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제13회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
임솔아 외 지음 / 문학동네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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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늘 그랬던 건 아니지만, 언제부턴가 새해가 오면 젊은작가상에 어떤 소설이 실릴까 생각했던 것 같기도 하다. 이건 좋은 걸까, 안 좋은 걸까. 한국 단편소설에 관심이 있는 거니 좋은 거다 생각하자. 2022년에 젊은작가상은 제13회를 맞았다. 다른 데서 철마다 나오는 《소설 보다》를 보기 전에는 이 책을 보고 새로운 작가를 알기도 했는데, 이젠 《소설 보다》를 보고 알게 됐다. 거기엔 소설이 세편 실리지만 봄 여름 가을 겨울 네번 나오고, 이건 한해에 한번 나온다. ‘소설 보다’에 실린 소설이 젊은작가상이나 다른 상을 받기도 한다. 여기 《2022 제13회 젊은작가상 작품집》에도 그런 소설이 한편 있다. 김멜라 소설 <저녁놀>이다. 이 말 이 소설 처음 봤을 때 했다. 그 책은 젊은작가상 나온 뒤에 봤다.


 김멜라 소설 <저녁놀>을 이끌어 가는 건 사람이 아니다. 자신을 사고는 내버려 둔 민영과 지현이 이름이 아닌 먹점과 눈점으로 말하고 여러 가지 말을 다른 말로 하는 걸 말한다. 그걸 재미있게 여겨도 될 텐데 그렇게 못 본 것 같다. 이번이라고 다르지 않았다. 동성애자여도 여성 동성애자는 사는 게 더 힘들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실제로는 어떨까. 소설이 모두 허구는 아닐 거다. 동성애자는 다른 사람한테 들키지 않으려고 조심하겠지. 이제 많은 사람이 세상에는 동성애자가 있다는 걸 알아도 가까이에 있으면 안 좋게 볼지도 모른다. 그런 거 편하지 않겠지.


 김병운 소설 <기다릴 때 우리가 하는 말들>은 내가 제대로 본 게 맞는지 모르겠다. 윤범은 주호를 게이로 알았다가, 주호가 자신은 양성애자에서 무성애자다 한 말을 믿은 듯하다. 이 소설을 보니 주호는 게이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것도 윤범을 좋아한. 윤범은 주호와 그런 느낌이 들지 않았다고 믿고. 윤범이 그래서 주호는 자신을 양성애자에서 무성애자다 한 건 아니었을까. 내 느낌엔 그랬는데 잘 모르겠다. 뚜렷하게 말하지 않아서. 윤범도 주호한테 마음을 묻지 않았다. 테라스 베란다 발코니는 조금씩 다른데 하나로 말한다는 말 맞는지도 모르겠다. 나도 세 가지 차이 잘 모른다. 세상에는 이성애자만 있지 않고 동성애자 양성애자 무성애자 여러 가지가 있겠다. 이 소설은 이런 것도 생각하게 했구나.


 지지난해 ‘2021 제12회 젊은작가상 작품집’에는 김지연 소설이 있었는데, 이번에도 상을 받았다. 김멜라 김혜진 서이제 소설도. 김지연 소설 <공원에서>는 이것저것 생각하게 한다. 여성이 키가 크고 머리카락을 짧게 깎으면 안 될까부터 사전에는 차별하는 말이 많다는 것도. 그런 거 별로 생각하지 못한 것 같다. 불륜하는 사람은 누군가한테 맞아도 되나 싶은 생각도 들고. 불륜은 여성만 하는 게 아닌데, 여성만 비난할 때 많다. 안 좋은 말에 개가 붙는 것도 생각해봐야겠다. 개가 동물 개만 나타내는 건 아니지만. 어쩌다가 그런 말이 생겼는지. 공원에 오는 개는 반려동물이지만 들개는 무서워하고 오지 않기를 바란다. 공원은 공공의 곳, 누구나 가도 되는 곳에 가면 안 되는 사람도 있다니. 지금 생각하니 슬프다. 나 또한 그렇게 보일 수 있고, 내가 다른 사람을 수상하게 볼지도 모르겠다. 그러지 않아야 할 텐데.


 이야기가 어두워도 마지막에 희망이 보이는 소설도 있지만, 아주 희망이 보이지 않는 소설도 있다. 김혜진 소설 <미애>는 희망이 조금 보이는 것 같다. 다음 서수진 소설 <골드러시>에 나오는 진우와 서인은 그리 좋아 보이지 않는다. <미애>는 미애, 엄마와 해민, 딸이여서 그럴까. 진우와 서인은 부부지만 더는 서로를 좋아하지 않는 것 같다. 비슷한 이야기도 아닌데 같이 말했구나. 왜 미애는 자신을 받아주지 않는 선우 언니와 잘 지내려고 할까. 그 마음 난 잘 모르겠다. 내가 미애 처지가 아니어서 그럴지도. 난 절실하게 바라지 않는다. 없으면 말지 한다. 아주 가난하지 않아설까. 나는 가난하다 생각하는데, 돈을 벌어야겠다 생각하지 않는다. 진우와 서인은 한국이 아닌 호주에서 잘 살아보려고 했는데. 잘 안 됐다.


 마지막 서이제 소설 <두개골의 안과 밖>은 잘 모르겠다. 여러 사람이 말하는데, 조류독감으로 닭을 모두 죽이는 이야기가 나오는 것 같기도 하다. 알 수 없는 바이러스로 사람이 새가 되기도 했다. 정말 사람이 새가 된 건지. 대상 받은 임솔아 소설 <초파리 돌보기>는 말하지 않았구나. 원영은 텔레마케터 일을 하다 알게 된 미선이 소개해줘서 과학기술원 실험동에서 아르바이트를 했다. 그전에도 여러 가지 일을 했다. 원영은 초파리 돌보는 일을 자랑스럽게 여기고 초파리를 예쁘게 여겼다. 원영이 없애야 하는 초파리를 집에 가지고 온 날부터, 원영 머리카락이 빠졌다. 그건 산업재해였을까. 딸인 지유는 소설가로 엄마 이야기를 소설로 쓴다면서 예전에 일하던 걸 물어봤다. 하지만 엄마는 소설에서 원영 병을 낫게 해달라고 한다. 소설 끝부분은 원영이 낫는데, 그게 지유가 쓴 소설이기만 한 것 같다. 실제 원영은 모르는 병이 낫지 않았을 거다. 소설처럼 나았다면 좋겠지만.


 첫번째 소설 보면서 지유 엄마인 원영이 아픈 것도 걱정스러웠지만, 난 지유가 뭔가를 잘 잊어버리는 것도 걱정됐다. 그걸 크게 생각하지 않은 걸 보면 큰 병은 아니고, 그저 스트레스성으로 잠시 나타나는 거였을지도. 그러기를 바란다. 소설 쓰기가 힘들어서 그랬을까. 소설가도 소설쓰기 힘들겠다. 소설가뿐 아니라 누구나 쓰고 싶은 거 자유롭게 쓰기를 바란다.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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カ-ドキャプタ-さくら クリアカ-ド編(14) (KCデラックス) (コミック) カ-ドキャプタ-さくら クリアカ-ド編 (コミック) 28
CLAMP / 講談社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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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드캡터 사쿠라 클리어카드 14

CLAMP



 




 지난번에 <카드캡터 사쿠라 클리어카드 편> 13권 보고 앞으로 한권 남았다고 했는데, 그때 난 정말 다음 한권으로 끝날까 했다. 한권으로 끝나기 어렵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서. 이번 책 <카드캡터 사쿠라 클리어카드 편> 14권 보니 끝나지 않았다. 15권이 끝이란다. 지난번에 14권이 마지막이다는 말 봤는데 내가 잘못 본 건가. 띠종이에 적혀 있었는데. 이번 띠종이에 마지막 권이 바뀌었다는 말이 쓰여 있다. 좀 더 늘렸나 보다. 이야기가 뭔가 휙 바뀐 느낌이 들기도 한다. 처음에는 뭔가 큰일이라도 있을 것 같았는데. 자세하게 말하기보다 짧게 말해서인 것 같다.


 사쿠라와 아키호는 학교에서 하는 연극에서 <시계 나라의 앨리스>를 하기로 했다. 처음에는 <두 앨리스>였던가. 마지막까지 보니 왜 그게 나왔을지 알 것 같기도 하다. 연극이 시작되고 바로 카이토가 마법을 쓰고 사쿠라와 샤오랑은 어디론가 간다. 먼저 아키호가 사라져서 아키호를 찾으러 갔던가. 사쿠라가 간 곳은 아키호가 보던 책 《시계 나라의 앨리스》 안이었다. 사쿠라 옆에 있던 샤오랑 모습을 한 검은 고양이는 뭔가 달라 보였는데, 그건 샤오랑이 아니었다. 사쿠라도 샤오랑을 보고 그저 검은 고양이다 했다. 사쿠라는 기억을 잊어버린 거였나 보다. 시계 나라에서 사쿠라는 앨리스고 아키호는 붉은 여왕이었다.


 앨리스와 붉은 여왕이 만났다. 붉은 여왕 아키호는 사쿠라한테 시계 나라를 안내했다. 둘 다 자기 기억이 없는 것 같았다. 그런 일도 있다니. 지난번이었나 언젠가 토모요가 사쿠라한테 잊지 마라고 했는데. 사쿠라와 아키호가 지금 있는 곳은 책속이어설지도. 아키호와 사쿠라는 책이 많은 곳으로 간다. 거기에서 붉은 여왕이 책은 기억이면서 기록이다 한다. 그건 맞는 말이다. 붉은 여왕 아키호가 가장 좋아하는 책은 《시계 나라의 앨리스》였다. 앨리스인 사쿠라는 자기 이름이 진짜인지 붉은 여왕은 누구인지 생각한다. 이때 “사쿠라” 하고 샤오랑이 불렀다. 샤오랑이 사쿠라라고 하자 사쿠라 기억이 돌아왔다. 샤오랑이 알맞은 때 나타났구나. 아키호는 여전히 멍 해 보였다.


 샤오랑과 사쿠라와 아키호가 거기에서 벗어나려 했는데 카이토가 본래 모습으로 나타났다. 카이토는 검은 고양이 샤오랑 모습으로 있었다. 좀 헷갈리는 말을 했구나. 샤오랑 모습인 검은 고양이는 붉은 여왕과 앨리스와 줄곧 함께 있었다. 아키호가 카이토를 보고 “카이토 씨” 했지만. 사쿠라가 지금 자신이 있는 곳이 꿈속인지 책속인지 하자 꿈 카드가 나타났다. 지금 일어난 일도 꿈이 된 건가. 사쿠라와 아키호가 피하고 샤오랑과 카이토가 싸웠다. 사쿠라와 함께 있어야 할 아키호가 사라지고 옷만 남았다. 그때 사쿠라는 자신이 붉은 여왕을 해야 했다고 말한다. 사쿠라가 바라면 이뤄진다. 그건 카드로 나타나고 카이토가 바란 것이기도 했다.


 카이토가 안 좋은 일을 하려고 책이나 마법 도구(아키호)를 가지고 온 건가 했는데 그게 아니었다. 카이토는 사쿠라가 만든 카드로 사쿠라와 아키호가 쌍둥이였다는 걸로 바꾸고 자신과 아키호 안에 있던 것도 바꾸었다. 카이토가 아키호 대신 마법 도구가 된 거다. 그건 아키호를 생각하고 한 거겠지. 아키호가 즐겁게 살기를 바라고. 아키호는 카이토를 잊는 걸 더 슬퍼할 것 같은데. 그걸 모르다니.


 현실로 돌아오자 사쿠라와 아키호는 연극에서 역이 바뀌었다. 전과 다른 현실이 됐다고 해야겠다. 사쿠라가 바란대로 아키호가 앨리스고 사쿠라가 붉은 여왕이었다. 그걸 이상하게 여기는 사람은 하나도 없었다. 사쿠라도 샤오랑도. 지금까지 있었던 일도 잊어버린 건가. 책속 사람은 이상하게 여기지 않았는데 이걸 보는 난 어리둥절했다. 사람들은 사쿠라와 아키호를 쌍둥이다 했다. 이런 이야기로 끝나면 안 되는 거 아닌가. 아직 안 끝났구나. 한권 더 남았다. 15권에서 본래대로 돌아갈지. 돌아가겠지.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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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도서관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양윤옥 옮김, 카트 멘쉬크 그림 / 문학사상사 / 201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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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전에 단편이 실린 책에서 이 이야기 《이상한 도서관》을 만났어. 이걸 봤을 때 난 무슨 생각을 했는지 모르겠어. 도서관이 이상하네였을지, 무서운 도서관이다였을지. 책을 읽고 쓰지 않을 때 본 거여서. 무라카미 하루키 책 다 다시 봐야 할까. 예전에 못 본 것도 있군. 한번 본 거 귀찮아서 잘 안 보기도 해. 《1Q84》가 괜찮았으면 됐지 뭐. 무라카미 라디오도. 무라카미 라디오로 나온 건 어떤 잡지에 연재한 글을 묶은 산문집이야. 처음 그거 봤을 때는 잘 몰랐는데, 시간이 흐르고 다시 나왔을 때 보니 은근 재미있더군. 하루키는 자신은 웃지 않고 다른 사람을 웃기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 아니 하루키는 다른 사람이 웃길 바라고 한 말이 아닐지도. 그럴지도 모르겠어. 웃는 사람이 이상한 건가.


 여기에서 ‘나’는 알고 싶은 것은 도서관에서 찾는다고 했는데, 그건 하루키 경험이 아닐까 싶었어. 하루키는 어릴 때부터 도서관에서 책을 봤으니 말이야. 집에도 책 많았을 것 같은데, 도서관에도 다녔나 봐. 하루키는 어느 날 야구를 보다가 소설을 써야겠다 하고 소설을 썼다지. 하루키가 소설 쓰기를 어느 날 갑자기 생각했을까. 난 어쩐지 어릴 때부터 책을 읽어서 글쓰기 괜찮게 생각했을 것 같아. 소설을 쓰기 전까지 하루키는 그걸 쓰려는 바탕을 만들었겠지. 음악과 책 여러 가지로. 아버지는 별로 안 좋아했던가. 하루키 잘 모르지만, 아주 모르지 않기도 하네. 내가 아는 건 아주 적겠지. 지금도 책 잘 못 보지만 예전에는 더 못 봤어.


 도서관 가기를 즐기던 하루키는 이런저런 상상을 했을지도 모르겠어. 도서관에 지하가 있고 거기엔 지식이 가득한 뇌를 빨아먹는 노인이 있다고. 도서관 지하실에 있던 사람은 ‘나’를 가두고 ‘나’가 읽고 싶다고 한 책 세권을 한달 동안 다 외우라고 해. 이건 마녀가 어린이를 살찌워서 잡아 먹으려 하는 ‘헨젤과 그레텔’ 이야기 같기도 하네. ‘나’는 혼자였지만. 그곳엔 양 사나이와 예쁜 여자아이가 있었어. ‘나’는 도서관 지하실 감옥에 갇히기 전에 자신이 집에 돌아가지 않으면 엄마가 걱정할 텐데 했어. 엄마는 ‘나’가 집에 돌아오지 않아서 걱정했을까. 걱정했겠지.


 ‘나’는 여자아이와 양 사나이와 도서관 지하실에서 달아나려고 해. 그 일은 잘됐을까. 잘되지. 나중에 보니 ‘나’를 도와준 여자아이는 ‘나’가 기르던 찌르레기였어. 양 사나이도 ‘나’와 아는 누구였을지. 이 이야기 그대로 받아들여야 할지 뭔가 상징을 찾아야 할지. ‘나’가 도서관 지하실을 빠져나오고 얼마 뒤 엄마가 죽어. 그러고 보니 ‘나’는 도서관 지하실에 새 가죽구두를 두고 왔어. 어디선가 꿈속에서 신발을 잃어버리면 가까운 사람을 잃을지도 모른다고 한 말을 봤는데. ‘나’는 도서관 지하실 꿈을 꾼 건 아니었군. ‘나’는 양 사나이와 여자아이를 진짜로 만났어. 무서운 일이 있은 뒤에 ‘나’는 시립도서관에 가지 않았어.


 양 사나이는 어디로 사라졌는지. 자기 세계로 갔을지도. 어쩐지 쓸쓸한 이야기군.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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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파랑 2023-06-11 10:2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그래픽 노블 인가 보군요 ㅋ
<이상한 도서관> 읽어본거 같은데 어디 실려있는지는 기억이 안나네요 ㅡㅡ

하루키 책 읽다보면 도서관이 자주 나오는거 같아요 ㅋ 요샌 양사나이는 잘 안보인다는 ㅋ

희선 2023-06-12 01:24   좋아요 2 | URL
하루키 단편과 그림이 실린 책 여러 권 나왔죠 이거하고 잠 두 가지 봤어요 더 있을 텐데... 예전에 읽어본 거지만 다시 한번 보고 싶기도 하더군요 생각나는 건 도서관에 뇌를 먹으려고 한 사람이 있었다는 거예요 여기에 양 사나이가 나오다니... 찌르레기도 처음이 아닌 것 같기도 한데, 모르겠네요


희선

scott 2023-06-11 11:2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번에 출간한 장편 배경도 도서관
현재 하루키옹이 재즈 라이브 진행 하는 곳도 모교 와세다 대학 국제 도서관

양사나이는 와세다 대학 국제 도서관
카페 벽에 그려져 있습니다 ^^

희선 2023-06-12 01:29   좋아요 1 | URL
이번에 나온 소설 배경이 도서관이군요(전에 글 봤는데 잊어버렸군요) 다른 소설에도 도서관 나온 적 있는 것 같아요 도서관에서 방송을 하는군요

scott 님은 거기 가시겠네요 곧... 코로나는 다 사라지지 않았지만 조심해서 갔다 와도 괜찮겠지요


희선
 
호박의 여름
츠지무라 미즈키 지음, 구수영 옮김 / 내친구의서재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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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금 사람이 사는 세상은 경쟁이 심하다. 사람은 언제부터 경쟁하는 걸까. 언젠가 사람이 처음 경쟁하는 사람은 형제다 했는데, 지금 생각하니 사람은 태어나기 전부터 경쟁하는지도 모르겠다. 사람이 이 세상에 나온 건 경쟁에서 이겨서겠지. 정말 그럴까. 그런 것 같기도 하면서 그건 자신이 바란 건 아니다는 생각도 든다. 사람한테 자아라는 게 생기는 건 세상에 나오고 시간이 흐른 다음일 테니 말이다. 이 책 《호박의 여름》을 보고 별 생각을 다했다. 어떤 말로 시작하면 좋을지 몰라서 한 말이기도 하다. 사람이 사는 세상에 경쟁이 없기를 바라지 못할지도 모르겠다. 그걸 싫어한다고 해도 그걸 아주 안 하는 건 아닐 거다. 사람은 순수하게 자기 생각으로만 살지 않겠지. 그런 게 있기나 할까.


 어릴 때는 부모한테 여러 가지 배우겠지. 부모가 마음먹고 아이한테 뭔가를 가르치지 않아도 사람은 부모를 보고 여러 가지를 배운다. 사람은 사회 동물이라고 하지 않는가. 아니 사람만 부모를 보고 배우지는 않는다. 동물도 잠시동안 부모와 살면서 여러 가지를 익힌다. 나자마자 엄마를 먹는 거미도 있지만. 동물은 사람보다 부모 곁을 빨리 떠난다. 사람도 자식이 자기 곁을 빨리 떠나기를 바랄까. 그런 사람도 있고 언제까지나 떠나지 않기를 바라는 사람도 있겠다. 서로 떠나지 못하는 거겠지. 그것 또한 그리 좋은 건 아닐 것 같다. 부모도 사람이고 자식도 사람인데, 왜 부모 자식은 쉽게 떨어지지 못하는 걸까. 세상도 그렇다. 부모는 자식을 잘 길러야 하고, 자식은 부모를 잘 모셔야 한다고 한다. 그걸 ‘효’ 라는 말로 잘도 포장했구나. 아픈 부모를 모시는 사람은 그걸 효라 생각하지 않는데, 다른 사람은 그렇게 말한다. 좀 우습구나.


 여기엔 미래 학교라는 배움터가 나온다. 세상 사람은 그곳을 종교단체로 알기도 하지만, 종교단체는 아니고 아이를 세상에서 하는 것과 다르게 기르는 곳이다. 부모와 아이는 함께 살지 않았다. 아이들끼리 자라게 하면 자주성이 생긴다고 믿었다. 그런 말 아주 틀린 건 아닐지도 모르겠지만, 어릴 때부터 부모와 떨어져 살게 하는 건 좀 아닌 것 같다. 문제 있는 부모가 있기도 하겠지만, 아이는 자기 부모와 살고 싶어할 거다. 학교처럼 다른 식으로 공부만 하는 곳이었다면 더 나았을 텐데. 부모 없이 아이들끼리 지내면 자주성이 생기겠지만 외로울 거다. 그건 다른 사람이 채워주지 못한다, 못할 거다. 처음부터 부모 없이 자라는 사람도 있겠지만. 부모가 없는 사람과 부모가 있지만 따로 살아야 하는 사람은 다를 거다. 세상에 가장 좋은 교육이 있을지.


 미래 학교는 세상과 다른 교육을 한다는 믿음으로 만든 거나 마찬가지다. 그런 것에 감화되어 자기 아이를 거기에 넣은 사람도 있고, 미래 학교에서 일하는 부모도 있었다. 이 소설 처음 봤을 때는 대체 여기는 뭐 하는 곳인가 했다. 가끔 사라지는 아이도 있다고 해서 아이들을 교육하는 곳이라기보다 아이를 어딘가에서 데려다 놓고 장기를 파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도 했다. 내가 더 무서운 생각을 했구나. 언젠가 그런 거 본 적 있다. 부모가 없는 아이만 있는 곳에서 아이 장기를 부자한테 주게 하는 거. 미래 학교는 그런 곳이 아니어서 다행이지만, 좋다고 말하기도 어렵다. 어릴 때부터 이곳에서 산 미카는 부모와 살고 싶었는데. 그건 미카만 바란 게 아닐지도 모르겠다. 말하지 않았지만 많은 아이가 그랬을 거다. 거기에서 자라고 어른이 되고는 바깥 세상으로 나가지 못하기도 했다. 새장 속 새가 된 느낌이다. 자유롭게 생각하게 한다고 했는데, 좁은 세상에서 그런 생각을 한들 무슨 소용 있을까. 다른 사람이 그곳을 종교 단체로 생각하는 것도 어쩔 수 없다. 샘물을 신성하게 여기기도 했구나.


 소설은 미래 학교 배움터에서 여자 아이 백골 시체가 나온 걸로 시작한다. 그 시체가 자기 손녀일지도 모른다고 여기고 그 일을 변호사 곤도 노리코한테 알아봐달라고 했다. 노리코는 어렸을 때 초등학교 4학년에서 6학년까지 여름 방학 한주를 시즈오카 현에 있는 미래 학교 배움터에서 보냈다. 노리코는 그동안 그곳을 잊었다가 백골 시체가 나왔다는 뉴스를 보고 떠올린다. 노리코는 백골 시체가 오래전 여름에 거기에서 만난 미카가 아니기를 바랐다. 초등학생 때고 여름에 겨우 한주만 보냈다면 잊기도 하겠지. 그때 만난 친구와 늘 친구다 말한다 해도. 그런 거 보면 아쉽다. 아무리 좋았다 해도 그걸 잊는 사람도 있지만, 그 말에 기대 사는 사람도 있을 테니 말이다. 난 어느 쪽일까. 반반인 것 같다. 어떤 건 잊고 어떤 건 기대는. 누구나 다 그럴지도 모르겠다. 어릴 때나 좋을 때 한 말을 잊은 사람을 탓하면 안 되겠다.


 노리코는 여름에 잠시 동안 지내는 배움터가 좋았다. 거기에서 잠시 시간을 보내는 사람은 좋아도 거기에 사는 사람도 좋을까. 모두 안 좋은 건 아닐지도 모를 일이다. 부모와 살지 못해서 쓸쓸한 아이도 있었다. 아이는 부모 물건이 아니다 하면서 따로 살게 하는 게 맞는 일일까. 부모와 아이도 적당한 거리를 두어야 하지만, 미래 학교는 그 거리가 멀었다. 그걸 깨달았을 때는 많이 늦었겠지. 어딘가에서 잘 살겠지 여긴 자기 아이가 백골 시체로 나타난 부모가 그랬을 거다.


 처음 부모가 된 사람은 아이를 어떻게 기르면 좋을지 모르겠다. 뭔가 좋은 게 없을까 하다가 미래 학교라는 곳을 알고 거기에 아이를 보낸 사람도 있겠지. 그건 자기 책임을 남한테 떠넘긴 것 같기도 하다. 아이를 어떻게 기르면 좋을지 모른다 해도 그저 곁에서 사랑해주면 괜찮을 텐데. 아이가 부모한테 바라는 건 좋은 교육보다 조건 없는 사랑일 것 같은데. 나도 잘 모르면서 이런 말을 했다. 아이가 자라고 부모 곁을 떠난다고 하면 보내주고, 어릴 때는 함께 지내는 게 더 낫겠다.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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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6-05 22:15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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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6-11 00:24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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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6-06 17:13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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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6-11 00:31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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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JOR 2nd(メジャ-セカンド) 25 (少年サンデ-コミックス)
미츠다 타쿠야 / 小學館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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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저 세컨드 25

미츠다 타쿠야



 




 지난 <메이저 세커드> 24권을 본 게 언제인지 생각나지 않는다. 코로나 때문인지 다른 것 때문인지 책이 예전보다 늦게 나온다. 지난 24권은 2021년 11월쯤에 봤다. 거의 한해 반이 넘어서야 <메이저 세컨드> 25권 보는 거다. 책이 나왔을 때 바로 봤다면 좋았을 텐데. <메이저 세컨드>는 제목대로 <메이저> 두번째 이야기다. ‘메이저’는 책은 못 봤다. 예전에 나온 거여서 안 봤다고 해야겠구나. <메이저 세컨드>는 메이저에서 야구를 한 고로 아들 시게노 다이고가 야구를 하는 이야기다. 이 말 예전에도 썼지만, 오랜만에 봐서 또 썼다. 일본 야구만화는 고등학생 이야기가 많은데, ‘메이저’는 한때가 아니고 오랜 시간 동안 이야기다. 다이고는 중학생으로 초등학생 때 이야기는 끝났다. 중학생 때 이야기는 오래 하는구나.


 앞에 책 본 지 오래돼서 전에 무슨 일이 있었던가 했다. 후린 중학교과 오오비 중학교 야구부가 함께 야구를 하게 되고 겨울 합숙훈련을 하게 됐구나. 합숙 첫날은 카이도 중학교와 연습경기를 하고 아직 끝나지 않았다. 지금 생각하니 카이도는 야구 잘하는 학교구나. 고등학교가 그렇던가. 예전에 고로와 토시야는 카이도에 함께 들어갔다. 나중에 고로는 그만뒀지만. 후린 오오비는 카이도와 맞서서 잘 싸워다. 이기는 것 같다가 동점이 되고 투수는 무츠코로 바뀌었다. 무츠코는 이번에 마운드에 오르는 걸 기대했다. 그런 기분은 처음이었다. 그동안 한 훈련 덕분인가 보다. 포수 다이고와도 잘 맞았다. 경기는 무승부로 끝났다. 나중에 알게 됐는데, 카이도는 1학년만으로 된 2군이었다. 아이들은 자신들이 힘을 길렀다 여겼는데 그걸 알고 좋다 말았다. 지지 않고 무승부한 것도 괜찮은 거 아닌가.


 두 학교 후린 중학교와 오오비 중학교 야구부 합숙훈련 시간은 잘 갔다. 간도리는 나름대로 야구를 했는데 미치루가 오고 자리를 두고 싸워야 하나 하고, 무릎이 아픈 척한다. 감독 토시야가 간도리한테 병원을 빨리 가 보라고 했더니, 거짓말이다 말한다. 간도리는 살이 빠질까 해서 야구를 했지만 그대로였다. 자기보다 잘하는 아이가 있다는 생각을 하고 자신을 잃었다고 해야 할까. 감독은 간도리가 팀에 있어야 한다고 하고 살은 빼지 않아도 괜찮다고 한다. 미치루는 오른팔로 공던지기 어느 정도 하게 됐나 보다. 예전에 왼팔로 던졌는데 팔이 안 좋아졌다. 투수를 그만둬야 하나 했다가 오른팔로 바꿨다. 투수가 팔을 바꿔서 던지는 건 그리 쉬운 일이 아니겠지. 그런 사람이 없었던 건 아니지만. 다이고 아빠 고로가 그랬구나.


 합숙이 끝나는 날이 후린 중학교 운동장을 쓰는 마지막 날이었다. 후린 중학교와 오오비 중학교 야구부가 합동팀을 만들게 된 건, 후린 중학교는 운동장을 쓰지 못하게 되어서고 오오비 중학교는 야구부원이 적어서였다. 사토 토시야가 합동팀 감독이라는 게 스포츠 신문에 실렸다. 그건 후린 중학교 교장이 흘린 거였다. 후린 중학교 교장은 토시야와 고로한테 원한을 가지고 있었다. 그렇다고 그걸 아이한테 풀다니. 어른이 아니구나. 토시야는 매스컴 사람이 학교에 오고 취재요청이 들어와서 아이들을 걱정하고 감독을 그만두려 했다. 그걸 아이들이 알고 토시야한테 자기들은 괜찮다고 말한다. 지금 아이들한테 일어나서 가장 안 좋은 건 토시야 감독이 그만두는 거다고. 감독한테 배우고 싶은 게 많다고 한다. 토시야가 감독 그만두지 않아서 다행이구나. 매스컴 사람이 와도 괜찮다고 한 아이들이 카메라 앞에서는 들떠서 연습 제대로 못했다.


 토시야 아들 히카루는 엄마와 살았다. 엄마가 재혼한단다. 그런 일이. 히카루는 토시야가 신문에 실린 걸 보게 된다. 아빠인 토시야가 후린 오오비 합동팀 감독이라는 걸. 히카루는 예전과 달라졌는데, 왜 그렇게 됐는지 모르겠다. 그 이야기는 나올지. 토시야가 후린 중학교 야구부 감독을 하기로 했던 건 히카루를 멀리서나마 보려고 한 건데. 지금은 히카루가 그래도 나중엔 괜찮아지겠지. 그래야 할 텐데. 고로와 토시야처럼 다이고와 히카루도 고등학교에서 함께 야구할지도. 그때 안 된다면 더 나중에 할지도.


 후린 오오비 합동팀은 봄 지역대회에서 우승했다. 잘 하기는 하는구나. 학교가 적다는 말을 했지만. 히카루가 있는 학교 츠치도와 싸우려면 현대회에 나가야 한다. 어쩐지 츠치도와 싸우고 고등학생으로 넘어갈 듯하다. 그것보다 먼저 다른 문제가 일어날 것 같다. 후린 오오비 감독이 토시야여서 야구부에 들어오려는 아이가 늘어난 거다. 그러면 오오비 중학교는 굳이 합동팀 하지 않아도 된다. 앞으로 어떻게 될지. 아주 안 좋은 일이 일어나지 않기를 바란다. 이제 다이고 중학교 3학년이구나. 중학교 시절 얼마 남지 않았다.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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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니데이 2023-06-01 22:0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희선님, 오늘부터 6월 1일입니다.
이제 여름이 되어 날씨가 많이 더워졌지만
시원하고 좋은 일들 가득한 한 달 되시면 좋겠어요.
편안한 하루 보내세요.^^

희선 2023-06-05 01:00   좋아요 1 | URL
유월이 오고 나흘이 지나갔습니다 가만히 있으면 괜찮은데 밖에 나갔다 오면 덥기도 하네요 볕도 뜨겁고... 여름이 왔네요 유월은 좀 낫겠지요

빨리 지나갈지도 모르겠지만, 하루를 좀 길게 보내려고 하면 괜찮을지도 모르겠네요 서니데이 님 오늘 좋은 하루 보내세요


희선

2023-06-02 22:4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06-05 01:09   URL
비밀 댓글입니다.

페크pek0501 2023-06-03 18:2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리뷰 쓰기, 6월도 파이팅!!! 입니다...^^

희선 2023-06-05 01:10   좋아요 1 | URL
페크 님 고맙습니다 페크 님 좋은 유월이기를 바랍니다


희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