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당한 염세주의자 - 흔들리는 세상에서 나를 지키는 마지막 태도
염세철학가 지음, 차혜정 옮김 / 나무의철학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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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꿰뚫어보는 가장 강력한 통찰
흔들리는 세상에서 나를 지키는 마지막 태도 


염세주의하면 부정적인 비관적인 이미지가 떠오른다. 인생이 부질없고 만물에 대한 혐오로 특히 인간과 그 사회에 대한 것들을 싫어하고 부정적으로 보는 사상을 염세주의라고 하는데 이들은 파괴적인 성향이라 자살이라는 끔찍한 선택을 하는 사람도 있다고 알고 있었지만 철학에서 말하는 염세는 일시적인 기분 상태가 아니라 끝없는 지겨움과 권태, 무기력함이라고 한다.

<당당한 염세주의자>의 저자가 염세철학가로 표기되어 있어 여러 철학자들의 이야기가 담긴 책이구나 했더니 한 사람이 저술한 책이었다. 염세철학가인 그는 염세주의를 선호했고 SNS에 '염세주의자'라는 페이지를 개설하면서 현시대 사람들에게 큰 호응을 받았다고 한다. 현재 직업 고등학교 국문과 교수로 재직 중인 저자는 장자와 도연명의 시를 통해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을 키웠고 이치를 깨달았다고 한다. <장자>는 그의 삶에 큰 위로가 되었고 다른 사람에게도 긍정적인 에너지를 주고자 이 책을 저술했다고 한다. 


진정한 <장자>의 해석은 세상을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게 아니라 호리병 하나 들고 속세에서 벗어나 유유자적으로 조용히 살다 떠나는 것이라고 한다.
장자는 근본적으로 세상이 추구하는 방향과 완전히 다른 가치관과 인생관을 제시한다. 


자신이 사회에 별 쓸모가 없는 존재라는 사실을 받아들이는 순간부터 세상의 잣대에 맞추기 위해 자신을 억누를 필요가 없게 된다. 그보다는 자신의 내면에 집중하며 나는 도대체 누구인지, 무엇을 원하는지 탐색할 수 있다.


"사람들은 쓸모 있는 것이 좋다는 점만 알지 쓸모없는 것이 자신의 진정한 가치를 지킬 수 있게 해준다는 사실을 알지 못한다" 


<장자>에서 주장하는 '무위'는 인연을 따르고 세상 이치에 순응하는 가르침이다. 자신의 생각과 고집을 버리는 것. 또 장자는 생명을 위협하는 상황이 아니라면 평생 사회에 기여하지 않아도 상관없다고 주장한다.


무소유와 같은 의미일까. 자신이 쓸모없는 존재가 되어도 남의 눈치를 보지 않아야 진정한 자신을 위한 삶을 살 수 있다고 한다. 이 책에서 말하는 쓸모없는 기준이라는 게 사회에서 실물의 결과를 보여주는 생산성이 없다는 것 같다. 즉 높은 연봉과 사회적인 지위는 그만큼의 무게를 버텨야 하고 지켜야 해서 끊임없이 자신을 채찍질하게 되는데 그건 진정한 자신도 아니며 행복이 아니라는 것으로 생각되었다. 


장자는 특별한 경우가 아니라면, 어떤 대가를 추구하거나 결과를 걱정할 필요가 없을 때 우리의 생각과 행동이 가장 자연스럽고 순수해진다고 주장한다. 진정한 자아는 노력한다고 찾아지는 것이 아니며, 진정한 자신의 모습이 본인의 삶 속에서 자연스럽게 드러나게 할 수 있을 뿐이다.


우리가 진정한 자아를 찾지 못한다면 모든 겉모습과 신분이 형성되기 전까지는 아무것도 아닌 존재에 불과하다. 우리는 결코 세속에서 탐닉하려는 본성에서 벗어날 수 없다. 하지만 사람들과 소통하면서 부대끼기만 하면 평생 진정한 자신을 찾을 수 없다.


<장자>는 지극히 어려운 책인 만큼 <당당한 염세주의자>도 쉽지는 않다. 보통 사람들의 가치관, 논리를 뒤엎어놓은 내용이 많았다. 동양철학은 아무래도 불계가 바탕이라 종교가 다르다면 난해함과 저항감은 느낄지도 모른다.
다 버리고 속세를 떠나 바람이 가는 데로 살면서 무소유의 삶을 추천하는 내용만 있는 건 아니다. 나 자신과 세상을 인정하는 법과 타인과 공존하는 법도 배울 수 있었다.
저자는 장자를 이해하기에 '도'는 중요한 개념이 아니라 최소화했고 장자가 가장 관심을 가졌던 인생의 문제를 집중적으로 다뤘기 때문에 염세적인 정서를 어떻게 다스려야 할지 질문을 던지며 읽기에 충분한 가치가 있다. 알기 쉽고 논리적으로 전달하고자 하는 교육자의 정성도 느낄 수 있었다. 동양철학에 관심이 많은 독자에게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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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리아비틀 킬러 시리즈 2
이사카 고타로 지음, 이영미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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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0년 9월에 이사카 고타로가 3년 만에 완성한 <마리아비틀>은 <그레스호퍼> 의 후속작이라고 한다. 두 작품은 청부살인없자 시리즈로 등장인물이 다소 겹치지만(학원 강사와 푸시 맨, 말벌 등등) 6년 사이에 이사카 고타로의 변화를 <마리아 비틀>에서 알 수 있다고 한다. 


 정보 위주의 독서로 편식한 나는 소설에 입문한지 얼마 되지 않아 유명한 작가나 재밌는 소설을 잘 모른다. 다만 북클럽 회원들이 한목소리로 이사카 월드에 빠지면 헤어 나올 수 없다는 말에 혹해 언젠가는 기회가 되면 꼭 읽어보겠다고 생각했었다. 그리고 이사카 월드의 첫 입문 소설은 <서브머린>으로 그의 명성을 체감하며 그의 팬이 되고 말았다.

<마리아비틀> 배경인 신칸센의 이름은 '하야테'호로 도쿄에서 모리오카까지 운행하는 기차이다. 작가의 실제 거주지가 센다이 지역이라 몇 작품을 제외한 대부분의 작품이 센다이가 배경이 많다고 한다. 200km 이상으로 달리는 고속철도 안에 킬러들의 사투가 벌어진다. 중간에 서는 역이 거의 없이 쉼없이 달리는 신칸센. 종착역까지 2시 30분의 시간에 쫓기는 자와 노리는 자, 표적이 되는 자들의 박진감을 느낄 수 있었다.
제목의 일화로 무당벌레를 영어로 하면 레이디 비틀인데 여기서 레이디는 성모 마리아를 가리키므로 레이디 자리에 마리아를 넣어 마리아 비틀이라 이름하였다 한다. 제목이 무당벌레라면 나나오가 주인공? ㅎㅎ


 이 소설에서 12명의 킬러가 등장한다. 킬러들이 등장하는 소설이라면 왠지 킬 빌처럼 피가 낭자한 피 칠갑이 상상되지만 이사카의 방식은 깔끔했다. 해학적으로 과일이나 곤충, 동물의 이름을 사용하고 있는 킬러들은 살벌하기보다는 나사가 한두 개는 빠진 모지리처럼 보였고 안쓰러워 보일 때도 있었다. 다만 비현실적인 캐릭터 왕자는 모성을 부르는 미모에 숨겨진 천재적인 사악함이 놀라웠다. 다른 킬러들에 비해 인간미라곤 눈곱만큼도 찾을 수 없는 악마 그 자체였다. 철학을 운운하며 인간의 본성에 대해 말할 때는 도저히 중학생이라고 볼 수 없었다. 이사카는 어떻게 저런 캐릭터를 만들었을까? 신박이다. 이사카 고타로는 악을 묘사하는 소설가라는 말이 맞는 것 같다.

"그때부터야. 사람을 죽이는 일에 흥미를 갖게 됐지. 누군가의 목숨을 빼앗는 일이나 목숨을 빼앗는 누군가의 반응 같은 것들이 흥미로웠어."


'인간에게는 가지 정당화가 필요하다. (중략) 타인에게 굴복했을 때도 마찬가지다. 자기 정당화가 발생한다. 자신의 무력과 역량 부족, 나약함을 인정하지 않기 위해 다른 이유를 찾아낸다.'


'인간은 무서운 결단이나 윤리에 반하는 판단을 내려야 할 때야말로 집단의 견해에 쉽게 동조하며, 더 나아가 '그것이 옳다'라고 확신하는 게 아닐까.'


'인간은 자기가 타인보다 높은 지위에 있다는 사실에 안심한다. 상대를 학대함으로써 자신의 안전을 곱씹으며 음미한다.'


상큼미와는 전혀 거리가 먼 허당미의 과일 브라더스 레몬과 밀감은 완전히 상반되는 캐릭터였다. 혈액형의 통계를 중시하는 일본답게 밀감은 전형적인 A형, 레몬은 전형적인 B형 임을 알려준다. 고전소설을 좋아하고 차분하고 진지한 성격의 A형 밀감과 꼬마 기관차 토마스를 좋아하는 B형 레몬은 물과 기름 같았는데 어떻게 업계에서 일 잘하기로 소문난 업자인지 둘의 대화는 진지하면서도 웃겼다. 


불운의 여신과 결혼해야 할 것 같은 나나오의 장면을 볼때마다 안쓰러웠는데 그는 왜 무당벌레라는 별명을 가졌는지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일을 받아 업무를 지시하는 마리아가 처음에는 중요 인물 같았는데 그다지 존재감이 크게 느껴지지는 않았다. 검은 뿔테안경을 쓴 훤칠한 청년, 나나오의 눈부신 활약을 지켜보는 사이 어느새 나는 그를 응원하고 있었다. 


그저 재미 삼아 어린 아들을 옥상에서 밀어버린 왕자에게 복수하고자 알코올중독에 걸린 전직 킬러 기무라는 허망하게 왕자의 술수에 걸려든다. 왕자의 신변에 문제가 생기면 병원에서 대기 중인 킬러가 아들을 해치도록 장치 때문에 섣불리 왕자를 처리할 수도 없는 상황, 신칸센 안에서 기무라는 왕자의 심부름꾼 노릇을 해야 할 처지가 된다. 그의 아들 와타루는 끝까지 안전하길 바라며 쭉 읽어내려갔다. 그런데 초반부에 스쳐간 그분이 등장함다. 왕자의 응징이 기대해도 될까. 정말 여기저기 깔린 복선을 주의 깊게 기억해야 한다. <마리아비틀>은 띄엄띄엄 보았다가는 큰 재미를 잃어버린다. 너무 매력 있다. 이사카 고타로의 킬러 시리즈인 <그레스호퍼>도 읽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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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롱 드 홈즈
전건우 지음 / 몽실북스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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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나 영화를 보면 바람난 남편을 또는 친구의 남편을 미행하는 아내들의 복장은 어김없이 똑같았다. 트렌치코트와 큼지막한 선글라스 그리고 얼굴을 거릴 스카프. ㅋㅋ 사실 더 눈에 띄는 스타일인데도 그녀들은 고수한다.

"물론, 스카프도 필요하지. 트렌치코트와 스카프는 홈즈와 왓슨처럼 떼려야 뗄 수 없는 사이라고."
여름을 바라보는 5월 말, 현상금이 걸린 성추행범 쥐방울을 체포하기 위해 네 여자가 뭉쳤다. 미리, 지현, 경자, 소희, 이들의 팀명은 '주부 탐정단'이다.



"내 마누라 내가 때리겠다는데..."
산발한 머리, 반쯤 찢어진 원피스, 신발은 한쪽만 신은 노지숙이 미친개로부터 도망쳐 슈퍼로 피신 왔다. 또 지숙의 남편은 소문난 미친개로 술만 마시면 아파트 단지가 떠나가듯 욕을 내뱉고 지숙이를 때렸다. 그리고는 술이 깨면 일부러 그러는 건지 기억을 못 하는 인간이었다.
미리는 도와달라고 소리 질렀지만 아파트 주민들은 누구 하나 도와주지 않았다. 괜히 부부 싸움에 끼어들었다가 오히려 경찰들에게 한소리를 들었던 경비 책임자인 광규가 억지춘향으로 거들어주었다. 미친개는 경찰에게 연행되었고 지숙은 구급차에 실려갔다. 미친개의 폭력은 더 심해질 것이라는 것을 지숙은 알고 있다. 하지만 여덟 살 된 윤서가 걱정되고 돈이 없다는 이유로 도망칠 생각을 못 한다. 지숙의 곁을 지키던 네 여인도 연신 눈물을 훔쳤다. 창밖을 보던 미리는 우리가 쥐방울을 잡아 현상금으로 지숙이도 돕고 나눠쓰자고 한다.


"제 의무는 환자분의 치료에 있죠. 남편을 죽여서 우울증에서 해방될 수만 있다면 적극 권해 드리고 싶군요."
공미리와 박도진은 환자와 닥터의 관계보다는 깊어 보였다. 우울증이 있는 공미리는 과도하게 의사 선생님에게 의지하고 박도진도 공미리를 특히나 챙겨주는 모습에 둘은 핑크빛으로 연결되려나 했는데 오호~ 중반부로 갈수록 선명해주는 무언가가 있었다. 



"아빠가 치킨 사 간다."
사건에 소극적이었던 경비 책임자 광규는 열혈 아줌마들의 성화에 못 이겨 사건을 조사하는 데 도움을 주기로 했다. 그는 아줌마들의 적극적인 모습에 감복을 받은 터였다. 이 경비 책임자는 감초인 조연 캐릭터로서 나중에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된다. ㅎㅎ
광규의 도움으로 쥐방울의 피해자 주소를 알게 되고 방문하여 사건 정황을 듣기로 한다. 주차장에서 지현을 기다리던 소희는 치킨 봉투를 들고 오는 남자에게 납치가 되는데.


"범죄가 빈번하게 발생하는 곳엔 범죄자들이 있다. "
수개월째 경찰도 잡지 못하는 쥐방울의 수법은 날로 진화되고 있었다. 처음 사건으로 처음인지 본인도 당황하여 도망갔지만 그는 계속 성장하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검은 봉지에서 여자의 잘린 손목이 발견된다.
현상금이 걸린 쥐방울이 토막 시체의 범인일까?
추리소설을 즐겨 읽고 탐정이 꿈이었다던 공미리는 놀랍도록 예리했다.
흙냄새와 꽃향기, 치킨 봉투, 교차로의 악마, 그녀의 시선으로 곳곳에 증거들을 수집했고 조사했다. 드디어 한 집만 확인하면 된다. 거기에 소희가 있을지도 몰라..



엄마는 천하무적
남성 작가분이 이런 소설을 쓸 줄이야~ 정말 여자의 마음을 잘 아는? 연구를 많이 한 것 같다. 아줌마라고 하면 억척스러움, 뻔뻔함 등등 무시해도 될 사람이라는 대명사로 쓰이는 것이 마음이 안 좋았다. 그녀들이 왜 억척스러워졌으며 뻔뻔해져야만 했는지는 생각하지는 못하는 걸까. 주부 탐정단의 언니들도 약한 여자이기는 마찬가지였다. 그녀들은 사투 중 삶의 끈을 포기하려고 할 때 초인적인 에너지의 근원지가 있었다. 바로 자식이다. 자식은 여자를 초인으로 만든다. 가족이 살아야 할 이유를 주는 존재인 것이다. 아흑 감동 ㅠㅠ
<살롱 드 홈즈>는 몰입력이 굉장했다. 여행지에서도 놓고 싶지 않았던 소설은 처음이었으니까. 정말 드라마나 영화로 제작이 되었으면 좋겠다. 캐릭터를 소화할 연기자를 골라봤는데 경비 책임자 광규는 김광규 씨가 안성맞춤인 것 같다. 꼭 화면으로 보고 싶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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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가 까매졌어요 푸른숲 새싹 도서관 13
마리 렌푸케 지음, 마르조리 베알 그림, 이세진 옮김 / 푸른숲주니어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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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리 렌푸케는 첫 책 <정글에서 온 친구>로 유니세프 어린이 문학상을 받았고, 마르조리 베알은 어린이를 위한 그림 교실을 운영하면서 다채로운 창작활동을 하는 작가이다. 두 작가의 시너지는 이번 책인 <바다가 까매졌어요>에서 어린이들에게 긍정적인 영향력을 줄 것이라는 믿음이 생겼다.


꿀벌처럼 새까만 두 눈에 양 갈래로 묶은 금발 머리가 더듬이처럼 보이는 '얀'은 나중에 커서 아빠처럼 어부가 되는 게 꿈이에요. 뱃사람인 아빠의 고깃배 이름도 꿀벌, '얀'의 별명도 꿀벌이라고 합니다. 후훗. 귀여워요 ㅋㅋ
둘째를 가진 엄마는 위험한 바다 일을 하는 아빠가 마냥 걱정이랍니다.
엄마가 걱정할 때마다 아빠는 말하죠.
"바다처럼 항상 원래 자리로 돌아올 거야"
세상의 모든 어부가 그 덕분에 살 수 있다고 합니다.
얀은 아침마다 아빠 따라 고기 팔러 시장에 가는 것도 좋아했어요.


바다가 성난 오늘, 엄마는 아빠에게 바닷가에 나가지 말라고 신신당부를 했어요. 하지만 아빠는 유조선이 암초에 부딪혀 사고가 나는 바람에 늦는다는 연락을 받게 됩니다. 바다 일을 하는 사람에게 유조선은 경계해야 할 배였어요. 무서운 폭풍우 소리에 헬리콥터 소리까지 얀은 심장이 콩콩 뛰어요.


늦게 들어온 아빠에게서 상당량이 기름이 유출되었다는 나쁜 소식을 들었어요. 다행히 인명피해는 없었지만 유조선의 기름이 흘러나오는 걸 막지는 못했데요. 이제 물고기와 해초 친구들은 어쩌지요. 얀을 다음날 아빠와 함께 아수라장인 항구를 보며 아빠의 손을 콱 움켜쥐었습니다.


매일 뛰놀던 바닷가가 까만 기름띠로 뒤덮여 버렸어요.
모래성의 즐거운 추억도 슬픔과 더러움에 뒤덮이고 말았지요.

다음 날부터 아빠는 방수복을 입고 바다를 살리기 위해 나갔습니다. 밀물이 밀려오면 처음부터 다시 일해야 하지만 쉬지 않고 매일 나가셨어요. 얀도 매일 친구와 함께 나가 바다를 살리기 위해 일했어요. 하지만 기름 덩어리는 줄어들지 않아 기운이 빠졌지요. 그런 얀의 손을 잡고 아빠는 모래 언덕으로 데리고 갑니다. 그리고 바다를 청소하는 사람들을 보라고 해요. 시꺼먼 바다에서 매일같이 청소하는 사람들이 아름다운 것이라고 알려줍니다.
모두가 한마음으로 힘을 합쳐 우리의 바닷가를 돕고 있는 아름다운 사람들을 보며 얀은 깨달았어요.
"인간은 때때로 끔찍한 일을 저지르지만 그보다 좋은 일도 해낼 수 있다는 걸 알았어요. 그리고 그 실수에서 값지고 귀한 무언가를 배울 수 있다는 것도요."


<바다가 까매졌어요>는 1978년 프랑스에서 일어난 실제 사건을 다루고 있다. 원유를 싣고 미국으로 가던 유조선이 암초에 부딪히면서 22만 7천 톤의 기름이 바다로 퍼져나가 200킬로미터가 넘는 해안이 기름으로 오염되고 말았다.
우리나라에도 이와 비슷하게 2007년 12월 7일 충청남도 태안군 앞바다에서 홍콩 선적의 유조선 '허베이 스피릿 호'와 삼성물산 소속의 '삼성 1호'가 충돌하면서 유조선 탱크에 있던 총 12,547킬로리터의 원유가 태안 인근 해역으로 유출된 사고가 있었다. 그 후로 많은 사람들의 자원봉사 덕분에 태안은 검은 재앙 흔적으로부터 10년 만에 생태계 원상 회복됐다. 그리고 원유 유출 사고가 발생한 지 12년 만에 손해보상이 마무리되었다고 한다.
이처럼 유조선 한 척의 사고는 오랜 기간 동안 자연과 동물 친구에게 피해를 준다. 아이들에게 오염된 환경이 어떤 피해를 주는지 쉽게 학습할 수 있도록 이야기와 정보(후반부에 알차게 기재되어 있다.)가 담긴 <바다가 까매졌어요>를 먼저 읽어보며 조카들에게 정말 필요한 책이라는 생각을 했다. 지금의 어른들도 솔선수범해야 할 일이지만 그림책을 통해 아이들에게도 환경보호를 위해 할 수 있는 것들을 수행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좋은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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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없는 가게 라임 어린이 문학 29
김선정 지음, 유경화 그림 / 라임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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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어렸을 적에는 한 번도 피부병으로 고생한 적이 없었어요. 엄마가 저를 가졌을 때 매일 집에 과일상자가 떨어지지 않았다고 했거든요. 그런데 사춘기가 되면서 아빠 피부를 닮아 여드름이 나고 서른 넘어서는 성인아토피와 각종 알레르기로 이틀에 한 번꼴은 항히스타민제를 먹어야 하는 처지가 되었지요. 먼지와 금속, 음식, 그리고 온도차에 예민하게 반응하는 제 몸이 너무 싫었지만 아토피는 완치가 없다잖아요. 스스로 주의하며 살기로 했지요 ㅋㅋ
맛있는 음식을 참아야 하는 고통은 어른도 힘든데 아이들은 더 힘들겠죠.
그런데 아이 눈에만 보이는 신기한 가게가 있습니다. 어떤 음식을 먹어도 가렵지도 않고 아프지도 않은 신비로운 식당 너무 궁금했어요. ㅎㅎ


아기 때부터 아토피 때문에 여전히 신중하게 식단 관리를 하는 환이는 엄마가 비는 시간에 편의점에서 각종 과자와 콜라 라면을 사 왔어요. 몰래 라면 먹다가 들킨 환이는 그대로 얼음이 돼버립니다. 그것도 한 젓가락을 입에 올린 그 시각에 엄마는 집에 온 거예요.. ᅲᅲ 엄마는 화는 내지 않고 조용히 음식들을 처리합니다. 환이는 풀이 죽어 학원 길을 나섰지요.
학원차를 놓치고 걸어가고 있는데 못 보던 가게가 보입니다.

"세상에 모든 라면"
조금 전 한 젓가락도 못한 라면이 생각났지만 학원으로 발걸음을 향합니다.
그 뒤로 그 가게를 지나가는데 자꾸 간판이 바뀌는 거예요. 우와 0~0




용돈이 삼천 원뿐이었지만 눈에 밟혔던 그 가게에 가보기로 결심합니다.
혼자서는 다닌 적이 없어서 어른들에게 말 잘하는 진혁이와 가려는데
"진혁아. 신통한 약국 약국 옆에 새로 생긴 라면 가게에 안 갈래?"
이런 진혁이는 그런 가게를 본 적이 없다고 해요. 어떻게 그러죠.
매일 간판이 바뀌는 그곳을 한 번도 본 적이 없데요. 환이는 그동안 잘 못 본 것인지 불안합니다. 정말 없는 것이 아닐까 하는 마음으로 뛰어가요.
방과 후 학원 시작까지 한 시간의 여유를 라면 가게에 쏟아붓고자 냅다 뛰어갑니다.
그런데 오늘의 간판이 "삼천 원만 있으면 무제한 먹을 수 있는 가게"로 바뀌어 있어요.


굉장했어요. 외할머니가 몰래 끓여준 라면 보다 세상 맛있는 라면이었어요.
그런데 가게에는 시계가 없었어요. 계산을 하고 나와 학원을 놓쳤을 거라 생각했는데 학원차가 바로 왔습니다. 가게 안에서 맛있게 먹었던 라면 맛이 기억이 안 나요. 그리고 몸이 가렵지가 않았어요.

그리고 다음 날 그 가게는 치킨집으로 바뀌어 있는데 너무나 먹고 싶은 치킨이지만 환이에게는 천 원뿐이었어요.
갑자기 간판이 "오늘 하루 딱 천원 치킨 뷔페"로 바뀌네요.
신나게 먹고 있는데 티브이만 보는 여자아이가 신경 쓰여 말을 건네봅니다. 물속에 있는 것 같은 어디서 본 것만 같은 그 여자아이의 얼굴이 무서워 가게에서 나와버려요.

주말에 숲 체험을 하기 위해 버스 타고 가는 도중에 창밖에 세상에 모든 젤리 가게로 바뀐 가게를 봤어요. 선생님이 잠시 화장실 가는 시간이라고 차는 멈추게 되었고 환이는 가게의 말 하는 손잡이에 잡혀 가게 안으로 빨려 들어갑니다. 엄청난 과자의 집으로 변신한 가게 안에서 황홀경에 빠진 환이.


배부르니 눈꺼풀이 무거워집니다. 눈을 떠보니 곁에 무서운 아줌마가 환이를 보고 웃고 있었어요. 여기서부터는 헨델의 그레텔 스토리와 비슷합니다.
환이는 우여곡절로 탈출합니다. 그리고 정신 차려보니 자기방의 침대 위였어요.

엄마는 환이를 위해 엄청 노력했다고 생각했답니다. 재미있게 동화를 읽어주는 영어 학원을 찾고, 좋은 책을 읽고 토론한다는 논술학원을 골랐어요. 몸에 좋은 먹거리를 찾느라 눈이 빠지도록 인터넷 정보에 훑어봅니다.
무엇보다 도시 속에서 자연을 느끼지 못할 환이를 위해 숲 놀이 체험은 굉장히 좋아할 것이라고 생각했지요. 그런데 환이는 숲 놀이를 좋아하지 않는다는 말에 엄마는 고민합니다. 환이를 위하는 방법이 무엇인지 말이죠.
다음 날 아침 라면을 건강하게 끓여 환이와 함께 먹어요. 환이는 엄마가 싫어하는 라면을 왜 끓였냐고 묻는 말에 엄마는 얼마나 맛있길래 네가 좋아하는지 엄마도 먹어보고 싶었다고 했어요. 그렇게 둘은 행복한 시간을 가졌답니다.



이 동화책은 아이의 시선과 어른의 시선으로 그려진 동화였습니다. 그러니 아이들이 보고 느끼는 점과 엄마가 보고 느끼는 점이 다를 것 같아요. 좋은 것만 주고 싶고 더 건강한 것만 주고 싶은 부모의 마음은 다 똑같지 않을까요. 그런 마음을 아이는 백 프로 이해하고 받아들일까요. 조금이라도 부모의 마음을 아이 입장에서 이해할 수 있게 만든 책처럼 보였습니다.. 다만 1학년이 읽기에는 글자 수가 많은 것 같아요. 꼬맹이의 집중력으로는 호흡이 긴 책이라는 느낌이었어요. 어릴 적 엄마가 느낀 고통이 아이에게 투영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을 보고 뭉클했답니다. 이거 스포인가요. ㅎㅎ
부모님과 아이가 함께 보기에 좋은 그림 이야기책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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