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숨결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96
유즈키 유코 지음, 민경욱 옮김 / 비채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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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설탕은 몸에 안 좋다. 짠 소금도 많이 먹으면 안 좋구나. 설탕은 안 좋지만, 꿀은 괜찮던가. 그것도 많이 먹으면 배 속이 안 좋겠다. 모든 사람이 그런 건 아니지만, 많은 사람이 달달한 걸 좋아한다. 먹는 것뿐인가. 달달한 음악, 달달한 말도 좋아한다. 또 뭐가 있을까. 나도 모르겠다. 어쨌든 달달한 건 몸에 안 좋다. 우울한 마음엔 좀 낫던가. 그럴지도. 그것도 지나치면 안 된다. 나트륨은 몸에 중요하지만, 당은 어떨까. 당이 떨어져도 몸이 안 좋은 걸 보면 그것도 없으면 안 되겠다. 설탕에서 얻는 당이 아닌 다른 데서 얻어야 괜찮겠다. 당은 탄수화물에도 있고 과일과 채소에도 있다.


 이 소설 《달콤한 숨결》을 보고 처음 말한 게, ‘설탕, 달달한 것, 당’이라니. 제목에 ‘달콤한’이 들어가서 말이다. 이 소설 본래 제목에 들어가는 ‘우쓰보카즈라(벌레잡이통풀속)’는 달콤한 냄새를 풍겨 곤충을 끌어들여 잡아먹는 식충 식물이란다. 식충 식물에는 곤충이나 작은 동물을 잡아먹는 것도 있다. 그런 식물 못 봤지만 어쩐지 무섭구나. 그것도 자연스럽다면 자연스러운 일일 텐데. 그 식물은 자기대로 사는 거겠지. 그런 걸 보고 사람도 본능을 숨기면 안 된다고 말하는 사람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왜 사람은 본능대로 살면 안 되느냐고. 사람은 여러 가지를 생각하고 남을 배려하고 산다. 그건 그렇게 사는 게 사람한테 더 나아서겠지. 사람은 그렇게 진화했다.


 남을 생각하고 사는 사람도 있지만, 그러지 않는 사람도 있다. 남을 속이고 큰돈을 빼앗는 사람. 그런 걸 하고도 죄책감을 느끼지 않겠지. 피해자에서 가해자가 되기도 한다. 많은 사람은 자신이 피해를 입으면, 다른 사람이 자신과 똑같은 일을 겪으면 힘들겠지 생각하고 조심한다. 자신이 싫은 건 남한테 하지 않는. 그런 양심 있는 사람도 있지만, 자신이 당한 만큼 아니 당한 것보다 더 크게 남을 속이기도 한다. 여기 나온 사람은 사치스런 생활을 하려고 남을 속인 것만은 아니다. 여기에서는 뒤에서 조금이지만 가해자가 왜 그렇게 됐는지 말한다. 그런 사람 많지 않을 것 같은데, 내가 잘 모르는 걸까. 그렇게 하지 않고 다르게 살 수도 있었을 텐데, 모두 이 사회 탓만 해도 될지.


 다카무라 후미에는 초등학생 때는 살이 쪄서 아이들한테 놀림 당했다. 중학생이 될 때쯤 살을 빼고 중학생 때는 아주 달라졌다. 대학생이 됐을 때도 여전히 날씬하고 예뻤는데, 사귀던 사람과 헤어지고 먹는 것으로 풀어서 다시 살이 쪘다. 그 뒤 다시 살을 빼고 일자리를 얻고 남자를 만나고 결혼한다. 결혼하고 아이를 낳고 다시 살이 쪘다. 살이 빠졌다 늘었다 빼다니. 그런 거 하는 사람 대단하기도 하다. 아이 기르기가 힘든 후미에한테 어느 날 이름이 잘 알려진 남성 연예인 디너쇼표가 온다. 후미에는 여러 행사에 응모하는 취미가 있었다. 그런 게 많아서 자신이 그걸 했는지 안 했는지 기억하지 못했지만, 디너쇼표를 버리지 못하고 거기에 간다. 그곳에서 후미에는 중학교 동창이라는 스기우라 가나코를 만난다.


 결혼하고 아이를 낳고 기르느라 살이 쪄서 자신없다고 여기는 후미에한테 가나코는 자신과 함께 일 해 보자고 한다. 화장품을 살 회원을 모집하는 걸로 가나코는 후미에한테 화장품을 하나 주고 생각해 보라고 말한다. 후미에는 가나코가 준 화장품을 쓰고 피부가 달라지자 살을 빼고 가나코 말을 따른다. 다른 쪽에서는 가마쿠라 시치리가하마 별장에서 살인사건이 일어났다. 얼마 뒤 후미에는 그 살인사건 용의자가 된다. 후미에는 앞에서 말한 것과 달랐다. 정신문제 해리성 장애는 있었지만, 다른 건 많이 달랐다(말하면 안 되는 건가). 그럴 수가 있다니. 후미에가 만난 중학교 동창 스기우라 가나코 정체도 이상했다. 다행이라면 다행이랄까 후미에 말을 듣고 이상하게 여긴 형사가 있었다. 하타 게이스케로 수사1과 형사다.


 사람이 자신도 모르게 범죄자가 되는 세상이다. 요새 새로운 피싱이 나왔다던데, 그런 거 생각하고 남한테 피해주는 사람 정말 대단하다. 그런 머리는 좀 좋은 일에 쓰면 안 될까. 난 좋은 말 잘 믿지 않는다. 남의 돈은 쉽게 벌지 못한다. 아주 힘들게 일하고 돈은 조금 받는 것도 문제가 있기는 하다. 그런 게 바뀌어야 할 텐데. 다른 형사들은 다카무라 후미에가 가마쿠라 시치리가하마 별장에서 다자키 미노루를 죽였다고 여겼지만, 하타는 후미에가 말한 선글라스 쓴 여자 정체를 밝히려고 한다. 꼬리가 길면 잡힌다일까. 이렇게 생각하면 안 되겠다. 완전범죄는 없다고 여겨야겠다. 그런 걸 말해주는 소설도 있지만, 범죄를 저지르고 아무렇지 않게 법망을 빠져나가는 이야기도 있다.


 지금 세상은 여성이든 남성이든 겉모습이 좋아야 한다고 한다. 남성보다 여성한테 더 강요하던가. 어떤 사람은 예뻐지려고 비싼 화장품을 사고 성형수술도 한다. 그런 건 지금을 사는 사람이 거부하면 좋을 텐데 그게 안 되기도 하는구나. 예쁘고 멋진 게 좋아 보이니. 나도 다르지 않구나. 반성해야겠다. 겉모습은 조금만 생각하고 마음을 가꾸자. 마음을 갈고 닦으면 달콤한 말에 쉽게 넘어가지 않을 거다. 달콤한 건 독이다 생각해도 좋겠다. 설탕은 독이나 마찬가지구나.




희선





☆―


 쌍방에게 공통된 행복의 정의는 없다. 좋은 대학을 나온다고 행복이 보장되는 것도 아니다. 학력이 낮다고 꼭 불행한 것도 아니다. 어떤 처지더라도 가슴 펴고 웃을 수 있는 사람이 행복하다.  (161쪽)



 하타는 아름다움과 젊음을 얻으려는 끝없는 욕망을 알 길이 없었다.


 인간은 반드시 나이를 먹는다. 나이를 먹으면서 주름이 생기고 피부 탄력도 떨어진다. 남자나 여자나 마찬가지다. 하지만 그래서 어쩌라는 건가. 자연스러운 현상 아닌가. 그런데 수많은 여성이 자연의 이치를 거슬러 미용에 돈과 시간을 쓴다. 때로는 부모에게 받은 몸에 칼을 대면서 젊고 아름다워지려 한다. 상품 광고에서는 마치 늙고 나이드는 게 죄라는 듯 목소리를 높인다.  (270쪽~27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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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7-05 21:33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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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7-06 01:20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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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8-09 10:46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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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8-10 01:20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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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지 2 - 박경리 대하소설, 1부 2권
박경리 지음 / 다산책방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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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길다 해도 소설은 재미있기도 해서 시작하면 책장이 잘 넘어가기도 하지만, 소설이라고 다 그런 건 아닐지도 모르겠다. 《토지》는 그렇게 안 넘어가는 건 아니고, 그저 내가 게을러서 하루에 책을 조금씩밖에 못 봤다. 그렇게 빨리 안 봐도 되기는 할 텐데, 마음이 바쁘기도 하구나. 책을 보면서 이런저런 생각을 해야 할 텐데. 생각 별로 못했다. 1권 뒤에 인물소개가 나오는데 그걸 보고 누가 어떻게 될지 알았다. 이번에 본 2권에도 같은 인물소개가 담겼다. ‘토지’는 모두 5부던가. 갈수록 사람이 늘어나겠지. 그런 사람 어떻게 생각했을까 하는 생각을 잠깐 했다. 실제 세상에는 많은 사람이 살기는 한다. 역사란 그런 한사람 한사람이 만들어가는 거구나. ‘토지’는 최참판집이 중심이기는 해도.


 어떤 사람 이야기를 먼저 할까. 어머니가 무당이어서 헤어져야 했던 용이와 월선은 여전히 서로를 좋아했지만, 용이한테는 강청댁이 있었다. 용이가 월선을 만나러 가지 않자 월선이 어머니가 살던 집에 찾아오고 월선과 용이는 만난다. 월선이 새벽에 돌아가는데 이웃인 임이네를 마주치고 용이와 월선이 만난 게 들킨다. 강청댁은 화가 나 월선을 찾아가고, 그 뒤 월선은 그곳을 떠난다. 용이는 왜 월선이 떠났는지 몰랐는데, 강청댁이 말해서 알게 된다. 결혼을 안 했다면 모를까 왜 마음을 못 잡는 건지. 예전엔 그런 게 애틋해 보이기도 했는데, 지금은 ‘뭐야’ 싶다. 실제 그런 건 없다는 생각도 들고. 용이 때문이지만 강청댁은 임이네를 질투한다. 질투보다 의심인가. 임이네는 남편이 있는데 왜 그럴까. 이해하기 어려운 마음이다. 사람이 한사람만 좋아하기 어려울 것 같기는 하지만.


아무 징조도 없이 1권에서 구천과 최참판집 별당아씨가 달아났다. 어쩌다 그렇게 됐는지 몰랐다 해도 생각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구천(본래는 환)은 윤씨, 그러니까 최치수 어머니가 남편이 죽고 절에 갔다가 거기에서 만난 김개주한테 겁탈 당하고 낳은 아이였다. 최치수는 서희 엄마인 별당아씨를 멀리한 것 같다. 그러니 마음이 떠날밖에. 구천과 별당아씨가 떠나게 윤씨가 도와주었단다. 최치수는 둘을 찾으려고 힘쓰는 것 같지 않았는데, 강포수와 사냥하러 가서는 둘을 쫓는다. 최치수는 어렴풋이 알았다. 구천이 윤씨가 낳은 아이라는 걸. 그런 걸 마음에 담아두고 어머니인 윤씨를 원망했던가 보다. 윤씨는 최치수한테도 구천한테도 제대로 어머니 노릇을 못했다. 시대가 그랬으니 그럴 수밖에 없었을 것 같다. 윤씨는 잘못이 없는데. 다 자기 잘못이다 여긴 것 같다. 윤씨는 최치수한테 잘 해주지도 구천이를 기르지도 못한 걸 미안하게 여겼나 보다.


 김평산과 귀녀 그리고 칠성이는 나쁜 짓을 꾸몄다. 귀녀와 칠성이 아이를 갖게 하고 그 아이를 최치수 아이다 할 생각이었다. 최치수가 귀녀를 강포수한테 보낸다고 했더니 귀녀는 김평산한테 최치수를 죽여야 한다고 한다. 어떻게 그런 생각을 할까. 그런다고 뜻대로 잘 되고 잘 살까. 최치수는 김평산과 귀녀 음모로 죽는다. 윤씨는 최치수를 죽인 사람이 다른 사람이다 여겼다. 많은 사람은 정신이 이상한 사람이 최치수를 죽였다고 생각했다. 불을 질러서 그렇게 보였겠다. 윤씨는 봉순네한테 귀녀가 아이를 가졌다는 말을 듣고 귀녀한테 묻는다. 칠성이와 김평산이 함께 계획했다는 걸 알고 둘도 잡고 관아로 넘긴다. 김평산 부인인 함안댁은 목을 매달고 죽는다. 지금까지 남편 때문에 고생했는데 그렇게 죽다니. 칠성이 처인 임이네는 아이들과 어디론가 떠난다. 사실 김평산이 최치수를 죽이려고 마음 먹은 건 조준구가 그렇게 하게 말을 해서다.


 세상은 뭔가 난리가 날 것 같다. 그런 세상과 함께 최참판집 아들이 죽었구나. 양반집뿐 아니라 서민도 가부장제가 두드러진다. 조상을 모시는 것도. 용이는 월선과 멀리 떠나고 싶지만, 부모 제사를 지내야 한다 생각한다. 간난할멈은 자신과 남편 제사를 친척 아이한테 부탁한다. 그런 게 그렇게 중요한가. 하는 사람만 힘들지. 간난할멈은 윤씨한테 말해서 땅을 쓰게 해주겠다고 한다. 자기 땅은 아니어도 그런 게 있는 것과 없는 건 다르겠지. 마을 사람은 그 집을 부러워하면서도 시샘했다. 비밀이 없는 마을 같기도 하다. 지금과 다른 모습이구나. 이웃이 참 가까운. 그게 좋기만 하지는 않다. 거리를 두어야 하는데. 난 이렇게 생각해도 그런 거 좋아하고 그리는 사람 있겠다.


 책 제목이 바로 ‘토지’구나. 예전 사람한테 땅은 중요한 거였다. 이제 두권밖에 못 봤다. 남은 건 집중해서 봐야 할 텐데. 아직 갈 길이 멀다.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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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의화가 2023-07-03 09:2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지금 19권을 읽을 차례라 2권 내용을 보니 뭔가 한참을 거슬러 올라가는군요. 용이와 월선이는 안타깝긴 합니다만 희선님 마음처럼 저도 참 복잡미묘해요. 함안댁은 무슨 죄인지...ㅠㅠ 김평산 때문에 자식들도 앞길이... 최치수가 죽음으로 인해서 최참판 가도 암운이 드리우죠.
희선님 토지 시리즈 같이 달리시는 것 같아서 기분 좋네요! 비록 판본은 다르지만ㅎㅎ 계속 응원합니다^^

희선 2023-07-04 23:39   좋아요 2 | URL
거리의화가 님은 앞으로 두권 남았는데, 이제 두권 봤네요 나쁜 짓을 하고 들켰을 때 일을 생각하면 나쁜 짓 안 할지도 모를 텐데, 그때는 그런 생각을 못했을지도 모르죠 양반이라는 생각도 조금 있어서 그런 걸지... 그런 거 이용해서 나쁜 짓한 사람 있기도 하죠 함안댁은 고생만 하고 죽었네요 지금 생각하니 함안댁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건 시대 탓도 있는 것 같네요 좀 더 나중이었다면 힘들어도 아이들과 살았을지...


희선

페넬로페 2023-07-03 09:5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그 시절엔 사람들이 관습에 얽매어 더 힘들게 살았던 것 같아요. 토지가 좋지만 지루한 부분도 많다고 그러던데 벌써 2권째 읽으셨네요~~

희선 2023-07-04 23:41   좋아요 2 | URL
양반뿐 아니라 백성도 그랬다는 건 토지 보고 안 게 아닌가 싶네요 상민도 제사를 모셔야 한다 그러다니... 그건 유교에서 온 것 같기도 한데... 다른 건 백성이 다 따라하지 않은 것 같은데, 제사 같은 건 양반하고 비슷하기도 했네요


희선

반유행열반인 2023-07-03 10:0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오랜만에 희선님판 요약본으로 보니 이것도 흥미진진하네요 ㅋㅋㅋㅋ막 다음엔 말이죠…이러고 머릿속으로 혼자 스포일러하다가 입틀어막고 ㅋㅋㅋㅋ

희선 2023-07-04 23:42   좋아요 2 | URL
2016년에 보셨는데 아직 기억하시는군요 중요한 일은 기억에 남기도 하겠습니다 잘 쓰고 싶지만, 어쩐지 앞으로도 비슷하게 쓰지 않을까 싶네요 여러 사람 이야기를 보니...


희선

새파랑 2023-07-03 22:4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토지 시작하셨군요~!! 저는 어릴때 드라마로 봐서 책에는 손이 안가더라구요ㅡㅡ 언젠가는 읽어야 하는데 ㅎㅎ 완독을 응원합니다~!!

희선 2023-07-04 23:44   좋아요 2 | URL
새파랑 님 드라마 보셨군요 저는 드라마 못 봤어요 그런데도 서희나 길상이는 기억하기도 하네요 드라마 조금 본 적 있을지도 모르겠어요 다른 사람이 쓴 글을 봐설지도...


희선
 
ビブリア古書堂の事件手帖III ~扉子と虛ろな夢~ (メディアワ-クス文庫)
스미 케이이치 / KADOKAWA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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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블리아 고서당 사건수첩 Ⅲ 도비라코와 텅 빈 꿈

미카미 엔



 




 이 책 《비블리아 고서당 사건수첩》이 나온 지 열해가 됐나 보다. 열해 넘었던가. 이번 책을 열해에 맞춰서 내려고 했지만, 작가가 그 시간에 못 맞췄나 보다. 비블리아 고서당 사건수첩 시리즈기는 한데, 시오리코가 아닌 딸 도비라코 이름이 작은 제목에 쓰여 있다. 그렇게 나온 책 세번째다. 이 책 처음부터 읽고 시간이 많이 흘렀구나. 어쩌다 보니 이 책을 죽 봤다. 내가 책읽기 좋아하기는 해도 여기 나오는 시오리코나 시오리코 엄마인 지에코처럼 책을 잘 알지는 못한다. 세상엔 정말 책과 관계 있는 걸 잘 아는 사람 있겠지. 한번 보면 잊어버리지 않고 책에 얽힌 이야기도. 이건 책을 가졌던 사람 이야기라고 해야겠다. 지에코 시오리코 그리고 도비라코로 이어지는구나. 도비라코도 책뿐 아니라 책 둘레 이야기를 잘 알았다. 어릴 때부터 책에 둘러싸여 살았으니 당연한가.


 지난번 Ⅱ권( 이건 숫자가 아니고 로마자로 쓰였다. 지난번에 말했구나)에서는 도비라코가 아빠가 고서점을 하는 친구를 사귀기도 했는데, 지금은 그 친구와 좀 멀어졌나 보다. 왜 그렇게 됐는지 모르겠지만. 도비라코는 책만 봐서 친구가 없다. 그렇다고 사람한테 관심이 없지 않다. 그 반대인 듯하다. 도비라코는 사람하고 거리를 잘 조절하지 못한다고 할까. 시오리코는 사람 대하는 걸 좀 힘들게 여기는데, 도비라코는 시오리코와는 달랐다. 시오리코는 그걸 다행이다 생각하겠다.


 비블리아 고서당이 쉬는 날 손님이 찾아온다. 히구치 카호는 얼마전에 죽은 전남편 장서를 시아버지가 팔려는 걸 시오리코한테 말려달라고 한다. 카호는 그 책은 자기 아들 히구치 교이치로가 받아야 하는 거다고. 카호 전남편 집도 교카이당이라는 고서점이었다. 어딘가 다른 곳에 팔지 않고 백화점에서 여러 고서점과 함께 책을 파는 행사에 내놓는다고 했다. 부모가 헤어져도 아이가 있으면 재산이나 유품은 아이가 받겠지. 교이치로는 책에 별로 관심이 없었다. 아버지 사십구제날에도 할아버지가 아버지 책 받고 싶냐고 했을 때 교이치로는 받지 않겠다고 한다. 그 말을 듣고 할아버지는 바로 아들 야스아키 책을 모두 팔겠다고 말했다. 할아버지는 왜 책을 팔려 하고 엄마는 왜 교이치로가 책을 받기를 바랄까.


 오래전 책에는 그 책을 본 사람 이야기가 담기기도 한다. 그걸 알아내기 쉽지 않지만. 교이치로는 아버지 책을 파는 일을 돕기로 한다. 그건 할아버지가 제안한 아르바이트였다. 돈 많이 줄 테니 며칠 일을 도우라고. 그곳에서 교이치로는 도비라코를 만난다. 도비라코가 교이치로한테 책 이야기 하는 건 마치 시오리코가 고우라한테 책 이야기 해주는 것 같았다. 이 생각은 나뿐 아니라 도비라코 아빠인 고우라도 했다. 도비라코는 고등학생이 되는 교이치로 한해 선배기도 했다. 교이치로가 도비라코한테 선배라고 하니 꽤 즐겁게 생각했다. 도비라코는 교이치로 엄마인 카호가 시오리코한테 의뢰하는 걸 듣기도 했다. 도비라코는 책 수수께끼에 꽤 관심을 가졌다. 시오리코는 일이 있어서 영국에 가서 도비라코한테 교이치로나 할아버지 스기오가 하는 말과 책 파는 곳에서 일어나는 일을 잘 보고 들으라고 했다.


 누군가한테는 영화 팜플렛도 소중한 것이 되겠지. 교이치로 아버지 야스아키와 할아버지한테도 그랬다. 오래된 책이 비싸게 팔리면 그걸 훔치는 사람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영화 팜플렛도 비싸게 팔리기도 하나 보다. 그걸 본래 값보다 싸게 사려고 가격표를 바꿔치기 한 사람이 있었다. 두번째날엔 히구치 이치요 책속에 숫자가 별난 오천엔 지폐가 있다는 걸 알고 히구치 이치요 책을 모두 찾았는데 한권이 없었다. 그걸 사 간 사람은 교이치로 엄마였다. 교이치로 엄마가 산 건 아니고 다른 사람한테 부탁했다. 책을 볼 때는 다른 사람이 사 갔나 했는데. 그 책은 교이치로 엄마가 아버지 야스아키한테 읽어보라고 한 거였다. 일본 돈 오천엔 모델이 바로 작가 히구치 이치요다.


 교이치로 엄마는 교이치로가 할아버지 일을 돕는다는 걸 알고 조금 화를 냈다. 교이치로는 다른 사람한테서 아버지가 자신이 태어나기 얼마 전에 사라졌다가 다섯해 뒤 나타났다는 말을 들었다. 엄마는 그때 이야기를 교이치로한테 해준다. 교이치로 아버지 야스아키는 읽고 싶은 책이 늘어나면 책읽기 여행을 한다고. 교이치로가 태어나기 얼마전에도 그럴 생각이었는데 시간이 지나도 야스아키는 돌아오지 않았다. 야스아키는 그때 사고로 그때까지 기억이 사라졌다. 그런 일이 있기도 하다니. 신분증도 없었나 했는데, 야스아키가 가지고 있던 가방은 야스아키가 바다에 빠졌을 때 가라앉았다. 그런 사고는 왜 일어났을까. 그건 야스아키도 잘 몰랐겠다. 야스아키가 어디에 있는지 알려준 사람은 시오리코 엄마인 시노카와 지에코였다. 시노카와 지에코는 야스아키가 가진 책을 보고 야스아키 마음을 읽었다.


 유메노 큐사쿠 소설 《도구라 마구라》는 야스아키 이야기와 비슷했다. 기억을 모두 잊은 사람이 나오는 게. 그 책은 야스아키가 고등학생 때 시노카와 지에코한테 추천 받은 책이었다. 야스아키는 죽기 전까지 정말 기억이 돌아오지 않았을까. 나도 의심하는구나. 교이치로 엄마는 교이치로가 야스아키처럼 갑자기 사라질까 봐 야스아키 책을 교이치로가 보는 걸 바라지 않았다. 야스아키 책을 교이치로가 받게 하려고 한 건 그 책을 없애고 싶어서였다. 할아버지는 그런 엄마 마음을 알고 야스아키 책을 지키려고 했는데. 이 두 사람 생각을 이용한 사람도 있었다. 그건 시노카와 지에코다. 교이치로 또 나올까. 교이치로는 도비라코를 만나고 책에 관심을 갖게 됐다.


 그 사람이 보는 책이 그 사람을 모두 나타낼까. 이건 예전에도 생각했던 거구나. 그 사람이 가진 책이나 읽은 책을 보면 조금은 짐작이 갈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모두 다 알기는 어렵지 않을까. 난 그렇게 생각하고 싶다.




*더하는 말


 이 책은 하루 만에 다 봤다. 하루기는 해도 아홉 시간 넘게 걸렸다. 하루에 아홉 시간 넘게 책을 보다니, 이런 날은 한해에 한번 있을까 말까 하다. 다른 거 안 해도 되는 날이어서 그렇게 했구나. 그렇게 읽은 건 좋았지만 바로 써서 잘 못 쓴 듯하다. 다음 날 썼다 해도 많이 다르지 않았을 것 같다. 밤에 안 쓰고 다음 날 썼다면 어제 쓸걸 했을 거다. 잘 못 써도 바로 쓰는 게 마음 편하다.


 그동안 살아온 기억을 잊으면 사람은 불안할까. 야스아키는 그런 불안을 책을 읽으면서 잠재운 걸지도. 다시 새로운 기억을 쌓아 간다 해도 지난 시간 기억이 없으면 자신은 뭔가 싶을지도 모르겠다.




희선





☆―


 「本が好きな人の考えは、その人の好きな本、大事にしている本から分かるものです」 (71쪽)


 “책을 좋아하는 사람 생각은 그 사람이 좋아하는 책, 소중하게 여기는 책을 보면 아는 거예요.”  (7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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ビブリア古書堂の事件手帖III ~扉子と虛ろな夢~ (メディアワ-クス文庫)
스미 케이이치 / KADOKAWA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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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에 두권에 도비라코라는 이름이 들어가는 데 무슨 뜻이 있나 했는데, 이번 세번째에서야 그럴 듯하게 보인다. 도비라코도 시간이 흐르면 시오리코처럼 되겠다. 도비라코는 시오리코와 다르게 사람 대하는 걸 아주 어려워하지 않는다.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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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라딘 커피 디저트 세트 - 드립백, 커피백, 약과
알라딘 커피 팩토리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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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달에 태어난 친구가 있어서 이걸 보내주려고 했어요. 전에 보고 두 개 세트는 값이 싸서 그걸 사려고 했는데, 그걸 사려고 했을 때는 다 팔렸습니다. 지금은 있네요. 제가 보내려고 하나만 샀는데, 무척 큽니다. 어떻게 보낼지. 본래는 이거 하나하고 책한권 여기에서 바로 보내려고 했는데, 찾아보니 두 개 세트가 있어서 그걸 또 사고 말았습니다. 사면서 미쳤다 미쳤어, 했습니다.






 하나는 어떻게든 잘 싸서 보내봐야겠습니다. 꺼내서 다른 박스에 넣고 책도 넣으면 괜찮을 것 같기는 한데, 그 생각도 진작에 했으면 좋았을걸. 요새 좀 게을러졌네요. 아니 책 읽느라고 다른 거 잘 안 하게 됐습니다. 책을 읽어도 다른 것도 잘 해야 하는데. 하루나 이틀 늦게 보낼지도 모르겠군요.


 여기엔 커피백과 드립백 그리고 약과가 들었어요. 잘 보니 드립백 커피는 디카페인이에요. 디카페인도 괜찮지요. 저녁에 커피가 마시고 싶을 때 마시면 될 테니. 디카페인이라 해도 카페인 아주 없지 않아요. 이 말 예전에도 한번 했습니다. 이름도 있어요. 커피백 알라딘 아네모네 블랜드 #1과 드립백 콜롬비아 엑셀소 디카페인 #4예요.


 커피백 앞에는 바쁜 사람을 위해서다는 말이 있는데, 드립백은 좀 귀찮기는 하죠. 물을 끓이고 내려야 하니. 바쁘지는 않지만, 드립백 커피 자주 마시지 않아요. 물만 끓이면 될 텐데 그걸 귀찮아 하다니. 아니 물만 끓이면 되는 게 아니군요. 저는 분위기 좋게 맛있는 커피 못 마시겠습니다. 실제 분위기 잡고 마시지는 않아요. 그냥 마십니다.


 여름입니다. 저는 여름에도 커피 따듯하게 마셔요. 얼음 얼리는 것도 좀 귀찮습니다. 얼음 얼리는 것부터 사야 할지도. 얼음을 얼리려면 물을 끓이고 식혀야 해요. 이것도 그렇게 어려운 건 아니지만. 차가운 것보다 따듯한 커피 마셔서 다행입니다. 여름에 밖에 나갔다 오면 차가운 물이 마시고 싶기도 해요. 그때만 잘 넘기면 참을 만합니다. 여름이어도 차가운 거 많이 먹으면 안 좋아요.


 이건 선물하기 좋겠습니다. 저도 친구한테 선물하고 싶네요.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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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ott 2023-06-27 10:37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따스한 희선님
친구가 엄청 좋아 할 것 같습니다
커피와 꿀 약과 ^^

희선 2023-06-29 00:07   좋아요 1 | URL
하나는 보냈는데... 저거 조금 놔둬도 괜찮을지... 커피는 괜찮겠지만, 약과는 어떨지... 빨리 보내도록 해야겠습니다


희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