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름을 사랑하는 기술 - 물과 공기가 빚어낸, 우리가 몰랐던 하늘 위 진짜 세상
아라키 켄타로 지음, 김정환 옮김 / 쌤앤파커스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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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하늘을 올려 다 본 게 언제쯤일까.

매일 날씨 앱에서 제공된 미세먼지 수치에 촉수를 세우고 외출 시 마스크를 생명줄처럼 얼굴에 밀착시킨다. 밖에서 하늘을 보는 시간보다 실내에서 하늘을 보는 시간이 더 많아진다. 그러니 올려다보기가 아니 창밖을 보게 된다. 어느 날 구름모양이 얼마 전 별나라로 간 강아지 같아 울컥했었다. 또 어느 때는 하트 모양처럼 보일 때가 있는데 신기했다. 나는 가끔 구름을 보며 누군가를 그리워하고 위안을 받기도 한다. 그런데 구름은 항상 변하는 것일까. 원리가 궁금하다.


 <구름을 사랑하는 기술>이라 제목이 흥미로웠다. 더욱 재밌는 것은 저자 이라키 켄타로가 일본 애니 <날씨의 아이>를 감수했다는 것이다. 그는 기상전문가이자 기상연구소 연구원으로 이 책으로 10년 동안 수집한 아름다운 구름 사진과 구름에 대한 기상과학을 우리에게 쉽게 알려주고 있다. 하늘을 올려다보는 즐거움을 잊은 사람들에게 다시 즐거움을 주고, 보고 싶은 구름을 즐기는 요령을 공유하는 게 저자의 목적이라고 한다.


 구름은 기체라고 추측했지만 내가 틀렸었다. 구름은 수많은 작은 물방울이나 얼음 결정의 집합체가 지구 대기 속에 눈에 보이는 형태로 떠있는 것이라고 한다. 또 기막힌 사실, 우박이 구름 안에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었다. 고도의 얼음 결정들이 과냉각과 구름방울을 만나 수막이 동결되고 반복되는 상하운동을 거친 끝에 싸라기눈을 초월한 존재가 되는 것이었다. 엄청 신기하고 흥미로웠다.


 구름을 사랑하는 기술이란 늘 구름을 사랑하고 구름과 친밀하게 지내면서 구름이 우리에게 알려주는 하늘의 기분을 짐작하는 기술이라고 한다. 구름은 하늘의 일부일 뿐 하늘에서 벌어지는 온갖 에피소드들이 이 책에 쓰여있었다. 행운을 부른다는 무지개라든지 아름다운 노을, 신비로운 오로라, 매일 바뀌는 달 빛, 경고하는 적란운, 우박이나 번개의 과학 등 흥미로운 소재들이 많았다. 


 가장 재밌는 부분은 5장에 구름과 우리 안에서 '구름에 담긴 과학' 챕터였다. 눈 결정의 윤곽이 잘 보이게 사진 찍는 요령, 무지개를 만드는 방법, 유체 놀이 등이다. 아이들에게 보여주면 마술 잘하는 이모로 보일 수도 있겠다. ^^ 더불어 사랑하는 사람에게 점수를 따는 방법에 사용하는 것도 추천한다.


 저자는 하늘이 마음을 비추는 거울이라고 한다. 각자의 기분에 따라 구름 세상의 분위기도 달라져 보이는 것이다. 어느 날 별이 된 강아지의 구름을 본 날은 그 순간 보고 싶어서였던 것 같다.
과학 중에서도 생소한 기상과학이라 어렵게 느껴질 수도 있다. 하지만 중간에 사진과 동영상 QR코드도 있으니 참고해보자. 다만 저자가 만든 영상이다 보니 언어가 일본어이다. ㅎㅎ
소중한 사람과 하늘을 보며 구름 이야기를 하는 날에 슬며시 구름의 원리가 이름을 말해보자. 이 책을 마스터하면 밤하늘의 별을 보며 이야기하듯 구름을 보며 달콤한 이야기를 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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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 미 바이 유어 네임 - 《그해, 여름 손님》 리마스터판 콜 미 바이 유어 네임
안드레 애치먼 지음, 정지현 옮김 / 잔(도서출판)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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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근교의 어느 여름 별장에서 소년이 회상하며 시작한 <콜 미 바이 유어 네임>은 람다 문학상 게이 소설 수상작이라고 한다. 이 소설이 관심이 가기 시작한 것은 이웃님의 포스팅이었다.


 영화 <콜 미 바이 유어 네임>을 연출한 감독의 게이 영화 <모리스>에서 젊은 시절의 휴 그랜트를 보았다. 휴 그랜트는 이 영화에서 남우주연상으로 주목을 받게 되었다고 한다. 차도남의 눈빛, 때로는 심장을 멎게 하는 그의 꽃 미소는 나를 꿈꾸게 했다. 그런 휴 그랜트의 리즈 시절을 모리스에서 볼 수 있다니 황홀했다. 성인이 되어 금기된 사랑을 표현한 <모리스>에 비해 <콜 미 바이 유어 네임>은 미성년자와 성인의 금기된 사랑으로 더 자극적이었고 격렬했다.


 엘리오의 아버지는 매년 여름 한 명의 젊은 학자를 별장으로 초대해 그들의 책 출간 준비를 돕는다. 이번 여름 손님은 24살의 교수 올리버, 엘리오는 늘 하던 대로 자신의 방을 내주었다. 자유분방하면서도 신비한 매력으로 만나는 사람마다 매료시키는 올리버에게 엘리오는 몸이 뜨거워지는 것을 느낀다. 언제부터 그에게 빠져들었을까 회상을 하는 구절은 그때마다 다르다. 엘리오에 눈에 그가 담긴 그 순간부터 그의 내가 될 것임을, 나의 그가 될 것임을 직감한다. 17세 사춘기 소년의 열망과 욕망, 수치심 모든 감정을 저자는 아름다우면서 노골적으로 써 내려갔다.


어쩌면 그때부터인 것 같다. 그 펄럭거리는 파란색 셔츠와 걷어 올린 소매, 우리 집으로 이어진 뜨거운 자갈길을 빨리 걸어 보고 싶다는 듯 해진 에스파듀에서 나왔다 들어갔다 하는 볼록한 발꿈치. 벌써부터 "해변으로 가는 길이 어디지?"라고 물으며 내딛는 발걸음. p.10~11


내가 원하는 것은 그의 살갗이었는데 마음을 읽힐 때마다 그의 얼굴에 피어오르는 기만적인 미소에 빠져들었다. p.17

차라리 그가 죽었으면 하기도 했다. 계속 그가 생각나고 언제나 볼지 알 수 없는데 적어도 그가 죽으면 모든 게 끝날 테니까.. (중략) 그러다 문득 내가 죽으면 되겠다는 사실이 떠올랐다. p.58~59


"네 이름으로 나를 불러 줘. 내 이름으로 너를 부를게." 태어나 처음 해 본 일이었다. 그를 내 이름으로 부르는 순간 나는 그전에, 어쩌면 그 후에도 타인과 공유한 적이 없는 영역으로 들어갔다. p.173


저녁 공기를 향해 몸을 기울인 그 순간, 우리에게 다시는 주어지지 않을지도 모르는 시간이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그래도 믿을 수 없었다. 어깨가 닿은 채로 담배를 피우고 신선한 무화과를 먹으며 장엄한 도시 풍경을 훑던 그도 같은 생각을 했음이 틀림없다. 우리는 그 순간을 기억할 만한 뭔가를 하고 싶었다. p.216


 <콜 미 바이 유어 네임>은 17세 엘리오와 24세 올리버가 함께 보낸 리비에라에서의 6주, 로마에서의 특별한 날들을 배경으로 서로 애절하게 사랑을 그렸다. 누구에게도 말할 수도 없는 비밀을 숨긴 채 보통 사람처럼 이성과도 사귀고, 올리버는 결혼한 후 아내와 두 아이를 데리고 별장으로 오기도 한다. 그 뒤로 부인과 헤어지기도 한다. 오랜 시간 후 재회한 두 사람은 모두 로마에서의 단 하루는 평생 가장 아름다웠던 순간으로 기억된다고 말한다. 서로에게 끌리고 사랑에 빠진 사람들이 보고 느끼는 감정은 이성과 동성은 다르지 않았지만 함께 할 수 없다는 걸 알면서 시작한 사랑이라 더욱 애절하게 다가온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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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로니카의 눈물
권지예 지음 / 은행나무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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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이라는 단어는 설렘을 주는 것 같다. 서른을 코앞에 둔 나는 20대의 마지막을 그냥 흘러보내기 싫었다. 평생 기억될 만한 일은 무엇일까 생각해보니 해외여행이었다. 그래서 스물아홉 여름, 보라카이에 친한 동생과 갔다. 그때의 보라카이는 관광지로 유명해지기 시작한 곳이라 많은 정보가 없었다. 그나마 그곳의 전압은 110볼트라서 어댑터를 준비해야 한다는 팁 정도만 알고 갔다. 세상에서 한 번도 느껴보지 못했던 여유를 누렸다. 여행은 가지 않았다면 여행이 주는 기쁨을 나는 모르고 살았을 것이다. 


권지예가 10년 만에 펴낸 소설집 <베로니카의 눈물> 은 6편의 단편과 문학평론가 소영현의 해설로 구성되어 있다. 마지막 편을 제외하면 모두 여행과 관련된 이야기였다. 여행이라는 에피소드로 조금 더 느리게 때로는 예민하게 인물들의 심리를 그려내고 있다. 모든 글의 주체는 여성이어서인지 공감과 생각거리를 부여해주는 글이 많았다. 


-베로니카의 눈물
인생은 그저 흐르는 거야. 그냥 힘을 빼고 흐름에 몸을 실어. 춤출 때처럼. 우린 그래서 모두 춤을 잘 추지. 여긴 쿠바야! 되는 일도 없고 안 되는 일도 없어. 그냥 파도에, 리듬에, 인생의 시간에 몸을 실어.
글을 쓰기 위해 쿠바에서 한동안 지내기로 하고 집을 구한 작가.
철저히 독방의 수인처럼 격리해야 글에 집중되는 습관을 가진 작가는 시도 때도 없이 기습 방문하는 관리인 베로니카가 불편했지만 어느새 쿠바의 엄마로 생각하게 된다. 작가는 많이 의지한 베로니카에게 불미한 사건으로 의심을 하게 되는데.


-낭만적 삶은 박물관에서나
쇼팽의 손에 비해 더 강건해 보이는 상드의 손과 팔. 뭉툭하고 짧은 손톱을 가진 그녀의 손은 의지적인 느낌이 강했다...... 상드가 연약하고 가냘픈 쇼팽의 손을 꼭 잡아주었을 거 같은 느낌이 든다.
낭만을 사냥하기 위해 다시 파리를 찾아온 재이. 그녀의 몰래 파리 연인들의 키스를 촬영한다. 그러면서 파리에서의 1년간 짧은 결혼생활을 떠올리는데 그녀가 마음에 둔 사람은 결혼했던 한국 남자가 아닌 프란스 남자였다. 


-파라다이스 빔을 만나는 시간
남겨진 나는 뚜껑을 분실한 향수병처럼 삶의 향기도 휘발되고 의욕도 잃은 채 몇 계절을 흘려버리고 있었어요.
하숙집 어린달 수현은 여섯 살 많았던 하숙생 민수를 수년이 지나 대학에 선배로 재회하면서 연인이 되었고 백년가약을 맺었다. 명퇴 후 함께 쿠바 여행 가기로 했지만 민수의 병은 기다려주지 않았다. 방을 정리하다 나무상자를 발견하는데 '쿠바에 가면 소피아 곤살레스에게 전해주길'이라는 유언과 같은 메모가 붙어있었다. 남편의 비밀을 확인하려고 쿠바 여행길에 오른 수현은.


-플로리다 프로젝트
가난이 익숙해서 두렵지는 않지만.. 그건 냄새나고 낡은 신발 같은 것. 어쩔 수 없이 신고 다니긴 하지만 당장이라도 벗어버리고 쾌적하고 디자인도 예쁜 새 신발을 신고 싶은 욕망.
친구 미연 부부의 대타로 세미나 참석차 올랜도행 비행기에 오른 현주와 딸 서연. 세미나 종료 후 모녀는 함께 간 일행과는 달리 경제력이 부족하여 어울리지 못하고 자존심이 상했다. 서연을 인터넷으로 저렴한 항공권을 찾아 둘은 쿠바로 떠나게 되는데 딸의 작은 파우치에서 두 줄의 임신 테스트기를 발견하여 딸이 먼저 말해주기를 기다렸지만 엄청난 사건을 알게 되고 오래전 자신의 과거가 오버랩되는데.


카이로스의 머리카락은 패키지여행지에서 만난 인간 군상에 대한 내용이었고, 내가 누구인지 묻지 마는 유일하게 여행지가 나오지 않았다. 내가 누구인지 묻지 마는 실제 사건을 재구성한 소설로 남자의 절망적인 선택이 안타까웠다. 여행은 어쩌면 방황하는 나의 선택을 결정해주는, 미로 속에서 희망을 찾아주는 열쇠 일지도 모르겠다. <베로니카의 눈물>는 그동안 수록된 작가의 글들을 모아둔 소설이었다. 짧지만 여운이 길게 남는 이야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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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리아비틀 킬러 시리즈 2
이사카 고타로 지음, 이영미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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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0년 9월에 이사카 고타로가 3년 만에 완성한 <마리아비틀>은 <그레스호퍼> 의 후속작이라고 한다. 두 작품은 청부살인없자 시리즈로 등장인물이 다소 겹치지만(학원 강사와 푸시 맨, 말벌 등등) 6년 사이에 이사카 고타로의 변화를 <마리아 비틀>에서 알 수 있다고 한다. 


 정보 위주의 독서로 편식한 나는 소설에 입문한지 얼마 되지 않아 유명한 작가나 재밌는 소설을 잘 모른다. 다만 북클럽 회원들이 한목소리로 이사카 월드에 빠지면 헤어 나올 수 없다는 말에 혹해 언젠가는 기회가 되면 꼭 읽어보겠다고 생각했었다. 그리고 이사카 월드의 첫 입문 소설은 <서브머린>으로 그의 명성을 체감하며 그의 팬이 되고 말았다.

<마리아비틀> 배경인 신칸센의 이름은 '하야테'호로 도쿄에서 모리오카까지 운행하는 기차이다. 작가의 실제 거주지가 센다이 지역이라 몇 작품을 제외한 대부분의 작품이 센다이가 배경이 많다고 한다. 200km 이상으로 달리는 고속철도 안에 킬러들의 사투가 벌어진다. 중간에 서는 역이 거의 없이 쉼없이 달리는 신칸센. 종착역까지 2시 30분의 시간에 쫓기는 자와 노리는 자, 표적이 되는 자들의 박진감을 느낄 수 있었다.
제목의 일화로 무당벌레를 영어로 하면 레이디 비틀인데 여기서 레이디는 성모 마리아를 가리키므로 레이디 자리에 마리아를 넣어 마리아 비틀이라 이름하였다 한다. 제목이 무당벌레라면 나나오가 주인공? ㅎㅎ


 이 소설에서 12명의 킬러가 등장한다. 킬러들이 등장하는 소설이라면 왠지 킬 빌처럼 피가 낭자한 피 칠갑이 상상되지만 이사카의 방식은 깔끔했다. 해학적으로 과일이나 곤충, 동물의 이름을 사용하고 있는 킬러들은 살벌하기보다는 나사가 한두 개는 빠진 모지리처럼 보였고 안쓰러워 보일 때도 있었다. 다만 비현실적인 캐릭터 왕자는 모성을 부르는 미모에 숨겨진 천재적인 사악함이 놀라웠다. 다른 킬러들에 비해 인간미라곤 눈곱만큼도 찾을 수 없는 악마 그 자체였다. 철학을 운운하며 인간의 본성에 대해 말할 때는 도저히 중학생이라고 볼 수 없었다. 이사카는 어떻게 저런 캐릭터를 만들었을까? 신박이다. 이사카 고타로는 악을 묘사하는 소설가라는 말이 맞는 것 같다.

"그때부터야. 사람을 죽이는 일에 흥미를 갖게 됐지. 누군가의 목숨을 빼앗는 일이나 목숨을 빼앗는 누군가의 반응 같은 것들이 흥미로웠어."


'인간에게는 가지 정당화가 필요하다. (중략) 타인에게 굴복했을 때도 마찬가지다. 자기 정당화가 발생한다. 자신의 무력과 역량 부족, 나약함을 인정하지 않기 위해 다른 이유를 찾아낸다.'


'인간은 무서운 결단이나 윤리에 반하는 판단을 내려야 할 때야말로 집단의 견해에 쉽게 동조하며, 더 나아가 '그것이 옳다'라고 확신하는 게 아닐까.'


'인간은 자기가 타인보다 높은 지위에 있다는 사실에 안심한다. 상대를 학대함으로써 자신의 안전을 곱씹으며 음미한다.'


상큼미와는 전혀 거리가 먼 허당미의 과일 브라더스 레몬과 밀감은 완전히 상반되는 캐릭터였다. 혈액형의 통계를 중시하는 일본답게 밀감은 전형적인 A형, 레몬은 전형적인 B형 임을 알려준다. 고전소설을 좋아하고 차분하고 진지한 성격의 A형 밀감과 꼬마 기관차 토마스를 좋아하는 B형 레몬은 물과 기름 같았는데 어떻게 업계에서 일 잘하기로 소문난 업자인지 둘의 대화는 진지하면서도 웃겼다. 


불운의 여신과 결혼해야 할 것 같은 나나오의 장면을 볼때마다 안쓰러웠는데 그는 왜 무당벌레라는 별명을 가졌는지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일을 받아 업무를 지시하는 마리아가 처음에는 중요 인물 같았는데 그다지 존재감이 크게 느껴지지는 않았다. 검은 뿔테안경을 쓴 훤칠한 청년, 나나오의 눈부신 활약을 지켜보는 사이 어느새 나는 그를 응원하고 있었다. 


그저 재미 삼아 어린 아들을 옥상에서 밀어버린 왕자에게 복수하고자 알코올중독에 걸린 전직 킬러 기무라는 허망하게 왕자의 술수에 걸려든다. 왕자의 신변에 문제가 생기면 병원에서 대기 중인 킬러가 아들을 해치도록 장치 때문에 섣불리 왕자를 처리할 수도 없는 상황, 신칸센 안에서 기무라는 왕자의 심부름꾼 노릇을 해야 할 처지가 된다. 그의 아들 와타루는 끝까지 안전하길 바라며 쭉 읽어내려갔다. 그런데 초반부에 스쳐간 그분이 등장함다. 왕자의 응징이 기대해도 될까. 정말 여기저기 깔린 복선을 주의 깊게 기억해야 한다. <마리아비틀>은 띄엄띄엄 보았다가는 큰 재미를 잃어버린다. 너무 매력 있다. 이사카 고타로의 킬러 시리즈인 <그레스호퍼>도 읽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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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롱 드 홈즈
전건우 지음 / 몽실북스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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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나 영화를 보면 바람난 남편을 또는 친구의 남편을 미행하는 아내들의 복장은 어김없이 똑같았다. 트렌치코트와 큼지막한 선글라스 그리고 얼굴을 거릴 스카프. ㅋㅋ 사실 더 눈에 띄는 스타일인데도 그녀들은 고수한다.

"물론, 스카프도 필요하지. 트렌치코트와 스카프는 홈즈와 왓슨처럼 떼려야 뗄 수 없는 사이라고."
여름을 바라보는 5월 말, 현상금이 걸린 성추행범 쥐방울을 체포하기 위해 네 여자가 뭉쳤다. 미리, 지현, 경자, 소희, 이들의 팀명은 '주부 탐정단'이다.



"내 마누라 내가 때리겠다는데..."
산발한 머리, 반쯤 찢어진 원피스, 신발은 한쪽만 신은 노지숙이 미친개로부터 도망쳐 슈퍼로 피신 왔다. 또 지숙의 남편은 소문난 미친개로 술만 마시면 아파트 단지가 떠나가듯 욕을 내뱉고 지숙이를 때렸다. 그리고는 술이 깨면 일부러 그러는 건지 기억을 못 하는 인간이었다.
미리는 도와달라고 소리 질렀지만 아파트 주민들은 누구 하나 도와주지 않았다. 괜히 부부 싸움에 끼어들었다가 오히려 경찰들에게 한소리를 들었던 경비 책임자인 광규가 억지춘향으로 거들어주었다. 미친개는 경찰에게 연행되었고 지숙은 구급차에 실려갔다. 미친개의 폭력은 더 심해질 것이라는 것을 지숙은 알고 있다. 하지만 여덟 살 된 윤서가 걱정되고 돈이 없다는 이유로 도망칠 생각을 못 한다. 지숙의 곁을 지키던 네 여인도 연신 눈물을 훔쳤다. 창밖을 보던 미리는 우리가 쥐방울을 잡아 현상금으로 지숙이도 돕고 나눠쓰자고 한다.


"제 의무는 환자분의 치료에 있죠. 남편을 죽여서 우울증에서 해방될 수만 있다면 적극 권해 드리고 싶군요."
공미리와 박도진은 환자와 닥터의 관계보다는 깊어 보였다. 우울증이 있는 공미리는 과도하게 의사 선생님에게 의지하고 박도진도 공미리를 특히나 챙겨주는 모습에 둘은 핑크빛으로 연결되려나 했는데 오호~ 중반부로 갈수록 선명해주는 무언가가 있었다. 



"아빠가 치킨 사 간다."
사건에 소극적이었던 경비 책임자 광규는 열혈 아줌마들의 성화에 못 이겨 사건을 조사하는 데 도움을 주기로 했다. 그는 아줌마들의 적극적인 모습에 감복을 받은 터였다. 이 경비 책임자는 감초인 조연 캐릭터로서 나중에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된다. ㅎㅎ
광규의 도움으로 쥐방울의 피해자 주소를 알게 되고 방문하여 사건 정황을 듣기로 한다. 주차장에서 지현을 기다리던 소희는 치킨 봉투를 들고 오는 남자에게 납치가 되는데.


"범죄가 빈번하게 발생하는 곳엔 범죄자들이 있다. "
수개월째 경찰도 잡지 못하는 쥐방울의 수법은 날로 진화되고 있었다. 처음 사건으로 처음인지 본인도 당황하여 도망갔지만 그는 계속 성장하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검은 봉지에서 여자의 잘린 손목이 발견된다.
현상금이 걸린 쥐방울이 토막 시체의 범인일까?
추리소설을 즐겨 읽고 탐정이 꿈이었다던 공미리는 놀랍도록 예리했다.
흙냄새와 꽃향기, 치킨 봉투, 교차로의 악마, 그녀의 시선으로 곳곳에 증거들을 수집했고 조사했다. 드디어 한 집만 확인하면 된다. 거기에 소희가 있을지도 몰라..



엄마는 천하무적
남성 작가분이 이런 소설을 쓸 줄이야~ 정말 여자의 마음을 잘 아는? 연구를 많이 한 것 같다. 아줌마라고 하면 억척스러움, 뻔뻔함 등등 무시해도 될 사람이라는 대명사로 쓰이는 것이 마음이 안 좋았다. 그녀들이 왜 억척스러워졌으며 뻔뻔해져야만 했는지는 생각하지는 못하는 걸까. 주부 탐정단의 언니들도 약한 여자이기는 마찬가지였다. 그녀들은 사투 중 삶의 끈을 포기하려고 할 때 초인적인 에너지의 근원지가 있었다. 바로 자식이다. 자식은 여자를 초인으로 만든다. 가족이 살아야 할 이유를 주는 존재인 것이다. 아흑 감동 ㅠㅠ
<살롱 드 홈즈>는 몰입력이 굉장했다. 여행지에서도 놓고 싶지 않았던 소설은 처음이었으니까. 정말 드라마나 영화로 제작이 되었으면 좋겠다. 캐릭터를 소화할 연기자를 골라봤는데 경비 책임자 광규는 김광규 씨가 안성맞춤인 것 같다. 꼭 화면으로 보고 싶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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