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세상의 마지막 기차역
무라세 다케시 지음, 김지연 옮김 / 모모 / 2022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https://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22/0519/pimg_7801421013416626.jpg)
『세상의 마지막 기차역』
무라세 다케시 / 모모
슬픔이 가슴을 후벼판다는 표현으로도 부족하다. 사랑하는 사람을 잃는 일은.... 더구나 마음의 준비도 없이 벌어진 사고사라면 온정신으로 살 자신이 없을 것이다. 0.1퍼센트 가망이 있다면 그 끈을 놓고 싶지않은게 당연했다. 당연한 결과라도 절대 받아들일 수 없는 진실이었다. 사랑하는 사람의 얼굴을 만질 수도, 목소리를 들을 수도 없는 미래를 어떻게 받아들일 수 있겠는가. 시간이 지나면 나아진다고 하지만 아직 난 괜찮지가 않다. 다시 만날 수 있다면, 혹여 그런 기회가 주어진다면. 나는 눈을 맞추고 제대로 된 인사를 하고 싶었다. 많이 미안했고 고마웠고, 사랑한다고.
죽음에 대한 에피소드가 나에겐 예민하게 다가오긴 하지만, 소설 속 그들의 절망과 간절함에 공감하기에 읽어보고 싶었다. 틱톡에 소개되어 일본 독자들 사이에서 크게 입소문이 난 화제작이라고 하니 더 관심이 생겼다. 일본스러운 환타지과 동양의 정서, 휴머니즘은 곧잘 나를 동요시키곤 한다. 이번에도 그 감동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었다.
벚꽃이 피기 시작하는 3월 가마쿠라시, 급행열차가 그만 선로를 벗어나 전대미문의 대참사가 터지고 말았다. 기관사는 그 자리에서 즉사했으며 승객 중 127명 중 68명이 사망했다. 유가족이 모인 설명회에서 도힌철도는 기관사의 과속이라고 주장하며 자세한 원인을 발표하지 않는다. 기관사의 아내 미사코는 유족들을 향해 고개 숙여 사죄한다. 일주일 뒤면 결혼 예정이었던 히구치의 애수의 젖은 눈과 미사코의 눈은 닮아있었다.
두 달이 지난 어느 날부터인가 이상한 소문이 도는데 사고 지점에서 가까운 니시 유이가 하마 역에 가면 유령이 나타나 사고가 일어난 그날의 열차에 오르도록 도와준다는 것이다. 단 네 가지의 조건이 있다. 그 조건을 받아들이면 열차에 오를 수 있으며 사고 역 전에는 반드시 하차해야 한다. 그렇지 않을 경우 유령열차 탑승자는 죽는다. 그럼에도 많은 유족들을 그 열차에 몸을 싣는데 약혼자를 가슴에 묻은 히구치, 아버지를 떠나보낸 아들 유이치, 짝사랑하는 여학생을 잃은 한 소년 가즈유키, 피의자로 지목된 기관사의 아내 미사코까지 총 네 가지 사연이 소설에 실려있다.
"이 열차는 말이지. 탈선 사고로 인해 마음에 맺힌 게 있는 사람 눈에만 보여."
"다시 한번 말할게. 죽은 사람과 만날 순 있어도 그 사람은 다시 살아 돌아오지 않을뿐더러 현실은 전혀 달라지지 않아. 그걸 받아들일 수 있으면, 그때 이 열차에 올라타."
"도모코, 마음이 병든 건 착실히 살아왔다는 증거란다. 설렁설렁 살아가는 놈은 절대로 마음을 다치지 않거든. 넌 한 사람을 진심으로 사랑했기 때문에 마음에 병이 든 거야. 마음의 병을 앓았다는 건, 성실하게 살고 있다는 증표나 다름없으니까 난 네가 병을 자랑스레 여겼으면 싶다."
"삶에서 해답을 가르쳐주는 건 언제나 사람이거든. 컴퓨터나 로봇이 아니라, 모든 걸 가르쳐주는 건 사람이다. 그러니 용기를 내서 사람을 만나봐라. 사람들과 대화도 많이 하고."
뭉클한 순간도, 가슴 시리던 순간도 많았던 소설이다. 유이치의 아버지가 안 입던 정장을 입고 열차를 탔던 이유를 알게 되면서 유이치만큼이나 나도 오열했다. 티끌만큼도 삶의 의욕이 없었던 이들은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하고자 유령 열차에 몸을 싣지만 결국은 사고 시점 전에 내리게 된다. 이야기 하나하나 완성될 때마다 마음에 따뜻한 바람이 일렁였다.
생각지도 못한 인연과 놀라운 반전이 있다. 또한 유령 열차의 안내자 유키호의 비밀은 소설의 막바지에 밝혀진다. 모두가 가족과 연인을 만났는데 치매 할아버지도 손녀를 만났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어쩌면 눈치챈 미사코가 알려줘서 만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판타지에서 이루어진 이들의 만남으로 유족들은 앞으로 살아갈 용기와 어떻게 살아야 할지 방향을 잡게 되었다. 나도 진정한 위로와 힘을 받았다. 책을 펼치면 단숨에 읽어진다. 휴머니즘 감동 판타지 소설로 강력추천한다. 감동의 파동이 널리 널리 퍼져나기길.
![](https://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22/0519/pimg_7801421013416627.jpg)
*출판사로부터 지원받아 개인적인 소견을 담은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