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키티에게
1942년 6월 12일
당신에게만은 내 마음속 비밀들을 모두 털어놓을 수 있을 것 같아요. 가장 가까운 친구가 되어 나를 격려해주세요. (13쪽)
'사랑하는 키티에게'라는 글로 시작하는 안네의 일기는 그녀의 내면이 가장 솔직하게 드러나는 공간이다.
은신처라는 제한된 세계에서 그녀는 키티라는 가상의 친구를 통해 자신의 감정과 생각을 쏟아냈다.
두려움과 외로움, 가족과의 갈등, 그리고 희미한 희망까지 모든 감정이 그 글에 녹아 있다.
키티는 안네가 세상과 단절된 현실 속에서 유일하게 마음을 나눌 수 있는 존재였고, 동시에 그녀가 글을 통해 자신을 찾아가는 중요한 매개체였다.
안네가 키티에게 전하는 글들은 그녀 자신과의 대화이자 삶의 의미를 탐구하는 과정이었다.
"키티가 없었다면 나는 나를 잃었을지도 몰라"라고 말하는 듯한 그녀의 글 속에는, 자신을 지탱하려는 소녀의 강한 의지와 삶을 살아내려는 고뇌가 엿보인다.
'사랑하는 키티에게'라는 문장은 안네가 은신처라는 고립된 세계 속에서도 세상을 향해 손을 뻗으려 했던 작지만 강한 시도였다.
그녀의 일기를 읽다 보면, 키티라는 이름 뒤에 숨겨진 그녀의 목소리가 독특한 울림으로 다가오며, 그 시절 그녀의 삶과 내면의 흔적이 선명하게 되살아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