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전한 행복
정유정 지음 / 은행나무 / 2021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정유정 소설은 《진이, 지니》 빼고는 다 만났습니다. 소설이 아닌 다른 건 못 봤지만. 이 책 《완전한 행복》을 볼 때는 《7년의 밤》이 생각나기도 했습니다. 어딘가 비슷해 보이기도 했는데 그게 뭔지. 같은 작가 소설이어서 그랬을지.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이 책을 다 본 느낌은 ‘무섭다’예요. 이야기는 끝났지만, 신재인과 지유 그리고 차은호는 앞으로 어떻게 살지 걱정됩니다. 신재인과 지유는 좀 나을 것 같지만, 차은호는 남은 삶을 빈 껍데기로 살 것 같기도 합니다. 이야기가 끝나고 거기 나온 사람이 앞으로 어떻게 될지를 더 생각하다니. 이 책을 보면 그럴 수밖에 없어요.



 “아니, 행복은 덧셈이 아니야.”


 (…….)


 “행복은 뺄셈이야. 완전해질 때까지, 불행의 가능성을 없애가는 거야.”  (112쪽~113쪽)



 세상을 떠들썩하게 한 살인자 있었지요(얼마전에도 있었군요). 저는 그 사람 이야기 제대로 안 봐서 잘 모릅니다. 누군가를 죽였다는 말만 들었습니다. 이 소설에 나온 신유나와 다 같지는 않겠지요. 신유나는 무섭습니다. 그런 사람한테 남자는 잘 넘어가지요. 그 사람이 이상하다는 건 시간이 흐른 뒤에 깨닫죠. 실제도 그럴지 소설속에서만 그럴지. 그건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세상에 그런 사람이 없지 않을지도. 저는 그런 사람 만나지 않아서 다행이에요. 누군가를 죽이지는 않는다 해도 마음 안 좋은 사람과 아주 인연이 없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행복에 집착하는 사람 있을까요. 그것도 ‘완전한 행복’을. 그런 건 없는데. 신유나는 억지로라도 그걸 만들려고 해요. 아니 자신을 따르지 않는 사람은 없애야 한다 여기는군요. 그런 일은 한번도 아니고 여러 번이었습니다. 신유나가 가장 미워하는 사람은 언니인 신재인이었어요. 왜 그런 생각을 하게 됐는지. 엄마가 아플 때 신재인은 부모와 살았지만 유나는 할머니 할아버지와 살았어요. 어릴 때 부모와 살지 않았다고 사람이 이상해지기도 하는지. 부모는 그 일을 미안하게 여기고 유나 말은 뭐든 들어줬군요. 그게 문제였을까요. 부모가 아이와 좀 더 이야기하고 좋고 나쁜 것을 알려줬다면 유나가 괜찮았을지. 유나는 처음부터 사이코패스 기질을 갖고 있었던 건 아닐까 싶기도 해요.


 사이코패스가 다 사람을 죽이는 건 아닐 거예요. 유나는 자신을 버린 사람은 용서하지 않았어요. 버렸다기보다 떠나간 건데. 그런 사람이 부모여도. 다행스러운 건 거기에 친구는 들어가지 않았네요. 지금 생각하니 유나 여자 친구 이야기는 없었습니다. 딸은 있었어요. 지유. 처음에 지유는 엄마 말을 잘 지키려 하지만, 갈수록 엄마를 의심하는 것 같았습니다. 이것도 다행이지요. 지유가 유나와 함께 오래 살지 않은 것도. 지유가 유나와 살면서 자랐다면 지유도 유나처럼 됐을 것 같습니다. 일어나지도 않은 일을 생각했군요. 사람은 가까운 사람한테 영향을 받겠지만, 꼭 똑같아지지는 않기도 합니다.


 유나가 바란 게 정말 완전한 행복이었을지. 행복은 자기만 생각하면 안 될 것 같습니다. 유나는 자기 입맛에만 맞는 걸 바랐군요. 사람은 다 다르고 자기 생각이 있는데. 많은 사람은 그걸 알겠습니다. 유나는 자신을 중심에 두어서 잘 모르고 자신이 중심이 아닌 건 생각도 못했네요.




희선





댓글(6) 먼댓글(0) 좋아요(1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새파랑 2023-10-17 06:0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표지를 다시 보니 좀 무섭네요. 특히 피부 색깔이...
어린 시절의 안좋은 기억때문에 완전한 행복을 꿈꾼게 아닌가 싶네요~!!

희선 2023-10-18 02:41   좋아요 1 | URL
식구인데 그렇게 즐거워 보이지 않는 모습이네요 피부가 형광 분홍이라니... 어린 시절에 겪은 일이 사람을 이상하게 만들기도 하고, 그걸 잘 넘기는 사람도 있겠습니다


희선

페넬로페 2023-10-17 12:4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정유정의 7년의 밤은 넘 좋게 읽었는데, 종의 기원이 엄청 무섭더라고요.
그 책 읽고 얼마동안 힘들어 그 다음엔 읽지 않고 있어요.
이 세상에 우리가 모르는 사이코패스가 많고 어쩌면 점점 더 많아지는지도 모르겠어요.

희선 2023-10-18 02:43   좋아요 2 | URL
사이코패스가 다 사람을 죽이지는 않을 거예요 정치 하는 사람에 그런 사람 많다는 말도 있잖아요 실제 그럴 것 같은 생각도 듭니다 누군가를 조종하려고 하는 사람은 조심해야 할 것 같습니다 소시오패스라는 것도 있다고 하니...


희선

서니데이 2023-10-17 18:1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정유정 작가의 책을 읽으면 살인이나 큰 사고 등이 등장하면서 스릴러 장르 느낌이 많이 들어요. 이 책 이전에 나온 책을 몇 권 읽었는데, 이 책도 읽기 전 마음의 준비가 필요할 것 같네요.
희선님, 날씨가 많이 차가워졌어요. 건강 조심하시고, 좋은 하루 보내세요.^^

희선 2023-10-18 02:45   좋아요 2 | URL
정유정 작가가 이런 스릴러 느낌이 나는 소설만 쓴 건 아니기도 해요 청소년 소설도 썼더군요 예전에 잘 모르고 보기는 했는데, 나중에 그걸 정유정 작가가 썼다는 거 알고 신기하게 생각하기도 했습니다 소설가는 어떤 거든 쓰려고 하면 잘 쓸지도 모르겠습니다

이번주에 많이 쌀쌀해진다고 합니다 서니데이 님도 감기 조심하세요


희선
 
드립백 가을하다 - 12g, 7개입
알라딘 커피 팩토리 / 2023년 6월
평점 :
품절


이름이 <드립백 가을하다>다니 예쁘네요. 길을 걸으면 단풍이 조금씩 보이기도 해요. 가을에 마시는 커피 맛있죠. 바람이 차가워져서 가을이 얼마 남지 않은 느낌도 듭니다. 십일월도 가을인데. 가을, 드립백 커피와 함께 보내야겠네요. 선물하고 받기도 했습니다, 희선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트로피컬 나이트
조예은 지음 / 한겨레출판 / 2022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책 맨 앞에 보이는 빨간색 석류가 가장 먼저 눈에 띄는군. 로봇 손 같은 건 여기 담긴 소설과 조금 다르게 보여. <릴리의 손>에 나온 손은 사람 손과 똑같다고 했거든. 이 책 《트로피컬 나이트》에는 단편 여덟편이 담겼어. <할로우 키즈>가 가장 짧군. 유치원 핼로윈 행사 때 사라진 아이 이야기를 하는 거야. 여기에선 아이가 갑자기 사라졌다고 하는데, 어쩌면 거기엔 다른 뜻이 있을지도 모르겠어. 재이 부모는 재이를 유치원에 늦게까지 맡겨두고, 정장을 입은 어머니와 술 냄새를 풍기는 아버지가 데리러 왔다고 해. 부모가 아이를 학대한 걸까. 이건 그저 내가 떠올린 것일 뿐이야. 여기에 그런 이야기가 숨어 있는 건 아니기를 바라.


 혼자 살다 혼자 죽는다면 쓸쓸할까. 사람은 죽으면 남이 뒤처리를 해줘야 하지. 그런 거 해줄 사람이 없으면 죽고 나서 오랜 시간이 지난 뒤에 발견되겠지. 지금은 그런 일 자주 일어나기는 해. <고기와 석류>에서 옥주도 남편이 죽고 그런 운명을 맞았을지도 모를 텐데. 옥주는 쓰레기통을 뒤지는 그것을 집에 들이고, 언젠가 자신이 죽은 뒤에 그것이 자신을 먹으리라 생각했어. 고기를 바라는 그것 눈이 빨간색 석류처럼 보여서 옥주는 그것을 석류라고 해. 가끔 사람은 사람이 아닌 것과도 마음을 나누지. 석류는 반려동물도 아닌데. 옥주는 암인가 봐. 석류와 함게 살고는 옥주는 살려고 해. 옥주는 자신을 잡아 먹을지 모르지만 석류가 있어서 살 마음이 생긴 거 아닐까.


 세번째 이야기 <릴리의 손>에서는 세상 곳곳에 틈이 벌어지고 사람이 거기에 빠지기도 했어. 틈에 빠지면 어떻게 되느냐고, 다른 곳으로 가지. 하지만 잘못하면 죽기도 했어. 틈에 빠진 사람은 지난날이나 앞날로 가는가 봐. 그렇게 가기만 하면 좋을 텐데 기억이 사라져. 이건 그리 좋지 않지. 틈을 지나 다른 곳에 간 사람은 기억을 잊어도 가끔 그리워해. 알지도 못하는 것을. 연주와 릴리 이야기 조금 쓸쓸하게 보여. 한사람은 잊어도 한사람은 기억하니 조금 나을까. <새해엔 쿠스쿠스>는 가장 많이 현실과 닮은 이야기야. 엄마가 딸을 자기 멋대로 기르려고 하는 모습이 나오거든. 엄마와 고모가. 유리와 연우는 사촌 사이로 연우는 뭐든 잘했어. 잘한다고 해도 엄마 때문에 힘들었어. 유리도 다르지 않았는데 그렇게 잘하지는 못했어. 연우는 결혼식 날 사라지고 유리는 힘든 학교 일을 그만둬. 그 학교는 엄마가 아는 사람이 소개해준 곳이야. 유리가 당한 여러 가지 일을 엄마한테 말했는데도 엄마는 참으라고 해. 유리와 연우가 자기 일을 스스로 결정해서 다행이야. 앞으로는 둘 다 엄마한테 끌려다니지 않고 자기 뜻대로 살겠어.


 지금보다 시간이 흐른 앞날엔 미세먼지가 더 심해지고 먼지 바람이 나타나기도 할까. <가장 작은 신> 속 세상에선 바깥을 자유롭게 다니지 못해. 방독면을 쓰고 다녀야 하다니. 수안은 먼지 바람이 생기고 두해 동안 집 밖에 나오지 않았어. 집 밖에 나오지 않고도 살다니. 물건은 택배로 받았어. 코로나19가 찾아왔을 때와 비슷한 세상이지. 수안은 밖에 나가지 않아도 택배 일을 하는 사람은 있군. 집 밖에 나가지 않는 수안을 고등학교 동창 미주가 찾아와. 미주는 수안이 걱정돼서 왔다고 했지만, 사실은 수안한테 물건을 팔고 다단계 회사 영구회원으로 만들려고 다가온 거였어. 수안이 속는 건가 했는데, 수안은 그걸 알면서도 미주가 찾아오는 걸 기다려. 혼자 지내는 게 쓸쓸했던 걸지도. 미주는 수안을 속이는 데 죄책감을 느끼고 수안을 그만 만나려고 했어. 수안은 미주와 연락이 잘 안 되자 미주를 걱정하고 미주를 찾으려고 집 밖으로 나와.


 누가 걱정된다고 해도 어디 있는지 알아야 구하든지 할 텐데. 다행하게도 수안은 미주를 구해. 하지만 나쁜 건 다시 찾아온다고 해. 그거 바이러스 같은 느낌이 들기도 했는데. <나쁜 꿈과 함께>에서 몽마는 은성 꿈에 찾아가고 몸이 뜯긴 곰인형이 돼. 은성은 그런 곰인형을 꽉 안아. 몽마는 그런 경험이 처음이어서 기분이 이상했어. 은성한테 마음 쓰던 몽마는 다른 사람을 찾아가지 않고 다시 은성한테 가. <유니버셜 캣숍의 비밀>은 SF군. 외계고양이가 지구에 왔다는 설정이고 외계고양이 별에 큰일이 일어나서 지구를 떠나는 거야. 외계고양이가 큰일을 해결하고 다시 지구로 돌아오면 좋겠군. <푸른 머리칼 살인마>는 <푸른 수염의 아내>를 새롭게 쓴 것 같아.


 여기 담긴 소설은 거의 읽고 나면 마음이 따듯해지는 거군. 끝이 다 좋다고 말하기 어렵지만. 혼자가 아니고 누군가와 함께야. 릴리와 연주는 멀리 떨어졌지만. 사람한테는 한사람이라도 마음을 나눌 사람이 있다면 좀 낫겠지. 그 사람이 가까이 있지 않다 해도.




희선





☆―


 이야기가 끝날 때면 고모는 엄마가 일부러 골라 내놓은 무른 배를 포크로 찍으며 늘 이렇게 말했다.


 “연우는 내가 만든 작품이야.”


 연우에게 내 인생을 다 갈아 넣었다고. 속 썩이지 않고 잘 자라주어서 얼마나 기쁜지 몰라.  (<새해엔 쿠스쿠스>에서, 127쪽)



 “네가 사립학교 일이 처음이라서 그래. 부장 비위 좀 잘 구슬려서 맞춰보렴. 이사장 조카라며. 학교 이사장이 이 일대 유지란다. 한번 말뚝 박으면 평생 교사 소리도 듣고, 그거보다 괜찮은 직장이 없어. 지금은 힘들어도 다 빛 볼 날이 있다. 엄마가 너한테 들인 게 얼만데 아무 일이나 하면 안 되지. 다 널 위해서 하는 말이야. 참고 극복할 줄도 알아야 해. 넌 할 수 있어. 우리 유리, 엄마가 많이 사랑하는 거 알지?”


 그건 내가 지금껏 느꼈던 어떤 감정보다도, 가장 강렬하고 커다란 배신감이었다.  (<새해엔 쿠스쿠스>에서, 138쪽~139쪽)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형사의 분노 나츠메 형사 시리즈
야쿠마루 가쿠 지음, 남소현 옮김 / 북플라자 / 2022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세상에서는 사건 사고가 일어나도 많은 사람은 그런 걸 모르고 살기도 한다. 아니 정말 그럴까. 사건 사고도 누구한테나 일어날 수 있는 일이겠다. 혹시 아나 언젠가 내가 다른 나라에 가서 차별받고 살지. 그런 일은 없겠다. 집이 아닌 먼 곳에 가는 거 싫어하니. 난 돈을 벌기보다 그냥 가난하게 살 테니. 이런 생각하는 건 내가 그렇게 가난하지 않은 건가. 하루 한끼도 못 먹고 사는 사람 있겠다. 난 조금 움직이면 한끼는 먹고 다른 걸 사다 먹을 돈도 있으니. 그래도 몇십원 몇백원 싼 곳에 가려고 하는데, 가끔 귀찮다. 그게 정말 아끼는 건지. 어떤 건 잘못해서 더 비싸게 사기도 했다.


 요며칠 나츠메 노부히토 형사 시리즈를 잇달아 세권 보았다. 이번 《형사의 분노》에서 네번째 이야기 <형사의 분노>를 볼 때는 처음부터 의심한 사람이 있는데, 내 생각이 맞았다. 이번 책 보면서 안 좋은 사건 이런 데 안 나오면 안 되나 하는 생각을 잠깐 했다. 두번째 <제물> 보면서 그랬구나. 이런 소설, 범죄 소설에 사건이 안 나오면 안 되겠지만. 세권을 죽 봐서 그런 걸지도 모르겠다. <황혼> <제물> <이방인> <형사의 분노> 이렇게 네 편이 실렸다. 나츠메는 히가시이케부쿠로 경찰서에서 일했는데 두번째 이야기에서는 긴시 경찰서로 옮겼다. 형사도 인사이동발령이 나는구나. 경시청 형사는 좌천되지 않으면 죽 거기에 있으려나.


 이 책은 일본에서 2018년에 나왔다. 다섯해 전이니 지금과 많이 달라지지 않았을지도 모르겠다. 여기에서 일어난 사건이 오래된 느낌이 든다기보다 지금 일어나는 일 같은 느낌이 들었다. <황혼>은 딸이 어머니 시신을 몇해 동안 여행 가방에 넣어둔 사건이었다. 어머니가 죽었을 때 딸은 그걸 경찰에 알리지도 않고 장례식도 치르지 않았다. 이런 것만 보면 딸이 대체 어떤 사람인가 싶은 생각이 들겠다. 딸은 자수하고도 솔직하게 말하지 않았다. 나츠메는 그걸 알아채고 딸이 왜 그랬는지 알려고 했다. 나츠메는 인사이동으로 다른 곳에 가야 하고 이사할 집을 보러 가서도 그 일을 생각했다. 늘 일만 생각하면 같이 사는 사람이 싫어할지 모르겠지만, 나츠메 아내 미치요는 그런 나츠메를 이해했다. 나츠메는 좋은 사람을 만났구나 싶다. 다른 소설에서 본 형사는 거의 아내와 헤어졌는데.


 나이를 먹어도 자신이 하고 싶은 게 있어야 기운 내고 살겠다. <제물>에는 성폭력 당한 사람 이야기가 나온다. 그런 일을 겪으면 사람을 믿지 못하고 사는 게 힘들겠다. 성폭력 사건이 일어나면 가해자보다 피해자를 더 몰아붙이기도 한다. 왜 늦게 다니고 옷은 왜 짧은 치마를 입었냐고. 이건 어느 나라나 같겠다. 여자든 남자든 밤거리 자유롭게 다니면 안 될까. 남자는 여자가 무서워하는 걸 모른다. 여자가 되지 않는 한 모르겠지. 여성이 밤거리를 두려워하는 마음을 모른다 해도 그걸 조금은 알려고 해야 할 텐데. 세상에 그런 사람이 없지는 않겠지.


 세번째 이야기 <이방인>을 보면서는 한국도 일본과 다르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외국인 노동자 말이다. 드라마를 보고 한국에 왔다가 안 좋은 일 겪은 사람도 있던데. 드라마는 그저 드라마일 뿐이기는 한데. 베트남 유학생 반 쿠엣은 민간인 통역 요원으로 등록했던가 보다. 경찰서에 가서 쿠엣은 통역을 하면서, 쿠엣 자신도 같은 나라 사람을 차별했다는 걸 깨닫는다. 이 마음 알 것 같다. 난 다른 나라에 간 적 없지만. 세번째 이야기는 대충 짐작했다. 베트남 사람이 뭔가를 훔치려고 남의 집에 들어가지 않았다는 것만. 왜 그랬는지는 나중에 알았다. 경찰서에 있던 여자는 자신이 베트남 사람이어서 아무도 자기 말을 믿어주지 않을 거다 여기고 말을 하지 않았다. 한국에 사는 외국 사람에도 그런 생각하는 사람 있을 것 같다.


 책 제목과 같은 <형사의 분노>를 볼 때는 나카야마 시치리 소설 《닥터 데스의 유산》이 떠오르기도 했다. 그건 안락사를 생각하게 한 거지만. 나츠메와 하야토는 아픈 딸이 있구나. 둘은 다르지만. 여기에 나온 건 안락사가 아니다. 어쩐지 나츠메는 안락사 안 좋아할 것 같다. 아니 나츠메는 하야토 딸 사야카가 말한 것과 같은 생각을 하겠다. 아이가 아프다 해도 살아주기를 바라는. 나츠메는 살려고 한 사람을 죽인 범인한테 무척 화를 냈다. 두번째는 자신이 한 일을 숨기려고 한 것과 같았다. 난 처음에 그 사람 나왔을 때부터 의심했는데. 이런 소설을 자꾸 보다 보면 감이 온다. 형사는 감으로 범인 잡으면 안 되겠지.




희선





☆―


 일본인의 넉넉한 생활을 뒷받침하려고 수많은 외국인이 낮은 임금으로 일한다.  (<이방인>에서, 211쪽)



 자신한테 정말로 소중한 사람이라면 처음부터 그런 생각이 들지 않도록 애쓸 수밖에 없다. 앞으로도 죽 살아갈 희망을 가지도록 최선을 다해 도울 뿐이다.  (<형사의 분노>에서, 352쪽)





댓글(4) 먼댓글(0) 좋아요(1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새파랑 2023-10-11 09:0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딱 보자마자 범인을 맞추는 희선님은 감이 좋으시군요~! 형사 하셔도 될거 같습니다 ^^

희선 2023-10-12 02:02   좋아요 1 | URL
소설엔 글이 나오니 그걸 잘 보면 조금 의심스런 사람이 보여요 일부러 그렇게 쓰는 걸지도 모르겠지만... 형사는 감으로 범인을 잡으면 안 되겠지요 그러다 누명을 씌우기 쉽겠습니다 증거를 찾아야 합니다


희선

2023-10-11 16:0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10-12 02:06   URL
비밀 댓글입니다.
 
밤새도록 이마를 쓰다듬는 꿈속에서 창비시선 480
유혜빈 지음 / 창비 / 2022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잠을 자고 일어나도 하나도 편하지 않아. 자고 일어나면 몸이 가벼워야 하는데, 언제부턴가 일어나기 힘들고 몸은 자꾸 무거워. 꿈 때문일까. 이런저런 꿈을 꾼다는 건 기억하지만, 뚜렷하게 생각나지 않아. 그저 별로 꾸고 싶지 않은 꿈이군 할 뿐이야. 만나고 싶지 않은 사람이 나와서. 만났으면 하는 사람은 꿈에 잘 나타나지 않기도 하지. 언젠가 겪은 안 좋은 일을 꿈속에서 또 겪기도 하고. 똑같지는 않지만. 꿈은 꿈일 뿐이겠지. 그러기를 바라. 꿈은 자신을 해치지 못할 거야. 안 좋은 꿈도 즐겨야 할까. 그러면 좀 더 나을 것 같아.


 한번은 과학소설 같은 꿈을 꾸기도 했어. 이건 깨고 나서 생각한 거야. 그 꿈을 잊지 않았다면 더 좋았을 텐데. 이 시집 《밤새도록 이마를 쓰다듬는 꿈속에서》를 보고 꿈을 잠깐 생각했어. 여기 나오는 시에서는 꿈이 그리 좋아 보이지 않아. 그래도 꿈이어서 다행이군. 아니 그건 다른 일이 안 좋은 꿈으로 나타난 걸지도 모르겠어. 꿈이 좋으면 좋을 텐데. 꿈은 자기 마음대로 할 수 없군. 자기 무의식은 다스리기 어렵기도 하지. 깨어 있을 때 좋게 생각하면 무의식을 달랠 수 있으려나. 나도 잘 못하는데 이런 말을 했군. 아니 이런 생각을 하니 깨어 있을 때 우울하고 어두운 생각보다 좀 더 나은 생각을 해야겠다 싶기도 해.




 꿈은 어디로 가는 것일까 가만히 누워 잠을 기다리고 있으면 오래된 기억들이 초대를 시작하지 좋은 기억이든 슬픈 기억이든 이미 지나온 길을 거슬러 가는 건 있어서는 안 되는 시간의 일이니 유리 조각을 밟고 지나가는 것처럼 따가울 따름이야 그건 당연한 거야 발이 만신창이인데 피는 흐르지 않는 꿈 나 혼자서만 이게 아프구나 할 수 있는 꿈 손톱으로 아무리 긁어도 자국만 남고 흉터는 남지 않는 꿈


 너덜너덜한 발로 꿈의 세계에 들어간다 그곳에서 두 발은 깨끗하겠지 나는 버려지고 쫓기고 두려움에 잠기기도 하며 누군가의 시선 끝에 있기도 하다 내가 들고 있는 사랑이 산산조각 나기도 하고 연인은 하얀 금 바깥에 영원히 서 있을 뿐이다 운이 좋으면 금방 죽임을 당할 수 있다 나는 꿈에서 운 적 없고


 잠이 온 것인지 꿈이 온 것인지 나는 모른다

 오랜 꿈의 말로는 바다를 보는 것이었지 파란 바다가 밑으로 흐르며 햇빛에 빛나고 있는 장면 곧 세상이 바다에 잠긴다고 하던가 약속된 시간에 밀려오기로 한 바다를 바라보는 건 아름답고 다급하고도 평화로운 일이었는데


 밤은 아무도 모르는 비밀 몇 개를 끌어안고 가라앉는 배일까


 지나간 꿈이 쪽지를 남겼나


 나를 보라고 나를 기억하라고 나는 결코 해결되지 않는 것이란다


 -<고요의 바다>, 64쪽~65쪽




 꿈을 말하는 시는 여러 편이야. <고요의 바다>는 거기에서 하나야. 마지막 말이 무섭게 느껴지기도 하는군. ‘나는 결코 해결되지 않는 것이란다’ 가. 이건 어린시절 겪은 슬픔이나 아픔 같은 걸까. 그때만 아픔이나 슬픔을 느끼는 건 아니겠지만. 아무리 나이를 먹어도 자신 안에는 어린아이가 살기도 하지.




그건 정말이지


한 사람이 한 사람을 잠들도록

한 사람이 아무도 모르게 잠들 수 있도록

이마를 쓰다듬어주는 일이야


늦은 여름 아침에 누워

새벽을 홀딱 적신 뒤에야

스르르 잠들고자 할 때


너의 소원대로 스르르

잠들 수 있게 되는 날에는


저 먼 곳에서

너는 잠깐 잊어버리고

자기의 일을 열심히 하고 있는 사람이 하나 있는데


그 한 사람이 너를 잠들게 하는 것이라는 걸

멀리서 너의 이마를 아주 오래 쓰다듬고 있다는 걸


아무래도 너는 모르는 게 좋겠지


-<낮게 부는 바람>, 66쪽~67쪽




 이 시 <낮게 부는 바람>은 <고요의 바다> 다음에 실린 시야. 여름에 낮잠 잘 때가 생각나게 하는 시야. 여름이어도 바람이 살살 불면 잠이 스르르 들잖아. 그 바람은 누군가 멀리서 자기 이마를 오래 쓰다듬어주는 거군. 난 누가 이마 쓰다듬어주면 잠 못 잘 것 같아. 그건 아무것도 모르는 아기나 할 수 있겠군. 난 그저 낮게 부는 바람만 좋아할래.


 다른 시 더 옮겨볼까 했는데 그만 할래. 내가 게을러서 그렇지. 시를 잘 보고 나도 멋진 시나 글 쓰고 싶은데, 시를 봐도 잘 못 쓸 것 같아. 소설 봐도 이야기 못 쓰는데. 그것보다 뭘 써야 할지 모를 때가 더 많군. 내게 다가오는 건 별로 없어. 없어도 생각하지만. 잘 못 써도 쓰는 걸 즐겁게 여겨야겠어. 쓰기 힘든 것도 있겠군. 그런 것도 쓰고 나면 좀 나을지. 유혜빈은 쓰기 힘든 것을 쓴 것 같기도 해. 뚜렷한 건 모르겠지만.




희선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