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뢰성
요네자와 호노부 지음, 김선영 옮김 / 리드비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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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뷔 20주년을 맞이한 요네자와 호노부가 일을 냈다.


실존 인물인 무사와 전국시대 최고의 책략가를 내세워 써 내려간 역사 미스터리는 일본에 유명한 상을 모조리 삼키고 말았다.


9관왕 달성, 1위!! 믿을 수가 없는 수상력이다. 도대체 어떤 작품이길래?



1578년 일본 전국시대 오다 노부다가의 가신이었던 아라키 무라시게는 모반을 하고 아리오카성에서 저항을 꾀한다. 구로다 간베에는 사신으로서 성에 방문해 이 싸움은 승패는 이미 정해졌다며 아라키를 설득하려 한다. 그러나 무라시게는 마땅히 죽여야 할 간베에를 자하 감옥에 가두기로 한다.


그로부터 10개월간의 기괴한 사건, 배신, 종교 문제, 전쟁의 소용돌이에 우리는 던져진다. 또한 소설의 투 탑(무라시게 와 간베에)의 주고받는 브레인 토크에 담긴 진실을 쫓다 보면 어느새 페이지가 쑥쑥 줄어드는 것을 알게 된다. 실제 이 시기 역사적 기록은 훼손되었는지 일부 알 수가 없다고 한다. 이에 작가는 역사적 고증과 상상력을 더해 흥미진진한 역사 미스터리를 완성한 것이다.


이 소설은 네 개의 챕터인 설야등롱, 화영수훈, 원뢰염불, 낙일고영에 굵직한 사건이 연달아 발생된다. 12월부터 시작해 다음 겨울이 올 때쯤 이 책은 끝난다.



상황에 따라 주군을 바꿔갔던 장군들의 배신에 보통 가족을 인질로 데리고 있는 관습에 따라 지넨은 아리오카성에 머물고 있었지만 부친의 배신으로 목숨이 위태로워졌다. 배신자의 인질을 죽이는 것은 난세의 규칙이었으나 무라시게는 또 살려둔다. 그런데 그날 밤 지넨은 누군가로부터 살해된 것이다. 밤새 경호했던 호위대를 제외하면 지넨에게 접근할 방법이 없을터 무라시게는 범인을 찾기 위해 호위대와 파수병을 심문하기도 하고, 사건을 재현해 보기도 하지만 도무지 실마리가 잡히지 않는다. 결국 간베에의 지혜를 빌리러 감옥을 찾았고, 간베에 역시 애매한 말만 한다. 드디어 무라시게는 범인을 색출해 내는데 성공했으며 군사회의에서 사건의 전말을 공표한다. 처형이 마땅하지만 수훈으로 갚으라는 무라시게의 처신에 감동하는 범인.



노부다가 편 장수가 화살 편지로 도발한다. 매사냥을 함께 하자고.. 대놓고 너희는 졌다고 비아냥 거리는 편지였다. 이 모욕적인 편지는 장수들을 자극했다. 그동안 수훈을 달성하지 못했던 외부인 부대인 사이카와 다료의 부대와 무라시게 호위병대가 함게 야습 작전을 펼쳤고 각자 5개의 목을 들고 성으로 입성한다. 적의 부대 수장이었던 오쓰 덴즈로가 죽었다는 소식이 전해지고 어느 부대에게 큰 공이 돌아가야 하는지, 다섯 개의 목 주인을 확인하는 문제를 가지고 고민하게 되는 무라시게. 이번에도 감옥으로 향한다.



나머지 두 이야기는 스포에 해당될 수 있어 생략한다.


▣ <흑뢰성>은 무슨 뜻인가?

성의 지하 감옥이라고 한다.

간베에게 갇힌 지하 감옥을 일컫는 것 같지만 왜? 지상에서 해결하지 못한 사건을 간베에의 지혜를 빌려야만 해서?

아리오카성에서 지원군 모리를 기다리는 아라키, 칠흑 같은 지하 감옥에 갇힌 간베에 뭐가를 기다림. 그들은 각자의 감옥에 있다. 그들의 마지막은...






▣ 진입장벽을 낮게 만드는 흥미로운 전개

일본 역사를 몰라도, 다이묘?노카미를 알지 못해도 소설을 읽어내는 데는 문제없다. 막히면 검색해도 되니까. 간베에가 아라키 무라시게를 '셋쓰노카미'또는 '셋슈'라고 불러서 찾아보니 셋쓰는 지역이고 노카미는 관리인, 영주라는 뜻이었다. 소설에는 제법 많은 인물이 등장하고 그때마다 인물 소개를 아주 친절하게 설명해 준다. 메모해야 하나? 부담이 들겠지만 절대 그럴 필요 없음. 우리는 아라키 무라시게와 구로다 간베에, 이 두 사람만 집중하면 된다. 아리오카성은 끝까지 지켜낼 수 있을지, 모리의 대군을 아리오카성으로 오고 있는 것인지, 무라시게와 간베에는 어떻게 되는 것인지, 결말이 궁금해진다.


아라키는 지도자로서 가신들의 신임을 얻기 위해, 군사들이 사기가 꺾이지 않기 위해, 성안의 백성들을 위해 자신의 방식으로 성을 지켜나가고자 한다. 폭력만으로 세력을 키워가는 노부다가와는 차원이 다른 리더라는 것을 보여주고자 했다. 지도자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고 두려워해야하는 것이 무엇인지 다시 생각하게 되는 소설이다.





*출판사로부터 지원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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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락사회 - 나우주 소설집
나우주 지음 / 북티크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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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락사회리뷰

8편의 짧은 이야기를 담은 소설집이다.독특한 일러스트의 커버, 예사롭지 않은 제목이 호기심을 불러일으켰다. 책친구의 리뷰를 슬쩍 훑어보고는 반드시 읽어야겠다는 생각을 했었더랬다. 첫 번째 이야기부터 긴장의 파고가 높아진다. 며칠을 끙끙대며 읽어내려갔는지 모른다. 울기도 하고, 화를 내기도 하고, 체념하기도 했다.


술주정뱅이의 딸이란 것도, 알몸으로 머리채를 잡힌 여자의 딸이란 것도 부끄러웠다. 이 모든 게 다 나 때문이었다. 이제 더 이상, 엄마를 위한 다락방은 없었다. 그래서, 나는 아버지를 죽이기로 했다.<코쿤룸> 중에서

락스로 자신마저 정화될 거라고 생각했던 그녀에게 이제 그만 자신을 용서해라고 말해주고 싶었다. 네가 아니었어도 아빠는 엄마를.... 그리고 엄만 오히려 네가 미안해할 것이라고. 아빠도 용서했을 것이라고. 부모는 자식이 어떤 잘 못을 해도 용서하는 존재라고. 너만 너를 안아주면 된다고.


<코쿤룸> <집구석 환경 조사서> <기억의 제단(祭壇)>에는 가족사가 담겨있다. 이야기 속 화자는 가족으로 인해 자신을 조금씩 소멸시킨다. 읽는 내내 마음이 무거웠다. 책에서 빚어진 내 감정을 정리하는데 시간이 많이 걸렸더랬다.

<클리타임네스트라>는 엄마를 지킨다는 명목으로 위험한 사랑을 한다. <아름다운 나의 도시>의 허세 청년은 부유층 삶을 쫓아가다 가랑이가 찢어지게 생겼는데도 끝까지 허세를 버리지 못했다. <안락사회>는 안락사를 앞둔 개의 시선으로 전개되는 이야기다. 불평등한 사회에서 사회적 약자가 어떻게 살아남을 수 있는가라는 질문을 던진다.

<봄의 시>. 모교 교수의 한국문학을 독일어로 공동 번역을 하자는 제의를 받는다. 그런데 교수는 전혀 일을 하지 않았다.대충 먹고, 날밤을 새며 혼자 일을 끝내고 완역본을 교수에게 제출했다. 며칠 원고를 검토한 교수는 몇 군데 수정하고는 당당히 자신의 이름을 제일 앞에 삽입하고는 교수 자리가 나면 추천해 주겠다는 말로 퉁쳤다. 아무 말도 못 하고 그 길로그녀는 쓰러진다. 번아웃 증후군에서 극복하지 못한 그는 같은 마음의 병을 앓고 있는 환우들 속에 섞이면서 조금씩 자연의 순리를 깨닫게 된다.

나우주 작가의 집필 시작 이후 16년 만에 펴내는 첫 소설집이라고 한다. 그런데 왜 이제야 알게 되었을까. 많은 생각들이, 고민들이 마음과 머릿속을 헤쳐 나오게 만드는 필력이다. 모두가 평범한, 일상적이 않은 서사를 일상적인 무드로 소설에 풀어냈다. <봄의 시>의 조미자 할머니의 대사 '세상에 아프지 않은 사람은 없다'에 공감한다. 말하지 않는다고 아픔이 없는 것이 아님을 우리는 안다. '나라고 다를 것 없다는 사실이 두려웠다. 한편으로 다행스러웠다.' 이 책을 한 문장으로 말한다면 마지막 문장이 아닐까.






📓 책 속 문장

𓀬 나는 가족에게도 묻고 싶었다. 불확실한 미래를 견디기 위한 나름의 좌표 같은 것이 당신들 가슴속에도 있는 거냐고. 원래 가족이란 게 이런 건지, 살다 보니 그리되는 건지, 구차하리만치 아등바등 사는데도 내 가족은 왜 가 이 모양인 건지. 알 수 없었다. <집구석 환경 조사서> 중에서

𓀬 정말이지 아빠 없는 나는 그런대로 견딜 만했다. 하지만 남편 없는 엄마는 내게 너무나 어려운 과제라고. 엄마가 나보다 아빠를 먼저 만났기 때문이라고. 아빠를 만나기 전에는 나처럼 미끈한 여자애였다고. 시인을 꿈꾸던 소녀였고 <클리타임네스트라>중에서

𓀬 아무도 미워하지 않고 아무도 원망하지 않고 아무것도 적극적으로 하지 않고 그저 오빠 대신 자신을 내주는 것만이 자식을 지키는 것인 줄 알았던 그래서 무어라 언급할 수 없는, 급기야 관계를 다 놓아버린 엄마는 진정 영악한 사람이다. <기억의 제단(祭壇)>중에서

𓀬 "저렇게 잭팟이라도 터뜨리는 걸 보면 나는 여길 더 뜰 수가 없어. 내게도 그런 기회가 올 거 같거든." <아름다운 나의 도시>중에서

𓀬 최변이 모르는 게 있다. 내가 언제인가부터 그의 휘파람 소리에도 침을 흘리지 않게 되었다는 것을 말이다. 한 날, 나는 다짐했었다. 가끔은 나를 속이기도 하는 저 소리에 침 흘리지 말자고. <안락사회> 중에서

𓀬 "세상에 사연 없는 사람이 어딨어? 밖에 있는 사람들도 다 힘들게 살아. 병원에 안 와서 그렇지. 다들 아프다고. 이제라도 나는 아프다 받아들여요." <봄의 시> 중에서


출판사 지원도서로 개인적인 소견을 담아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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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은 내가 가장 듣고 싶던 말
따듯한 목소리 현준 지음 / 더퀘스트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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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밤이 편안하기를

《사실은 내가 가장 듣고 싶던 말》

_따듯한 목소리 현준

불면의 밤이 찾아올 때면 어김없이 ASMR 영상을 뒤적거렸다. 각종 사물의 소리와 알 수 없는 입소리들이 즐비한 그 세계가 어느덧 지겨워졌다. 들릴까 말까 한목소리로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내는 수다 ASMR로 갈아탔다. 그리고 그 또한 물려서 최종 책을 읽어주는 영상에 안착했다. 유아기 때 습성대로 책 읽어주는 음성이 불면의 밤에서 해방될 수 있었다.

'따듯한 목소리 현준'이라는 채널은 오래전부터 구독하고 즐겨 듣고 있었다. 편안하게 낭독해 주는 그의 목소리는 섬세함이 가득 묻어 있었다. 포근한 호박색? 세피아 빛 조명은 촛불 하나로도 충분히 밝고 따뜻하다는 걸 반증하는 듯 했다.그의 꿀 보이스는 천성적인 게 아니었다. 그의 브이로그를 시청하다 발견.오랫동안 낭독을 훈련하고 연구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역시 노력형이었다는!



이런 그의 첫 번째 에세이 《사실은 내가 가장 듣고 싶던 말》가 내 손에 들려졌다. 예고 영상을 시청했던 터라 기다리고 있었던 책이었다. 본 책을 낭독하기 전, 인트로를 통해 보았던 그의 소소한 일상과 생각들을 담았을 것이라고 짐작은 했지만 시인의 재능도 있을 줄이야. 정말 이 책에 온 마음을 담았구나라는 생각이 든다.

나와 같은 불면인으로서 배게 유목민 생활을 했었고, 매우 내향적인 성격이지만 전국노래자랑에 도전했다가 역시나 긴장해서 5음절도 못 부르고 탈락한 사연, 당근마켓에서 사기당한 경험 등 웃프지만 깔깔거리며 웃기보다 조용히 미소 짓게 되는 글들이 있었다. '부끄러움이 많고, 타인의 시선을 많이 의식하지만 부단히 마음이 원하는 길을 걷는 사람입니다'라고 소개한 저자의 모습 그대로가 책에 녹아 있다.

편의점 도시락을 눕힐 수 있도록 큰 봉투에 담아주는 것에 기뻐하고 감사의 마음을 표하는 그는 말한다. 사소한 배려가 좋은 사람이 되는 가장 쉬운 방법이라고. 진정한 행복을 하는 사람이다. 특별한 일이 없이 지나가는 평범한 일상이 행복이라는 것을 실감할 때가 있다. 무소식이 희소식이듯 아무 일이 없는 평온한 일상이 우리에게는 더할 나위 없이 행복한 하루라는 것을.

《사실은 내가 가장 듣고 싶던 말》의 다정한 문장들은 소란스러운 마음을 거둬주고 온기로 채워주었다. 좋은 사람과의 대화는 기분 좋은 마음으로 하루를 마무리할 수 있다. 그런 사람을 늘 가까이에 두고 싶다. 이 책도 마찬가지다.

🌠 알프레드 아들러의 말처럼 자신을 싫어하는 사람의 영향을 받아 흔들리지 않으려면 ‘용기’는 꼭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그 용기라는 것이 항상 ‘들이받을 용기’가 아니라도 ‘힘을 뺄 용기’라도 충분하다고 생각해요.

🌠 모든 사람들에게 친절할 필요는 없지만, 모든 사람들을 존중할 필요는 있습니다.

🌠 누군가를 대하는 순간순간들이 모여 나의 인격을 형성한다.

🌠 걱정을 걱정의 형태로 계속 남겨둘 것인지, 아니면 평온한 마음과 지식으로 그 형태를 바꾸어 갈 것인지, 역시 선택은 자신의 몫이 아닐까 합니다.


*출판사 지원도서로 개인적인 소견을 담았습니다.

#사실은내가가장듣고싶던말 #따듯한목소리현준

#북투버 #꿀보이스 #더퀘스트

#다정한에세이 #에세이

#도서추천 #추천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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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의 말들 - 인생에 질문이 찾아온 순간, 그림이 들려준 이야기
태지원 지음 / 클랩북스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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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사에 의연하거나 초연할 수는 없지만, 흔들림 속에서도 중심을 잡으며 한 발짝씩 나아가는 것, 그것이 어른이 되어가는 과정인걸요. 그렇게 발걸음을 내디디며 찾아낸 답을 이 책에 담았습니다.


이 책의 저자는 온라인 글쓰기 플랫폼 브런치에서 유랑선생으로 활동 중이다. 명화를 주제로 한 연재한 매거진이 제8회 브런치북 출판 프로젝트 대상적으로 선정되면서 인문 에세이 <그림으로 나를 위로하는 밤>을 출간했다. 그의 글에 큰 감동을 받았다는 피드백에 명화를 통해 얻은 지혜와 통찰의 글을 계속 연재했고 이번에 <그림의 말>로 출간되었다. 이번 책은 혼란 속에서도 중심을 단단하게 잡아나가는 이야기와 앞을 향해 전진하는 이야기를 주로 다뤘다고 한다. 어른이 되는 길목에서 그림에게 배운 32가지 삶의 지혜가 담겨 있는 책이었다. 아름다운 명화와 삶의 지혜를 동시에 볼 수 있는 책이라니! 나는 이런 책이 너무 좋다. 그림이 없는 인생은 내겐 없었다.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속는 셈 치고 '꾸준히'라는 말을 믿어보는 것도 좋다. 나 역시 이 말의 힘을 믿는 편이다.



수많은 출품 거부와 살롱에서의 7년간의 외면에도 묵묵히 자신의 그림을 그려왔던, 19세기 프랑스 풍경화의 대가 테오로드 루소를 만나본다. 그는 외골수였다. 보통은 비평에 조금은 변화를 줄 법도 한데 그는 소재를 바꾸지 않았다. 흔들리지 않는 그의 뚝심은 결국 살롱전에서 1,2위를 나란히 수상했고 프랑스 화가의 최고 영예인 레이종 도뇌르 훈장을 받는다. 자신을 믿고 '꾸준히' 연습한 결과였을 것이다.



나는 배움과 꾸준함을 인생의 모토로 삼고 있다. 나의 온라인 닉네임은 이키다와 쿠쥬니인데. 배움과 꾸준함에서 비롯된 이름이다. 내게 필요한 것들을 꾸준히 익힘으로써 조금이라도 괜찮은 나이길 바라는 마음으로 만들었다. 언젠가는 그 배움을 나누는데 꾸준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소박한 행위와 작은 성취가 쌓이다 보면 마음이 단단해진다. 의외의 결과가 나타날 때도 있다. 작은 것에 정성을 쏟는 아름다움을 기억하다 보면 무기력의 순간도 점차 사라진다.



요하네스 베르메르의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를 본다. 이 그림은 네덜란드의 모나리자라고 불리는 것만큼 모르는 사람이 거의 없을 것이다. 영화와 각종 패러디 소품들을 통해 익숙한 그림이기도 하다. 일상적인 장면을 신비하고 경건한 분위기로 화폭에 담아내는 베르메르의 그림을 보면서 작은 일이라도 집중하고 있는 그 순간은 고요한 아름다움을 풍긴다는 것을 알 수가 있었다. 나에겐 소박하고 아무렇지도 않은 일들이 타인에게 다르게 보일 수도 있다는 것. 모든 일은 나름의 가치를 가지고 있다는 것에 위안을 얻는 그림이다. 매일 아침 노트에 기록된 투 두 리스트를 하나씩 지워가며 하루를 알차게 보내는 나 자신에게 칭찬을 해줘야겠다. 한두 개 빠뜨렸다고 실망스러운 하루를 보냈다는 생각보다 무엇인가를 하고 있다는,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 노력을 하고 있는 나 자신을 응원하련다.




이 책을 만나기 전 온라인문고 사이트에서 책 소개에 딱 꽂혔던 문장.  '그림 고민 상담소'였다. 아름다운 그림에서 인생의 해답을 찾아가는 과정을 함께 하고 싶었다. 어느 철학, 심리학 도서 못지않은 지혜와 통찰이 담겨 있는 책으로 미술사조와 화가의 삶을 함께 볼 수 있어 더욱 유익했다. 서둘러 읽기 보다 천천히 음미하고, 사색하고 읽기를 추천한다. 명화와 좋은 글의 콜라보. 이것보다 좋을 수 없는 것 같다.




*출판사 지원도서로 개인적인 소견을 담아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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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 #지혜 #자기계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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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 못 드는 밤의 궁궐 기담 궁궐 기담
현찬양 지음 / 엘릭시르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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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잠 못 드는 밤의 궁궐 기담




🔖33. 부엉이 소리는 임금의 광증을 부추긴다. 형제와 조카들, 아버지의 팔과 다리였던 사람들을 무수히 베고 나서야 왕이 됐던 임금이 두려워하는 것이라고는 하늘에서 보낸 보엉이의 소리뿐이다.




🔖33. 죽은 사람의 이름을 꺼내선 안된다. 특히 팔월에는 더더욱.



고양이매는 부엉이를 이르는 말로 태종이가 부엉이를 두려워 한데는 신덕왕후 강씨와 정도전의 원혼이 부엉이에 깃들어 나타나기 때문이라고 한다. 외척의 도움으로 왕이 된 태종은 즉위하자마자 위척을 경계했고 그로 인해 교태전은 냉궁이 되었다. 


어김없이 올해 팔월도 고양이매가 궁에 나타나 밤새 울고 있다. 궁은 고양이매를 쫓아내기위해 부산했다. 으스스한 분위기를 견디지 못한 어린 신입궁녀들은 베개를 들고 백희의 방으로 모여 그들만의 기담회를 열다가 경안궁주에게 들키고 만다. 냉궁이 지루했던 그녀에게 궁녀들의 기담은 솔깃한 화제였기에 그 이야기를 들려달라고 궁녀들을 겁박한 끝에 기담회에 함께 참여하였으나, 입을 잘못놀려 사라진 궁년들이 많았기에 긴장하며 이야기보따리를 풀어낸다.




경복궁 터가 이전에는 도깨비집이었다는 것, 그 도깨비는 백 명의 사람을 먹어야 살 수 있다는 것, 웃지 않는 궁녀가 물고기였다는 추측과 빨래터에서 사라진 궁녀는 금기하던 우물을 들여다보았기 때문이라는 등 다양한 기담을 엿볼 수 있다. 신입궁녀들에게 제공되는 '궁녀 규칙 조례' 안에는 금지와 권고사항이 기록되어 있는데 궁에서 살아남기 위해 반드시 지켜야 하는 항목들이었고 대부분 벌어지는 괴담은 그 문서와 관련된 이야기들이었다.



하나의 괴담이 종결되면 등장했던 괴물에 대한 코너가 마련되어 있었다. '괴이도감'에서 유래와 대표적인 사건등이 기재되어 있어 이 소설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많이 된다. 그리고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조선사를 복기할 수 있어 너무 좋았다. 그런데 한 권에서 끝나는 이야기가 아니었다는 것! 본격적인 이야기는 다음편에 이어질 것 같다. 궁궐에서 벌어지는 괴이한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입궁시킨 강수의 액션이 따로 없었기 때문이다. 강수와 비비의 대립을 기다리고 있었는데 끝까지 나오지 않았다. 이들의 만남이 너무 궁금한데... 작가님 언넝 2탄을 내놓으시지요..




이 책의 저자는 곽재식 작가의 <한국 괴물 백과>를 보고 반드시 소재로 한 이야기를 써야 한다고 다짐한다. 괴물의 출현 장소는 모두가 다 아는 경복궁으로 선정되었다. 귀신들의 단골 장소 폐교, 폐가가 아닌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경복궁이라니, 흥미 요소가 배가 되는 역할은 역시 장소인가!


배경은 조선 태종 6년(1406년)에 벌어진 이야기로 호칭은 다소 혼란스러울 수 있다. 조선의 제도와 품계를 확인하는 명칭은 세종 이후에 정립되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러나 무슨 상관인가! 소설이고 재밌으면 그만이지. 그러니까 작가님 2탄을 어여 주세요.




*출판사 이벤트도서로 개인적인 소견을 담았습니다.

#잠못드는밤의궁궐기담 #현찬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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