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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선 사람 - 뒤흔들거나 균열을 내거나
김도훈 지음 / 한겨레출판 / 2023년 4월
평점 :
![](https://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23/0510/pimg_7801421013852944.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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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의 소개말이 인상적이다. '희미해져가는 물건, 사람, 사건을 수집하는 사람, 그리고 주로 글을 쓰는 사람'인 김도훈의 글을 들여다본다. 지극히 주관적이다. 솔직한데 매우 평등하다. 표현이 시원시원하다. 돌려까기? 그런 거 없다. 바로 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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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에는 저자가 수집했다던 사람에 대한 글이다. 완벽한 사람보다는 인간적 결핍 때문에 자신의 재능이 가려진 사람들에게 늘 매혹당했다던, 그가 선별한 사람들이니 재미는 보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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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번째 타자부터 솔로 홈런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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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인 구달과 함께 영장류를 연구했지만 이름은 생소한 '다이앤 포시'
침팬지 연구가인 제인 구달은 워낙 유명한데 말이지. 고릴라의 첫 인간 친구였던 포시는 처음 들어본다. 영장류에 대한 인간의 인식을 완전히 바꿔놓은 세계적인 여성 동물학자인 두 여성의 삶은 극과 극을 달렸다. 작은 키(160대)인 제인 구달과 큰 키(180대)의 다이앤 포시. 고릴라를 연구가인 그녀는 멸종에 관한 고릴라를 보호해야 한다는 전 인류적인 인식을 처음으로 만들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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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포시의 별명은 '고릴라에 미친년'이었다고 한다. 그녀는 고릴라 고기로 삶을 연명했던 르완다 밀렵꾼과 끊임없이 싸웠고 결국 그들에 의해 살해되었다.약 3년 후 그녀의 저서를 영화로 한 <안개 속의 고릴라>는 개봉되었고 포시 역을 맡은 시고니 위버는 이 영화로 오스카 여우 주연상 후보에 올랐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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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시의 저서 <안개 속의 고릴라>는 최재천 교수의 번역으로 2000년대 중반에 한국에서도 발행되었다. 이 책이 발행하고 밀렵은 줄었지만 끝나지는 않았다. 세상에 남은 고릴라는 1000마리도 되지 않는다고 한다. 포시의 과격한 보호운동이 없었다면 진즉 멸종되었을 것이다. 동물 구호자들의 지침이 늦게 오기를. 밀렵꾼들의 엄중한 처벌이 가해지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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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코 샤넬이 선택한 조향사 '에르네스트 보'의 샤넬 넘버 5는 아직도 세계에서 30초 한 병씩 팔려 나가고 있다고 한다. 얼마 전 코코 샤넬의 전기를 읽어서인지 반가운 마음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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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토 나이트 모래라고 부르게 되는 고양이 화장실용 모래를 처음 판매하고 사업으로 확장한 '에드워드 로' 덕분에 우리는 고양이의 간택을 받는데 주저하지 않을 수 있었고, 히틀러의 치어리더로 평생 비난을 받은 다큐 감독 '레니 리펜슈탈' 덕분에 손기정 선수의 올림픽 경기 자료를 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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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고 있었지만 더 친숙해져버린 사람들 또는 본 적은 없지만 이제는 낯설지 않은 사람들의 이야기들을 저자의 문체로 흥미롭게 읽을 수 있었다. 작정하고 성차별에 대해 주장하는 구간(린제이 로한)에서는 호감도가 급상승해서 북토크가 있다면 멀리라도 찾아가고 싶은 마음까지 들 정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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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랫동안 ' 안나 카레리나'가 사랑받는 이유는 남성이 지배하는 귀족 사회에서 스스로의 감정을 솔직하게 드러냄으로써 비극적인 결과를 맞이하는 드물게 생생한 여성 캐릭터이었기 때문이라고 했다. 요즘 나 이 책 읽는 거 어떻게 알았지? 뭔가 통한 걸까? 저긔요~ 제 텔레파시가 느껴지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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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스무 여섯 명의 삶에는 찬바람이 불면~ 가수 김지연 언니도 있다. 하나의 히트곡만 남기고 사라진 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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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노래가 <사랑이 꽃 피는 나무>에서 최수종과 이미연의 테마곡이었다니. 엄마 옆에서 떠들면 처맞았던 드라마 하는 시간. 내용은 기억나지 않고 노래는 아는 나. 저자와 나이 차이가 별로 안 나는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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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의 히트곡 만 남기고 사라진 가수를 '원 히트 원더'라고 부른다는데 이 명칭도 처음 들어봄. 저자는 이 말을 인생에 대입했다. 인생의 원 히트 원더는 가장 빛나던 순간에 잠깐 빛을 발하고 다시는 그 순간이 돌아오지 않는다고. 그 순간을 영원히 기억하고 그리워하다가 갈망하며 황혼기로 달려가게 되는 것이 인생일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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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지다. 엣지있다. 완독하면 저자의 호감도가 쭉쭉 올라가는 그런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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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지원받은 도서이며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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