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비밀을 밝힌 위대한 실험 - 우주의 작동원리를 탐구한 10가지 실험들
조지 존슨 지음, 김정은 옮김 / 에코의서재 / 200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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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인슈타인은 노년에 <나의 부고>라는 짤막한 글을 쓰면서 아버지가 나침반을 처음 보여주었던 때를 회상했다. 어느 쪽으로 돌려도 나침반 바늘이 항상 북쪽을 가리키는 모습이 어린 소년의 눈에는 무척 신기하게 보였다 아인슈타인은 이렇게 적었다. '나는 지금도 생생히 기억하고 있다. 아니 적어도 기억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때 그 경험은 내게 영원히 사라지지 않을 깊은 인상을 심어주었다. 사물의 이면에는 반드시 깊숙이 감춰진 무언가가 있다.' 책의 첫머리를 장식한 글이 눈길을 끈다. 이 책에 쓰여진 세상의 비밀을 밝힌 위대한 실험 10가지와 인물에 대한 이야기를 읽다 보면 '사소한 호기심과 궁금증' 이 커다란 결과를 초래했음을 알 수 있다.
 
큰 돈을 들여 실험을 하고 대단한 연구재료를 써서 위대한 실험을 한것이 아니라 벽에 구멍을 하나 뚫고도 할 수 있고 주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것으로 자신이 얼마나 호기심과 궁금증을 가지고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실험을 하느냐 하는 인내와의 싸움에 달린 것 같다. 과학이나 실험이라 하면 무척 나와는 거리가 먼 이야기이고 어렵게만 생각되어 지는데 사소한 것에서부터 시작할 수 있고 우리 주변에서 일어날 수 있는 것들을 생각지도 못하고 있는데 위대한 실험가들의 눈과 머리에서는 그 사소함마져 특별하고 위대하게 보여짐을 알 수 있다.
 
사물의 이면에 감추어진 그 무언가.. 그 무언가의 비밀이 밝혀지는데는 오랜 시간이 걸릴 수도 있고 아주 짧은 시간에 알아 낼 수 도 있는데 그들의 이야기들을 어렵지 않게 써 내려갔고 책의 종이 또한 재생지인지 너무 친근감이 느껴진다. 실험을 하는 남편의 옆에서 실험기구들을 세세하게 그림으로 남기거나 위대한 실험가를 한눈에 알아 보고 도움을 주거나 자극을 주려 했던 여인들이 있지만 이 책의 내용은 모두 남자들이 차지한다. 사물의 움직임을 관찰한 갈릴레오에서 시작하여 심장의 비밀을 밝힌 허비와 벽의 구멍으로 <빛>을 알아낸 뉴턴, 연금술에 관시밍 많았던 라부아지에와 생체의 전기현상을 연구한 갈바니, 전자기력을 연구한 패러데이와 에너지보존의 법칙을 알아낸 줄, 빛에도 속도가 있다는 것을 측정한 마이컬슨의 이야기며 개를 통해 조건반사를 알아낸 의사 파블로프, 기름방울 실험을 통해 우주의 신비에 다가간 밀리컨의 이야기까지 도서관에서 그들의 참고문헌을 찾아가며 어렵게 쓴 이야기를 너무 쉽게 읽은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과학분야의 이야기는 잘 읽지 않는 내가 어렵다기 보다는 다른 책을 읽을 때처럼 별 어려움없이 읽어 나갈 수 있었는데 좀더 이분야에도 관심을 가지며 읽어야 겠다는 생각을 가져본다.
 
'데카르트 역시 색이 물체가 가지고 있는 특성이 아니라 빛의 영향을 받아 나타난다고 추측했다. 그러나 뉴턴은 그 이유를 알아냈다. 이 세상이 색으로 가득한 까닭은 물체마다 각기 다른 한 종류의 빛을 다른 빛보다 더 많이 반사하기 때문이다.'
 
'셸레는 최초로 산소를 분리했고 프리스틀리는 산소의 존재를 처음으로 공표했다. 그러나 라부아지에는 누구보다 먼저 산소를 이해했다.라부아지에는 더 깊은 것까지도 꿰뚫어봤다. 바로 질량보존의 법칙이다.'
 
'패러데이의 일기장에는 이런 글이 있다. '이 모든 것은 꿈이다. 자연의 법칙과 일치하기만 한다면 어느 것이 현실이 된다 해도 놀라울 것이 없다. 그리고 그런 일치를 밝히는 최선의 방법은 실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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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베트의 만찬 (양장)
이자크 디네센 지음, 추미옥 옮김 / 문학동네 / 200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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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이것이 끝이 아니야! 바베트, 난 알아, 이게 끝이 아니야..
바베트는 천국에서 하느님께서 바베트를 지으신 그대로 위대한 예술가로 남을 거야! 오!..
 
 
처음 작가의 이름을 들었을때는 낯설었다. 하지만 <아웃 오브 아프리카>의 실제 모델이란 것을 알고 나서는 아! 하는 감탄사와 함께 그녀를 다시 보게 되었다. 실은 이 작품은 EBS에서 언젠가 세계명작으로 본 것 같은데 제목을 잊고 있었다. 내용은 선명하게 남아 있는데 왜 제목을 잊어 버렸는지.. 그러다 만난 <바베트의 만찬>은 작가의 단편집이다. 도란도란 마주 앉아서 재미난 이야기를 들려 주듯 그녀의 이야기를 읽다 보니 책에 빠져 들게 하는 마력이 있음을 알겠다.그녀가 두번이나 노벨문학상을 놓쳤던 것이 안타깝기만 하다. 한번은 헤밍웨이에게 밀리고 한번은 카뮈에게 밀렸다니 대단하고 천부적인 이야기꾼인데 잘 알려지지 않은것 같아 안타깝다.
 
바베트의 만찬은 노르웨이 한 해안근처의 어느 집, 가난한 노처녀 둘이 사는 집에 어느날 한 여인이 와서 쓰러졌다. 마을 사람들은 그녀를 쳐다보지 않았지만 노처녀들은 그녀를 하녀로 거두었다. 하녀로 일을 하는 바베트는 무보수로 노처녀들의 식사를 담당했는데 그녀가 어디서 무엇을 했는지 노처녀들은 묻지 않고 알려고도 하지 않았다.목사였던 아버지 때문에 청빈한 삶을 사는 두 노처녀들은 지난 사람의 아픔을 간직하고 있기도 하지만 목사였던 아버지 덕에 마을사람들과의 관계도 유지하며 살고 있다.
 
그런 어느날 돌아가신 아버지의 백번째 생일파티를 마을 사람들과 함께 하려는데 마침 바베트가 프랑스에서 산 복권이 큰 금액에 당첨이 되었다며 그 생일파티를 자기가 차리고 대접하겠다고 한다. 그러면서 준비하는 그녀를 걱정을 하며 옆에서 지켜보는 노처녀 마르티네와 필리파, 처음 보는 바다거북을 보고는 마을 사람들에게 대접할 음식이 회개망측할것 같아 미리 경고를 하듯 하기도 하는데 바베트가 들여오는 술과 음식재료들을 보고는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지금까지 이렇게 많은 그릇들을 본적도 없고 오래된 와인을 만나지도 못했는데 끊임없이 들여오는 회귀한 것들에 그저 걱정만 하고 있는 두 노처녀들과는 다르게 바베트는 열심히 음식을 준비한다.
 
드디어 돌아가신 목사의 백번째 생일날 초대된 사람들은 지금까지 먹어보지 못한, 말로만 듣던 음식과 술에 대한 찬사가 이어지고 형언할 수 없는 맛에 매료되어 행복한 만찬을 즐긴다. 음식을 먹는 순간에는 흉측한 바다거북의 생각도 다 잊었다. 그렇게 만찬은 마을 사람들에게 흡족함을 안겨주며 끝이 나고 두 노처녀는 바베트에게 묻는다. 얼마나 들었는지.. 세상에나 자신들은 거금을 현금으로 보기도 처음인데 그 많은 돈이 모두 하루 한끼 만찬을 준비하는데 모두 들어갔다니.. 바베트는 프랑스 제일의 요리사 였던것. 그녀의 지난 과거가 밝혀지고 오로지 복권당첨금은 자신의 제일 행복을 느끼는 음식을 만들면서 다 써버렸다는 위대한 예술가 바베트, 그녀의 만찬이 궁금해지게 만드는 책이다.
 
이 책에는 <바베트의 만찬>외 <폭풍우> <불멸의 이야기> <진주조개잡이> <반지>등 다섯 이야기가 실려 있는데 모두 재밌다. 그녀는 타고난 이야기꾼인것 같다. 한편 한편이 모두 영화를 보는 듯한 이야기로 단편이지만 짧은 이야기속에 모든것이 다 실려 있듯 한시도 눈을 뗄 수 없게 만든다. 이 책을 읽고 나니 <아웃 오브 아프리카>를 읽고 싶어졌다. 오래전에 영화를 본 기억이 가물가물 하는데 얼마전에 EBS세계테마여행에서 영화의 한 장면인 홍학이 사는 호수를 비행기가 나는 장면이 나왔는데 넘 보고 싶게 만들었다. 실제 ’아웃 오브 아프리카’의 주인공이며 그 이야기를 쓴 ’이자크 디네센(본명:카릭 블릭센)’ 그녀가 차린 만찬이 점점 궁금해진다. 


’베를레보그사람들은 잘 차린 음식을 먹을 때면 분위기가 진지했었다. 그런데 오늘 밤은 달랐다. 먹고 마실수록 몸과 마음이 점점 더 가벼워졌다. 사람들은 더이상 자기들이 했던 약속을 일부러 상기할 필요가 없었다. 그들은 음식에 대해 잊는 것뿐만 아니라 먹고 마신다는 생각 자체를 버리면 올바른 마음가짐으로 식사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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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어 (100쇄 특별판, 양장)
안도현 지음 / 문학동네 / 200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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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어, 라는 말 속에는 강물 냄새가 난다...


오늘 노대통령 영결식을 보아가며 이 책을 읽는데 마침 작가 안도현이 노제중에 나왔다. 노대통령의 삶이 <연어>를 연상시킨다는 생각을 하기도 했는데 읽다보니 더 그런 생각이 들었다. 서민으로 태어나 서민의 대통령이 되고 서민으로 돌아가려던 그에게 우린 무슨 일을 저지른 것일까. 문득 연어의 모천회귀본능에 대한 다큐를 보며 그들이 거슬러 올라오는 물길마다 중간중간 막힌 보나 턱등을 떠올리며 우리가 회귀본능으로 모천을 찾아 오는 연어들의 길을 가로막으며 죽이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물은 흐르는 대로 연어는 회귀 할 수 있게 해 주어야 모든것들이 자연스럽게 살아갈 수 있는 것 같다.

다른 무리들과는 다른 '은빛연어' 자신만 다르기에 그런 자신의 모습때문에 주눅이 들어 있던 은빛연어는 '눈맑은연어' 를 만나면서 사고가 깨이고 강물을 거슬러 오르면서 성장을 하게 된다. 다른 것들과는 모두 아래로 흐르는데 자시들만 거꾸로 거슬러 올라간다는 것을 잘 이해하지 못하던 은빛연어는 그들을 품는 초록강과 대화를 하며 그들이 얼마나 대단한 존재인지를 알게 되고 그렇게 거슬러 올라감으로 하여 더 튼튼한 자신의 후손을 가질 수 있음을 알게 된다.

하지만 거슬러 오르는 그 과정이 얼마나 고된 것이라는 것을 그는 알지 못하다가 초록강이 말해준 은빛연어의 아버지며 눈맑은연어를 통하여 성장하게 되고 사랑을 하게 됨으로 하여 그 자신 단단한 <연어> 로 거듭난다. 그들의 일생에서 보여준 강을 거슬러 올라가는 일이 우리네 인간사와 비견되며 너무도 잘 그려냈다. 삶에는 정답이 없듯이 어느 한사람이 성공했다고 해서 반듯이 그 방법이 지름길이고 정답이라고 할 수 없듯이 자신만의 방법으로 자신만의 길을 자신의 의지를 가지고 간다면 뜻을 이룰 수 있음을, 모천으로 회귀할 수 있음을 연어가 말해주고 있다.

이야기와 함께 연어의 실감나는 그림들이 읽는 맛을 더해주워 한참을 연어그림을 들여다 보기도 했다. 다큐에서 보았던 마지막 그들의 사랑의 절정의 순간들도 너무도 잘 표현해 놓았고 아름다운 영상과 함께 감동적인 영화 한 편을 보고 난 느낌이기도 하다. 모천에서 태어난 연어새끼들은 오년동안의 바다여행을 마치고 그들의 윗대가 한것처럼 다시 모천을 찾아 회귀를 할 것이다. 엄마의 품을 잊지 못하듯 자궁같은 모천을 찾아 그들이 힘든 여정을 거치며 거슬러 올라온다고 해도 그들의 삶은 다시 이어지고 더 튼튼하게 거듭난다는 것을, 시행착오를 거치며 거듭되는 것도 인생의 한부분임을 말해주고 있는 듯 해 가슴 따듯하게 읽었다. '흐름을 멈춘 강이란 이 세상에 없다. 강물은 쉬지 않고 흐른다. 속이 깊은 강일수록 흐름을 겉으로 드러내지 않을 뿐이다.' 처럼 '별이 아름다운 것은 어둠이 배경이 되었고 꽃이 아름다운 것은 땅이 배경이 되었고 연어떼가 아름다운 것은 서로가 서로의 배경이 되어 주기 때문이다' 라는 말이 가슴에 들어온다. 연어와 나의 삶을 비유한다면 어디까지 거슬러 올라왔는지 모르지만 조금만 힘든 일이 있어도 모천을 뒤에 두고 주저앉은 것은 아니었나 나를 돌아보게 한 책이라 힘들고 지칠때 한번 더 읽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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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저리 클럽
최인호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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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할 것이 있다는 것은 아름다운 인생이다..


이 책은 무척이나 기회가 오길 기다렸던 책이다. 황석영의 <개밥바라기별>과 비슷한 류의 책인것 같아 그 책을 읽고 나서 읽으려 했지만 어쩌다 보니 미루어지고 말았다. 하지만 오히려 시간을 두고 있을 것이 잘되었지 않나싶다. '개밥바라기별' 과는 뭔가 다른 맛이 느껴지는 것이 처음부터 최인호의 맛에 푹 빠져들어 읽게 되었다. 학창시절 어느 학교에나 악동클럽이나 그외 이름있는 클럽들이 하나쯤은 있다. 문제아로 자라지 않아 그런 클럽에 대하여는 잘은 모르지만 그 시대에는 악동클럽이라 했지만 지나고 나면 성장통과 같은 과정중의 한 부분이고 더 진한 추억을 가지게 된것 같아 부럽기도 하다.

소설에 등장하는 소년인 '김동순' 은 작가의 모습처럼 많이 닮아 있기도 하고 자신의 모습을 많이 그려 넣은것 같다. 일명 친구들에게 개똥철학자로 불리는 동순은 간간이 시와 소설책을 들먹이며 그시대를 잘 대변해주고 있다. 어디에나 익살스럽고 무리를 이끌어 가는 대장격인 우두머리가 있기 마련인데 이 소설속에서는 영민보다는 문수가 더 그에 가깝지 않나싶다. 여섯명의 악동들이 모여 '머저리클럽'을 결성하고 나름 그들만의 방식으로 고등3년이 시간들을 잘 보내는데 덤처럼 그 클럽과 함께 하는 여학생들의 모임인 '샛별' 이 더해져서 풋풋함과 성숙의 맛을 더 느끼게 해 준것 같다.

작가는 학창시절을 그녀내며 그 시간을 음미하며 즐긴것이 소설 구석구석에서 보인다. 풍부한 추억을 간직하고 있고 그와 함께 친구도 있었기에,집안도 풍족한듯 식모까지 두고 있는 집안이었으니 부족함이 없는 생활에서 시집이나 소설을 맘대로 읽을 수 있었다니 그나름 작가의 꿈을 꾸는 것은 당연한것처럼 기울어지지 않았나한다. '머저리클럽' 그 개개인을 별도로 나두었다면 아마도 그들은 더 삐뚫어져 나갈 수도 있었을 것이다. 서로가 서로를 잡아 주고 의지해주는 <버팀목> 역할을 충실히 하며 삼년동안의 힘든 시간을 잘 견디어 냈기에 소설속에서 그들의 추억은 아름답게 그려진듯 하다. 

그들의 성장통과 상상력만큼이나 작가의 표현은 아름답다. 어떻게 표현되고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를 그들을 모가 나지 않도록 잘 감싸주면서 한명이 낙오자도 생기지 않도록 작가의 세심함이 깃들이지 않았나 싶은 생각도 든다. 김동순부터 자신의 길을 찾기 위하여 집을 떠나 절생활을 해보고 문수는 어느날 문득 일상에서 사라져 성장통을 앓고 돌아와 단단해진다. 소설속에서 그들은 소년이기 보다는 청년으로, 어른으로 나오는 착각이 드는 것처럼 이어진다. 겉모습은 이미 성장을 하여 턱밑에 까슬까슬한 수염이 돋기 시작하지만 이미 그들은 어른이나 마찬가지처럼, 결말이 해피하기에 그렇게 그려놓은 것 같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 하룻밤 자고 일어나니 어른이 되어 있는 것처럼 무쓱무쓱 자라는 것을 소설을 읽고 나면 소년에서 청년이 되고 소녀에서 숙녀가 된 그들을 발견하게 된다. ' 가슴속에서 우리가 우리도 모르는 새에 크고 있는 것이 아닐까 하는 느낌을 받았다. 밤중에 호박덩굴이 움썩움썩 크듯 그리하여 우리가 잠든 새에 호박덩굴이 수수깡 울타리를 타고 넘듯 우리의 성장은 우리가 모르는 새에 이루어져서 우리의 키를 넘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렇게 그 시간들은 길다고 생각했지만 막상 지나고 나면 한순간이란 것을, 찰나의 시간과 추억을 고스란히 잘 담아낸듯 하다. 서울고 2학년때 신춘문예에 당선된 그, 김동순을 통한 그의 모습이 잘 반영되어 또 다른 작가를 만나는 기쁨을 누릴 수도 있고 그의 학창시절을 엿보는 느낌이 들면서 교복세대에서 잠깐 벗어났던 난, 교복이 주는 그리움을 느껴보기도 했다. 그때는 교복이 지겹다고 느꼈지만 지나고 나면 역시나 학생에게 어울리는 것을 교복이고 그에 맞는 추억인듯 싶다. 아직도 가슴 한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여고시절, 친구들과 은사님들. 정신적으로 육체적으로 가장 성장을 많이 하고 어른으로의 발돋움이기에 더 가슴이 아픈 시기인 고등시절, 내 아이가 그 나이가 되고 나니 다시 새삼스럽게 추억되는 그 시간들을 잠깐 이 책을 통하여 다시 들여다보고 떠올리게 되어 잠시 행복감에 젖어 볼 수 있었음이 즐거웠던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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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의 소풍 - 따뜻한 사람들이 만들어가는 순박한 밥집
김홍성 글 사진 / 효형출판 / 200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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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을 수 있을 만큼 걷다보면 의식이 맑아지고 정신이 안정되었다.
뭔지 알 수 없는 희열이 솟기도 했다... 



작가의 <천 년의 순정의 땅,히말라야를 걷다>를 읽고 구매를 해 놓고 읽지 않고 미루어 두었던 그의 또다른 책을 펼쳐 들었다. '히말라야를 걷다'를 먼저 읽기를 잘 한 듯 하다. 히말라야를 걷다는 그가 히말라야를 찾게 된 처음의 이야기이고 이 책은 네팔에 정착하여 이년여동안 숙박업을 하다가 접고 함께 하던 식구들을 내보낼 수 없어 시작한 밥집 '소풍' 의 이야기다. 네팔에서 정말 한국식 '소풍' 의 이미지를 실천하듯 둥그런 상을 놓고 옹기종기 모여 앉아 먹는 정겹던 어린시절의 시골밥상 같은 풍경과 소풍을 떠날때 가져가는 김밥과 도시락을 메뉴로 하여 욕심내지 않고 트레킹을 위한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시작한 일이 여러 식구들을 먹여 살리고 있고 아내와 소박하지만 행복했던 시절을 영위했음을 말해주듯 그만의 문체로 다감하게 써 내려간 이야기다.

그의 고향은 '오지마을' 이라 해서 몇 번을 읽었었다. 역마살이라고 해야할까 한곳에 머무르지 못하는 그의 자연적인 삶은 한곳에 안식하여 나무를 심고 가꾸는 아버지와는 너무도 달라 집이 아닌 밖으로 겉돌았던 삶이 '히말라야'를 만나면서 완전한 그의 삶이 되었다. 그곳에서 만난 세르파와 그의 아내, 짧은 생을 함께 했지만 서로에겐 없어서는 안 될 소중한 존재였지만 연로하신 아버지의 뜻을 받아 들이기 위해 서로에게 의견을 존중하듯 한국과 네팔의 삶을 반반씩 절충하기도 하고 '소풍' 을 그야말로 현지인들에게 맞기고 한국에 돌아오고 2개월여만에 그의 아내가 '간암말기' 라는 선고를 받고 투병생활을 하지만 그녀는 끝내 네팔에서도 한국에서도 '쌍무지개' 로 영원한 삶을 찾아 떠나고 만다.

트래킹을 하다가 만난 세르파와 그의 가족들을 종업원으로 함께 하며 식구처럼 삶의 고락을 함께 한 이야기들이 잔잔하게 그려져 있다. 아내가 '소풍' 을 맡아 하기에 빈둥빈둥 옆에서 아이처럼 아내에게 먹고 싶은것이며 둘만의 시간을 조르기도 했던 이야기들이 아내가 떠난 자리라 그런지 더 정이 묻어나게 들어왔다. 그가 종업원들을 가족처럼 여겼기에 한국에 돌아와서도 자신의 가게를 맡겨 놓고 그들이 꾸려 나가게 할 수 있었으며 그곳을 들르는 외국인들에게도 나름 한국을 알리는 역할을 톡톡히 한것 같다. 

비빔밥이며 떡볶이나 김밥을 우리만의 고추맛으로 우리식으로 우리의 옛 정이 묻어 나던 시골밥상같은 느낌을 전하려 했던 그의 맘이 맞아 들었을까, 가게의 이름처럼 소풍을 떠나기 위한 설레임이 묻어나는 느낌이면서 소풍 떠나기전 설레임을 안고 어머니 밥상을 대하는 그런 느낌도 난다. 많은 것을 욕심내지 않고 내가 꼭 필요한 것만 얻으려 했기에 그곳을 찾은 사람들이나 주위 사람들이며 모든 이들에게 기억될 수 있는 '소풍' 이 되지 않았나 싶다. 그곳에서 역시나 작가는 '술' 에 대한 애착을 깊게 들어낸다. 히말라야를 걷다에서는 '창' 을 즐겨 마시던 그는 '뚱바' 라는 창보다 더 숙성이 잘 된 술을 즐겨 찾는다. 단지같은 곳에 담긴 술을 빨대로 빨아 먹는 것을 테마기행이나 다큐에서 많이 보았는데 그 술이 '뚱바' 였던 것이다. 그 빨대의 구멍이 아래부분의 옆에 나 있던 것이 기억나기도 하는데 작가로 인해 '뚱바' 를 더 잊지 못할것 같다. 쌍무지개와 함께.. 그가 소박하고 꾸밈없고 거짓없는 네팔인들과 함께 한 '소풍' 은 아내가 떠나고 정말 인생의 '소풍' 과 같은 느낌이 들기도 하고 천상병 시인의 <귀천>의 한 귀절에 등장하는 '소풍'이라 그런지 노무현 전 대통령이 서거와 함께 '소풍' 은 남다른 의미로 받아 들여지고 읽게 되었던 책이며 척박하며 산소의 모자란 그곳 히말라야가 한없이 가슴에 담기게 해 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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