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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에게 가는 길 - 일곱 살에 나를 버린 엄마의 땅, 스물일곱에 다시 품에 안다
아샤 미로 지음, 손미나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09년 2월
평점 :
절판
2019년 봄, 어느 휴일 팟캐스트에서 들려오는 어느 한 여인의 이야기에 하던 일을 중단하고 집중하며 들었다. 스페인으로 입양된 인도 여성은 성인이 된 후 뿌리의 근원을 찾아 고향으로 여행을 떠나 자신의 정체성과 일생 동안 해야 할 일을 찾게 되었다는 스토리는 매우 감동적이었다. 손미나가 게스트로 출연했던 아샤 미로의 이야기는 책으로도 확인할 수 있다. 다만 아쉽게도 절판되어 신간으로는 만날 수는 없어 중고로 찾아야 했다. <엄마에게 가는 길>은 다행히도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https://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20/0224/pimg_7801421012458117.jpg)
레지나 파치스 수녀원의 나선형 계단을 수없이 올라 부모님을 갖게 해달라고 조르던 아샤 미로는 일곱 살에 스페인 가정으로 입양되었다. 그리고 20년 만에 고향의 땅을 밟을 수 있었다.
광막한 인도에서 뿌리를 찾는다는 것은 양부모님과 함께 정기적으로 입양되기 전 머문 수녀원에 아델리아 수녀님 앞으로 편지를 보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입양 후에 해당 기관으로 아이들과 함께 성장 편지를 작성하고 사진과 추억도 보낸다는 게 쉬운 일이 아닐 텐데.. 이점만 봐도 양부모님은 입양한 아이들에 대한 사랑이 깊음을.. 기본적으로 인품이 훌륭한 분임을 알 수 있었다.
두 분은 내 동생이나 나에게 그 어떤 것에서도 부족함이 없도록 아낌없이 모든 것을 다 주셨다. 무엇보다 아주 듬뿍 넘치는 사랑을. 우리에게 생명을 주신 분들은 아니지만 부모님은 당신들의 모든 것으로 우리의 내면을 가득 채워주셨고, 도공이 벽돌을 하나씩 쌓아 올리는 것과 같은 지극한 정성으로 지금의 우리를 있게 하셨다.
아샤 미로는 성장하면서 '나는 누구인가'에 대한 번민이 주체 없을 만큼 커졌고 끝내 자신의 정체성을 찾고자 갈망했지만 어디에도 해답을 찾을 수 없었다. 그런 그녀에게 기적처럼 인도 시골에 봉사자를 구한다는 NGO 단체 정보지를 받게 된 것을 계기로 드디어 길이 열린 것이다.
<엄마에게 가는 길>은 두 가지 여행이 담긴 책이다. '1 부 너는 갠지스의 딸이란다'에서는 27살에 아샤의 생에 첫 인도 여행을. '2 부 달의 두 가지 얼굴'에서는 가족을 만나게 되는 두 번째 인도 여행 이야기이다.
1부에서는 자신의 고극을 찾았으나 부모님은 다 돌아가시고, 아샤의 존재를 모르는 이복형제들만 있다는 수녀님의 말씀에 아샤는 더 이상 가족을 찾을 생각을 하지 못하게 되고 봉사활동이 끝난 후 바르셀로나로 돌아온다. 연약했던 친어머니는 아샤를 낳고 돌아가셨고 가난하기도 했고 육아를 혼자 감당할 수 없었던 친아버지는 세 차례 아샤를 길가에 버렸다. 그리곤 수녀님들이 버려진 아샤를 키워주셨다. 자신이 세 차례나 버림을 받았다는 사실은 충격이었다.
2부에서는 봉사활동이 지난 몇 년 후 수녀님께서 알려진 가족 정보가 오류가 있었음을 알게 되어 진짜 가족을 만나기 위한 두 번째 여행을 가게 되는 이야기다.
그것은 바로 어린 두 딸의 이름을 바꾸는 것이었다. 아샤가 ‘희망’을 뜻하는 이름이었기에 그는 이제는 볼 수 없을 어린 딸의 인생에 희망을 빌어주는 의미에서, 우샤 대신 아샤라는 이름을 주고 싶어 했던 것이었다.
아샤의 원래 이름은 우샤였다는 것. 그리고 큰언니 이름이 아샤..
이렇게 인도의 아샤와 스페인의 아샤가 마주하게 된다. 심장이 뜨거워지고 뭉클했다. 역시나 뺨을 타고 흐르는 내 눈물은 멈추지 않았다. 이렇게 만난 친자매와 친척들.
조카들은 어미보다 이모인 아샤를 더욱 닮았다. 그녀는 어떤 감정을 느꼈을까.
부모님에 대한 오해가 풀렸다. 버려질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알게 되고, 어머니와 같은 존재였을 큰언니를 만난 아샤가 받았을 감동의 크기를 감히 가늠할 수 없지만 책만 보고도 가슴이 벅찼다.
언어가 다른 이들이게 장벽은 없었다. 그저 목소리만 듣는 것만으로, 얼굴을 볼 수 있는 것만으로 가족의 따뜻함을 느낄 수 있었다고 한다.
첫 번째 여행에서는 절망을 두 번째 여행에서는 선물을 받은 아샤는 자신과 비슷한 처지에 있는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글을 썼다고 했다. 그녀의 이야기 속 1 부에는 스페인 어머니의 육아일기도 포함되어 있다. 1부에서는 아샤에게 편지를 쓰는 듯한 어머니의 일기장에서 눈물샘이 터지고 2부에서는 친가족을 만나면서 다시 터졌다. 그녀에게 인도 여행은 자신이 해야 할 일이 더욱 또렷하게 아로새겨지는 계기가 되었다. 아샤는 현재 NGO 단체들과 함께 빈곤층의 어린이를 돕고 있고 바르셀로나 시청 내 여성이민자와 어린이를 돕고 있다.
훌륭한 어른이 된 아샤 미로를 보며 뿌듯함을 느끼고 두 어머니께 감사함을 느끼며 마지막 책장을 덥었다. 입양 예정이었던 아이가 사망하여 대신 스페인으로 가게 된 아샤는 따뜻한 사랑 속에 자랐고 그 사랑을 인류로 전파하고 있다. 그야말로 휴먼 감동스토리였다.
"네가 가난한 자의 자식인지 부잣집에서 태어났는지 하는 것은 중요한 것이 아니란다. 인도의 성스러운 물이 네게 삶을 주었고 너는 신의 선물인 그 인생을 어떻게 값지게 살 것인지에 대해서만 생각하면 돼. 너의 동포들을 도우면서, 좋은 일을 하면서 말이다."
![](https://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20/0224/pimg_7801421012458120.jp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