.^^^**

바람돌이 2021-08-06 16:15   좋아요 2 | URL
절대로 절대로 결말을 미리 보지 마세요. ^^

레삭매냐 2021-08-06 16:4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펠리시아>는 기본적으로 스릴러
스타일의 책이라, 스포일러 없이
리뷰를 쓴다는 게 정말 난이도 최상
이 아닐까 싶습니다.

대개 스릴러의 경우, 스포를 막기 위
해 보통 캐릭터 분석으로 갑니다.

바람돌이 2021-08-06 16:51   좋아요 1 | URL
그렇죠? 그래서 리뷰들도 대부분 펠리시아 아니면 힐디치씨 얘기를 많이 하게 되더군요. 이 책이 여운이 많이 남는 책이라 머릿속에서 계속 되새김질하고 있어요. 어느 정도는 리뷰를 쓸 수도 있지 않을까로 옮겨가고 있습니다. ^^
 

탁자 앞에 앉은 베르나트는 손으로 얼굴을 가리더니 울기시작했다. 주체하지 못하는 흐느낌이었다. 그는 한참이나 그렇게 있었고 나는 그에게 다가가야 할지, 안아 주어야 할지,
어깨를 두드려 주어야 할지, 아니면 농담을 건네야 할지 어찌할 바를 몰랐다. 결국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아니, 하기는 했다. C. S. 루이스의 책이 젖지 않도록 치웠다. 가끔 나는 나 자신이 정말 밉다.
- P32

"신의 이름으로나 미래의 이름으로 저지르는 살인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해. 범죄의 이유가 이데올로기라고 주장하는순간 공감과 연민은 사라지고 말지.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 않고 아주 냉정하게 누군가를 죽이는 거야. 정신병자의 묻지마 범죄 같은 거지."
- P36

"나를 놀라게 한 것이라………." 그는 말을 곱씹었다. 그리고결심한 듯 말했다. "그래요. 있지요. 인류 역사상 최악의 세기에 그 참상을 지나면서도 그만큼의 평온과 기쁨 속에서 삶을영위했다는 이 소박한 사실이지요. 더없이 최악인 시절이었습니다. 유대인들에게만 그러했던 것은 아니었습니다."
- P65

무언가의 이름으로살인을 저지른 자들은 역사를 더럽힐 자격이 없다고 믿어서책을 쓰게 되었지. 티머시 멕베이는 168명의 목숨을 앗아 갔다. 그리고 그에 따르는 수많은 슬픔, 안타까움, 고통은 통계에 드러나지 않는다. 대체 무엇에 타협하지 않는다는 이름으로 그 일을 저지른 것인가, 티머시? 무엇인지 잘 모르지만 나는 또 다른 비타협, 또 다른 종류의 비타협을 상상하며 그에게묻는다. 대체 왜, 티머시, 그런 파괴를 저질렀는가, 신은 사랑이 아니었던가?
- P147

"그들은 그 참사를 겪었기 때문이 아니라 그것에 대해 글을썼기 때문에 자살을 선택한 거야."
"무슨 말인지 모르겠어."
"그들은 참사를 기록했고, 이제 죽을 수 있었어. 나는 그렇게 생각해. 하지만 그것을 쓴다는 것은 그것을 다시 살아 내는 거라는 사실도 깨달았지. 수년 동안 지옥을 다시 경험하는것은 견디기 어렵지. 그들은 이미 경험했던 비극을 쓰느라 죽었던 거야. 결국 그렇게 극심한 고통과 공포는 1000쪽 혹은2000절의 운문으로 축소되었거든. 그러한 고통을 손바닥 반정도 되는 두께의 종이 묶음에 집어넣다니 조롱에 가깝지."
- P198

지하철이 오기를 기다리다 행복에 겨운 커플은 탐정과 함께 열차에 올랐다.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에서는 수도사 니콜라우 에이메리크와 아리베르트 보이트가 그들의 머릿속을맴도는 위대한 사상들에 대한 이야기를 활기차게 나누며 올라탔고, 한쪽에서 뮈스 박사인지 부덴 박사인지가 켐피스)를읽으며 창밖 터널의 어둠을 응시했고, 열차의 다른 칸에는 베네딕트 수도사복을 입은 성 페레 델 부르갈의 줄리아 형제가꾸벅꾸벅 졸고 있었다. 그 옆에 서서 파르다크의 자키암 무레다는 눈을 크게 뜨고 주변에 펼쳐진 새로운 세계를 바라보았다. - P263

악이란 악마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리고 신이시여, 어디에 계시나이까? 아브라함의 엄격한 신, 예수의 설명할 수 없는 신, 잔인하지만 사랑이 넘치기도 하는 알라……. 어떠한 형태든 잘못된 행위에 의해 희생당한 자들에게 물어야 한다.  - P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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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하루만에 2권 완독!

첫 페이지를 몇번이나 읽었다.

너무 감동적이어서가 아니라 오타가 있는 거 같아서..... 

주요 등장 인물의 이름에서 14세기 인물과 20세기 인물을 섞어서 써놓은거다.

아! 이건 오타지? 그런데 이렇게 중요한 오타가 하면서 표시해놓고 읽었는데 아닌 것이었다.

종교재판의 광기와 나치라는 악을 교차하고 연결해서 보여주는 작가의 의도였던 것이다.

와우! 

영화로 치면 절묘한 교차편집이라고나 할까?

바로 이 시작 지점부터 작가는 언어로 보여줄 수 있는 최고의 환상적 경험을 보여준다.

대단한 작가 맞다!!!


내일은 3권 완독이다.





수도회는 총통의 명령에 대한 나의 절대적인 신념으로 움직이고 있었다. 자비로운 안젤름 코폰스 수사의 지도를 받던 수련 기간에 우리는 인간의 고통 앞에서 강인해지는 법을 배웠다. 모든 친위대원들은 총통에 대한 절대적인 헌신을 위해 자신의 인격을 완전히 희생하는 법을 알아야 했기 때문이다. - P30

수도회의 가장 기본적인 임무는 바로 내부의 위험을 제거하는 거였다. 진정한 신념 앞에서 이단의 존재는 신앙을 부정하는 자들보다 훨씬 더 위험하다. 이단은 교회의 가르침을받고, 그 내부에 존재하지만, 동시에 전염성이 강한 독성을 품어 신성한 교회의 영적 요소들을 타락시킨다. 이 문제를 한 번에 해결하기 위해 1941년 신성한 종교 재판을 더 이상 아이들놀이처럼 다루어서는 안 되며, 모든 유대인을 모조리 없애 버리라는 결정이 내려졌다. 그리고 공포가 필요하면 공포를 무한대로 발산할 것. 잔혹함이 필요하면 잔혹함을 무한대로 드러낼 것. 역사는 기록에 남는 것이기 때문이다. - P31

"악 말이야. 왜 너의 신이란 자는 그것을 허용하는 거야? 악을 막지 않는단 말이야. 악을 저지른 자들을 영원한 불길로 처벌하는 게 고작이잖아. 왜 악 자체를 막지 않아? 대답해 봐."
- P67

최초의 모래 알갱이는 눈을 간지럽힌다. 그리고 손의 가시가 되더니 뱃속에서 불덩이로 변하고, 호주머니에서 걸리적거리기까지 하다가 좀 더 나쁜 운과 만나 양심의 가책에 무게를 더한다. 모든 것, 그러니까 모든 삶과 이야기는, 사랑하는사라, 이처럼 아무도 알아차리지 못하는 무해한 모래 알갱이로부터 시작되는 거였어.
- P123

 "왜냐하면 슬퍼하는 것을 멈추었다가는… 나와 가까운사람들의 기억에 대해 죄를 짓는다는 생각이 들어. 삼촌이라든가. 그리고…… 목숨을 잃은 사람들이 내 주변에는 많거든."
- P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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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선 2021-08-01 00:2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앞에서 이 책 거의 보셨구나 생각했는데, 2, 3권은 빠르게 보신 듯하네요 그만큼 재미있었나 싶은 생각이 듭니다


희선

바람돌이 2021-08-01 18:39   좋아요 1 | URL
네 재밌었어요. 지금은 이걸 리뷰를 어떻게 쓰야 하나 고민중입니다. ^^

초딩 2021-08-02 00:1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와 살떨리네요
의도한 교차 편집!!!
출판사 연락 해보세요 라고 말하려다
ㄷㄷ ㄷ 합니다 ㅎㅎ

바람돌이 2021-08-02 01:02   좋아요 0 | URL
저 책에서 저런 식의 서술이 자주 나오는데요. 나치 이야기를 하다가 갑자기 종교재판관의 대화가 들어가고 하는 식으로요. 그런데 그게 절묘하게 맞아떨어지면서 과연 인류의 악이란 항상 반복되는것인가라는 질문을 하지 않을 수 없게 만들어요.

scott 2021-08-03 16:4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우와 !! 바람돌이님 3권!!을 향해 질주~@@@

이작품 흡인력이 있는 것 만큼, 몇번을 앞 뒤를 오고 가며 읽게 만들죠!!

오타 지뢰밭 민음세문집. 이책에도 있는데
이전전 책들에 비하면 극 소수 ㅎㅎㅎ

개인적으로 주석이 아쉽고, 독일어, 프랑스어, 라틴어 등등을 원문 표기 없이 한글로 발음을 적어 넣은거!

그럼에도 카탈루냐어를 바로 번역한 것에 감사 할뿐이네요 ^^

바람돌이 2021-08-03 17:04   좋아요 1 | URL
지금은 3권 다보고 리뷰 쓰기 위해서 운기조식중입니다. ㅎㅎ
뭔가를 쓰기 위해서는 좀 더 제 안에서 책 내용을 되새김질할 필요가 있다고 할까요?(라고 쓰고 이 방대한 소설에 대해 함부로 얘기할 엄두가 안나서라는 편이 더 적당하겠네요. ㅠ.ㅠ)

이 책에는 확실이 오타는 그리 많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저 역시 스콧님 말씀대로 다양한 원어들을 원어 그대로 써주고 한글로 발음도 써주고, 한국어 번역도 해주고 했다면 좋아겠다는 생각을 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