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라딘 커피 디저트 세트 x 2개 - [2세트]드립백, 커피백, 약과
알라딘 커피 팩토리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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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에 없어서 아쉬웠는데 두 개 세트 다시 파는군요. 하나 벌써 샀는데... 기다렸다 샀다면 더 좋았을걸... 하나보다 싸서 사고 말았습니다. 사람은 참 없어도 되는 거 싸면 사기도 하네요. 한사람한테만 보내주기 미안할 텐데... 시간을 두고 보내는 방법도 있군요.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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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지 1 - 박경리 대하소설, 1부 1권
박경리 지음 / 다산책방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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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몇 해 전일까, 어쨌든 예전에 한번 박경리 소설 《토지》를 보려고 했다. 여러 권 사고 읽기도 했는데, 그때 책을 다 사지도 못하고 읽지도 못했다. 솔직히 난 《토지》를 꼭 읽어야 하나 하는 생각을 했다. 한국소설이든 외국소설이든 꼭 읽어야 하는 건 없을지도 모르겠다. 마음이 가면 만나는 거고, 마음이 안 가면 만나지 못하는 거다. 토지는 드라마로도 만들었는데, 제대로 본 적 없다. 언젠가 또 이 책을 드라마로 만들 날 오지 않을까. 지금 한류를 세계 사람이 좋아하니 말이다. 예전엔 긴 소설 읽기도 했다. 그렇게 많이 본 건 아니고 다 기억하지 못하지만 《레 미제라블》(빅토르 위고) 다 읽었고, 《몬테크리스토 백작》(알렉상드르 뒤마)도 읽었다. 《삼국지》는 여러 사람이 편역한 걸 읽었다. 한국소설로는 《태백산맥》(조정래)과 《삼한지》(김정산). 《삼한지》는 통일신라로 가는 이야기로 고구려 신라 백제가 나오지만 신라 이야기가 많았던 것 같기도 하다.


 오랜 시간에 걸쳐 《토지》는 쓰였다. 박경리는 처음부터 그런 생각으로 이 소설을 시작했을까. 일본소설 그것도 일본말로 여러 권 본 책이 생각났다. 오노 후유미가 쓴 <십이국기> 시리즈와 《고스트 헌트》, 이건 책이 새로 나와서 읽었구나. 내가 토지가 나왔을 때부터 읽었다면 따라서 읽었을지도 모를 일이다. 토지는 내가 태어나기 전부터 세상에 나왔구나. 박경리는 토지를 1969년부터 1994년까지 스물여섯해 동안 썼다. 박경리는 소설을 쓰는 동안 암에 걸리기도 했다. 수술을 하고 바로 글을 쓰고, 이걸 쓰지 못한 적도 있었다. 그런 시간을 지나고 소설을 끝까지 쓰다니 대단하구나. 마지막을 썼을 때 어떤 느낌이었을까. 드디어 자기 손에서 소설을 떠나 보내도 되겠다는 마음이 들고 시원했을지 섭섭했을지. 둘 다였겠다. 그동안 《토지》는 여러 곳에서 나왔나 보다. 이번에 본 마로니에북스에서 나온 걸 정본으로 여기는가 보다. 이것도 열해 걸려서 여러 사람이 만들었다고 한다.


 소설이지만 이걸 끝까지 볼지 모르겠다. 한두권이 아니어서 이런 생각을 하는구나. 예전에는 조금밖에 못 봤고, 그때 본 건 하나도 생각나지 않는다. 이번에 본다고 이걸 기억할지. 사람이 많이 나온다. 여기에서 중심이 되는 건 양반인 최참판집이겠지. 평사리라는 말 생각난다. 서희 길상. 첫번째 책에서 서희와 길상은 어린이다. 아이에서 어른이 되고 혼란스런 시대를 살아가겠다. 드라마는 중심인물이 있다 해도 소설은 누구나 비슷한 느낌이 든다. 누가 중심이 아니고 그저 사람 이야기 같다. 조선에 살던 백성, 민초라 해야 할까. 조선이 망해가는 때구나. 양반은 더 이상 힘이 없는. 1권은 1897년 한가위 모습부터 보여준다. 한가위니 먹을거리가 많을 것 같지만 그건 잘사는 사람이나 그랬겠다.


 역사를 자세하게는 알지 못한다. 학교에서 배우는 역사는 몇년에 무슨 일이 있었다가 아닌가. 그런 것도 다 제대로 기억하지 못하는구나. 1897년 조선은 그리 좋지 않았을 것 같다. 이때는 공사노비가 사라졌지만 아직 그걸 다 지키지는 않았다. 최참판집에는 일하는 사람이 많았다. 여길 나가도 갈 곳이나 살 방법이 없었을 것 같다. 최참판이라고 하는데, 지금은 누가 벼슬을 하지 않는다. 이 집 독자인 최치수는 글공부는 한 것 같은데 그리 괜찮아 보이지 않는다. 비뚤어진 사람. 최치수 두번째 부인이고 서희 엄마인 별당아씨는 머슴이었던 구천과 함께 집에서 달아난다. 구천은 최치수 어머니인 윤씨부인이 낳은 아들이었다. 본래 이름은 김환이다. 출생의 비밀이구나. 오래전에는 겁탈을 당해도 아무 말 못하고 자신이 죄를 지었다 여기다니. 윤씨부인은 그 일 때문에 최치수한테 마음을 제대로 주지 못한 것 같다. 그래서 최치수가 비뚤어진 건가.


 조선시대에는 백정이나 무당을 아주 업신여겼다. 용이와 월선은 서로 좋아했지만, 월선이 무당 딸이어서 헤어졌다. 용이 어머니가 반대를 했다. 용이는 다른 사람 강청댁과 결혼하지만 여전히 마음을 잡지 못하고 월선이 평사리로 돌아오자 마음을 썼다. 용이 아내 강청댁은 아이라도 있으면 좋을 텐데 한다. 정말 아이가 있으면 괜찮을까. 아이가 있어도 그리 좋을 것 같지 않은데. 최치수 아이를 낳으려 하는 귀녀. 귀녀는 신분상승을 꿈꾸는 거겠지. 그런 귀녀를 이용해 최치수를 덫에 빠뜨리려는 김평산. 최참판집 재산을 노리는 최치수 먼 친척 조준구. 여러 사람 이야기가 나온다. 나라도 어지러워지려 하고 최참판집도 어지러워지려 하는구나.


 역사와 함께 흘러가는 많은 사람 이야기 쓰기 쉽지 않았겠다. 벌써 역사가 된 사람 이야기구나. 이때 여성은 이름이 없다. 무슨 댁이나 아이 이름을 넣어 누구네 한다. 이름이 있는 건 월선이 서희 봉순이구나. 양반집 마님인 윤씨부인도 그냥 윤씨부인이다. 지금 생각하니 귀녀도 있다. 귀녀는 귀하다는 걸지, 귀신일지. 귀녀가 하려는 걸 생각하니 귀신에 가깝다는 생각이 든다.




*더하는 말


 내가 이 책을 읽기로 하니 책이 새로 나왔다. 이런, 좀 더 나중에 볼걸 그랬나. 그래도 그냥 새로운 책에 쓴다. 앞부분 미리보기로 보니 다른 거 보이지 않았다. 뒤에는 다른 거 있을지. 앞에 마로니에북스에서 나온 거 봤다고 썼구나. 그걸 여러 사람이 오랜 시간 들여 만들어서 그런지 이번 거 크게 바꾸지 않은 듯하다. 여러 권 읽은 책에는 《빨강 머리 앤》도 있다. 다 읽었지만 잊어버린 게 더 많구나.




희선





☆―


 어느 해, 마을에는 가뭄이 들었다고 했다. 들판은 누우렇게 타버리고 강물은 말라서 고기들이 말라 죽는 무서운 가뭄이었다고 한다. 나라에서는 기민 쌀을 내었으니 그것도 한도가 있는 일, 길거리에는 굶어 죽는 시체가 나동그라지고 그것을 파먹는 짐승조차 얼씬거리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때 최씨네 고방에 쌓인 곡식은 그네들, 굶주린 농부들의 전답문서하고 바꾸어졌으며, 석 섬 나는 논 한 마지기는 몇 말 곡식으로 둔갑을 해도 조상 전래의 땅이 없어지는 설움보다 당장 목숨 부지하기에 급급했다는 것이다. 이때 자식 일곱을 거느린 과부는 가물가물 정신을 잃어가는 자식들을 보다 못해 죽물이나마 목을 축여주려고 바가지를 안고 기다시피 최씨네 문전에 가서 애절하게 구걸을 했다는 것이다. 전답문서와 바꾸어야 하는 금싸라기 같은 곡식이 나올 리 없었고 과부는,


 “오냐! 믹일 기이 없어서 자식새끼 거나리고 나는 저승길을 갈 기다마는 최가 놈 집구석에 재물이 쌯이고 쌯여도 묵어줄 사램이 없을 낀께, 두고 보아라!”


 저주를 남기고 굶주려 죽은 과부와 그 자식들 원귀 때문에 최참판댁에는 자손이 내리 귀하다는 것이다.  (28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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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유행열반인 2023-06-25 13:2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는 2000년에 개포동 헌책방가서 전집 사가지고 시외버스 타고 지고 내려온 토지를 7년 전 2016년에야 큰 맘 먹고 읽기 시작했어요. 그해 읽은 65권 중 16권(저는 전 16권짜리 솔 출판사 판을 가지고 있어요)이 토지였으니 나름 독서 생활의 분기점(?) 같은 한 해였습니다. 시도 열심히 쓰시고 글과 말 늘 곰곰 굴려가시는 희선님께 토지 독서 다양한 단어와 사람들 이야기 만나는 시간 될 거라 생각합니다. (물론 중간 지루한 기간 길기도 한데 끝권에서 탁 해방되는 느낌과 함께 아 이제 안녕…하는 아쉬움이 남기도 했습니다 ㅎㅎㅎ)

희선 2023-06-27 02:22   좋아요 2 | URL
헌책방 지금은 없어졌을 것 같아요 헌책방이 많이 사라졌네요 알라딘에서 헌책을 팔기는 하지만, 제가 사는 곳엔 없어서 한번도 못 가 봤습니다 헌책방도 이제는 없어요 몇해 전에는 있던 책방도 문을 닫았습니다 헌책방에서 한꺼번에 《토지》를 사 오시다니, 헌책이라 해도 그 책 한번에 샀을 때 기분 좋으셨겠네요 저는 예전에 태백산맥 헌책으로 한번에 샀어요 그런 일은 별로 없는데, 그냥 사고 싶었다고 할까 겨우 한번밖에 못 읽었습니다 글을 잘 쓰면 좋을 텐데, 그렇지는 못하네요 책을 사시고 시간이 흐른 뒤지만 다 보셨군요 그렇게 읽었을 때도 뿌듯했겠습니다 어떤 책을 보고 좀 달라지면 좋을 텐데, 저는 그러지도 않는 것 같아요 그래도 지금은 책을 읽고 잘 못 써도 쓰니 예전보다는 낫겠지요 오래 본 책이 끝나면 많이 아쉽겠습니다 거기에서 만난 사람과도 헤어지겠군요


희선

반유행열반인 2023-06-27 09:51   좋아요 2 | URL
놀랍게도 개포서적백화점 검색해보니 아직 있다고 하네요 ㅋㅋㅋ헌책방
아니고 백화점(?)으로 이름 붙여 살았을까요? ㅋㅋㅋㅋ

희선 2023-06-29 03:03   좋아요 1 | URL
주소 보니 서울 강남이네요 강남에서 살아 남다니... 대단한 곳이네요 잘 모르지만 강남은 비싸잖아요 사람들이 거기를 잊지 않고 가기도 하는가 봅니다


희선

세실 2023-06-25 11:1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토지 시작하셨군요. 저도 일단 1권부터 다시 읽으려구요. 얼마전 원주에 있는 문학의집, 공원 다녀왔는데 참 좋았거든요^^

희선 2023-06-27 02:24   좋아요 1 | URL
예전에 책을 한권씩 사서 봐야지 하다가 하지 못했는데, 이번에는 끝까지 볼까 합니다 잘 볼지 어떨지 모르겠지만... 박경리 문학의 집에 갔다 오셨군요 좋은 경험이 됐겠습니다


희선

서니데이 2023-06-26 18:0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번에 새로 나온 토지인 모양이네요.
이전에 크게 제목이 쓰여진 책의 전자책을 사긴 했는데, 몇년째 읽지 않고 있다는 것이 생각났어요.
새로 나온 책도 달라진 것이 많은지 찾아봐야겠어요.
희선님, 더운 날씨 조심하시고, 좋은 하루 보내세요.^^

희선 2023-06-27 02:26   좋아요 2 | URL
제가 본 건 마로니에북스에서 나온 거기는 한데, 앞부분 보니 달라진 게 없더군요 그래서 그냥 여기에 올리기로 했습니다 새로 나온 책 읽은 기분 들기도 하네요 2023년에 새로 나오다니... 이제 시작이지만 반갑습니다 이번주부터 장마예요 비가 와도 많이 오지 않았으면 하는데... 서니데이 님도 건강 잘 챙기세요


희선

감은빛 2023-06-26 18:1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오래 전에 [토지] 완독 시도했다가 중간에 포기했던 기억이 나네요.
대학시절 [태백산맥]도 절반 이상은 읽었었는데, 결국 끝까지 읽지는 못 했네요.
그보다 더 어렸을 때에는 [대망]과 [후대망] 시리즈도 시도했다가 포기했었어요.
긴 시간 진득하게 읽는 것이 쉽지 않네요.

[반지의 제왕]을 비롯해 몇몇 판타지 소설들은 긴 시리즈였어도 다 읽었었는데요.
재작년이었던가? [듄] 시리즈도 읽으려고 시도했다가 역시나 중간에 그만두었어요.
올해 여름에는 휴가를 따로 가지 말고 집에서 [듄]이나 읽을까 하고 생각중입니다.

희선 2023-06-27 02:34   좋아요 1 | URL
저와 비슷하시군요 저도 그랬는데 이번에 다시 보고 싶은 마음이 생겼습니다 거리의화가 님이 보셔서 그런 마음이 들었어요 거리의화가 님은 이 책뿐 아니라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도 보시는군요 예전에는 긴 책 잘 봤는데,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런 책을 쓰기도 했네요 좀 유치하죠

저는 판타지 소설은 거의 못 봤군요 반지의 제왕이나 듄은 새로 나오기도 했군요 두꺼운 걸로... 그런 걸로 보면 더 좋을 듯합니다 열권 넘는 것보다... 두꺼워도 한두권이면 볼 수 있다 생각해도 권수가 많으면 그걸 언제 다 보나 하는 마음이 들기도 하잖아요

이번 여름에 《듄》을 보실 거군요 언젠가 그 책 사셨다고 하셨지요 그 책 읽을 생각을 하면 즐겁겠습니다


희선

페넬로페 2023-06-26 21:2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토지 읽고 싶은데 20권이나 되어 아직 엄두를 못내고 있어요.
희선님, 토지 완독하시길 바라요.
저도 언젠가는 시작해야겠어요^^

희선 2023-06-27 02:36   좋아요 2 | URL
페넬로페 님은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보셨으니 토지도 보시면 끝까지 보실 거예요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보다 읽기 편할지도 모르죠 한국에서 일어난 이야기기도 하니... 토지에는 정말 많은 사람이 나오겠지요 그런 사람 어떻게 생각했을까 싶기도 합니다


희선
 
일기 쓰는 법 - 매일 쓰는 사람으로 성찰하고 성장하기 위하여 땅콩문고
조경국 지음 / 유유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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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주 가끔 글쓰기 책을 보기도 한다. 다른 건 내가 바로 쓰기 어려워도 일기는 바로 쓰지 않을까 싶어서 이 책을 봤다. 본래 쓰기는 하지만. 더 잘 썼으면 해서 이 책 《일기 쓰는 법》을 만났다. 일기 쓰는 법 어렸을 때 배웠던가. 많은 사람이 숙제로 일기를 처음 썼겠다. 나도 그런 것 같다. 그림일기 잘 생각나지 않는데, 그런 것도 썼던가. 그림을 못 그려서 그때도 별로 안 좋아했을 것 같다. 그림일기 쓴 기억 조금 나기도 한다. 시간이 흐르고는 줄만 쳐진 일기장에 썼다. 검사 받는 일기. 그것도 다른 때보다 방학숙제로 썼다. 바로 바로 안 쓰고 밀려서 써서 힘들었던 기억이. 그게 어느 정도나 이어졌는지 나도 잘 모르겠다. 그때 지나고도 일기 썼다. 중학생 고등학생 그 뒤로도. 그 일기장 이제 없지만. 읽어봐도 별거 없겠지만, 없어져서 아쉽다.


 일기는 날마다 쓰는 걸 텐데, 지금은 날마다 안 쓰고 어쩌다 한번 생각나면 쓴다. 가끔 써도 다르게 쓰면 좋을 텐데, 다른 날과 다르지 않다. 그렇게 쓴 것도 오랫동안 일기 쓴 걸까. 이 책을 쓴 사람뿐 아니라 여러 사람이 일기를 쓰다가 여러 책을 썼다는데, 내가 쓴 일기는 그럴 일은 없겠다. 재미없어서. 여기서는 누구를 만나고 뭘 먹고 어디에 가고 뭘 했나를 써 보라고 했는데, 난 만나는 사람 없다. 먹는 것도 없고. 집에서 커피나 과자를 먹기는 하는구나. 하는 것도 그저 책읽기 정도밖에 없다. 참 단순하게 산다. 그게 낫기는 하다. 이것저것 하거나 누군가를 만나야 한다면 힘들 거다. 내가 이렇구나. 그냥 별 일 없이 하루하루 사는 게 좋다. 이러면 쓸 게 없겠다.


 한때 일기가 글쓰기에 도움이 된다는 말을 보고 날짜가 적힌 일기장 한쪽을 하루도 안 빠뜨리고 쓰기도 했다. 그때는 지금보다 덜 단순하게 살았던가. 날마다 갈 곳이 있었을지도 모르겠다. 꼭 어딘가에 가고 누군가를 만나야 일기 써야 하는 건 아닐 거다. 그냥 쓰고 싶은 거 쓰면 되지 뭐. 이렇게 생각하면서도 일기 잘 못 쓰는구나. 일기장 따로 없고 공책에 쓰다가 2023년에는 일기장에 쓴다. 지난해에 2022년부터는 일기를 잘 써 볼까 생각한 적 있는데, 2022년 시작부터 영 아니어서. 일기는 아니어도 책을 보면 쓴다. 이것도 잘 못 쓰지만. 잘 못해도 꾸준히 하는 게 어딘가 싶다. 잘 하려고 하기보다 즐겁게 하는 게 좋겠지. 일기 쓰기도 다르지 않다.


 예전엔 일기 쓰는 펜 따로 있었는데, 지금은 없다. 만년필로 일기 쓰는 사람도 있고, 이 책을 쓴 조경국도 만년필로 쓴단다. 어쩐지 부럽다. 예전에는 일기 자주 써서 글씨가 괜찮기도 했는데. 지금은 일기 쓰는 글씨체 별로다. 볼펜으로 흘려쓴다. 글씨는 날마다 쓰기는 한다. 연습장에 쓴 걸 공책에 옮겨 쓸 때는 천천히 쓴다. 어렸을 때는 정자체도 썼는데. 그 글씨체 오래 안 썼더니 지금 쓰면 별로다. 연습을 해야 나아질 텐데. 한번 글씨체를 바꿔 보려고 했는데 잘 안 됐다. 내가 바꾸려 했던 글씨체는 편지 쓸 때 쓰는 거다. 어쩌다 보니 편지 쓸 때는 조금 기울여서 쓴다. 그게 오래돼서 바꾸기 어렵다. 펜에서 글씨체로 넘어오다니. 편지 쓸 때 쓰는 펜은 동아 파인 테크 0.3 그린과 바이올렛이다. 종이(편지지)에 따라 가는 펜 굵은 펜 쓰면 좋은데, 굵은 펜(동아 미피 향기나는 중성펜 0.5 그린)은 안 보인다. 별걸 다 썼다. 평소에 막 쓰는 볼펜은 모나미 153 0.7이다. 연필이나 샤프펜슬도 쓴다. 이건 일기 쓰는 게 아닌데. 이 말은 《아무튼 문구》(김규림)를 읽고 써야 했던 거구나.


 손으로 글을 쓰면 문구에도 관심 갖지 않나. 난 즐겨쓰는 공책 없다. 예전에도 들었던 미도리 노트가 여기에도 나왔다. 몰스킨 다이어리 한번도 안 써 봤지만 비싸다는 건 안다. 조경국은 몰스킨 다이어리에 일기 썼는데, 만년필로 쓰면 뒤에 비쳐서 자신이 만들어서 쓴단다. 브루스 채트윈 책 《송라인》에는 더는 몰스킨 노트를 구하지 못할까 봐, 평생 쓰려고 100권 주문하는 장면이 나온단다(60쪽). 그 이야기 다른 데서도 본 것 같다. 그 마음 나도 알겠다. 예전에 난 문구점에 가면 두꺼운 공책을 여러 권 샀다. 지금은 두꺼운 공책이 잘 안 나오고 얇은 것도 비싸다. 일기장으로 쓰려고 산 건 아니지만. 몇 권 사둔 공책이 아직 있어서 다행이다. 글은 써야 하는데 공책과 펜만 준비하고 안 쓰기도 하겠지. 글은 종이와 연필만 있으면 되겠다. 일기는 다른 글보다 조금 편할 거다. 나도 앞으로 일기 즐겁게 써야겠다. 날마다 못 쓰고 어쩌다 한번 쓴다 해도. 2023년부터 날마다 써 보려 했는데.


 사람은 책을 읽지 않고 글을 쓰지 않아도 사는 데 별 문제 없다. 나도 한동안 아무것도 안 한 적 있기도 하구나. 그냥 하기 싫어서. 편지랑 일기는 조금 썼던가. 아무것도 안 쓰지 않았구나. 책 안 읽고 글 안 쓰는 것보다 책 읽고 글 쓰는 게 나은 것 같다. 일기를 쓰고 하루를 되돌아 보는 것도 중요하고, 잊고 싶지 않은 일을 적어두는 것도 중요하겠다. 난 그런 일 거의 없지만. 뭐든 적어두면 그게 좋은 기억이 될지도. 시간이 지나고 우연히 예전에 쓴 일기를 보고 이때 이런 일이 있었구나 하는 것도 재미있겠지. 멋진 하루 못 보내면 어떤가. 단순한 하루하루도 소중하다.




희선





☆―


 일기를 꼬박꼬박 쓴다고 삶이 달라지지는 않는다고 먼저 말해두고 싶군요. 대신 일기를 쓰는 동안 ‘자신’을 지킬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것만으로도 일기를 쓸 까닭이 충분하지 않을까요. 하루 내내 이런저런 일이나 사람들하고 관계에 치이고 시달리다 보면 스스로를 되돌아볼 시간도 없기 마련입니다. 자신도 모르게 세월이 흐르고 더는 이런 생활이 힘들 때가 되면 ‘내가 지금 뭐 하고 있지?’ 하고 질문하게 됩니다. 이 질문에 정해진 답이 있는 건 아니죠, 하지만 잠시라도 생각하고 답할 시간이 있어야 합니다. 나를 돌아볼 시간입니다.  (71쪽)



 일기는 과거를 잊지 않게 하는 도구이자 앞날을 준비하는 작은 디딤돌입니다.  (9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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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6-22 09:4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06-24 01:34   URL
비밀 댓글입니다.

새파랑 2023-06-22 15:2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일기를 써볼까 하다가도 매일매일 똑같은데 쓸게 있을까란 생각이 들더라구요 ㅋ 일기쓰는 사람이 부럽기도 합니다~!!

희선 2023-06-24 01:36   좋아요 2 | URL
똑같아도 쓰는군요 어떤 때는 쓰고 싶은 마음이 들기도 하는데, 다른 걸 해야 하면 바로 못 쓰고 그 시간이 지나면 못 쓰기도 하네요 일기는 쓰고 싶을 때 쓰는 게 좋은데... 날마다 쓰지 않으니 일기라 하기 어렵겠네요


희선

페크pek0501 2023-06-22 21:4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일기를 잘 쓰기가 가장 어려운 것 같아요. 만족스러운 일기를 써 본 적이 없어요.
써 놓고 나면 반복되는 생각들, 단조로운 문장들, 그리고 계획과 목표가 눈에 띄어요.
일기라기보다는 여러 짧은 단상들의 나열이 될 때가 있고요!!

희선 2023-06-24 01:38   좋아요 1 | URL
일기는 자기만 보는 거니 아무렇게나 써도 괜찮기도 하죠 그런 것 때문에 쓰는 건지도 모르겠네요 그렇다고 일기에 이것저것 다 쓰지는 못하지만... 그나마 조금 편한... 계획과 목표가 있다면 아주 안 쓰는 것보다 낫죠 그런 게 있으면 그걸 하려고 하잖아요


희선
 
숲으로 보낸 편지 상추쌈 어린이 2
가타야마 레이코 지음, 가타야마 켄 그림, 김누리 옮김 / 상추쌈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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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러분은 편지 쓰기 좋아하세요. 저는 좋아해요. 이 책 《숲으로 보낸 편지》를 만난 것만 봐도 제가 편지 쓰기 좋아한다는 거 알겠습니다. 친구가 많지 않고 만나서 말하기보다 편지로 말하기 더 좋아합니다. 저만 그런 거 좋아하는군요. 친구한테 조금 미안하네요. 지금처럼 뭐든 빠른 시대에 좀 느려서. 편지는 가는 데 며칠 걸리잖아요. 거의 잘 가지만 가끔 편지가 길을 잃기도 합니다. 그런 일은 없으면 좋을 텐데. 편지 배달은 사람이 하는 것이니 어쩌다 한번 그런 일이 일어나도 이해해야 할지도. 그래도 아쉽습니다. 편지가 잘 가지 않으면.


 추운 겨울에 히로코는 편지를 썼어요. 히로코가 편지 쓴 상대는 사람이 아니예요. 히로코가 함께 호두를 줍던 다람쥐, 히로코가 꼬리를 밟아 놀라게 한 도마뱀, 귀가 검은 토끼와 새들한테 썼어요. 히로코가 편지 쓴 상대는 숲속 동물이군요. 그 편지는 누가 전해줬을까요. 히로코는 편지를 가지고 겨울숲에 가서 여전히 푸른 전나무에 편지를 묶었어요. 편지가 달린 전나무는 꼭 성탄절 나무 같기도 했어요. 저는 편지 잘 안 가면 어쩌나 걱정하고 나무에 편지 매달지 못했을 거예요.







 히로코가 동물한테 쓴 편지는 어떻게 됐을까요. 따스한 바람이 부는 날 히로코가 전나무를 찾아가서 보니 편지가 없었어요. 편지는 바람에 날아갔을지. 히로코는 전나무한테 편지를 썼어요. 편지를 매달게 해줘서 고맙다고. 어느 날 히로코 집 문을 누가 두드렸어요. 히로코가 문을 열고 보자 바닥에 나무 열매와 꽃이 놓여 있었어요. 히로코는 그게 동물들이 보낸 답장이라는 걸 알았어요. 히로코가 쓴 편지 사라진 게 아니고 잘 받아간 거였군요. 다행입니다. 제가 더 기쁩니다.


 따스한 바람이 불고 제비꽃이 피면 히로코는 전나무 밑에서 동물들을 기다리겠다고 했어요. 히로코가 전나무를 찾아가자 거기엔 다람쥐 토끼 도마뱀 새들이 있었어요. 전나무 밑엔 제비꽃이 피었답니다. 동물들이 먼저 거기에서 히로코가 오기를 기다렸군요. 히로코와 동물들은 따스한 봄을 더 따스하게 보냈겠습니다. 봄뿐 아니라 여름 가을도. 동물 친구가 있는 히로코 부럽네요. 히로코가 먼저 동물들한테 편지를 보내서 친구가 됐겠습니다. 이 책 보니 저도 편지 쓰고 싶네요. 히로코처럼 제비꽃이 피면 만나자고 못하겠지만, 건강하게 잘 지내라고 해야겠어요.


 제가 친구한테 쓴 편지 잘 가겠지요. 전나무가 아닌 집배원님이 잘 배달해주겠습니다. 여러분도 오랜만에 친구한테 편지 써 보세요. 편지 받는 것도 기쁘지만, 친구한테 편지 쓰는 건 더 기쁩니다. 편지를 쓰고 친구가 그걸 받기를 기다리는 시간도 즐거워요. 히로코도 동물들한테 편지 쓰고 제비꽃이 피길 기다렸겠습니다.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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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는나무 2023-06-19 10:0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그림책의 그림 넘 이쁘네요^^

희선 2023-06-22 00:05   좋아요 1 | URL
나무에 편지를 매달다니 재미있기도 하죠


희선

2023-06-19 10:1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06-22 00:2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06-19 10:2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06-22 00:27   URL
비밀 댓글입니다.

scott 2023-06-19 11:1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주말 불볕 더위 시작으로 오늘은 오전부터 30도를 넘었는데 희선님의 그림책 리뷰 속 전나무 눈발 날리는 장면 속으로 들어가고 싶어질 정도로 무덥네요
아이가 숲으로 보낸 편지
빛과 바람에 바스라져서
땅 속에 토양분이 되어 꽃으로 피어 났을 것 같습니다 ^^

희선 2023-06-22 00:31   좋아요 1 | URL
비가 와서 조금 덜 덥지만 습기 때문에 덥기도 하네요 앞으로도 습한 날 많겠습니다 장마가 지나가면 좀 낫겠지요 더울 때는 눈을 생각하면 조금 시원하겠습니다 겨울에 눈이 별로 안 와서 아쉽네요 지난 겨울이 생각나서... 비 한곳만 많이 쏟아지지 않기를 바랍니다 이렇게 생각해도 안 될지도 모르겠지만... scott 님 여름이니 건강 잘 챙기세요


희선
 
장미 별장의 쥐
왕이메이 글, 천웨이 외 그림, 황선영 옮김 / 하늘파란상상 / 2010년 4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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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국에도 그림책이 있겠지. 언젠가도 한번 봤는데, 이번에는 《장미 별장의 쥐》를 봤어. 작가 이름이 중국 사람 같다고 해서 다 중국 사람은 아니겠어. 다행하게도 이 책을 쓰고 그린 사람은 중국 사람 맞는 것 같아. 중국엔 사람도 많고 어린이도 많겠지. 작가도 많겠어. 그림책 그리는 사람도 있겠지. 내가 이름 아는 중국 작가는 그리 많지 않아. 그림책 작가는 더 몰라. 중국이 한국과 가깝지만, 말이 어려워서 멀기도 하군. 갑자기 세종이 중국말이 한국말과 다르고 어려워서 한글 만들었다고 한 말이 생각나는군.


 한국도 한자말을 쓰지만 한자를 그대로 쓰지 않고 한글로 소리를 적지. 장미(薔薇)라는 한자도 쉽지 않아. 어려운 중국말로 쓰인 걸 한국말로 봐서 다행이야. 여전히 중국 작가는 한국에 많이 알려지지 않은 듯해. 내가 잘 모르는 거고 관심 가진 사람은 많이 알까. 그럴지도 모르겠어. 책을 여러 권 만나 본 중국 작가는 위화뿐인 것 같아. 위화는 새로운 소설 쓰는 건지, 소식이 없군(읽지는 않았지만 위화 새로운 책 나왔어). 요즘은 중국 사람이 SF나 미스터리도 쓰고 그게 한국말로도 나오는군. 중국 사람뿐 아니라 대만 사람도 있겠어.


 장미라는 이름 한국 사람도 쓰던가. 아주 안 쓰는 건 아닐지도. 일본 소설에 장미 공주 이야기가 있었던 것 같아(이건 소설 속에 나온 이야기였어). 이 책 《장미 별장의 쥐》에서 장미 별장은 거기 사는 사람 이름이기도 해. 나이가 많은 여자야. 장미 할머니는 홀로 도시 밖 별장에 살았어. 장미 할머니는 다친 달팽이나 새와 개 그리고 젊은이를 돌봐주기도 했는데, 나으면 모두 그곳을 떠났어. 장미 할머니는 모두 떠나고 홀로 남아서 쓸쓸했을까.


 어느 날 남의 쌀을 몰래 가져가서 쌓아두는 걸 즐기던 떠돌이 쥐 쌀톨이가 찾아와. 쌀톨이는 떠돌이 생활을 끝내고 싶었어. 할머니는 쌀톨이를 장미 별장 지하 창고에 살게 해줘. 대신 집 울타리와 대나무 밭을 갉아 먹지 마라 했어. 그런 건 어렵지 않겠지. 잠시 동안 쌀톨이와 할머니는 잘 지냈는데, 언제부턴가 쌀톨이는 지하 창고에서 밖으로 나오지 않았어. 쌀톨이는 쌀로 술을 빚어 마시고 자주 취했어. 쥐가 그러다니.


 쌀톨이가 쓰러진 걸 보고 할머니는 쌀톨이가 죽었다고 생각하고 땅에 묻으려 했어. 장미 할머니는 쌀톨이가 죽은 걸 슬퍼하고 울었어. 쌀톨이는 죽지 않았어. 쌀톨이는 할머니가 자신을 위해 우는 걸 보고 술을 끊기로 했어. 장미 별장에 살고 싶다는 고양이 뚱이가 찾아오자 할머니는 쥐가 살아서 안 된다고 해. 뚱이는 그 말에 심술을 부렸어. 할머니는 뚱이가 하고 싶은대로 내버려두고 뚱이가 다쳤을 때는 치료해줬어. 쌀톨이는 뚱이가 장미 별장에 살게 하려고 자신은 떠나.


 오랜 시간이 흐른 뒤 쌀톨이는 장미 할머니가 생각나서 장미 별장을 찾아갔는데, 장미 할머니는 없고 뚱이만 있었어. 장미 할머니는 세상을 떠났지. 쌀톨이는 뚱이 옆에 앉아 장미 할머니를 생각하고 울었어. 누군가를 생각하고 우는 거 누군가한테는 기쁜 일일까. 난 잘 모르겠어. 그 사람이 이 세상에 없어서 슬퍼서 우는 건데, 웃는 게 낫지 않을까. 크게 웃는 건 아니고 죽은 사람이 저세상에서 잘 살기를 바라고 웃음 짓는 거지. 이 세상에서 살기도 힘든데, 저세상에서도 살아야 한다니. 저세상은 이 세상과 다르다 생각하면 되잖아. 언젠간 저세상에서 장미 할머니와 뚱이와 쌀톨이가 만날지도.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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