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기꾼 증후군 - 불안과 우울 뒤에 감춰진 승자들의 심리학
해럴드 힐먼 지음, 김고명 옮김 / 새로운현재(메가스터디북스) / 2014년 10월
평점 :
절판


 

 

'사기꾼증후군?' 이 단어만 보았을 때에는 '난 해당되지 않아.'라고 생각할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하지만 전세계 인구 중 75%가 겪는 심리증후군이라는 것을 알고 나면 궁금해질 것이다. 혹시 나도? 어떤 내용일지 궁금해진다. 먼저 사기꾼증후군이라는 단어에 대해 알아볼 필요가 있다.

'가면 현상', '가면증후군'이라고도 하는 사기꾼증후군은 1978년 미국 심리학자 폴린 클렌스와 수잔 아임스가 처음 쓴 용어다. 이 말은 사람들이 주로 새로운 도전 혹은 큰 도전에 직면했을 때, 지금까지의 업적을 스스로 일궜다고 여기지 않고 운이 좋았다거나 타이밍이 잘 맞았다는 등 의지와 상관없는 외부요인 덕분에 성공했다고 보는 심리 현상을 뜻한다. 이들은 성공을 낳게 마련인 탁월함을 기르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면서도 내심 자신이 속임수를 써서 다른 사람들에게 유능하다는 인상을 줬으며 사기꾼으로 '들통'나는 것이 시간문제라고 믿는다. (서문_9쪽)

 

나에게는 어떤 일들이 있었지? 누군가에게 잘 한다고 칭찬을 들을 때, 이 사람이 아직 나를 잘 몰라서 그렇다는 생각을 할 때가 종종 있었다. 상을 받을 때에는 아직 실력이 되지 않지만 그저 운이 좋았다고 생각되기도 한다. 사기꾼증후군에 대해 생각해보니, 여러 가지 일화가 꼬리에 꼬리를 물고 떠오른다. 나또한 어떤 때에는 '가면을 쓴 나'의 모습으로 마음 속에 무능력이 드러날까 두려움으로 벌벌 떨고 있다. 어쩌면 어떤 부분에 있어서는 누구에게나 있는 심리증후군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 책에서는 사기꾼증후군이 직장, 사생활 할 것 없이 매순간 맞닥뜨리는 현상이지만, 유독 비즈니스 상황에서 크게 증폭되고 감지된다고 이야기한다. 그래서 이 책에서는 주로 비즈니스계에 초첨을 맞춰 사기꾼증후군을 이야기하고 있다. 그 점에서 이 책은 경제경영서로 분류되고 있다. 하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 인간이라면 누구에게나 해당되는 심리적인 부분이기때문에 심리학 관련 서적에 더 가깝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CEO 뿐만 아니라 일반인 누구라도 한 번쯤 짚어보며 사기꾼증후군에 대해 생각해보는 기회를 가져보아야 할 것이다.

 

회사에 새로 들어온 사람, 더 중요한 직위로 승진한 사람, 튀는 사람, 여러 사람 중에서 발탁된 사람, 젊은 사람, 나이 든 사람, 갓 인턴이 된 사람, 새로 최고경영진에 임명된 사람, 이들 모두 사기꾼증후군을 경험한다. 그리고 아침마다 집을 나서는 사람이라면 대부분 사기꾼증후군을 경험한 적이 있을 것이다. 거의 모든 사람이 겪는데 거의 모든 사람이 인정하지 않고 쉬쉬하려고만 하다니 참 놀랄 일이다. 사기꾼증후군. 남들도 다 겪는데 대수로울 까닭이 뭐가 있을까! (182쪽)

 

우리가 흔히 일상 생활 속에서 잊어버릴 수 있는 무의식 세계를 다시 한 번 둘러볼 수 있게 하는 기회를 마련해준다. 실존하는 인물이 실제로 겪은 이야기를 적절히 배합해 그들의 사연 속에서 나 자신의 모습을 볼 수 있는 것도 이 책의 장점이었다. 충분히 공감하며 심리적인 부분에 깊이 들어가본다. 민낯의 나자신을 들여다보며 진솔한 시간을 보내게 된다.

 

이 책에는 사기꾼증후군의 여덟 가지 증상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1.철벽 방어, 2.계산, 3.장벽 구축, 4.유아독존, 5.고집불통, 6.목석, 7.모 아니면 도(오만), 8.모 아니면 도(소심)

이 중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보기 쉬운 것은 철벽 방어일 것이다. 철벽 방어는 사소한 비판이나 더 잘되라는 조언에 과민하게 반응하고, 비판을 인신공격으로 받아들인다. 모 아니면 도 증상은 말 그대로 사람을 두 극단 중 하나로 몰아간다. 오만하거나 소심한 사람, 웬만한 사람은 이 중 한쪽 성향은 꼭 보인다고 한다. 특히 1과 7,8은 사람들 사이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것이라 생각된다.

 

이 책에서는 사기꾼증후군의 증상들이 어떻게 상호작용하는지 살펴볼 수 있도록 하고, 실제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아 이해도를 높였다. 단순히 사기꾼증후군의 증상만을 살펴보는 것이 아니라, '사기꾼증후군을 깨부수기 위해 알아야 할 것들'에 대해서도 심도있게 다뤘다는 것이 이 책의 장점이다. 사기꾼증후군의 근본 원인을 '프레임'이라고 하는데, 프레임은 어떤 것에 의미를 부여하기 위해 적용하는 생각과 인식의 틀을 말한다. 프레임은 주로 경험을 통해 형성되는데, 어떤 것이 좋은 결과를 부르면 긍정적인 프레임이 형성되고, 반대로 결과가 나쁘면 부정적인 프레임이 형성된다. 일반적으로 프레임은 인생을 헤쳐나가는 데에 도움을 주는데, 또다른 한 편으로는 자신을 가둬두고 남들이 들어오지 못하게 할 수도 있는 것이다.

 

이 책을 읽으며 사기꾼증후군에 대해 살펴보는 시간을 가진 후, 이 책의 부록을 보며 나 자신을 탐구하는 시간으로 마무리해본다. '나는 누구인가?' 바쁜 일상에 존재에 대한 깊은 탐구는 항상 뒤로 밀리는 듯한 느낌이다. 시간을 내서 나 자신의 진정한 모습을 탐색해보는 시간을 갖는 것이 의미 있었다. 이 세상 그 누구도 아닌 바로 나에 대해 생각하는 시간이다. 언제든 할 수 있다고 미루고 있기에 제대로 해본 적이 있었나 가물가물해진다. 이 책을 보며 마무리까지 알차게 해보게 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인문학 명강 서양고전 - 대한민국 최고 지성들의 위대한 인생수업 인문학 명강 시리즈 2
강대진 외 지음 / 21세기북스 / 2014년 2월
평점 :
품절


 10일간의 그랜드 투어를 떠났던 기업가들이 의기투합하여, 2010년 '플라톤 아카데미'라는 재단을 만들었다. 2012년 가을 학기 연세대학교에서 '동양고전' 인문학 공부가 개최되었고, 작년에 <인문학 명강-동양고전> 책이 발간되었다. 이 책 <인문학 명강- 서양고전>은 2013년 봄 학기, 서울대학교에서 '서양고전' 인문학 강의한 것을 책으로 엮은 것이다. 알차고 멋진 강연을 직접 들어보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이 책을 통해 서양고전 속으로 빠져들어보는 시간을 가져본다.

 

 이 책은 '대한민국 대표 학자 11인이 들려주는 서양고전 최고의 강의'이다. '최고'라는 수식어가 전혀 아깝지 않을 정도로 탄탄하고 꽉 찬 강의라는 생각이 든다. 이 책을 읽어보면 알 것이다. '최고'라는 감탄사가 절로 나오며 마음이 꽉 찬 듯 뿌듯해지니 말이다. 사실 '고전'은 혼자 읽어내려면 난해함에 주저하게 마련이다. 하지만 강연을 통해, 다른 책을 통해, 다른 이의 정리된 말을 통해, 접하게 될 때, 정신이 번쩍 들면서 내용이 새롭게 쏙쏙 들어오는 경험을 하게 될 것이다. 물론 아무 책에서나 그런 느낌을 갖게 되는 것은 아니다. 이 책이라면 그런 찬사가 아깝지 않으니 인문학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에게든 권하고 싶어진다.

 

 '등잔 밑이 어둡다'는 속담이 있습니다. 바로 고전의 경우가 그렇습니다. 워낙 유명해서 마치 읽어본 것 같은 착각을 하게 만들지요. 사실 읽지 않은 책이 더 많은데 말입니다. (279쪽)

프로이트의 <꿈의 해석>을 강연한 김석 건국대학교 자율전공학부 교수의 말이다. 이 책을 읽다보니 서양고전 중 내가 제대로 읽었던 것이 무엇이었는지 고개를 갸우뚱하게 된다. 예전에 읽었더라도 '읽었다'라는 기억말고는 제대로 된 기억이 없기에 무안하기도 했다.

 

 이 책에는 11인 11색의 서양고전 인문학 강의가 펼쳐진다. 인문학의 고향, 고대 그리스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으로, 카프카의 <변신>, <오디세이아>, <신곡>, <꿈의 해석> 등 다양한 방면의 지식을 살펴볼 수 있다. 관련 전문가의 방대한 지식을 손쉽게 손에 얻는 느낌으로 이 책을 읽어나가게 된다. 한 가지 이야기는 강의 한 번 듣는 것처럼 몰입해서 귀기울이게 된다. 잘 모르던 것을 알아가는 시간, 복잡하게 얽혀있는 정보가 정리되는 느낌, 이 책을 읽으면서 그런 느낌을 받게 된다.

 

 이 책에서 큰 도움을 받은 부분은 <오디세이아>였다. <오디세이아>가 전체 24권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제5권에서야 오디세우스가 등장하며, 괴물의 눈을 찌르는 등의 흥미진진한 이야기는 전체 24권 중 8권이 지나서야 등장한다고 한다. 이 책에 정리된 이야기만으로도 전체적인 흐름을 흥미롭게 살펴볼 수 있도록 한다. 언젠가 읽어보겠다고 미루어 둔 책이었는데, 책을 읽어내는 것보다 이렇게 강연의 내용을 책으로 접하는 것이 나에게 훨씬 유익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한 카프카의 <변신>은 그의 문학적 배경과 다의적 해석을 하게 되는 작품 세계에 대한 배경지식, 작품 자체의 해석과 관련된 내용 등을 통해 이해의 폭을 넓힐 수 있었다. 카프카의 <변신> 자체를 읽는 것보다 이렇게 재해석된 강의를 듣는 편이 훨씬 도움이 되고 흥미로우리라 생각된다.

 

 <인문학 명강> 동양고전 편이 먼저 출간되어 있다는 사실을 이제야 알게 되었다. 이렇게 나를 끌어들이는 강연이라면 꼭 읽어보고 싶다. 직접 강연을 들어보면 가장 좋은 일이겠지만, 이렇게 책을 통해 강연을 접해보는 시간 또한 커다란 의미를 줄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시작부터 글로벌 - Beyond Startup 창업 방법론
요즈마 그룹.원아시아인베스트먼트파트너스 지음 / 매일경제신문사 / 2014년 10월
평점 :
품절


 

 

세계적 창업국가 이스라엘과 금융 허브 싱가포르의 벤처캐피탈들이 한국의 스타트업들에게 전하는 도전적인 메시지

 

 

 
 

이제 교육이 바뀌어야한다. 창업을 생각하는 사람들에게는 제대로 된 창업 준비를 할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한다. 세상은 변하고 있다. 아무런 준비 없이 창업전선에 뛰어들었다가는 세상의 뜨거운 맛을 보고 호되게 당하게 된다. 수업료 톡톡히 치르며 배우게 되지만, 후회해봐야 이미 늦은 셈이다. 변화의 흐름을 타고 제대로 된 창업 방법론을 익히고 시작해야 한다. 특히 벤처창업을 생각한다면, 교과서 속의 낡은 이론을 접할 것이 아니라, 실질적으로 필요한 정보가 절실할 것이다.

 

이 책은 그런 사람들을 위한 책이다. 창업에 대해 생각하면서 적절한 자료를 찾지 못하는 것이 얼마나 아쉬운 일인가. 실질적이고 핵심적인 정보를 필요로 하는 사람에게 간단명료하게 구성된 이 책은 시원시원하게 도움을 줄 것이다. 이 책은 '어떻게 창업하는지'를 공유하기 위해 쓰여진 책이다. 여전히 창업을 하는 사람들은 많고, 또한 자영업을 접는 사람들도 많다. 살면서 경제가 어렵지 않은 때는 없었겠지만, 특히 지금같은 이런 때에는 제대로된 준비, 마인드 정립이 필요할 것이다.

 

이 책은 여러 가지 창업 방법 중, 좀더 큰 그림인 세계 시장을 그려내고 있다. 표지에서 이런 글을 볼 수 있다.

이제는 신흥시장의 필연적인 성장에 올라타는 스타트업만이 성공한다.

매일경제신문사에서 발간한 책이다. 어떤 내용이 담겨있을지 궁금해져서 이 책 『시작부터 글로벌』을 읽어보게 되었다.

 

먼저 요즈마그룹과 원아시아인베스트먼트파트너스에 대해 책날개를 보며 궁금증을 풀어본다.

- 요즈마그룹은 1993년 이스라엘에서 출범한 글로벌 벤처캐피탈로서, 이스라엘의 벤처캐피탈 산업을 창조해 온 기업으로 명성을 가지고 있다. 전세계 이스라엘계 IT 벤처 기업을 지원하여 오늘날까지 20여 개가 넘는 회사를 나스닥에 상장시키거나 글로벌 기업에 매각했다.

- 원아시아인베스트먼트파트너스는 싱가포르Temasek Holdings 등의 국부펀드 및 투자은행, 헤지펀드/사모펀드 출신들이 모여 싱가포르를 거점으로 출범하였으며, 미국, 영국, 중국과 동남아시아 지역에서 현지 금융사들의 인수합병을 통해서 글로벌 금융그룹으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또한 이 책은 2013년 6월 출간된 책의 보완,수정된 개정본임을 밝힌다.

본 저서, '시작부터 글로벌:BETOND STARTUP 창업방법론'은 2013년 6월 출간된 'BETOND STARTUP:글로벌 스타트업 매뉴얼'이 요즈마그룹과 원아시아인베스트먼트파트너스의 공저로 보완,수정된 개정본이다.

 

이제는 '시작부터 글로벌'해야 성공한다.

나라의 미래는 우리의 젊은이들에게

나가서 어떻게 창업하는지를 가르치는 데

달려있을 것이다.

-파디 간도르

 


이 책은 독자들이 세계 시장을 무대로 창업을 하도록 도전하기 위해 쓰여졌다. 무대를 넓힐수록 기회가 많다는 점을 이 책에서 큰 틀에서 짚어준다. '국내시장만을 대상으로 창업하지 않기를 바라고, 세계를 무대로 창업하고 싶다면 신흥시장으로 가기를 바란다'고 이 책의 대표저자 Joel Ko 는 이야기한다.


이 책을 처음 접할 때에는 다소 어렵다는 느낌이 들었다. 하지만 이 책의 장점은 도표와 그림 등을 충분히 활용하여 이해하는 데에 도움을 준다는 점이다. 스터디 자료로 활용하든지, 수업하는 데에 사용해도 도움이 될 것이란 생각이 든다. CEO를 꿈꾸는 학생이나 창업을 준비하고 있는 사람에게는 꼭 한 번 접해보아야 할 책이 될 것이다.


이 책에서는 출구전략까지 꼼꼼하게 짚어보도록 제시해주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사업계획은 구체적인데 출구전략은 추상적이거나 사실상 아예 계획이 없는 경우가 많다."

비욘드 스타트업에 대한 이야기부터 비즈니스 아이디어, 팀 구축, 자금조달과 출구전략 설계까지 큰 그림을 보며 사업구상을 하고 벤처창업을 할 수 있도록 핵심적인 이야기를 짚어주는 책이다.

 

 

Appendix에는 국내외 엑셀러레이터 프로그램과 국내외창업경진대회 정보가 담겨있다. 이론뿐만이 아니라 실질적으로 궁금한 점까지 더 찾아볼 수 있도록 알짜배기 정보가 제공되는 느낌이다. 실제 글로벌 창업을 생각하는 사람, 특히 신흥시장 진출을 꿈꾸는 인력에게 이 책이 펼쳐주는 신세계는 중요한 정보일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사라져 가는 것들의 안부를 묻다
윤신영 지음 / Mid(엠아이디) / 2014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얼마전 멸종을 다룬 책『멸종』을 읽었다. 다섯 번의 대멸종 사건을 짚어보고, 제6의 멸종에 위기의식을 느끼며 경각심을 가지는 시간을 가지게 되었다. 100만 년에 2~3 종이 사라진다는 진화론의 세계, 지금도 이 세상에서 어떤 종은 사라지고 있다. 주변에 많이 있다고 생각했던 것들도 하나 둘 사라져가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꿀벌의 이야기를 들으며, '정말 꿀벌이 지구상에서 자취를 감추게 되는 것인가?' 의문을 갖게 되었다. 믿을 수 없는 일이고, 아쉽고 안타까운 일이다.
 
이 책은 기획 자체가 신선했다. 사라져가는 것들이 안부의 편지를 전하는 구성이다. '인간이 박쥐에게, 박쥐가 꿀벌에게?' 사라져가는 것들이 서로 어떤 안부를 주고 받을지 궁금했다. 그와 더불어 이 세상에서 사라져가는 것들에 대해서도 한 번 생각해보고 싶었다. 부담없이 서간문 형식으로 된 이 책『사라져 가는 것들의 안부를 묻다』를 읽으며 세상의 존재에 대해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져본다.
 



이 책은 색다른 구성이다. 여러 종의 동물이 릴레이처럼 서로가 서로에게 편지를 쓴다. 지금껏 접한 대부분의 자연과학을 담은 책은 딱딱한 문체로 객관적인 느낌으로 읽어왔다. 하지만 그런 생각에 반대로 이 책에서는 감성적인 글귀를 볼 수 있었다. 때로는 다정하게, 때로는 안타까운 현실을 이야기하며, 읽는 이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감상에만 빠지는 것이 아니라 과학적인 내용을 토대로 문학과 철학 등 포괄적으로 볼 수 있다는 점 또한 이 책의 매력이다. 편지를 주고 받는다니 도대체 무슨 이야기를 나눌까, 할 이야기가 많을까, 의문을 가졌던 나에게 여기에 나오는 동물들은 이야기보따리를 풀어놓는다. 주역의 문장도 나오고, 시도 등장한다.

 
좀 더 새로운 방식으로 과학을 읽고 사유할 수 있게 하는 책의 사례를 만들어 보고자 했습니다.
색다른 과학 텍스트가 등장하는 밑거름이 됐으면 좋겠습니다. (프롤로그 7쪽)
저자의 시도는 기대 이상의 성공적인 시작이라고 볼 수 있다. 과학이 어렵다는 선입견을 가진 나에게 이 책은 쉽고 재미있게 다가갈 수 있도록 도움을 준다. 게다가 사람이라는 존재로서, 박쥐, 꿀벌, 호랑이, 까치, 고래, 비둘기 등을 새롭게 바라보게 되었다. 과학에 접근하는 새로운 방법을 제시해준 책이다.
 

 

 
이 책에는 가장 먼저 인간이 박쥐에게 보내는 편지글이 실려있다. 사실 나 또한 박쥐는 음습한 동굴에서 검은 날개막을 옷 삼아 거꾸로 매달려 자는 모습을 불편하게 생각한다. 편지글을 보면 박쥐를 귀엽게 볼 수도 있지만, 첨부된 사진을 보면 다시 원래의 느낌이 되살아나 몸서리쳐지는 것이 사실이긴 하다. 하지만 일단 생긴 것은 둘째로 하고, 박쥐에 대해 너무 모르고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된다.
흡혈박쥐는 오직 남미에만 사는 극히 일부의 박쥐(세 종)뿐이며, 그나마 사람이 아닌 가축의 피를 먹습니다. 서양의 뱀파이어 전설과는 아무 관계가 없고, 사람에게 해를 끼치지도 않아요. (33쪽)
요즘 미국에서는 2006년부터 몇 년째 흰코증후군이라는 박쥐 병이 대유행이고, 일부 종은 그 지역에서 거의 멸종에 이를 정도로 피해가 심각하다는 안타까운 소식을 보게 되었다. 작은 박쥐 하나가 하룻밤에 먹을 수 있는 해충의 수는 3000마리 이상. 박쥐가 사라지면 그에 따른 생태계 교란도 불보듯 뻔한 일이 될 것이다.
 
릴레이식 편지글은 박쥐가 꿀벌에게 보내는 편지로 이어진다. 꿀벌이 박쥐에게 편지를 쓴다? 박쥐에 대한 이야기를 하기도 하고, 자신의 이야기를 하소연하기도 한다. 이 편지글을 읽다가 놀라게 된 사연은 '낭충봉아부패병'관련 글과 사진이었다. 2010년부터 전국을 휩쓸던 '낭충봉아부패병'이라는 전염병 때문에 동양 꿀벌의 상당수가 집단폐사했습니다.(56쪽) 꿀벌의 하소연은 이뿐만이 아니다. 서양에서는 '봉군붕괴현상'이라고 불리는 기묘한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이유없이 어느날 갑자기 그냥 '사라집니다' 이런 일도 있었구나! 현재 자연 생태계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경각심을 불러일으키는 글을 많이 볼 수 있다.
 
호랑이에 관한 이야기도 인상적이었다. 조선 전기와 중기까지만 해도 호랑이는 산 속 외에도 야트막한 지형의 물가 습지에서도 태연히 살았다니, 모르던 사실을 알게 되는 것이 흥미롭다. 굳이 도시로 데려와 애지중지 키우다가 이제는 도시에 너무 많아졌다고 혐오동물 취급하고 있는 비둘기, 비둘기가 십자매에게 쓴 편지를 통해 알게 되는 십자매의 과거와 노래능력 등 다양한 이야기로 그 동물에 대해 새로이 알게 되는 점이 많았다는 것이 이 책을 읽는 맛이었다.
 
이 책은 사라져 가는 동물들에 관해 상세한 정보를 전해주고 있어서 사실전달면에서 뛰어나다. 게다가 우리의 일상에서 일반인이 잘못 생각하던 것을 일깨워주기도 하고, 문학,철학적인 면으로도 접근해주어서 읽을 거리가 풍성한 책이다. 가독성이 뛰어나고, 누구든 한 번 쯤 다른 종에 대해서 그 입장에서 생각해볼 기회를 준다는 점에서 이 책의 색다른 시도는 성공적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책을 시작으로 이런 시도가 다양하게 이루어지길 기대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초인수업 - 나를 넘어 나를 만나다
박찬국 지음 / 21세기북스 / 2014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문득 이런 생각이 들 때가 있다. '도대체 삶이란 무엇인가?' 누군가가 정답을 알려줄 수 없다는 것도 잘 안다. 그 질문이 떠오를 때에 나의 대답도 그때 그때 달라진다는 것도 잘 안다. 그래도 삶이 지속되는 한, 주기적으로 어느 순간에 문득 떠오르는 질문이다. 철학자들은 인생에 대해 좀더 깊이 사색하고, 그에 대한 나름대로의 답을 남겨놓았다. 때로는 그들의 글을 읽으며 공감하기도 하고 나의 생각과 근접한 문장을 발견하기도 한다.

 

무더위의 끝무렵, 날씨가 조금 쌀랑해지기 시작할 때면 생각이 많아지는 계절이 된다. 가을이 독서의 계절이라고 하는 것은 책 속의 문장에 좀더 감성적으로 빠져들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이런 때에 이런 종류의 책을 읽는 것도 괜찮다는 생각이 든다. 『위험하게 살아라』라는 이 책의 제목은 니체의 말에서 나온 것이다.

니체는 "'위험하게 살아라.' 베수비오 화산의 비탈에 너의 도시를 세워라"라고 외칩니다. 우리는 우리의 운명이 평온하기를 바랄 것이 아니라 베수비오 화산처럼 가혹해지기를 바라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운명과 대결하면서 우리는 우리 자신을 보다 강하고 깊은 존재로 고양시킬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렇게 되면서 우리는 이 가혹한 운명을 오히려 아름다운 것으로 사랑할 수도 있게 됩니다. (13~14쪽)

 

이 책의 저자는 니체라면 우리가 사는 것을 버겁게 느끼면서 던질 수밖에 없는 여러 가지 질문들에 어떻게 대답했을지를 생각해보고 이 책을 집필했다고 이야기한다. 사는 것에 대해서 깊이 생각해본 순간에 읽어도 좋고, 깊이 생각에 잠기지 않고 바쁘게 살아가는 때여도 잠깐 브레이크를 걸고 함께 고민해보아도 좋을 것이다.

 

저자는 니체에게 열 가지 질문을 던진다. 사람들이 살면서 순간 느끼게 될 질문을 대표로 니체에게 물어보고 그 답을 들려주는 셈이다.

첫 번째 질문: 니체 씨, 제 인생은 왜 이렇게 힘들기만 한가요?

두 번째 질문: 니체 씨, 사는 데 아무런 의미를 느끼지 못하고 있습니다. 과연 삶에 의미가 있을까요?

세 번째 질문: 니체 씨, 저는 왜 이렇게 운이 없을까요? 이 세상은 너무 불공평한 것 같아요

네 번째 질문: 니체 씨, 사람들은 왜 싸우는 것일까요? 싸움 없는 세상은 과연 이루어질 수 없나요?

다섯 번째 질문: 니체 씨, 저는 한 때 신을 믿었지만 점점 회의가 듭니다. 우리 삶에 종교는 필요한 걸까요?

여섯 번째 질문: 니체 씨, 우리에게 삶의 의미와 방향을 제시해줄 수 있는 절대적인 진리 체계는 없을까요?

일곱 번째 질문: 니체 씨, 저는 예술가를 꿈꾼 적이 있습니다. 예술은 우리 삶에 어떤 의미가 있나요?

여덟 번째 질문: 니체 씨, 저는 가끔 삶의 끈을 놓아버리고 싶을 때가 있습니다. 이런 생각을 하는 제가 잘못된 걸까요?

아홉 번째 질문: 니체 씨, 당신은 '그대 자신이 돼라'라고 말합니다. 우리 자신이 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나요?

열 번째 질문: 니체 씨, 당신은 '그대 자신이 돼라'라고 말하지만 다른 한 편으로는 '자기를 극복하라'라고도 이야기합니다. 의미하는 바는 무엇인지요?

 

각각의 질문이 무게감이 있어서 질문만 보았을 때에는 약간 부담감이 느껴졌지만, 꼭 한번은 생각해보아야 할 문제이기에 계속 읽어나가게 되었다. 편안하게 기술된 내용을 보니 읽는데에 부담이 없었다. 철학자에 대해, 니체에 대해 어렵게만 생각하고 있었기에 오히려 접할 기회가 없었는데, 편안한 에세이를 읽으며 삶, 운명, 경쟁, 종교 등에 관하여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지게 되었다.

 

'왜 산에 오르느냐'라는 질문에 대한 유명한 답은 '산이 그곳에 있으니까 오를 뿐이다'라는 것이지요. 니체라면 어떻게 대답을 했을까요? '내 힘을 느끼고 싶어서, 험난하고 높은 산을 겁내지 않고 올라가는 나의 강한 힘을 느끼고 싶어서'라고 답하겠지요.

니체는 오늘날의 현대인들은 안락한 생존과 쾌락에만 연연해하기 때문에 병약한 인간이 되어버렸다고 말합니다. (39~40쪽)

이 문장이 지금의 내모습을 돌아보게 한다. 생각에 잠기기 좋은 계절이다. 화두처럼 던져지는 책을 계기로 인생에 대해 깊이 생각해본다. 어려운 주제를 쉬운 언어로 접해볼 수 있는 책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