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지 6 - 박경리 대하소설, 2부 2권
박경리 지음 / 다산책방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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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전에 처음 토지를 봐야겠다 했을 때는 책장이 빨리 넘어간 것 같은데, 이번에 볼 때는 그러지 않았다. 1권 봤을 때도 말했지만 예전에 봤던 거 하나도 생각나지 않는다. 사람들 사는 건 1부가 나았다는 생각이 든다. 그건 당연한가. 동학 때문에 일본군이 조선에 왔다 해도 일본한테 나라를 빼앗기지 않았으니 말이다. 서재필이 만든 독립신문은 1910년 뒤에 나온 게 아니었다. 난 그 신문 일제 강점기 뒤에 나왔나 했는데. 일본이 조선에 왔을 때부터 서재필은 조선이 독립해야 한다고 여긴 거겠지.


 동학혁명이 있어났을 때 일본 힘을 빌린 건 잘못이었다. 지나간버린 일은 되돌리지 못하는구나. 일본뿐 아니라 청나라한테도 도와달라고 했던가. 일본군은 동학혁명을 한 사람을 모두 죽이려고 했다. 이런 거 몰랐는데 얼마전에 그런 그림 같은 거 봤다. 그때 죽은 사람 많겠다. 동학을 하다 도적이 된 사람도 있었나 보다. 김환(구천)은 그런 사람을 일본순사가 잡게 했다. 그렇게 하는 것보다 마음을 바꾸게 하는 게 나을 것 같은데, 폭력을 앞세우는 김환과 대립하는 사람도 있겠다. 동학하던 사람과 독립운동가는 조금 달랐을까. 동학을 하던 사람도 독립운동을 하려한 걸까. 그런 사람이 아주 없지 않았겠다. 여러 사람이 힘을 합치면 좋을 텐데, 그게 쉬운 게 아니었겠다.


 아직 모두가 신분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양반과 평민은 조금 다른 마음이 아니었을까 싶기도 하다. 시간이 흐르면서 달라졌을 것 같지만. 이번엔 《토지》 6권이다. 여기까지 오니 처음보다 익숙해지고 다음 이야기 알고 싶기도 하다. 한권 읽고 바로 쓰기 어렵지만, 잘 못 써도 써두는 게 낫겠지. 먼저 간도 용정 사람 일이 나온다. 용이는 월선이한테 미안하고 남자라는 것 때문에 임이네와 용정을 떠나기로 한다. 다른 때는 농사를 짓고 겨울에는 나무 베는 일을 하려고 했다. 아들 홍이는 월선이한테 맡겼다. 홍이는 공부하고 싶어하고 월선이한테 엄마라 하고 잘 따랐다. 용이는 홍이가 임이네와 함께 있으면 안 된다고 여겼다. 용이가 임이네하고 아무 일 없었다면 더 나았을 텐데. 이것도 바꾸지 못하는 일이구나.


 ‘토지’ 1부를 보면서 어린 길상이는 순수하구나 했다. 드라마 본 적 없는 것 같은데, 어른이 된 길상이는 어릴 때와 달랐던 것 같았다. 드라마 늘 보지는 않고 조금 봤을지도 모르겠다. 길상이는 지난번에 회령에 갈 때 만난 옥이네와 아무 사이도 아니다고 말하지 않고, 회령에 옥이네와 살림을 차렸다는 소문이 나자 그런 것처럼 말했다. 길상이는 서희한테 평생 종이 되고 싶지 않았다. 서희가 조준구한테 복수하겠다는 마음이 없었다면 나았을 텐데. 여러 가지 일을 잊고 서희와 길상이 둘이 아무도 모르는 곳에 가서 살았다면 훨씬 잘 살지 않았을까. 하지만 이건 그런 이야기가 아니다. 소설이니 야망을 이뤄야 할 거 아닌가. 그러면서 누군가는 상처받겠지. 서희와 길상은 회령에 갔다가 용정으로 돌아오다가 마차 사고가 난다. 길상은 서희가 죽지 않기를 바랐다.


 이동진은 서희 아빠 최치수 친구면서 독립운동을 했다. 이동진도 양반이다. 아들 상현한테 서희가 길상이와 혼인하려 한다는 말을 들었을 때는 서희 남편으로 어울리는 건 길상이밖에 없다 했지만, 마음 깊은 곳에서는 인정하지 못하는 것 같았다. 이동진뿐 아니라 김훈장도 그랬다. 김훈장은 드러내놓고 세상이 망했다 하는 듯했다. 서희와 혼인하면 길상이가 힘들겠다. 신분과 상관없이 둘이 서로 좋아한다면 좋겠지만 어떤 마음인지 모르겠다. 둘이 서로 마음이 없는 건 아닌 것 같은데. 서희는 상현을 좋아했던가 보다. 상현은 아내가 있으니 둘레에서 자신과 맞는 사람을 찾다보니 길상이 보였을까. 꼭 그런 건 아니겠지. 길상이는 용정에서 인기 많았다. 어쨌든 서희와 길상이는 혼인하겠다.


 동학에 몸담았던 사람 이야기와 평사리 사람 이야기도 나왔다. 기생이 된 봉순이도. 이제 기화라 해야 하나. 봉순이는 상현을 만나고 길상이를 찾아가려 한 것 같다. 조준구 때문에 억울하게 죽은 정한조 아들 석이는 많이 자랐다. 석이도 앞으로 나오겠다. 인물소개를 보니 서희가 땅을 찾는 데 큰일을 한다고 쓰여 있다. 두만네는 평사리를 떠나 진주로 갔다. 봉순이나 석이도 진주에 살았다. 사는 게 쉽지 않아 보인다. 석이네 식구. 일본은 토지 조사를 해서 조선 사람 땅을 거의 빼앗았다. 조준구는 거기에 붙어서 재산을 불렸다. 이동진 아들 상현은 일본에 가려는지 일본말을 배웠다. 시간이 더 흐르면 조선말은 거의 쓰지 못하게 되는구나.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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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크pek0501 2023-07-20 23:2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전 20권 완독, 도전인가요?
다 읽고 나시면 뿌듯하실 것 같습니다.
저는 요즘 5권짜리 완독 계획을 세웠어요. 5권도 벅찹니다.^^

희선 2023-07-22 00:12   좋아요 1 | URL
이걸 보다보니 여러 번 본 《삼국지》를 다시 볼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예전에 읽기만 하고 쓰지는 않아서, 잘 못 써도 써두면 조금 더 기억할 테니... 페크 님 고맙습니다 페크 님이 읽으시려는 책 즐겁게 보시기 바랍니다 다섯 권 다 보실 거예요


희선
 
토지 5 - 박경리 대하소설, 2부 1권
박경리 지음 / 다산책방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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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선에 살기 어려워진 사람은 만주로 갔다는 게 생각났다. 거기보다 더 먼 곳으로 간 사람도 있겠다. 멕시코, 러시아로도 갔던가. ‘토지’에서 간도 용정이라는 말 봤을 때 생각난 사람은 윤동주 시인이다. 할아버지가 북간도로 갔던가 보다. 윤동주는 용정에 있는 학교에 다녔다. 이번 《토지》 5권에는 학교 이야기도 나온다. 간도는 오월까지 추운 것 같다. 저 위 북쪽이니 그렇겠지. 하동은 남쪽인데, 따듯한 곳에 살다 추운 곳에 간 사람들 고생 많았겠다. 고향을 떠나는 것도 마음 좋지 않았겠지만, 자기 나라를 떠나는 건 더 큰 슬픔이겠다. 언젠가는 고향에 돌아가겠다 생각했지만, 그 꿈을 이룬 사람은 많지 않았을 것 같다.


 지난번 4권에는 을사조약이 나왔는데, 서희와 의병이 됐던 길상이 영팔이 용이와 여러 사람은 간도 용정으로 왔다. 어느새 1911년이 됐다. 시간이 훌쩍 가다니. 길상이도 서희도 거의 어른이다. 서희는 열아홉살인데 대단하다. 서희 마음엔 복수가 있었다. 최참판집 재산을 빼앗은 조준구한테 하려는. 그걸 이루려고 서희는 돈을 많이 모으려 했다. 독립운동가가 군자금을 달라고 했을 때 서희는 주지 않았다. 서희는 자신이 평사리로 돌아가려면 그런 걸 하면 안 된다 여겼다. 서희는 딱히 친일을 하려는 건 아니었는데, 절에 시주한 걸 김훈장은 친일이다 했다. 나였다면 복수 같은 거 생각하지 않고 조용히 살다가 세상이 잠잠해지면 고향으로 돌아갈 기회를 엿봤을지도 모를 텐데. 아니 난 아예 고향에 돌아가지 않았을지도. 이렇게 되면 소설이 재미없겠지.


 이번 《토지》 5권은 조선 사람이 많이 사는 용정촌에 큰불이 나는 걸로 시작한다. 본래 거기는 불이 잘 나는 곳인가 보다. 서희는 불이 난 것을 이용해 돈을 벌려고도 했다. 그나마 독하게 하지는 않았다(내 생각일 뿐인가). 월선이 삼촌인 공노인이 서희와 여러 사람이 용정에 자리잡는 데 도움을 주었다. 서희는 할머니인 윤씨가 남겨준 재물과 양반이어서 좀 나았지만, 농사를 짓고 살던 용이나 영팔이는 용정에서 사는 게 익숙해지지 않았다. 영팔이는 청나라 사람 땅에 농사를 짓고 겨울엔 나무를 베는 일을 했다. 용이는 월선과 임이네와 함께 용정으로 왔지만, 이도저도 아닌 듯했다. 마음은 월선이와 함께 하고 싶어도 임이네는 자기 아들을 낳아서 버리지 못했다. 용이는 월선이한테 얹혀 사는 것 같아서 싫었던가 보다. 임이네는 월선이 하는 국밥집에서 일을 했는데 돈을 빼돌렸다. 그런 일을 하고도 시치미 떼고 남한테 돈을 빌려주다니. 불이 난 날 용이는 임이네가 돈을 넣어둔 베개를 불속에 던져버렸다.


 길상이는 어느새 스물일곱살이 됐다. 어릴 때와 지금 다르구나. 본래 그런 거겠지만 어린 길상이가 훨씬 나은 것 같다. 남자는, 나도 잘 모르겠다. 길상이가 서희를 생각하는 것 같기는 한데 신분 차이가 있어서 마음을 드러내지 못하는 건지. 어떤 걸까. 그저 혼자가 된 서희를 도와야 한다 생각하는 건지도. 서희는 이동진 아들인 이상현을 어떻게 생각하는 걸까. 좋아하는 마음이 있었던 건지. 아내가 있는 사람이니 더 이상 생각하지 않았을지도. 서희는 길상이한테는 말하지 않았는데, 이상현한테 자신은 길상이와 혼인하겠다고 한다. 그때 길상이는 다른 사람한테 조금 마음이 갔구나. 길상이는 길상이 대로 마음이 편해 보이지 않는다. 이제 신분 차이가 없어진 세상이지만, 거기에서 자유로운 사람은 별로 없었다.


 용정에는 김평산(서희 아빠 최치수를 죽인 사람) 첫째 아들 거복이도 있었다. 지금은 김두수로 일본 밀정이었다. 그런 일을 하다니. 동생은 괜찮은 아이였는데. 거복이는 어릴 때 남의 물건, 먹을거리를 훔치기도 했구나. 어떤 아버지는 딸을 술집에 팔고 두수(거복)는 그 여자를 샀다. 이름은 금녀다. 이때도 자기 딸을 술집에 파는 사람이 있었다니. 용정에서 학교를 하는 송장환은 독립운동에 뜻이 있어 보인다. 인재를 기르려고 하는 건가. 그때 실제 교육이 힘이 된다 생각한 사람 있었겠다.


 월선이와 용이는 헤어질 것 같다. 용이가 떠난다고 해야겠다. 용이는 여러 가지 일이 일어나지 않았다면 좋았겠다 했는데, 그게 남 탓일까. 용이가 월선이한테 미안한 마음도 있었지만, 그것보다 용이 자존심이 더 커 보인다. 용이는 자신이 마음 편하게 살려고 월선이를 떠나는 거겠지.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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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넬로페 2023-07-17 11:5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토지는 우리나라의 가장 어렵고 핍박받는 시기가 배경이라 읽기가 쉽지 않을 듯 해요. 장대한 내용도 그렇지만 배경에서 오는 슬픔도 많을 것 같아요^^

희선 2023-07-18 02:20   좋아요 1 | URL
저는 고향을 그렇게 크게 생각하지 않지만, 토지에 나오는 사람은 고향을 그리워하더군요 그때는 다 그랬을 것 같아요 자신이 살던 나라를 떠난 사람도 있으니... 가난해서 다른 나라로 간 사람도 있군요 속아서 간 사람도 있고...


희선
 
토지 4 - 박경리 대하소설, 1부 4권
박경리 지음 / 다산책방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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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상이 바뀌었다 해도 없는 사람은 살기 어렵다. 노비제도가 없어졌다 해도 살던 곳을 떠나지 못하는 건 살 길이 막막해서겠지. 최참판집 노비였던 사람도 다르지 않았을 거다. 노비뿐인가, 마을에서 최참판집 땅에 농사 짓지 않는 사람은 별로 없는 것 같다. 지금 최참판집에서 주인 행세를 하는 사람은 최치수 먼 친척인 조준구다. 사람이 참 뻔뻔하구나. 남의 것을 빼앗으려고 하다니. 죽은 윤씨는 진작에 조준구 마음을 알아봤을지도 모르겠다. 죽지 않았다면 서희가 덜 힘들었을 텐데. 사람 목숨은 어쩔 수 없는 건가. 죽은 사람, 죽다 살아난 사람도 있구나. 서희를 도우려 했던 수동도 죽는다.


 이제 겨우 《토지》 4권을 만났다. 이번 건 1부 4권이다. 을사보호조약이 나오기도 한다. 이 말은 일본에서 하는 말이겠구나. 그 일은 1905년에 일어났다. 이름은 들어봤지만 자세한 건 모른다. 조선 외교권을 빼앗으려고 맺었다고 하는데. 일제 강점기는 1910년에서 1945년까지인데, 실제 시작은 1905년일지도 모르겠다. 일본은 동학혁명이 일어났을 때부터 조선을 조금씩 차지하려고 한 건 아닐까 싶기도 하다(더 거슬러가야 하는구나. 임진왜란). 그때부터 일본 병사가 조선에 오고 조선 사람은 자유를 잃어갔겠다. 1905년에는 더 심해졌겠구나. 그때는 조선말이나 글을 편하게 썼을 텐데. 을사조약 소식을 듣고 김훈장은 조준구를 찾아갔다. 조준구는 일본 편에 있는데, 왜 그랬을지.


 김훈장은 정말 사람들과 뭔가 하려고 했던 걸까. 잘 모르겠다. 여러 사람은 일본군이 조선에 오고 마음대로 하려는 건가 했지만, 바로 나서서 싸워야겠다 생각하지는 않았다. 사는 것도 힘든데 싸움까지 하겠는가. 최참판집에서 일하는 삼수는 조준구 비위를 맞추고 마을 사람한테 나쁜 짓을 했다. 삼수 마지막은 그리 좋지 않았다. 마음을 나쁘게 쓰니 그렇게 됐겠다. 조금 억울한 사람은 정한조가 아닌가 싶다. 농사 지을 땅이 없어서 돈을 벌러 다른 곳에 갔다가 돌아왔더니, 조준구가 한조를 폭도라 해서 일본 헌병한테 끌려 가고 죽임 당했다. 제대로 알아보지도 않고 조준구 말을 듣고 끌고 가다니. 조준구가 없애고 싶은 사람에는 서희도 있었겠지만, 서희는 쉽게 건드리지 못했다. 다행이라면 다행이구나.


 조준구는 최참판집 재산을 가로채고 서희와 자기 아들 병수를 결혼시키려고도 했다. 그건 잘 되지 않았다. 병수가 서희한테 마음이 조금 있는 것 같았는데, 병수 조금 안됐구나. 길상이도 많이 자라고 봉순이도 많이 자랐다. 봉순이는 길상이를 좋아했지만 길상이는 그 마음을 받지 못한다 생각했다. 마음 깊은 곳에는 서희가 있었던 걸까. 그런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윤보가 돌아오고 몇몇 사람과 최참판집에 쳐들어 갔다. 조준구와 조준구 아내인 홍씨를 죽이려고 했는데 두 사람을 찾지 못하고 패물과 곡식을 훔쳐 달아났다. 거기엔 용이와 길상이도 있었다. 길상이는 왜 거기에 끼었을까.


 용이 아들을 낳은 임이네는 용이와 살았다. 용이가 최참판집에 쳐들어 갔다 사라져서 임이네는 아이들과 거기 살기 어려웠다. 임이네는 월선이를 찾아갔다. 다른 데 갈 수도 있었을 텐데. 월선이는 임이네와 아이들을 받아준다. 월선이는 용이 소식을 들을 수 있을까 하고 날마다 나루터에 나갔다. 어느 날 밤에 용이가 찾아온다. 용이는 월선이한테 자기와 함께 간도로 떠나자고 한다. 서희가 간다고 하면 여러 사람과 떠난다고 했다. 함께 떠나는 사람에는 임이네와 아이들도 들어갔다. 자기 아이를 낳아서 용이는 임이네를 버리지 못하는구나. 월선이는 그걸 당연하게 여겼겠지. 박경리는 왜 둘을 다시 만나게 한 건지. 지난번에는 둘을 좋게 여긴다고 말했는데. 월선이가 힘들어 보인다. 서희도 이곳에 있는 것보다 떠나는 게 낫다고 여기고 떠나기로 한다. 윤씨는 죽기 전에 서희한테 재물을 남겨주었다. 봉순이는 길상이 마음을 알고 함께 가지 않기로 했다.


 조선을 떠나 간도 용정으로 가는구나. 거기에서 사는 거 쉽지 않을 것 같은데. 실제 그때 조선을 떠나 간도로 간 사람 있었겠다. 구천(김환)과 함께 떠난 서희 엄마 별당아씨는 병으로 죽었다. 죽기 전까지 그렇게 안 좋은 건 아니었겠지. 누군가는 죽고 누군가는 떠나는구나. 남는 사람도 있고. 간도로 함께 가는 사람에 김훈장도 있다니. 이 사람이 오래 나오리라고 생각하지 못했다. 여기에서 헤어진 사람이라고 해서 아주 못 만나는 건 아니겠지.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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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넬로페 2023-07-15 11:0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제 겨우라니요?
벌써 4권인데요!

희선 2023-07-16 00:17   좋아요 1 | URL
페넬로페 님 고맙습니다 앞으로 보다보면 끝까지 보겠지요 남은 주말 편안하게 보내세요


희선
 
수면 아래
이주란 지음 / 문학동네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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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어릴 때는 어땠더라. 별로 생각나지 않는데, 그때도 나름대로 슬펐다. 슬펐지만 어려서 잘 몰랐을지도. 아니 그때는 슬픔을 크게 생각하지 않았다. 어릴 때는 거의 그렇겠지. 큰 일을 겪고 아주 달라지는 사람도 있겠지만, 사람은 살면서 크고 작은 슬픔을 겪고 산다. 산 사람과 마음이 안 맞아서 헤어지거나 다른 곳으로 가게 되어서 헤어지면 조금 슬퍼도 시간이 가면 새로운 사람을 사귀기도 한다. 헤어짐이 없는 만남은 없다고도 하는데 그럴지도 모르겠다. 물건도 고장 나고 부서지면 버리거나 새로 사야 한다. 고장 나도 고칠 수 있으면 좋을 텐데, 오래 쓰면 부품이 없어서 못 고친다.


 이주란 소설을 그렇게 많이 보지는 않았다. 젊은작가상과 소설 보다에서 단편 한편씩만 만났다. 단편소설 두편 보고 장편을 보는 거구나. 《수면 아래》는 장편이다. 왜 이런 말을 하느냐면 책이 얇아서다. 꼭 두꺼워야 장편은 아니겠지. 이 소설을 뭐라 하면 좋을까. 별 일이 일어나지 않는 소설. 하루하루 사는 사람 이야기. 별 일 일어나지 않지만, 조금 긴장했다. 이건 나만 그럴지도. 뭔가 일어나면 어쩌나 했다. 예전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나올까 봐. 나오면 나오는가 보다 하면 될 텐데.


 해인과 우경은 고등학교 동창으로 열일곱살에 만나고 결혼했다가 헤어졌다는 말이 나온다. 왜 해인과 우경은 헤어졌을까. 소설엔 왜 헤어졌는지 나오기도 하는데, 이주란 소설에는 헤어지기까지 일어난 일보다 그 뒤 이야기가 나온다. 힘들고 괴로운 시간을 지나고 헤어진 두 사람이 여전히 가까이 살면서 만난다. 그렇다고 다시 함께 살 마음이 있는 건 아닌 것 같다. 서로를 생각하지만 마음 편한 친구로 지낸다. 해인은 모르겠지만, 우경은 아직도 해인을 좋아했다. 해인이 자꾸 눈에 아른 거려서 눈을 감고 뜨지 않으려 했다니. 이런 말은 우경이 베트남으로 홀로 떠난 다음에 보낸 전자편지에 쓰여 있었다. 소설 앞에서는 두 사람이 가까이 살았지만, 소설 끝에서는 먼 곳에 살게 된다.


 두 사람한테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 이야기가 아주 안 나오는 건 아니지만 자세하게 나오지는 않는다. 베트남에서 아이를 잃었다는 말만 나온다. 아이를 잃은 슬픔은 평생 사라지지 않겠지. 아니 누군가를 잃은 슬픔은 언제까지나 사라지지 않고 마음에 남을 거다. 시간이 흐르고 조금 희미해지겠지만. 해인이 만나는 사람은 다 그런 일을 겪었다. 아버지를 여읜 장미, 할머니가 돌아가신 유진, 어머니가 세상을 떠난 성규. 할머니 할아버지와 사는 환희. 환희가 할머니 할아버지와 사는 까닭은 나오지 않았지만, 부모가 없어서가 아닐까 싶다. 해인뿐 아니라 해인 엄마는 친척이 없었다. 친척이 없는 게 어떤가 싶기도 하지만. 엄마 친척이 없으니 해인도 없구나.


 여기 나온 사람은 다 슬픔이 있구나. 그런 사람이 만나고 이야기하고 함께 밥을 먹기도 하면서 하루하루를 살아간다. 많은 사람이 그렇게 살아가겠지. ‘수면 아래’는 수면 위보다 잔잔할지. 여러 가지 일이 있지만 잘 보이지 않겠다. 사람 삶은 수면 아래처럼 잘 보이지 않는구나. 저마다 마음속에 슬픔이나 아픔이 있어도 그걸 겉으로 드러내지 않는다. 아주 생각하지 않는 건 아니겠지만. 그렇게 되기까지 시간이 걸리겠구나. 처음부터 잔잔하게 살지는 않았겠다. 왜 나한테만 이런 일이 일어나느냐고 신을 원망하거나, 혹시 자기 때문은 아닐까 자책도 했겠다.


 부모가 세상을 떠나는 것도 마음 아프겠지만, 자식이 죽는 건 가슴이 더 아프겠다. 일어나지 않았으면 싶지만, 일어나기도 하는 일. 사람이 죽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지만, 그걸 자연스럽게 여기기는 무척 어렵겠다. 슬프고 마음 아파도 친구를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함께 밥을 먹기도 하면 조금 낫겠지.




희선





☆―


 [해인 씨. 뭐 해요? 내년 4월까지 어떻게 기다리죠?]


 [내년 4월은 왜요?]


 [지난번 치킨집에서 받아온 메리골드 씨앗을 심을 거거든요. 꽃말은 ‘반드시 오고야 말 행복’. 메리골드는 꽃이 오래 피어 있는대요.]  (19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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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의화가 2023-07-11 10:2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수면 아래‘라는 제목이 인상적이네요. 사실 사람을 잃거나 헤어지는 일이 별 일이 아닌 것은 아니죠. 하지만 삶이라는 게 결국 사람들과의 헤어짐의 연속이라는 생각도 듭니다.

희선 2023-07-12 03:16   좋아요 2 | URL
잘 보이지 않는 수면 아래... 사람과 헤어지는 건 그렇게 큰 일은 아니다 생각하면서도, 막상 그런 일이 일어나면 마음 아프기도 하죠 그런 건 시간이 흐르면 좀 낫겠지만... 가는 사람 오는 사람 다시 가는 사람이겠습니다


희선

반유행열반인 2023-07-11 14:1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 이 책 빌렸다가 제대로 펴지도 못하고 못 읽었는데 희선님이 읽으셨다니 궁금하긴 합니다. 저는 ‘모두 다른 아버지’ 소설집으로 이주란을 처음 읽었었는데 ‘넌 그렇게 말했지만’ 거기서부터는 말씀하신대로 별 일 없는 듯 별 일 있는 속시끄러워보이는 소설이라 읽기 힘들긴 하더라구요…힘들지 말길…하고 빌어주고 싶은 주인공들만 나오드라구요.

희선 2023-07-12 03:21   좋아요 2 | URL
얼마 전에 나온 소설 제목은 《별일은 없고요?》네요 지금 보니 소설집이네요 ‘넌 그렇게 말했지만’ 은 제가 처음으로 봤을 거예요 거기에도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뚜렷하게 나오지 않았던 것 같네요 평범한 듯 보이지만 그렇지도 않은 그런 걸 쓰는 작가인가 싶은 생각도 듭니다 소설 많이 본 것도 아닌데 이런 말을 했네요 언제 기회가 있으면 한번 보셔도 괜찮을 거예요 사람은 상처도 주고 위로도 주는군요


희선
 
토지 3 - 박경리 대하소설, 1부 3권
박경리 지음 / 다산책방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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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토지》 2권에서 최치수가 죽임 당하고 김평산 귀녀 칠성이는 끌려갔다. 최참판집과 먼 친척인 조준구는 김평산이 최치수를 죽이게 이끌었다. 먼 친척이어도 재산을 가로챌 수 있으려나. 최치수가 없으면 조준구 마음대로 할 수 있다 여겼겠다. 김평산과 칠성이는 관아로 끌려가고 고문 당하고 처형됐다. 귀녀는 아이를 가져서 아이를 낳을 때까지 감옥에 갇혀 있어야 했다. 강포수는 먹을 걸 가지고 귀녀를 찾아갔다. 귀녀가 낳은 아이를 자신이 키우리라 다짐했다. 귀녀는 처음엔 강포수한테 쌀쌀맞았는데, 시간이 흐르고 강포수와 살았다면 좋았을 텐데 한다. 재물이 무슨 소용인가 귀녀는 아이를 낳고 죽고 강포수는 귀녀가 낳은 아이를 데리고 떠난다. 강포수 이야기는 이제 나오지 않을지. 《토지》 3권 시작에서는 귀녀가 아이를 낳고 강포수가 떠나는 이야기가 나오는구나.


 시간은 훌쩍 세해가 흘렀다. 그때는 부모가 세상을 떠나면 3년상을 치렀구나. 서희는 곧 열살이 되었다. 열살이 어른스러워졌나 보다. 어머니도 없고 아버지도 죽었으니. 길상이는 열여섯살이었다. 조준구는 최참판집 사랑에서 지냈다. 최치수가 없다고 해도 최참판집에는 그저 객식구였다. 아직 큰일은 없어 보이지만 조금씩 달라지고 있었겠지. 일본이 조선에 간섭도 많이 하고. 김평산 둘째 아들 한복이가 평사리에 찾아왔다. 처음엔 아이들이 살인자 자식이다 했는데, 시간이 갈수록 그런 일이 줄었다. 한복이 형인 거복이는 찾아오지 않았다. 칠성이 처인 임이네도 거지꼴이 되어 돌아왔다. 용이는 임이네가 불쌍하게 보였는지 도와준다. 도와주다가……. 용이 처인 강청댁은 아이라도 있었으면 했는데, 임이네가 용이 아이를 가진다. 왜 그렇게 흘러갔을까.


 윤씨는 칠성이가 죄가 없다는 걸 알았지만, 임이네한테 다른 말은 하지 않았다. 임이네가 다시 돌아왔을 때는 거지꼴이어서 마을 여자들이 조금 불쌍하게 여겼는데, 갈수록 괜찮아지는 모습을 보고는 시샘했다. 용이 처인 강청댁과 임이네는 싸우면서도 그럭저럭 지냈다. 별일 없었다면 강청댁이 용이 아이를 길렀을까. 옛날엔 역병이 돌면 많은 사람이 죽었다. 그런 건 지금도 다르지 않구나. 20세기 초에는 콜레라에 걸리면 산 사람보다 죽은 사람이 많았겠지. 그건 일본 사람이 조선에 와서 생긴 걸까. 예전에는 호열자라 했다. 그걸로 죽은 사람 많았다. 용이 처인 강청댁도 죽었다. 서희 할머니 윤씨도. 최참판집 안주인이었구나.


 최치수가 죽고 윤씨는 서희와 혼인할 사람을 정해두려 했는데 그러지 못했다. 조준구는 서울에 갔다가 아내와 아이를 데리고 돌아왔다. 윤씨가 죽자 조준구는 거의 주인 행세를 했다. 조준구는 콜레라가 돌 때 물을 끓여 먹으면 괜찮다는 걸 알면서도 마을 사람한테 말하지 않았다. 그럴 때는 말해야 하는 거 아닌가. 콜레라로 죽은 사람이 많았지만, 감염 되고도 나은 사람도 있었다. 서희와 길상이도. 그걸 견디다니, 평사리 의원이던 문의원은 다른 곳에서 죽었다. 의원이 있었다면 윤씨 죽지 않았으려나. 누군가는 죽고 누군가는 살아 남았구나. 역병이 지나간 다음 해는 흉년이었다. 이래저래 많은 사람은 힘들었겠다. 조준구는 자신을 따를 만한 사람한테는 곡식을 주고 그러지 않을 것 같은 사람한테는 주지 않았다. 자기 것도 아닌데. 마을 사람 마음을 얻으려면 모두를 똑같이 대해야지 그렇게 차별하다니.


 이번에 《토지》 3권을 보면서 박경리 작가가 용이와 월선이한테 마음을 쓰는 것 같다 생각했다. 작가는 자신이 쓴 소설 속 사람을 다 소중하게 여기겠지만. 용이와 월선이를 헤어졌다 다시 만나게 했다. 두 사람을 좋게 여긴 걸지, 불쌍하게 여긴 걸지. 죽은 강청댁은 불쌍하구나. 임이네 아이도 죽었다. 아이가 죽지 않았다면 마을 사람들이 더 안 좋게 여겼을지도. 최치수와 사냥을 갔다가 다리를 다친 수동이는 서희를 도와주려고 하지만, 쉽지 않아 보인다. 예전에 드라마 거의 못 봤지만, 윤씨가 여러 가지 했을 것 같은데 소설에서는 크게 두드러지지 않는 것 같다. 이건 내 느낌일 뿐일까. 콜레라로 덧없게 죽다니. 쓰이지 않은 걸 봐야 할 텐데 내가 그러지 못했나 보다.


 여러 사람이 죽고 안주인까지 죽은 최참판집은 기우는 조선 모습 같기도 하다. 서희는 나이는 어려도 당차게 보인다. 그렇게 될 수밖에 없었겠다.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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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넬로페 2023-07-09 08:1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소설을 쓰다보면 작가도 마음이 가는 인물이 있겠지요~~
그 당시 사람들의 삶이 여러가지로 힘들었을거예요^^

희선 2023-07-11 02:27   좋아요 2 | URL
사람은 어느 때든 살기 어려운 듯합니다 그때는 조선이 망해가는 때기도 하고 여러 가지 바뀌었다 해도 바로 받아들이지 못하기도 했겠지요 그런 걸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려면 시간이 있어야 했겠습니다


희선

2023-07-09 10:5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07-11 02:2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07-09 15:4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07-11 02:42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