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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소녀 - 전혜린, 그리고 읽고 쓰는 여자들을 위한 변호
김용언 지음 / 반비 / 2017년 6월
평점 :
이 책 <문학소녀>는 부제가 있다. '전혜린, 그리고 읽고 쓰는 여자들을 위한 변호'라는 소제목이 있는데 <문학소녀>의 전체적인 내용은 전혜린의 삶과 전혜린의 문학에 관련된 내용들로 채워져 있다. 전혜린은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문학가로 알려져 있지만 친일파의 후손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 <문학소녀>에서는 전혜린의 배경을 제외한 문학적인 면만을 보고 쓰려고 한다. 전혜린의 아버지는 전혜린이 공부 외의 딴 일을 하지 못하게 했다고 한다. 대신 아낌없이 책을 사다주었고 전혜린은 10대에 접어들어 '파우스트'와 같은 책에 빠지게 된다. 전혜린이 성인이 된 뒤, 자신이 공부한 바와 자신이 속한 환경 사이의 모순을 맞딱드리고 그것을 자각하기 시작하면서 균열을 발견하게 된다. 전혜린은 철학과 문학을 공부하기 위해 독일에 갔고 유럽의 정신적 풍요로움과 지적 탐구를 지속적으로 찬양하게 된다. 전혜린은 부잣집 딸이었지만 독일에선 철저하게 제3 세계 이방인이자 가난한 유학생으로 동시에 어린 임산부로서 남편 뒷바라지에 번역 노동까지 쉴 새 없이 수행했던 나날의 낯선 디테일을 일기장에 토로했다. 전혜린은 종종 창작에 대한 욕망을 내비쳤지만 작품을 완성하는 대신 일기를 엄청나게 많이 썼다고 한다. 창작을 하겠다는, 평범한 선생이 아니라 특별한 예술가가 되고 싶다는 요망을 매일 일기에 쓴 것이다.
전혜린은 수필집 '그리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에서 저자의 성장기, 독일 유학 생활, 딸의 육아일기 등 크게 세 부분으로 나뉜다. 이중 1950~60년대 동시대 독자들에게 독일로 대표되는 유럽에 대한 동경과 판타지를 심어주었던, 뮌헨과 슈바빙에 대한 지극한 사랑이 행간마다 스며들어간 독일 유학 관련 수필들이 있었다. 전혜린이 유럽에 대한 이상화의 과정을 수필에 썼기 때문에, 그리고 그 감동을 전달하기 위해 한국의 많은 독자들이 알아듣지 못할 외국어 단어를 수필에 섞었기에 한국처럼 폐쇄적인 나ㅏ에서 19세기 말부터 20세기 중반까지 해외 유학이나 해외여행은 고사하고 국내 여행도 쉽지 않았던 상황이다. 이런 이유에서 전혜린의 수필은 미지의 세계와 같았던 유럽 문화에 대한 동경이 사람들의 관심을 받았던 듯하다. <문학소녀>에는 다른 문학작품에서, 또는 작가들이 말하는 전혜린과 전혜린의 글도 읽을 수 있으며 '전혜린'이라는 작가에 대한 보다 면밀하고 자세한 이야기와 분석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