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자의 조건 - 군림할 것인가 매혹할 것인가
이주희 지음 / Mid(엠아이디)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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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S 다큐프라임 세계 문명사 대기획 '강대국의 비밀'이 『강자의 조건』이라는 이름의 책으로 출간되었다. 다큐프라임 '강대국의 비밀'은 고대 로마제국에서부터 20세기 미국에 이르기까지 세계제국이라 불릴 수 있는 패권국가들의 역사를 통해 그들이 초강대국으로 발돋움할 수 있었던 원인을 밝힌 프로그램이었는데, 강대국에 대한 학술적인 접근과 함께 동시대의 경쟁자들에 대한 비교 분석을 통해 이들의 비밀을 이야기한 점에서 시청자들의 관심을 끌었다.

 

이 책은 조정래 작가가 추천한 책이다. "강자들의 역사는 무조건 다 옳다고 인식하는 것처럼 큰 오류도 없다." 강자의 조건이 무엇인지, 대한민국의 리더들은 강자의 조건을 가졌는지 이 책을 보며 낱낱히 파헤쳐보는 시간을 가지게 되었다. 과거의 역사를 훑어보며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가 어떤 점을 부각시켜 바라보아야 할지 이 책을 보며 생각하게 되었다.

 

400페이지가 넘는 두꺼운 책이지만, 2500년의 역사를 훑어보기 위한 장으로서는 최대한 압축하여 알차게 담아낸 노력이 보인다. 세계 역사의 흐름을 한 눈에 볼 수 있는 책이다. 흥미롭게 계속 읽어나갈 수 있는 힘이 느껴진다. 역사적 사실을 '강자의 조건'이라는 주제에 맞게 흥미롭게 엮어서 눈을 반짝이며 읽어보게 되었다. 몰입도가 뛰어나고, 다양한 지식을 얻게 되는 느낌을 주는 책이다. 역사 속의 다양한 이야기를 바라보며 관용과 개방을 통한 포용이라는 핵심적인 주제를 보게 된다.

 

2500년의 역사를 통해서 말하고 있는 것은 개방을 통한 포용으로 강대국이 유지될 수 있다는 것이다. 편협적이거나 탄압하는 것은 강대국의 조건이 아니다. 역사는 우리에게 이야기한다. 관용정책, 포용정책을 잘 활용한 국가가 강대국이 되었다. 각 나라의 기술, 경제, 과학 능력을 그대로 받아들여서, 그 사람들을 잘 채용하고 활용한 나라는 강대국이 되었다. 하지만 배타적인 나라는 거의 실패했다. 지구촌의 발전도 다른 사람의 것을 존중해주고 관용을 베풀고 포용했을 때 가능한 것이다.

 

이미 다문화 정책에 발을 디디고 있는 우리 나라도 현실적인 입장에서 다문화를 어떻게 받아들여야할지 생각해보게 한다. 지금 현재의 대한민국이 앞으로 어떻게 나아가야 할지에 대해서도 방향 제시를 해준다. 물론 쉽지는 않은 문제이고, 원하는 방향으로 흘러가지 않을 수도 있다.

이 책은 내내 관용의 현실적인 힘과 개방성의 효과에 대해 이야기했다. 하지만 그 관용과 개방성을 어떻게 한국 사회에 적용할 것인가에 대한 질문에 이르면 사실 대답이 쉽지 않다. (410쪽)

역사를 살펴보기만 하는 것보다 현재의 우리 현실에 어떻게 적용하여 미래로 나아갈지 생각하는 것이 지금 필요한 자세일 것이다. 이 책에서는 이미 널리 퍼져있는 다문화 문제를 어떻게 처리하는가 하는 것은 현실적인 생존의 문제라고 언급한다. 역사는 원하는 방향으로만 흘러가지는 않겠지만, 과거의 역사를 알고 핵심을 짚었을 때 미래는 좀더 나은 방향으로 흘러갈 것이다.

 

지금까지 살펴본 2,500년의 역사는 말하고 있다. 강대국을 만든 리더십의 실체는 힘이 아니다. 관용과 개방을 통한 포용이다. '말 위에서 천하를 지배할 수 있어도, 말 위에서 천하를 다스릴 수 없다'는 몽골제국의 오래된 경구는 묻는다. 당신은 진정한 '강자의 조건'을 가졌는가? (4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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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프라는 아이
라라 윌리엄슨 지음, 김안나 옮김 / 나무옆의자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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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쁜 일상 속에서 소설 속 이야기에 빠져든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소설을 읽는다는 것은 소설 속의 세계 속에 들어가 호흡을 같이 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간단한 책소개를 통해 어느 정도의 재미가 보장되어야 책을 읽게 되는 습관이 생겼다. 내가 선택한 책이 재미도 감동도 줄 수 없다면, 시간과 노력을 들여 읽어낸 보람이 없기 때문이다. '감동과 재미를 동시에 주는 소설'이라는 책소개를 보고, 이 책을 읽어보겠다고 결심했다. 소설 속 이야기에 푹 빠져서 읽는 재미와 감동으로 찡한 느낌을 동시에 받으며 뿌듯한 시간을 보내고 싶었다.

 

『호프라는 아이』는 잡지 편집자 출신의 젊은 영국 작가 라라 윌리엄슨의 데뷔작이다. 이 책으로 감동과 재미를 동시에 주는 데뷔작, "오랫동안 읽어온 새로운 목소리 가운데 최고"라는 호평을 받았다. '감동적이고 진지하고 재미있다'는 반응을 얻고 있는 이 작품은 소년과 희망에 대한 이야기다.

 

내 이름은 댄 호프. 나는 머릿속 깊은 곳에 이뤄지기를 바라는 일들의 리스트를 간직하고 있다. 예를 들면, 닌자 그레이스가 북극에 있는 대학교에 가서 1년에 단 한 번, 24시간 동안만 집에 돌아오면 좋겠다. 나는 셜록 홈즈가 가장 위험한 미스터리를 풀도록 도와주고 싶다. 그게 좀비 미스터리라면 한층 더 재미있을 것이다. 나는 달에 착륙하는 최초의 열한 살 소년이 되고 싶다......(7쪽)

이렇게 소년 댄 호프는 이뤄지기를 바라는 일들의 리스트를 이야기하다가 '마지막으로 나의 가장 큰 소원, 아빠가 나를 사랑하면 좋겠다.'라고 한다. 도대체 그의 가족에게는 무슨 일이 있는거지? 가장 이루기 어려운 소원이란다. 엄마를 설득해서 달까지 여행하는 것보다도 어려운 일이라고 한다.

 

이야기의 핵심은 여기에 있다. 언뜻 보면 평범한 소년이지만, 평범이라는 것이 무엇인가. 누구든 결핍에서 비롯된 소원이 있게 마련이다. 그에게는 남들과 다른 가족이 있다. 소파에 앉아서 땅콩버터 샌드위치를 먹고 있을 때 아빠가 TV화면에 나타난 것이다.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 아빠, 자신을 버린 아빠다.

바로 이 부분, '아이들을 버렸다'는 점이 가장 상처를 준다. 아빠가 집을 떠날 때 나는 겨우 일곱 살이었다. (11쪽)

 

호프가 펼치는 바스커빌 작전은 과연 무엇일까? 열한 살짜리 소년 댄 호프의 시점으로 전개되는 이야기는 기발한 상상력을 보여준다. 일단 손에 잡으면 휘리릭 읽어나갈 수 있는 유쾌한 소설이다. 상황 자체가 어둡다고 내용까지 어둡게 깔리는 것도 아니고, 평범함 속에서 특별함을 보게 되는 소설이다. 깔깔 웃으며 읽어나가다가 문득 뭉클해진다. 웃음과 감동을 모두 준다. 너무 가볍지만은 않은 적당함이 마음에 드는 소설이다. 인위적인 마무리가 아니어서 더욱 마음에 들고 기억에 남을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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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지 마, 넌 호랑이야 샘터어린이문고 39
날개달린연필 지음, 박정은 외 그림 / 샘터사 / 201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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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 동물원에 간 기억을 떠올린다. 호랑이, 곰, 사자, 원숭이 등 온갖 동물을 한 자리에서 볼 수 있는 곳이다. 하지만 동물원에 갇힌 동물들을 바라보면 측은한 생각이 든다. 이들의 원래 고향은 이곳이 아닌데, 자유롭게 훨훨 자연 속에서 살아가는 것이 이들의 행복일텐데, 마음이 아프다. 자유롭지 못한 동물에 괜스레 마음이 무거워진다. 우리 속에 갇혀 기운없이 창살 밖을 바라보는 이 동물은 과연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한 번은 쇠사슬에 발을 묶인 채 힘겹게 걸어가는 코끼리를 바라보며 속상했던 적이 있다. 문득 코끼리의 목소리가 들리는 듯한 착각이 들었다. "난 괜찮아." 내 마음이 찢어지게 아프던 그 때, 코끼리의 눈을 보며 그런 소리를 들었다고 지금도 생각한다. 한 발 한 발 무겁게 디디던 코끼리는 오히려 마음 아파하며 쳐다볼 수밖에 없는 나에게 위로의 말을 건넸다.

 

『잊지마 넌 호랑이야』속에는 세 가지 이야기가 담겨있다. 못생긴 호랑이 천둥, 날고 싶은 두루미 갑돌이, 동물원을 떠난 코끼리 꽁이와 산이. 제목을 보면 인간 세상 속에서 비정상적으로 갇혀서 생활해야하는 동물들의 입장에서 쓰인 동화라 짐작이 된다. 이 책 속에는 자연 속의 동물 이야기가 펼쳐지는 것이 아니다. 동물의 본능을 마음껏 펼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 자유를 박탈당한 안쓰러운 자연을 그린다. 그래서 그런지 읽는 내내 마음이 답답하고 무거워진다.

 

글쓴이의 말에 보면 이런 이야기가 있다.

이 동물들은 어떻게 동물원에서 살게 되었을까요? 먹을 것을 구하기 어렵고 야생에서 살아가기 힘들어서 제 발로 걸어 들어왔을까요? 아니에요. 동물들은 스스로 원한 게 아니라 사람들이 원해서 동물원에 살고 있어요. (136쪽)

할일 없는 동물들은 무기력해서 멍한 눈빛으로 우리 바깥을 바라볼 뿐이라는 말에 공감하며, 동물들의 입장에서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지게 된다. 동물원에서 태어난 호랑이 천둥이, 우리에 갇혀 날지 않는 두루미 갑돌이, 넓고 푸른 아프리카 초원이 아닌 인간 세상에서 우왕좌왕하는 코끼리 콩이와 산이. 이들의 이야기를 보면서 동물원에 갇혀 지내는 동물들에 대해 생각해보게 된다.

 

이 책은 어린이를 위한 동화이지만, 어른들이 읽어보기에도 손색이 없다는 생각이 든다. 함께 읽고 동물들의 상황에 대해 토론하는 시간을 가져보아도 좋을 것이다. 토론 주제를 넓혀서 다양하게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도구가 될 것이라 생각된다. 어떤 부분에서는 감정 이입이 되어 가슴이 답답하고 마음이 쓰라린다. 자유로워야 할 존재가 자유를 박탈당했을 때, 그것이 인간이든 동물이든 상관없이 고통이 된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현실과의 괴리감에 더욱 마음이 아플 것이다. 이 세 편의 동화를 읽고 한참을 생각에 빠져들게 된다. 초등학생을 위한 동화로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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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인드 다이어트 - 자연과 몸을 살리는 착한 채식
알리시아 실버스톤 지음, 최정렴 옮김 / 마이북스(문예출판사) / 201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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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채식을 하는 사람들은 다양한 이유가 있을 것이다. 동물을 먹는다는 것에 대한 생각때문이기도 하고, 다이어트를 위해서 혹은 건강을 위해서 채식의 세계로 들어가게 될 것이다. 그 중에서도 생각보다 괜찮다는 느낌에 지속적으로 채식을 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고, 수많은 유혹을 뿌리치지 못해 다시 육식으로 전향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나또한 한동안 비건 채식을 한 적이 있지만, 사람들과 어울리기 위해 지금은 페스코 베지테리언으로 살고 있다. 고기도 안 먹고 생선도 안 먹겠다고 하면 도대체 무엇을 먹겠다고 하는 것인가 따지는 사람들도 있었다. 나때문에 회식 장소가 바뀔 때에 미안하기도 하고, 내 소신이 너무 이기적인 것인가 하는 생각에 적절한 선에서 타협을 보며 살게 되었다.

 

그래서 채식에 관한 책을 보게 되면 일단 관심있게 바라보게 된다. 비슷한 취향의 사람들의 소신을 통해 내 마음이 흔들리는 것도 잡아주고, 안정감을 느끼게 되는 면이 있기 때문이다. 어쨌든 음식은 그 사람을 만들어준다. 어떤 음식을 먹느냐에 따라 생각과 행동이 달라질 수 있다고 여긴다.

 

이 책의 저자는 알리시아 실버스톤. 2004년 '살아 있는 가장 섹시한 채식주의자'로 선정되었다는 점이 인상적이다. 육류와 유제품을 끊게 되었던 자신의 경험담과 함께 이야기를 펼쳐나가는데, 건강하고 탱탱한 모습을 볼 수 있어서 비건 채식에 대해 흔히 생각하는 영양 부족이라든가 레시피 부족 등의 부정적인 측면을 다른 면에서 생각할 수 있게 한다. 건강 미인이 채식을 한다니! 꽤나 매력적인 홍보 수단이 될 것이다.

 

이 책에서는 육류와 생선, 유제품에 대한 오해와 진실을 조곤조곤 이야기해준다. 이미 알고 있는 사실과 새롭게 알게 되는 사실이 경각심을 불러일으킨다. 우리 몸에 좋지 않은 음식들을 아무 생각없이 받아들였던 시간들이 떠오르며 마음을 다잡게 된다. 식생활은 정말 중요한 것인데, 그동안 소홀히 생각했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음식이 잘못되면 약이 소용없다.

음식이 올바르면 약이 필요 없다.

_고대 아유르베다 격언

 

비건 레시피의 부족도 비건에서 페스코로 전향하게 되는 데에 한 몫을 했기에, 무엇보다 이 책 소개를 보며 '비건 레시피 수록'이라는 부분에서 눈이 반짝였다. 그런 기대감에는 살짝 아쉬움을 던지는 책이었다. 가장 먼저 펼쳐서 보게 된 비건 레시피 부분에서는 문화의 차이, 식생활의 차이에서 오는 괴리감을 느끼게 되었다. 직접 해먹어 보기에는 약간 낯설거나 귀찮은 부분이 있다는 것이 가장 큰 이유였다. 라디치오, 타라곤, 콜라드 등 생소한 재료가 사용되는 것을 보아도 아무래도 이 레시피들 중에서 일상적으로 해먹을 수 있는 것이 극히 드물다. 하지만 약간의 재료만 바꾼다면 다양하게 만들어볼 수 있다는 점은 생각해볼 문제다. 구운 김 부리토의 경우 아보카도와 바질잎을 넣는 것은 부담스러워도 상추,사과,매실장아찌 등을 넣고 만들기에는 충분하고, 단호박 팥죽의 경우 직접 해먹어보고 싶은 생각이 들었으니 말이다. 이 책에서도 이야기한다. "몸에 부담을 안 주려면 지역 농산물을 먹어야 합니다." 비건 레시피를 그대로 번역만 할 것이 아니라, 국내 사정에 맞게 재구성을 했다면, 보다 실용적인 채식 레시피를 담은 책이 될 수 있었을 것이다. 채식에 대한 마음가짐부터 레시피까지!

 

비건으로 산다는 것이 더이상 외롭고 힘든 투쟁이 되지 않으리라 생각된다. 이 책을 읽으며 다시 힘을 내서 내가 원하는 음식을 섭취하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비건 채식에 대해 충분한 계기가 되고 힘을 얻게 되는 책이다. 하루아침에 육류와 생선, 유제품을 모두 끊는 것은 어려운 일이 될 것이다. 그렇기에 이 책에 나오는 과도기 체크 리스트를 보며 조금씩 단계적으로 실천할 수 있을 것이다. 일단 채식에 대한 결심을 하면 어떤 점을 짚어볼 지 생각해보며 함께 해나갈 수 있을 것이다. 마음이 든든해지고 자연과 몸을 살릴 수 있다는 희망을 얻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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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취록 - 조선 최고의 예언서를 둘러싼 미스터리
조완선 지음 / 북폴리오 / 201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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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은 일단 처음부터 눈길을 확 잡아끄는 무언가가 있어야 한다. 꾹 참고 읽다보면 나중에 흥미로워지겠지, 그런 기대감으로 읽은 책 치고는 기대를 채워주는 책은 극히 드물었다.(물론 있기는 있었다). 인내심이 부족한 나에게는 과감히 다음 기회로 미루는 책이 되고 만다. 물론 이렇게 책이 많은 세상에서 '다음 기회'라는 것은 아마 영영 들춰보지 않게 될 책이라는 의미일 것이다. 특히 소설은 한 세계를 새로이 만나서 교감하는 것이기에 이야깃속으로 빠져들게 되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

 

이 책은 그런 기준으로 점수를 주었을 때에는 합격이다. 일단 소설 속 소재인 '비취록'만으로도 느낌이 온다. 예언서라는 소재가 아직 일어나지 않은 미래에 대한 일이기에 알 수 없다는 사실 자체가 관심을 끌게 된다. 게다가 예언서가 나왔던 그 당시의 일이 아닌 현재의 이야깃속에 적절히 녹아들어 긴박감을 더한다. 조선 후기의 예언서라는 흥미로운 소재에 빠른 전개로 시선을 떼지 못하게 한다. 역사 미스터리를 즐겨 읽는 사람이 아니어도 시선을 잡아 끌 수 있는 매력이 있는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장마가 끝난 어느 날, 강명준 교수에게 누군가가 찾아온다. "댁이 강명준 교수유?" 누구에게도 이 책에 대해서는 비밀로 해달라며 그가 펼친 책은 비취록. 원본을 며칠만이라도 보고 싶었으나, 그는 10페이지 정도 되는 복사본만 던져주고 사라졌다. 며칠 후 경찰의 방문으로 그 사람의 이름이 최용만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그가 실종되었다는 것도. 그가 대전 시내에서 고서점을 운영하고 있다는 사실도. 하필 최용만의 마지막 통화자가 강명준 교수였을까? 호기심은 극대화되고, 툭툭 터지는 사건사고로 급박하게 이야기가 전개된다.

 

어느새 『비취록』인지 뭔지 하는 고서가 이번 사건의 핵심으로 떠오르고 있었다. 우연이든 필연이든 간에 이젠 그 책을 빼놓고는 이번 사건을 설명할 수 없었다. 모든 사건이 그 책과 복잡하게 얽혀 있었다. (109쪽)

 

비취록을 소재로 한 연쇄살인사건이라! 이 책은 책소개만 보았을 때 재미있겠다고 짐작했지만, 직접 보니 상상 이상의 흥미로운 책이었다. 이 책은 조완선 작가가『외규장각도서의 비밀』『천년을 훔치다』이후 삼 년 만에 발표하는 세 번째 장편소설이다. 이번에도 전작에 이어 역사와 관련된 소설을 세상에 내놓게 되었는데, 상상력이 빈약한 편인 취약점을 극복하기 위해 사실史實로서 때우려는 편법이라고 겸양의 말을 한다. 흰 고양이든 검은 고양이든 쥐만 잘 잡으면 되는 것 아닌가! 어떤 소재를 사용하든 소설만 흥미롭게 읽어나갈 수 있다면, 독자로서는 최고라고 치켜세울 수 있는 법이다. 사실과 상상력이 만나 시너지효과를 일으키며 흥미를 배가시킨다. 이 책을 읽고나니 조완선 작가의 다른 책도 찾아 읽어보고 싶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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