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기의 쓸모 - 가끔 어쩌면 자주 쓰기가 필요하니까요
양지영 지음 / 더디퍼런스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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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는 대로 살아지는 마법
《쓰기의 쓸모》
🖋️ 양지영 📚 더디퍼런스


우리 집에는 종이류가 차고 넘친다. 노트, 다이어리, 떡메모지, 수첩, 포스트잇, 엽서, 드로잉북 등 어느 공간이든 메모할 수 있는 장비?들이 마련되어 있다. 물론 외출 시에도 수첩과 펜은 필수다. 내가 이렇게 메모에 집착하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는데 그중에 하나가 잊지 않게 위해서다. 매사 덜렁대고 잘 깜박이는 나에게 쓰기는 실수를 줄이기 위한 수단이었던 것이다. 책을 읽고 기록하기 시작한 것도 오랫동안 책을 기억에 붙잡아두고 싶었서였다.


그래서인지 이 책은 제목부터 눈길을 사로잡았다. 끄적이는 것을 좋아하는 내게 이런 행위의 효용성과 정당성을 부여해 줄 것만 같은, 책일 것이라는 확신이 파바박! 들었다. 낙서, 일기, 리뷰, 쪽지, 편지 등 다양한 쓰기들이 어떻게 삶을 바꿀 수 있는지, 더 열심히 쓸 이유를 이 책에서 답을 구하고 싶었다.


<쓰기의 쓸모>에는 저자가 어릴 때부터 현재까지 지속해온 쓰기와 기록들과 책 쓰기까지 30년간의 여정이 담겨있다. 책을 들여다보니 저자와 나의 공통점을 발견했다. 사십춘기를 경험했거나 경험 중이라는 것, 말보다 글이 편한 사람이라는 것. 철없던 시절에도 그렇게 수다스럽진 않았다. 나이가 들면서 말이라는 것이 결코 쉬운 것이 아님을 알게 되었다. 정화된 글로 마음을 전달하는 것이 오히려 편했다. 글은 수정할 수 있지만 말은 다시 삼킬 수 없기 때문이다.



♦ 매일의 기록이 없으면 한 달을 돌아보기 힘들고,
한 달을 기록하지 않으면 일 년을 돌아보기 힘들다.

 

 

지나간 과거를 잊고 현재에 충실하자라는 말에서 꼭 집고 싶은 것이 있다. 지나간 과거를 잊으면 실수한 경험을 반복될 것이다. 실패와 실수를 그냥 넘길 것이 아니라 스스로 피드백하고 기록으로 남겨 놓아야 다시는 동일한 과거가 재생되는 일이 없지 않을까. 우리가 역사에 관심을 기울이는 것 또한 동일한 이유이지 않는가. 사람은 같은 실수를 다시 하고 싶어 하지 않는다. 목표를 세우는 것만큼 피드백을 갖는 시간이 중요함을 다시 한번 더 깨달으며, 그동안의 밀린 일기장을 꺼내어 지난 시간을 돌아보았다.



♦ 내가 해 봐서 좋으니까
혼자만 알기에 너무 아까웠다.
누구나 쓰며 살 수 있고,
꿈을 꾸고 매일 쓰기만 하면
언젠가는 이루어진다는 것을
독자에게 알려 주고 싶었다.
쓰는 대로 살아지는 마법을 나는
이 책을 통해 증명한 셈이다.


쓰기에 진심인 저자의 글 속에는 챕터별로 유용한 팁이 정리되어 있었다. 자녀와 통하는 필통 편지, 나를 단단하게 만들어 줄 긍정선언문, sns 채널 별로 장단점을 활용한 글쓰기, 내 감정을 살피는 관찰일지, 나를 세우는 매일 채움 기록하기, 나의 일 년을 보듬는 한 해 일기 글감, 단계별 필사법 , 나를 찾아가는 10분 글쓰기 프리라이팅 등 도전해 볼 만하고 꼭 해보고 싶은 소스들이 가득했다. 메모의 중요성에 대한 책이 이 책만 있는 건 아니지만 지금 알 수 없는 갈증에 마음이 힘든 사람, 백지 공포증으로 글쓰기에 막막한 사람, 자신과의 대화에 서툰 사람에게 도움을 줄 책으로 추천하고 싶다. 말하는 대로 이루어지듯, 쓰기대로 살아질 테니 말이다.



 ♦ 종이는 나의 마음을 가장 오해 없이 잘 들어주는 깨끗한 친구다.



 

*더디퍼런스 출판사로 지원받은 도서로 개인적인 소견을 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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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로는 행복 대신 불행을 택하기도 한다
김진명 지음 / 이타북스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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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로는 행복 대신 불행을 택하기도 한다』

✒ 김진명  📚이타북스








사실 인간에게 독서 이상의 양식은 없다. 독서는 단순히 정보와 지식을 얻는 게 아니다. 사람은 독서를 하는 가운데 세상을 보는 시각이 넓어지고 인내심이 키워지기 마련이며 자아실현이 되고 있다는 강한 만족감을 얻는다. 게다가 독서는 세상에 대한 자신감과 삶과 행위들에 의미를 부여하게 해주기 때문에 한마디로 내면을 강화하는 최고의 길이다. 





우물 안 개구리 같은 삶에서 생각의 지평을 넓힐 수 있는 방법 중 최고는 독서라고 생각한다. 수많은 생각으로만 엉켜있는 머릿속을 깔끔하게 정돈해 줄 정리 전문가는 단연 책이라고 말하고 싶다. 어지러운 마음을 차분하게 해주는 것 또한 책이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책에서 내 안의 생각을 끄집어 내려 한다. 



<무궁화가 피었습니다>, <고구려>를 모르는 독서인들은 없다. 대한민국 최고의 베스트셀러 작가인 김정명의 최초 에세이인 『때로는 행복 대신 불행을 택하기도 한다』를 펼치자 작가 소개에는 둘 줄만이 그를 표현하고 있었다.



김진명

소설가. 

충청북도 제천에서 『고구려』를 집필 중이다.



설명이 필요 없는 대한민국 대체 불가 작가이기에 가능하지 않았을까. <고구려>는 한국형 ‘왕좌의 게임’이라고 자신 있게 출판사는 소개하고 있지만 부끄럽게도 아직 도전하지 못한 역사 소설이다. 하지만 그의 에세이를 읽고는 반드시 읽어야 내겠다는 뜨거운 다짐을 하게 되었다. 작가 필생의 숙제 <고구려> 를 집필하게 된 이유를 알아냈기 때문이다. 든든한 조력자 아들과 함께 써 내려간 <고구려>는 10부작으로 현재 7권까지 출간되어 있다. 



역사는 이미 우리의 내면에 들어와 우리를 형성하고 있다.

올바른 역사를 찾아가는 길이 바로 내가 누구인지를 찾아가는 삶의 여정이다.


김진명은 소설에 늘 확실한 메시지를 넣어 집필한다고 말한다. 지식 보존과 전파를 넘어 우리의 정체성을 구성하는 역사의 진실을 파헤치고 소설이라는 그릇에 매력 있게 담아냈다. 『때로는 행복 대신 불행을 택하기도 한다』는 김진명 작가가 살아오며 생각하고 경험한 것을 담아 엮어낸 에세이다. 모두가 어려운 시절 믹서기는 어머니에게 자랑거리였지만, 미술 수업에 스케치북이 아닌 도화지 한 장만 가질 수밖에 없었던 환경을 이해를 못 했던 어린 그는 오랜 시간이 지난 후에야 아버지의 배려였음을 알게 된다. 



전투 경찰로 입대했던 그는 민주화 운동을 하는 학생들을 포섭해야 하는 위치였지만, 용기 있는 그들에게 응원과 위로를 건넸다. 위험한 상황에서도 자신의 신념은 잃지 않았던 그, 그를 모르는 척 눈감아줬던 33헌병대의 세 군인 이야기에 가슴속 뜨거운 무언가 올라오는 것을 느꼈다. 세상에는 우리가 모르는 영웅들이 참 많은 것 같다. 


우리가 타인과 나누는 대화는 상대가 어떤 비극을 겪고 있으며, 어떤 슬픔 속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는지 묻고 같이 대처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가는 대화가 되어야 한다. 우리의 삶이 그간의 수치적, 물질적 평가에서 벗어나 들리지 않는 내면으로부터의 소리로 차곡차곡 채워질 때 삶은 본질에 좀 더 가까이 다가선다. 그리고 타인에 대한 이해와 공감의 깊이가 더해짐에 따라 진정한 힘이 생기고 의미 있는 길이 이어질 것이다.



좋아요와 긍정피드백이 난무한 요즘 세상에 슬픔과 비극을 내밀기에는 주춤해지기 마련이다.  '나만 참으면 돼' , '좋은 게 좋은 거야'라는 생각이 박혀있는 내게 슬픔을 배포하는 건 정말 힘든 일이었지만 김진명 님의 글로 마음을 다르게 먹기로 했다. 타인의 슬픔에 공감하고 위로하는 마음이 진심으로 비치게 될는지에 대한  쓸데없는 염려도 버리기로 했다. 



kbs 드라마 <현재는 아름다워>에 심해준 역을 좋아한다. 얼마 전 예비 장모가 자신의 친고모임을 알게 된 현재는 깊은 상실과 절망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일 마저 지장을 주게 된다. 대표이자 형수인 심해준은 그런 그에게 '지금 네가 힘들다는 것을 알아, 이해해. 그런데 더 이해하고 싶어'라고 말하는 순간 내 심장이 쿵 했다. 슬픔을 더 깊이 이해하고 함께 참여하고자 하는 진심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언니가 제 주변에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먼저 내가  그런 사람이 되어 보는 게 어떨까. 타인과 나의 삶에 대한 애착을 갖고 내가 할 수 있는 일에 좀 더 집중하다 보면, 세상은 아주 조금은, 티끌만이라도 내 위주로 돌아가지 않을까.




남에게 쏠렸던 시선을 나에게로 가져와야 한다. 남이 어떤 일을 하는지 신경 쓰기보다 내가 어떤 일을 해야 하는지에 더욱 집중해야 한다. 그저 제 할 일을 다하며 삶을 스스로 충실하게 만들어 가야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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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테뉴와 함께하는 여름 함께하는 여름
앙투안 콩파뇽 지음, 김병욱 옮김 / 뮤진트리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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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거운 이 여름

몽테뉴의 사유와 함께 하다


《몽테뉴와 함께 하는 여름》







제목은 많이 알려져 있더라도 쉽게 읽을 수가 없는 책들이 있다. 제법 어려워 보이면서 천 페이지가 넘는 책들은 정말이지 큰 맘먹지 않으면 도전하기 망설여진다. 더구나 소설이 아니라 인문학 또는 에세이라면 아흑, 나 대신 누군가 읽고 써머리로 만들어주면 얼마나 좋을까라는 생각을 가끔 한다. 《몽테뉴와 함께 하는 여름》은 프랑스의 사상가이자 철학가인 몽테뉴가 20년간 집필한 <수상록>에서 뽑아낸 고농축 에센스 같은 책이다. 바로 내가 찾던 그 책.




그 고마우신 분은 프랑스 인문학자 앙투안 콩파뇽으로, 몽테뉴의  《수상록》에서 흥미로운 주제 40개를 골라 그만의 해석을 붙여 현재의 시사성까지 운하며 몽테뉴에게 입덕할 포문을 쉽게 열어주고 있었다. 콩파뇽(성이 왜 이리 정겹지.. 코피노? 늑힘)는 프랑스 문화 행사인 '프랑스 엥테르'에서 매년 진행을 하는 방송인이기도 하다. 몽테뉴로 시작해  보들레르·파스칼·빅토르 위고·호메로스 등 위대한 작가들의 이야기를 했던 것을 책으로 펴내게 되는데  “함께하는 여름” 시리즈라고 한다. 지금까지 프랑스에서만 85만 부가 판매되고 전 세계 75개 언어로 번역되었다는 이 유명한 책을 만나게 되다니 감개무량 뿜뿜이다.




굉장히 스마트했던 몽테뉴는 1544-1570 재판부에서 행정관으로 재임한 이력이 있다. 당시 공직 생활에 부담과 환멸을 느껴 1570년 37세의 나이로 보르도 고등법원 법관직을 사임하고 몽테뉴 성의 서재에 은둔하며 독서와 글쓰기에 몰두했다고 한다. 그렇게 20년 동안 자신의 고찰 견해, 통찰을 담은 <수상록>을 내놓게 된다. 수필(에세이)라는 장르가 없던 시대였기 때문에 그의 글은 독특한 형식의 글이었다. 몽테뉴 이후로 수필이란 장르가 생겼다고 해도 과언은 아닌 것이다. 이번 기회에 몽테뉴의 자료를 찾아보니 <수상록>은 1676-1854년에는 성경을 인용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바티칸으로 부터 금서로 지정되기 했다고 한다. 실제 그는 정통 카톨릭자였는데도 말이다. 반면, 인용의 대가인 몽테뉴는 호메로스, 베르길리우스, 루크레티우스가 쓴 작품에서 뽑아 낸 것들이 압도적으로 많았다고 한다. 그 시대 사건사고가 많았다. 아, 진짜~ 할많하않.




"독서는 전 여정을 나와 함께 하며 어디서나 나를 돕는다. 나의 노화와 고독을 위로해 주고, 권태로운 한가로움의 무게를 덜어주고, 성가신 친구들을 언제라도 떼어주고, 극단적이거나 아주 심하지만 않다면 고통의 날카로움을 무디게 해준다. 성가신 생각에서 벗어나려면 그저 책만 펼쳐 들면 된다. 책은 이내 나를 자기 쪽으로 돌려 그런 생각에서 벗어나게 해준다. 또한 내가 좀 더 실제적이고 생생하고 자연스러운 다른 편익이 없을 때만 찾더라도 절대 들고일어나지 않고, 언제나 같은 얼굴로 나를 맞이해 준다. (1292)





"누가 더 많이 아는지 보다는 누가 더 잘 아는지 물어야 한다. 우리는 이해력과 양심은 비워둔 채 기억을 채우는 데만 힘쓴다. 마치 새들이 이따금 모이를 찾으면 새끼들에게 먹이려고 그것을 맛보지 않고 부리에 물고만 있는 격이다. 이처럼 우리 학자 나리들도 책 속의 학문을 쪼아서는 입술 끝에만 간직하고 있다가 토해내 바람에 날려 버린다. (208)




진지하게 시작했는데 어라! 뭔가 웃기면서 인간미 넘치고, 다시 진지했다가 '옳다고나!'라고 무릎을 탁! 치는 몽테뉴의 문장에 매료되어버렸다. 처음부터 필사를 목적으로 이 책을 손에 쥐게 되었는데 '뭐, 이리 유쾌한 아저씨가 있나~' 하고 그냥 끊김 없이 읽어 내려가게 되었다. 그러다 다시 정신 차리고 필사를 시작했는데 '맙소사, 제외(요약해야 하는데) 할 문장이 없어'서 정말 난처했다. 유창한 언변가의 키케로에 빙의된 듯한 몽테뉴의 말빨과 프랑스 인문학을 친숙하게 전파하는 능력을 지닌 콩파뇽의 해설은 최상의 콜라보이며 대단한 시너지를 뽐내고 있는 듯했다. 결국 이 책도 전체(통) 필사 목록에 포함시키는 걸로 결정.


몽테뉴의 인생에 화두는 '나는 무엇을 아는가'였다. 그가 비꼬지 않았던 학자는 유일하게 소크라테스라고 한다. 두 사람의 인생 최대 고민이 닮아 있긴 하다. 그의 인생 화두처럼 수상록에도 '나를 탐구'를 주제로 여러 사유와 견해를 읽어 낼 수 있었다. 몽테뉴 자신의 탐구는 인간의 본성을 알렸으며,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한 질문에 대한 방향을 제시해 준다. 몽테뉴의 글은 끊임없이 나 자신으로 되돌아 오게 한다. 인생의 거의 모든 문제가 이 책에 있다. 500년 가깝게 계속 읽어지고 있는 이유는 분명 있다. 이번 여름에 나는 《몽테뉴와 함께 하는 여름》의 통필사를 목표로 잡기로 했다. 이토록 경쾌한 지식과 함께라니. 올여름은 오랫동안 기억될 것 같다.





*여름여행단원으로 선정되어 제공받은 도서로

지극히 개인적인 사견을 담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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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득 윌북 클래식 첫사랑 컬렉션
제인 오스틴 지음, 송은주 옮김 / 윌북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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윌북 첫사랑 컬렉션

제인 오스틴 《설득》

 

 

 

 

서머싯셔 켈린치 홀에 사는 윌터 엘리엇 경이 재미 삼아 보는 책이라고는 준남작 명부뿐이었다. 준남작은 세습 작위 중에서는 최하위에 속하는 작위라고 한다. 윌터는 지위에 대한 애착과 허영심 가득한 인물이다. 그의 멋진 외모와 지위 덕분에 분에 넘치는 아내를 맞게 되었고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세 딸을 얻게 된다. 첫째가 열여섯 살인 무렵 레이디 엘리엇은 세상을 떠난다. 첫째인 엘리자베스는 어머니가 가졌던 권한과 권위를 거의 물려받았다. 덤으로 아름다운 외모는 부모님으로부터 모두 물려받아 영향력을 행사하기 충분했다. 첫째의 광채에 남은 두 딸의 장점은 잘 드러나지 않게 되는데 특히 둘째 앤은 아버지와 언니에게 무시당하기 일쑤였다. 무슨 일이든 양보해야 하는 사람은 늘 자신이었다. 이것이 둘째의 설움이던가. 그나마 셋 중에 앤을 가장 아끼는 대모, 레이디 러셀(어머니의 친구)에게서 어머니의 그리움을 해소할 수 있었다. 

 

​아버지와 언니의 허영심은 빚이 감당 못할 정도로 늘어났고, 결국 집을 임대하지 않으면 안 될 상황이 돼버렸다. 그런데 그 집에 구남친의 누나 부부가 들어올 줄이야. 앤이 열아홉 살에 만난 프레더릭 웬트워스와 관계는 사랑하는 대모 레이디 러셀과 아버지의 냉대에 설득당해 그의 청혼을 거절해야만 했다. 그리고 8년이 지나 다시 만난 그. 

 

 

 

앤은 다른 사람들의 뜻에 따라 그를 포기했다. 

설득에 쉽게 넘어간 탓이었다. 

나약함과 비겁함의 결과였다.​

p91

 

 

 

운명의 여신은 그들의 편이 맞는 걸까. 앤과 웬트워스는 자주 마주치지만 쉽게 기회가 주어지지 않고 오해와 편견만 쌓아지고 있었다. 웬트워스가 다시 돌아온 이유는 결혼한 처자를 찾기 위해서라지만 앤의 주변을 겉도는 것이 수상했다. 그런 사이 앤에게 유력한 결혼 후보가 나타났으니, 준남작 엘리엇 경의 재산 승계 내정자인 엘레엇 씨가 앤에게 호감을 보이기 시작한 것이다. 거기에 앤의 동생 메리의 시누이 루이자의 사고로 책임감을 갖고 약혼한 웬트워스. 조용히 둘이서 진도를 나가긴 글러먹은 상황. 이 둘의 결말은?

 

 

제인 오스틴이 투병 중에 탄생한 <설득>은 기존의 작품처럼 당시 귀족사회, 결혼 풍습, 성차별 등은 재치 있게 고발하고 있었다. 상속자 명단에서 열외 되는 대상이 여성이라는, 불평등을 아주 당연시 받아들인 시대에 살지 않았다는 것에 분통과 감사함을 느끼며 읽어내려갔다. 오스틴이 집필한 시절 영국에서 결혼은 재산과 지위를 중심으로 한 정략결혼이 흔했기에 애정으로 짝을 정하기에는 주변 사람들이 가만두지 않았을 것이다. 전지적 시점으로 열렬히 참견하며 자신의 뜻대로 설득을 했을지 아주 뻔하다. 사공이 많으면 배가 산으로 간다하지않는가. 자신의 의지를 표명하기 위해 많은 사람들을 설득해야 했던 시절이었던 것 같다. 

 

 

​어찌 보면 우리는 설득과 늘 함께 했다. 나 자신에게, 당신에게, 집단으로부터, 사회로부터 등. 설득을 시키고 당하고. 자신이 가진 신념을 지키기 위해 설득을 하거나 설득을 당하지 않으려 부단히 애쓴다. 누굴 위해서가 아닌 자신을 위한 선택으로 후회 없는 삶을 살고 싶다. 과거에 머물지 않고 현재에 안주하지 않으며 오늘보다 내일이 더 나은 내가 될 수 있도록 매 순간 나를 설득하다 보면 나에게도 그대에게도 좋은 사람이 되지 않을까. 

 

제인 오스틴은 노처녀로 생을 마감했지만 한 번 결혼을 할 뻔했다. 스물일곱 살 때 큰 땅을 상속받을 남작에게서 청혼을 받았지만 다음날 철회한다. 그녀는 물질적 풍요보다는 애정으로 시작하는 결혼을 꿈꿨던 게 아닐까. 그 마음이 <설득>이라는 소설에서 잘 보이는 듯하다. 

 

제인 오스틴 표 고전 로맨스는 믿고 보는 소설이다. 영화 드라마 연극 등 여러 채널에서 지금껏 회자되는 이유는 분명하다. 두근두근, 쫄깃쫄깃, 애달복달하며 읽게 되는 매력적인 그녀의 소설은 계속 찾아보게 되어 있다. 윌북 첫사랑 컬렉션에 큰 자리를 차지한 건 당연한 것이다. <오만과 편견> <노생거 수도원>을 재밌게 읽었다면 이 작품을 읽어야 한다. 오스틴의 가장 완벽한 소설이니까.

 

 

 

 

 

 

*윌북 첫사랑 컬렉션 서포터즈로 제공받은 도서로

지극히 개인적인 생각을 담아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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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와 그 휴머니스트 세계문학 7
조르주 상드 지음, 조재룡 옮김 / 휴머니스트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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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머니스트 세계문학 7


『그녀와 그』


조르주 상드/ 휴머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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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세기에 접어들어서야 자유로운 연애가 가능했다. 이전까의 결혼의 형태란 모종의 계약이었으며 집단의 이익을 위한 수단으로 활용되었다. 그러다 보니 근친혼으로 인한 부작용으로 그들의 수명은 길지 않았고, 중세 교회는 애정 없는 결혼을 권장하며 금욕생활을 주장했으나 사람은 하지 말라면 더 하는 존재일터 그들은 안 그런척하며 더 열정적으로 사랑을 했더랬다. 물론 배우자가 아닌 누군가와. 사랑이 없는 삶이 가능하지 않았던 것이다.




이 책의 저자 조르주 상드는 프랑스 낭만주의 시대의 대표적인 여성 작가다. 본명은 아망틴 뤼실 오로르 뒤팽으로 상드는 필명이다. 연인이었던 소설가인 쥘 상드의 이름에서 따온 조르주 상드를 필명 삼아 첫 소설 <앵디아나>를 출간한다. 평범한 운명과 시대를 거부했던 그녀는 자유분방한 연애를 하며 창작활동을 펼쳤다. 관계에 규정하지 않았던 상드는 여러 분야의 사람들과 교류했고 쇼팽과 비롯해 수많은 사람들과 연애했다. 이 소설은 연하의 연인인 소설가 알프레드 드 뮈세와의 실제 사랑 이야기를 바탕으로 그려지고 있다.



상대를 향한 거부할 수 없는 이끌림, 나를 구속해줬으면 하는 강한 소망 동시에 나만의 사람이었으면 하는 바람이 사랑이라고 할 수 있을까? 내가 아니더라도 그의 행복한 미소가 늘 떠나질 않길, 그의 앞날이 축복 가득하길 바라는 마음이 우정일까 사랑일까. 이 소설에 사랑은 평화롭지 않다. 두 사람이 주고받는 서신과 대화에서 여러 감정을 읽어낼 수 있었다. 상대방에 대한 존중, 사랑, 갈망, 애증, 체념 때로는 비아냥 등 연애를 하면서 느끼게 되는 모든 감정을 토해내듯 소설은 이성보다는 감정에 충실했다.




테레즈와 로랑은 원초적으로 성향이 다르다. 비슷한 점이라고는 테레즈는 초상화가, 로랑은 건축화가라는 점이다. 예술가들은 보통의 감성을 지닌 존재가 아님을 알지만, 아이 같은 로랑의 광기는 이해할 수 없을 정도였다. 서로를 원하지만 함께 할수록 상처뿐인 시간들에 테레즈는 지쳐갔을 것이다. 휘몰아치듯 마음을 긁어내는 로랑보다 어릴 적부터 알고 지낸 리처드 파머에게서 안정을 찾고 싶어 하지 않았을까 싶다. 세 사람의 위한 정답은 과연 무엇일까.



╒◖═══════════════════════◗╕



고전로맨스만 읽으면 왜 이리 혼자 상황극을 하는지 모르겠다. (물론 현대 소설도 가끔 상황극을 한다.) 조르주 상드의 글을 처음 접하는데도 지나치게 감정 이입에 되어 수차례 감정을 추슬러야 했다. '니네 셋 다 왜들 이러는 거냐'라고 어이없어하면서 또다시 상황극을 하고. 안타깝고 속상한 순간들이 가슴이 저릿저릿하다가 그들의 절절한 사랑을 지켜주고 싶어 하는 파머 때문에 또 울컥하고 또 특별 게스트의 등장에 기뻐하고. 아! 이 소설은 요물인가. 롤러코스터를 몇 번이나 타게 할 참인지.




상드는 테레즈로, 뮈세는 로랑으로 대신해 그녀의 사랑 이야기를 들려준다. 로랑의 세계에 잠시 머물던 상드와 상드의 세계에 침범하고 싶어 했던 로랑의 집요한 사랑 이야기.


‘세기의 연인’이라 불렸던 이들의 사랑은 길지 않았다. <그녀와 그>는 두 번째 이야기로 첫 번째는 뮈세가 <세기아의 고백>으로 그녀와의 이야기를 발표했다. <세기아의 고백>은 뮈세의 시선으로 본 그들의 시간이었고 <그녀와 그>는 상드의 시선으로 본 둘의 이야기라고 볼 수 있다. 시인이었던 뮈세가 최초이자 마지막으로 써 내려간 소설도 궁금해진다. 그도 많이 아팠을 거라고 예상되지만 모든 사랑은 아름답기에 기록하고 싶었던 게 아닐까. 사랑... 그건 치명적인 고통이지만 그럼에도 우리는 여전히 사랑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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