本のエンドロ-ル
安藤 祐介 / 講談社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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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 《책의 엔딩 크레딧》에서는 책이 잘 팔리지 않는 시대에 책을 만드는 이야기를 한다. 책 내용은 영혼이고 인쇄 제본은 몸이구나. 책에서 인쇄 제본은 중요한데 그걸 잘 생각하지 못한 것 같다. 책을 보면 인쇄 어디에서 했나 볼 것 같다.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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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불 2
최명희 지음 / 매안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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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상은 비가 많이 내려 물난리가 나기도 하고, 반대로 비가 오지 않아 땅이 말라버리기도 한다. 먹고 살기 어려운 때 가뭄까지 들면 더 힘들겠다. 먹을 게 조금이라도 있는 사람은 어떻게든 살겠지만, 먹을 게 없는 사람은 어떻게 살아야 하나. 《혼불》 2권에는 가뭄이 든 모습이 나온다. 청암부인이 농사를 지으려고 판 저수지도 말라버렸다. 조개바위가 있는 신령한 곳으로 물이 마르지 않을 것 같았는데 조개바위가 드러나고 저수지 바닥도 드러났다. 사람들은 깨끗한 물도 마시지 못했다. 흙이 섞여도 그 물이라도 길어다 두었다.


 여기에도 소작농이 있다. 거멍굴에 사는 사람인 듯한데, 그건 처음에 제대로 못 썼구나. 양반, 이씨 집안 사람이 모여 사는 곳과 소작농이 사는 거멍굴이 있는 거겠지. 거기 사는 사람은 가뭄에 굶주렸다. 저수지가 바닥을 드러내자 물고기가 보였다. 가물치, 붕어. 누군가는 그거라도 가지고 와서 먹으려 하고 누군가는 그건 청암부인 거니 마음대로 잡아 먹으면 안 된다 여겼다. 가뭄이 길어지자 이른 아침에 사람들은 저수지로 간다. 처음엔 눈치를 봤지만 곧 그러지 않았다. 그건 어쩔 수 없는 건지도. 사람들이 양반 몰래 저수지 물고기를 잡아가기 전에 양반이 먼저 사람들한테 물고기를 잡아 가도 된다고 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청암부인 몸이 괜찮았다면 소작농을 생각했을 텐데. 청암부인은 창씨개명을 하고 마음이 약해지고 쓰러졌다. 집안을 제대로 지키지 못했다는 죄책감을 가진 듯했다. 저수지 물이 마르는 걸 보고 청암부인한테 큰일이 일어나면 어쩌나 하는 사람도 있었다. 양반이다 해도 이때는 벼슬을 하지 못하기도 하는구나. 그런 사람은 무엇으로 돈을 벌었으려나. 땅인가. 청암부인이 쓰러지고 양아들인 기채가 집안 재산을 관리하게 되는데, 모자라다 여기는 것 같다. 그런 생각을 하고는 며느리 효원 집안에서 땅을 주지 않다니 했다. 시집 올 때는 재산을 가지고 와야 하나. 부자라면 보내줄지 몰라도.


 효원은 친정에 한번도 가지 못했다. 그때는 시집 오고 세 해 안에 친정에 가야 좋았나 보다. 아버지가 찾아와도 효원은 제대로 만나지 못했다. 효원이 동생이 아파서 수술을 했던가 보다. 효원이 친정에 가고 싶지 않아서 못 간 건 아니다. 강모는 그런 일에 관심도 없었다. 강모는 효원과 처가에 가야 한다는 생각도 안 했겠다. 시부모도 효원을 별로 안 좋아하다니. 효원이 일하는 사람한테 내갈 밥을 많이 했더니 시어머니가 안 좋아했다. 효원은 자기 집 일을 하는 사람은 남이 아니다 여겼다. 잘해주면 거기에 맞게 일한다고. 이건 맞는 말 아닌가. 일하는 사람한테 아끼면 안 될 텐데. 1권에서 일하는 사람이 새참 적다고 했는데.


 이번 2권에서 강모는 일을 저지른다. 이씨 집안 사람인 강수는 친척을 좋아하고 상사병으로 죽었던가 보다. 여러 해가 지나고 강수 영혼 결혼식을 치렀다. 그날 강모는 강실이를 범하고 바로 왜 그랬지 한다. 멀리서 좋아하던 게 나았다는 걸 깨달았다. 강모는 강실이를 내버려두고 효원이한테 뭔지 모를 자기 마음을 푼다. 효원은 강모가 자신을 겁간했다 느꼈다. 그 일로 아이가 생기고 효원은 아들을 낳는다. 집안 어른 청암부인은 그걸 기뻐했지만, 효원은 어떨까. 자식이니 예쁘기는 할까. 강모는 학교를 마치고 작은아버지 도움으로 부청에서 일하게 된다. 거기에서 공금을 횡령한다. 강모는 자신이 한 일을 공금횡령이다 여기지 않았구나. 돈 쓸 일이 있어서 가까이에 있는 돈을 쓴 것뿐이다. 강모는 언젠가는 갚을 거다 생각했다. 그 돈은 기생 오유키를 기생에서 빼내는 데 썼다. 기가 막히는구나.


 어두운 밤에 일어난 일을 누가 볼까 했는데, 강실이와 강모를 본 사람이 있었다. 두 사람 소문은 시간이 흐른 다음에 거멍굴에 퍼졌다. 옹구네는 죽 입을 다물지 못하고 다른 사람한테 말했다. 그러고 싶을까. 아직 강실이 부모는 모르지만 곧 알지 않을까. 강실이 안됐구나. 지금이라면 강간 당했다고 말할 수 있으려나. 아니 지금도 어려울 것 같다. 사촌 오빠한테 그런 일을 당했다고 하면 쉬쉬하겠지. 《혼불》 이야기는 어디로 흘러갈까.




희선





☆―


 “어머님. 놉이 누군가요? 놉은 남이 아닙니다. 바로 우리 집 농사를 지어 주는 우리 손이요, 우리 발이 아닌가요? 놉을 남이다 생각하면 놉도 우리를 남이다 생각합니다. 남 일에 제 몸을 부릴 때 누가 성심을 다 허겠어요. 눈치보고 꾀부리고 한눈파는 게 당연하지요. 우리가 놉한테 주는 밥그릇을 애끼면, 놉도 우리한테 주는 힘을 애끼는 것은 불을 보듯 훤한 일이 아닌가요? 아무리 종이라도 신분이 낮아 천한 대접을 받을 뿐, 사지에 오장육부는 똑같이 타고 났고, 그 속에 마음이 있는 것은 양반이나 무에 다르겠습니까? 마음에서 우러나야 몸이 움직여지는 법인데, 배를 곯리고 마음을 상하게 한 뒤에 무슨 정성을 바랄 수 있을까요? 많이 먹고 즐거워서 힘이 나면 결국은 내 집 일을 그만큼 흥겹게 할 터이니, 한 그릇 밥을 더 주고 한 섬지기 쌀을 얻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아낄 것이 따로 있지 밥심으로 일하는 일꾼들한테다 몇 숟가락 밥을 아낀다고, 그것이 쌓여 노적가리가 되어 주겠습니까…….”  (76쪽)



: 그날그날 품삯과 음식을 받고 일을 하는 품팔이꾼.

노적가리 : 한데에 수북이 쌓아 둔 곡식 더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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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넬로페 2023-10-27 10:0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토지 완독하고 이제 혼불 시작하시는 거예요? 이 책도 좋지만 지루한 부분이 있고 읽으면 마음이 아프다고 들었습니다^^

희선 2023-10-28 01:40   좋아요 1 | URL
토지를 봐서 이것도 한번 보고 싶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혼불은 작가와 책 제목밖에 몰랐어요 열권인데 끝나지도 않았더군요 아쉽지만 거기까지만 봐야죠 작가가 아프지 않았다면 끝까지 썼겠지요 다 쓰지 못하고 세상을 떠난 작가가 많이 아쉽겠습니다 다른 사람이 말하는 걸 다 느끼기는 어렵겠지만, 10권까지 봐야죠


희선
 
반둘라 - 용기와 공감을 가르쳐 준 코끼리
윌리엄 그릴 지음, 이정희 옮김, 심아정 해설 / 찰리북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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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래전 육천오백만년 전이던가, 이제 백년 더해서 육천육백만년 전이던가. 그때 공룡은 사라졌다. 지구를 지배했던 공룡이구나. 공룡은 커다란 몸집이니 작은 동물이 당해내기 어려웠겠다. 그때 작은 동물 있었던가. 아주 없지는 않았겠지. 지금 지구에서 가장 커다란 동물은 코끼리겠다. 더 오래전엔 코끼리와 비슷하지만 더 큰 맘모스가 있었다는 말이 있기도 하다. 이젠 하나도 없구나. 코끼리는 백년 전만 해도 1000만 마리가 있었는데 지금은 50만 마리가 남았다. 거기에서 아시아코끼리는 아프리카코끼리보다 더 적단다. 백년 사이에 엄청나게 죽어들다니. 그건 다 사람 때문이겠다. 나무를 베어서 코끼리가 살 곳이 없을 테니 말이다. 코끼리만 사라진 게 아니고 다른 동물이나 곤충도 많이 사라졌겠다.


 이 책 《반둘라》는 미얀마 정글에서 일하던 코끼리 이야기다. 미얀마에는 135개 민족이 함께 살고 1824년부터 1948년까지 영국 지배를 받았다. 영국은 여러 나라를 식민지로 삼았구나. 그런 곳에서 사람뿐 아니라 이런저런 자원을 팔고 많은 돈을 벌었다. 미얀마에서도 그랬다. 석유 천연가스 옥 루비 주석 그리고 나무. 영국은 미얀마에서 밤색 하드우드티크를 아주아주 많이 베고 다른 나라에 수출했다. 커다란 나무는 누가 옮겼을까. 그건 코끼리가 했다. 사람은 동물한테 일을 시켰다. 코끼리는 1000년 전부터 일을 하게 했단다. 지금 생각하니 이런 거 잘 몰랐다. 어느 나라에선가는 코끼리를 타고 다니는데. 그리고 서커스단에서도 코끼리한테 일을 시켰구나.


 동물도 사람처럼 감정이 있다. 코끼리는 더 그런 듯하다. 코끼리와 우정을 나누는 이야기도 있지 않나. 예전에 그런 이야기 봤는데. 그 코끼리는 서커스단에 있었다. 반둘라는 미얀마에서 티크 목재 사업을 하는 봄베이 무역 회사에서 일했다. 하고 싶지 않아도 해야 했구나. 사람은 어린 코끼리를 잡아다 우리에 가두고 오래 굶긴 다음에 사람 말을 듣게 한단다. 이제는 그런 걸 못하게 한다는데 아주 사라지지 않았다. 반둘라는 코끼리를 훈련시키는 일을 하는 우지 포 토케와 어릴 때 만나고 친하게 지냈다. 봄베이 무역 회사에서 티크 나무를 베고 나르는 감독으로 코끼리도 관리하는 제임스 하워드 윌리엄스는 반둘라를 보고 코끼리를 생각했다. 윌리엄은 포 토케와 코끼리를 훈련하는 학교와 코끼리 병원을 만들었다.


 전쟁이 또 일어났다. 제2차 세계전쟁이다. 전쟁 때 윌리엄은 코끼리 부대를 만들고 영국군을 돕는다. 일본군이 미얀마에 쳐들어오자 영국군은 그곳을 떠나야 했다. 윌리엄은 자신들이 떠나면 함께 있던 사람과 코끼리가 위험해진다는 걸 알고 함께 떠나기로 한다. 그 길은 쉽지 않았지만, 반둘라가 맨 앞에서 코끼리들을 이끌었다. 윌리엄과 코끼리 그리고 사람들은 3주 뒤에 목적지에 닿았다. 윌리엄은 코끼리가 자유롭게 살기를 바랐는데, 코끼리는 다시 전쟁에 나가게 된다. 전쟁 때 코끼리는 물자를 옮기거나 다리를 짓는 일을 했다. 사람 싸움에 코끼리가 그런 일을 했다니. 코끼리뿐 아니라 다른 동물도 전쟁 때 힘들었겠다. 말이나 소도 농사일을 했구나.


 반둘라는 엄니가 커다란 수컷 인도코끼리다. 윌리엄이 말라리아에 걸렸을 때 반둘라는 윌리엄을 살리려고 먼 길을 가기도 했다. 그런 반둘라는 밀렵꾼한테 죽임 당했다. 그동안 일한 것도 힘들었을 텐데 그렇게 죽다니. 지금도 코끼리를 잡는 사람이 있다고 한다. 그건 오래전에 없어졌을 것 같은데. 코끼리가 사라진 건 상아 때문이기도 하다. 코끼리를 살리려고 플라스틱을 만들었다고도 하는데. 플라스틱은 지구를 죽이는 게 됐구나. 미얀마 정글은 많이 사라졌단다. 어디 거기뿐이겠나. 아프리카 아마존 여기저기 숲이 많이 사라졌다. 사람은 언제쯤 멈출까. 숲과 다른 생물이 사라지면 사람도 살기 어렵다. 그걸 모르는 건 아니겠지. 지구에 사는 생물은 다 중요하다. 함께 살아야 한다.




희선





☆―


 언젠가 윌리엄은 미얀마에서 보낸 시간을 되돌아보며 말했어요. “저는 사람이 만물의 영장이 아닌 걸 알아요. 사람은 그저 다른 생명체와 조화를 이루며 살아야 하는 자연의 한 부분입니다. 그걸 깨달으면서 저는 행복해졌습니다. 모든 동물과 식물에는 사랑이 깃들어 있습니다. 단지 사람이 그걸 알려고 애쓰지 않는 것뿐이죠.”  (7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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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시우행 2023-10-25 05:0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맞아요. 본디 지구의 주인은 먼저 시작한 생명체일텐데, 포악한 인간은 나중에 태어났음에도 자신들이 마치 주인인 양 다른 생물체(동식물 모두)를 가벼이 여기고 쉽게 죽이지요. 함께 살아가는 고귀한 생명임을 하루빨리 자각해야 합니다. 희선님의 감정을 느낄 수 있었어요.

희선 2023-10-26 02:32   좋아요 0 | URL
다른 생명체가 있어서 인류도 나타나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사람만 대단하다 여기면 안 될 텐데, 사람은 지구 주인이 자신이다 여기는군요 모든 생명체가 함께 살아야 하는 지구죠 식물 동물 마음대로 죽이다니... 죽이는 것뿐 아니라 살 곳을 빼앗기도 하네요


희선
 
혼불 1
최명희 지음 / 매안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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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목과 작가는 알았지만 무슨 이야긴지 몰랐던 《혼불》, 한번 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혼불문학상’이 있고 상 받은 소설 몇 권 보기도 했다. ‘혼불’은 모두 열권인데, 끝난 게 아닌가 보다. 작가가 끝까지 못 쓰다니. 이야기가 끝나지 않은 건 책 읽는 사람이 아쉬울지, 다 쓰지 못한 작가가 아쉬울지. 둘 다 아쉽겠다. ‘혼불’ 시대는 일제 강점기다. 이때만 나오는 건 아니겠지만, 이걸 알게 되니 《토지》(박경리)가 생각났다. 혼불 공간 배경은 남원 매안이라는 곳이다. 시작할 때는 대나무가 많은 대실이 나오지만. 대나무숲.


 어떻게 보면 시작은 좋은 일인데, 그게 모두한테 기쁜 일은 아니었다. 혼인을 하는 이씨 문중 대종손 이강모가 그랬다. 나이는 열다섯살이다. 혼례식을 치를 때는 정신이 없었겠지만. 사람들은 강모를 예쁜 신랑이다 했다. 그런 말은 신부가 들어야지(이런 생각 잘못된 건가). 신부인 허효원은 컸다. 효원이 강모보다 나이가 많아서 클 수도 있는데, 효원은 아버지 골격을 닮아서 컸다. 옛날 이야기에 그런 사람 나오지 않던가. 그래도 그 사람은 시집을 일으켜 세우고 많은 사람이 좋아했던 것 같다. 그런 일은 옛날 이야기에만 있는 건 아닐지도. 옛날에 있었던 일도 옛날 이야기구나.


 예전에는 가문 문중을 중요하게 여기기도 했다. 지금도 그런 거 자랑스럽게 여기는 사람 있겠다. 매안 이씨 문중은 청암부인 강모 할머니가 살려낸 듯한 느낌도 든다. 청암부인은 혼례를 치르고 남편이 죽은 다음에 시집에 왔다. 옛날에는 그랬구나. 여자는 남편이 죽어도 시집에 가서 살아야 했다니. 재가를 아주 못하는 건 아니었을 텐데. 열녀가 되기를 바라기도 했구나. 열녀는 죽은 남편을 따라 죽는 사람이던가. 청암부인은 참 대단하다 싶다. 시동생 아이를 양자로 들이고 집안 대를 잇게 했으니 말이다. 시아버지는 아내 둘을 먼저 보내고 정신을 놓고 아들을 먼저 보내고 죽었다. 그런 집안으로 청암부인이 온 거다. 지금 생각하니 청암부인은 좀 나았던 것 같다. 나이가 어렸을 때는 힘들었겠지만, 자신이 집안 어른이니 누가 함부로 대하지 않았겠다. 이씨 집안 살리기보다 다른 걸 했으면 좋았을걸. 이런 생각은 지금이어서 하는 걸지도.


 손이 귀한 집안 종손인 강모는 그게 부담이 되겠다. 자기 마음에 있는 사람 이야기는 하지도 못하고. 그 사람이 좀 먼 사람이었다면 좋았을 텐데, 강모 마음에 있는 건 사촌동생 강실이었다. 이름 보고 친척일지도 모른다 생각했는데 사촌이라니. 잠시 누군가를 마음에 두었다가도 마음을 다잡는 사람도 있을 텐데, 강모는 그러지 못했다. 효원이 크지 않고 강실과 비슷했다면 달랐을지. 강모는 음악에 재능이 있어 보인다. 그때 클래식 잘 아는 사람이 얼마나 있었겠나. 음악한다고 하면 풍각이다 하고 낮잡아 봤으니. 강모가 음악 공부하러 일본에 가고 싶어하는 건 모든 것에서 달아나고 싶어서였다. 음악에 큰 뜻이 있지도 않았다. 그런 게 잘 될까.


 처음 혼례식에서 강모와 효원 사이는 정해진 건지도. 혼례식 때 두 사람이 쥔 실타래가 꼬였다. 그건 두 사람 앞날을 상징하는 것 같지 않나. 기울어가는 가문을 상징하는 걸지도. 강모는 첫날밤 효원을 내버려두기도 했다. 혼례를 올리고 한해가 지나고 효원은 매안에 왔다. 강모는 한해 동안 효원한테 아무 연락도 안 했다. 혼례 치렀다고 바로 정이 생기지는 않겠구나. 함께 살다보면 나아질까 싶지만, 그것도 어려워 보인다. 강모는 아직 학생이어서 전주에서 학교에 다녔다. 할머니 청암부인은 효원을 잘 맞아주었지만 시어머니 율촌댁은 효원을 마음에 들어하지 않았다. 청암부인은 남편 없는 시집에 왔다 해도 엄한 시어머니는 없었다. 효원은 다르다. 그런 효원이 앞으로 어떻게 살아갈지. 청암부인은 효원한테 아들을 낳고 대를 이어라 하는데. 시어머니뿐 아니라 시아버지 이기채도 효원을 반기는 것 같지 않았다.


 일본은 조선 사람한테 창씨개명을 하게 한다. 군 지원군을 받기도 했다. 아직은 지원이지만 시간이 더 가면 강제가 되고 잡아가겠구나. 일본은 조선에서 쌀을 많이 가져갔다. 쌀뿐 아니라 농사 지어야 할 소와 놋쇠도. 먹고 살기 어려운 때였다.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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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10-24 12:0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10-25 01:27   URL
비밀 댓글입니다.
 
어느 날 문득, 내가 달라졌다 생각학교 클클문고
김이환 외 지음 / 생각학교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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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중학생 때는 어땠던가. 잘 생각나지 않는다. 그저 별 일 없이 학교에 다녔다. 사춘기 같은 거 없이 지나갔다. 그때 뭔가 달랐다면 지금도 달랐을까. 그건 나도 잘 모르겠다. 어릴 때도 그렇지만 지금도 나를 있는 그대로 좋아하지 않는 것 같다. 아니 어린 내가 좀 더 나았을지도. 다시 생각하니 어린 나는 조금 바보였구나. 이런 말을. 지금도 다르지 않지만, 그때는 더했지. 선생님 말은 다 들어야 하고 어기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 이상한 거, 그게 아닌데 하는 생각 거의 못했다. 중학생 때 난 책을 안 봤다. 책을 안 보다니, 그건 고등학생 때까지 이어지는구나. 그때 책을 좀 봤으면 좋았을 텐데. 또 이런 생각을 하다니.


 이 책 《어느 날 문득, 내가 달라졌다》에는 다섯 사람 소설이 담겼다. 다섯가지 이야기에 나오는 아이는 중학생도 있고 고등학생도 있다. 네 편은 중학생 이야기지만 정명섭 소설 <꿈속을 달리다>에는 고등학생 창욱이가 나온다. 정명섭과 김이환은 과학소설이다. 사춘기 아이는 어느 때든 있구나. 누구나 지나가는 때로 누군가는 심하게 앓고 누군가는 별 일 없이 지나간다. 앞에서도 말했듯 난 사춘기 조용히 지나갔다. 그런 거 느끼지도 않았던가. 아니 조금은 달랐을 텐데, 그때 잘 생각해보지 않았다. 사춘기도 오면 오고 가면 가는구나 했던가. 재미없는 나였다. 재미없는 건 지금도 마찬가지다.


 사춘기가 오면 가장 많이 달라지는 건 몸일까, 마음일까. 둘 다일지도 모르겠다. 사춘기를 제대로 보내지 못하면 몸만 자라고 마음은 자라지 않을지도. 사춘기는 몸과 마음이 어긋나는 때구나. 마음이 몸을 따라가지 못하는. <가슴, 앓이>(정해연)에서 선하는 자기 몸을 그리 좋아하지 않았다. 그건 둘레 친구가 놀려서기도 할 것 같다. 성조숙증, 그런 것은 자신이 걸리고 싶어서 걸리는 건 아닐 텐데. 선하는 친구 세린을 만나고 자기 몸을 좋아하게 된다. 세린이처럼 자신을 있는 그대로 좋아하는 사람 얼마나 될까. 그러고 보니 세린이는 자신한테 어울리는 옷차림이 어떤 건지 잘 알았다. 자신을 알아야 자신을 조금 좋아하겠다. 난 아직도 나를 잘 모를지도. 언제 알 거야.



 “다른 애들이 싫어한다고 해서 나는 그 애들에 맞춰 똑같이 살 생각은 없어. 내가 좋아하는 대로 살 거야.”  (<가슴, 앓이>에서, 58쪽)



 “중요한 건, 네가 너를 싫어하지 않는 것. 사람마다 다 콤플렉스가 있지만 그건 어쩔 수 없이 나의 한 부분이잖아. 그 한 부분 때문에 나를 싫어하지 말고 그놈과 함께 잘 살아보자고.”  (<가슴, 앓이>에서, 60쪽)



 초등학생이라고 이성에 관심없지 않겠지. 요즘은 유치원생도 이성친구가 있던가. 난 없었고, 없는데. 없어도 되지만. <열네살, 내 사랑 오드 아이>(조영주)는 아이들한테 따돌림 당하지만, 이성친구를 만나고 조금 나아지는 아이 규리 이야기다. <소녀들의 여름>(장아미)은 동성친구하고 겪는 미묘한 감정일까. 그런 것도 보이고 몇 사람이 친하게 지내는데 누군가 새로운 사람이 왔을 때 그 아이를 받아들이지 않는, 그런 거. 그때는 친구도 중요하다. 친구라고 해서 모두 똑같이 해야 하지 않는데도 친구한테 미움받지 않으려고 자기 마음과 다른 걸 하기도 한다. 사람은 다 다르다 말하는 사람이 하나는 있어야 할 텐데 좀 다른 거 좋아하면 어떤가. 같은 걸 좋아해서 친구가 되는 건 어릴 때만은 아니겠다.


 앞에서 잠깐 말한 정명섭 소설 <꿈속을 달리다>와 김이환 소설 <지아의 새로운 손>은 저마다 다리와 손을 이식하는 이야기다. 다리는 인공지능인데 거기에 사람 기억을 넣었다. 장기 이식수술 받은 사람이 장기 기증한 사람과 비슷한 버릇이 나타난다는 말 있지 않나. 여기에서는 그런 걸 느꼈다. 창욱이는 차 사고로 다리가 잘려서 인공지능 다리를 이식했다. 그 뒤로 창욱이 다리가 조금 달라졌다. 예전에는 잘 달리지 못했는데, 지금은 다리가 잘 달리고 달리고 싶어했다. 다리가 생각을 가지고 있다니. 인공지능에 들어간 사람 기억 때문이구나. 그건 달리기하던 사람 거였다. 창욱이는 앞으로도 달릴까.


 마지막 <지아의 새로운 손>(김이환)에서 지아는 태어날 때 손이 없었다. 자랄 때는 기계 손을 여러 번 이식하고 어른이 되면 진짜 손을 이식할 거였다. 시간이 흐르고 이제는 자라는 손을 이식할 수 있게 됐다. 지아는 진짜 손보다 기계 손이 더 좋았다. 지아는 자신처럼 기계 손을 가진 리아를 만난다. 리아는 다른 행성에서 살고 거기는 중학생도 돈을 벌어야 했다. 지아가 사는 곳은 모두가 물건을 나눠써서 돈이 없어도 괜찮았다. 우리가 사는 세상이 그렇다면 살기 좋을까. 돈 걱정 안 해도 되겠지. 지아는 리아가 돈이 없어서 진짜 손을 이식하고 싶어하고 할 수 없다는 말을 듣는다. 그런 걸로 자신은 좀 낫다고 생각하는 건 별로지만, 자신한테 있는 걸 잘 아는 것도 중요하겠다.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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