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처한 미술 이야기 7 - 르네상스의 완성과 종교개혁 : 미술의 시대가 열리다 난생 처음 한번 공부하는 미술 이야기 7
양정무 지음 / 사회평론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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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2개월 동안 기다릴 가치가 있었던 책. 전성기 르네상스와 북유럽 르네상스, 매너리즘 미술을 당시 유럽의 역사, 사회, 문화와 엮어가며 재미있고 이해하기 쉽게 설명한다. 사회의 변화와 그로 인한 영향 속에서도 자기 예술을 만들어간 사람들의 모습을 보는 것이 흥미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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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격 한중일 세계사 13 - 청불전쟁과 갑신정변 본격 한중일 세계사 13
굽시니스트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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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신정변이 일어났던 3일 동안 각 날짜마다 누가 무슨 일을 했고 어디로 이동했는지 하나하나 보여주어, 교과서에 한두 페이지로 설명되어 있던 갑신정변을 더 생생하게 느낄 수 있었다. 갑신정변의 배경이 되었던 청불전쟁도 함께 설명해 당시의 세계사라는 더 넓은 맥락으로 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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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르주아 생리학 인간 생리학
앙리 모니에 지음, 김지현 옮김 / 페이퍼로드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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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들의 오해가 없도록, 우선 '부르주아 생리학'이라는 제목의 의미부터 풀어보자. '부르주아bourgeois'는 '도시'를 뜻하는 프랑스어 '부르bourg'에서 유래한 말로 '성 안 사람'이라는 뜻이다. 영주에게 귀속된 시골의 농노들과 달리 성 안의 자유 시민인 부르주아들은 성 안의 온갖 산업, 상업의 주체로 활동하면서 세력을 키워갔고, 결국 프랑스 대혁명을 주도하는 세력이 되었다. 그러나 프랑스 대혁명 이후 가장 유력한 사회적 계급이 되면서, 부르주아는 이전 체제의 귀족들을 흉내 내는 기득권 세력이 되고 말았다. '생리학'은 생물 유기체의 구성과 조직, 기능을 연구하는 학문이다. 18세기 말 유럽의 지성인들은 인간의 육체적인 구조나 생리적 변화가 인간의 감정이나 지성, 성격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런 점에서 인간의 정신까지 생리학의 연구 대상이 되었고, 1840년대에는 다양한 인간 유형을 제시하고 그 유형의 속성을 관찰하고 풍자하는 '생리학'이라는 장르가 프랑스 문학에서 유행하게 되었다. 19세기 프랑스의 풍자화가이자 희극 작가 앙리 모니에Henry Monnier가 부르주아를 파헤친 책 『부르주아 생리학』도 그러한 '생리학' 문학 중 하나이다.



『부르주아 생리학』의 한 대목과 그가 직접 그린 삽화

풍자랍시고 자신보다 약한 사람들의 약점을 가지고 조롱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앙리 모니에는 자신과 같은 계층인 부르주아를 풍자한다. 그 자신이 부르주아였기 때문에 부르주아 사회 안에서 그들의 생태를 관찰하고 그 속에 숨은 허영과 모순을 포착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들(예술가들)에게 부르주아라는 단어는... 하나의 욕지거리이다. ... 어떠한 신통찮은 화가라도 부르주아로 취급되기보다 차라리 가장 끔찍한 흉악범의 이름으로 불리는 것이 천 배는 낫다고 생각할 것이다.' 모니에는 이렇게 자기가 속한 계층을 멸시하는 시선도 유쾌하게 받아들이며 자녀 교육, 사업, 사교 생활, 가정 생활, 문화 생활, 은퇴 후의 생활까지 부르주아의 삶 구석구석의 단면들을 꺼내놓고 풍자한다. 책 속의 부르주아들이 자신들끼리, 다른 계층의 사람들과 나누는 대화는 지금의 한국 독자들도 웃길 수 있을 정도로 신랄하고 코믹하다. 희극 작가로서의 장점을 이 풍자 에세이에서도 발휘했나 보다. 그가 직접 그린 삽화는 본문에서 그려지는 부르주아들의 캐리커처로 등장하며, 당시 부르주아들의 모습을 한결 더 생생하게 느껴지게 한다.

그런데 그가 보여주는 부르주아들의 모습은 낯설지 않다. '기분 나쁘게 듣지 않았으면 해요'라고 하고 나서는 꼭 상대방이 기분 나쁠 말을 하는 이상한 버릇부터 자신은 누구보다 선량하고 현명하고 안목이 높다는 근거 없는 자신감, 웃는 얼굴로 서로에게 비수를 날리는 독설가 기질에 자질구레한 허례허식에 집착하는 허영까지. 무슨 질문을 해도 자신의 집 주소만 대답하는 부르주아 소년의 모습에서는 "당신이 사는 곳이 당신을 말해줍니다."라는 아파트 광고 문구와, 초등학생들도 거주하는 집 형태를 두고 상대방을 놀리거나 따돌리는 지금 우리 사회의 모습이 떠오른다. 그런 행태가 왜 잘못된 것인지도 모르는 사람들을 보면, '과거의 부르주아들에게서 우리는 적어도 스스로를 풍자할 줄 아는 그 동력을 부러워해야 할지도 모른다'는 역자 서문의 마지막 문장에 동감하게 된다.

백수십 년 전을 살아갔던 사람의 풍자가 전혀 낡게 느껴지지 않았다는 것은 그의 풍자가 그만큼 생명력이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그의 풍자가 백 년이 넘은 지금에도 적용될 수 있다는 것이니 슬픈 일이다. 세상이 아주 조금씩이라도 변해서 그의 풍자가 아주 먼 옛날의 먼지 쌓인 유산으로 느껴질 날이 왔으면 좋겠다.

P. S. 지금의 한국 독자도 배경 지식 없이 웃을 수 있을 만큼 모니에의 풍자는 이해하기 쉽고 유쾌하지만, 당시의 프랑스 사회와 정치 상황, 문화를 알아야 이해할 수 있는 부분들도 분명히 있다. 번역가가 서문(본문의 첫 문장을 패러디한 첫 문장에서 번역가의 유머 감각을 느낄 수 있다)과 각주로 수능 강사만큼이나 친절하고 자세하게 '부르주아'와 '생리학'이 어떤 것인지, '생리학'이라는 문학 장르가 생겨난 배경과 작품 속에서 드러나는 프랑스의 정치, 사회 상황을 설명해 작품을 더 깊이 이해할 수 있다. 한 문장 한 문장을 맛깔나게 번역해 작가의 신랄하고 유쾌한 풍자를 더 생생하게 느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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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르주아 생리학 인간 생리학
앙리 모니에 지음, 김지현 옮김 / 페이퍼로드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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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자는 낡지 않는다. 저자의 신랄하고 유쾌한 풍자와 그에 어울리는 삽화(저자 자신이 그림), 번역자의 풍부한 해설 세 가지가 어우러져 당시의 프랑스와 지금의 우리 사회를 동시에 돌아보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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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의 세계
고정기 지음 / 페이퍼로드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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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지니어스>에서 콜린 퍼스가 연기한 주인공은 20세기 초 미국의 편집자 맥스웰 퍼킨스다그는 뉴욕의 유명 출판사 스크리브너스의 전설적인 편집자로스콧 피츠제럴드어니스트 헤밍웨이토머스 울프 등 미국 문학계의 쟁쟁한 작가들을 발굴하고 그들이 걸작을 써내는 데 큰 역할을 했다편집자의 세계는 그를 비롯한 15명의 미국 편집자들의 이야기를 모은 책이다이들의 활동 시기는 1910년대에서 1970년대까지로, 20세기 전반의 미국 문화는 그들의 노력으로 찬란하게 빛나게 되었다위대한 개츠비분노의 포도』 등 문학사에 길이 남을 걸작들과 에스콰이어코스모폴리탄리더스 다이제스트』 등 미국인의 패션과 라이프 스타일문화를 선도했던 잡지들의 뒤에 그들이 있었다.


  20세기 전반에 활동했던 미국 편집자는 21세기를 살아가는 한국 독자에게 멀게 느껴질 수 있다하지만 편집자라는 직업의 큰 틀은 21세기가 된 지금도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덕분에 100여 년 전에서 수십 년 전에 활동했던 이들 미국 편집자들의 이야기를 통해서도편집자에 대해 잘 몰랐던 독자들은 편집자가 어떤 일을 하는 사람인지 알게 된다편집자가 단순히 원고의 오탈자만 잡는 사람이 아니라 저자와 함께 책을 만들어가는 사람이라는 것을편집자는 원고를 읽으면서 그 원고가 작품성과 시장성을 얼마나 갖추었는지 판단하고 그 원고의 출판 여부를 결정한다편집자는 저자와 논의하면서 초고를 더 완성도 있게트렌드에 맞게 재구성하고 다듬어간다책의 제본 방식표지 디자인에도 관여하며 책 제작 전반을 지휘한다출판사 판매 회의에서 자신이 편집한 책의 판매 전망을 설명하고책이 출간된 이후에는 그 책이 벌어들인 수입과 그 책에 대한 서평들을 살펴보며 그 책의 성과를 점검한다다른 출판사들과의 경쟁에서도 살아남아야 한다이렇게 겉으로는 드러나지 않지만 속으로는 치열하고 분주한 편집자의 세계를 책 한 권으로 엿볼 수 있게 된다.


  편집자인 사람들은 지금 자신들이 하는 일과 고민을 백 년 전수십 년 전의 편집자들도 하고 있었다는 점에서 깊이 공감할 것이다출판사에 들어오는 수많은 원고들 중에서 옥석을 가려내야 한다이 책을 출간할지 말지출간한다면 어떤 방향으로 만들어갈지어떻게 홍보할지를 놓고 저자동료상사와 끊임없이 의논하고 갈등도 겪는다유명 작가의 원고를 출판하기 위해 다른 출판사들과 경쟁하고 선인세인세 등 저자와의 돈 문제도 처리해야 하며 때로는 출판사의 처사에 불만스러워하는 저자의 항의를 받는다편집자의 세계는 그런 문제들을 척척 해결하고 만드는 책마다 베스트셀러로 만들어내는 왕도는 없다는 것을 보여준다전설적인 편집자들이라고 해도 출판 트렌드를 따라가는 것독자가 원하는 것을 포착하는 것을 평생 동안 어려워했다편집하는 책들을 모두 베스트셀러로 만들지는 못했고 출판 시장에서 실패하기도 했다좋은 원고를 알아보지 못하고 놓치기도 했다윌리엄 포크너가 노벨 문학상을 수상하는 작가로 성장하도록 든든하게 지원해 줬던 편집자 삭스 코민스도존 오하라라는 다른 작가와는 원고 수정 문제로 갈등을 겪다 아예 그와 함께 작업하지 않게 됐다그들은 그저 그러한 실패와 시행착오를 겪어도 계속 자기 일을 사랑하며 그 일에 열정을 쏟았을 뿐이다그들이 넘어설 수 없는 전설이 아니라자신처럼 늘 고민하고 노력했던 한 편집자였을 뿐이라는 것이 지금의 편집자들에게는 용기와 위안을 줄 것이다.


  편집자가 아닌 사람들에게는 편집자의 세계를 알게 하고편집자인 사람들에게는 수십 년 전 먼 나라의 선배들이 자신과 같은 고민을 하며 분투했다는 것을 알게 한다는 것이 이 책의 의의일 것이다그런데 2020년대에 나온 책이라기에는 좀 오래됐다는 느낌을 받게 된다문체도 그렇고지금의 외래어 표기법에 맞지 않거나 표기법이 일관되지 않은 고유 명사들이 자주 보인다. ‘처녀작’, ‘여류’ 등 최근의 성 중립적 단어를 사용하는 추세에는 맞지 않는 단어들도 자주 쓰이고, ‘여성 편집자들은 지나치게 감상적이고 원고에 너무 안이하게 공감한다남성 편집자만이 목적의식과 특수한 시장 감각을 가지고 평가할 수 있는 책들이 있다는 윌리엄 타그의 편견 어린 발언을 별다른 비판 없이 그대로 싣고 있다. 2001년에 이미 폐간된 잡지 마드무아젤이 지금도 계속 간행되고 있는 것처럼 서술되고휴 헤프너가 올해’ 32세가 되는 딸 크리스티 헤프너에게 플레이보이의 회장직을 물려줬다고 서술하고 있다크리스티 헤프너가 플레이보이의 회장이 된 것은 1984년의 일이고, 2009년에 이미 회장직에서 물러났다.


  이렇게 시대에 맞지 않는 모습이 보이는 이유가 있다이 책이 1986(인터넷 서점에서는 1991년에 출간된 것으로 나와 있지만 본문 뒤의 해설에서는 1986년 출간되었다고 하므로 후자를 따랐다)에 출간된 책을 재출간한 책이기 때문이다게다가 저자분은 이미 고인이 되었기 때문에 저자의 원고에 손을 대기 어려웠을 것이다하지만 오탈자나 비문(오탈자와 비문이 눈에 많이 띈다)최근의 외래어 표기법에 맞지 않는 표기는 바로잡고현재 변화한 상황은 주석이나 보충 설명 페이지로 보충했다면 이러한 단점이 보완됐을 것이다저자분이 인터넷도 없는 시절에 미국 대학 도서관의 자료까지 찾아가며 이 책을 완성했는데지금 어떻게 상황이 변화했는지 인터넷으로 찾아보고 덧붙이는 수고를 더했다면 2020년대에 읽기 더 좋은 책이 되지 않았을까이것이 아쉬움으로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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