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대한민국 역사교사다 - 뉴라이트에 가하는 따끔한 일침
노기원 지음 / 서해문집 / 201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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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성출판사의 역사 교과서가 좌파 편향적이라며 학교 현장에서 추방하려 했던 뉴라이트이들이 말하는 좌파는 어떤 의미일까그리고 이들은 역사 교과서에 어떤 역사관을 담으려 하고 있을까저자는 우선 역사가 과거와 현재의 대화’, ‘즉 과거의 사료와 현재의 역사가의 대화임을 이야기한다사료에 생명력을 불어넣는 것은 역사가이고역사가는 사회의 일원으로서 사회를 특정한 방향으로 이끌어 가려는 사회의지를 지니고 있다그러므로 역사가의 역사 연구에는 그의 사회의지가 반영될 수밖에 없다는 것을 지적하고뉴라이트가 자신들의 역사 연구에 어떤 사회의지를 반영하는지를 풀어간다.

 

저자는 뉴라이트 학자들의 공통된 태도로 자유시장경제를 절대적으로 신봉하는 것을 꼽는다이들은 일제가 조선에 자유시장경제 제도의 씨앗을 뿌렸고친일파들은 일제를 도와 조선에서 자유시장경제 제도가 작동되는 것을 도왔다는 것광복 후에도 미 군정을 도와 자유시장경제질서를 창출해 냈다는 점 때문에 일제와 친일파를 적극 옹호한다미국식 자유시장 경제체제를 수립하고 반공 노선을 추구하는 데만 전력을 다해 남북 통일과 국민의 인권민주주의는 외면했던 이승만도 국부(國父)로 추앙한다


이 책은 또한 지금까지도 공포와 증오의 대상인 빨갱이가 사실은 자유민주주의 반공 국가를 수호하기 위해 만들어진 가공된 존재희생양이라는 것을 폭로한다. ‘빨갱이를 만들어내고 그들을 배제시키며 반공 사회를 유지하려는 노력은 이승만 이후 박정희전두환 집권기를 지나 현재까지도 계속 이어지고 있다저자는 그렇게 빨갱이로 낙인찍히고 국가의 공적 기억에서 추방된 예로 ‘4.3 사건을 든다조작된 공식 기억을 극복하고 사건의 진실을 밝히려는 사람들의 요구를 외면하는 뉴라이트는 자유시장경제를 위해서라면 민주주의도 버리는 기형적인 자유주의에 지나지 않음을 폭로한다하지만 저자는 그들이 만들어낸 반공 사회가 더 이상 지속될 수 없고 이 사회의 민주주의는 더욱 더 발전되어 갈 것이라는 것을 확신한다.

 

역사에는 역사가의 사회의지가 반영되므로각자의 사회의지에 따라 각자의 역사관이 달라질 수 있음을 이야기함으로써 뉴라이트의 역사관과 거기에 담긴 사회의지를 밝혀 보려는 이 책의 시도의 초석을 놓는다자유시장경제와 그에 따른 질서를 지키려는 인물이나 세력은 어떤 행동을 해도 정당화되거나 미화되고그들에게 희생되는 사람들은 잊혀지고 외면당한다심지어 빨갱이라고 불리며 증오와 공포의 대상이 된다저자가 바라는 것은 사람들이 그들의 질서와 그들이 조작해낸 공식 기억에 맞서잊혀진 진실을 기억하고 민주주의를 발전시켜 가는 것이다이 책은 뉴라이트의 근본적인 사회의지와 역사관그리고 그것이 품고 있는 위험성을 알린다는 데 그 의미가 있다이 책 이후로 뉴라이트와 금성교과서의 역사 교과서를 조목조목 비교하면서 구체적으로 이들의 역사관의 차이를 짚어가는 작업도 이어지길 바라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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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우는 인문학 - 한국 인문학의 최전선
서동욱 기획 / 반비 / 201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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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이나 문화센터에서 진행하는 인문학’ 강좌들의 목록을 살펴보면 그 중 정말 인문학과 관련이 있어 보이는 강좌는 열에 한둘이 될까 말까다서점에 가서 인문학 도서들의 제목을 훑어보면 인문학조차 힐링이나 스펙 쌓기의 수단이 되어 버린 것 같다이 책은 인문학 열풍이 불지만 정작 인문학의 본질은 흐려진 지금의 현실에 문제의식을 제기한다인문학자부터 언론인출판인까지 인문학과 연을 맺고 있는 다양한 저자들이 모여 지금의 한국 인문학에 25개의 질문을 던졌다이 질문들을 통해 인문학은 무엇이고무엇을 할 수 있으며 무엇을 해야 하는가를 다시 짚어본다.


이 책의 첫 질문은 스티브 잡스는 인문학적 CEO인가이다스티브 잡스를 비롯한 기업의 CEO들은 인문학에 빚을 졌다고 말하지만 그들이 말하는 인문학이 과연 진짜 인문학일까저자는 그들이 말하는 인문학이 새로운 자본주의에 필요한 정신들을 집약해 놓은 것에 불과하다고 지적한다이 책은 자본과 결탁해 현실을 가리는 우아한 가림막이 되어버린 인문학을 거부하고인문학이 다른 분야의 토대가 되거나 어디엔가 써 먹을 수 있어야 한다는 유용성의 의무에 반대한다.


유용성은 인간을 억압한다인문학은 쓸모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인간을 억압하지 않으며 억압이 인간에게 얼마나 부정적으로 작용하는지 보여준다이것이 쓸모없는 인문학이 쓸모 있는 이유다.”


책의 본문 중 비평가 김현의 글을 조금 변형시킨 이 글은 세상의 모든 것심지어 인간까지도 유용함이라는 잣대로 판단되며유용하다는 것을 입증하지 못하면 살아남지 못하는 현실 속에서 인문학이 어떤 존재 가치를 가지는지 이야기한다인문학이 어디엔가 써 먹을 수 있는 실용적인 수단이 아니라면 무엇을 할 수 있을까그리고 무엇을 해야 할까?


이 책은 인문학의 시작 자체가 고전 문헌에 대한 비판적’ 독해였다는 데서 인문학을 인문학답게 하는 것이 비판 정신이라고 본다유용함이 가치의 척도가 되고 성공하고 출세하는 것이 목표가 된 세상그런 세상 속에서 절망과 무기력타성에 빠진 삶에 의문을 제기하고 어떠한 방향으로 나아갈지 성찰하는 것이 인문학이 할 수 있는 일이자 해야 할 일이라고 말한다인문학이 찾아야 할 본질은 비판과 성찰, ‘싸우는 인문학의 정신인 것이다.

 

인문학이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과 우리의 삶이 어떻게 바뀌어야 할지 방향을 제시해 줄 수 있지만인문 교양의 많고 적음이 사람을 바꾸지는 않는다는 이 책의 지적은 우리가 기억해야 할 부분이다인문학적 교양이 풍부한 대기업 CEO들은 정작 자신의 이해관계와 관련된 일에서는 타인을 이해하고 존중하라는 인문학의 가르침을 내팽개친다그들의 인문학은 비판과 성찰이 빠진 교양으로서의 인문학일 뿐이다교양으로서의 인문학이라는 한계에 갇히지 않으려면 인문학의 가르침을 내 삶에내가 살아가는 세상에 어떻게 적용할 것인지 스스로 생각하고 길을 찾아야 한다그렇게 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세상과 자신을 동시에 수리하는 싸우는 인문학의 정신이다.


사람들의 입맛에 맞추어진 소프트 인문학 세트 메뉴가 넘쳐나는 이 시대에 이 책은 싸우는 인문학의 정신을 잃지 않는 인문학의 필요성을 역설한다인문학이 자본과 결탁하면서 비판 정신을 잃고 원래의 방향에서 멀어진 지금이 책은 인문학이 지금 어디에 있는지어디로 가야 할지를 알려주는 나침반의 역할을 한다그리고 너도 나도 인문학을 외치지만 정작 인문학이 세상을 바꾸지는 못하는 데 회의를 느끼는 사람들인문학 공부를 해도 정작 자신의 삶에는 변화가 없어 공허함을 느끼는 사람들에게세상과 자신을 바꾸는 자신의 인문학이 무엇인지 고민함으로써 첫 발을 떼라고 제안한다그 발걸음들이 이어져 세상과 자신을 바꾸는 인문학이 뿌리내리길 바란다.

 

"유용성은 인간을 억압한다. 인문학은 쓸모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인간을 억압하지 않으며 억압이 인간에게 얼마나 부정적으로 작용하는지 보여준다. 이것이 쓸모없는 인문학이 쓸모 있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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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의 정원에 핀 꽃들처럼 - 신학자 현경이 이슬람 순례를 통해 얻은 99가지 지혜
현경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1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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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에 일어난 911 테러 사건은 이슬람에 대한 공포와 편견을 더욱 강하게 만들었다. 평범하고 선량한 무슬림들까지 테러리스트 후보로 오해 받았고, 이슬람은 폭력과 여성 차별을 부추기는 종교로 치부됐다. 이런 이슬람에 대한 오해를 벗기기 위해, 이슬람 여성들이 생각하고 바라는 평화는 어떤 것인지 알기 위해 여성 신학자 현경은 이슬람 국가들로 순례를 떠난다.

 

 현경이 17개 국가에서 만난 200여 명의 이슬람 여성들은 기존의 인식처럼 수동적이고 남성에게 지배당하는 여성들이 아니었다. 그렇다고 해서 그녀들이 이슬람을 부정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 신선하게 다가온다. 그녀들은 남성들이 코란을 자의적으로 해석하고 그 해석을 이용해 여성들을 차별하고 억압하는 것을 비판한다. 그녀들은 남성들의 가부장적인 코란 해석에서 벗어나 코란을 새롭게 해석한다. '나의 이슬람 종교는 히잡에 근거하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하면 인간을 도울 수 있느냐에 근거한다'는 모로코의 여성 시민운동가의 말은 종교는 인간을 억압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인간을 돕기 위해 존재하고, 이슬람교 역시 그렇다는 것을 깨닫게 한다.

 

물론 현경이 만난 이슬람 여성들이 모든 이슬람 여성들을 대변하는 것은 아니다. 그녀들은 고등 교육을 받았고, 자기 직업을 가지고 있어 경제적으로 안정된 삶을 살고 있으며, 자신들을 이해하는 좋은 남편이 있거나 독신이기 때문에 남편에게 매어 있지 않다. 그런 특별한 배경을 지니고 있지 않은 평범한 이슬람 여성들의 목소리는 이 책에 많이 나오지 않는다는 것이 아쉬운 부분이다. 서구의 이슬람 비판 중에서도 정당한 면이 있는데 그러한 비판을 지나치게 방어적으로 대하는 이슬람 여성들의 모습, 서구 여성들은 화려한 겉모습을 중시하고 이슬람 여성들은 내면을 중시한다는 이슬람 여성들의 이분법적인 사고, 탈레반들도 어머니에게서 태어난 사람이니 어머니의 사랑으로 감화시킬 수 있다는 현경 교수의 지나친 낙관주의(IS에서 대원들에게 자신의 친어머니를 사살하게 한 사건에 대해서 현경 교수가 어떻게 생각할지 궁금하다.)도 이 책에서 우리가 비판적으로 보아야 할 부분이다. 그러나 자신을 사랑하고 존중하며 인간과 평화를 사랑하는 진정한 이슬람의 정신을 실천하려는 그녀들, 신의 정원에 피어난 아름답고 향기로운 꽃들이 세상을 더 아름답게 만들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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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양미술사 (반양장)
E.H.곰브리치 지음, 백승길 외 옮김 / 예경 / 200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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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브리치의『서양미술사』는 알타미라 동굴의 벽화부터 20세기 현대 미술까지 수천 년 동안의 미술사를 다루는 통사다. 미술사를 통사로 쓰는 것은 예술가들과 작품들, 또는 미술 사조들의 나열에 그칠 위험이 크다. 곰브리치는 이 책에서 미술사를 연대와 미술 사조들, 예술가들에 따라 정리하고 있지만, '미술이 무엇으로 인해, 어떻게 발전해 왔는가'라는 의문에 대한 해답으로써 미술사를 전개하면서 그러한 위험에서 벗어나고 있다.

 

미술은 예술적 기교가 발전함에 따라 발전해 온 것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곰브리치는 이런 통념을 깨고 미술은 문제를 의식하고 그 문제를 어떻게 해결한 것인지 모색하면서 발전해 왔다는 것을 보여준다. 르네상스 시대에는 '눈에 보이는 대로'가 아니라 머릿속으로 '알고 있는 대로'를 그리는 것에 문제의식을 가지고, 원근법과 명암법을 통해 처음으로 보이는 대로 그림을 그렸다. 하지만 르네상스 미술도 원근법과 명암법에 갇혀 이렇게 보아야 한다는 고정관념에 사로잡혔다. 인상주의자들은 이렇게 보아야 한다는 생각에서 벗어나 눈에 보이는 대로 그렸지만, 눈에 보이는 것과 지식으로 아는 것은 뚜렷이 분리되지 않는다는 문제가 나타났다. 이 문제를 깨달으면서 이후의 예술가들은 보이는 것과 아는 것에 구애받지 않고 독창성을 추구해 왔고, 앞으로도 그러한 여정은 계속될 것이라고 곰브리치는 이야기한다.

 

곰브리치의 견해가 '미술은 무엇으로 인해, 어떻게 발전해 왔는가'라는 질문에 대한 단 하나의 정답은 아닐 것이다. 그러나 기교의 변화가 아닌 생각의 변화가 미술을 발전시켜 왔다는 그의 견해는 생각이 지닌 힘을 다시금 돌아보게 한다는 데 의미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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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밤의 아이들 1 (무선)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79
살만 루슈디 지음, 김진준 옮김 / 문학동네 / 201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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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포일러 포함


1947년 8월 14일 자정 인도가 독립하는 순간, 신비로운 능력을 지닌 1001명의 '한밤의 아이들'이 태어난다. 이 책의 내용을 이렇게 소개했을 때 엑스맨 같은 히어로물을 떠올릴지도 모른다. 하지만 작가는 그 1001명의 아이들이 자신의 능력을 펼치며 활약하는 이야기 대신, 그 중 가장 강한 능력을 지닌 아이, 살림 시나이의 인생과 그와 얽힌 인도의 근현대사를 이야기한다. 살림의 외조부 아담 아지즈가 아내 나심을 처음 만나는 1915년부터 살림이 세상을 떠나는 1976년까지 60여 년에 걸친 긴 세월 동안, 살림의 가족사와 살림의 인생은 인도 근현대사에서 중요한 사건들과 교묘하게 연결된다.

 

 

살림은 한밤의 아이들 중에서도 가장 강한 능력을 가졌지만, 역사의 풍랑에 휘말리면서 살림의 삶은 뿌리째 요동치게 된다. 그러나 살림은 자신이 겪었던 고난들조차 철저히 관찰자의 입장에서 바라본다. 사랑하던 가족들이 전쟁 중 폭격으로 세상을 떠난 일, 자신을 포함한 한밤의 아이들이 자기 능력조차 발휘해 보지도 못하고 정부에 의해 강제로 불임수술을 당한 일을 이야기할 때도 그는 분노하지도 슬퍼하지도 않는다. 그저 담담이 회고할 뿐이다. 그는 지나칠 정도로 초연하지만, 그가 인도의 역사의 관찰자이자 인도 그 자체라고 보면 그를 이해할 수 있다. 작가는 온갖 고난을 겪어도 그렇게 그저 묵묵히, 계속 살아가는 것이 살림의 모습이자 인도 그 자체의 모습이라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살림과 한밤의 아이들이 자신의 능력을 이용해 활약하는 것을 보고 싶었던 독자라면 이런 전개에 실망할 수도 있다. '한밤의 아이들'이라는 제목과 달리 살림을 제외한 한밤의 아이들의 이야기는 한 줌밖에 되지 않는 것도 분명 아쉬운 점이다. 그럼에도 작가가 한 사람의 삶과 인도의 근현대사를 엮어내는 솜씨는 감탄스럽다. 그리고 그가 솜씨 좋게 엮어낸 이 이야기에 인도와 인도의 역사에 대한 그의 깊은 애정이 담겨 있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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