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문 고등학교, 수상한 축제 블랙홀 청소년 문고 20
정명섭 외 지음 / 블랙홀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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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고등학교에 다닐 때는 축제 없었어. 요즘 고등학교는 축제 있는가 봐. 중, 고등학교는 축제보다 체육대회였어. 어떻게 보면 그것도 축제인가. 하는 게 운동경기지만. 그때 그런 거 좋아했는지 안 좋아했는지. 그런 거 생각 안 하고 하면 하는가 보다 했군. 지금은 귀찮은데 그런 건 왜 해 할 것 같아. 예전에도 내가 학교 다닐 때는 학교 행사 참여했다고 했군. 그때는 별 생각없이 했어. 바보였군. 귀찮아서 싫어하는 것도 그리 좋은 건 아니겠지만. 난 튀지 않고 말 잘 듣는 사람이었어. 그렇게 살아서 학교 친구가 없나. 학교 친구가 있다고 해서 내가 지금과 많이 다를 것 같지 않지만.


 이건 귀문 고등학교 두번째 이야기로 《귀문 고등학교, 수상한 축제》야. 역사 깊은 귀문 고등학교. 귀문은 귀신이나 안 좋은 게 나타나는 곳을 가리키기도 해. 나만 이런 생각했을까. 일본 만화영화, 그것도 요괴가 나오는 것에서 들은 말이야. 지난번에도 ‘귀문’이라는 말 보면 귀신이 생각난다고 했을 거야. 고등학교 이름과 다르게 여기엔 현실이 담겼어. 환상은 없어. 아니 나도 모르겠어. 네번째에 나오는 전건우 소설 <탐정은 가면을 쓰지 않는다>는 고등학교보다 사회에서 일어나는 일 같아. 경찰이 정치가와 손 잡고 사람을 죽이고 그걸 다른 사람한테 뒤집어 씌우려 하거든. 그런 것은 다른 소설에서도 봤는데 실제로 일어날지도 모를 일이지.


 고등학교 축제에 자신이 좋아하는 아이돌이 오면 그거 아주 기쁜 일이겠어. 안상태는 레드신드롬을 좋아하는데, 축제에 온다는 거야. 그런데 귀문 고등학교로 전학 오고 별로 친하지 않던 미라가 상태한테 누군가 레드신드롬 공연을 못하게 하려 한다고 해. 상태는 레드신드롬 공연을 방해하려는 게 누군지 찾으려고 해. 이 소설은 <축제 공연을 사수하라>(정명섭)야. 상태는 레드신드롬 공연을 지켰을까. 자신이 좋아하는 아이돌 공연이니 망치고 싶지 않겠어. 고등학교 축제에 아이돌이 공연하러 가기도 할까. 난 이런 생각이나 하다니. 그런 거 잘 모르기도 해. 내가 아는 건 별로 없군. 학생들 마음도 잘 몰라.


 지난번에 정해연은 다른 사람 손을 잡으면 그 사람이 느끼는 죄책감을 아는 선생님 이야기를 썼는데. 이건 환상이군. 앞에서 환상은 안 나온다고 했는데, 선생님을 깜박했어. 이번에도 그 선생님 나와. <찢어진 드레스>야. 한 반에서는 축제 때 패션쇼를 하기로 했는데, 다솔이가 입을 드레스가 찢어진 거야. 아이들은 그 일을 도운 옥영이를 의심해. 사실 옥영이는 반에서 조금 따돌림 당하는 듯했어. 못생겼다고. 고등학생이 정말 그럴까. 얼굴 가지고 남을 따돌리다니. 이런 거 생각하니 슬프군. 지금 학생은 거의 화장하고 다닌다고 들었어. 그런 거 안 해도 좋을 나이일 텐데. 화장 안 하는 아이 있으면 이상하게 여길지도. 화장 귀찮지 않나. 이것과 조금 비슷한 주제가 나오는 건 마지막 소설 <역보물 찾기>(김동식)야. 보물찾기를 준비한 반이 있었는데, 누군가 보물을 다 찾고 다시 숨겼어. 그런 일이 일어난 건 1학년 때 일어난 일 때문이었어. 누군가를 괴롭힌 사람은 그걸 잊어도 괴롭힘 당하는 사람은 잊지 못해. 그건 평생 갈지도. 자신이 한 짓을 반성하는 사람이 아주 없지 않겠지만. 그런 사람은 적은 것 같아.


 자신 때문에 누군가 죽었다는 생각이 들면 사는 게 편하지 않겠어. <아무도 모르게>(조영주)에 나오는 김민정은 어릴 때 일어난 일 때문에 그렇게 힘을 쓰지 않고 살았어. 민정은 어릴 때 살인자를 만났는데, 그 사람은 자기 딸을 찾는다고 했어. 민정이가 그 사람을 돕다가 다른 아이를 만나고 그 아이도 도와줬어. 어느새 그 아이와 남자는 사라졌어. 그 아이는 죽었어. 범인은 십대 여자아이를 여럿 죽인 사이코패스였어. 민정이는 그때 열살 밑이었어. 그래도 민정인 다른 아이가 자신 때문에 죽었다고 여기고 자신도 그 나이가 되면 죽어야 한다고 생각했어. 그런 생각까지 하다니. 아버지가 살인마인 것도 살아가기 힘들겠지만, 자기 대신 죽임 당한 사람이 있다고 믿으면 살기 힘들겠어. 아버지가 살인마인 아이도 민정이도 잘못이 없는데. 어쩐지 두 사람 마음 알 것 같기도 해. 자신만 제대로 산다고 괜찮지 않잖아. 어쩌면 내가 엄하게 생각하는 건지도. 난 식구도 윤리 도덕을 지키고 살기를 바라. 자신은 자신이 지키면 되지만 남의 마음은 어쩌지 못하지. 그래도 식구에 안 좋은 짓하는 사람이 있다면 떳떳하게 살기 어려울 것 같아.


 애리 아버지는 살인마에 사형수야. 지난번에는 귀문 고등학교에 다니는 학생이었는데. 학교 아이들은 애리 아버지 일을 알게 되고 애리도 사이코패스다 했어. 고등학생 애리 좀 이상하기는 했어. 친구 해환한테 집착했거든. 그런 애리가 이번엔 민정이 죽지 않기를 바라고 찾아와. 애리는 민정이한테 살라고 해. 나도 민정이가 살았으면 해. 애리도.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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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23-09-28 12:1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 그러고 보니 그런 시절이 있었네요. 우리 학교 땐 정말 체육대회, 교내 합창제, 백일장 뭐 그런 행사가 많았는데 지금은 축제라고 하는가 보네요. 그땐 공부하나 안 한다는 것 뿐 좋은 줄 몰랐는데 그립네요. 지난 코로나 3년동안 축제 한 번 못해보고 졸업한 아이들 생각도나고.ㅠ

희선 2023-09-28 23:52   좋아요 1 | URL
체육대회 하나라도 나가서 이기면 좋지만, 지면 아쉽기도 했네요 그런 때는 왜 우는지... 지금 생각하니 조금 우습기도 하네요 즐기면 좋을 텐데, 제대로 못 즐긴 듯한 느낌이 듭니다 저는 그랬다 해도 다른 아이는 즐겼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코로나 때문에 학생들 못한 거 많았겠네요 2023년엔 조금이라도 나았기를... 코로나 기간에 학교에 들어가고 졸업한 아이는 학교에서 한 게 별로 없겠습니다


희선
 
우중괴담 스토리콜렉터 104
미쓰다 신조 지음, 현정수 옮김 / 북로드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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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서운 이야기 하기에 좋은 분위기는 어떤 걸까. 늦은 밤, 비가 오는 밤, 눈에 갇힌 밤. 밤은 빼놓지 않는구나. 난 무서운 이야기 해 본 적 없다. 아는 게 없으니. 겪은 일도 없다. 아니 한두번 있었을지도 모르지만 그렇게 무서운 일은 아니었다. 여기에 담긴 이야기에는 소설가가 야간 경비를 하는 이야기가 있는데, 소설가는 종교시설에서 야간 경비를 하면서 소설을 쓰려고 한다. 한차례 그곳을 돌아보고 와서 소설을 쓰려고 했는데, 소설가 자신이 쓰지도 않은 말이 공책에 쓰여 있었다. 이 말 왜 하느냐 하면 나도 비슷한 일이 있어서다. 컴퓨터 쓰면서 뭔가 쓰려고 한 것 같은데 그때 무척 졸렸다. 졸린데 난 뭘 쓰려고 했던 걸까. 잠깐 졸다가 깨서 컴퓨터 모니터를 보니 글 제목 쓰는 칸에 ‘지옥에나 가라’는 말이 쓰여 있었다. 그때는 깜짝 놀라 글쓰기 누르지 않았는데 지금 생각하니 아쉽다. 남겨두는 건데. 내가 그걸 쓰지 않았다고 생각하는 건, 그때 난 그런 생각 안 해서다. 안 좋은 생각을 안 하는 건 아니지만. 그건 누가 쓴 걸까. 여전히 수수께끼다. 야간 경비하던 소설가가 쓴 말이 ‘지’여서 그 일이 생각났다. 일본말을 한국말로 옮겼을 때 ‘지’지만.


 미쓰다 신조는 호러와 추리를 섞은 이야기를 쓴다. 어떤 이야기는 어느 정도 설명이 되지만, 어떤 이야기는 왜 그런 일이 일어나는지 알지 못하기도 한다. 미쓰다 신조는 세상에는 그런 것도 있다고 말한다. 괴담은 그저 괴담으로 받아들이자고. 그건 그렇겠지. 세상엔 인과 관계가 뚜렷하지 않은 일도 있다. 무서운 이야기는 더 그럴지도. 무서운 이야기를 하면 무서운 일이 일어난다는 건 부조리하지 않나. 앞에서도 말했듯 난 무서운 이야기를 즐기지 않는다. 그런데도 미쓰다 신조 소설은 조금 봤구나. 미쓰다 신조는 다른 사람한테 들었다면서 글을 쓰기도 한다. 그건 정말 다른 사람한테 들은 이야길지 뭔가를 보다가 알게 된 이야기를 그런 식으로 쓴 건지. 이 책 《우중괴담》은 다른 사람이 경험한 일을 미쓰다 신조가 듣고 여러 가지를 바꿔서 썼다는 설정이다.


 얼마전에도 미쓰다 신조 소설을 봤는데 또 봤구나. 미쓰다 신조 소설에는 어린 남자아이와 할머니가 나오기도 하는데. 지난번에도 그런 게 나왔고 여기 담긴 <은거의 집>에도 나왔다. 미쓰다 신조는 할아버지가 없어서 할머니와 친하게 지냈다고 한다. 그런 경험을 해서 소설에 자주 썼나 보다. 미쓰다 신조 소설을 몇해 동안 보다보니 어떤 공통점을 알게 됐구나. 소설을 본다고 미쓰다 신조 작가를 알 것 같지는 않다. 어린이는 무서워하면서도 하지 마라 하면 그걸 하기도 한다. <은거의 집>에 나온 아이도 다르지 않았다. 아이는 집에서 먼 곳에서 이레를 지내야 했는데 자신을 돕는 할머니가 한 말에서 울타리 밖으로 나가면 안 되고 다른 사람이 말 시키면 하지 않아야 한다는 걸 어겼다. 그래도 아이는 큰일을 겪지 않고 끝났다. 큰일은 죽는 거겠지. 아이는 자라고 어른이 되고 어릴 때 일을 작가한테 말했다.


 여기 담기 이야기는 모두 다섯 편이다. <은거의 집> <예고화> <모 시설의 야간 경비> <부르러 오는 것> <우중괴담>. 앞에서 어린이가 하지 마라는 거 한다고 했는데, <부르러 오는 것>에서도 그랬는데, 거기 나온 사람은 어린이가 아니다. 그거 읽으면서 하지 마라는 거 왜 하는 거야 했다. 호기심 때문이었을까. 그 사람이 그걸 어겨서 할머니나 어머니가 죽지 않았을까 싶은데. 자신이나 딸도 위험해질 수 있다는 걸 깨닫고 그 사람은 조심했다. 지금도 조심하고 살지도 모르겠다. 모르는 뭔가가 사람을 부르러 오는 건 미쓰다 신조 다른 소설에서도 본 것 같은데. 같은 작가니 비슷한 걸 쓰기도 하겠지. 그리고 비.


 비가 오면 앞이 잘 보이지 않는다. 비가 오면 낮인데도 세상이 어둡다. 그럴 때 마물 같은 게 나오기 쉽겠다. 미쓰다 신조 소설에는 비가 올 때 이상한 일이 일어나는 이야기가 여러 편이다. 비 올 때만은 아닌가. 나가면 안 되는 곳을 나가거나 들어가면 안 되는 곳에 들어가도 그렇구나. 사람 뒤를 따라오고 사람을 무섭게 하는 정체는 뚜렷하게 나오지 않는다. 그건 뭘까. 정체를 모르기에 무서운 거겠다. 무언가 뒤를 따라올 때 돌아보면 거기엔 뭐가 있을까. 자기 자신. 자신이 잘 아는 누군가. 이건 별로 무섭지 않을까.


 누군가 그린 그림이 실제 일어난 일 있을까. 앞으로 일어날 일을 꿈에서 보면 그걸 예지몽이다 하는데 그림도 그럴지. <예고화>는 내가 놓쳐서 잘 몰랐던 것도 있었다. 나중에 그걸 알고 아쉽게 여겼다. 그걸 안다고 달라질 건 없지만. 여기엔 추리할 것도 있다. 아이는 자신이 그리는 그림에 힘이 있다는 걸 알고 그렸을지. 아주 모르지 않고 어렴풋이 알았을 것 같다. 그 그림에 담긴 저주 같은 것에서는 달아날 수 없나 보다. 아니 자신이 살려고 그림에 다른 그림을 그려서 안 좋게 끝났을지도.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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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파랑 2023-09-25 12:0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희선님 공포체험 하셨군요..과연 누가 썼을까요? 설마?? 귀신??

희선 2023-09-26 00:28   좋아요 1 | URL
정말 그때 그걸 누가 썼는지... 여전히 모르겠습니다 제가 기억 못하는 거고 제가 썼을지...


희선

감은빛 2023-09-27 19:4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가끔 우리가 겪는 어떤 일들을 쉽게 이해하지 못할 때가 있지요.
그럴 때 우리는 미스테리나 귀신 등 초자연 현상으로 연결시키기도 해요.
저는 어려서부터 몇 차례의 이상한 일들을 겪었어요.
그걸 그저 귀신이나 심령현상 등으로 치부해버리는 건 쉬운데,
정말로 왜 그런 일이 일어났는지를 추적해 파헤치기는 쉽지 않죠.
당장 우리가 접할 수 있는 정보가 적어서 그런 것이 아닐까 싶어요.

근데 희선님께선 정말 그런 말을 쓰실 것 같지 않은데,
누가 썼을지 궁금하네요.

희선 2023-09-27 23:47   좋아요 0 | URL
세상에서 일어나는 일은 다 알기 어렵기도 하겠습니다 그런 걸 파헤치면 알지... 평생 그런 거 한 사람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네요 그저 신기한 일이 다 일어났네 하는 게 좋을 듯합니다 아주 많이 믿거나 아주 믿지 않거나 하지 말고... 유연하게 받아들이면 좋겠네요 멋대로 생각하는 걸지도 모르겠지만...

감은빛 님은 이상한 일 여러 번 겪으셨군요 귀신이라고 해서 다 무서운 건 아닐지도 모르겠습니다 사람을 도와주는 것도 있을 것 같아요


희선
 
알라딘 버라이어티 팩 세트 - 12g, 5개입
알라딘 커피 팩토리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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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가지가 아닌 다섯 가지 커피, 좋네. 이름도 ‘버라이어티 팩 세트’가 아닌가. 다섯 가지에서 딱 하나 안 마셔 봤다. 안 마셔 본 게 있어서 좋기도 하구나. 그때는 왜 안 샀을까. 커피 안 사는 달도 있는 거지. 커피는 마시지만...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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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23-09-26 09:4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런게 있었군요. 근데 마침 품질이네요. 전 그냥 인스턴트 먹지만 관심이 가네요. ㅋ

희선 2023-09-27 23:21   좋아요 1 | URL
이상하게도 제가 사고 쓰려고 하면 품절일 때가 있더군요 이건 다시 나올지 모르겠지만, 다른 건 나중에 다시 나오기도 했어요 커피맛 다 알지는 못하지만, 여러 가지여서 괜찮기도 합니다 알라딘에서 드립백 커피를 마셔서 그런지 이거 안 마실 때 원두 커피 생각나기도 해요 생각나는 건 카페인일까요


희선
 
유리가면 : 무서운 아이 생각학교 클클문고
조영주 지음 / 생각학교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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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얼마전에 본 책 《교실이, 혼자가 될 때까지》(아사쿠라 아키나리)에는 친구가 괜찮다고 하면 자신은 마음에 들지 않아도 어쩔 수 없이 친구 말대로 했다는 말을 보았다. 사람은 남이 어떻다고 하는 것에 눈치를 보기도 한다. 눈치 보는 게 아주 안 좋은 건 아니지만, 그것 때문에 자기 자신을 잃으면 안 되겠지. 자신이 하고 싶은 게 뭔지 잘 알아야 한다. 괜히 남을 따라하다 보면 어느 순간 난 누구지 할지도 모른다. 자신이 하고 싶은대로 하다 친구가 하나도 없게 되면 쓸쓸할까. 그럴 때는 어떻게 해야 할지 나도 잘 모르겠다. 다른 친구가 나타날지도 모르고 혼자 뭔가를 하면서 기쁨을 느껴도 괜찮겠다(나도 잘 못하면서 이런 말을 썼다).


 이번에 본 책은 《유리가면》이다. 난 만화 <유리가면>은 본 적 없다. 이걸 보니 만화책 한번 보고 싶은 생각이 조금 들었다. 꽤 길고 아직 끝나지 않았나 보다. 만화 <유리가면>에는 연극을 알고 거기에 빠지고 그것만 생각하는 아야라는 아이가 나온다고 한다. 이 소설 《유리가면》엔 글쓰기를 좋아하고 그것만 생각하고 빠져드는 윤유경이 나온다. 이 유경이란 이름은 해적판 <유리가면> 속 마야 이름이란다. 유경 엄마 아빠는 만화 <유리가면>으로 친해지고 사귀고 결혼도 하게 됐다. 지금은 헤어졌지만. 유경은 엄마하고 살다가 엄마가 다른 사람하고 결혼하고 캐나다로 가서 아빠와 살게 됐다. 아빠는 이름이 잘 알려진 웹툰 작가였다. 유경은 어릴 때 아빠처럼 그림을 잘 그리지 못하니 글을 쓰겠다고 생각하고 썼다. 아빠가 유경을 응원하고 유경이 쓴 글을 봐줘서 즐겁게 썼겠다.


 학기초에 학교를 옮겨도 친구 사귀기 쉽지 않겠지. 그럴 때 괜찮아 보이는 아이가 자신한테 말을 걸면 기쁘겠다. 생각중학교 2학년 1반이 된 유경한테 예쁘게 생긴 은유미가 관심을 보였다. 유미가 유경한테 관심을 보인 건 유경이 가진 명품 가방 때문이었다. 유미는 유경한테 집이 자기 집인지 대출이 있는지도 물어본다. 정말 요즘 아이들은 그런 걸 아무렇지 않게 물어볼까. 아파트에 살지 않으면 따돌린다는 말 본 것 같기도 하다. 유미는 그저 유경이 가진 배경 때문에 친구가 되려고 했다. 그런 사람을 친구라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처음에 유경은 유미한테 끌려 갔는데, 유미와 있었던 일을 글로 써 보고는 유미와 거리를 두려 한다. 유미와 있으면 자신이 하고 싶은 걸 하지 못했다.


 바로 유경이 유미와 거리를 두려고 해서 잘했다 했는데, 이야기는 거기에서 끝나지 않는다. 유경은 글을 쓰려고 학교에 일찍 갔다. 그러다 반장인 채준과 마주친다. 채준은 1등병이 있는 아이로 학교에도 자신이 가장 먼저 와야 했는데 몇 번 유경한테 그 자리를 뺏기자 분하게 여긴다. 다음은 어떻게 될지 조금 알겠지. 맞다 유경과 채준은 친해진다. 유경은 채준이 학교에 일찍 와서 태블릿 PC로 만화 <유리가면>을 본다는 걸 알게 되고 유경도 그 만화를 본다. 유미는 자신이 채준과 사귀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아이다. 채준이 반장이고 잘생겨서 그렇게 생각했을까. 그런 유미가 유경과 채준 사이를 수상하게 여기고 다른 친구 나리한테 유경 뒤를 밟아 보라고 한다. 나리는 유경과 채준이 분식집에서 만나 함께 음식 먹는 걸 몰래 찍는다. 그 일은 아이들한테 다르게 전달된다.


 반 아이들은 유경이 채준과 사귀려고 아침 일찍 학교에 가고 만화 <유리가면>을 본다고 여기고 단톡방에 모여 유경을 안 좋게 말했다. 아니 모두는 아니었을지도. 반 아이들이 자신한테 안 좋은 말을 하면 무척 괴롭겠다. 요즘은 인터넷 공간에서 아이들을 괴롭힌다고 하던데. 그런 거 당하는 사람 마음을 아는 건지 모르는 건지. 모르는 아이가 더 많을지도 모르겠다. 재미로 다른 아이들을 따라하겠지. 자신이 따돌림 당하지 않으려고 하는 아이도 있겠다. 처음에 유경은 그런 일에 놀라고 겁먹기도 하지만, 유미가 왜 그러는지 알려고 유미가 되어 단톡방에 올라온 글을 본다. 어떻게 그렇게 할 수 있는지 중학생이지만 대단하다. 만화 <유리가면>을 봐서 그럴지도. 유경이 유미 마음을 다 알지는 못했지만, 유경이 자신이 책을 읽고 글을 쓰는 걸 좋아하는 것처럼 유미는 남을 괴롭히고 남의 관심 받는 걸 좋아한다고 여기게 된다. 그런 걸 좋아하다니. 다행하게도 유경은 혼자가 아니었다. 유경한테는 글도 있었다. 괴롭힘과 따돌림 당하는 아이한테 그 아이를 생각하는 친구가 한사람이라도 있기를 바란다.


 세상에는 별별 사람이 다 있기는 하다. 다행하게도 난 아주 이상한 사람을 만난 적은 없다. 만나지 않았지만 가까이에 있을지도. 처음부터 있어서 다른 사람은 만나지 않은 건가. 여기 나온 유미 같은 아이 만났다면 난 정말 괴로웠을 것 같다. 유미 같은 아이가 나한테 관심 가질 리 없겠구나. 이런 걸 다행으로 여기다니. 친구가 좋기는 하지만 그 친구 생각대로 자신이 움직이는 건 안 좋다. 친구는 친구고 자신은 자신이다. 서로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존중하는 사이가 좋은 사이겠지.




희선





☆―


 유경은 자신이 쓴 글을 처음부터 다시 읽었다. 처음엔 유미의 마음으로, 다음은 나리와 정원, 마지막은 지민의 마음으로 본 후 다시 자신의 마음으로 돌아왔다. 그러자 유경은 알 것 같았다. 지금 이 상황이 왜 불편했는지, 그리고 그런 상황을 해결하려고 어떤 행동을 해야 할지. 유경은 깨달은 것을 빠르게 적었다.


 나를 되찾기.


 더는 유미 눈치를 보지 말 것.


 내가 좋아하는 일에 집중하기.  (8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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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체 찾는 아이들
시모무라 아쓰시 지음, 최재호 옮김 / 북플라자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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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결혼한 여성 여덟 사람을 죽인 아사누마 쇼고는 사형 판결을 받은 날 여덟번째는 자신이 죽이지 않았다 한다. 아사누마 쇼고는 여덟번째 희생자 미즈모토 유카를 죽인 진범에서 한사람은 자신이 죽였으니 그 시체를 찾아보라고 말한다. 아사누마 쇼고는 이제 스물두살이고 잘생겼다. 그런 사람을 연쇄 살인범으로 그리다니. 사람을 죽일 얼굴이 따로 있는 건 아니지만. 많은 사람은 단정하게 생긴 사람은 그런 짓을 저지르지 않으리라고 여긴다. 이제는 이런 생각하는 사람 적을지도 모르겠다. 세상이 워낙 무서우니 말이다. 아니 사람이 무서운 거구나. 잘생기면 잘생긴대로 험악하게 생기면 그것을 꼬투리 잡는 사람 많겠지.


 중학생 소타는 학교에 가지 않으면서 유튜브에 영상을 올렸다. 엄마가 재혼한 것과 학교에서 단 하나 있던 친구를 잃고 소타는 학교에 가지 않았다. 소타는 유튜브 영상을 보다가 자신도 영상을 올려본다. 그러다 인기 많은 유튜버 니시얀과 조금 친해진다. 니시얀은 소타한테 여름방학에 시체를 찾아보자고 말한다. 그걸 보고 앞에 나온 아사누마 쇼고가 숨긴 시체를 찾으려는 건가 했다. 읽다 보니 뭔가 안 맞았다. 두 이야기는 시간이 다른 거 아닐까 했다. 시체 찾는 아이들 니시얀과 소타와 세이 그리고 셋을 안내하는 카호 넷에서 누군가 아사누마 쇼고겠다고 생각했다.


 아사누마 쇼고가 사형 판결을 받는 모습을 본 형사 오리카사 노조미는 미즈모토 유카를 죽인 범인이 다른 사람이다 여겼다. 아사누마가 진범 이야기를 해서 노조미는 범인으로 여긴 사람을 찾아간다. 세 사람에서 한 사람은 아사누마가 잡히기 얼마전에 사라졌다. 노조미는 아사누마가 사라진 사람을 죽였다고 여겼다. 남은 두 사람에서 한 사람이 미즈모토 유카를 죽인 건 자기들이 아니고 남편이다 한다. 노조미는 그 말을 그냥 넘길 수 없었다. 미즈모토 유카 남편을 만나 이상한 점이 없나 살펴봤지만 그런 건 찾지 못했다. 책을 읽는 사람도 남편을 조금 의심할 거다. 나도 그랬다. 그런 말이 앞에 나온다. 자신을 죽이려는 사람이 남편이 당신을 죽여달라고 했다고 하면 그 말 믿겠지. 사람을 절망에 빠뜨리고 죽이다니.


 범죄. 그러니까 누군가 사람을 죽이면 그 사람이 왜 그런 일을 저지르게 됐는지 알아 보려 한다. 그때 나오는 건 안 좋은 가정환경일 때가 많다. 학대 받고 자란 사람이 범죄자가 될 확률이 높다고 여긴다. 그 말 맞기도 하고 틀리기도 할 거다. 피해자가 가해자가 되는 걸 당연하게 여기기도 하는데, 피해자가 꼭 가해자가 되지는 않겠지. 남의 마음은 알기 어렵다. 범죄자 마음은 더 알기 어렵겠지. 그 사람 마음 속 어둠을 만든 건 가까운 사람일지도 모르겠다. 자신이 잘 생각하면 어둠만 바라보지 않을 것 같기도 한데. 아니 나도 잘 모르겠다.


 미즈모토 유카를 죽인 걸로 보이는 세 사람 아버지는 다 사회 지위가 높았다. 변호사 정치가 신문기자였다. 그런 사람은 자식이 죄를 지으면 그 일 다시 하기 어려울지도 모르겠다.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게 하려고 힘을 쓰겠다. 그건 자식보다 자신을 위해서 그러는 거구나. 자식 잘못을 숨긴 게 그때만이 아닐지도 모르겠다. 그런 것도 범죄자를 만드는 거기도 하겠다. 여기에서는 그런 것도 말한다. 세상에는 안 좋은 게 넘쳐난다 하고 뭐든 안 좋다고 하는 것도 문제 있다. 사람은 좋은 것만 알면 좋은 사람이 될까. 빛과 그림자에서 어느 하나만 있으면 안 되는 것처럼 사람은 좋은 것뿐 아니라 안 좋은 것도 알아야 한다. 안 좋다고 하는 게 정말 안 좋은 게 아닐 때도 많다. 만화 같은 거. 만화에도 배울 거 많은데.


 여러 사람을 죽인 아사누마 쇼고가 가장 처음 죽인 사람은 자기 엄마다. 아사누마 엄마는 여러 가지를 나쁘다고 했다. 만화도 안 좋으니 못 보게 하고 그런 걸 보는 친구도 사귀지 마라 했다. 아사누마 쇼고 엄마는 아이한테 한쪽으로 치우친 윤리 의식을 심어준 것 같다. 그런 것 때문에 아사누마 쇼고는 여러 여성을 죽였을까. 아사누마 쇼고 마음은 알기 어렵다. 깊은 어둠 같다. 사이코패스. 엄마 때문일지도 모르겠지만 꼭 그렇지도 않은 것 같다.




희선





☆―


 인간은 자신이 저지른 죄나 부당한 행위를 감추려고 필요 이상으로 ‘착한 사람’인 척하려고 한다.  (29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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