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장미의 미궁
티타니아 하디 지음, 이원경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8년 8월
평점 :
절판
장미의 미궁, 한없이 미로로 감싸져있는 비밀의 이야기. 제목과 함께 표지에서 이미 나는 그런 이미지를 연상했을지도 모르겠다. 스태포드 가문의 은밀하게 내려져오는 비밀. 신이 이들에게 주었던 그 위대한 비밀이란 무엇이었을까?
얼마 전에 재미있게 읽었던<렘브란트의 유령>과 같이 방대한 지식을 담고 있는 추리 소설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읽는데 다소 시간이 걸리는 책이었지만, 평소에 자주 만나볼 수 없었던 책. 내게 있어서 작가의 천재성이 유달리 돋보이는 작품이었기에 아주 즐거운 시간을 선사해 주었다.
자유롭고 매력적인 남자. 제일 중요한 부분의 비밀을 알고있을 듯했던, 주인공이 되었다면 매우 큰 비중을 차지했으리라 여겼던 윌이 제일 먼저 이야기에서 떠나간 사실이 무척 아쉬웠다. 어쩌면 작가는 루시를 알렉스의 여자로 만들어야할지, 윌의 여자로 만들어야 할지 매우 크게 고민하다가 결국 윌이란 인물을 제외시켜 버렸을지도 모르겠다. 장미의 미궁, 아름다운 장미속에 숨겨진 이야기.
다빈치 코드를 연상시키며 주변에 숨어있는 모든 단서를 찾아내어 결과를 유추해내는 그런 소설. 다빈치 코드가 베스트셀러가 되고 영화까지 제작되어 흥행되었듯이 이 책도 영화로 제작되어서 다시 한번 영상으로 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하지만 이 책의 장르는 다빈치 코드와 심히 비슷하기 때문에 영화사에서 영화를 또 만들려 할까?라는 생각도 살며시 들긴 하지만...^^;;)
결코 쉬운 내용은 아니었다. 비록 기독교를 믿는다지만 주인공과 악당들이 엮어가는 온갖 기독교적 지식들이 내 머리속을 헤집었다. 디 박사? 과학과 마술? 그리고 피보나치 수열중의 하나에 속한다는 34는 또 무엇이던가? 단지 내가 유일하게 알고 있는 사실은 34가 주인공 루시 킹과 매우 관련이 깊다는 사실 이었는데...
사람들은 이상하리만치 어떠한 수에 집착하기도 한다. 다르게 말하자면 의식한다고 할까? 최후의 만찬의 인원수였던 13에 집착하는 사람들도 있고 행운의 숫자 7 또는 영화로도 제작된 27에 집착하는 사람이 있다. 우리 나라의 경우 4라는 숫자를 불길하게 여기고, 서양에서 말하는 행운의 숫자 7이라는 숫자를 그냥 그렇게 의식하는 것에 비해 4라는 불길함을 의미하는 숫자는 유달리 의식이 되는 숫자이다.
책은 34라는 하나의 수를 가지고서 긴장감과 스릴을 고조시킨다. 인물의 수는 막상 세어보면 그다지 많지 않다고 느끼질 수도 있겠지만 톨스토이의 <전쟁과 평화>에 등장하는 다양한 인물만큼 서로 성격이 다른 수많은 인물들이 나와 이야기를 풀어나가고 있다. 이 책의 묘미는 바로 이런 다양한 인물들의 실타래처럼 엉킨 상황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정의가 악을 이긴다'라는 평범한 진리로 결말은 이끌어져 나갔다. 하지만 읽는 도중에는 어떤 쪽이 승리하고 그 결말이 이어질지 결코 예측할 수 없었기에 손에서 떼기 힘든 책이었다. 이 모든 일은 과연 가짜였던가? 윌의 죽음은 진짜인가, 가짜인가? 마치 이 모든게 연극이었던 것처럼 말하는 윌이라 불리는 한 남자의 이야기로 그렇게 끝이 났다. 맨 마지막 장을 넘길 때 끝나지 않은 호기심의 갈증은 의미심장한 에필로그는로 인해 한층 더 강한 마력으로 놓아주지 않았다고 할까.
완벽하리만치 잘 짜여진 이야기지만 결말에서 확실한 이야기가 나오지 않아 또 다른 심연과 같은 상상을 불러 일으켰다. 작가는 이 이야기에서 어떠한 비밀을 심어 놓았을까? 작가는 책에서 인물의 대화를 통해 그리스도에 관한 이야기를 하나하나 풀어놓았다.
매우 뛰어난 과학자이자 동시에 사악한 주술사로 여겨졌던 존 디 박사의 이야기는 특히 내 흥미를 부추겼다. 그는 주술사로서 천사와의 대화를 나누었었다고 사람들이 믿고 있는데 그에 관해 기록해 놓은 문서를 모두 땅에다가 묻어놓았다고 한다. 그 중 일부는 발견했으나 전부 찾아내지 못해 수수께끼로만 남아 있다는데... 세상에는 불가사의한 일이 정말 많다. 아마 존 디가 정말 주술사였는지, 그리고 그가 천사와의 대화를 했었는지에 대한 여부는 앞으로도 불가사의로 남아있을 것이다.
아, 앞으로도 이런 멋진 책을 또 만나볼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