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 엔젤의 마지막 토요일
루이스 알베르토 우레아 지음, 심연희 옮김 / 다산책방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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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목에서 느껴지는 마지막 토요일이란, 다시 오지 않을 토요일.. 누군가의 시간이 멈춘다는 뜻일 것 같았고, 빅 엔젤은 좋은 사람? 아니면 큰 지위에 있는 사람을 의미하는 것 같기도 했다. 저자인 루이스 알베르토 우레아는 아버지는 멕시코인, 어머니는 미국인으로, 멕시코를 비롯한 남아메리카와 미국에서 생활한 경험을 바탕으로 사랑, 상실, 승리, 죽음 등의 주제를 글로 썼다고 한다. 형의 마지막 생일 파티에 영감을 받아서 쓰게 된 소설이 <빅 엔젤의 마지막 토요일>이다. 이 책은 뉴욕타임스 주목할 만한 책 Top 100, 뉴욕타임스 북 리뷰 선정도서, 뉴욕 도서관 올해의 추천도서, NPR 올해의 책등에 선정되었으며 할리우드 TV 영상화를 앞두고 있다고 한다.


 이 책의 주연 빅 엔젤은 암 선고를 받고 죽음을 앞둔 노인으로 멕시코인 이름이다. 빅 엔젤은 미국으로 이주해서 살고 있고 멕시코인이라는 것에 자랑스러워한다. 그의 70세의 마지막 생일파티를 일주일 앞두고 100세이신 어머니 마마 아메리카가 돌아가시게 된다. 첫 페이지는 어머니의 장례식에 지각하는 장면이다. 


"인생이 그런 거라고, 멍청아. 너 말이야. 물결은 처음에 세차게 시작하지만, 해안으로 갈수록 점점 약해지지. 그러다 다시 안으로 돌아오고 돌아오는 물결은 눈에 보이지 않아. 하지만 분명히 존재해서 세상을 바꾸는 법이야. 그런데 너는 지금 본인이 뭔가 쟁취했는지 어떤지 의심이라 하고 있잖아." P.41


 삶과 죽음에 대한 생각을 계속하게 하는 책이다. 멕시코인들의 정서가 우리나라와 동떨어지진 않은 것 같았다. 북적거리는 사람들 속에서 먹고 마시고 떠드는 것이 자연스럽게 보였다. 다만 색드립을 자식이 보는 앞에서도 하는 부부를 보며 우리보다는 개방적인 것 같기도 하다. 아버지 돈 안토니오가 미국 여자에게 빠져 새로운 가정을 만들고 자식을 낳는데 큰 아들과 같은 이름을 준다. 리틀 엔젤은 이 집안의 막내로 혼혈이다. 그는 아버지의 두 번째 가정 그리고 혼혈이라는 이유로 애매한 위치에서 성장한다. 어른이 되어서는 사건사고가 많은 가족을 외면하려 하지만 늘 큰형을 부러워하고 미워하고 존경했다. 가족 구성원 개개인의 이야기들이 펼쳐지지만 나는 이 두 형제의 대화가 마음이 갔다. 침대에 나란히 누운 형제는 서로 고해성사를 하듯이 과거의 잘못했던 점을 꺼내고 공유한다. 리틀엔젤은 형을 용서해주기로 했다. 


모든 사람은 비밀을 품고 죽는다. 빅 엔젤은 분명히 행복한 사람일 것이다. 가장 끔찍한 사실을 안전하게 숨긴 채로 죽을 테니까. 삶이란 사물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기 위한, 또한 타인으로부터 무언가를 지키기 위한 긴 투쟁이다. p466


 이 책에서 미국에서 멕시코인들이 살아가는 분위기를 느낄 수 있었다. 인종차별, 불법체류자들, 멕시코인의 빈곤한 삶이 비춰지는 책이다. 죽음이라는 소재는 빅 엔젤에게 진정으로 가족을 사랑하는 법을 알려주었고, 용서와 화합을 이룰 수 있게 해주었다. 다소 칙칙할 수 있는 배경이었지만 멕시코인들만의 유쾌한 성향으로 마냥 우울하게 읽지는 않았던 것 같다. 나에게는 제법 두꺼운 책이라 부담을 살짝 가지고 읽었지만 멕시코의 정서를 들여다볼 수 있었고 가족의 죽음에 대해 다시 생각할 수 있게 해준 책이라 좋았다. 할리우드 TV 영상화라면 나중에 볼 수 있는 거겠지. 꼭 시청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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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재밌어서 잠 못 드는 황제의 세계사 잠 못 드는 시리즈
조지무쇼 엮음, 김정환 옮김, 모토무라 료지 감수 / 생각의길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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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임선생님이 국사 담당이었지만 나는 세계사가 더 재밌었다. 시험 통지서가 나오면 항상 담임선생님에게 혼났던 기억이 난다. 국사보다는 세계사의 교과서의 그림(사진)들이 화려했고, 더 흥미로운 세상이었다. 어른이 되고 나이가 들어서야 우리나라 역사에 깊은 관심을 갖게 되었지만 여전히 세계사는 매력적이다. 세계사를 다룬 책들이 무수히 많고 집에도 여러 권이 있지만 황제 이야기로 엮은 역사 이야기가 궁금하여 이번에는 <황제의 세계사>를 모험하기로 했다.


세계사에 등장하는 군주 30인의 소전을 읽는 것은 교양을 위한 독서라는 측면에서 즐거운 일이다.(중략) 흥미를 느끼는 군주에 대해 더욱 깊이 알아본다면 그것은 진짜 교양이 될 것이다. _머리말에서 발췌

<황제의 세계사>에는 '눈에는 눈, 이에는 이'로 유명한 함무라비 왕부터 러시아 혁명으로 비명의 죽음을 맞이한 니콜라이 2세까지 30인의 군주가 등장한다. 군주의 업적과 그 시대에 일어나 중요한 역사를 재미있게 읽을 수 있다.


메소포타미아 통일을 이룩한 함무라비 왕
결혼부터 농업, 유산 상속, 형벌에 이르기까지 백성의 생활에 관한 282조의 조문이 새겨진 함무라비법전을 편전 했다. 세계에서 네 번째로 유명한 이 법전은 법규라기보다는 판례를 모은 안내서와 같다고 한다. 동해 보복을 원칙으로 가해자에게 피해자가 입은 수준의 벌을 내림을 의미했으나 신분에 따라 처벌의 차이가 있었다고 한다. 즉 피해자 신분이 낮을수록 죄가 가볍게 취급되었다.


중국 역사상 처음으로 황제라는 칭호를 사용한 인물 진시황제
기원전 247년 10대 초반의 나이로 왕이 된 그는 어린 이유로 정치의 실권이 재상이었던 여불위가 장악을 했다. 성장하면서 정사에 대한 열망이 강해진 그는 여불위를 추방하고 진의 실권자가 되어 몇 번의 암살 위기를 극복하기도 한다. 진의 강력한 군사력에 중국을 통일을 이룩한다. 그 후 각국의 왕보다 더 높은 호칭이 필요한 그가 새로 만든 명칭이 황제였다. 하지만 진은 중국 통일 후 15년 만에 멸망한다.


카롤링거 르네상스
카롤루스 대제의 업적 중에서 후세에 가장 큰 의의를 지니는 것이 문화 정책이다. 785년 카롤루스에 의해 설립된 궁정 학교는 귀족뿐만 아니라 서민도 교육의 기회를 주었고 우수할 경우 신분에 관계없이 중용했다고 한다. 궁정학교에서는 역사학 천문학 건축학 그리고 전술론 등 다양한 분야를 가르쳤는데 사용된 공통언어가 라틴어이다. 프랑크왕국은 프랑크족, 색슨족, 남유럽 고트족을 포함한 다민족 국가였지만 카롤루스의 문화정책으로 라틴어가 공용어가 되었다. 불과 2,000점이었던 서적은 이 시대에 8,000점으로 확대되었고, 그럼으로써 서체와 필기법이 통일되었다. 알파벳 소문자도 이때 만들어졌다고 한다.



함무라비 왕과 진시황제, 카롤루스 대제 외의 다른 군주와 관련된 역사도 너무나 흥미로웠다. 너무 재밌어서 잠 못 드는이라는 책 제목이 참 잘 어울린다. 영국은 여왕의 시대에 크게 번영한다는 말의 시작이 잉글랜드 여왕인 엘리자베스 1세다는 사실도 이 책에서 알게 되었다. 완전 내 스타일 !!! ^^
재밌게 교양을 쌓고 싶거나 세계사에 관심이 많은 분에게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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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름을 사랑하는 기술 - 물과 공기가 빚어낸, 우리가 몰랐던 하늘 위 진짜 세상
아라키 켄타로 지음, 김정환 옮김 / 쌤앤파커스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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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하늘을 올려 다 본 게 언제쯤일까.

매일 날씨 앱에서 제공된 미세먼지 수치에 촉수를 세우고 외출 시 마스크를 생명줄처럼 얼굴에 밀착시킨다. 밖에서 하늘을 보는 시간보다 실내에서 하늘을 보는 시간이 더 많아진다. 그러니 올려다보기가 아니 창밖을 보게 된다. 어느 날 구름모양이 얼마 전 별나라로 간 강아지 같아 울컥했었다. 또 어느 때는 하트 모양처럼 보일 때가 있는데 신기했다. 나는 가끔 구름을 보며 누군가를 그리워하고 위안을 받기도 한다. 그런데 구름은 항상 변하는 것일까. 원리가 궁금하다.


 <구름을 사랑하는 기술>이라 제목이 흥미로웠다. 더욱 재밌는 것은 저자 이라키 켄타로가 일본 애니 <날씨의 아이>를 감수했다는 것이다. 그는 기상전문가이자 기상연구소 연구원으로 이 책으로 10년 동안 수집한 아름다운 구름 사진과 구름에 대한 기상과학을 우리에게 쉽게 알려주고 있다. 하늘을 올려다보는 즐거움을 잊은 사람들에게 다시 즐거움을 주고, 보고 싶은 구름을 즐기는 요령을 공유하는 게 저자의 목적이라고 한다.


 구름은 기체라고 추측했지만 내가 틀렸었다. 구름은 수많은 작은 물방울이나 얼음 결정의 집합체가 지구 대기 속에 눈에 보이는 형태로 떠있는 것이라고 한다. 또 기막힌 사실, 우박이 구름 안에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었다. 고도의 얼음 결정들이 과냉각과 구름방울을 만나 수막이 동결되고 반복되는 상하운동을 거친 끝에 싸라기눈을 초월한 존재가 되는 것이었다. 엄청 신기하고 흥미로웠다.


 구름을 사랑하는 기술이란 늘 구름을 사랑하고 구름과 친밀하게 지내면서 구름이 우리에게 알려주는 하늘의 기분을 짐작하는 기술이라고 한다. 구름은 하늘의 일부일 뿐 하늘에서 벌어지는 온갖 에피소드들이 이 책에 쓰여있었다. 행운을 부른다는 무지개라든지 아름다운 노을, 신비로운 오로라, 매일 바뀌는 달 빛, 경고하는 적란운, 우박이나 번개의 과학 등 흥미로운 소재들이 많았다. 


 가장 재밌는 부분은 5장에 구름과 우리 안에서 '구름에 담긴 과학' 챕터였다. 눈 결정의 윤곽이 잘 보이게 사진 찍는 요령, 무지개를 만드는 방법, 유체 놀이 등이다. 아이들에게 보여주면 마술 잘하는 이모로 보일 수도 있겠다. ^^ 더불어 사랑하는 사람에게 점수를 따는 방법에 사용하는 것도 추천한다.


 저자는 하늘이 마음을 비추는 거울이라고 한다. 각자의 기분에 따라 구름 세상의 분위기도 달라져 보이는 것이다. 어느 날 별이 된 강아지의 구름을 본 날은 그 순간 보고 싶어서였던 것 같다.
과학 중에서도 생소한 기상과학이라 어렵게 느껴질 수도 있다. 하지만 중간에 사진과 동영상 QR코드도 있으니 참고해보자. 다만 저자가 만든 영상이다 보니 언어가 일본어이다. ㅎㅎ
소중한 사람과 하늘을 보며 구름 이야기를 하는 날에 슬며시 구름의 원리가 이름을 말해보자. 이 책을 마스터하면 밤하늘의 별을 보며 이야기하듯 구름을 보며 달콤한 이야기를 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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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웃의 세계여행 컬러링북
김웃 지음 / 경향BP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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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여행은 수학여행이었어요. 정규 코스라고 할 수 있는 경주로 갔지요. 관광버스가 다 똑같아서 우리 반 버스인지 헷갈렸어요. 워낙 길치에 공간지각력도 떨어진 나는 믿음직한 친구 옆에 매미처럼 붙어있어야 했어요. ㅎㅎ
지금도 혼자서는 여행을 못해요. 몸은 성장했지만, 아니 노화되고 있지만...ㅋㅋ 길눈은 밝아지지가 않더군요. 그래도 여행은 좋아요. 일상의 흐름에서 벗어나 낯선 곳에서 문화와 사람, 음식들을 만나는 것은 언제나 설렙니다.



컬러링북이지만 여행 에세이 같은 책을 만났어요. 김웃님의 sns에서도 핫하신 분인데 일러스트레이터이자 독립 애니메이션 감독으로 활동하고 계신답니다. 너무 멋지세요~!! 여행에서의 힐링을 사랑하는 스토리텔러로 인스타에서 꾸준하게 연재하고 계십니다. 인스타 kimokokokok 계정으로 놀러 오세요~ ♥


<김웃의 세계여행 컬러링북> 은 두 파트로 나눠져있어요.
1part는 세계여행, 2part는 한국입니다. 마지막 장에는 자신의 여행을 그리는 드로잉 코너도 있어요. 오스트리아, 체코, 파리, 스위스, 독일, 이탈리아, 러시아, 대만, 홍콩, 중국, 일본, 베트남, 태국, 괌, 호주, 카타르까지 16개국의 에피소드와 굉장히 사랑스러운 여러 도안을 확인할 수 있어요. 대박이죠. 이곳을 모두 다녀오셨다니!! 저는 평생이 걸려도 못 갈 거예요. 도안을 보며 대리만족을 합니다.
먼저 세계여행부터 소개할게요. ^^ 





동글동글 귀염 도안을 보며 입꼬리가 승천하는 걸 느끼실 거예요. 아공~ 행복합니다~~~ ^^ 이런 귀여운 도안에 색칠을 하며 힐링을 생각에 입꼬리는 더더더 승천합니다. ㅋㅋ


국내여행이 빠지면 무지 섭섭하려고 했는데 함께여서 좋았어요~
조금만 보여드릴게요.



컬러링북 중에 이렇게 도안이 많은 건 처음이에요~

오마나! 세상에~238페이지입니다. 완북하는데 시간은 걸리겠지만 오랫동안 함께해서 더욱 힐링 될 것 같아요.

엄청난 도안 속에 고르는 재미가 있어요. 일단 저는 마카로 색칠을 해보기로 합니다. 두 가지를 골라 짬 나는 데로 해봤어요.


마카를 잘 다루지 못하는 저는 얼룩에 삐져나옴에 조금 지저분하지만 도안이 이쁘니까 커버가 되는 것 같아요. 단점은 뒷면에 마카의 흔적이 남는다는 것과 책받침? 안 하면 뒷장의 도안에 스며든다는 것입니다. 마카로 하실 거라면 받침을 해서 작업해야 합니다. 이제 프리즈마 유성 색연필로 해보기로 했어요. 



음.. 필압을 주고 칠하는 스타일이라 시간이 오래 걸렸어요. 마카보다는 오래 걸리지만 색상은 쨍하고 이쁩니다. 중간에 책까지 색연필로 하다가는 굳은살이 생길 것 같아서 마카로 했어요. ㅋㅋ



마지막으로 마카로 칠한 도안입니다. 앞으로도 많은 도안이 남았어요! ^^
세계 각국의 랜드마크, 로컬푸드, 축제, 박물관, 기념품들이 소재라 학습이 저절로 되기로 해서 유익한 것 같습니다. 국내여행코너도 정말 좋았어요. 다음 컬링은 국내여행에서 골라볼 거예요. 세계여행 정보와 귀염 뽀짝 도안이 많은 <김웃의 세계여행 컬러링북>으로 힐링하는 시간 가져보시길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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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 미 바이 유어 네임 - 《그해, 여름 손님》 리마스터판 콜 미 바이 유어 네임
안드레 애치먼 지음, 정지현 옮김 / 잔(도서출판)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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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근교의 어느 여름 별장에서 소년이 회상하며 시작한 <콜 미 바이 유어 네임>은 람다 문학상 게이 소설 수상작이라고 한다. 이 소설이 관심이 가기 시작한 것은 이웃님의 포스팅이었다.


 영화 <콜 미 바이 유어 네임>을 연출한 감독의 게이 영화 <모리스>에서 젊은 시절의 휴 그랜트를 보았다. 휴 그랜트는 이 영화에서 남우주연상으로 주목을 받게 되었다고 한다. 차도남의 눈빛, 때로는 심장을 멎게 하는 그의 꽃 미소는 나를 꿈꾸게 했다. 그런 휴 그랜트의 리즈 시절을 모리스에서 볼 수 있다니 황홀했다. 성인이 되어 금기된 사랑을 표현한 <모리스>에 비해 <콜 미 바이 유어 네임>은 미성년자와 성인의 금기된 사랑으로 더 자극적이었고 격렬했다.


 엘리오의 아버지는 매년 여름 한 명의 젊은 학자를 별장으로 초대해 그들의 책 출간 준비를 돕는다. 이번 여름 손님은 24살의 교수 올리버, 엘리오는 늘 하던 대로 자신의 방을 내주었다. 자유분방하면서도 신비한 매력으로 만나는 사람마다 매료시키는 올리버에게 엘리오는 몸이 뜨거워지는 것을 느낀다. 언제부터 그에게 빠져들었을까 회상을 하는 구절은 그때마다 다르다. 엘리오에 눈에 그가 담긴 그 순간부터 그의 내가 될 것임을, 나의 그가 될 것임을 직감한다. 17세 사춘기 소년의 열망과 욕망, 수치심 모든 감정을 저자는 아름다우면서 노골적으로 써 내려갔다.


어쩌면 그때부터인 것 같다. 그 펄럭거리는 파란색 셔츠와 걷어 올린 소매, 우리 집으로 이어진 뜨거운 자갈길을 빨리 걸어 보고 싶다는 듯 해진 에스파듀에서 나왔다 들어갔다 하는 볼록한 발꿈치. 벌써부터 "해변으로 가는 길이 어디지?"라고 물으며 내딛는 발걸음. p.10~11


내가 원하는 것은 그의 살갗이었는데 마음을 읽힐 때마다 그의 얼굴에 피어오르는 기만적인 미소에 빠져들었다. p.17

차라리 그가 죽었으면 하기도 했다. 계속 그가 생각나고 언제나 볼지 알 수 없는데 적어도 그가 죽으면 모든 게 끝날 테니까.. (중략) 그러다 문득 내가 죽으면 되겠다는 사실이 떠올랐다. p.58~59


"네 이름으로 나를 불러 줘. 내 이름으로 너를 부를게." 태어나 처음 해 본 일이었다. 그를 내 이름으로 부르는 순간 나는 그전에, 어쩌면 그 후에도 타인과 공유한 적이 없는 영역으로 들어갔다. p.173


저녁 공기를 향해 몸을 기울인 그 순간, 우리에게 다시는 주어지지 않을지도 모르는 시간이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그래도 믿을 수 없었다. 어깨가 닿은 채로 담배를 피우고 신선한 무화과를 먹으며 장엄한 도시 풍경을 훑던 그도 같은 생각을 했음이 틀림없다. 우리는 그 순간을 기억할 만한 뭔가를 하고 싶었다. p.216


 <콜 미 바이 유어 네임>은 17세 엘리오와 24세 올리버가 함께 보낸 리비에라에서의 6주, 로마에서의 특별한 날들을 배경으로 서로 애절하게 사랑을 그렸다. 누구에게도 말할 수도 없는 비밀을 숨긴 채 보통 사람처럼 이성과도 사귀고, 올리버는 결혼한 후 아내와 두 아이를 데리고 별장으로 오기도 한다. 그 뒤로 부인과 헤어지기도 한다. 오랜 시간 후 재회한 두 사람은 모두 로마에서의 단 하루는 평생 가장 아름다웠던 순간으로 기억된다고 말한다. 서로에게 끌리고 사랑에 빠진 사람들이 보고 느끼는 감정은 이성과 동성은 다르지 않았지만 함께 할 수 없다는 걸 알면서 시작한 사랑이라 더욱 애절하게 다가온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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