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스타 걸 안전가옥 오리지널 2
김민혜 지음 / 안전가옥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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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가비는 오늘도 인스타 속에 슈퍼 인플루언서 유진주 계정을 스크롭하며 연신 '좋아요'를 누르고 있다. 서울 남자와 결혼하려고 바닷가 깡촌에서 상경했다는 서른여덟의 나 원장과 전 직장에서 인연이 되어 언니 동생 하다가 지금은 그녀가 일하는 네일숍에서 직원으로 함께하고 있다. 나 원장은 따끈한 밥에 젓갈을 팍팍 퍼 주는 정이 넘치는 사람이었다. 가비는 한 달 죽어라 일해 봐야 버는 돈은 고작 150만 원, 곧 계약기간이 만료되려고 하자 집주인이 월세를 올리겠다고 통보를 한다. 사는 게 팍팍한 가비는 유진주의 화려한 피드를 보는 것이 일상의 유일한 낙이다.



쉰 내 나는 걸레에 아세톤을 흠뻑 적셨다. 진상 손님이 남긴 얼룩을 비벼 닦을수록 지독한 향이 올라왔다. 눈이 매웠다.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하며 원하는 감각을 세상에 마음껏 펼치는 사람이 있는 반면, 어렵게 찾은 꿈을 그려 낼 도화지가 손님의 자그마한 손톱 열 개뿐인 사람도 있다.

 


어느 날 원장은 먼저 들어가고 혼자 가게를 정리하는데 급하게 손질해야 한다며 진주가 네일숍에 나타났다. 몇 년 동안 인스타그램으로 팔로우 해 왔던 사람을 실제로 만난 가비는 의느님의 흔적은 전혀 없는 자연이 만들어낸 신이 창조해낸 여신의 품격을 마주 앉은 진주에게서 발견하고는 더욱 친해지고 싶어진다. 열 손가락 끝이 죄다 바스러져 있는 진주의 손톱이 가까스로 살에 붙어있는 것을 보고 왜 그런지 물어보니 개한테 물렸다고 답하는 진주의 손목에서는 조말론 레드로즈의 향이 풍겼다. 관리를 끝내고 마중 나갔다 온 가비는 진주가 챙겨가지 못한 반클리프 팔찌를 돌려주려고 다시 나갔지만 진주를 태우려 왔던 차는 이미 가버렸다. 진주의 계정을 찾아 DM을 보냈지만 수많은 DM 속에 가비의 글은 묻혔는지 수일이 지나도 답이 없었다. 만나면 돌려주려 했던 그 팔찌는 어느새 가비의 손목에서 빛나고 있었다.


에 쥐지 못하는 걸 잡고 싶어하는 건 남자든 여자든 비슷할 것이다. 그 대상이 누구나 탐내는 것이라면 더더욱. 가비는 두근거렸다.

 


진주의 계정에 댓글을 남긴 가비에게 관심을 보이는 사람들. 진주가 네일 했다는 숍을 찾아오는 손님이 제법 불어났고 가비의 계정의 팔로워 수는 늘어가니 가비는 더욱 그녀와 친해지고 싶었다. 진주의 최측근이 네일숍을 찾아오고 가비는 자신도 모르게 건물주의 외동딸이자 네일숍의 사장님이 돼버렸고 이 정보는 SNS에 빠르게 퍼져나갔다. 사람들은 가비를 더욱 환호한다. 나원장을 들들 볶아 소개팅을 하게 된 주방보조 훈이는 인스타 '스타 군단'이 자주 가는 청담동 프렌치 레스토랑 맵 31에서 일한다. 첫 만남을 맵 31에서 인증 사진을 올리고 싶었던 그녀는 소원이 이루어지고, 감동의 식사를 하는 중 진주 커플도 레스토랑으로 들어오자 바로 인사를 건넨다. 당일 계정에서도 반가운 댓글을 달자 급속도로 팔로워 수가 늘어난다. 

 


그래,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좋다고 하잖아? 그럼 적어도 나쁘게 사는 건 아니지 않을까? 몸이 나른해졌다. 생각을 하지 않으니 괴로움이 덜했다. 

 


<인스타 걸>은 인간의 본성인 욕망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 있다. 욕망이라는 자체는 삶의 원동력이 되기도 하지만 방향에 따라 땅속까지 추락할 수도 있다.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가 사람들의 관심인 그들은 화려한 가면을 바꿔가며 더더욱 실제의 자신을 숨긴다. 이 책에서는 자신을 돋보이게 하는 사람을 곁에 두고 진정한 마음을 나누지 않는 인친들을 볼 수 있다. <인스타 걸>의 등장인물들은 나 원장 빼고는 다들 제대로 된 사람이 없어 안타까웠다. 무거운 주제이지만 빠르고 경쾌한 김미혜 작가님의 글은 아주 흥미로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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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록이 가득한 하루를 보냅니다 - 식물 보듯 나를 돌보는 일에 관하여
정재경 지음 / 생각정거장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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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을 잘 키우는 친구들을 보면 굉장히 부러웠다. 집안 가득 생명력이 넘치는 아이들을 보면 없던 기운이 샘솟을 것 같고, 무엇보다 인테리어적으로 좋아 보였다. 그래서 나도 결혼하면 녹음이 가득한 집으로 꾸며야지라고 생각하고 집들이 선물로 식물을 사달라고 했었다. 그러나 물만 잘 주면 자라겠지라고 생각했던 나의 무지함은 어느새 전문 식물 킬러가 돼버리고 말았다. 

선인장마저도 죽이는 나의 망손으로 한동안 식물은 나와 인연이 아닌가 보다라고 했는데 두 번째 이사를 하고 막내동생에게 받은 스투키가 1년을 버티는 것을 보고 약간의 희망을 갖기 시작했다. 그 뒤로 공기 정화에 도움이 된다는 행잉 식물 디시디아 그린을 2개, 또 디시디아 애플 2개를 추가했는데 겨울이 되니 반은 저세상으로 가고 반은 싱싱하지는 않았지만 곁에 두기로 했다. 따스한 봄날이 오자 작은 잎을 틔우는 것을 보고 너무 기뻤다. 하지만 겁이 난다. 식물 킬러 생활을 시작할까 봐 말이다.

그러는 사이 <초록이 가득한 하루를 보냅니다>를 만나게 되었다. 반려 식물 200그루와 함께 살고 있는 정재경 저자는 '매우 좋음' 상태의 실내공기로 쾌적하게 지내고 있다고 한다. 미세먼지로 고민하고 해결한 내용을 모아 '카카오 브런치'에 연재를 했고 핫이슈가 되었다고 한다. 나의 올해의 계획 중 일부 '건강'과 '환경' 키워드가 있었기에 새해부터 읽기 참 좋은 책이라는 생각이 들어 펼쳐보기로 했다.

"더리빙팩토리'를 설립하고 운영하는 라이프스타일 크리에이터라고 소개된 저자는 식물을 통해 몸과 마음을 치유하고 책과 글쓰기를 즐기는 자아도 찾았다고 한다. 식물과 함께 하고, 공간과 생활을 효용적으로 디자인을 하며 환경을 생각하는 마인드는 참 좋게 보였다. 식물과 함께 숨을 쉬며 마음의 안정을 찾는다며 자연스럽게 창의적인 생각이 떠오를 것 같다. 식물을 키우는데 두려움을 갖고 있는 나에게 노하우를 알려주는 책이었다. 오랜만에 괜찮은 에세이집을 만난 것 같아 기분이 좋아진다. 

미세먼지의 심각성을 모르는 이는 이제는 없을 것이다. 호흡기로 통해 흡수된 미세먼지는 배출되지 않고 세포를 파괴하고 병들게 한다. 초미세먼지를 걸러주는 마스크는 생활필수품으로 자리 잡은지 오래이다. 또한 공기청정기도 없어서는 안 될 가전도구이다. 

식물은 호흡하며 기공으로 미세먼지를 흡수해 에너지대사 과정에서 분해하고 남은 미세먼지는 뿌리로 보내 미생물이 분해하게 된다. 게다가 음이온을 뿜어 양이온인 미세먼지를 전기적으로 제거하기도 한다.

실내에서만이라도 편하게 숨 쉴 수 있는 방법이 식물에게 있었다. 산속에서의 풍부한 피톤치드를 느끼지는 못하겠지만 숨만이라도 걱정 없이 집에서 쉬어보자. 단 식물은 대사 관정을 통해 공기를 정화하기 때문에 공기 정화 효과를 보는데 적어도 네다섯 시간이 걸린다고 하니 공기청정기로 빠르게 먼지 제거를 하고 이차적으로 식물의 산소와 음이온을 공급받으면 도움이 될 것이다.

 식물은 산소와 음이온을 만들고 새 잎을 틔워 마음에도 에너지를 채운다. 음이온을 혈액을 깨끗이 하고 통증을 완화하며, 자율 신경의 조정 능력을 키우는 효과가 있다는 사실이 입증되었다. 

이 책을 보니 식물은 바람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건강을 위해 운동하는 것처럼 식물은 바람을 통해 운동한다. 바람 곁에 운동하면서 입맥과 수맥을 키우고, 땅을 단단하게 붙들도록 뿌리를 뻗어 나간다. 그러니 창문을 열 수 없을 때는 선풍기를 약하게 틀어주자. 선풍기 바람에도 식물은 잎과 줄기를 흔들어 운동하고, 생명을 유지하며 튼튼해진다고 한다. 식물도 운동을 해야 사람처럼 건강해지는구나 ~ ^^

뭔가 버릴 때마다 바다에서 플라스틱을 먹고 있는 물고기, 물개를 떠올린다. 사용할 수 있는 건 버리지 않으려고 서랍 속에 있는 샘플 화장품도 재빨리 써서 없앴다. 마음먹고 샘플을 다 쓰는 데도 2년이 걸렸다. 

저자의 소신을 잘 느껴지는 구절이다. 생활 속에서 환경을 위한 방안을 고민하고 상품에 대한 패키지에 대해서도 환경을 생각하는 마음이 보였다. 올해에도 환경을 위한 나만의 캠페인은 계속 진행할 예정이다. 식물을 통해 몸과 마음이 건강해지고 방향성을 찾아 나답게 사는 방법을 알려준 고마운 책이다. 저자의 싱그럽고 긍정적인 마음이 다른 사람에게도 좋은 영향력으로 흡수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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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스퍼링 룸 스토리콜렉터 80
딘 쿤츠 지음, 유소영 옮김 / 북로드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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딘 쿤츠는 스티브 킹과 함께 서스펜스 소설계의 양대 산맥이라고 불리며, 지금까지 14권의 하드커버와 16권의 페어퍼백이 뉴욕 베스트셀러 1위에 오른 작가이다. 이번에 출간된 <위스퍼링 룸>은 나노테크놀로지로 세상을 통제하려는 소시오패스 엘리트 집단에 맞선 FBI 요원 '제인 호크'시리즈의 두 번째 작품으로, FBI 불량요원이자 미국 최고 수배자가 되어 거대한 음모의 중심을 향해 거침없이 돌진하는 27세 여주인공의 활약상을 보여준다. 출간 즉시 아마존과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 순위 건에 오른 제인 호크 시리즈는 현재 마라마운트TV와 어나니머스 컨텐츠에서 합작으로 TV 드라마를 진행 중이다. (책날개에서 참고)


<위스퍼링 룸>은 <사일런트 코너>를 이은 후편이다.
<사일런트 코너>는 제인 호크 시리즈 1편으로 꿈같던 결혼 생활이 이어가던 제인 호크의 결혼생활에 이변이 생긴다. 이유 없는 남편 닉의 자살로 의문을 품게 된 제인은 원인을 확인하고자 휴직계를 내고 조사를 하니 원인을 알 수 없는 자살률이 큰 폭으로 상승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마침내 그녀가 밝혀낸 진실은 나노테크놀로지인 뇌임플란트를 심어 인간을 통제하는 기술이 비공개적으로 시행되고 있음에 경악하고 여러 가지 증거를 수집한다. 하지만 이 일에 연루된 큰 손은 국가 보안 연방을 매수했고 모든 사실을 알고 있는 제인을 제거하기 위해 수배령을 내린다. 제인의 아들을 빌미로 협박 받는 제인을 큰 손을 직접 찾아가 자백을 받아내기 위해 더 위험한 길을 나선다. 그다음 이야기인 제인 호크 시리즈 2편이 <위스퍼링 룸>이다. 시작은 특수아동교육으로 존경받고 마을 사람들의 좋은 친구로 지낸 여교사 코라 건더슨이 자신이 운전 중인 차량에 스스로 불을 질러 호텔로 돌진한다. 그 곳에는 주지사와 여러 임원들이 있었는데 주요인물들과 코라를 포함하여 46명의 인명피해가 발생한다. 


"당연하죠. 그런데 그런 컴퓨터 모델이 자기 정당화를 해주는 거예요. 그들이 제시하는 결정적인 숫자는 21만 명이에요. 한 세대는 25년이고. 그러니 컴퓨터에 따라, 매년 위험인물 8천4백 명을 제거하면 모두 평화롭게 조화를 이루는 완벽한 세상을 만들 수 있다는 거예요."


"그들 마음에 안 드는 사람들을 제거할 때만 나도 임플란트를 사용하는 게 아니에요. 내가 전부 다 털어놓으면 당신도 경악할 다른 용도도 있다고요. 두렵고, 역겨운 용도, 이건 자유와 관련된 문제예요.(중략) 이건 희망의 미래냐, 노예 상태의 미래냐 하는 문제라고요."


엘리트 소시오패스 집단인 더 나은 내일을 위한 자원봉사자 모임의 회원은 기막히게도 컴퓨터가 제거 대상자로 뽑지를 않는다. 대단한 시스템이지.. ㅡㅗㅡ
제인은 NCIN(국가 범죄정보 센터 웹사이트)에서 위험인물로 수배되어 도망자 신세이고 D.J 마이클을 만나기 위해 호랑이 소굴로 들어간다. 그들의 기술 뇌임플란트로 살아있는 좀비, 살아있는 장난감, 노예, 매춘부들을 만들거나 손에 피 한 방울 묻히지 않고 스스로 목숨을 끊게 하는 또는 살인자로 둔갑시키는 무서운 기술은 절대 있어서는 안된다고 생각된다. 


"스스로 지식인이라고 믿는 지식인들이야말로 지구상에서 가장 위험한 존재에 속한다. 문제는 모든 지식인들이 타인들이 인정해주고 그들에게서 지혜의 말을 구하기 이전에 먼저 자신을 지식인으로 규정한다는 점이다. 자기가 탁월하다고 증명하는 시험을 치를 필요도 없고, 자격증을 발급하는 공인된 위원회도 없다. 미용사 자격을 따는 것보다 지식인으로 칭송받는 것이 더 쉽다." 


"더 나은 내일을 위한 자원봉사자 모임은 소중한 비밀결사체이기에 다름 아닌 바로 그 국가 안보국 최고위 간부가 인가한 백도어였다." 


"데이비드 제임스 마이클은 문자 A로 시작하는 단어로 이름 짓기를 좋아하는 것 같았다. 그의 측근 그룹은 아르카디언이다. 여자들의 정신을 제거라고 새로 프로그래밍해서 운영하는 잔혹한 매음굴은 아스파시아다. 이제 또 어포이디아와 아피큘러스."


제인은 아들의 신변보호를 하기 위해서만 행동하진 않았다. 자신과 상관없는 위험에 처한 여자들을 구해주기도 했고, 아이언 퍼니스의 학교라는 곧에 갇혀 있던 아이들도 구출한다. 그녀를 도와주는, 세상을 구하고자 했던 보안관 루서의 활약도 볼만하다. 뇌임플란트로 자신은 잃어버린 사람들의 이야기가 안타깝게 다가왔다. 특히나 살아있지만 더 이상 아이들의 부모가 아닌 사람들이 다시 본 모습으로 돌아오지 못하는 게 마음이 아팠다. 속삭이는 방의 정체가 드러났을 때는 정말 기겁을 했다. 끝나도 끝난 게 아닌 제인 호크의 시리즈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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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신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김난주 옮김 / 재인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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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작년 하반기 이웃님의 추천으로 네이버 북카페를 알게 되면서 장르 소설의 재미를 알기 시작했다. 미궁 속에서 사건의 진실을 파헤쳐 나가는 구도가 굉장한 흥미를 유발했다. 여러 작가의 추천도 받아봤지만 특히 히가시노 게이고는 일본을 대표하는 작가로 우리나라에도 엄청난 팬덤이 형성된 작가라고 들었다. 그의 초기작이 더욱 빛이 났다는 이웃님의 추천으로 이 책을 읽어보기로 했다. 


<분신>은 1993년 9월에 발표했고, 2012년 2월부터는 wowow tv에서 5부작으로 드라마 제작이 되기도 했다. 주연배우의 연기가 미숙한데도 워낙 스토리가 탄탄하여 시청률도 좋았다고 한다. 체외수정도 생소한 그 시대에 클론이라는 소재로 소설을 쓴 히가시노 게이고는 대단한 작가인 것 같다. 


내가 클론을 처음 만난 건 영화이다. 2005년에 개봉한 미국 SF 액션 스릴러 <아일랜드>에서 이완 맥그리그와 스칼렛 요한슨도 자신들의 존재를 모르는 상태로 시작한다. 미국에서는 실패였지만 우리나라에서는 흥행된 영화로 알고 있다.

<분신>에서의 클론은 홋카이도에 살고 있는 마리코, 그리고 도쿄에 살고 있는 후타바이다. 마리코의 장과 후타바의 장으로 이야기를 교차 형식으로 풀어낸다. 


마리코는 부모 누구와도 닮지 않은 외모와 엄마와 멀어지는 거리를 느끼며 출생의 의문을 갖게 되지만 호적상에 문제는 없는 것으로 밝혀진다. 중학교 1학년 겨울방학 중 집에서 엄마가 준 사과차를 먹고 잠이 든 마리코. 정신을 차렸을 때는 이미 화재로 엄마는 사망하게 되고 아빠도 약간의 부상을 입게 된다. 마리코는 엄마가 자살했다고 생각하고 그 진상을 알기 위해 아빠에게 물어보지만 아빠는 슬픈 기억을 꺼내지 말고 잊으라고만 한다.

 엄마와 단둘이 살고 있는 후타바는 아마추어 밴드의 보컬로 제법 노래를 잘하지만 엄마는 TV에 나가는 것을 격렬하게 반대한다. 엄마에게는 숨기고 출현한 후타바는 죄책감에 주눅이 들어 집에 들어가지만 엄마는 별말을 하지 않는다. 서먹해진 모녀관계를 해결하기도 전에 엄마를 교통사고로 잃게 된다. 뺑소니 사고이면서 고의적인 살인으로 중점 수사하려던 경찰은 어떤한 압력에 의해 수사를 그만두게 된다. 후타바는 자신의 TV 출현과 엄마의 사고가 관련이 있을 것이라고 의심을 품게 되고 직접 알아보기로 결심하는데 ...


마리코와 후타바는 각자 조사하던 과정 중에 서로의 존재를 알게 된다. 그리고 기원자가 누구인지 알게 되고 자신들이 어떤 존재인지도 알게 된다. 자신의 존재가 사랑을 받지 못한다고 생각한 마리코나 후타바는 진실로 자신을 사랑한 사람을 알게 되었다. 정말 모성은 강력한 것 같다. 비록 유전자가 자신과 관계가 없더라도.


P.158) 스크랩된 기사는 모두 이하라 ?사쿠에 관한 것이었다. 이하라 ?사쿠는 보수당의 실력자로, 몇 년 전에 수상을 지내기도 한 인물이다. 지금은 표면적으로 나서지 않지만, 정계의 실권을 쥐고 있다는 것은 온 국민이 아는 사실이다.

p 221) 문제는 왜 엄마가 갑자기 아빠가 옛날에 사랑했던 여자를 조사하기 시작했느냐 하는 것이다. 그리고 사진의 얼굴이 지워진 이유도 아직은 설명이 되지 않는다. 이 여성을 만나면 뭔가 알게 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P.448) 정상적인 인간이다. 나는 생각하고, 책을 읽고 감동할 줄 아는 인간이다. 그러나 나는 이 세상에 유일하지 않다. (중략) 이런 인간에게 어떤 존재 가치가 있을까. 루이뷔통의 복제품이 헐값에 팔리는 것처럼, 아무리 귀중한 문서라도 복사물은 가차 없이 파기되는 것처럼, 위조 화폐가 통용될 수 없는 것처럼, 나란 존재도 이렇다 할 가치가 없지 않을까.

p548) 호소노 수녀님은 어떻게 지내실까. 그녀라면 내가 신의 뜻을 거스르며 태어난 존재라고 해도 다정하게 대해 줄 것이다. 그리고 나도 앤 셜리처럼, 자신의 출생 따위는 개의치않고 밝게 살아가고 싶다. 


 정계는 그녀들의 특수함이 필요하게 되었고, 정치가의 후원을 받은 연구원들은 인간이 해선 안될 영역을 또다시 침범하고자 그녀들을 이용하려고 한다. 사람으로 보지 않고 그저 실험 대상으로 만 바라보는 연구원들이 소름 끼치기도 하고 인위적인 생명의 탄생과 목숨줄을 맘대로 주무르려는 권력자의 탐욕도 소름 돋았다. 과연 마리코와 후리타는 어떻게 될까. 그녀들의 결말은 책으로 만나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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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 엔젤의 마지막 토요일
루이스 알베르토 우레아 지음, 심연희 옮김 / 다산책방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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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목에서 느껴지는 마지막 토요일이란, 다시 오지 않을 토요일.. 누군가의 시간이 멈춘다는 뜻일 것 같았고, 빅 엔젤은 좋은 사람? 아니면 큰 지위에 있는 사람을 의미하는 것 같기도 했다. 저자인 루이스 알베르토 우레아는 아버지는 멕시코인, 어머니는 미국인으로, 멕시코를 비롯한 남아메리카와 미국에서 생활한 경험을 바탕으로 사랑, 상실, 승리, 죽음 등의 주제를 글로 썼다고 한다. 형의 마지막 생일 파티에 영감을 받아서 쓰게 된 소설이 <빅 엔젤의 마지막 토요일>이다. 이 책은 뉴욕타임스 주목할 만한 책 Top 100, 뉴욕타임스 북 리뷰 선정도서, 뉴욕 도서관 올해의 추천도서, NPR 올해의 책등에 선정되었으며 할리우드 TV 영상화를 앞두고 있다고 한다.


 이 책의 주연 빅 엔젤은 암 선고를 받고 죽음을 앞둔 노인으로 멕시코인 이름이다. 빅 엔젤은 미국으로 이주해서 살고 있고 멕시코인이라는 것에 자랑스러워한다. 그의 70세의 마지막 생일파티를 일주일 앞두고 100세이신 어머니 마마 아메리카가 돌아가시게 된다. 첫 페이지는 어머니의 장례식에 지각하는 장면이다. 


"인생이 그런 거라고, 멍청아. 너 말이야. 물결은 처음에 세차게 시작하지만, 해안으로 갈수록 점점 약해지지. 그러다 다시 안으로 돌아오고 돌아오는 물결은 눈에 보이지 않아. 하지만 분명히 존재해서 세상을 바꾸는 법이야. 그런데 너는 지금 본인이 뭔가 쟁취했는지 어떤지 의심이라 하고 있잖아." P.41


 삶과 죽음에 대한 생각을 계속하게 하는 책이다. 멕시코인들의 정서가 우리나라와 동떨어지진 않은 것 같았다. 북적거리는 사람들 속에서 먹고 마시고 떠드는 것이 자연스럽게 보였다. 다만 색드립을 자식이 보는 앞에서도 하는 부부를 보며 우리보다는 개방적인 것 같기도 하다. 아버지 돈 안토니오가 미국 여자에게 빠져 새로운 가정을 만들고 자식을 낳는데 큰 아들과 같은 이름을 준다. 리틀 엔젤은 이 집안의 막내로 혼혈이다. 그는 아버지의 두 번째 가정 그리고 혼혈이라는 이유로 애매한 위치에서 성장한다. 어른이 되어서는 사건사고가 많은 가족을 외면하려 하지만 늘 큰형을 부러워하고 미워하고 존경했다. 가족 구성원 개개인의 이야기들이 펼쳐지지만 나는 이 두 형제의 대화가 마음이 갔다. 침대에 나란히 누운 형제는 서로 고해성사를 하듯이 과거의 잘못했던 점을 꺼내고 공유한다. 리틀엔젤은 형을 용서해주기로 했다. 


모든 사람은 비밀을 품고 죽는다. 빅 엔젤은 분명히 행복한 사람일 것이다. 가장 끔찍한 사실을 안전하게 숨긴 채로 죽을 테니까. 삶이란 사물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기 위한, 또한 타인으로부터 무언가를 지키기 위한 긴 투쟁이다. p466


 이 책에서 미국에서 멕시코인들이 살아가는 분위기를 느낄 수 있었다. 인종차별, 불법체류자들, 멕시코인의 빈곤한 삶이 비춰지는 책이다. 죽음이라는 소재는 빅 엔젤에게 진정으로 가족을 사랑하는 법을 알려주었고, 용서와 화합을 이룰 수 있게 해주었다. 다소 칙칙할 수 있는 배경이었지만 멕시코인들만의 유쾌한 성향으로 마냥 우울하게 읽지는 않았던 것 같다. 나에게는 제법 두꺼운 책이라 부담을 살짝 가지고 읽었지만 멕시코의 정서를 들여다볼 수 있었고 가족의 죽음에 대해 다시 생각할 수 있게 해준 책이라 좋았다. 할리우드 TV 영상화라면 나중에 볼 수 있는 거겠지. 꼭 시청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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