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봄과 작업 - 나를 잃지 않고 엄마가 되려는 여자들 돌봄과 작업 1
정서경 외 지음 / 돌고래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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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면서 돌봄을 한 번도 겪지 않을 사람이 있을까. 사전상 '건강 여부를 막론하고 건강한 생활을 유지하거나 증진하고, 건강의 회복을 돕는 행위'인 대상자는 아이가 될 수 있고 부모 또는 형제자매가 될 수도 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대상은 '나'다. 완화의료에 대한 에세이 <죽음이 물었다>에서 읽은 문장이 그 이유이겠다.


"환자들이 온전한 인간으로서 포괄적인 돌봄을 받을 수 있도록 해주는 나의 모든 일들은 우선 나 자신과 내 삶을 보살피는 데 헌신한 뒤에야 의미를 지닐 수 있다. "


이유 막론하고 우리는 자신의 돌봄을 우선으로 해야 한다. 그런데 그놈의 호르몬!!! 아이만 봐도 젖줄이 흐르는 강력한 모성애 앞에선 기꺼이 내 몸을 갈아낸다. 어미가 된 적은 없다. 딸 아들을 모두 가진 동생 덕분에 보조 양육자로서 부캐를 가진 적이 있었더랬다. 양육에만 몰입하던 동생에게 요가 자격증을 따라고 부추긴 이모였기에 기쁘게 동생의 빈틈을 채워나갔던 시절, 나는 육아라는 것을 경험했다. 웬걸.. 하루 종일 보는 것도 아닌데 그 집을 나서는 순간, 자유의 소중함을 격하게 깨달았다는!

 


<돌봄과 작업>의 가장 일상적인 형태인 양육을 다루고 있다. 다양한 직업을 가진 필자들은 양육에 조건과 상황도 달랐다. 어미라면 늘 고민하는 양육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털어놓다. 시나리오 작가 정서경, 소설가 서유미, 아티스트 전유진, 번역가 홍한별, 입양 지원 실천가 이설아, 과학기술학 연구자 임소연과 장하원, 미술사 연구자 박재연, 인터뷰어 엄지혜, 편집자 김희진 등 참여했다.

 


먼저 이 책의 표지 작업을 하신 서수연 작가의 이야기부터 시작된다. 글보다 더 많은 이야기가 담긴 일러스트를 보았다. 아이들이 모두 잠든 밤, 컴컴한 거실에서 비밀처럼 그린 그림들.. 아이들에게 손이 덜 가는 날이 얼른 와서 밝은 곳에서 작업하는 날이 오길 응원하는 마음이 들었다. 이 책에 실린 사수연 작가의 그림들은 현재 #북티크에서 전시 중이라고 한다.

 


서수연 작가의 그림에 이어 편집자 노트를 읽었다. 그리고 아래 구간에서 울컥.
"당신이 태어나 자라면서 가정과 사회에서 있는 그대로 사랑받고 충분히 수용 받았다면, 당신들은 지금보다 훨씬 더 권리감 있는 인간들이 되었을 거라고. 그렇게 해서 열심 끝에 마주하는 결말이 번아웃이 아니라 창조적인 삶이 되었을 거라고."

 


우리의 어머니들은 왜 '당연히'를 의심하지 않고 벗어나질 못했을까. 우리는 왜 의무만 있고 권리는 없는가. 여자는 일과 살림을 당연히 해야 하며, 양육에 대해 전문가가 돼야 한다 등등 여자는 이래야 한다 저래야 한다는 당위성에 한 번은 갸우뚱할 만도 한데 말이지. 사회가 주는 무게감이 컸던 탓도 있을 것이다. 더구나 경제활동을 함께 한다면 살림과 육아 또한 공동 분담을 해야 하는 게 마땅하지 않는가. 왜 자꾸 도와준다고 그래? 열받게.

 


여기까지 읽고 북티크에서 진행한 <돌봄과 작업> 북토크에 참여했다. 돌고래 출판사 대표이자 편집자인 김희진님이 진행을 맡았고 이번에 동석한 작가는 임소연, 장하원, 전유진, 박재연 님이다. 세 번째 북토크라고 하는데 나는 아무래도 럭키걸인듯. 너무 좋았다. 진짜!! 정말!!! 아이가 없는 나도 이렇게 좋은데 어뭉들은 얼마나 좋았을까. 웃고 울고 돌봄과 양육에 대한 지적인 대화를 나누고 집에 돌아와 그냥 잘 수 없어 작가님들이 낭독해 주신 구간을 필사했다.




 

우리는 완벽과는 거리가 멀다. 더구나 둘 다 동시에 잘 할 수는 없다. "완벽한 부모야말로 최고의 재앙"라는 말에 안도를 해도 괜찮다는 말이다. 출근 시간 아이의 울음소리가 일하는 중에도 귓가에 맴도는 엄마들은 이제 그만 죄책감에서 벗어났으면 좋겠다. 부모로서 나 자신의 한계를 인정하고 경계를 짓는 것부터 시작하자.
세상 모든 어머님~ 나를 돌보는 데 떳떳해지길.

 

*출판사 지원도서로 개인적인 감상을 담아 작성하였습니다.

#돌봄과작업 #돌고래 #정서경 #김희진 #서유미 #홍한별 #임소연
#장하원 #전유진 #박재연 #엄지혜 #이설아 #서수연 #서유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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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와중에 스무 살 - 제1회 창비교육 성장소설상 대상 수상작 창비교육 성장소설 7
최지연 지음 / 창비교육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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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 친구 있으세요?"

"남자 친구는 없는데 남편은 있어요."

명함을 쥔 손을 거둬들인 남자는 20대 후반, 많아야 30대 초반.

그 명함은 은호가 아닌 은호 엄마에게 향하고 있었다. 민증 상 나이차가 열여덟 살. 은호 엄마는 은호를 언제 품은 거지?? 엄마 아빠가 어떻게 만나 자신을 가졌는지는 언급되지는 않는다. 다만, 결혼 후에도 그 망할 사랑의 도피를 상습적으로 하는 아빠. 남자의 눈물을 무기로 사용하는 아빠. 은호 엄마는 자신의 힘으로 남매를 키워야 했다. 이 가족은 차라리 아빠가 없는 동안이 평화로울 지경이다. 부부의 끝없는 다툼. 거기에 노출된 남매(은호와 현호).

"동네 사람들은 엄마의 사고 소식을 듣고 무슨 여자가 그렇게 억척인지 모른다고 수군거렸다. 그렇게 드세니 남편이 도망간 거라고 했다. 나는 인과 관계가 바뀌었다고 생각했다. 남편이 도망가서 드세진 게 아닐지. "

"그런데 아빠에겐 가정에 대한 환상만 있고, 가장에 대한 환상은 없었던 거 같아요. 화목한 가정을 꾸리지 못한 책임을 자신에게서는 찾지 않았죠."

"엄마가 없으면 네가 엄마인 거 알지?"

아빠와 다툰 후 가출한 엄마를 목격은 은호에게 큰 트라우마를 남겼다. 다시 돌아온 엄마는 장녀인 은호에게 살림을 가르치기 시작한다. 엄마가 나를 버릴지도 모른다는 불안은 사람들과의 관계 맺음에도 영향을 준다. 격정적인 연애가 미온해질 즘 은호는 먼저 헤어지자고 말하는 식, 그러다 자신을 붙잡으면 그 행위에 자신의 존재를 효용성을 인정받는 것 같아서 안정감을 찾는다. 엄마가 은호에게 했던 패턴이 은호가 살아가는 방식에도 반영되곤 했다.

"과거에 피어난 그늘이 현재까지 이어져 눈앞에서 캄캄하게 흔들리고 있었다."

➰줄줄 새는 마음의 구멍을 준우로 막아 보려는 시도는 번번이 실패했다. 머리로는 준우에게 기댈 게 아니라 스스로 처리해야 하는 감정이라는 걸 알고 있었지만, 나 자신이 통제되지 않았다.

➰엄마는 자신의 일상에 아무것도 스며들지 못하도록 질기고 얇은 막을 씌워 놓은 것 같았다.

"저는 저를 특별하다고 생각했던 걸까요?"

"사람은 누구나 특별해요. 하지만 마음 깊은 곳에 있는 열등감과 공허함을 보상하기 위해 일어나는 특별하다는 생각은 스스로를 힘들게 할 뿐이죠."

일찍 엄마가 된 드센 여자와 그 엄마의 딸인 k 장녀의 이야기다. 나의 스무 살이 떠오를 수밖에 없는.

큰 딸이라고 나만의 방이라는 특혜를 누렸지만 그 방은 온전히 나만의 방은 아니었다. 엄마의 눈물, 엄마의 슬픔을 공유했던 공간이었다. 엄마는 모두가 잠든 밤, 울고 싶을 때 내 방을 찾았다. 끓인 라면과 소주 한 병으로 차려진 작은 상과 함께. 나는 속으로는 화는 냈고, 겉으론 자는 척했다. 약한 모습을 내게만 보이는 엄마가 난 한심했다...... 또 눈물이 나는구만.ㅜㅜ 그때 엄마를 좀 다독여줄걸.. 엄마에게 힘이 되어줄걸... 난 너무 철없고 어렸다.

대학생 은호의 자치 생활이 어그러진 건 아빠와 이혼하고 찾아온 엄마의 동거 생활이 시작된 기점부터다. 남동생 현호는 말한다. 누나가 서울 가고서 엄마가 이상해졌다고. 남편 없이는 살아도 딸 없이는 못 살겠다고 그랬단다. 엄마의 무게. 엄마의 중력이 은호에게 버티기 힘든 무엇이었다. 엄마에게 남자친구가 생겼으면 했다. 엄마가 기댈 수 있는 사람이 생겨야 자신의 숨을 고를 수 있을 것 같았다. 교내 무료 심리 상담실에서 상담을 받으며 자신의 감정을 알아차리며 엄마를 이해하게 되는 은호. 앞으로의 은호는 달라질 것이다.

➰윤지 선배에게 다녀온 다음부터 나는 아침마다 내게 인사를 했다. 좋은 꿈 꿔. 밤의 꿈은 내가 어찌할 수 없는 영역이지만, 낮의 꿈은 내가 결정할 수 있으니까.

여드름이 청춘의 다이아몬드라고?! 개 소리다. 무엇이 정답이고, 어디로 가야 할지 방황하는 청춘은 너~~무 힘들다. 물론 중년도, 장년도 힘들다. 그 힘듦을 이해하고 서로 보듬어주는 과정이 어른이 되어가는 과정이며 우리가 함께 살아가야 할 이유이다. 사랑하는 마음 아끼지 말자. 아끼다 똥 된다. 출렁이는 인생에 맘껏 흔들리고, 힘껏 사랑해 보련다.

※ 출판사 지원도서로 개인적인 감상을 담았습니다.

#이와중에스무살 #최지연 #창비교육

#창비교육성장소설7 #성장소설 #성장소설상대상

#대상수상작 #소설추천 #신간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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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2024 Weekly Planner Two Year Diary (Happy Day)
이가서 편집부 지음 / 이가서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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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12월 초입부터 새해 준비를 합니다. 계획형 인간이긴 하지만 계획이란 게 수립되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리더라고요. 그래서 한 달 전부터 저의 마음은 이미 내년을 달리고 있었죠.

 

보통 다이어리를 몇 권을 구매하시나요? 저는 구매와 선물 또 기존에 쓰던 제품까지 세어보니 8권이 되도라고요. 과연 이걸 다 쓰나 싶겠죠. 다 씁니다. 다이어리는 사용하기 나름이에요. 독서용, 업무용, 일상용 등등 사용자의 취향과 목적에 따라 여러 권이 필요하기도 합니다. 일단 저는 독서용으로 두 권을 쓰고 있어요. 문장 수집용과 독서 기록용이고요. 일기용은 1년형, 3년형, 10년형 이렇게 세 권이 있네요. 이렇게 보니 제가 갖고 있는 게 많아 보이지는 않죠.

 

다이어리는 날짜형과 만년형이 있습니다. 날짜형 다이어리는주간, 연간, 월간 날짜가 표기 되어 있어요.달력을 체크할 수도 있고, 공휴일이나 기념일 등을 바로 볼 수 있어서 편리합니다. 그렇다면 만년형은? 네 맞습니다. 사용자가 직접 깨알같이 날짜를 기입해야 해요. 이거 보통일 아니에요. 날짜를 누락하거나 밀려 써서 요일과 날짜가 맞지 않게 되어 앞으로 돌아가 지우고 다시 쓰는 불상사를 몇 번 경험하면 압니다. 만년형은 사지 말자. 저는 만년형 다이어리에 울렁증이 있습니다.

 

이가서 위크 플래너는 디자인이 두 가지인데요. 저는 해피 데이를 골랐습니다. 사실 꽃은 생화만 좋아합니다. 의류나 문구에 꽃무늬는 현기증 나요. 당연 날짜형이고요, 특이점은 2년간 사용할 수 있다는 거예요. 가름끈이 중간에 있던데 2024년 달력이 있는 구간이더라고요.


 

양장 커버를 열면 인적 사항을 기입하는 공간이 등장합니다. 큐티하고 조신하게 이키다라고 적어주었어요.
그다음은 연간 달력과 아래에 메모할 수 있는 공간이 있습니다. 연간 목표, 계획, 이슈 등을 기록하면 좋겠어요.
 


 

 

그다음 장은 연간 플랜을 한눈에 볼 수 있고 기록할 수 있게 되어 있어요.


 

그리고 먼슬리, 위클리 이렇게 구성되어 있습니다. 여기서 주목할 점이 위클리가 두 종류로 나눠 있네요. 첫 번째 두 페이지는 유선으로, 그다음 두 페이지는 익숙한 요일별 박스형으로 말이죠. 첫 번째 위클리 공간에는 구체적인 계획을 기록하거나 마음을 다잡는 격언, 명언 등을 기입하면 좋겠단 생각이 들었어요. 또 좋은 점은 줄 간격 6mm여서 다 많은 내용을 작성할 수 있었어요. 활용도가 굿입니다.
 

위클리 공간에 이미고전 및 세계의 명언이 박제되어 있으니 요고 보는 재미도 쏠쏠하겠어요. ^^

기록과 함께 성장할 앞날을 기대해 봅니다.
2년 동안 나와 함께 할 노트야~ 잘 부탁해!



* 책키라웃 서평단 이벤트로 제공받아 작성했습니다.
#이가서 플래너 #WeeklyPlannerTwoYearDiary #이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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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구석 일기도 에세이가 될 수 있습니다 - 끌리는 이야기를 만드는 글쓰기 기술
도제희 지음 / 더퀘스트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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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타쟁이 인정. -ㅗ-;; 띄어쓰기? 그건 네이버 띄어쓰기에게 부탁해. 어휘력? 그건... 진짜 오똑하지 Σ(゚ロ、゚;)

네이버 검사기는 종종 엉뚱한 단어로 내놓는다. 작가 이름을 바꾸질 않나. 눈에 불을 켜고 감시를 해야 한다. 요 녀석! 일을 똑바로 하는지! 그럼에도 발행 후 한참이 지나 당혹스럽게 하는 오타들. 한겨울에 겨터파크 개장. 땀구멍들이 열 일 한다. 신명 나게 뿜어내는 육수들.. ∑(O_O;)

공들여 읽은 책들은 금세 휘발된다. 조금이라도 붙잡기 위해 글을 쓰기 시작했다. 서평이라고 하기에는 넘놔 가볍고, 리뷰라고 하기엔 내 얘기가 듬뿍 담길 때도 있으니 독서 일기라고 정해버렸다.

남과 비교하면서 불행이 시작된다고 했더랬다. 서평을 고오급지게, 재밌게, 혼이 쏘옥 빠지게 쓰는 사람들이 이렇게나 많다고?! Σ(・Д・)!?

책 읽고 단순한 기록만 했는데 잘 쓰고 싶다는 욕망이 발현되었다. 글쓰기 관련 도서를 읽기 시작했다. 공부하는 마음으로 시작했으나 책을 덮고는 끝, 더 이상 펼쳐보지 않았던 책들이 수두룩하다. 책만 읽어서 부자 되고 천재가 될 수 없음을 알지만도 왜 나는 읽기에만 그치는지, 뭔가 자극점이 필요했다.

<방구석 일기도 에세이가 될 수 있습니다>는 끌리는 이야기를 만드는 글쓰기 기술을 담은 에세이 형식의 글쓰기 작법서이다. 글감 찾기부터 절묘한 테크닉까지 단순하지만 확실한 공식이 이 책에 모두 실려 있다.

20년 전부터 도서 편집자였던 저자는 신춘문예에서 단편소설이 당선되어 작가로 등단했다. <난데없이 도스토옙스키>를 출간 후 글쓰기와 고전을 소재로 한 강연을 하고 글쓰기 공모전에 심사를 보기도 했다. 찐 전문가다. 도선생님(작가님 성이 도스토옙스키님을 추앙하는 호칭과 똑같은 건.. 이건 데스티니!)의 글쓰기 수업을 책으로! 대박 !

에세이는 우리말로 '수필'이며 표준국어 대서전에서 정의는 일정한 형식을 따르지 않고 인생이나 자연 또는 일상생활에서의 느낌이나 체험을 생각나는 대로 쓴 산문 형식의 글이다. 자유로운 형식의 글이다 보니 소재나 무게에 따라 경수필과 중수필로 나뉜다. <사는 게 뭐라고>, <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어>가 경수필, <자기만의 방>, <월든>이 중수필이다.




유용한 정보만을 취득하는 분명한 목적을 가진 실용 주의자들은 일기인지 분별이 되지 않았던 예전의 에세이를 나름 천대했었다. 그러나 요즘의 에세이는 확장되었다. 편하게 읽히는 성격 덕분에 자기 계발, 인문교양, 심리학, 과학 분야도 에세이 형식을 따르는 추세다. 저자는 장르의 혼종이 출현하는 이유가 부담을 덜어주는 방법으로 스토리텔링이 차용되어 보인다고 했다.

좋은 에세이는 독자의 무언가를 건드리는 글이라고 한다. 독자의 관심과 공감을 불러일으키기 위해 솔직함이 관건이다. 자신의 내면에 깊이 있게 몰입하면 보편에 닿기 때문이다. 내 글에 보편성을 첨가하려면 독자와 대화하듯이 질문을 제시하거나, 유명한 사례를 예시로 확실한 근거를 보여주거나 내밀한 개인사를 공개하는 것이다. 이때 주의할 것은 타인이 봐도 괜찮은지 검열을 하며 적당한 수위 조절을 해야 한다는 것.


잘 읽어지는 글은 어떤 글일까. 요즘의 나는 웃고, 울고, 나름 깨알 정보도 있는 글이 좋다. 재미와 감동. 정보까지 삼박자가 어우러지는 삼위일체. 나의 글이 그런 글이 되길 바라본다. 너무 무겁지 않으면서 가볍지 않은 리듬감이 있으며 가끔 밑줄 치고 싶은 지성이 묻어 있는... (너무 바라는 게 많은가?(૦்૦)ˀ̣ )

이 책에서 에세이의 정의. 특징부터 시작해 에세이 작법과 좋은 글을 더 좋게 만드는 합평 노하우, 꾸준히 에세이 쓰는 습관까지 모두 볼 수 있었다. 각 장마다 주제에 맞는 실습란이 마련되어 차곡차곡 쓰다 보면 이 책을 덮을 때 하나의 에세이가 완성될 수 있는 구성이었다.

저자는 말한다. 소설은 우회적인, 에세이는 직설적인 자기표현법이라고. 사람은 누구나 자신을 표현하고픈 욕구가 있는데 에세이로 담아내는 자가 진짜 용감한 사람이라고. 고로 나는 용자다. 나의 독서 일기가 독서 에세이로 진화하는데 걸리는 시간이 조금 짧아졌음을 느낀다.



* 출판사로부터 지원받아 개인적인 소견을 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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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들
신주희 지음 / 자음과모음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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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햄의 기원>


화자는 대학 동기였던 햄의 부음을 잠적한 옛 연인 화 씨의 전화를 받고 장례식에 간다. 기괴한 행위 예술가 햄은 기어이 말 혈청을 수혈받아 반인반수의 모습으로 지내다 죽고 만다. 예술을 숭배하는 연출가인 화 씨는 자신이 돌연 사라진 이유가 시각의 확장이 일어났고 곧 눈이 소멸해 버릴지도 있기 때문이었음을 고백한다. 앞을 보고 있지만 자신의 뒤통수가 보인다는 둥.. 그녀는 같이 병원에 가주길 바랐다. 오랜만에 재회한 화 씨에게서 들은 이야기는 화자를 뒤흔든다. 자신이 놓아버렸던 예술의 신이 어째서 그녀에게는 쉽게 닿을 수 있었는지! 혹시나 그녀의 눈이 기능적으로 문제가 있는 건 아닌지 확인하고자 함께 병원에 간다. 역시나 외과적 기능은 정상. 화 씨는 병원을 다녀온 후 정상인의 눈은 버리고 예술가적 눈을 취하게 된 사람처럼 앞을 가누지 못한다. 그런 그녀 곁에 그는 보통의 눈이 되어 머물기로 한다. 



한때 예술을 하던 화자가 현실과 타협해 보통의 삶을 견뎌왔더라도 이 사건을 계기로 다시 붓을 잡지는 않는다. 다만 예술을 추앙하는 습성은 버리지 못한 그는 갑자기 사라진 연인에게 각성된 예술적 형질이 그녀에게 위해가 될지도 모르기에 곁을 지키기로 하는 것 같았다. 햄과 화 씨에게 예술은 자기 파괴적인 탈출구이며 세상을 견디는 방법이었다는 해설을 보며 그들을 이해할 수 있었다. 





<저 마다의 신>


혼자인 주영에게 새끼 고양이 세 마리를 안겨준 직장 동료 여진언니. 주영은 SNS에 고양이 사진을 올리고 좋아요 수에 만족감을 느끼는 것은 일종의 희락이었고 자신이 외롭지 않음에 대한 안심이었다. 주영의 그런 마음을 파고들어 사이비 종교 세계로 끌어들이는데 성공한 여진. 끝내 주영에게 전도를 유도했고 주영은 여진과 같은 방법으로 파트매니저에게 다가가 만남까지 주선한다. 그 후 여진과 파트 매니저 함께 있던 종교인이 나란히 확진자로 판정되어 주영은 가해자로 내몰린다. 기자들이 집 앞에서 숙식을 해결하며 그녀를 기다리고 있었다. 고양이들이 걱정되었지만 코로나 판정이 나오기 전에는 차마 들어가진 못하고 있었다. 며칠 후 음성으로 판정. 주영은 누구에게도 사과를 받지 못한다. 기도가 무슨 소용인가. 고양이의 죽음도, 무엇도 막을 수 없는데. 



'너는 집주인에게 사정했어. 아직 검사 결과도 나오지 않았다고. 집주인도 문제는 코로나가 아니래. 문제는 네가 사이비 종교에 빠진 거래. 실은 그게 바이러스보다 더 무서운 거라고.' 





<허들>


화자가 유서를 쓰기 시작한 시점과 이유, 엄마에게 쓰는 편지 느낌의 단편이다. 


남동생의 유학비를 온 가족이 충당해야 하는 이유를 십일조에 비유하는 엄마의 말에도 화자는 이기적으로 남동생과 다른 비자로 미국으로 떠나 알바를 하며 공부한다. 그리고 결혼, 남편의 외도로 이혼을 했고 혼자 버텨내는 중이다. 결혼 직전 파혼을 선언했던 직장 동료 언니가 다시 그 사람과 결혼한다며 청첩장을 내밀었지만 되돌려주었다. 조금 더 안전한 선택을 하는 거라던 언니. 안전, 평범하게 사는 것을 선택했다는 언니의 말이 거슬려 잠이 오지 않는다. 부당함과 불평등을 참으며 쟁취한 안전에서 나는 존재하는가?


'삶은 돈이 들어. 생존은 그보단 덜 들고 존재하는 것? 실은 그게 가장 비싸지.'


'나는 어쩌다 죽음을 각오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넘지 못하는 사람이 되었을까요?'






<잘 자 아가, 나무 꼭대기에서>


'결국 살리지 못했어. 뭘 아는지 개도 눈이 촉촉하고 그런데 개가 내가 우왕좌왕하는 사이에 제 새끼를 먹고 있는 거애. 오독오독 소리를 내면서.' 



'그거 본능이에요. 다른 새끼들이 다칠까 봐 죽거나 약하 새끼를 죽여 없애는 모성본능.' 



'실은 엄마가 되는 게 너무 두려웠다고, 그 아름다운 포장을 도무지 훼손할 용기가 없었다고. 자백하듯 윤희는 말했다.'




<소년과 소녀가 같은 방식으로>


탈북 소년이 생존의 문제를 해결하자 삶의 문제에 맞닥뜨리며 겪는 내면의 소리. '이게 더 나은 세상이 맞는지' 


'영도는 자신을 이물처럼 대하는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싶었다. 자신은 빨간색을 반대하는 쨍한 파란색이라는 것을'




<로즈 쿼츠>


모든 단편이 무겁게 읽히고 가슴 아팠지만 <로즈 쿼터>에서 방점을 찍게 되었다. 서로가 피해자에서 가해자인 모녀의 이야기. 

'나는 나로 살아보고 싶었다. 아무것도 아닌 그저 나로'

아빠의 바람 때문에 이혼한 줄 알았는데 5년 만에 다시 재결합한 엄마의 입에서 나온 고백 같은 말에 화자는 온전히 이해를 못 한다. 다만 예전의 그 달콤한 엄마 집으로 더 이상 가지 못하는 서운함만 느꼈더란다. 그리고 이제는 엄마의 죽음을 앞두고 그곳, 서빙고동의 집으로 향했다. 화사하게 미소에 생동감이 온몸을 휘감았던 엄마의 그 시절. 유일하게 엄마가 자신으로 살았던 그 집. 엄마의 연애를 이해할 수 없었던 자신의 미련한 행동이 다시 엄마를 여자가 아닌 엄마로 살게 했고 그녀 또한 동일한 수순으로 이혼을 한다. 양육권과 전 재산을 포기한 화자에게 엄마는 물었다. 정말 이유가 남편의 외도냐고. 딸은 말하지 못한다. 나도 엄마와 같은 이유라고. 그렇게 자신이 당한 것보다 더 고통스러운 지옥으로 엄마를 밀어 넣고 있으면서 끝내 엄마가 가해자라고 주장하는 화자. 





'평범을 요구하고 그들에게 이러한 삶을 강요하는 그러한 사람들'


평범이 세상 젤 어렵다. 정해진 역할을 하느라 자신을 잃어가는 사람들의 일상은 안전할 지는 몰라도 행복해 보이지는 않는다. 정해진 역할을 하느라 자신을 잃어가는 사람들. 견디는 삶에 익숙해지는, 무기력해지는 이들의 이야기들로 쉽게 글이 써지지 않았다. 이 책의 사람들은 삶을 버텨낸다. 사회적인 시선의 허들을 넘으려 서슴없이 자신을 파괴한다. 작년에 읽었던 <안락 사회> 만큼이나 마음이 무거웠다. 공허함과 무기력. 슬픔. 지금의 내 마음을 어찌해야 할지. 



결국은 나의 공간을 마련하고 나눌 수밖에 없다. 마음 속에 내자리는 늘 확보하며 스스로 나를 지켜내야 한다. 또한 나의 슬픔과 너의 슬픔에 공감하고 서로에게 의지하며 조금씩 전진하는 수밖에 없다. 삶이 고단하고 잔인하더라도 함께라면 기꺼이 견딜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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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 지원도서로 개인적인 소견을 담아 작성하였습니다.

#허들 #신주희 #자음과모음#소설 #한국소설 #신간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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