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지 18 - 박경리 대하소설, 5부 3권
박경리 지음 / 다산책방 / 2023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름이 다른데 태평양전쟁과 제2차 세계전쟁을 비슷하게 생각한 것 같다. 태평양전쟁은 1939년에 일본이 일으킨 거고 제2차 세계전쟁은 1941년에 일어났다. 전쟁이 그렇게 일어나다니. 자신이 졌다는 걸 알면 멈춰야 하는데 일본은 그러지 않았구나. 더 심해졌다. 일본은 전쟁을 하려고 조선 사람을 아주 힘들게 했다. 먹을거리는 배급제가 되다니. 이런 거 제2차 세계전쟁이 일어난 곳도 다르지 않았던가. 먹을 게 있어도 조금 먹는 것과 먹을 게 없어서 조금 먹는 건 많이 다를 거다. 없다 생각하면 더 배가 고플지도. 조선 사람 모두가 아주 못 먹은 건 아니기는 했구나. 잘사는 사람이나 친일파는 좀 나았겠지. 앞으로 세상이 어떻게 될지 모르는데. 잘사는 사람이 가난한 사람한테 나눠주기도 했을 거다. 평사리에서는 최참판집이 그 일을 했구나.


 남편이 다른 여자와 결혼하려고 헤어짐을 당한 길여옥은 전도부인이 됐다. 예전에는 기독교인 사람을 잡고 고문하고 감옥에 가두기도 했다. 이런 거 잘 알았던 건 아니었을지도. 이번에 본 《토지》 18권은 5부 3권이다. 명희 친구 여옥은 감옥에서 한해 넉달을 보내고 나왔다. 감옥에서 나온 여옥은 다 죽어갔다. 명희나 여옥이 오빠는 여옥이 앞으로 살 수 있으려나 했다. 명희 오빠 명빈도 몸이 아팠다. 명빈이 병은 마음에서 온 거였다. 예전에 계명회사건으로 잡혔던 사람을 또 감옥에 가두었다. 그렇게 해도 되는 건가. 나라를 일본에 빼앗겼으니 거기에 따를 수밖에 없었겠다. 길상도 다시 감옥에 갇혔다.


 여옥은 천천히 몸이 괜찮아졌다. 임명빈은 지리산에서 지내고 건강을 되찾았다. 곧 죽을 것 같았던 두 사람이 살아났다. 조선도 비슷할까. 곧 죽을 것 같지만 시간이 흐르고 살아나는. 무용을 하고 일본 경찰 끄나풀인 배설자는 참 제멋대로구나 싶었다. 배설자는 서울뿐 아니라 진주에 가서 서희도 만났다. 그걸 보면서 서희가 배설자한테 물리지 않아야 할 텐데 했다. 배설자는 자기한테 넘어오지 않으면 다른 데서 그 사람을 나쁘게 말했다. 그런 걸 곧이곧대로 믿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아 보였다. 다행이라면 다행이랄까. 시간이 남아도는 사람은 좀 달랐구나.


 아직 조선 사람은 부모가 정해주는 사람과 결혼하는 사람이 많았겠지. 환국이도 다르지 않았겠다. 환국이가 결혼한 황태수 막내딸 덕희는 양현을 못마땅하게 여겼다. 양현이 못되게 굴지도 않았는데 그러다니. 양현이가 자기보다 더 예쁘고 식구들 사랑을 받아서 그랬나 보다. 양현이는 최씨 집안 친딸도 아니고 엄마는 기생이기도 해서. 양현이는 덕희가 자신을 미워하고 시샘하는 게 힘들었지만, 엄마인 서희나 오빠 환국이한테는 말하지 않았다. 양현이는 의사가 되어 집을 나가야겠다 생각하고, 덕희한테는 그때까지 조금만 참아 달라고 한다. 양현이는 학교를 마치고 인천에 있는 개인 병원에서 일한다. 서희는 양현이가 진주로 오리라 여겼는데 그러지 않아서 아쉬워하면서도 윤국이와 덕희 이야기는 하지 않았다. 별걸 다 시샘하고 미워하는구나 했는데, 그런 마음이 들지도 모르겠다는 생각 조금 들었다. 다른 사람 없는 데서 덕희는 양현이를 양현 씨라 했다. 그건 좀.


 드디어 올 것이 왔다. 그건 서희가 윤국이와 양현이를 결혼시키려 한 거다. 뭔가 큰 소동이라도 벌어지려나 했는데 그러지는 않았다. 양현이 이복오빠인 시우는 양현이와 윤국이 잘 어울린다 생각하고 기뻐했지만. 양현은 자기 마음을 가장 먼저 시우한테 털어놓는다. 시우는 아쉬워하면서도 양현이 마음을 알아줬다. 동생이어서 그런 걸까. 윤국이도 꽤 힘들었겠다. 자기 마음을 알았을 때 당황했겠다. 안 된다 하면서도 서희가 양현이와 자신을 결혼시키려 했을 때 기뻤을 거다. 양현이는 윤국이한테 결혼하지 못한다고 말한다. 오빠기에 안 된다고. 윤국이가 영광이를 안 좋게 말한 건 좀 웃겼다. 영광이만은 안 된다고. 영광이와 양현은 서로 좋아해도 잘 안 될 것 같은 느낌이다. 영광이 자존심이 세서 말이다. 다른 시대였다면 달랐을지.


 결혼 안 한 사람이 아이 있는 사람과 결혼하는 게 안 좋은 건 아닐 텐데. 예전에 남자는 아이가 있어도 괜찮고 여자는 아이가 있으면 괜찮지 않다 생각하는 사람 많았겠다. 지금도 다르지 않은가. 몽치가 아이 있는 사람과 살게 됐다. 그런 거 보면서 몽치도 사람 좋아하는구나 했다. 조준구가 죽었다(이렇게 짧게 말하다니). 조선 사람도 전쟁에 끌려갔다. 학생은 학교에서 공부보다 군사훈련을 받고 방공연습을 했다. 홍이 아이들 상의와 상근이는 진주에서 기숙사가 있는 중학교에 다녔다. 이때는 학교에 다녀도 마음 편하게 공부 못했구나. 조선말도 못 쓰고 일본말만 해야 했다. 학생들은 일본에 저항했다. 윤국이와 수관은 지금 학생은 치고 빠진다는 말을 했다. 징병을 피해 지리산으로 피하는 사람도 있었다.


 소설 《토지》도 얼마 안 남았다. 일본이 전쟁에 질 날도 다르지 않구나. 그때까지 견디고 살아 남는 사람이 많기를 바란다.




희선





댓글(6) 먼댓글(0) 좋아요(1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페넬로페 2023-09-07 23:3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이제 토지 완독 얼마 남지 않았네요.
거의 두 달동안 20권을 읽으시는거잖아요.
그저 대단합니다👍👍

희선 2023-09-08 23:57   좋아요 2 | URL
그저 읽기만 하네요 그때 사람들이 힘들었겠네 하는 생각만 하고... 전쟁이 끝나기 전이 가장 힘들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드네요 지금 사람은 조금만 지나면 끝난다는 걸 알지만 그때 사람은 몰랐을 테니...


희선

거리의화가 2023-09-08 09:4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윤국이와 양현이, 영광이 셋의 관계도 참 안타깝다웠다는. 조준구 죽을 때 저는 뭔가 잘 죽었다 생각하면서도 또 왜 희한하게 짠한지 못된 짓만 골라 했는데 말이죠. 음... 덕희의 질투는 좀 많이 괴로웠습니다.

희선 2023-09-09 00:01   좋아요 1 | URL
저는 양현이가 서희와 함께 살게 되고 환국이가 좋아하려나 하는 생각을 했는데, 환국이는 양현이를 어린 동생으로 여겼나 봅니다 윤국이도 자기 마음 때문에 힘들었겠네요 조준구 좀 그렇죠 살 날이 얼마 나지 않았을 때는 아들을 괴롭히지 않았다면 좋았을 테지만... 그것도 마음대로 안 되는 걸지도... 덕희는 자기 집에서 받은 것과 시집이 달라서 그랬을지도 모르겠네요 지금 그런 마음을 조금 알기도 하다니...


희선

2023-09-08 23:5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09-09 00:04   URL
비밀 댓글입니다.
 
토지 17 - 박경리 대하소설, 5부 2권
박경리 지음 / 다산책방 / 2023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자기 나라가 없는 설움 모른다. 난 일제 강점기에 태어나지 않았으니 그렇구나. 어릴 때 내가 일제 강점기에 살았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 조금 했지만 모르겠다. 사는 게 쉽지 않아도 그냥 살지 않았을까 싶다. 세상은 어떻게 될까 조선은 독립을 할까, 그런 생각 조금 했겠다. 독립운동 하던 사람은 조선이 독립한다 믿고 힘들어도 그걸 했겠지. 자기 대에 이뤄지지 않으면 다음엔 되겠지 했을까. 독립운동은 쉬운 게 아닌 것 같다. 드러내놓고 한 사람도 있지만 보이지 않게 독립운동 한 사람도 많았겠다. 그런 사람은 그저 조금 돕는다고 여겼을지도. 한복이가 그렇게 보이기도 하는구나. 그동안 한복이 힘들었겠다. 아버지나 형 죄를 갚는 마음으로 했겠다.


 몇해도 아니고 거의 마흔 해가 흘렀으려나. 《토지》 1권에서 《토지》 17권까지. 엄청나다. 이런저런 사람을 보고, 처음에 어렸던 길상은 아들이 둘에 쉰이 넘었나. 큰아들 환국이도 아이 아버지다. 그런 거 보면 재미있기도 하다. 어두운 시대 때문에 때로는 사람 때문에 힘든 사람들. 사람은 거의 그렇게 살겠다. 《토지》 17권, 5부 2권을 보았다. 동학을 하던 사람이 대를 이어 의병에 독립운동도 했는데, 관수가 죽고는 더는 사람을 묶어두지 못하게 됐다. 이제는 동학과는 상관없는 몇 사람만 남았다. 길상은 한번 감옥에 갇혀서 또 잡혀갈 수 있는가 보다. 일본은 대체 왜 그랬는지. 길상이 여러 사람과 만나고 이제 동학으로는 흩어지자고 한다. 그런 거 시원섭섭했을 것 같다. 겨우 몇 사람이 뭘 하기는 어려웠겠지. 만주는 멀고. 남쪽 사람과 뭉치기도 그렇고. 일본은 전쟁을 일으키기도 했다.


 진주 술도가 집 이도영은 어떤 마음이었을까. 아들인 이순철이 아버지 마음을 모르겠다고 해서. 그때 사람은 금을 가지고 있으면 안 됐나 보다. 가지고 있는 금은 나라에 팔아야 했다. 금을 사고 조선을 빠져나가면 밀수로 여겼다. 홍이 아내 보연은 몸이 아파 쉬러 친정에 갔다가 금장신구를 사 왔다. 그 일로 홍이와 보연은 조선으로 와야 했다. 금보다 돈으로 갖고 있는 게 나을 것 같은데. 다행하게도 홍이는 쉽게 풀려나고 보연도 집행유예로 풀려난다. 홍이는 식구들과 통영이나 진주에 살려나 했는데 보연과 아이들은 조선에 남겨두고 홀로 만주로 가려 했다. 그런 홍이를 보니 실제 그때 이름이 알려지지 않은 독립운동가 있었겠다고 생각했다. 홍이도 만주에 관수가 있어서 괜찮았던 것 같은데. 주갑은 죽었을까.


 관수 아들 영광은 어머니가 홍이를 만나러 가라고 해서 통영에 간다. 관수가 죽었을 때 홍이가 여러 가지 도움을 줘서. 영광은 우연히 양현이를 만나고 함께 기차를 타고 간다. 비슷한 상처를 가진 사람은 거의 잘 안 되는데. 양현이와 영광이도 다르지 않을 것 같다. 양현이보다 영광이가 그걸 넘지 못할 것 같다. 양현이는 최참판집에서 살고 지금은 의전에 다니고 의사가 될 테니. 두 사람 이야기는 아직 크게 나오지 않았는데 벌써 생각했구나. 조금 다르지만 인실과 오가타는 다시 만난다. 찬하가 우연히 인실이 일하는 약국에서 약을 샀다. 그런 일 일어날 수 있겠지. 찬하는 인실과 오가타 아이를 자신이 기르게 됐다고 말하고 아이 이야기를 오가타한테 말하라고 한다. 그건 언제까지나 비밀로 하려나 했는데. 오가타는 인실이 아이를 버린 것에 충격받았지만 자기 아이가 있고 자주 만났다는 걸 알고 기뻐한 듯하다. 전쟁이 끝나면 두 사람은 만날지.


 평사리에 오래 살고 남의 안 좋은 말을 하던 봉기노인이 죽었다. 봉기노인은 오래 살았구나. 조준구는 아직 살아 있지만 얼마 안 남았단다. 홍이는 만주로 가기 전에 평사리에 들렀다. 많은 사람이 홍이를 반겨주고 아버지 용이를 떠올리기도 했다. 누구나 알고 반겨주는 모습 좋아 보였지만, 난 그런 건 싫을 것 같다. 석이 어머니와 야무네 그리고 천일네는 함께 모여 홍이 점심을 했다. 그 모습이 따듯해 보이면서도 슬프게 보였다. 따듯한 것만 생각해야 하는데 슬픔도 느끼다니. 세 사람 삶이 생각나서였을지, 딸이나 며느리 눈치 안 봐도 된다는 말 때문이었을지도.


 사람들은 일본이 전쟁에서 질 거다 여겼다. 일본도 그런 거 느끼지 않았을까. 그랬다면 더 빨리 전쟁을 끝내지 왜 더 끌었을까. 17권은 1941년이다. 일본에서도 전쟁에 나간 사람 많을 거다. 앞으로 조선 사람도 강제로 전쟁에 나가야겠지. 남자뿐 아니라 여성, 아니 여자아이도 끌려가겠다. 평사리에도 군에 간 사람이 있다. 바로 죽은 우서방 막내다. 둘째 개동이는 면사무소 서기가 됐는데 그걸로 마을에서 목에 힘을 주고 다닌다. 이름이 개동이라니. 개한테는 잘못이 없지만 이름대로 가는 느낌이 들기도, 여기에는 개동이가 대표처럼 나왔는데 일제 강점기 때 별거 아닌 힘을 가지고 그걸 휘두른 사람 많았겠다. 일본 사람보다 조선 사람이 더 악독했다. 같은 민족이고 사람인데 그러다니.




희선





댓글(6) 먼댓글(0) 좋아요(1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2023-09-04 00:2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09-04 23:5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09-04 13:1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09-05 00:0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09-05 23:3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09-06 01:58   URL
비밀 댓글입니다.
 
カインの傲慢 (5)
나카야마 시치리 / KADOKAWA / 2022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카인의 오만

나카야마 시치리



 




 나카야마 시치리 소설에서 내가 가장 먼저 만난 건 《살인마 잭의 고백》이다. 그건 이누카이 하야토 형사 시리즈에서 첫번째로 이누카이는 의료 사건을 자주 맡는 것 같다. 처음 봤던 거 잘 생각나지 않는다. 그 책에서 생각나는 건 장기이식 정도다. 거기에 나온 피해자는 장기이식을 받은 사람이었다. 그 책을 봤을 때 생각한 건 장기이식이 정말 좋은 걸까였다. 장기이식을 받으려는 사람은 많지만 장기는 모자라다. 뇌사한 사람 장기를 빼낼 때 그 사람은 아픔을 느끼지 못할 것 같지만, 그렇지 않단다. 그런 거 생각하면 장기 받는 거 쉽지 않을 것 같다. 아픈 아이를 둔 부모는 조금 다른 마음이겠다. 이누카이는 형사면서 신부전으로 장기이식을 기다리는 딸이 있는 아버지기도 하다.


 지난번 책 《닥터 데스의 유산》에서 이누카이는 ‘안락사’가 정말 안 좋은 걸까 하는 생각을 하기도 했다. 형사로서 그게 법을 어기는 거니 범인을 잡기는 했지만, 딸 사야카가 안락사를 바라면 어떻게 해야 할까 생각했다. 이번에 본 《카인의 오만》에서 이누카이는 형사보다 아버지 마음이 앞선 것 같은 느낌도 들었다. 이건 마지막 부분을 보고 생각한 거다. 이누카이는 형사지만 아픈 아이가 있는 부모기도 하니 흔들리기도 하겠지. 그러다 잘못하면 선을 넘을 텐데. 그렇게 되지는 않겠지. 그러기를 바란다. 이누카이가 경찰이 아닌 아버지 마음이 된다 해도 사야카는 기뻐하지 않을 거다. 어떤 형편에 놓이든 사람은 도덕 윤리를 버리면 안 될 것 같다.


 앞부분만 쓰고 그만 쓰고 싶기도 하지만, 그러면 안 되겠지. 비가 온 뒤 사람과 산책하던 개가 공원 숲에서 시체를 파냈다. 어린 남자아이로 간이 반 정도 없었다. 아이는 수술하다 죽은 것 같았다. 그 사건을 경시청 수사1과와 관할서가 함께 맡게 된다. 검시관이 남자아이 시체를 보고 이누카이를 불렀다. ‘살인마 잭 사건’ 때문에. 그렇다 해도 그 사건과 이번 사건은 상관없었다. 남자아이는 중국 사람이었다. 이누카이 짝인 아스카가 중국에 갔다 온다. 사건은 한번으로 끝나지 않았다. 이번엔 일본 사람으로 중학생 아이였다. 그 아이도 장기 반이 없었다.


 소설에서 봤지만 중국에서는 장기매매가 일어난다고 하지 않나. 중국은 사형수 장기를 이식할 수 있는가 보다. 사형수나 식구한테 동의를 받기는 한다. 그걸로 끝이 아니다. 사형수 식구한테 돈을 준단다. 한때는 중국에 사형수가 많아서 중앙에서 그걸 관리하게 됐단다. 그전에는 다른 나라 사람도 중국에서 장기이식을 받을 수 있었는데 이제는 그러지 못한단다. 여기에서 본 거지만 맞는 말이겠지. 중국은 사람이 많고 빈부격차가 심하다(이건 어느 나라나 다르지 않을지도 모르겠다). 처음 발견된 아이 집은 아주 가난했다. 엄마는 아이를 일본에 양자로 보냈다고 했는데, 그건 거짓말이었다. 엄마도 아이 장기를 팔았다는 걸 알았다. 중국에만 가난한 사람이 있는 건 아니다. 일본에도 가난한 사람은 많다. 피해자 아이 공통점은 가난하다는 거다. 한 아이는 부모가 아이를 그냥 내버려 두었다. 자기들이 진 빚에 허덕이고 집안은 쓰레기로 가득했다. 아이가 집에 오지 않아도 아무렇지 않게 생각했다.


 가난이 모두 부모 탓은 아니고, 가난해도 부모와 아이가 잘 지내기도 한다. 이런 거 보니 한국도 마찬가지일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돈을 가진 사람은 뭐든 돈으로 살 수 있다고 여긴다. 정말 그럴까. 그런 생각 자체를 하지 않아야 할 텐데, 돈을 가진 사람은 그러지 않겠지. 자기 돈으로 뭘 하든 자기 마음이다 할 것 같다. 무서운 세상이다. 그런 생각을 가진 사람이 많아지면 안 될 텐데. 돈이 없는 사람은 자기 몸(장기)을 팔다니. 그거야 말로 세상이 그렇게 만든 거 아닐까. 자본주의 사회. 내가 이렇게 생각하는 건 장기이식을 받아야 하는 가까운 사람이 없어설지도 모르겠다. 나와 가까운 사람에 그런 사람이 있다 해도 난 아무것도 못하겠지만. 그래도 돈으로 장기를 사고 싶지는 않다.


 장기를 사고 파는 일을 한 중개인이나 의사 정보를 준 사람은 죄의식이 별로 없었다. 그게 뭐가 나쁘냐고 하는 것 같았다. 그건 돈이면 목숨도 사고 팔 수 있다고 생각해서가 아닐까. 부자는 돈을 주고 장기를 사고, 가난한 사람은 장기를 팔고 돈을 받아서. 소설에 나온 이야기지만, 이 세상에서 이런 일 일어나지 않는다고 말 못하겠다.




희선





댓글(4) 먼댓글(0) 좋아요(1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페넬로페 2023-08-31 08:5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일본어 원서로 읽으셨군요.
일본 작가의 책도 우리 나라에 엄청 많이 소개되고 있는 것 같아요.

희선 2023-09-01 23:44   좋아요 2 | URL
나카야마 시치리는 히가시노 게이고 만큼 소설을 많이 씁니다 소설가가 된 건 그렇게 오래되지 않았는데... 한국에도 책 많이 나왔어요 이 책도 곧 나오겠지요


희선

scott 2023-09-02 12:2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나카야마 시치리 작품 정말 다양한데
어느 순간 부터 쏟아져 나와서 읽다 멈춘적이
장기를 사고 파는데 의사도 정보를 주다니
한국에도 이런 일이 있을 것 같습니다.

희선 2023-09-03 23:01   좋아요 1 | URL
나카야마 시치리 많이 쓰죠 여전히 책이 자주 나오는 듯합니다 일본에서도... 지난달에 이거 다음 것도 문고로 나왔는데, 그걸 놓쳤네요 이달에 사야겠네요 새로운 시리즈도 쓰더군요 한번 쓰면 멈추지 않는 걸지, 대단합니다 그렇게 늘 쓰는 작가... 높은 자리에 가면 여러 가지 좋은 점이 있는지, 자식 문제도 덮고... 돈과 힘은 늘 함께 하는 건지... 그러지 않는 사람도 있겠지요


희선
 
カインの傲慢 (5)
나카야마 시치리 / KADOKAWA / 2022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카인의 오만》. 의학이 발달하고 장기를 이식하게 된 건 좋은 일일까, 안 좋은 일일까. 돈이 많은 사람은 장기를 사기도 하다니. 어떠한 때라도 사람은 도덕과 윤리를 버리지 않아야 할 텐데. -희선

댓글(0) 먼댓글(0) 좋아요(8)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토지 16 - 박경리 대하소설, 5부 1권
박경리 지음 / 다산책방 / 2023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세상이 바뀌기를 바라고 뭔가 한다 해도 그 일은 쉽게 나타나지 않을 거다. 사람이 지구를 망친 것도 처음엔 조금씩 나타났을 텐데, 지금은 엄청 빨리 나타나는구나. 다시 돌아가기는 어렵겠지. 사람이 쓰는 걸 줄여야 할 텐데. 과학이 발달해서 살기 편해졌지만 그것 때문에 지구는 병들었구나. 몇 해 동안 사람을 힘들게 한 코로나19는 아직도 사라지지 않았다. 처음보다는 심하지 않다 해도 코로나 걸리면 조금 아프겠지. 다른 사람한테 감염시키지 않게 조심해야 한다. 《토지》에서는 예전에 많은 사람이 호열자 그러니까 콜레라로 죽었다. 그게 또 나타나는가 보다. 물을 끓여 먹어야 하는데.


 스무권인 《토지》에서 이번에 16권을 봐서 앞으로 네권 남았다. 이번엔 5부 1권이다. 지난 15권 보고 1938년부터 나올까 했는데, 시간이 흘렀다. 5부 1권은 1940년이다. 이걸 보면서 조선 독립이 이제 얼마 남지 않았구나 했다. 난 그걸 알아도 책 속 사람은 아직 모르는구나. 그러니 오랜 시간 독립운동을 하다 지치기도 했겠지. 세상은 바뀌지 않는다 생각하는 사람도 많았다. 그렇게 생각하고 친일한 사람도 있겠다. 신분제도가 사라졌다 해도 여전히 백정은 차별 받고, 그것 때문에 관수는 형평사 운동을 했다. 관수는 만주로 떠나야 했다. 지난번에 관수 아들 영광이 만주로 공연하러 갔는데, 관수와 영광은 서로 기다리기만 했다(영광이는 색소폰 연주자가 됐다). 한사람이 먼저 찾아갔다면 좋았을 거 아닌가. 때를 놓치면 다시 기회는 오지 않는다. 관수는 호열자로 죽는다.


 홍이는 영광이가 만주로 또 공연하러 오자 이번에는 꼭 아버지를 만나라 한다. 영광이는 아버지 어머니 식구를 만나려 했는데. 결국 만나지 못한다. 관수는 화장하고 뼛가루는 고향 평사리로 가져가 강물에 뿌린다. 그렇게 해줄 자식이나 식구가 있다는 것만으로도 관수는 복 받은 걸까. 또 한사람이 죽었구나. 한 많은. 만주에 있는 사람은 다시 돌아올지. 죽지 않으면 돌아올 길이 있기는 할 텐데. 어떨지 모르겠다. 조선에 사는 사람은 편하지 않구나. 일본은 조선말을 쓰지 못하게 하고 창씨개명을 하게 했다. 군에 지원하라는 것도 있다. 지금은 지원이지만 시간이 흐르면 강제가 되는구나. 일본은 기울어 가는데 그걸 억지로 들어올리려는 건가. 그것도 조선 사람으로.


 어느새 환국이도 결혼했다. 서울에 있는 황태수 막내딸과 결혼시켰다. 환국이는 서울에서 미술을 가르치고 그림도 그리는가 보다. 명희는 조병하와 이혼한 건 아니어서 조병하 유산을 조금 받았다. 법으로 하면 명희가 유산을 받아야 할 텐데. 그때는 그런 게 그렇게 엄하지 않았구나. 부모와 친척이 가만히 있지도 않고, 명희가 집을 나간 것도 있다. 조병하 동생 조찬하가 힘을 써서 명희가 조병하 유산을 받게 했다. 명희는 조병하가 죽고 다섯해 뒤에 서울로 오고 유치원을 열었다. 명희는 유치원 원장이다. 그것도 대단하구나. 양현이하고도 잘 지내는 듯하다. 그건 누구한테 좋은 걸까. 명희와 양현이 둘 다 한테 좋은 거겠다. 예전에는 정말 이런 사이 많았을까. 친척이 아니어도 서로 알고 친하게 지내는 사이. 지금이라고 아주 없지는 않겠다. 내가 그걸 못하는 것뿐이다. 양현이는 의전에 다녔다.


 최참판집 재산을 가로챘다가 다시 빼앗긴 조준구는 여든이 넘었다. 여든까지 돈을 다 쓰고 자신이 버린 아들 병수를 찾아왔다. 조준구는 나이를 어디로 먹은 건지 모르겠다. 그렇게 나이 들면 안 될 텐데. 난 찾아갈 사람은 없구나. 난 혼자 조용히 살다 조용히 가야지. 자식도 남인데 조준구는 병수를 자식보다 하인으로 여기는 것 같았다. 조준구는 병수한테 미안한 마음이 하나도 없었다. 그렇게 뻔뻔할 수가 있다니. 조준구는 병수를 괴롭혔다. 그건 일부러라기보다 치매여설지도. 치매에 걸리면 사람 성격이 아주 바뀌지 않나. 아주 심하지는 않은 것 같은데. 병수는 아이들은 내 보내고 자신이 혼자 조준구 시중을 들었다. 정말 힘들겠구나. 병수가 어렸을 때도 조준구는 그리 좋은 아버지가 아니었는데. 이때는 요양원도 없고. 요양원 같은 게 있다 해도 조병수는 조준구를 거기에 보내지 않았으려나. 조준구 얼마 안 남기는 했을 거다. 몸이 아픈데도 살려는 집착 대단하다.


 다행한 일도 있었다. 그건 숙이와 결혼한 영호가 마음을 고쳐먹은 거다. 영호와 숙이는 통영에 나와 살았는데 영호 성격이 좀 이상해졌다. 열등감 때문인가. 말이 많아지고 의처증 초기증상도 보였다. 그건 예전부터 그랬으려나. 이웃에는 영선과 휘가 살았다. 영선과 숙이는 친했지만, 영호가 휘와 숙이 동생 몽치를 얕봤다. 영선이가 관수 딸이라는 걸 알고는 휘를 다시 보고 지금까지 자신이 한 잘못을 깨달았다. 사람은 쉽게 바뀌지 않지만, 가끔 바뀌는 사람도 있다. 영호가 그렇구나. 여전히 숙이 동생 몽치와는 거리가 있어 보이지만 그것도 시간이 가면 괜찮겠지. 이때 조선 사람은 일본 사람보다 가난하고 돈도 제대로 못 벌었다. 그건 일본이 그렇게 만들어서구나. 고기도 많이 못 잡았다. 몽치는 어장 아비가 꿈이었다. 어장 아비 잘 모르겠지만 조선 사람은 되기 어려운 걸지도. 몽치는 되지 않을까.


 사람은 결혼해도 다른 사람을 조금 좋아하기도 할까. 그게 사람인 건지. 그런 마음이 들어도 지나가는 바람이겠지. 《토지》에 그런 게 조금 나오는구나. 서희는 의사인 박영효를 조금 좋아했나 보다. 마음은 받아주지 못해도. 서희는 박영효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는 걸 알고는 슬퍼했다. 박영효가 죽은 건 서희 때문은 아니겠지. 서희는 양현이를 딸로 사랑하는가 했는데, 윤국이와 결혼시키고 싶어했다. 양현이 호적을 옮기게 한 건 이 생각 때문이었구나. 어쩌다가 그런 생각을. 윤국이도 마음이 좀 이상한 듯하다. 그렇게 안 써도 됐을 텐데. 이복 오빠도 양현이를 좋아할 뻔했구나.




희선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9)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