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해 금산 문학과지성 시인선 52
이성복 지음 / 문학과지성사 / 198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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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해 금산

한 여자 돌 속에 묻혀 있었네
그 여자 사랑에 나도 돌 속에 들어갔네
어느 여름 비 많이 오고
그 여자 울면서 돌 속에서 떠나갔네
떠나가는 그 여자 해와 달이 끌어주었네
남해 금산 푸른 하늘가에 나 혼자 있네
남해 금산 푸른 바닷물 속에 나 혼자 잠기네.

시인의 이 시 '남해 금산' 뿐만이 아니라 시집에 실린 시들을 두세번씩 읽었다. 시인의 시는 한편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모두가 연결된 서사시 같은 기분이 든다. 시인의 시들을 처음 접한 기분은 뭐랄까 신선함 보다는 한번 들여다 보아서는 알지 못하는 무언가 깊은 내막을 간직한것 같은 느낄 수 있다. 마지막 부분에 나온 김현님의 해설에서도 보면 '깊은 주위를 기울이지 않으면 이성복 시를 읽어나가는 독자들은 시들 사이의 거리가 넓고 깊은 것에 우선 당황하게 된다. 때로는 환상소설의 한 장면처럼 납득하기 힘든 정황 묘사가 나오는가 하면, 때로는 그 이유가 선명히 설명되지 않은 절규가 터져나오고 있는 그의 시들은 그것을 이해하고 즐기기 위해 보낸 시간을 헛되이 만드는 듯한 절망감과 허망감을 느끼게 하기도 한다'라고 해설이 되어 있다. 나의 처음 막막함이 잘 표현되어 있는 듯 하다.

글은 읽는 사람의 몫이라 하지만 어떻게 해석을 해야 하나 어떻게 시들을 받아 들여야 하나 할때가 종종 막막하여 읽은 시들을 소리내어 다시 읽어보기도 하고 속으로 다시 읽어보다보니 세번정도씩은 곱씹듯 읽은 듯 하다. '어려운말로 이야기 하지 맙시다..' 처럼 난 그의 시들이 '남해 다도해에 여기저기 흩어져 있는 작은 섬과 섬사이의 간격' 처럼 느껴졌다. 그 틈사이에는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 여러가지로 정의할 수 있는 것들이 잘 숨겨져 있 듯 그의 시에도 어떤 절박함과 희망이 적절히 숨겨져 있어 읽는이가 찾아야 하는듯한 느낌이 들었다.



저렇게 버리고도 남는 것이 삶이라면
우리는 어디서 죽을 것인가
저렇게 흐르고도 지치지 않는 것이 희망이라면
우리는 언제 절망할 것인가

해도 달도 숨은 흐린 날
인기척 없는 강가에 서면,
물결 위에 실려가는조그만 마분지 조각이
未知의 중심에 아픈 배를 비빈다.

언제 시간이 되고 기회가 된다면 다시 읽어봐야 겠다. 나 또한 시를 좋아하고 습작하는 것을 즐겨하는데 어려운 글을 쓰지는 못한다. 아직 인생의 심오한 맛을 모르고 살아왔고 그 깊이를 알지 못하기에 나의 글들은 그저 낙서에 불과한데 한 줄 그 언어들에 인생이 삶이 그물에 걸려 퍼득이는 물고기처럼 살아야 함을, 희망을 가져야 한다는 것을 문득 보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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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잔의 차
그레그 모텐슨.데이비드 올리비에 렐린 지음, 권영주 옮김 / 이레 / 200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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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하려는 일은 큰 바다의 물 한 방울일지 모릅니다. 하지만 그 한 방울이 없으면 바다는 줄어들 겁니다..


'1센트의 기적..'  이라고 해야 하나 이런 일을.. 처음 시작은 한 방울의 물처럼 고사리손에 의해 모여진 <1센트>에서 였다. 산악인 그레그는 뇌막염을 앓다가 갑자기 죽은 여동생의 유품중에서 그녀가 아끼던 목걸이를 산의 정상에 걸어 놓기 위해 K2를 오르던 중 길을 잃고 헤매게 된다. 그러다 우연히 들르게 된 파키스탄 북부 코르페 마을, 그 마을의 촌장인 하지 알라를 만나면서 그의 인생은 대반전을 하게 된다. 스승이며 아버지 같았던 하지 알리와 함께 마신 세 잔의 차 '발티 사람과 처음에 함께 차를 마실 때,자네는 이방인일세. 두 번째로 마시면 가족이 되지.가족을 위해서라면 우리는 무슨 일이든 할 수 있네. 죽음도 마다하지 않아. ' '닥터 그레그, 세 잔의 차를 함께 마실시간이 필요한 거야. 우리는 교육을 못 받았을지 몰라도 바보는 아니라네. 우리는 오랫동안 이곳에서 살고 또 살아남은 사람들이야.' 

그의 극진한 대접으로 인해 건강을 회복한 그레그는 그에게 한가지 소원을 들어주겠다고 약속을 한다. 그 약속은 마을에 '학교'를 지어주겠다는 것, 하지만 그도 부유하지도 않고 준비되어 있는것이 아무것도 없었다. 오로지 약속을 꼭 지키겠다는 <굳은 신념>이 있었을 뿐이었다. 어려서부터 부모를 따라 아프리카 탄자니아에서 자란 그는 개방적이면서 다국적인 마인드를 가지고 자라서인지 미국인이라기 보다는 느리면서도 오지의 사람들과 잘 어울렸던 듯 싶다. 자신의 약속을 지키기위해 가진 재산의 전부였던 낡은 차도 팔고 간호사일을 하여 돈을 모았지만 그가 약속한 학교를 짓기엔 턱없이 부족했지만 교사로 있던 어머니의 학교에서 강연후에 아이들은 저마다 주머니를 털어 '1센트' 의 동전들을 모아 62,345센트를 보내주었다. 그 작은 물 한 방울과 같은 돈들이 모이고 그의 뜻을 알아 준 후원자였던 '장 회르니'를 만나게 됨으로 하여 첫번째 학교를 지을 돈인 '1만2천달러'를 모으게 되지만 그의 생각처럼 학교를 쉽게 지을 수는 없었다. 

코르페마을 앞에는 계곡이 있어 학교보다 더 절실하게 필요한 것은 '다리'였던 것, 필요한 자재들을 구입하여 싣고 갔지만 바로 앞에서 부딫힌 난관앞에 학교보다 다리를 먼저 놓아주기로 약속하는 그레그, 다시 미국으로 돌아와 필요한 자금과 물자를 구매하여 다리 공사를 한 후에 겨우겨우 학교를 짓게 되지만 자재는 삼분의 일이나 줄어 들었고 산간지방이라 바람과 눈과 싸우며 지어야 하는 상황, 그래도 모두가 합심하여 첫번째 학교를 무사히 짓기까지 얼마나 많은 사람들의 노력과 희망이 깃들었는지 정말 감격적인 일이다. 산악인이면서 간호사였던 그의 직업은 '세 잔의 차'로 인하여 북부 파키스탄에 학교를 지어주는 일로 바뀌게 되고 회르니 박사를 만나며 CAI(중앙아시아협회) 회장이 된다. 그가 우여곡절을 겪으며 지어준 학교는 무려 '78'개나 이른다고 한다. 그 일로 인하여 반려자도 엿새만에 만나게 되고 사랑하는 두 딸을 얻으며 더욱 힘을 얻게 되는 그레그, 그가 제일 존경하고 그의 영웅이었던 테레사 수녀의 말처럼 '물 한 방울의 힘'이 얼마나 대단한지, 물 한 방울이 모여 바다를 이룬다는 말이 그레그가 한 일과 너무도 딱 들어맞는다.

'1센트가 산을 움직일 수 있거든요...'
처음은 아주 미미했지만 그 끝은 지금도 알 수 없을 것이다. 그가 하는 일에 결코 박수를 보내는 사람들만 있는것도 아니었다. 자금이 부족하기도 하고 메일과 편지로 욕을 하는 사람들도 많아 지하실에 숨 듯 하며 사무실로 쓰는 지하실에 갇혀 지내던 시간들이 그의 본심을 알아주고 미사일을 발사하는 것보다 학교를 지어 수만명의 학생들에게 몇십년 동안 균형잡힌 교육을 제공할 수 있다는 것이 자신들의 안보를 지키는 더 큰 일이라는 것을 9.11테러이후 많은 사람들이 깨닭게 되고는 그에게 아낌없는 성원을 보내주게 된 동기가 된 <퍼레이드>지 덕분에 많은 자금을 확보하게 되어 다행이지만 그가 하는 일에 비난만 퍼부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과속방지턱 몇 개에 걸린것 뿐이야... 라며 그에게 아낌없는 힘을 실어 주었던 동지들과 친구들. 의회에서 노트북만 들고 다니며 바쁘게 세계정치를 논하던 시간보다 그의 한시간 강연이 더 현실이고 가슴음 움직여 주었던 <진실> 이었던 것이다. '아이들 때문에 이 일을 하는 겁니다. 테러와 싸우는 건 제 우선사항 순위에서 7,8위쯤 될지 모르겠군요. 하지만 그곳에서 일하면서 전 몇 가지를 배웠습니다. 테러가 발생하는 건 파키스탄이나 아프가니스탄 같은 데서 몇몇 사람들이 어느 날 우리를 미워하기로 결정했기 때문이 아닙니다. 죽음이 아니라 삶을 선택할 만큼 밝은 미래가 아이들에게 주어지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는 비록 산악인으로서 '정상'을 오르지는 못했다. 실패를 하였지만 자신의 일에서는 '정상'에 우뚝 섰다. 그가 정상을 밟지 못했다고 포기를 했더라면, 돈이 모자라 학교를 지을 수 없다고 약속을 거절했더라면, 포탄이 짓밟고 산악지형이라 일이 힘들다고 포기했더라면, 종교적 분쟁으로 인하여 늘 목숨의 위험이 따른 다고 포기했더라면, 그가 걸린 '과속방지턱'에서 주저 앉았더라면 지금의 그가 있을 수 있을까.. 수를 헤아릴 수도 없이 많은 어린이들과 여자들이 대대로 교육을 받으며 더 나은 삶으로 이어질 수 있었을까.. 작은 일에서도 '자신' 보다는 자신보다 못한 다른 누군가를 먼저 생각하고 행동하고 실천하였기에 그가 영웅처럼,아니 알라처럼 받들어졌지만 결코 쉽지 않은 일이었고 누구나 다 할 수 없는 일이란것을 안다. 정말 대단한 사람이다. 사진속의 서글서글한 미소가 가난한자의 대변인의 미소처럼 아무것도 원하지 않는듯 하다. 내가 가져서 행복한 것이 아니라 남에게 배푸는것이 도움을 주는 것이 행복이란 것을 몸소 가르쳐주고 있다. 

처음 그에게는 에베레스트 등정도 중요한 일이었지만 자신의 평생에서 큰 가치가 있는 일은 학교와 병원을 지은 것이다. 무엇보다도 큰 족적을 남긴 그의 발자취를 따라가는 일이 내 자신이 함께 자원봉사라도 하고 있는 것처럼 뿌듯하게 느껴졌다. 그가 전하고 다닌 '평화의 메세지' 는 어떤 영화보다도 드라마 보다도 오래도록 가슴에 뇌리에 박혀 있을 듯 하다. 어렵다고 힘들다고 포기하고 싶은 순간을 당하거나 그런 사람들이 읽어보면 정말 좋을 책이다. 나 또한 힘들다고 나약해지기 일쑤인데 나도 모르는사이 힘을 얻게 된것 같다. 자신에게 내재된 무한가치는 내 자신도 모르는 것이다. 일찍 포기하기 보다는 '물 한 방울'이 어디에 필요한지 세상을 둘러 본다면 언젠가는 바다를 이룰 수 있으리라. '우리 아이들에게 평화의 유산을 남겨주기를 진정으로 바란다면, 이 전쟁을 최종적으로 이길 방법은 폭탄이 아니라 책이라는 사실을 이해해야 합니다.' 한 잔의 차와 고사리 손에 의해 모여진 1센트와 학교 하나로 시작한 일들이 파도처럼 일어나 겁잡을 수 없는 큰?은 아이들이 혜택을 누리고 전쟁과 가난의 공포에서 벗어나길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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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의 맨발
송수권 지음 / 고요아침 / 200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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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혈병의 아내를 위한 참회록...


작가의 글을 안것은 그해 인터넷에서 돌아다니던 그의 시였다. 아내의 병때문에 절필하겠다는 작가이기에 세간의 이목을 끌었던것 같다. 하지만 그의 책에 대하여는 아직 관심밖이라 읽어볼 생각을 못하고 있었는데 뇌리에 깊게 각인이 되었다. 아내의 병때문에 아내를 다시 돌아보게 된 남편의 모습같아 애절하면서도 잘 되기를 바래 보았는데 그후 이야기는 잘 모르겠지만 아마도 잘 되었으리라 믿어본다.

그의 이력은 특이하다. 학력이 그리 좋지 못하지만(그의 말처럼) 교수가 되었고 시만 고집하며 쓰게 똥지게를 지며 뒷바라지한 아내가 있어 오늘의 그가 있는 듯 하다. 거기에 아내의 병때문에, 아니 억소리 나는 병원비때문에 절필을 하려 했던 것이 하나 더 추가가 되면서 그와 아내가 제자와 스승의 관계였다는 것이다. 지금이야 나이차이가 그리 문제되거나 하는것도 아닌데 여중생 제자와 스승으로 만나 사랑을 키우다 결혼을 하였으니 세간을 피해 그들은 섬으로 돌며 묻혀 지내야 했던 삶이 아내를 더욱 고달프게 만든것 같다. 거기에 동생의 죽음에 따른 방황, 그 모든 것들이 시가 되고 시어가 되어 좋은 시들이 나올 수 있었으리라.

이 책은 아내를 위한 참회록처럼 1부는 <하늘돌>이란 부제로 2부는 아내를 위한 시들이 모인 <애절한 사부곡>으로 나뉘어 있다. 지금의 자신이 있게 해준 것은 모두 아내의 몫이라며 벽에 못하나 제대로 박지 못하는 그가 똥지게를 지며 수박농사를 지었던 아내에게 늘 맨발이었고 병상에서도 맨발인 아내의 거북껍질 같은 맨발을 쓴 가슴 먹먹하게 하는 그이 사랑이 시에 모두 녹아 있다.  
뜨거운 모래밭 구덩을 뒷발로 파며/ 몇 개의 알을 낳아 다시 모래로 덮은 후 / 바다로 내려가다 죽은 거북을 본 일이 있다. / 몸체는 뒤집히고 짧읁 앞 발바닥은 꺾여 / 뒷다리의 두 발바닥이 하늘을 향해 누워 있었다. / 알면서도 모르는 척 두 눈 딱 감고 / 감은 눈꺼풀 위에 깍지낀 손 얹은 채 / 울지 않으려고 애쓰는 그 손사래 밑으로 / 두어 방울 눈물이 침상 밑으로 / 굴러 떨어지는 것을 보았다.//  이매패의 키 조개처럼 갈라진 / 발바닥 / 천하를 주유하고 온 부처님의 / 맨발바닥. //   -아내의 맨발 .2 

자신으로 인하여 공부를 더 하지도 못하고 가정을 이루고 고생만 하였던 아내, 그런 아내가 자신이 좋아하는 단감빛 피를 수혈받아가며 억소리나는 병원비때문에 수술을 받지 않겠다며 사라져 자신을 아프게 했지만 가족의 골수가 맞아 이식 수술을 기다리며 무균실에 들어간 민달팽이같은 머리로 등신불처럼 앉아 있는 모습을 상상하니 가슴이 먹먹해진다. 삶에서 표현하지 못한 모든 사랑이 그이 시에 녹아 있어 읽는 사람 마음도 절절하게 하니 어찌 맨가슴으로 읽을까.. 몇 번을 눈물을 훔치며 읽다 꼭 남편이나 힘들다고 하는 누군가에게 읽어보라고 권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며 그의 시어 하나하나가 괜히 나온것이 아닌 세월이 녹아 있고 아내의 정성이 녹아 있음이 엿보이는듯 두어번을 읽게 만들었다. 

아내가 없으면 가스불도 잠그지 못하고 못하나 제대로 박지 못하고 무엇 하나 제대로 하지 못하지만 견우 직녀보다 더한 사랑으로 연결되어 끊어지지 않는 <끈>이 그들사이엔 매어져 있는 기분이 들었다. 늘 함께 하는 부부는 서로의 소중함보다는 당연함으로 살기에 바쁜데 반쪽의 소중함을 독자에게 더 깊게 느끼게 해주고 ’절필’이 아닌 더 왕성함의 기회가 된 듯 하여 다행이다.  이 책의 시와 수필이 그에게 큰 희망이고 용기가 되었듯이 나도 희망 한 줌 충전해 보는 기회가 되어 넘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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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릉에 가고 싶다 - 소설가 이순원의 강릉이야기
이순원 지음 / 포럼 / 200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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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고향사랑과 고향을 소개하는 사진들이 눈을 즐겁게 하는 책...


작가의 <은비령>을 얼마전에 읽어서인가 이 책은 더 가깝게 다가온다.거기에 삼년전 봄방학때 큰딸 초등졸업기념으로 강릉여행을 다녀와서일까 더 가깝게 와 닿으며 지난 추억을 되새기는 기회가 되었다. 책의 겉표지만 봐도 <헌화로>의 바다와 산이 만나는 아름다운 길이 있는 사진만으로도 문득 바로 떠나고 싶은 충동을 일으키게 만든다.

삼년전 우리의 여행은 삼척의 <죽서루>와 <환선굴>을 거쳐 강릉으로 향했다. 모래시계공원 근처에서 일박을 하며 해돋이를 보려 했지만 일기가 좋지 않아 아침 초당순두부로 만족해야 했다. 모래시계공원과 정동진역구경, 사진과 영상으로만 보던 곳들을 들르며 아이들은 무척이나 좋아했지만 경포대에서의 매서운 바람때문에 모자를 꾹꾹 눌러쓰고 푹 움츠린 모습으로 추억을 간직해야만 했다. 그리고 중학수학여행때 가보았던 곳 오죽헌을 다시 들러보며 다시 세세히 기억하려 담아 왔던 기억도 나고 <선교장>의 아름다움에 취해 언제 꼭 한번 연꽃이 필때 <활래정>을 다시 찾아오자는 약속을 했지만 아직 이행을 하지 못하고 있다. 

그때 여행에서 보아서일까 거실에 모여 가족들이 여행에 대한 이야기로 시작되는 첫부분이 괜히 여행을 떠나기전 우리집 풍경처럼 낯설지 않음으로 시작되어 미소를 지으며 읽었다. 누군가 가족중에 여행지에 대한 풍부한 지식이 있다면 여행의 즐거움이 한가지 더 추가된다. 문화 역사에 대한 지식이나 먹거리나 그외 다른 지식들이 있다면 지식보따리를 싸들고 가듯 하면 보물찾기처럼 여행지의 맛을 더 느낄 수 있어 좋다.

이 책은 ’강릉여행’ 할때 이젠 필수로 챙겨야할 책이 될 듯 하다. 전문저인 여행서 보다는 무언가 빈듯하면서도 중요한 것만 딱 갖추어 놓은 것처럼 놓치지 말고 챙겨야 할것들을 잘 챙겨 놓았다. 책에 소개된 모든 볼거리외 먹거리를 소화해 낸다면 좋겠지만 한가지만이라도 깊게 각인될 수 있는것을 느끼고 본다면 강릉에 대한 추억이 더 깊어질 수 있다. 초당순두부를 먹는다든지 대관령 옛길을 타본다면 그 길의 아름다움과 구비구비의 맛을 느낄 수 있기도 할 것이며 대관령의 바람의 힘을 느낄 수 있는 ’풍력발전단지’ 를 보았다면 강릉하면 하얀 풍차같은 풍력발전기를 떠올릴 수 있을 것이다. 

내가 지금 살고 있는곳에서 몇십년을 살았다 해도 내가 살고 있는 곳에 대하여 세세한 것들을 모두 알지는 못한다. 발로 걷다 보면 한 곳 한 곳 여행하다 보면 내가 살고 있고 숨을 쉬고 있는 곳이 더 소중하게 다가온다. 이 책에서도 작가의 고향사랑이 담뿍 담겨 있음을 알 수 있다. 여행은 비우고 새로운 것으로 채우는 것, 낯선것을 새로 만나는 즐거움이라 했듯이 너무 많이 채우거나 많은 것을 원하기 보다는 눈이 즐거운 사진으로 먼저 ’강릉’을 즐기고 짐보따리 한귀퉁에 공간이 남는다면 이 책을 가져가면 더 좋은 것이다. 다시 강릉을 찾게 된다면 바다열차를 타고 싶다. 우리가 여행할때는 없던 보물이었는데 여행후에 생겨 아쉬움이 남는다. 이 책으로 인하여 고향의 소중함과 자연의 소중함 그리고 우리 문화유산을 더 소중히 지켜 후손에게도 아름다움을 전해주어야 함을 느껴보며 몰랐던 ’하슬라’ 를 적어본다. 동예에서 고구려 땅이 되면서 하슬라로 불리기 시작했다. 지금도 강릉엔 예스럽게 이 이름을 쓰는 단체와 모임이 많다. 시내에도 ’하슬라로’라는 길도 있다. 그 ’하슬라로’ 도 한번 걷고 싶다. 

- 대관령 풍력발전단지: 강릉의 진산이자 서쪽 관문인 대관령엔 우리나라뿐 아니라 동양 최대의 풍력발전단지가 있다. 대관령 풍력발전단지의 발전 용량은 소양강 다목적댐의 절반에 해당하는 98MW급이다. 어림잡아 5만 가구가 사용할 수 있는 전력이다.
- 강릉시는 ’경포’ 와 ’단오제’, ’금강소나무’를 강릉의 삼대명품으로 꼽고 있다.
- 바다열차: 손을 내밀면 바다가 손에 닿을듯 가까이 있다. 바다열차는 이 길을 달려 강릉에서 정동진을 거쳐 동해와 삼척으로 나아간다. 
- 선교장:조선 사대부가의 상류 저택으로 왕이 아닌 사람이 지을 수 있는 최대 규모 99칸짜리 집이다. ’선교장’ 이라고 한 것은 이 동네가 예전 경포호수를 배르를 타고 건너다디던 ’배다리 마을’이어서 붙인 이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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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사의 나이프 밀리언셀러 클럽 98
야쿠마루 가쿠 지음, 김수현 옮김 / 황금가지 / 200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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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범죄를 저지른 소년들, 진실로 올바른 갱생이란 무엇인가..


에도가와 란포상 작품이라 읽고 싶었지만 조금 미루었다. 하지만 손에 들고는 빠른 속도로 읽어나갈 수 있었다. 에도가와 란포상 작품인 <샤라쿠 살인사건>을 읽었을때도 무척이나 재밌게 읽었는데 이 책 또한 한가지 사건을 잡아 들고 보니 줄기를 잡고 뽑은 감자처럼 줄줄이 달려 오는 보이지 않는 사건들, 진정 어느것이 진짜 실체의 사건이었는지 궁금증을 자아내게 하면서 하나 하나 파헤쳐 가는 기법이 잘 짜여진 한 장의 천처럼 읽는 재미와 ’생각’ 해 봐야할 문제의식을 제기한다.

진정 죄를 미워할 것인가 사람을 미워할 것인가.. 만약에 히야마가 쇼코가 예전에 범죄를 저질렀던 여자라면 과연 그가 아르바이트생으로 선택을 했을까? 더불어 사랑과 결혼까지 할 수 있었을까? 그리고 14세 미만인 소년범이라 하여 그들의 미래를 위하여 살인을 저지른 중범죄인이라 해도 갱생을 위하여 보호를 해야할까? 어느 편에 서서 피해자편인지 가해자편에 서야 하는지 의문을 던져준다. 살인사건은 아니어도 가까운 사람이 몇년전에 심한 교통사고를 당했다. 사람은 얼마 다치지 않았지만 차는 폐차를 시키는 큰 사고였는데 피해자임에도 불구하고 경찰이나 보험사측은 가해자편을 옹호하듯 사고당한 자가 불쌍한 것처럼 일이 흘러가고 말았다.이 소설을 읽으며 그때 생각이 불현듯 났는데 히야마, 그의 입장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다.피해자이면서 큰소리 한번 내지 못하고 고통을 온몸으로 감수해야만 하는 그에게 엄마를 잃고 남겨진 딸에겐 누가 엄마의 빈자리를 대신해 줄지, 법은 가해자 우선처럼 그들의 범죄를 합법화 해주고 있는것과 같다. 

쇼코의 죽음은 전초전인것처럼 사건은 시작된다. 그녀를 죽인 세명의 소년들. 하지만 법은 그들을 처벌하기 보다는 갱생을 위하여 보호를 하고 나선다. 하지만 피해자인 히야마는 힘든 날들을 남겨진 딸 마나미 때문에 잘 견뎌 나가던 중 소년B가 그의 가게에서 가까운 공원에서 살해됨으로 인해 4년전 죽은 그의 아내 쇼코의 사건은 다시 수면으로 떠오르며 그가 용의자로 올라서게 된다. 소년B의 죽음이후 소년C의 열차사건이 다시 일어나고 히야마도 사건속으로 직접 뛰어들어 조사해 나간다. 점점 들어나는 사건과 사건의 실체는 쇼코의 어릴적 사건까지 파헤져 들어가게 되고 그녀가 저지른 사건까지 알게 되면서 점점 가닥을 잡아 나간다. 서두르지 않고 독자와 함께 풀어가듯 사건을 파헤져가는 작가, 쇼코의 유품처럼 남겨진 만화경과 통장에 담긴 비밀이 풀리면서 소년법의 가해자측도 피해자측도 아닌 중립에 서 있던 누쿠이를 만나면서 마지막 열쇠를 푼 히야마, 그는 소설로 소년법은 고쳐져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덮어두려 했던 한 사건이 얼마나 많은 파장을 일으키며 피해자들을 만들어 냈는지 또 그 소년법을 악용하여 얼마나 큰 범죄들이 저질러졌는지, 그들은 갱생이 아닌 범죄를 은폐하여 더 큰 범죄를 저질른다는 것을 말해주고 있다. 죄를 미워할 것인가 사람을 미워해야 할 것인가? 모두가 법을 악용한다고는 볼 수 없지만 그런 예로도 법이 악용될 수 있고 충분히 그런 사례가 발생할 수 있다고,가해자의 인권도 소중하지만 피해자의 인권은 정말 소중하다는 것을 다시 한번 더 말해주는 소설이다. 티비 뉴스를 보며 굵직한 사건들에서 가해자의 인권을 보호한다며 가려주는 행위는 가해자의 인권이 우선인지 우리가 알권리가 먼저인지 참 의심스럽다. 히야마처럼 자신이 아내를 죽인 세명의 소년들을 인터뷰처럼 그들을 정말 죽이고 싶은 생각은 누구나 당연히 가질 수 있고 한번쯤 내뱉을 수 있다. 그렇지만 아픔을 한번 겪은 피해자들은 그의 말처럼 또 다시 소중한 것을 잃고 싶지 않기에 그것을 행동으로 옮기지는 않는다. 그가 가해자들을 죽이고 싶다고 하였다고 그가 용의자가 될 수는 없다. 탄탄한 구성과 끝까지 독자를 배신하지 않고 믿음직스럽게 사건을 파헤쳐 나가는 치밀함이 좋았던 소설이다. 에도가와 란포상 작품들은 정말 탐이 난다. 죄를 덮어두는 것이 결코 좋은 것은 아니란 것을 강조한 마나미의 목에 걸려있던 <만화경> 속을 들여다 본것 같은 느낌을 준 소설이다. 

’소중한 사람이 생명을 빼앗은 자를 밉다고 생각하는 건 당연하지.’ ’소중한 사람이 당한 것과 같은 괴로움을 맛보게 해 주고 싶다고 생각하는 건 지극히 자연스러운 일이야.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 기분을 억누르고 있지. 이 이상 소중한 것을 잃고싶지 않으니까. 범죄 피해자는 평생을 찢어질 것 같은 가슴을 안고 살아가는 것라고,그렇게 말해 줬다네.’

히야마가 강하다고 감탄하며 부럽게 생각했던 쇼코의 열정 넘치는 눈도 한 꺼플 벗겨보면 절박한 마음의 외침이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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