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지 8 - 박경리 대하소설, 2부 4권
박경리 지음 / 다산책방 / 2023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지금 양반 상민 그런 게 없어서 다행이다(이 말 여러 번 하는구나). 그런 게 있었다면 살기 어려웠겠지. 난 양반보다 상민, 서민이었을 것 같다. 그랬다면 뭐든 하거나 남의 집살이를 해야 했을지도. 여자는 더 살기 힘들었다. 그건 양반이라고 다를 거 없었구나. 결혼하지 않으면 더 그랬겠다. 결혼이 중요한 건 아닌데, 옛날엔 어쩔 수 없이 바라지도 않는데 해야 했겠다. 여자는 사람으로 여기지 않기도 했구나. 이건 더 옛날 일일까. 아니다 조선시대에도 다르지 않았다. 그건 유교 영향이 커서가 아니었을지. 고려시대에는 덜했다는데. 조선시대가 500년이나 이어졌으니. 고려도 거의 500년이었다. 《토지》를 보니 역사를 생각하기도 하는구나. 그저 조금밖에 모르는 역사.


 학교에 다닐 때 배우는 역사도 도움이 될 텐데. 그땐 그걸 그렇게 재미있게 여기지 않았다. 그때도 역사를 좋아하고 공부한 사람 있었겠다. 가끔 그런 사람 부럽다. 지금도 공부하려면 못할 거 없겠지만, 소설로 조금만 알려고 하는구나. 중, 고등학교 때도 소설을 봤다면 좋았을 텐데. 안 봐서. 《토지》 8권에 접어들고 2부 4권이다. 난 역사보다는 사람 이야기를 더 보는구나. 역사가 사람 이야기기는 하지. 자세한 이야기는 없지만 공노인은 최참판집 재산을 빼앗은 조준구를 속이고 예전 최참판집 땅을 거의 되찾았다. 김환도 그 일 한몫 거들었다. 산에서 도를 닦는 사람이다 하면서. 조준구는 바보구나. 재산을 늘리려고 하지 않았다면 괜찮았을지. 그럴 마음이 없었다면 남의 재산을 가로채지 않았겠다.


 조준구 때문에 의병으로 몰려 죽은 정한조 아들 석이도 도움을 주었다. 그렇게 이어지기도 하는구나. 시간은 또 흘렀다. 서희는 둘째를 낳았다. 아들 둘은 환국과 윤국이다. 환국이는 아빠 길상을 닮은 듯하고 윤국이는 엄마 서희를 닮은 듯하다. 이 아이들이 자란 모습도 나오겠다. 지금은 어리지만. 월선이는 암이었다. 이때는 수술하기 어려웠으려나. 어떤 암이었을지. 월선이 살 날이 얼마 남지 않았을 때도 용이는 월선이를 만나지 않았다. 산에서 하는 일이 다 끝나고서야 왔다. 그럴 수도 있다 여겨야겠다. 월선이도 용이를 보고 가려고 그때까지 버텼다. 용이가 오고 이틀 뒤 월선이는 떠났다. 사람이 죽는 게 자연스럽다 해도 슬펐다. 지금까지 여러 사람이 죽었는데, 월선이는 1권부터 봐서 더 슬펐나 보다. 월선이는 슬쓸하지 않게 갔다.


 길상이는 하얼빈에서 옥이네를 만나고는 또 거기 가 봐야 할 텐데 한다. 마음이 다 정리가 안 된 건지. 서희는 길상이 마음을 안 것 같기도 하다. 길상이 하얼빈에 가고 없을 때 운 걸 보면. 김환이 간도 용정에 오고 길상이를 만났다. 길상이는 환이 웃는 얼굴을 보고 어디서 봤는데 했다. 난 최치수 아닌가 했는데, 김환 얼굴은 윤국이가 웃는 것과 닮았다. 그렇게 되기도 하는구나. 김환은 아이들 작은할아버지다(할아버지기도 한가). 길상은 서희가 조선으로 돌아갈 준비를 해도 그 일에는 관심을 가지지 않았다. 서희는 조준구한테 복수하고 싶은 마음이 컸지만 길상은 그렇지도 않았다. 그럴 것 같기는 하다. 그런 일이 없었다면 더 나았을 텐데 하는 생각을 또 했다. 길상은 서희와 같은 마음이 아니어서 옥이네를 생각한 건 아닐까.


 김두수는 회령에서 순사부장이 되었다. 그러면서도 금녀를 찾으려고 했다. 양가라는 사람이 하얼빈에서 금녀를 보고 그걸 김두수한테 말했다. 금녀는 아주 멀리 가지 가까운 곳에 있었다니. 금녀는 자신을 도와준 장인걸한테 마음이 있었구나. 금녀는 그저 장인걸을 돕고 싶어서 하얼빈에서 중국사람처럼 살았다. 난 누구를 좋아해도 그러다 마는데, 소설 속에서는 오래오래 좋아한다. 그런 거 보면서 실제 그런 게 있으려나 한다. 사람 마음은 바람이니. 김두수는 집착이구나. 그런 집착은 안 좋지. 독립운동 하는 사람을 일본에 알려주려는 마음도 있었다. 친일하는 사람 마음도 잘 모르겠다. 뭘 바라고 그러는 건지.


 강포수는 산에서 사고를 내고 죽었다. 그건 사고가 아니었다. 아들인 두메는 공부를 잘했는데, 더 자랄 때까지 봐도 괜찮았을 것 같은데. 두메는 두매가 되었다. 한자 이름으로 바꾼 거였다. 두매는 혼자구나. 월선이 죽고 임이네는 월선이 재산을 어디에 두었나 알려고 했다. 임이네는 돈에만 관심이 있구나. 월선이는 길상이한테 돈을 맡겨두었다. 용이가 그걸 임이네한테 줄 테니 인연을 끊자고 했는데, 임이네는 그건 싫었나 보다. 차라리 그렇게 하지. 영팔이는 조선으로 돌아가는 걸 기쁘게 여겼다. 서희는 용정에 함께 온 사람과 조선으로 돌아가려 하는구나. 살기 어려워도 고향이 더 좋을까. 그런 마음 잘 모르겠다. 길상은 독립운동에 크게 뜻을 둔 건 아니지만, 독립운동을 하려 했다. 서희는 아이들과 조선으로 떠난다.


 자신이 생각한 걸 해내는 사람 대단하다. 나도 생각한 거 하기는 하는데, 큰 건 아니다. 큰 걸 하려면 힘들어서. 책을 읽겠다는 것은 한다. 《토지》 시대가 사람을 크게 만들었을지도 모르겠다. 나라를 잃고 힘들다 해도 자기대로 산 사람도 있었겠다. 내가 그 시대에 살았다면 나도 다르지 않았을 거다. 눈에 띄지 않게 조용하게 살았겠지. 친일은 안 하고.




희선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콜드브루 파우치 브라질 산토스 NY2 디카페인 - 40ml*5ea
알라딘 커피 팩토리 / 2024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선물하기에 좋네요. 드립백도 그렇지만, 여름엔 콜드브루가 더 좋지 않을까 싶기도 합니다. 커피 마시기 부담스러운 사람한테는 디카페인이 낫겠지요. 몸이 안 좋아져서 디카페인을 마시는 듯하더군요. 저는 안 마셔봤지만, 다음에 한번. -희선

댓글(2) 먼댓글(0) 좋아요(1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페넬로페 2023-07-27 11:5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더운 여름엔 콜드브로가 좋더라고요.
아이스커피 해 먹기도 좋구요~~

희선 2023-07-28 03:13   좋아요 1 | URL
제가 사고 난 다음에 일시품절이 되다니... 그전에 사서 다행입니다 여름이어서 잘 팔리나 봅니다


희선
 
토지 7 - 박경리 대하소설, 2부 3권
박경리 지음 / 다산책방 / 2023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조선시대에는 남과 북이 나뉘지 않아서 남쪽에서 북쪽으로 가고 북쪽에서 남쪽으로 오기도 했다. 나중에 남과 북으로 나뉠지 몰랐겠지. 한국이 중국과 아주 가까운 사이는 아니지만, 중국이 북한보다 가까울지도. 본 적은 없지만 북한 사람이 유튜브 한다는 말 있던데. 그건 솔직한 게 아니고 나라에서 하라는 대로 하는 걸지. 지난 월드컵 때 북한에선 한국이 경기하는 거 방송했다고 하던데. 통일은 어려워도 북한과 좋은 사이로 지내야 할 텐데. 한국와 북한 사이가 안 좋으면 다른 나라만 좋을지도 모르겠다. 중국이나 미국. 예전엔 북한을 지나 간도에 갈 수 있어서 이런 말을 잠깐 했다. 유튜브 방송 북한에서 만든 거 한국에서는 못 보게 했을 것 같다. 북한에서 한국 방송 본다는 말도 있던데 정말일까.


 이번엔 《토지》 7권, 2부 3권이다. 앞으로 2부는 한권 남았다. 여기저기에서 독립운동을 하는 사람 모습이 보인다. 독립운동 하려고 사람들이 많이 간 곳은 중국일지, 러시아일지, 일본일지, 미국일지. 한국에서 가기에 편한 곳은 중국이구나. 이때는 청이다. 멀리까지 간 사람들 대단하구나. 조선 독립이라는 건 같아도 똑같이 하기는 어려웠다. 누군가는 힘(무력)이 있어야 한다 여기고 누구는 공부해야 한다 했으니. 하나만 중요하지 않을 텐데. 김환은 폭력을 썼구나. 윤도집은 그런 걸 못마땅하게 여기고. 이름 썼는데 잘 아는 건 아니다. 동학교도가 동학당으로 독립운동을 하겠다고 한다. 종교로 하면 좀 어려움이 있겠지.


 무슨 바람이 불었는지 김환은 사람들과 만나고 평사리에 간다. 환이인 구천을 알아보는 사람이 있을지도 모를 텐데. 평사리라기보다 최참판집이구나. 별당아씨를 만난 곳으로. 거기 갔다가 주막에 가서 술을 마시는데, 거기 온 사람이 김환이 구천이라는 걸 알아본다. 그 사람들은 최참판집이 망해서 힘들어지고, 최참판집을 망하게 한 건 구천이다 했다. 그런 억지를. 구천은 자신을 알아보고 사람들이 돌아와도 피하지 않고 맞았다. 지금 있는 사람은 예전에 보던 사람과 조금 다르기도 했는데, 본래 있던 사람들이겠지. 평사리 인심이 사나워졌다. 그걸 시대나 일본 탓으로 돌려야 할지. 사람은 자신이 안 좋으면 다른 걸 탓하고 원망한다. 그건 사람이 약해서구나. 어느 때든 마음이 단단해야 할 텐데.


 지금은 기생 기화가 된 봉순이는 혜관스님과 함께 간도 용정에 간다. 여기엔 이름이 둘인 사람이 나오기도 하는구나. 지금 이름을 써야 할지, 처음 이름을 써야 할지. 간도 용정으로 간 서희 길상이나 평사리 사람을 만나러 간 거니 봉순이 어울리겠다. 봉순(기화)은 간도 용정이 꼭 고향 같았다. 보고 싶은 사람이 있어서. 서희와 길상이 결혼한 건 아쉬워했지만, 월선이나 다른 사람을 만나고는 좋아했다. 모두 봉순이를 반겨줬는데 임이네는 그저 그랬다. 임이네는 돈돈돈 하는 것 같다. 월선이보다 자신이 낫다는 걸 모르고 월선이를 시샘했다. 용이 마음은 늘 월선이한테 가니 임이네가 안된 건가. 어쩌다가 세 사람은 그렇게 됐는지 모르겠다. 용이와 월선이가 모질지 않아서구나. 월선이와 용이는 늘 함께 하지 못해도 괜찮을 때가 있기도 하겠지. 많은 걸 바라면 괴로울 뿐이다.


 귀녀가 낳은 아이를 데리고 떠난 강포수는 안 나오겠지 했는데, 2부 인물소개를 보니 강포수와 강두메(두메는 두매가 되는가 보다)가 있어서 다시 나오는가 하고 ‘토지 5권’을 봤는데, 바로 안 나오고 이번 7권에 나왔다. 강포수를 노인이다 하다니. 강포수 나이가 그렇게 많은가. 예전에는 쉰 넘으면 노인이다 했구나. 강포수는 두메를 공부시키려고 했다. 두메는 아빠하고 같이 살고 자신도 포수가 되고 싶다 했는데. 강포수는 두메 엄마가 귀녀인 것을 들키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강포수가 온 간도 용정에는 서희가 있는데. 강포수는 공노인을 찾아가고 두메가 공부할 곳을 알아봐 달라고 한다. 서희는 강포수 모르던가. 귀녀는 알겠지. 강포수가 아주 다른 곳으로 가도 괜찮았을 텐데 간도 용정으로 오다니. 소설이어서 그럴까. 김평산 아들 김두수(거복)도 밀정으로 간도 용정에 왔구나.


 김두수는 참 나쁜 사람이구나. 떡잎부터 안 좋았다고 해야 할지. 김두수는 공노인 양딸인 송애를 겁탈하고 이용했다. 윤이병이 금녀를 데리고 오지 못하자 죽였다. 이건 김두수가 생각하는 걸로 나왔다. 송애를 겁주려고 말하기도 했구나. 성폭력은 평사리에서도 있었다. 삼수는 죽었구나. 김두수도 끝이 그리 좋지 않겠지. 일본 밀정이니 말이다. 세상이 바뀌었다 해도 아직 신분에서 자유롭지 않다. 양반은 더하고 하인도 다르지 않겠다. 길상이 말이다. 길상이는 서희와 결혼했지만, 그리 떳떳하게 생각하지 못한다. 그것도 있지만 둘레에서 말이 많았다. 그건 시샘이겠다. 서희는 간도 용정에서 돈을 많이 벌었다. 많은 조선 사람은 가난하게 사는데, 서희는 용정에서 최부자였다. 서희가 그렇게 돈을 불린 건 조준구한테 복수하려고다. 평사리 땅을 되찾으려고. 이번 7권에서 그 일을 시작한다. 월선이 삼촌인 공노인이 조준구를 만났다. 조준구는 공노인이 하는 거짓말에 쉽게 속았다.


 이런저런 사람 많이 나오는구나. 모두 스무권인 대하소설이니 그렇겠다. 앞으로도 《토지》에는 많은 사람이 나오겠지. 모두 잘 보기는 어려울지 모르겠지만, 마지막까지 봐야겠다. 책을 읽는 건 쓰는 것보다 쉽구나.




희선





댓글(4) 먼댓글(0) 좋아요(1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페크pek0501 2023-07-25 13:1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토지7이군요. 저는 레 미제라블 1권, 375쪽까지 읽었어요. 웬만한 책이면 한 권 읽은 셈일 텐데
이 책은 5백 페이지가 넘어요. 그래도 반 이상 읽고 나니 술술 넘어가는 것 같습니다.
고지가 바로 저기인데, 가 아니라 멀기만 하지만 우리 파이팅! 합시다.^^

희선 2023-07-27 02:07   좋아요 1 | URL
다른 이야기도 있겠지만, 1권에는 장 발장이 코제트를 찾아가는 이야기가 나오는군요 팡틴은 안됐습니다 그전에 장 발장이 조카들을 생각하고 빵을 훔쳤는데 감옥에 갇히게 되는 일도 나오고... 자베르도 생각나네요 그런 이야기 따라가는 건 재미있지요 그 시대가 그렇게 좋지는 않았네요 페크 님은 그런 것도 잘 보시겠군요


희선

scott 2023-07-25 23:1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토지 7을 완독 하셨다면 기다란 능선의 반까지 오르셨네요!
토지속 인물들이 많이 나와서 사전까지 나왔는데
희선님 끝까지 완독하시길 응원 합니다 ^^

희선 2023-07-27 02:09   좋아요 1 | URL
토지를 쓰기 전에 여러 인물을 먼저 만들었겠지요 그거 생각하기 쉽지 않았을 것 같은데 대단합니다 어떻게 이런저런 사람을 생각했을지... 그때 사람들을 만나서 이야기 들었을지...


희선
 
밤의 행방 새소설 3
안보윤 지음 / 자음과모음 / 2019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시작은 뭔가 재미있었는데, 재미있는 이야기는 아니었다. 주혁은 잠시 누나 집에서 지내기로 했다. 그 누나는 좀 별난 일을 한다. 뭐냐 하면 점을 봐주는 사람이었다. 신내림 같은 걸 받은 것도 아닌 사람이 천지선녀라는 간판을 걸고 그런 일을 했다. 누나는 겨울에 뭔가 힘을 얻을까 해서 산에 수행을 하러 갔는데, 주혁이 함께 갔다가 주혁은 집으로 돌아온다. 자신이 어떻게 산에서 돌아왔는지도 몰랐다. 주혁은 나뭇가지를 가지고 왔다. 나뭇가지는 자는 주혁을 깨웠다. 주혁은 누나한테 붙어야 하는 귀신이 자신한테 붙었다고 여겼다. 나뭇가지엔 귀신이 붙은 걸까. 그날 그곳에 누군가 찾아오는데, 나뭇가지가 그 사람 동생이 죽고 유서가 있는 곳을 알려준다. 그 말을 들은 그 사람은 집으로 돌아가 동생이 쓴 유서를 찾았다고 한다. 나뭇가지가 정말 영험한 걸까. 그 뒤로 여러 사람이 오고 나뭇가지는 여러 죽음을 보고 말해주고 주혁은 그걸 거기 온 사람한테 알려준다.


 사람은 이 세상에 오면 언젠가는 죽는다. 나뭇가지가 죽음을 본다 해도 그 죽음을 막지는 못할 거다. 죽음이 없을 때는 아무것도 몰랐다. 그런 나뭇가지가 있다니. 나뭇가지 이름은 반이다. 어린아이처럼 말한다. 만화에 나올 법한 이야기 같기도 하지만, 이런 설정은 재미있지만 이 소설 그렇게 가볍지 않다. 죽음을 말하는 거니 그럴지도 모르겠다. 소설 제목도 《밤의 행방》이 아닌가. 밤은 곧 죽음을 나타내는 게 아닐까. 밤 하면 어둡고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그런 게 생각난다. 사람은 자신 앞에 놓인 죽음을 못 본다. 자기 죽음뿐 아니라 다른 사람 죽음도. 그런 걸 나뭇가지인 반은 보다니. 그런 이야기가 다른 사람한테 알려져서 사람이 찾아오기도 했나 보다. 어떤 아이는 할머니가 죽는지 죽지 않는지 알고 싶어서 찾아온다. 그 아이가 반을 집었을 때 하얗게 보였단다. 그게 죽음이 보이지 않은 건지, 다른 걸 나타낸 건지. 그 아이가 수학여행 가는 모습 어쩐지 세월호가 생각나기도 했다. 이 소설은 세월호보다 그전에 일어난 일을 이야기 하는데. 배가 가라앉는 게 나오는 건 아닐까 조금 조마조마하면서 봤다. 다행하게도 그런 건 나오지 않았지만, 그걸 생각나게 했다.


 예전에 청소년수련원에 불이 나고 아이가 죽은 일이 있었나 보다. 그런 일이 있었다니 몰랐다. 거기엔 주혁 딸 수아도 있었다. 수아는 캠프에 가고 싶지 않았는데, 엄마인 영지가 억지로 보냈다. 유치원에 다니는 수아는 다른 사람과 잘 어울리지 않았다. 그러면 좀 어떤가 싶기도 한데, 왜 영지는 수아가 다른 아이와 같아야 한다고 생각했을까. 엄마여서 그런 건지. 어릴 때부터 다른 사람과 잘 사귀면 좋겠지만, 그게 잘 안 되는 사람도 있는 거 아닌가. 수아가 죽고 주혁과 영지는 서로를 탓한 듯하다. 아이가 죽으면 남은 부모는 어떻게 하면 좋을까. 함께 아이 이야기를 하고 아픔을 나눠야 할지도 모르겠지만, 그것도 그렇게 쉽지 않을지도 모르겠다. 영지는 다시는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아야 한다면서 여러 가지 일을 하기도 했는데, 주혁은 그런 모습을 좋게 여기지 않았다. 수아를 그렇게 보내놓고 그럴 수 있느냐고. 처음엔 그런 마음이 든다 해도 안 해야 할 말도 있을 텐데, 아마 주혁은 그런 말도 다 했겠지. 그리고 헤어진 거겠다. 아주 헤어진 건지 그저 따로 사는 건지 정확한 말은 나오지 않기는 했다.


 수아가 죽고 어느덧 열다섯해가 흘렀다. 시간이 그렇게 흘렀구나. 아이를 잃은 아픔은 아무리 시간이 흘러도 낫지 않겠지. 그래도 주혁은 이제야 깨달았다. 영지와 함께 아픔을 함께 해야 했다는 걸. 그저 두 사람이 곁에 있기만 해도 괜찮았다고. 그때는 몰랐던 걸 지금이라도 알아서 다행일지도 모르겠다. 나뭇가지는 그걸 알게 해주려고 주혁 앞에 나타난 걸까. 그럴지도 모르겠다. 아이가 죽고 남은 부모가 서로를 위로해주면 좀 낫겠다. 그게 쉽지 않은 일이겠지만. 영지도 수아를 생각하고 캠프에 보냈을 텐데, 그런 일이 일어날지 어떻게 알았을까. 여전히 안전을 생각하지 않는 듯하다. 그 뒤에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걸 보면 말이다. 아이가 희생되는 일은 없어야 할 텐데.


 이 책을 다 보니 밤과 반은 비슷한 것 같은 느낌도 들었다. 그저 발음이 조금 비슷한데 그런 생각을 하다니 우습기도 하구나. 밤은 어디로 갔을지.




희선





댓글(8) 먼댓글(0) 좋아요(18)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서니데이 2023-07-23 17:1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희선님 주말 잘 보내고 계신가요. 오전에는 비가 많이 오고 바람이 불었어요.
7월은 비가 많이 오는 것과 더운 날만 기억날 것 같습니다.
시원하고 좋은 주말 보내세요.^^

희선 2023-07-24 01:16   좋아요 2 | URL
이번 여름은 장마가 길군요 2020년엔 팔월까지 가기는 했네요 그때는 더운 날 그렇게 길지 않았지요 낮에는 밖에 잘 안 나가서 많이 덥지 않기도 합니다 제가 더위를 잘 안 타서 그런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서니데이 님 이번 한주 즐겁게 보내세요


희선

거리의화가 2023-07-24 09:0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죽음을 보는 것이 좋을지 나쁠지 모르겠네요. 죽음이 언제 어떤 모습으로 올 지 몰라서 불안하기도 하지만 몰라서 일상을 살아갈 수도 있는 것 같아서요^^
청소년 수련원 화재 이야기하니 예전에 씨랜드 화재사건이 생각납니다ㅠㅠ 아이들이 다치거나 죽는 일이 없으면 좋겠습니다.

희선 2023-07-25 00:57   좋아요 1 | URL
나뭇가지는 죽음이 일어나야 그걸 보더군요 그걸 안다 해도 막지 못할 거예요 자신이나 누군가 죽을 날을 모르고 사는 게 낫겠지요 사람은 그걸 모르기에 힘을 내고 살겠습니다 여기 나온 건 그 사건 맞을 거예요 실제 일어난 일을 썼다는 말 들었어요 그거 찾아보니 1999년이더군요 그때도 그런 일 다시 일어나지 않게 해야 한다고 했을 텐데... 맞는 말씀입니다 아이들이 다치거나 죽는 사고 일어나지 않았으면 합니다


희선

2023-07-24 11:5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07-25 00:5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07-25 00:5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07-25 01:02   URL
비밀 댓글입니다.
 
책과 우연들 (리커버 에디션)
김초엽 지음 / 열림원 / 2022년 9월
평점 :
품절




 조금 부지런히 책을 봤다면 좋았을 텐데, 우울한 날이 이어져서 그러지 못했다. 다른 거 생각 안 하고 책만 보고 싶지만 그러지 못하는구나. 혼자 사는 것도 아니니. 그동안 하기 싫은 거 거의 안 했으니 지금은 참아야 할 때인가. 어쩌면 그럴지도 모르겠다. 언젠가 난 혼자가 될 텐데, 그때 기댈 사람이 없어서 다행이다. 그런 사람이 없으니 난 뭐든 나 스스로 하려고 하지 않겠는가. 남한테 신세지지 않고. 사람이 남한테 신세지고 싶어서 신세지는 건 아니겠지만. 언제든 사람은 움직여야 한다. 그런 생각하면서도 잘 움직이지 않는구나. 지금은 아무렇지 않으니. 가만히 있으면 쓸데없는 생각도 많이 하겠다. 자주는 아니더라도 걸어야겠다.


 소설가는 소설로 말해야지 하지만, 꼭 그렇지만도 않다. 소설가든 시인이든 산문을 쓸 수 있다. 요즘은 소설가나 시인이 산문 많이 쓰는 것 같기도 하다. 보통 사람도 많이 쓰던가. 소설이나 시에 담지 못하는 것도 있겠다. 소설이나 시에 자기 이야기를 쓰기도 하지만, 그것만 봐서는 그 사람을 알기 어렵다. 몰라도 큰 문제는 없지만. 내가 이렇구나. 아니 지금은 조금 다르기도 하다. 예전엔 그저 소설이나 시를 봤는데, 몇해 전부터는 작가도 보려고 한다. 그러면 소설이나 시가 더 잘 보일까. 모르겠다. 예전에는 그저 재미있게 소설을 봤는데, 지금은 조금 어렵다. 재미있는 것만 생각할 수 없어서 말이다. 아니 재미있으면 좋은 거기는 하다. 재미가 웃기는 것만 나타내지는 않는다. 생각할 거리가 있는 것도 재미에 들어가겠지. 그렇다고 그걸 내세우면 안 되는구나. 어떤 글이든 그렇다. 그거 알면서 난 그런 거 조금 썼던 것 같다. 안 쓰려고 하는데.


 이 책 《책과 우연들》을 보고 지금까지 김초엽이 글을 어떻게 썼는지 조금 알게 됐다. 김초엽 소설을 보고 여러 가지 생각을 하는구나 했는데, 김초엽이 소설을 쓰고 얼마 안 됐을 때는 밑천이 바닥날까 봐 걱정했다고 한다. 그런 말 보면서 난 그런 것도 없구나 했다. 김초엽은 자신이 소설을 쓰게 되리라고 생각하지 않았는데, 작법서를 보고는 소설을 써 봐야겠다고 했단다. 이 말 어디선가 들어본 듯도 하다. 아니 조금 다른가. 무라카미 하루키는 야구장에서 야구를 보다 소설 써 볼까 하고 썼다는 말. 그렇게 비슷하지는 않구나. 작법서 같은 걸 보면 글이 쓰고 싶어지겠다. 아니 그런 거 보면 쓰고 싶은 마음이 들어도 아무것도 못 쓴다. 글은 그냥 써야 한다. 별거 쓰지도 못했는데 이런 말을 하다니. 난 글쓰기 책 별로 안 봤다. 아주 안 본 건 아니지만 그런 거 봐도 글 못 썼다. 작법서는 글을 쓰려는 사람보다 글을 쓰는 사람한테 도움이 될 것 같다. 글 쓰다가 막힐 때 보면.


 책을 여러 권 내고 몇해 동안 소설을 썼다 해도 소설은 쓸 때마다 어떻게 쓰면 좋을지 막막할까. 그런 엄살을 부리는 작가도 있겠지만, 거의 어쨌든 쓰겠다. 어쩐지 그런 거 부럽다. 글을 쓰는 사람도 아닌데 그걸 부러워하다니, 이런 나 조금 이상한 거겠지. 난 내가 만족하고 싶어서 글을 쓰려는 거다. 여전히 만족하지 못하는 글을 쓴다. 아니 쓰지 못한다. 쓸 게 없어서. 다른 책을 봐도 쓸거리를 못 찾고 생각도 못한다. 김초엽도 그렇고 작가는 다른 책이나 여러 가지를 보다가 자신이 쓸걸 찾기도 한다. 난 그런 거 못한다. 앞으로도 못할 것 같다. 그러면 그냥 책을 읽어야지 어떻게 하나. 그것도 못하면 더 안 좋을 거다. 책을 이어서 보면 좋을 텐데 그것도 못하는구나. 제대로 하는 게 없는 나다. 이런 생각으로 흐르다니 바보 같다.


 천천히 며칠에 걸쳐서 이 책을 다 보니 김초엽은 앞으로 소설뿐 아니라 과학 논픽션도 쓸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예전에 한번 쓴 게 힘들어서 바로 그런 거 쓰고 싶지 않다고 했지만. 그 책은 못 봤다. 첫번째 소설집도. 소설 쓴다고 늘 소설만 써야 하는 건 아니겠지. 김초엽은 과학을 알고 과학책 보는 것도 즐기니, 거기에서 소설 소재를 더 많이 얻으려나. 시간이 걸린다 해도 김초엽이 꼭 쓰고 싶은 것도 쓰기를 바란다. 내가 이런 생각 안 해도 김초엽은 잘 쓰겠다. 지금까지도 잘 썼구나.




희선





댓글(6) 먼댓글(0) 좋아요(19)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scott 2023-07-22 09:5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름처럼 초엽 작가
잘쓰고 있죠
중국에서 번역되어서
국제적인 작가로 !^^

희선 2023-07-23 01:15   좋아요 1 | URL
중국에서 번역되다니, 곧 세계에서 아는 작가가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한국에 그런 작가 많겠네요 여러 나라 말로 번역되는 책 있는 듯하더군요 그렇게 해서 한국 작가가 많이 알려지면 좋겠습니다 김초엽 작가는 소설은 어느 나라 사람이든 좋아하겠지요


희선

새파랑 2023-07-22 10:0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김초엽 작가님 책은 한권 읽었었나? 그랬던거 같은데~

역시 난사람 이군요 ㅋ 책을 낸다는건 정말 어려운거 같아요~
희선님도 최근이 우울했군요. 빨리 떨쳐내시길 바라겠습니다 ~!!

희선 2023-07-23 01:19   좋아요 2 | URL
작가는 작가가 되고 나면 더 열심히 쓰는 것 같기도 해요 김초엽 작가도 그러지 않나 싶습니다 논픽션도 쓰고 싶다니 그런 거 언젠가 쓰겠지요 소설도 쓰면서... 논픽션 같은 거 보면서 글 소재 많이 얻기도 하겠습니다

새파랑 님 고맙습니다 남은 주말 편안하게 보내세요


희선

페넬로페 2023-07-22 13:2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김초엽작가의 소설을 좋아하는데 작가의 에세이도 좋을 것 같아요.
작가들은 항상 무엇을, 어떻게 쓸지 치열하게 고민하며 살겠죠~~

희선 2023-07-23 01:21   좋아요 1 | URL
언젠가 페넬로페 님도 이 책 보시겠군요 어떤 작가든 글을 쓰려고 많이 애쓰겠지요 책을 잘 보기라도 해야 할 텐데 싶네요 그러지 못하는 것 같기도 합니다


희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