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서함 110호의 우편물 - 개정판
이도우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7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우리,사랑해도 될까요...


한편의 연애편지를 읽은 느낌이랄까, 연애할때의 그 짜릿 짜릿함을 다시 느낀 듯 하면서도 잔잔한 서정시를 읽은 듯한 느낌도 들고 느리면서도 완성도 있는 연애의 결정판을 다 읽고 나니 다시 읽고 싶어진 소설이다. 그는 라디오 구성작가와 카피라이터로 일하고 있어서인지 자신이 하는 직업을 잘 표현해 냈다. 라디오 피디 이건과 작가 공진솔의 느리면서도 아픔이 있지만 가슴을 싸아하게 만드는 연애와 사랑은 눈물을 머금게도 했다가 그들 모두의 해피엔드라 그런지 괜히 다 읽고 미소를 지을 수 있는, 행복감이 묻어나는 소설이다.

십여년 동안 한여자를, 애인이 있는 여자를 가슴에 품고 있었다면 그 남자의 가슴에 다른 사랑이 비집고 들어올 수 있을까... 사서함 11ㅇ호의 사랑은 그렇게 시작된다. 한여자를 품고 있으면서도 다가가지도 못하는 이건, 풋사랑은 어설프게 겪어 보았지만 아직 사랑다운 사랑을 해 보지 못한 작가 공진솔 그들은 그녀의 <다이어리>를 통해 만나고 연결된다. 그녀가 맡은 꽃마차의 새로운 피디로 온 건은 그녀의 다이어리를 몰래 훔쳐보면서 그녀를 알게 되고 그렇게 서서히 그녀에게 스며들어간다. 그녀 또한 그에게 좋은 감정으로 시작하지 않았지만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그에게 다가가고 있다.

그들과는 다르게 십년이 넘는 연애를 하고 있지만 바람같은 남자이고 정착하지 못하는 삶이라 김선우와 박애리의 사랑은 연결될 듯 하면서도 결론이 나지 않는다. 그런 그들 옆에서  가슴앓이를 하고 있는 건, 그를 바라봐야 하는 진솔. 이 사랑을 선택해야 할까 말까.. 하지만 진솔은 건보다도 더 자신의 사랑을 믿기에 그에게 '사랑한다' 고 고백하고 만다. 그들의 사랑에 연결다리처럼 그들 사이엔 팔순의 건의 할아버지가 있다. 할아버지는 그들의 사랑에 가교 역할을 해주고 떠나신다. 하지만 자신의 사랑과는 다르게 혼돈의 사랑을 하고 있는 건을 떠나는 진솔, 그녀가 떠나도 그녀를 떠나보내지 못하는 건. 그들은 아픔을 겪고 혼돈을 겪고 더 단단한 사랑을 얻게 된다. 선우와 애리의 사랑 또한 그들만의 방식으로 결론을 내리고 그들만의 세상속으로 떠난다. 

이 소설은 그들이 만났던 시기와 연애를 했던 기간이 내가 옆지기를 만나고 결혼을 하던 시기와 비슷하게 맞아서인가 더 집중하며 읽었다. 그때의 밀고 당기는 사랑싸움을 보듯 건과 진솔의 사랑에 가슴아파하기도 하다가 눈물을 흘리기도 하다가 이쁘게 결실을 맺어가는 사랑을 보고 휴.. 하며 한시름 놓게 되는 흡족함까지 우리의 사랑을 엿보듯 그들의 사랑을 읽어내려간듯 하다. 라디오 작가라서 그런가 문체가 참 맘에 든다. 30대, 어찌 보면 사랑을 하기엔 조금 늦은듯하고 유부녀 유부남을 보았기에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하는 갈등의 세대인듯 하면서도 그들만의 사랑방식이 참 이쁘게 연결되어 가슴 따듯하게 읽을 수 있다.

가슴을 잔잔하게 적셔주는 연애소설이라 권태기의 마흔에게 한번 권하고 싶은 책이기도 하다. 언제 이런 가슴아픈 사랑을 겪어 보았나 하고 다시 그 사랑을 느끼며 간접경험을 하다 보면 내 사랑을 더 단단히 할 수 있을것 같다. 내게도 그런 시절이 있었는데 하며 추억하며 읽을 수도 있고 그들의 사랑이 한편의 드라마 같은 기분이 들어 영상을 그려보며 읽을 수도 있어 좋은 소설, 감성을 적셔주어 행복했던 소설이다. 소설에 등장하는 찻집, 비가 내리면 입구가 열리는 그 찻집에 들러 대주차 한잔 따듯하게 마시고 싶게 만들기도 하고 유성우가 쏟아지는 소백산을 오르고 싶게도 만들기도 하며 눈에 덮힌 한적한 시골에서 둘이서 눈싸움을 하며 구르고 싶게 만드는 소설, 건의 소심한 사랑인가 하였지만 내 사랑을 더 단단히 하기 위한 그만의 방식에 매료되게 하는 작가의 능숙함이 엿보였던 소설이며 기회가 된다면 다시 읽어보고 싶은 책이다.

당신이 알게 되길 은연중 바랐는지도 모르겠어요. 요즘 난 뭐랄까.. 어쩐지 용량이 꽉 차버린 느낌이어서, 사람도 그게 가능하다면 한 번쯤 포맷되고 싶다는 생각 가끔 해요.깨끗하게 가슴 탁 트이면서 숨쉴 수 있게..

사람이 말이디... 제 나이 서른을 넘기면, 고쳐서 쓸 수가 없는거이다. 고쳐지디 않아요.. 보태서 써야 한다.. 내래, 저 사람을 보태서 쓴다.. 이렇게 생각하라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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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야의 유령
밀로스 포먼.장 클로드 카리에르 지음, 이재룡 옮김 / 현대문학 / 200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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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토마는 문득 이 세상의 주인은 유령인 것 같다는 말을 툭 내뱉었다..
유령들은 집요하고 끈질기고 더구나 우리 눈에 보이지 않으니 더욱 기세등등할 테지...

이 책은 영화를 위한 책으로 집필이 된 책이다. 영화는 보지 못했지만 고야의 삶과 그 시대 어둡고 혼란스러웠던 스페인의 역사등을 들여다보기 위하여 선택하게 되었다. <고야>라는 책을 구매를 하긴 했지만 4권이 아닌 아직 1권밖에 소장하지 않아 이것으로 만족하려고 읽기 시작했는데 고야의 삶보다는 종교재판소의 로렌즈 신부와 이단자라고 하여 잡혀 들어가 15년여동안 감옥에서 아무 이유도 없이 갇혀 있던 불쌍하고 안타까운 이네스의 삶이 스페인의 혼란스런 역사와 버무려져 스릴감 있게 읽을 수 있다.

고야는 궁정화가로 왕이나 그외 초상화를 잘 그린다고 소문이나서 부유층들의 그림을 그려주며 살고 있는데 어느날 그의 화실로 로렌즈라는 신부가 자신의 초상화를 그려달라고 와서는 고야가 그리고 있던 ’이네스의 초상화’를 보게 된다. 그녀의 18번째 생일선물로 그의 갑부아버지인 상인 토마가 부탁한 초상화를 보는 순간 그들의 운명은 엮이고 만다. 

18번째 생일잔치를 집에서 하라는 엄마의 말을 안듣고 오빠들과 처음으로 외출을 하여 시내를 나갔다가 그녀는 이단자라고 몰려 종교재판소에 끌려가게 된다. 그녀가 종교재판소에 들어가면서부터 상인 토마의 집은 쑥대밭처럼 뒤집어진다.많은 재물로 그녀를 구출해내려는 아버지 토마의 계획에도 끄떡없는 로렌즈, 심문에 넘어간 그녀를 생각하며 토마는 로렌즈에게 그와 비슷한 육체의 아픔을 주며 집안에서 심문을 하며 어처구니 없는 각서에 서명을 하게 한다. 고문에 누구나 자신이 저지르지 않은 일도 수긍할 수 있다는 것을 알려주지만 로렌즈를 비롯한 종교재판소에서는 그녀를 내보낼 생각을 하지도 못하고 그일로 인하여 로렌즈는 수도복을 벗고 스페인을 떠나 프랑스로 가게 된다. 하지만 그때 프랑스나 스페인이나 혼돈의 시대였기에 전쟁속에서 그들의 삶은 한치앞을 내다 볼 수가 없다.

왕이 바뀌어도 정권이 바뀌어도 고야는 궁정화가로 자리매김을 하여 그의 위치는 든든하지만 딸 이네스를 종교재판소에 뺏긴 토마의 집안은 쑥대밭이 되어 그의 아내도 일찍 죽게 되고 그의 오빠도 죽거나 행방불명이 되고 아버지도 급기야 전쟁통에 죽고 만다. 겨우겨우 풀려난 이네스는 정신병을 얻어 그녀가 감옥에서 로렌즈와의 사이에 가지된 딸 ’알리시아’를 찾는다. 내 아기를 찾아 달라는 말에 고야는 그녀의 아기를 찾아 나섰다가 정권이 바뀌면서 스페인으로 오게된 로렌즈를 다시 만나게 되고 그의 딸 알리시아도 겨우 만나게 되지만 그들의 질곡의 삶은 파란만장한 역사처럼 소용돌이 속으로 빨려 들어가 엇갈리고 만다. 정신병원에서도 치료가 되지 않은 이네스는 겨우 고야의 집에 머무르며 생활을 해 나가지만 ’아기’에 집착을 한다. 다시 정권은 바뀌고 로렌즈는 역사의 재물이 되어 처형되고 그가 처형되는 순간, 그 장소에는 이네스도 그의 딸인 알리시아도 그리고 그의 마지막을 그리고 있는 고야도 있었지만 하나로 연결되지는 못한다.

가끔 어떤 얼굴에서는 왠지 설명할 수 없지만 첫눈에 충격을 받기도 했다. 그러면 그것은 더 이상 하나의 정물이 아니라 눈앞에 삶의 한 조각으로 나타났다. 그럴 경우 그가 추구하는 것은 형태의 정확성이나 비율이 아니며 유사성조차도 무시되며 오로지 생명 그 자체를 그리려고 했다. 그는 최선을 다해 불가능을 구추하고 화폭에 생명을 담으려고 했다. ..

프란시스 고야, 혼돈의 역사 속에서 <진실>을 담아내려 했던 그가 이 소설속에서 표현된 듯 하다. 옆에서 그에게 다른 사람들의 맘을 붙잡도록 그림에 더하거나 거짓으로 그리라는 충고를 했지만 자신만의 믿음으로 사실적으로 그리려 노력하고 그 시대를 잘 반영하듯 전쟁의 잔혹함이나 바닥에 떨어진 인간의 처절한 생명력을 표현해낸 고야, 그의 그림에 대해서 많이 알지 못하지만 흥미가 생겼다. 좀더 집중적으로 그에 대한 이야기를 읽고 싶어졌다. 이 영화도 보지 못했지만 기회가 된다면 책이 아닌 영상으로 표현된 <고야의 유령>을 보고 싶다. 영화를 위한 시나리오라지만 그들이 영상으로 처리하려 했던 표현이 약간 부족한 면도 있지만 역사와 맞물려 있는 로렌즈와 이네스의 삶을 들여다 본다면 재밌게 읽을 수 있는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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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어떤 삶을 살든 나는 너를 응원할 것이다
공지영 지음 / 오픈하우스 / 200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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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속에 없는 것을 네가 남에게 줄 수는 없다. 네 속에 미움이 있으면 남에게 미움을 줄 것이고, 네 속에 사랑이 있다면 너는 남에게 사랑을 줄 것이다. 네 속에 상처가 있다면 너는 남에게 상처를 줄 것이고, 네 속에 비꼬임이 있다면 너는 남에게 비꼬임을 줄 것이다.


작가의 책을 몇 권 읽었다. 그중에서 맘에 들어 즐겁고 재밌게 읽은 것도 있지만 <빗방울처럼 나는 혼자였다>는 약간 실망스러웠다. <즐거운 나의 집>을 유쾌하고 상쾌하고 읽은 후라 좀더 거리를 두고 읽으려다 이 책을 잡게 되었는데 즐거운 나의 집에 등장하는 ’위녕’ 그녀의 큰딸의 이름이 이 책에도 함께 등장을 한다. 엄마가 일주일에 한 번씩 사춘기의 딸에게 편지를 썼던 것을 모아 놓은 것이라 하는데 나 또한 사춘기의 두 딸을 두고 있고 지금은 기숙사에 떼어 놓고 있어서인지 작가이기보다는 그가 ’엄마의 역할’ 에 충실하려는 본 마음을 들여다 보고는 딸에게 그런 편지를 썼다는 것이 부럽기도 하고 애인같으면서 남편 같으면서 친구같은 딸과 함께 간단하게 한 잔을 하기도 하고 읽은 책을 나누기도 하는 부분들은 정말 부러웠다. 나 또한 날마다는 아니지만 지금 현재 큰딸의 블로그와 메일에 간단하면서도 엄마의 마음을 써 놓고 있다. 예전에는 느끼지 못한 감정들이 떨어져지내면서 더 깊어기지도 하고 엄마의 품을 처음으로 떠나 있는 큰딸은 집에서는 엄마의 잔소리로 여기던 것들이 자신에게 보약이었다는 것을 느꼈는지 집에 오면 중3의 동생에게 ’엄마에게 잘해.. 너도 집 떠나보면 알거야..’ 하는 제법 어른스러운 말을 하기도 한다.

가끔 전화와 이주에 한번씩 만나다 보니 엄마의 정성이 들어간 음식도 먹고 싶고 그립기도 하고 언제인가는 공부도 하기 싫고 기운도 떨어지는데 갑자기 엄마가 해준 맛난 음식을 생각하니 기운이 번쩍나면서 열공하게 되었다며 집에 오자마자 생각했던 것을 해달라고 하기도 했다. 큰딸과 난 중3의 한해 동안 정말 날마다 싸운것 같다. 옆에서 보는 사람들이 ’엄마맞아... 딸맞아..’ 했을 정도로 그렇게 심하게 싸우기도 했다. 그런 힘든 시간을 보내서일까 떨어져 있는 시간이 더욱 애틋지기도 하고 그동안 속에 있던 말들을 담아 놓지 않고 다 뱉어냈기에 서로의 속까지 들여다 볼 수 있어 더 친구처럼 가깝게 된 듯 하다.

그런 딸에게 방명록에 편지아닌 편지를 날마다 쓰다보니 작가의 맘을 이해할 수 있었다. 나 또한 책을 읽고 맘에 드는 귀절이나 부분들은 생각했다가 딸들에게 말을 많이 해주는 편이다. 가만히 듣고 있다가 ’엄마는 어디서 그런 좋은 말들을 얻는거야..’ 하고는 부러움의 말을 하면 ’너희들도 주말에는 책 좀 읽어봐..’ 하기도 하는데 이젠 점점 엄마의 영역을 침범해 들어오며 <친구>로 거듭나려는 딸들이 옆에 있어 참 좋다. 비록 힘든 사춘기를 보내고 있고 나 또한 제2의 사춘기를 보내고 있기는 하지만 지금이 참 좋다. 엄마의 욕심이 아닌 자신의 능력으로 지금의 학교를 택했지만 위만 바로보고 갈 수는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친구들과 차이때문에 맘 상하는 아이를 보면 ’부모의 욕심’ 이었나 하는 생각도 들지만 자신이 택한 길에서 최선을 다하는 딸을 보면 대견하기도 하다. ’엄마는 늘 너희들의 그림자가 되어줄께’ 라고 하지만 서로가 원하는 만큼을 모두 채워줄 수 없다는 것을 알기에 자력을 키우는 딸에게 늘 뒤에서 박수만 쳐주고 있다. 엄마란 그런 존재인것 같다. 옆에만 있어도 힘이 나는 존재.

진정한 자존심은 자신에게 진실한 거야..
위녕의 엄마는 평탄치 못한 삶과 일정하지 않은 작가란 직업으로 인해 일반적인 엄마보다는 좀더 거리감이 생겼을것 같다. 그런 딸을 다독이며 삶의 동지로 애인으로 함께 맘을 터 놓을 수 있는 친구처럼 엄마의 잔소리 같은 ’삶의 알맹이’ 들을 전해주는 엄마의 이야기가 가슴을 후려친다. 늘 함께 하고 일반적인 삶을 살고 있으니 당연시 여기어 좀더 아이들에게 가까이 다가가지 않은것은 아닌지 뒤돌아 보게 만들기도 하고 엄마의 잔소리성 글로 힘든 시기를 보낸 ’위녕’ 이 대견하기도 하다. 책 속에서 예를 들은 봄가뭄후에 많은 비가 온 후 풍년의 가을결실을 맞이한것이 봄가움탓이었다는 비유가 그들 또한 그 시기를 걸어가고 있는것 같기도 하고 그런 힘든 시기를 걷고 있는 이들에게 삶의 희망을 안겨주는 것 같아 훈훈하기도 했다. 그가 작가이기 이전에 엄마로 위녕에게 남긴 글이라 하여 더 다가온 듯 하다. 책 속에는 책이 많이 등장을 한다. 한참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책만큼 더한 선생님이 있을까. 엄마가 읽은 좋은 책과 부분들을 옮겨 딸에게 전해주고 엄마의 생각도 함께 나눈 것이 그들의 삶을 일부를 들여다 보면서 힘든 시기를 이겨낸 인생선배의 조언처럼 내 삶에도 접목시키고 싶은 부분들이 있어 책을 내려 놓고 한참을 생각에 잠겼다. 

가정주부라 무식한 게 아니다. 나는 다림질,세탁,설거지, 요리 같은 집안일을 하는 게 좋다. 직업을 묻는 질문을 받으면 늘 가정주부라고 적는다. 찬탄할 만한 직업인데 왜들 유감으로 여기는지 모르겠다. 잼을 저으면서도 세익스피어를 읽을 수 있는데..타샤 튜더...의 글 중에서 발췌해 놓은 글이 참 마음에 든다. 나 또한 타샤 튜더의 정원은 아니어도 그런 정원을 갖길 원하고 있지만 자녀들에게는 늘 학기초나 부모의 직업을 물으면 집에 있는 엄마를 싫어하는 투이며 늘 편한 복장으로 있던 엄마가 학교에 가게 되면 신경을 많이 쓴다. 하지만 얼마의 경제력을 보태는것도 좋지만 난 아이들을 돌보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기에 이 부분은 정말 맘에 들었다. 이런 좋은 부분들을 딸에게 들려줄 수 있는 것도 엄마의 경쟁력인듯 하다. 부모의 욕심대로 아이들이 바른 길로 걸어가는 것은 아니기에 어떤 삶을 살아가도 응원을 하고 박수를 쳐 주어야 한다는 것을 한번더 절감하며 방학에 딸들과 책 속에 등장한 책들을 찾아보는 재미를 느껴봐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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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산도 하늘 길
한승원 지음 / 문이당 / 200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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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귀양살이를 온 것이 아니고 천국이나 무릉도원에 와 있다. 
내가 살고  있는 소흑산도는 지옥의 땅이 아니다. 지옥은 피비린내 나는 한양 땅 안에 있다...


정조임금께서 연신들에게 ’약전은 준수하고 뛰어남이 그 아우보다 낫다.’ 고 하신 적도 있었다. 뱁새가 어찌 구만리장천을 날아가려고 나서는 붕새의 마음 한구석을 짐작이나 할 수 있을 것인가... 손암 정약전 그는 ’소흑산도’ 지금의 우이도에서 9년 대흑산도에서 7년의 16년을 갇혀 살면서 기어이 그 섬을 벗어나지 못하고 그곳에서 명을 달리했다. 한승원이라는 작가는 ’아제아제 바라아제’라는 소설로 만나고 정말 오래간만에 만났다. 왜 그를 잊고 있었을까. <흑산도 하늘 길>이란 소설을 접하고 작가의 다른 책들에 관심을 가져 몇 권 구매를 해 놓았다. 아제아제 바라아제에서도 보면 한과 불교에 대한 것을 다르고 있는데 그는 ’’을 ’생명력’이라 표현했다. 이 소설에서도 정약전은 어쩌면 섬을 벗어나기 보다는 그 섬에서 섬사람들과 더불어 살아가는 ’생명력’을 담고 있는 것 같다.

아우 약용은 강진으로 유배를 가고 본인은 흑산도로 유배를 가게 되는 약전, 천주학으로 바로 밑 동생 약종과 그의 친구들을 잃고 흑산도로 들어가 관인들과 섬사람들의 감시를 받아가며 자신을 감추고 살기란 쉽지 않았을 것이다. 육지생활과 양반이었던 그가 상민과 섬에 적응하기란 얼마나 큰 고통이 뒤따랐을까. 흑산도에 처음 도착 하던 날 그는 의문의 처녀를 만나고 첫눈에 반한다. 그녀 거무 또한 천주학으로 부모를 잃고 고아로 물질을 하며 겨우겨우 살아가고 있었던 것. 이장의 가교역할로 둘은 함께 살게 되고 육지와 가족에 대한 갈증을 해갈하려 그는 술을 즐긴다. 좌랑 자리까지 올랐던 그는 섬아이들을 가르치며 처녀를 첩으로 얻어 두 아들 무와 공까지 두고 살지만 감시의 그늘에서 벗어나기 위하여 소흑산도행을 한다.

소흑산도에서도 훈장질을 하며 생활하던 그는 흑산도에서의 뻣뻣하던 양반의 자존심을 버리고 상민들처럼 행동하고 말하고 그들과 융해되어 살아가기 위한 발버둥을 친다.그 길로 주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해산물과 그외의 것들을 조사해서 기록으로 남겨야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창대와 주위사람들의 도움을 받아가며 하나하나 정리해 나간다. 그러던중에 동생 약용이 강진에서의 유배생활이 해박이 될거란 이야기를 듣고는 대흑산도로 갈 생각에 야밤에 섬을 빠져 나가려 하지만 섬사람들의 성화에 다시 눌러 앉게 되고 그의 병세는 짙어가게 된다. 섬사람들의 마음을 돌려 놓고 대흑산도로 향하였지만 그의 병은 너무 깊어 동생 약용을 만나지도 못하고 해박이 되어 섬을 벗어나지도 못하고 그곳에서 생을 달리하고 만다. 

책을 끝머리에는 ’손암 정약전의 인터뷰’ 라는 코너가 있다. 작가 자신이 우이도로 건너가 약전이 죽던 그 나이의 그를 만나 인터뷰를 하는 형식으로 소설에서 다루었던 강조하고 싶은 내용과 작가가 이 소설을 쓰게 된 배경과 작가의 생활과 글쓰기등을 다루고 있어 더 현실감이 있게 읽을 수 있다. 정약전이 쓴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자산어보>는 한자와 뜻으로 볼 때 자산어보가 아닌 <현산어보>가 맞는다는 작가의 말과 어쩌면 동생 약용보다도 더 뛰어났지만 동생의 그늘에 가려져 빛을 보지 못한 그를 작가는 소설로서 그를 살아 숨쉬게 만든것 같다. 

짙푸르고 거친 바다 물결 속에 떠 있는 섬 흑산도는 거대한 조개껍데기이고 나 정약전은 그 속으로 들어온 한 마리 파랑새이다. (승률조개를 보며..) 그 새는 머지않아 거대한 검은 껍데기를 열어젖히고 훨훨 날개를 저으며 뭍으로 날아갈 것이다. 세상의 모든 껍데기가 알맹이르 정말하게 하는 것은 아니다. 껍데기는 자기를 가두면서 동시에 자유를 누리게 하는 현묘한 방이다... 바닷가에서 만난 승률조개를 보며 약전은 자신이 승률조개와 같다고 생각한다. 조개 껍데기 속에 감추어진 파랑새, 껍데기를 벗어나 날개를 훨훨 저으며 가족이 있는 육지로 날아가려던 파랑새는 자신의 꿈을 다 이루지도 못하고 섬에서 생을 마감하고 마는 껍데기 속 파랑새로 남는다. 

섬과 육지의 미묘한 차이, 섬사람들만의 섬에서 살아나가는 방법들이 육지인의 눈으로 볼 때 물위에 걷도는 기름처럼 여겨지던 그가 섬사람들 속으로 들어가면서 순박하면서도 거짓이 없는 그들의 본심을 만나며 다시 육지를 그리워 하는 울렁증에 시달리는 섬을 벗어나고 싶어하는 그에게 섬은 어쩌면 껍데기로 존재하였는지도 모른다. 질박하고 순박한 듯한 면과 감시자의 이중적인 면을 간직한 섬사람들은 어쩌면 그 시대를 이겨내고 살아가야 하는 방법처럼 작가는 표현해 낸 것인지도 모른다. 자신을 총애하던 정조의 의문의 죽음과 이어 정권을 잡은 사람들이 자신들을 신뢰하지 않아 마음에서는 미리 해박을 포기하기도 한 약전의 고뇌와 몸부림이 그가 말하는 <현산어보>에 모두 담겨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늦게나마 좋은 작품과 꽉 찬 작가를 만나 행운이었던 것 같다. 그의 다른 작품인 <다산>도 읽어볼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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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비령 - 스쳐 지나가는 별들의 노래
이순원 지음 / 굿북(GoodBook) / 200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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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여잔데 그래요?... 잘 모르겠어. 둘 다 바람꽃 같기도 하고....
그러면 왠지 쉽게 시들 것 같지는 않네요. 형도 여자도....


은비령, 그런 곳이 있기나 한것일까.. 은비령으로 가는 찹니다..은비령요.... 여기 살아도 모르지요? 은비령이라고.. 처음 듣는데요,은비령이란 얘긴... 한계령에서 가리산으로 가는 길 말입니다... 그는 그만이 아는 곳 <은비령>에서 뜻하지 않게 공부 친구를 만나게 된다. 그와 함께 한 세월은 구개월, 그리고 몇 년뒤에 우연히 운전면허시험장에서 그를 만난다. 결혼을 하여 옆에 바람꽃 냄새가 나는 여자와 행복한 모습으로 그. 그것이 그가 본 그녀가 웃는 모습의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던 것 같다. 그리고 그의 소식을 접한 것은 그가 격포바다에서 사망했다는 소식. 죽은 친구의 아내이자 죽은 친구의 친구인 그들은 그가 죽은지 이년후에 우연히 다시 만나게 된다. 

이 소설에는 남자가 만나는 여자를 <바람꽃>에 비유를 한다. 군대에 있을때 어느 병사의 여친도 바람꽃과 닮았는데 그의 친구의 아내도 바람꽃을 닮았다. 가냘픈듯 하면서 독을 품고 있는 바람꽃은 눈속에서도 홀로 피어나는 강인함을 가진 꽃이다. 독성이 있어 쉬 시들지 않는 꽃이라는 의미로 남편을 잃은 그녀지만 시들지 않을것 같은 바람꽃에 비유를 해서인지 그녀보다는 바람꽃이 더 생각이 나게 한다.

은비령의 신비함을 더욱 두드러지게 하는 것으로 <엔야>의 음악을 믹스해 놓았다. 엔야하면 신비스러우면서도 태고적 그 무언가가 깨어나는 듯한 느낌이 드는 듯한데 은비령과 너무도 잘 어울리는 음악매치인것 같다. 거기에 눈과 별이 어우러진다면 한 폭의 그림이라도 그려질 듯 한 풍경이다. 그곳에서 친구를 만나고 자신들만의 비경을 정해 놓기도 하고 별을 보며 다시 사랑을 싹틔우는 곳 은비령, 그곳엔 무언가 신비한 힘이 깃들여 있을것만 같다. 신혼여행때 이곳을 지난적이 있는데 저녁 어스름 무렵에 이곳을 지나는데 가도가도 끝업는 고개와 태백산맥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밤을 맞이하는것 같은 오싹함에 떨었던 기억이 있어 한동안 소설속의 기분을 더 깊이 느낄 수 있었다. 

몸으로 가장 멀리 있을 때 마음으로 가장 가까이 있는 느낌...
을 관측하며 멀리 있는 듯하지만 눈으로 볼 수 있는 <별>을 보며 그들은 사랑을 확인한다. 황순원의 <소나기>가 사춘기 시절의 푸사랑 이야기라면 이순원의 <은비령>은 아름다운 로맨스라고 하고 싶다. 이혼을 한 남자와 남편을 사별한 여자가 만나 사랑을 확인하는 곳 은비령, 무수한 별들이 그들의 사랑처럼 빛나고 바람꽃과 닮은 그녀는 쉬 시들지 않을 것이다. 이 소설은 알고 있었는데 태백산맥이 소설속에 등장하는 부분이 궁금했고 <바람꽃> 이야기도 궁금하여 다시 읽어 본 소설이다. 마흔이 넘으면 제2의 사춘기라더니 일탈을 꿈꾸지는 않지만 소나기를 읽은 느낌이 들 듯 다시 스멀스멀 무언가 가슴을 기어다니는 것에서 바람꽃을 생각나게 한다. 내가 처음 바람꽃을 만난 곳은 마곡사 앞 천변에서 였는데 얼마나 기분이 좋았던지 무슨 꽃인줄도 모르고 찍어 오고 나서 하루종일 찾아 헤매다 '꿩의 바람꽃' 임을 알고는 잊지 못하는 꽃, 바람꽃. 사랑이 느슨해졌을때 한번 읽어보면 좋은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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