괜찮은 어른이 되고 싶어서
봉태규 지음 / 더퀘스트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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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찮지 않았던 과거의 나를 끌어안고

더 나은 사람이 되기 위해

계속 질문하고 고민하는 사람

배우 봉태규, 하시시 박의 남편 봉태규, 시하와 본비의 아빠 봉태규, 한때 아이였던 봉태규... 여러 모습의 그를 책으로 만나본다. 어제는 그렇게,, 눈에서 비가 내렸다. 직전에 읽은 책에서 눈물이 마르기도 전 다시 집어든 새 책에서 어린 봉태규가 나를 심하게 흔들더라.. 심장이 찌르르한 그의 시간들을 관조하면서 다시 보게 된 봉태규라는 사람.

그 시절 댕기머리를 강요하던 아버지의 권위에 맞서 단발머리로 낼름 잘라버린후 댄통 혼나고 가출한 어머니는 아버지와 인연이 되어 살림을 차린다. 세밀하게 그려지진 않았지만 그의 아버지는 자유로운 영혼 그 자체로 보였다. 덕분에 어머니의 기질이 더 강해졌을터. 농사를 하다 첫째를 출산 후 이대로 살 수 없다며 그길로 도시로 떠난다. (남편만 두고) 핸드폰도 없던 그 시절 아버지는 용케도 어머니를 찾아내 시골로 가자고 구슬렸지만 그녀는 자식을 위해 고집을 꺽지 않았다. 그리고 얼마후 아버지도 상경한다.

경제활동은 오로지 어머니의 몫이였다. 그럼에도 남아선호 사상에서 벗어나지 못해 셋째를 궁리했었단다. 막내인 태규를 낳고보니 세 아이를 케어하며 일을 하기란 불가능했다. 그래서 큰집에 갓난아이를 맡겼다. 큰아버지, 큰어머니를 아빠,엄마라고 부르며 자란 아이는 생부생모와 그렇게 데면데면했더란다. 6년만에 만난 아버지를 보고 아버지란 말이 안나오더란다. 시간이 흘러 다시 합쳐지나싶더니 어머니가 큰 사기를 당해 다시 온 식구가 뿔뿔히 흩어졌다.

여리고 불안정한 태규가 어른이 되어 멋진 신부를 맞이하고 사랑하는 아들과 딸을 얻었다. 아이를 키우면서 아버지를 인정할 수 있었다는 그는 과거의 불안함을 힘껏 껴안는다. 괜찮은 어른이 되기 위해 자신의 감정을 수시로 들여다보고 보듬어간다.

누가 더 아깝다는 둥 그런 생각을 품으면 안되지만 하시시 박과 결혼한다는 기사를 봤을 때 못내 아쉬웠다. 하시시 박이 결혼으로 커리어에 문제가 생기지 않을까(하시시 박 님 팬입니다. 너무 멋지신 분)라는 우려와 그동안의 봉태규에 대한 이미지가 그닥 좋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걱정과 달리 그들은 매우 행복하게 지내는 듯 보였다. 빛이 바래질 것 같았던 하시시 박은 여전히 반짝였고 음울해 보였던 봉태규의 인상이 해사해져갔다. 이 둘은 천생연분이었구나. 책을 보면 아내를 향한 존중이 곳곳에 보인다. 남편이라는 권위따위 부리는 사람이 아니었던 것이다. 하물며 아이들에게도.

사람에게서 배움을 선물받았다. 봉태규라는 괜찮은 사람.


*출판사로부터 지원받은 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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썬데이 파더스 클럽 - 육아일기를 가장한 아빠들의 성장일기
강혁진 외 지음 / 미디어창비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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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과 영상은 보이는 모습을 담는 좋은 그릇이다. 하지만 그 그릇에도 미처 담을 수 없는 것이 있다.

바로 사진을 찍고 영상을 촬영하는 그 순간에 나의 마음.

아이를 낳아 키우면 여러 감정을 느낀다. 아이의 얼굴을 보면 느끼는 기쁨 육체적 피곤한가 보모가 되었다는 부담감 말로 설명하기 어려운 복잡 미묘한 감정들까지.. (중략)

아이를 키우면 느끼는 다양한 생각과 이야기를 오롯이 담을 수 있는 건 아무래도 글이 제격이라 생각했다.📝_프롤로그 중에서

아이와의 시간을 기록하는 5인의 육아 대디. 이 책은 육아育兒 일기인 동시에 아빠의 성장을 함께 담은 육아育我 일기다. 아이를 돌보면서 좋은 아빠와 스스로에게도 좋은 사람을 놓치지 않으려 부단히 노력하는 대디들.

강혁진이 주도로 해 모인 5인방이 모여 프로젝트를 만들었다. 한 달에 한 번 뉴스레터라는 형식으로 육이 일기를 쓰기로 했다. 읽는 독자도 한 일원으로 느껴질 수 있도록 모임 이름도 '썬데이 파더스 클럽'으로 명했다. 예상치 못한 일이 일어났다. 첫 번째 뉴스레터가 발송되기도 전에 이미 여러곳에서 출간 제의가 들어왔으며, 몇 달 뒤에는 주요 일간지에서 인터뷰 요청을, 저출생을 주제로 3부작 다큐에서 썬데이 파더스 클럽의 이야기를 담고 싶다는 지상파 방송국에 연락을 받는다. 이렇게 주목받을 것이라고는 생각을 못 했다는 이들.

"아빠가 육아 일기 쓰는 게 뉴스에 날 일인가?" 암요~ 뉴스에 날 일이죠. 예능 프로 '슈퍼맨이 돌아왔다'라는 전국의 아빠들에게 부채를 남겨주었는데 육아일기라니. 가부장제의 관습이 골수에 배어 있는 남자들에게는 그리 반가운 일이 아닐지도 모른다. 여성의 돌봄의 신세를 지고 있으면서도 당위성만을 강조하는 우리나라에서는 더 그럴 테지.

2013년 11월에 시작된 '슈퍼맨이 돌아왔다'를 거쳐간 스타들 덕분에 젊은 아빠들이 아이와의 추억 쌓기에 더 관심을 기울였을 것이다. 지나간 시간은 다시 오지 않는다. 아이의 첫 옹알이, 첫 뒤집기의 기적을 직관하는 감동이란...

나는 출산하는 장면부터 그렇게 눈물이 나오더라. 아내의 무사, 아이의 탄생은 꼭꼭 닫혔던 남편의 눈물샘을 개방시켰다.

<썬데이 파더스 클럽>의 뉴스레터는 1년이 넘게 지속되고 있다. 구독자는 대부분 엄마들이지만 아이 키우는 아빠도, 미혼도 적지 않다고 한다. 여러 매체를 통해, 돌봄이라는 화두가 주목받고 있는 요즘, 소외된 여성의 노동의 가치가 부각되어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이 책을 보며 떠오른 몇 명의 육아 대디가 있다. 아내에게도 아이에게도 좋은 아빠였다. 그들을 보고 있으면 흐뭇한 미소가 절로 지어진다.

이 책에는 아빠의 육아 일기로만 채워지지 않고 스페셜 트랙이라는 코너에 아내들이 글을 볼 수 있었다. 글 쓸 시간에 아이들을 더 챙겨줬으면 하는 마음이 초반에 들었지만 콘텐츠를 핑계로 아이와의 이벤트를 구상하는 그에게 고맙기까지 했다는 글을 읽었다. '가족에 대해 생각할 때 '사람이라는 글자가 둥그러지면 사랑'이라는 말을 떠올린다. 네모의 뾰족한 모서리가 동그랗게 마모되기까지 싸우고 화내고 울고 체념하는 고단한 마음을 상상한다. 그 시간을 생각하면 울퉁불퉁 못생긴 사랑의 동그라미를 귀하게 여길 수밖에 없다.' .. 사람이 사랑이 되기까지 그 과정을 함께 하는 부부. 돋보이는 안정감에 기분이 좋아진다.






*출판사로부터 지원받은 도서입니다.

#썬데이파더스클럽

#강혁진 #박정우 #배정민 #손현 #심규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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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법 엄숙한 얼굴 소설, 잇다 2
지하련.임솔아 지음 / 작가정신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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뻐근한 목을 돌리다 천장 벽지에특이한 빛줄기인 반사광이 보였다. 그 빛을 쫓아가본다.어떤 물체에 빛이 닿아 이토록 신비로운 빛그림을 만든 걸까. 반사광을 따라 실체를 찾는 행위는 소설 잇다 시리즈와 많이 닮아 있다. 근대 소설가를 현대 소설가를 통해 재조명하는 작업.

❛소설 잇다❜​는 근대 여성 작가와 현대 여성 작가의 소설을 한 권에 담아 함께 읽는 시리즈이다. 이 시리즈의 가장 큰 특징은 강경애, 나혜석, 백신애 등 충분히 회자되지 못한 대표 근데 여성 작가들의 주요 작품을 현대 작가들의 시선을 통해 새롭게 주목해 보자는데 큰 의의가 있다.

소설 잇다의 첫 번째 작품 『우리는 천천히 오래오래』에서는 백신애와 최진영의 사랑에 대한 연대를 읽어볼 수 있었다. 이번 두 번째 작품은 고 지하련과 임솔아의 『제법 엄숙한 얼굴』에서 얼굴에서 드러나는 여러가지 감정과 내면을 주로 그려내고 있었다.

지하련의 소설은 유명 시인의 아내이자 월북했다는 이유로 제대로 평가되지 못했다. 볕이 들지 않아 빛나지 못했던 그녀의 글은현대 작가임솔아에 의해 재탄생된다. 기존 백신애의 소설을 최진영의 무드로 변주했던 작품만큼이나 이번에도 기대 이상으로 좋았다.

소설 잇다의 시리즈 두 번째 책은 지하련의 네 개의 소설로 출발한다.

결혼 제도의 모순과 가부장제의 억압으로 남편과 결별을 다짐하는 <결별>. 오라버니와 오라버니 친구를 보며 당대의 식민지 지식인들의 위선과 모순을 예리하게 통찰한 <체향초>, 편견을 벗어나 비로소 정면으로 바라보게 된 한 여인에 대한 <가을>, 패배한 지식인들의 깊이 박힌 열패감과 패배의식을 비판했던 <종매>까지 시대는 달랐지만 현재의 문제점과는 별반 다르지 않아 보였다.

네 편의 소설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얼굴은 표제작 임솔아의 <제법 엄숙한 얼굴>로 다시 조우하게 된다. 1940년대의 얼굴보다 더 교묘해진 인물들. 카페 대표 제이에게서 겹쳐 보이는 지하련 소설 속 남성 지식인들. 모순을 경멸하면서도 모순을 놓질 않는 인간들. 영애에게 연변 사투리를 쓰게 하면 자신의 상처는 치유되는 것인가.

마지막에는 임솔아 작가의 에세이로 마무리된다. 지하련 작가의 소설을 리라이팅 해보자고 권유받고서 가장 먼저 관련 논문부터 찾아봤다고 한다. 관련 자료는 거의 없다시피했고 존재하는 논문도 남편(시인 임화)과의 관계를 중심으로만 서술되어 있어 상당한 고민을 했음을 알 수 있었다. 오랫동안 숙고한 흔적은 소설과 에세이에 고스란히 느껴졌다. 참으로 고마운 일이다.

물건은 그 자리에 있지만 빛이 드는 장소에 따라 반사광의 위치 또한 달라진다. 실체는 빛을 만나 아름다운 빛그림을 창조하듯 임솔아를 통해 그늘에 가려진 지하련을 추적할 수 있었다. 다음 세 번째 작가들은 누굴까. 점점 커지는 기대감에 부흥할 만한 작품이길.



*작정단10기 자격으로 지원받은 도서로 주관적으로 작성했습니다.

#소설 #근대소설 #현대소설 #북스타그램 #소설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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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선 사람 - 뒤흔들거나 균열을 내거나
김도훈 지음 / 한겨레출판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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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의 소개말이 인상적이다. '희미해져가는 물건, 사람, 사건을 수집하는 사람, 그리고 주로 글을 쓰는 사람'인 김도훈의 글을 들여다본다. 지극히 주관적이다. 솔직한데 매우 평등하다. 표현이 시원시원하다. 돌려까기? 그런 거 없다. 바로 깐다.

이 책에는 저자가 수집했다던 사람에 대한 글이다. 완벽한 사람보다는 인간적 결핍 때문에 자신의 재능이 가려진 사람들에게 늘 매혹당했다던, 그가 선별한 사람들이니 재미는 보장이다.

첫 번째 타자부터 솔로 홈런을!!!

제인 구달과 함께 영장류를 연구했지만 이름은 생소한 '다이앤 포시'

침팬지 연구가인 제인 구달은 워낙 유명한데 말이지. 고릴라의 첫 인간 친구였던 포시는 처음 들어본다. 영장류에 대한 인간의 인식을 완전히 바꿔놓은 세계적인 여성 동물학자인 두 여성의 삶은 극과 극을 달렸다. 작은 키(160대)인 제인 구달과 큰 키(180대)의 다이앤 포시. 고릴라를 연구가인 그녀는 멸종에 관한 고릴라를 보호해야 한다는 전 인류적인 인식을 처음으로 만들어냈다.

당시 포시의 별명은 '고릴라에 미친년'이었다고 한다. 그녀는 고릴라 고기로 삶을 연명했던 르완다 밀렵꾼과 끊임없이 싸웠고 결국 그들에 의해 살해되었다.약 3년 후 그녀의 저서를 영화로 한 <안개 속의 고릴라>는 개봉되었고 포시 역을 맡은 시고니 위버는 이 영화로 오스카 여우 주연상 후보에 올랐다고 한다.

포시의 저서 <안개 속의 고릴라>는 최재천 교수의 번역으로 2000년대 중반에 한국에서도 발행되었다. 이 책이 발행하고 밀렵은 줄었지만 끝나지는 않았다. 세상에 남은 고릴라는 1000마리도 되지 않는다고 한다. 포시의 과격한 보호운동이 없었다면 진즉 멸종되었을 것이다. 동물 구호자들의 지침이 늦게 오기를. 밀렵꾼들의 엄중한 처벌이 가해지기를.

코코 샤넬이 선택한 조향사 '에르네스트 보'의 샤넬 넘버 5는 아직도 세계에서 30초 한 병씩 팔려 나가고 있다고 한다. 얼마 전 코코 샤넬의 전기를 읽어서인지 반가운 마음이 들었다.

벤토 나이트 모래라고 부르게 되는 고양이 화장실용 모래를 처음 판매하고 사업으로 확장한 '에드워드 로' 덕분에 우리는 고양이의 간택을 받는데 주저하지 않을 수 있었고, 히틀러의 치어리더로 평생 비난을 받은 다큐 감독 '레니 리펜슈탈' 덕분에 손기정 선수의 올림픽 경기 자료를 볼 수 있었다.

알고 있었지만 더 친숙해져버린 사람들 또는 본 적은 없지만 이제는 낯설지 않은 사람들의 이야기들을 저자의 문체로 흥미롭게 읽을 수 있었다. 작정하고 성차별에 대해 주장하는 구간(린제이 로한)에서는 호감도가 급상승해서 북토크가 있다면 멀리라도 찾아가고 싶은 마음까지 들 정도였다.

오랫동안 ' 안나 카레리나'가 사랑받는 이유는 남성이 지배하는 귀족 사회에서 스스로의 감정을 솔직하게 드러냄으로써 비극적인 결과를 맞이하는 드물게 생생한 여성 캐릭터이었기 때문이라고 했다. 요즘 나 이 책 읽는 거 어떻게 알았지? 뭔가 통한 걸까? 저긔요~ 제 텔레파시가 느껴지나요?

이 책의 스무 여섯 명의 삶에는 찬바람이 불면~ 가수 김지연 언니도 있다. 하나의 히트곡만 남기고 사라진 언니.

이 노래가 <사랑이 꽃 피는 나무>에서 최수종과 이미연의 테마곡이었다니. 엄마 옆에서 떠들면 처맞았던 드라마 하는 시간. 내용은 기억나지 않고 노래는 아는 나. 저자와 나이 차이가 별로 안 나는 듯.

하나의 히트곡 만 남기고 사라진 가수를 '원 히트 원더'라고 부른다는데 이 명칭도 처음 들어봄. 저자는 이 말을 인생에 대입했다. 인생의 원 히트 원더는 가장 빛나던 순간에 잠깐 빛을 발하고 다시는 그 순간이 돌아오지 않는다고. 그 순간을 영원히 기억하고 그리워하다가 갈망하며 황혼기로 달려가게 되는 것이 인생일지도.

멋지다. 엣지있다. 완독하면 저자의 호감도가 쭉쭉 올라가는 그런 책이다.


*출판사로부터 지원받은 도서이며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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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일은 없고요?
이주란 지음 / 한겨레출판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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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박 삼 일 걸렸다. 하나의 이야기가 마음에서 흐려지기까지 참 오래 걸린 소설이다. 시선의 끝과 마음의 끝이 동등하지 못한 이야기들. 지극히 일상적인데 그 일상이 묵직하고 너그럽다. 어떤 이에게는 일상적이지 않은 이야기니까. 다들 평범하게 살고 있는 것 같지만 그들도 치유할 수 없는 고통을 떠안고 평범한 척 살아갈 뿐.


8편의 단편 속 화자들.. 그들의 가슴은 찢겨서 붉은 피가 생채기마다 흘러나오고 있었다. 소멸의 상처, 관계의 상처, 이별의 상처... 피가 멈추고 딱지가 안기까지 그들의 주변엔 사람들이 있었다. 사람들과 일상을 함께 보내며 고요한 애도를 하는 화자들.


누군가에게는 통상적인 말이지만 누군가에게는 살고자 하는 힘이 될 때도 있다. 아무렇지도 않은 말에 울컥한다면 지금 내 마음이 치유되고 있다는 증표일 테지.


<어른>의 경우 실제 작가가 유일하게 인터뷰하고 써 내려간 소설이라고 한다. 유일한 가족인 할머니의 장례가 끝나고, 경아의 곁을 지켜주던 경미 아줌마의 챙김이 눈물 나게 따스했다. 딸이냐고 묻는 시장 상인에게 넉살스레 딸이라고 대답해 주고, 혼자 있을 경아를 위해 호박죽을 한솥 끓여놓은 무자비한 따뜻함 때문에.


<위해>속 수현과 유리. 자신과 비슷한 불행을 가진 유리를 보며 하나라도 더 챙겨주고 싶어 하지만 유리는 그런 호의를 부담스러워한다. '수현은 유리를 보며 실수할까 봐 걱정을 한다. 실수로 했다는 생각을 내 마음대로 해버린 거구나. 수현은 또 뭔가 실수를 한 것 같았지만 이내 아닐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불행의 크기를 가늠할 수 있을까? 타인의 불행을 나의 불행과 견주어 함부로 재단하는 것은 아닐까. 어쩌면 수현처럼 불행이 불행하다고 생각하지 않을 수도 있을 텐데.


이주란 소설집 <별일은 없고요?>는 각 단편마다 많은 물음표와 생각을 준다. 작가의 어머니는 단 한 번도 그녀의 소설을 읽지 못한다고 했는데 그 이유가 마음 아파서라고. 충분히 이해하고도 이해되는 말이었다. 작품을 읽으면 알게 된다. 독자들이 위로받는 것만큼 작가 또한 글로 위로받았음을.



*출판사로부터 지원받은 도서이며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별일은없고요 #이주란 #소설집 #한겨례출판 #하니포터6기 #소설추천 #위로 #다정 #상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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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쥬니 2023-05-09 10: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 별일은 없고요?

기차타고 조금 오는데 별일은요.

아무튼 잘 가셨다니 마음 놓입니다.

저도요.

답장을 보내고 나서 한참을 휴대폰 화면만 바라보았다. 불현듯 눈물이 날 것 같은 마음에 당황해서 고개를 들었을 때 저멀리 반대편에서 내가 있는 쪽으로 횡단보도를 건너는 엄마의 모습이 보였다. 나는 멀리 간격을 두고 떨어져 있는 집 몇 채와 십자가만 보이는 고요한 풍경 속으로 걸어 들어갔다.

<별 일은 없고요>





🪐 세상은 나 없이도 바쁘게 돌아가고 있을 테고 내게는 애도의 시간이 필요했다. <어른>


🪐 나는 아줌마가 ‘대단하긴‘, ‘슬프긴‘ 하면서 자주 쓰는 긴 화법이 좋다. 그 뒤에 생각된 말들이 좋기 때문이다. <어른>




🪐 해볼 수 있는 게 없을 때는 체념하는 편이 낫다고 수현은 생각했다. 조용히 살지 않아도 되는데 조용히 사는 거랑 조용히 살아야 해서 조용히 사는 것은 다르니까. 체념하자. 수현은 일정 시기마다 하루에도 수십 번씩 받아들인 것 같았다가 억울했다가 하는 감정의 징검다리를 오가고 있다. <위해>




🪐 불행해지는 것은 괜찮다. 그러나 동정이나 도움을 받을 만큼 불행해져선 안된다.

너 같은 애는 그렇게 살아야 한다고 그 정도를 지키며 살도록 노력하라고 사람들에게 배웠다.

수현이 그걸 잊었다고 여겨질 때마다 할머니가 열심히 상기해줬다. 이게 다 부모를 잘못 만난 네 탓이야 <위해>




🪐살면서 겪은 대부분의 고난을 지나왔고 살면서 만난 대부분의 인간을 이해했고 살면서 받은 대부분의 상처를 견뎌왔고 자주 웃었다고 생각합니다만 그 사람만은 끝내 이해가 되질 않습니다. <이 세상 사람>




🪐 다음. 그렇지. 웬만하면 다음이 있지.

다음 있다는 마음으로 살아왔고 꽤 오래 그 생각을 지웠지만 이제 다시 다음을 당연하게 여기곤 한다. 다신 없을 것 같은 말이라고 확신했던 날들과 너무 행복하게 살지 말자고 다짐했던 날들이 지나간 뒤에 남은 것. 보라와 나는 그것들 함께 나누고. 그러니까 그런 사이가 되었다.

<서울의 저녁>



🪐 시간이 흐르는 것 뿐이라고 생각한 적이 있었다.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동안에도 시간의 흐르고 있고 이를 테면 모든 것은 그렇게 설명할 수도 있는 거라고. 그렇게 설명할 수 없다면 어떤 것들 설명할 수 없을 거라고.<서울의 저녁>



🪐 좋은 하루를 보내라는 말을 살면서 만 번을 한 거 같은데 누군가에게 너무 무책임한 말이 아니었을까. 습관적으로 나온 허위의 마음이 가득한 인사말에도 현경은 괴로웠다. <파주에 있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