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별이 서성이다, 나에게 왔다
서미영 지음 / 메이킹북스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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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는 좋아하고 싶다고 좋아지는 게 아닌 것 같다. 시의 언어를 독해하는 방법이 학습으로 가능한 것 같지도 않다. 시를 봐도 도무지 그 속내를 알 수가 없었다. 시와 나와의 매칭은 실패라고 생각하고는 읽기를 포기했던 터였다. 그런데 요즘 들어 詩라고 할 만큼 아름다운 단어와 문장이 즐비한 소설들이 눈에 들어온다. 우리 나라말에 이리도 어여쁜 말이 많았나 싶을 정도로. 나의 감성코드에 변수가 생긴 걸까.

특별한 이슈가 없더라도 우리는 일상 속에 많은 감정들과 함께 한다. 만남과 사랑, 오해와 갈등, 이별과 그리움. 반복될수록 노련해질 것 같은데 생각 외로 마음은 늘 힘들어한다. 상처받지 않으려고 잠가 놓은 서랍은 어찌 그리도 쉽게 열리는지.

평안한 일상에

문득

당신이 끼어드는 하루

내내 잘 버티다

그렇게

무너지는 하루

슬픔을 직시해야 해결점을 찾을 수 있다는 친구의 댓글을 보고 내 마음가짐이 달라졌다는 것을 깨달았다. 톡 하고 살짝 건드리면 산산이 부서질 것 같았던 심연 속에 아픔들을 누르고 또 눌러왔던 나. 다시 떠오를 것 같은 실마리를 주지 않기 위해 부러 기분 좋아지는 것만 찾아 가까이했더랬다.

나의 슬픔을 나누고 싶지 않았다. 분위기를 흐리는 일이며, 폐 끼치는 일이라고 생각했었기 때문이다. 그 생각은 썩 좋은 게 아니었다. 자신의 기쁨과 슬픔을 나눌 줄 알아야 타인에게 진심 어린 축하와 위로를 건네줄 수 있는 사람이 될 수 있다는 걸 알았다. 유창한 언어를 구사하지 않아도 곁에서 가만히 들어주는 것만으로, 떨리는 손을 잡아주는 것만으로도 큰 힘이 된다는 걸 이제는 안다.

시집 《이별이 서성이다, 나에게 왔다》은 총 3부로 나뉜다.

1부 이별이 서성이다

2부 그리움에 잠기다

3부 마음 산책을 나서다

제목만 보면 고통으로 점철된 이별을 그린 듯해 보이지만 그렇지만은 않다. 상실 후 진화된 우리의 성장도 담겨 있다.

시를 제대로 느끼려면 낭독을 하라는 말을 들었다. 얼마 전 백영옥 작가의 낭송한 쉼보르카의 끝과 시작을 듣고 영감을 얻어 이 책의 모든 시詩를 육성으로 녹음했다. 그리고 일부는 필사를 했다. 시의 언어에 내 목소리를 얹자 날숨에실린 단어 하나하나에 마음이 스며들었다. 시詩는 이렇게 느끼는구나. 한 해가 저무는 요즘에 더 좋은 시집인 것 같다.




*이벤트 당첨으로 제공받았지만 개인적인 소견을 담아 작성하였습니다.

#이별이서성이다나에게 왔다 #서미영 #메이킹북스

#신간도서 #시 #詩 #이별 #성장 #마음산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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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첫 미술사 수업 - 평등한 세상으로 나아가기 위한 관점을 배우다
강은주 지음 / 이봄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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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주의 관점의 미술사 읽기는
인간은 누구나 평등하다는 명제에 공감하는
모든 이들을 위한 공부입니다. 여성뿐 아니라
지금껏 소외되어온 모두를 위한 미술,
누구나 주체가 되는 미술을 위한 첫 걸음입니다.”

 


이화여대의 인기 절정 강의가 있다. 교양수업 '여성과 예술'이다. 이 수업은 인간의 역사로서 당연하게 여겨진 모든 것들에 의문을 제기한 미국의 페미니스트 미술사학자 린다 노클린의 “왜 위대한 여성 미술가는 존재하지 않았는가?”라는 질문의 의미를 집요하게 파헤치는 강의이다. 그 관점을 따라 제시되는 다양한 이미지 예시와 해석은 25년 동안 한 번도 대중에게 공개된 적이 없었으나 이봄 출판사의 애정공세로 드디어 25년 만에 아카데미에서 소수에게만 공유되었던 수업을 책으로 공개하게 되었다. 공개하는 김에 현장감을 살리고자 여러 학기의 강의를 녹취해 책으로 만들었다고 한다. 오호~ 이런 고귀한 책이 내 손안에 !! 무한 감동이로세.

 


가장 많이 읽히고 추천받는 곰브리치 <서양미술사> 초판에는 여성 예술가는 실리지 않았으며, 도 다른 대표 미술사 책으로 미술사학자 잰슨이 쓴 <미술의 역사>에도 단 한 명의 여성 예술가가 언급되지 않았다. 그나마 곰브리치 마지막 개정판 1990년에 이르서야 여성 예술가를 포함시킨 것은 페미니즘 미술사가 20년 넘게 연구되던 시기였기 때문이다.

 


오래전부터 위대하다고 정의해놓은 소수의 남성 미술가들을 중심으로 그들의 계보를 밝히는 데 초점을 두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다양한 예술가들이 배제되었던 것이다. 여성 화가는 하물며 남성 화가의 모델로 서게 되면서 이름을 알리게 되거나 그들의 로맨스에 참여 대상으로 언급이 되는 정도였다는 것, 오히려 미술가사들이 아닌 인문학자와 문학가들이 여성 미술가들의 존재를 언급하고 있었다는 점이 참 속상했다.

 


이 책의 수업은 크게 두 가지 흐름으로 진행된다.
⑴미술의 역사에서 여성 미술가가 어떠한 위치를 차지해왔는지 살펴보기
⑵미술에서 여성 이미지가 어떻게 재현되었는지 살펴보기

 





 

 


● 미술을 새로운 정보가 아닌 새로운 관점으로 접근하면 완전히 다른 세계가 열린다.
그동안의 그림 감상법은 화가의 생애, 예술 사조 등과 같은 고급 정보를 알면 아는 만큼 보인다는 방식을 고수했다. 전문가들이 그림 정보를 발굴해 주지 않으면 어디까지나 사적 감상에 머물게 된다. 그러나 '이미지 문해력'의 차원에서 접근하면 미술은 이전과 다르게 감상될 수 있음을 저자는 말한다. 이미지 문해력이 중요성을 강조하며 그 힘을 이 책으로 길러낼 수 있게 우리를 인도한다. 2권이 출간되기 전에 더 심도 있게 읽어봐야겠다.

 


이 책에는 1970년대 이후 페미니즘 관점에서 미술사를 연구해온 린다 노클린, 캐럴 던컨, 휘트니 채드윅을 비롯한 페미니스트 미술사학자들의 주장과 견해를 바탕으로 한 저자만의 독창적인 해석과 견해가 담겨 있다. 또한 제도적 틀 속에 존재하는 성과 권력의 문제를 시대사적, 주체적으로 살펴볼 수 있었다. 균형 잡힌 시각으로 미술사를 바로 볼 그대에게 추천하고 싶다.

 


P. 114
누군가의 작품을 평가할 때, 앞선 대가의 이름을 빌려서 ‘누구누구의 스타일’이라고 말하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는 점입니다. 미술가의 독립성을 인정하지 않는 말이에요. 미술가만의 고유한 특성에 주목하는 게 아니라 대가의 이름을 빌려 특정한 사람의 스타일로 한정하여 결과적으로 낮추어보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페미니즘 미술사가 발전한 이후에도 우리는 과거의 여성 미술가들을 이야기할 때 너무나 쉽게 남성 대가의 작품에 견주어 그 특징을 설명하곤 하는데요, 분명 지양해야 할 표현입니다.

 


* 출판사 지원 도서로 개인적인 소견을 담아 작성하였습니다.
#우리의첫미술사수업 #강은주 #이봄
#체성모의손에잡히는독서 #서평단
#미술 #교양 #신간도서 #미술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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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천천히 오래오래 소설, 잇다 1
백신애.최진영 지음 / 작가정신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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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잇다❜는 근대 여성 작가와 현대 여성 작가의 소설을 한 권에 담아 함께 읽는 시리즈이다. 이 시리즈의 가장 큰 특징은 강경애, 나혜석, 백신애 등 충분히 회자되지 못한 대표 근데 여성 작가들의 주요 작품을 현대 작가들의 시선을 통해 새롭게 주목해 본다는 것이다.

첫 번째 이야기 『우리는 천천히 오래오래』에서 여성과 사랑에 대한 글을 품고 있었다. 1930년대 근대 여성작가와 현대 작가의 100년의 시간을 넘어 '사랑'으로 연대를 통해 묵진한 메시지를 던져주는 작품이다.

고 백신애(1908.5.19~1939.6.25)는 하룻밤에 휘갈겨 쓴 단편을 응모하여 최초 신춘문예 여성 작가가 된다. 등단을 했으나 다시 작품 활동을 한 건 죽기 5년 전부터라고 한다. 어린 시절 겁쟁이라고 불렸던 그는 정열적이고 낭만적인 삶을 살았다. 오로라를 보겠다고 블라디보스토크 밀입국을 강행하더니 유치장에 감금되었고 우여곡절 오른 귀국길에서는 일본 경찰에게 체포되어 지독한 고문을 받기도 했다. 여성운동가로서도 열렬한 활동을 했던 그는 31상에 췌장암을 진단받고 얼마 되지 않아 요절했다.

17세에 시집와 혹독한 시집살이를 한 주인공이 남편의 바람피우는 것을 보자 미쳐버린 이야기 <광인수기>, 세 번의 우연한 만남은 운명을 느낀 S에 대한 사랑과 투병 중인 자신의 신념을 다져내었던 <혼명에서>, 예비 약혼자의 아우를 보고 반한 30대 미망인 예술가의 <아름다운 노을> 등 세 편을 이 책에서 읽어내면서 떠오른 영상이 있다.

문소리와 서강준 주연의 단편 드라마 <하늘재 살인사건>도 젠더 배치가 역전되어 있다. 정분(문소리)과 윤하(서강준의 첫 만남은 전쟁통에 미망인과 소년이었다. 그리고 세 번째는 장모와 사위라는 위치에서 만난다. 윤하는 소년 시절 처음으로 따스함을 보여준 정분에게 남자로 다가가기 위해 그녀의 딸과 사랑 없는 결혼을 한다. 그리곤 윤하는 정분에게 말한다. 다시는 헤어지지 말자고. 정분과 윤하의 사랑은 아름답지만 잔인했다. 어리광대며 치근거리던 윤하에게서 정규를 보았고 그런 윤하에게 자꾸 끌리는 자신의 마음에서 죄책감을 느끼던 정분에게서 순희가 보였다.

백신애가 그린 여성과 사랑은 애달프고 위태롭다. 이 땅에 여성이 사람으로 인정받기 힘들었던 시절에 억압과 탄압을 운명이라 여기고 오직 자식만을 위해 참고 또 참았던 우리의 어머니들의 삶이었다. 이에 최진영은 무해하고 안전한 사랑을 메이킹 한다. <우리는 천천히 오래오래>에서는 여성과 여성이 주인공이다. 사랑이 주는 다정함과 위안, 설렘과 따뜻함을 쓰기 위해 잠재적 가해자인 남자를 투입시킬 수 없었다고 한다. <아름다운 노을>에 순희와 정규의 이름을 그대로 데려와 한 땀 한 땀 수놓았던 따뜻하고 반짝이는 마음들. 웅덩이에 발을 구르기도, 뛰면서 소리 지르며 빗속 달리기를 함께 할 연인들. 그들의 사랑을 보면 안심이 된다.

최진영 작가는 제13회 백선애문학상의 수상자였다.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소설을 통해 그들의 목소리를 내어주던 주는 작가다. <내가 되는 꿈>으로 처음 알게 된 그의 무해한 글을 또다시 볼 수 있어 좋았고 ❛소설 잇다❜의 첫 번째 시리즈에 첫 주자로 역임이 된 게 왜 이리 흐뭇한지. ❛소설 잇다❜ 시리즈의 두 번째 이야기가 벌써 기다려진다.

고 백신애 선생님에게 사랑은 '자유'이자 '신념'이자 '예술혼'이었으며, 최진영 작가에게 사랑이란 '다정한 위안, 설렘과 따뜻함이 주는 것이었다. 우리의 사랑이 언제나 평안하길 바란다.

*출판사 지원도서로 개인적인 소견을 담아 작성하였습니다.

#우리는천천히오래오래 #백신애 #최진영 #작가정신

#소설 #소설잇다 #소설잇다시리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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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이 물었다 - 소중한 것들을 지키고 있느냐고
아나 아란치스 지음, 민승남 옮김 / 세계사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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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폐소생술을 진행할 수 없었다. 서명하러 닥터 룸으로 갔다. 중환자실에 입원 후 조치 내용부터 지금까지의 수치 안내를 받으며 인정해야 했다. 곧 엄마가 떠난다. 더 이상 해드릴 게 없다. 울음을 참으며 빠르게 옥상으로 갔다. 나는 무너졌다.

 

 


2020년 6월 28일. 생신을 이틀 앞두고 돌아가셨다. 유골함을 안고 친정으로 향했다. 상을 처음 치르던 나는 이 과정들을 끝나기를 기다렸나 보다. 남편과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도 난 멍했다. 그리고 집에 도착하고서 터졌다.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일이었다. 그렇게 난 철저히 붕괴되어갔다.

 

 


죽음으로 목도한 게 처음은 아니었다. 20대 초반에 둘도 없었던 친구의 죽음이 나에게는 첫 번째였다. 그 친구도 완치 확정인 5년을 버티지 못했는데 우리 엄마도 완치 판정 한 주 남기고 돌아가셨다.

 

 


중환자실에 의료진에게 엄마의 병명을 알리지 말아 달라고 간곡히 부탁드렸다. 엄마는 끝까지 본인의 상태를 모른 채 생을 마감하셨다. <죽음이 물었다>를 읽고 그 당시 판단이 '누구를 위한 것이었나'에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 환자들에게 그들의 심각한 상태에 대해 알 기회를 주면, 진실은 그들이 남은 시간을 의식적으로 활용하고 삶의 주도권을 잡을 기회를 제공해 준다.

 

 


생체 시계가 서서히 자연스럽게 멈춰가는 과정을 몸의 주인의 허락 없이 우리 가족은 개입했고, 마지막을 준비할 시간도 빼앗아 버렸다. 우리 엄마는 개복 후 봉합은 못했다. 그래서 수술 후 계속 마취 상태로 계시다가 돌아가셨다. 당연히 눈을 마주 보고 인사할 기회도 없었다. 2주도 안되는 짧은 시간에 벌어진 일이다. 정상적인 판단을 할 수 없던 시기였다. 엄마, 미안해요.
 

 

 

<죽음이 물었다>를 통해 완화의료의 존재를 알았다. 완화의료는 생명을 위협하는 질환과 관련된 문제에 직면한 환자와 그 가족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기 위한 접근으로 조기 진단과 정확한 평가, 그리고 통증과 기타 신체적, 심리적, 영적 문제의 필요를 통해 고통을 미연에 방지하고 경감시킨다. (80) 완화의료인이 돌봄을 받는 환자의 평균 기간이 보름이라고 한다. 맞이한 지 며칠 만에 눈을 감는 환자도 있고, 예상 수명보다 더 길게 보내는 환자도 있었다고 한다.
 

 

 

이 책은 브라질의 완화의료인이 죽음과 완화치료에 대해 쓴 에세이다. 저자는 말한다 '사람들은 결국 살아온 대로 죽는다. 의미 있는 삶을 살지 못했다면 의미 있는 죽음을 맞이할 기회를 가질 가망도 없다.'라고. 어떻게 죽을 것인가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라는 질문으로 되돌아온다. 이 책의 화두는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일 것이다.

 

 


대부분 자신과 가족의 죽음은 남의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죽음은 가까이 있다. 매일매일이 죽음을 향해 소진되는 시간임을 각성해야 할 필요가 있다. 생의 마지막을 정리하기에 보름은 너무나 짧은 시간이다. 삶의 유한성을 직시하고 후회 없는 삶을 살아가는데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이다.

 

 


가제본을 먼저 읽을 수도 있었지만 망설였던 이유는 다시 꺼내야 하는 아픔에 감당할 수 있을지 고민이 들어서였다. 하지만 잘 했다는 생각이 든다. 오로지 이 책에 몰입할 시간을 일부러 만들어 읽었다. 리뷰가 길어질 것을 예상했고 줄이고 또 줄여봤지만 역시 길어졌다. 어쩌면 이 리뷰가 그대의 콧등을 시큰하게 할 수도 있겠다. 나의 경험이 더한 글이라 조금은 양해해 줬으면 좋겠다.

 


동생과 늘 하는 말이 있다. '인간 쉽게 죽어. 하고 싶은 거 원~ 없이 다하며 살자.' 우리 자매는 하고 싶은 게 있다고 말하면 절대 말리지 않는다. 그대도 꼭 그렇게 하길.

 


*출판사 지원도서로 개인적인 소견을 담아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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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덕을 왜 자연에서 찾는가? - 사실과 당위에 관한 철학적 인간학
로레인 대스턴 지음, 이지혜.홍성욱 옮김 / 김영사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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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사람들은 인간의 질서를 정당화하기 위해 끈질기게 자연에 의존하는가?

동성애는 자연의 섭리에 어긋난다.

모든 여성의 천직은 아내와 엄마가 되는 것이다.

인민 대다수는 귀족과 성직자에게 종속되는 것이 자연스럽다.

자연은 여성의 열등성을 정당화하기 위해, 노예제나 독재를 정당화하기 위해 동원되었다.

 


 

 

책 소개 중 담긴 질문과 후킹을 보라. 흡인력 있는 문장에 읽어보지 않을 수 없다. 그래서 손에 넣었는데, 스읍~ 시원한 답을 얻기 위한 긴 여정을 예상 못 했다. 책은 굉장히 슬림하다 폰트도 큰 편이라 손목과 눈은 안락한데 머릿속은 안락하지가 않았다. 이거슨.... 논문인가? 아님 나랑 싸우자는 건가. 까짓것 해보자! 승부욕 발동 걸고 부릉부릉~

 

 

오래전부터 사람들은 자연적 질서와 도덕적 질서를, 자연적 무질서와 도덕적 무질서를 연관 지어왔다. 사람들은 일상적으로 자연을 소환한다. 무엇이 자연스러운 건지, 부자연스러운 건지 우리는 알고 있다. 그렇게 질서는 자연의 법칙을 따르고 있었다. 자연을 거들먹거리면 사람들은 금방 수긍한다. 왜? 자연의 법칙은 신의 섭리처럼 들리기 때문이다.

 

 

자연은 인간 평등의 보증자로서 인간을 해방하기 위해, 인종주의 근간으로서 인간을 노예화하기 위해 동원되었다. 고대부터 현대까지 수많은 철학자와 과학자는 여성의 열등성을 정당화하기 위해 자연을 소환했다. 여성의 지성을 폄하하기 위해 자연을 이용한 것이다. 이런 사례들이 저자에게 자연화를 비판하는 시각을 갖게 한다. 불평등에 울컥하는 나도 벌떡 일어날 지경인데 지성인인 저자는 오죽했을까.

 

저자는 규범성이라는 개념을 자연과의 관계 속에서 해석했다. 사람들이 ‘자연’이라고 생각하는 것을 특정 자연, 지역적 자연, 보편적 자연법칙 세 가지로 나누고, 각각이 사람들에게 어떤 규범을 제공하는지 논의했고, 자연이 인간사에 대해 권위를 갖는 사례들을 모아 분석하며, 자연은 어떤 것(목표물)에 필연성을 보여줄 때 연결시켰다는 것을 증명한다.

 


어떤 명제(또는 규범)를 만들기 위해 자연의 권위를 이용하기보다 인간의 이성에서 근간이 되어야 함을 저자는 말한다. 대자연 앞에 인간은 티끌도 못한 존재일 수도 있다. 인간은 자연을 훼손할 수 있지만 자연을 완벽하게 통제할 수는 없다. 당위성을 자연에서 찾는다는 건 정당하지 않다.




이 책은 일독으로는 이해하기 어려울 수 있다. 자연의 질서와 인간의 규범에 대한 탐닉으로 깊이 있는 성찰을 할 수 있는 기회가 가졌다는 것에 유용한 책이라 할 수 있겠다. 이 책이 아니었으면 이런 주제로 성찰의 기회를 얻을 수 있었을까. 과학 전공(또는 과학 철학 전공) 자가 아닌 일반 독자들에게도 충분히 매력적일 수 있을거라 생각된다.

 

 


*출판사 지원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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