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어 청소년 현대 문학선 1
김주영 지음, 김세현 그림 / 문이당 / 200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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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은 사람들이 가오리라고 말하기도 하는 '홍어' 였다. 언제나 부엌 문설주에 너부죽하게 꿰어 매달려 연기와 그을음을 뒤집어 쓰고 있던 말린 홍어가 보이지 않았다. 하찮은 홍어포 한 마리였지만,그것은 어머니에겐 내가 아홉 살 되던 해부터 집을 떠나 버린 아버지로 대신될 만한 건어물이었다. 

작가의 다른 책인 <객주>에서도 보면 우리말사전이라해도 과언이 아닐만큼 낯설기도 하고 곰삯은 맛이 나는 우리말이 많이 등장한다. 이 책에서도 간혹간혹 만나게 되는 잘 쓰지 않거나 잊혀져진듯한 우리말들이 작가만의 묘미로 다가온다. 아버지가 좋아하던 홍어, 그 홍어를 부엌 문설주에 걸어 놓아 언제고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처럼 집나간 남편을 대하듯 하던 홍어가 눈이 무척이나 많이 내린 날 밤 낯선 여자가 부엌에 들어서 잠을 자면서 홍어의 그림자는 어디에서도 찾을 수가 없었다.

깐깐하기로 소문이 난 어머니는 남편이 집을 나간뒤로 바깥 출입을 할때도 소복을 단정히 입고 나간다. 삯바느질로 집안이 생계를 이어나가던 어머니와 열네살의 아들 세영에겐 아버지가 집을 나간 뒤로 이렇다 할 일이 없던 집에 지난 과거를 씻어내고 새로운 미래를 열어주듯 12월 3일에 어머니가 이름을 지은 '삼례' 가 들이닥치면서 부터 어머니와 아들의 삶은 변하기 시작한다. 삼례가 읍에 드나들면서부터 삯바늘질 거리가 늘어나기도 하여 좋았지만 그녀는 온다간다는 말도 없이 어느날 갑자기 집을 나가고 만다. 잔잔한 호수에 파문을 일으키듯 그녀의 등장으로 인하여 어머니의 삶에도 변화가 일고 그녀에게 정을 주었던 어머니는 표현은 하지 않지만 많이 실망을 한다.

그로부터 낯선 여인이 아이를 업고 와서는 '호영' 이라는 아이를 놓고 달아나기도 하고 그들의 옆집에 사는 알듯 모를듯 하는 남자의 정체 또한 묘하다. 호영이가 들어옴으로 하여 어머니는 장에 나가 수탉과 함께 암탉 두마리를 산다. 닭이 나은 알을 호영에게 먹이려는 어머니, 그런 수탉을 옆집 개인 누룽지가 물어 죽이면서 옆집 남자에 대한 오해가 깊어지고 바느질 일손이 덜기 위해 들인 아줌마와 옆집 남자와의 묘연한 관계. 어머니는 외가의 반대를 무릅쓰고 결혼을 하게 되어 외삼촌과의 사이도 좋지 않았는데 어느날 외삼촌이 온다며 부산하게 집안을 정리하기도 한다. 외삼촌의 등장으로 인하여 아버지가 근처에 있거나 집에 올 날이 얼마남지 않았음을 직감하는 세영, 하지만 그는 아버지의 출현이 반갑지만은 않다. 

세간살이도 정갈하게 다시 정리하고 집안팎을 깨끗하게 청소하고 고치고 아버지 맞을 준비를 하던 엄마는 아버지가 돌아 오시고 그날밤에 눈이 소복히 내린 아침, 불현듯 어머니의 그림자는 사라져 버리고 만다. 어머니의 마음은 무엇이었까. 간간히 읍에서 술집에 있던 삼례를 찾아가 그녀에게 술집에서 벗어날 돈을 마련해 주기도 하고 자신의 외가 친척이라 하며 거두어 주었던 삼례를 찾아간 것일까. 모호하게 보였던 세상은 소년의 사팔눈 때문인지 아님 다른 이유인지 소설은 모호하게 끝난다. 하지만 소설속의 풍경은 어린날의 추억을 되살려 주기에 만족스러우며 옛 사진을 들추어 보듯 흑백사진처럼 펼쳐지는 풍경들은 그 영상만으로도 좋은데 작가의 아름다운 문체가 한몫을 하여 더욱 좋다. 다른 소설에서는 느끼지 못하는 무언가 알듯 모를듯한 애매함이 서려있기는 하지만 특이하면서도 참 아름다운 소설이라 좋았다.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의 흔적처럼 늘 부엌에 걸려 있던 홍어, 삭힌 홍어의 새콤하면서도 톡 쏘는 듯한 맛이 이 소설에 들어 있는 기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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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으로도 때리지 말라
김혜자 지음 / 오래된미래 / 200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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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사람을 보고 '우린 당신을 도울 수가 없어요. 당신은 죽을지도 몰라요' 라고 말할 수 있겠어요? 
하지만 우린 여기서 매일 그렇게 해야만 합니다. 그것이 이곳의 현실이에요..


산다는 것은 참으로 이상합니다. 사람들은 나를 뛰어난 연기자. 한국의 여인상, 어머니상, 언제나 사람들의 관심 속에서 살고 화려한 조명 속에서 평생을 살아온 여자, 행복한 사람, 그렇게 생각합니다. 그렇습니다. 난 행복합니다. 마음속 어딘가에 끝 모를 허무감만 없다면! 나는 누구인가. 왜 이곳에 있는 걸까를 끊임없이 묻고 있지만 않다면! .. 연기자 김혜자씨, 그녀의 고집은 대단하다. 한방송국만 30년에 한 CF만 20년이 넘게 하여 기네스북에도 오랐는데 그 모두가 자신을 잘 표현하는, 자신에 대한 믿음을 스스로 보여주는 것 같다. 그녀가 찾은 기아와 가난이 난무하여 울고 싶어도 울지 못하는 아이들이 있는 곳을 사진과 글로 만나며 얼마나 가슴이 아팠던지..

이 책을 읽기전에 그녀가 다녔던 나라들의 이야기가 실린 책들을 먼저 만서일까 글이 더 와 닿는다. 시에라리온의 소년병을 다른 이야기 <집으로 가는 길> 이나 <신도 버린 사람들> <마리나> <천 개의 찬란한 태양>등의 책들과 그외 다른 책들에서 많이 다루어지기도 하고 보도자료를 통해 듣기도 하고 보면서 '나눔'을 실천하기란 쉽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기에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연기자로서 그녀의 활동은 더욱 두드러져 보였지만 어머니의 모성애가 있었기에 그녀의 눈물이 더 값지게 다가온다.

'전쟁은 안된다. 어떤 이유로도 전쟁은 안 된다. 꽃으로도 이 아이들을 때려선 안 된다.'
전쟁, 자국의 이익을 위해 전쟁을 함으로 인하여 가장 많은 피해를 입는 것은 여자들과 어리아이들이다. 그녀가 책에도 언급했듯이 부자나라와 전쟁을 한다면 더 나은 일이지만 그렇지 못할 경우엔 피해가 더 크다. 부자나라와 전쟁을 하여 크게 보도가 되면서 그들이 실체가 들어남으로 하여 세계적으로 이슈화가 되어 그들을 도우려는 손길이 많아 진다면 다행이지만 잊혀지거나 복구되지 않은 피해현장에서 더 처절하게 살아가야 한다면 얼마나 절망일까. '집으로 가는 길' 에서도 소년병들의 이야기가 자세하게 나와 있어 소름이 돋는 전쟁의 참혹함을, 내전의 현실을 마음 아프게 읽었는데 이 책에서도 그곳의 소년병들의 이야기와 함께 참혹한 아이들의 모습이 그녀의 마음을 얼마나 울렸는지 가슴이 아팠다.

'세상에서 가장 먼 거리는 인간의 머리에서 가슴까지의 거리라고 합니다.'
머리에서 가슴까지 이동하는데 평생이 걸리는 사람도 있겠고 금방 전달이 되는 사람도 있겠고 죽을때까지도 이동하지 못하는 사람들도 있을것이다. '1만원이면 여기 이 아이 한 명을 한 달을 먹일 수 있습니다. 어느 정도 클 때까지만 먹여서 살려 놓으면 됩니다. 그러면 어떻게든 자기 힘으로 살아갈 테니까요.. 그렇지 않고 그냥 죽게 내버려 두는 것은 우리 모두의 범죄 행위입니다.' 많은 것으로 도움을 주기 보다는 작은 정성이 모여 큰 힘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세 잔의 차> 에서도 느꼈듯이 그녀가 한 '사랑의 빵저금통' 의 힘은 컸으리라 본다. 아이들이 학교에서 가져오는 빵저금통, 그때는 무심하게 넘겨 버렸던 적도 있었는데 이 책을 읽고 나니 후회스럽기도 하다. 언젠가 우리집 막내는 '엄마 내가 만원을 내면 그 돈이 금방 가난한 아이들에게 갈까..' 하며 용돈으로 모은 돈중에 만원을 빵저금통에 넣던 기억이 난다. 더 보태줄까 하다가 딸아이의 정성만으로 채우길 바라며 보냈던 기억, 그 일만원이 한 아이를 살렸을까.

울고 싶어도 너무 배고프고 힘이 없어 울지도 못하는 아이들, 자신은 죽어가면서 음식물을 받아 입으로 꼭꼭 씹어 죽어가던 동생의 입에 넣어주어 동생은 살리고 자신은 죽은 형의 이야기며 너무 굶어 입천장이 다 허물어진 아이, 엄마의 빈접을 빨아야 하는 아이들. 어디 한두명의 이야기일까. 사진속 아이들은 밝게 웃고 있지만 그 웃음이 너무 가슴아픈 이야기들이 너무 많다. 내 주머니만 채우려 하며 살아온 삶을 뒤돌아 보게 만드는 책이다. 

'산다는 것은 얼마나 치열하고 힘든 것인가. 내게 주어진 한 순간 한 순간들을 무의미하게 흘러가게 할 수는 없다는 것을 내 몸이, 내 마음이 느끼고 돌아왔습니다.' 한 번의 이벤트가 아닌 십여년이 넘는 기간동안 그녀가 한 일들을 어찌 말과 글로 다 표현할 수 있을까. 아직 다 하지 못한 이야기들과 감동은 그녀의 몫으로 그녀의 가슴에 저장되어 있겠지만 그녀가 풀어 놓은 짧은 글과 사진만으로도 그들의 아픔은 잘 전해져 무언가 나누어 주어야 할 것 만 같은 느낌이 든다. 그런 반면에 늘 부족하다고 여기는 내 자신의 삶이 얼마나 풍족한 삶을 살고 있는지 되돌아 보게 한다. '인간의 삶의 조건이 최고로 좋아진 세상이지만 수천만 난민들의 처절한 고통은 이 시간에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그것을 해결하는 유일한 방법은 바로 '나눔' 입니다. 내가 가진 것을 조금만이라도 나누는 것입니다.' 한개로 99개를 채우기는 쉬워도 나의 99개에 한개를 채우기는 어렵다는 것을 안다. 모두가 하나씩 덜어내어 '나눔'을 실천한다면 먹을 것이 없어 풀로 연명하거나 하루에 한끼도 먹지 못하는 아이들의 생명을 살릴 수 있을것이다. 이제는 눈과 마음을 돌려 이웃을 바라보는 눈높이를 낮추며 살아야할 것 같다.  '바미얀의 석불은 파괴된 것이 아니라 부끄러움에 스스로 무너져 내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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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도 버린 사람들
나렌드라 자다브 지음, 강수정 옮김 / 김영사 / 200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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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는 못 견디겠어,소니... 참을 수가 없어. 우리는 자존심을 가져야 해.존엄성을 지녀야 한다고..어떻게 집집마다 다니며 구걸을 하냔 말이야.발루타가 우리의 권리라고? 맙소사! 그들이 음식을 어떻게 던지는지 본 적 있어? 개처럼 살 권리 따위는 원치않아. 나는 인간답게 살 권리를 원한다고... 


달리트,불가촉천민인 다무는 인도의 어느 신분계급에도 끼일 수 없는 천민인 절대적인 신분계급에 반기를 들 듯 자신의 운명을 자신이 개척하려 한다. 하지만 개만도 못한 인간, 불가촉천민인 그들이 물을 먹기만 해도 그 물이 다 오염된듯 하다고 하여 개에게도 먹이는 물을 그들은 근처에도 못가게 하는 그런 존엄성이 땅에 떨어진 계급제도에 다무는 당당히 맞선다. 하지만 조상대대로 자신들이 처한 상황을 극복하려 하지 않고 받아 들이기만 했던 사람들에게 다무의 방식은 먹혀들지 않고 난관에 부딪힌다.

자신에게 행운이 따른것처럼 우연찮게 만난 사헤브에게 영어를 떠듬거릴 정도로 배우게 되고 어린 나이에 그에게 시집을 온 소누는 12년 동안 아이를 갖지 못해도 그는 그녀를 탓하기보다는 인간으로 그녀를 받아 들인다. 그녀에게 글을 가르치는 반면 자신도 <교육>에 큰 몫을 두고 신문읽기며 좀더 다른 불가촉천민들보다는 깨이려 노력한 다무, 그들은 행운처럼 12년만에 아들을 얻게 되고 부터 육남매를 얻을 수 있었고 막노동부터 바바사헤브의 연설과 그의 신분보다는 인간의 존엄성을 중하게 여기는 사상에 맘을 두고 그에 관련된 잡일도 마다않고 했지만 가난은 벗어날 수 없던 그가 철도회사에 들어가게 됨으로 하여 형편은 조금 나아졌지만 신분제도앞에 늘 가로막혀야 현실앞에서 자신의 대에서는 벗어나지 못한 굴레를 자식대에서만이라도 벗어나길 바라는 마음으로 자식들의 교육에 남다르게 열정을 기울여서인지 맏이부터 잘 되어 그는 희망을 찾게 된다. 하지만 병마를 이기지 못해 끝내 암에게 자신의 삶을 정복당하면서도 막내의 공부를 더 중시여긴 다무, 이 책은 그의 막내 아들이 쓴 자신의 아버지와 엄마인 다다와 소누가 걸어온 가족사를 쓴 이야기이다. 그 가족사에는 인도의 신분계급이 잘 들어나 있고 짐승보다 못한 취급을 받으며 가난과 싸우는 불가촉천민들의 삶이 잘 그려져 있다.

'신도 버린 사람들', 그들이 모시는 신이 그들을 버리기도 했지만 그들 또한 신을 버리기도 했다. 자신들의 신분때문에 자신들이 그토록 열성을 가지며 모시던 신을 버리고 불교로 전향하는 사람들, 제목에는 이렇듯 두가지 뜻이 담겨 있다. 그들도 신을 버렸고 신도 그들을 버렸으니 신을 버리고 나서 비로소 '인간' 으로 거듭난 사람들이다. 계급이 인간보다 중요할까? 어느나라나 전통과 관습이 있지만 이런 알게 모르게 누군가를 옭아 매는 '법 아닌 법' 속에서 지금도 덫에 걸린 사람들처럼 살아가는 사람들이 많다. 우리도 조선시대의 계급사회를 거쳐 지금에 이르렀고 어느 나라는 여성들의 조혼때문에 태아사망률과 여성인권이 짖밟히고 있는 나라도 있다. 인도의 신분계급은 무척 엄한것으로 아는데 그런 계급사회를 무시하듯 불가촉천민이었던 다무의 막내아들인 자다브는 현재 세계가 주목하는 경제학자가 되었으니 신분제도가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그가 그만큼의 자리에 올 수 있었던 것은 자신의 삶에 굴하지 않고 개척하려 무던히 애썼던 아버지 다무가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음을 알 수 있다.

'운명은 우리가 만드는 거야. 우리 손에 달린 거라고..' '아이고 아들아, 우리는 마하르야.물을 건드릴 수 없어. 그랬다간 물을 더렵혔다고 벌을 받게 된단다.. 그리고 다른 사람들도 전부 거기서 물을 마실 수 없게 되지..' '우리는 언제까지 납작 엎드려서 지내야 하나요? 우리는 그 사람들의 사원에도 들어가지 못해요.그들의 우물에서 물도 못 마셔요..' '불교에는 성직자 계급이 없을 뿐만 아니라 불가촉천민 취급을 받는 사람도 없어... 엄격한 규율도 없어. 가슴과 신심만 있으면 돼.' '아무리 많은 것을 성취하고 아무리 높이 올라가더라도 카스트는 절대 지워지지 않는 것이 우리 사회의 안타까운 현실이다.' '다다는 두려움을 버렸고, 우리를 용감하게 키웠다. 말로 하는 설교가 아니라 행동으로 모범을 보였다.' '무지개가 뜨려면 비와 햇살이 모두 있어야 한다..' 

다무 역시 조상들이 해 왔던 그대로 자신의 신분을 받아 들이고 그대로 살았더라면 자식의 대에서 지금과 같은 훌륭한 사람들이 나올 수 없었으리라. 무엇보다 자신은 가진것이 없지만 '배움' 에 늘 열려있는 귀와 눈을 두고 노력을 기울이고 자신이 넘치게 가졌다고 생각하면 다른 사람을 생각하고 자신이 이루지 못하면 다음 대에서라도 이루려는 인내가 있었기에 그토록 단단한 철벽같은 인도의 신분계급을 벗어나 VIP가 될 수 있었으리라. 그의 불굴의 의지가 있었기에, 불가촉천민에서 벗어나려는 의지가 있었기에 자식들을 훌륭하게 키울 수 있었고 자신 또한 자신에게 주어진 운명에 굴하지 않으며 살아 신분계급에 반기를 들고 가난에서 벗어난 삶을 살 수 있었을 것이다. 이루려고 노력하면 안 될 것이 없다는 것을 보여주는 아버지 다무, 그가 자식들에게 안겨준 자유와 희망이 한동안 내 가슴에도 물결칠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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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저드 베이커리 - 제2회 창비 청소년문학상 수상작
구병모 지음 / 창비 / 200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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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언제나 옳은 답지만 고르면서 살아온 사람이 어디 있어요. 당신은 인생에서 한 번도 잘못된 선택을 한 적이 없나요...


마법사가 있고 마법의 빵과 쿠기가 있는 맛있는 냄새가 늘 풍기는 빵집이 있다면 도피처로 딱이겠지.. 현실도피를 위하여 잠시는 피할 수 있지만 늘 자신의 현실과 피할 수는 없다. 부딫혀 이겨내지 않는다면 인생이 존재할 수 있을까. 소년의 성장은 우울 그 자체이다.부모의 불행한 결혼생활때문에 우울증에 시달린 것 같은 엄마의 자살소동과 마침내 자신의 목을 메어 죽는 엄마를 기억에서 지워햐 하는 그에게 엄마보다 더 불행한 생활을 가져다 준다면 주는 새엄마와 그녀의 딸 무희, 그가 저지르지 않은 성폭행을 오해를 사 집을 나가게 되는 소년은 집앞에 있는 단골 빵집으로 도피를 하게 된다. 새엄마와 부딫히기 싫어 저녁마다 갖가지 빵을 사갔던 단골빵집, 빵을 좋아하는 줄 알았던 그의 현실을 읽은 마법사 점장은 그에게 잠깐 현실에서 도피할 공간을 마련해 준다. 하지만 현실을 언제까지 피할 수 만은 없음을 알려준다.

위저드 베이커리에서 만드는 쿠키와 빵은 주문제작으로 그들의 소망을 일시적으로 들어줄 수 있다. 쿠키와 빵으로 바뀐 현실도 자신의 몫임을 강조하는 점장. 그는 한달에 보름날 하루만 잠을 자는데 그때마져 몽마들과 싸우기 위하여 편한 잠을 자지 못하고 쭈그리고 잔다. 그런 그에게 온 몽마를 자신이 붙잡으면서 자신 또한 예전의 슬픈 과거와 꿈속에서 싸워야 하는 마법같은 꿈. 시간을 되돌릴 수 있는 미완의 쿠키처럼 여겼던 아직 한번도 팔지 않은 쿠키를 그에게 마지막 선물로 주어 소년이 그 쿠키를 들고 집으로 향하며 자신의 시간을 되돌려 새엄마를 만나지 않는 시간과 좀더 자신들에게 어려운 현실이 아닌 것으로 피하려 하지만 <인연은 어떻게든 바꿀 수가 있으나 운명은 돌이킬 수 없다>는 말처럼 운명은 받아들여야 함을 말해준다.

엄마의 죽음과 새엄마의 갈등에서 소년은 불우한 가정생활에서 말더듬이 되고 자신의 영역에 갖혀 지내게 되지만 차츰 현실에 부딫히면서 자신의 운명과 맞서 싸워 이겨내는 그를 볼 수 있다. ' 소금이란 다만 녹을 뿐 사라지지 않는다는 걸 깨닫는다. 어떤 강게와 분리가 없다면 언제고 언제까지고 그 안에서' 처럼 그가 간직한 과거와 현실이 이젠 희망의 미래가 되고 있음을, 꼭 현실도피가 해결책이 아니란 것을 위저드 베이커리는 말하고 있다. 설령 내 이상을 이루게 해줄 마법의 쿠키나 빵이 있다 해도 내 운명은 내가 개척해 나가야 함을,부딫혀 얻어내는 것이 내 인생이란 것을 말해주는 위저드 베이커리, 마법이 들어가지 않은 달콤하면서도 옛 추억을 간직한 빵을 먹어보고는 싶다. 어느날 우연히 나의 파랑새와 마법 같은 미래를 바꿀 수 있는 희망을 만난다고 해도 내가 노력하지 않으면 내것이 아니란 것을 한번더 느낀다. 

사춘기의 딸들을 두고 있어 창비청소년문학상을 받은 작품들은 눈여겨 보게 된다. 제1회 작품인 '완득이' 또한 재밌게 읽으면서도 가슴 뭉클함을 가졌는데 이 작품은 인생의 정답은 없지만 도피하기 보다는 맞서 싸워야 함을 강조한것 같아 좋았다. 무언가 문제가 있으면 숨으려 들고 감추려 드는 사춘기, 그런 아이들의 문제가 가정에서 비롯되고 혼자만의 문제도 아니면서 도피하기 보다는 부딫혀 해결하고 그 해결법을 환타지적으로 표현하여 읽는 맛을 느끼게 해 주었던 작품 '위저드 베이커리' 를 보면서 다음 작품들도 기대하게 된다. 청소년들의 문제가 비단 그들만의 문제이기 보다는 가정과 사회의 문제임을 직시하여 피하기 보다는 함께 풀어나가는 방법을 모색하게 해주는것 같아 관심을 가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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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절한 복희씨
박완서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0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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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립다는 것은 축복이다. 그동안 아무것도 그리워하지 않았다. 
그릴 것 없이 살았음으로 내 마음이 얼마나 메말랐는지도 느끼지 못했다.

작가의 완숙함이 엿보이는 단편들이 읽는 동안 마음을 푸근하게 했다. '노년문학' 을 거론할 정도로 작가의 연륜도 만만치 않은데 아직도 왕성한 활동에 글에서 그 원숙함이 살아 있어 더 친근감이 더해진다. 이 책의 단편들은 중년을 지나 60대나 70대의 세대를 만나는 이야기들이 많아 다음 작품들에 대하여 더 기대를 가지게 한다.

그리움을 위하여... 자신은 아무것도 그리워하지 않았지만 자신의 집일을 돌봐주던 사촌동생이 다시 찾은 사랑과 그리움이 큰 충격으로 전해졌던 작품. 여름에는 시원하고 겨울에도 춥지 않은 남해의 섬, 노란 은행잎이 푸른 잔디 위로 지는 곳, 칠십에도 섹시한 어부가 방금 청정해역에서 낚아 올린 분홍빛 도미를 자랑스럽게 들고 요리 잘하는 어여쁜 아내가 기다리는 집으로 돌아오는 풍경이 있는 섬, 그런 섬을 생각할 때마다 가슴에 그리움이 샘물처럼 고인다. 

그 남자네 집... 얼마전에 티비에서 이 이야기의 모티브가 된 동네를 작가와 독일번역작가인가 하는 사람이 찾아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 의 옛 기억을 찾던 프로를 보게 되었다. 그 작품은 아직 읽어보지 않았지만 작가의 예전 기억의 동네를 찾던 것이 이 작품의 배경이 되지 않았나 싶다. 옛 추억을 더듬던 그가 '넘칠 때 낭비하는 건 죄가 아니라 미덕이다. 낭비하지 못하고 아껴둔다고 그게 영원히 네 소유가 되는 건 아니란다.' 라는 마지막 맨트처럼 아껴두었던 추억의 쓸쓸함이 묻어났던 작품이다.

단편들은 60~70대의 삶과 부딫히고 있는 부분들이 많이 나온다. '마흔아홉 살' 에서는 고부간의 갈등이 시부의 팬티를 세탁기에 집게로 집어 던져 넣으며 '쨍그랑' 소리라도 나듯 스트레스를 해소했던 그녀가 효부회의 회장이 되어 홀로된 노인들의 하초를 주무르듯 닦아주며 친구들에게 문제가 되기도 하고 후남아 밥먹어라에서는 나름 결혼에 성공했다고 생각하듯 미국에 가서 결혼생활을 하는 그녀는 아이들도 장성하여 잘 살고 있다고 생각을 했는데 갑자기 치매가 찾아와 자신의 이름도 기억 못하는 친정엄마를 보면서 예전에 엄마가 자신을 부르던 '후남아 밥 먹어라' 라는 말에 그동안 평생 움켜쥐고 있던 세월을 스스르 놓아버리듯 하며 밥 뜸 드는 냄새와 연기 냄새 흙냄새와 어우러진 기막힌 냄새들이 '후남아 밥 먹어라' 라고 엄마가 다시 한번 불러 주면 모든 것이 다 좋아질듯한 아련함.. 

시골에서 교장으로 퇴직한 그가 아들과 손자들을 보기 위해 며느리의 살탕발림같은 말에 현혹되어 잘나가는 동네에 같은 아파트를 평수가 다른 것으로 두 집을 장만하여 늘 자식들 집의 불빛을 보며 살지만 그게 자식들에게는 올가미가 되고 그들에게도 올가미가 되는 식탁을 밝혀줄 초를 사면서 새로운 삶을 계획하는, '거저나 마찬가지' 에서도 친척의 회사에서 만났던 언니의 번역일을 봐주며 알바처럼 받은 돈을 모아 오백만으로 그녀의 별장을 빌려 살게된 그녀를 점점 사회적 지위가 올라가면서 그녀를 별장지기처럼 '거저나 마찬가지' 의 취급을 하는 당하며 그녀가 생각해낸 탈출구는 동거남의 아이를 갖는것, 삶의 벽에 부딫힌듯 하면서도 그들나름의 타계책으로 새로운 삶을 헤쳐나가는 삶이 읽는 묘미를 준다. 삶이란 정말 살아볼만 한 것이다. 그 귀절에 맞는 단편으로 '대범한 밥상' 의 이야기는 우리의 오해와는 다르게 삶을 그들만의 방법으로 헤쳐나가는 새로운 삶이 그려진다. 아들과 딸을 잃은 사돈지간의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손주들때문에 한집에서 살고 한 밥상에서 밥을 먹고, 동거를 하게 된 이야기. 가슴을 뭉클하게 한다. 

삶이 끝났다고 보는 순간, 새로운 삶이 그들나름의 방식으로 살아가게 만든 작가만의 해결책에서 연륜이 묻어난다.삶이 작가를 만나 좀더 폭 삭아 발효가 된 듯한 단편들이 희망을 안겨준다. 나 또한 칠순이 넘은 부모님이 계시기에 소개된 단편들이 좀더 가까이 다가와 안겨 생각할 틈을 주었다. 내 엄마가 만약에 치매에 걸렸다면 다른 식구들은 엄마를 어떻게 했을까.. 생각하고 싶지 않은 일들이 내 일상이며 내 삶이란 것을, '인기척을 내기에는 이미 늦어 버리기도 했지만 그들의 목소리에서는 맛있는 걸 저희들끼리만 휘딱 먹어치워버리려는 다급하고도고 게걸스러운 식욕 같은 게 느껴졌다.'  남의 입에 오르면 이런 게걸스러운 소재로 여겨질 삶의 무게가 내가 닥치면 어떻게 헤쳐나갈까 하는 문제를 제기하기도 하는 단편들이 늘 먹던 평범한 밥상같은 밋밋함이 있는듯 하면서도 나름 좋았던 책이다. 이번 기회에 작가의 미루어 두었던 책들을 읽어볼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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