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해봐야 시체가 되겠지만 - 유쾌하고 신랄한 여자 장의사의 좋은 죽음 안내서 시체 시리즈
케이틀린 도티 지음, 임희근 옮김 / 반비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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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죽은 후에 어떻게 처리될까. 어떻게 처리되기를 원한다고 언제쯤 가족들에게 알려야 할까. 어떤 게 좋은 죽음일까라는 생각을 진중하게 해 본 적이 없다. 단 형체가 없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은 해본 것 같다. 즉 화장. 가루가 되어 산이든 강가든 뿌려지는 게 낫겠다고 판단한 건 매장되면 나의 의지와 관계없이 훼손될 수 있다는 것이 끔찍했기 때문이다. 내 관속에서 구더기와 각종 곤충들이 있고, 또는 뱀들이 지나다닌다. 또는 동물들이 파헤쳐서 살점을 나눠 먹어 나의 일부가 어떤 것의 뱃속에 들어갈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가장 깔끔한 건, 화장뿐이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내가 알고 있는 한도 내에서는 최선이었다.

『잘해봐야 시체가 되겠지만』에서는 죽음 후의 시체와 처리 과정, 좋은 죽음은 무엇인지에 대해 여성 장의사 케이틀린이 유쾌하게 이야기를 해준다. 죽음을 유쾌하게? 문맥상 괴리감이 들지만, 정말 그녀에는 일상의 유머처럼 툭하고 가볍게 전달해 주는 유쾌함이 있었다. 이 책은 저자가 23세에 취업한 장의 업계에서의 6년간 경험을 담은 책으로 화장장 경험뿐만 아니라 삶의 마지막 순간인 죽음에 관한 이야기도 함께 하고 있다. 숨을 다한 사람의 몸은 장의사의 손에 냉장트럭에 옮겨지고, 레토르트에서 뜨거운 불길 속에서 가루가 되어 유골함에 들어가기까지의 신랄하게 과정을 알려주고 있다. 화장 업체에서는 생각보다 굉장한 수고를 하고 있었다. 저자는 가급적 모든 경우의 수와 특이한 사례까지 꼼꼼하게 알려주려고 부단히 애쓰는 듯했다. 죽음에 대해 모른다면 두려움이 더 깊어지기 때문에 알려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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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keesluising, 출처 Pixabay

 웨스트윈드에서 나는 처음인 듯 느낀 것을 보고, 냄새 맡고, 느끼고, 경험하고 있다. 이런 유형의 직면을 현실과 맺는 일이었다. 그건 아주 소중했고, 나는 죽음을 직면하는 데 빠르게 중독되어 갔다. p.49

 사업으로서 장의업은 일정 유형의 '존엄성'을 팔아서 발전했다. 가족들에게 존엄성이란 잘 조율된 마지막 순간, 잘 매만져진 시신으로 완성된 순간을 누리는 것이다. p.178

 죽음은 알려져야 한다. 어려운 정신적, 육체적. 정서적 과정으로서 사람들에게 알려져야 하고 존중받아야 하며, 있는 그대로 두려움의 대상이 되어야 한다. p183

 전통 매장, 화장, 수목장 외에도 친환경 장례가 존재한다는 것을 책을 통해 알게 되었다. 별도로 알아보니 미국에서 내년부터 퇴비화 장례가 시행된다고 하는데 수년간 연구 끝에 매우 안전하게 자연으로 돌아가는 방법을 얻어냈다고 한다. 탄소 배출이 전통 매장에 비해 1톤 이상 감소된다고 하니 착한 장례인 것은 분명하다. 우리나라에도 얼마 뒤에 도입될 것이라고 조심스레 예상해본다. 언제일지 모르지만 누구나 죽는다는 것은 사실인데 그동안 안이하게 넘겼던 것 같다. 묵직한 주제를 대수롭지 않게 일상처럼(그녀에게는 일상이 맞다^^) 이야기해 주는 저자의 글은 재미도 있지만 깊은 생각을 하게 해준다. 숨 쉬는 동안에는 사랑하는 사람에게 좋은 친구이고 싶고, 숨이 다하는 날부터는 자연에게 좋은 친구가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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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신의 그림자 모삼과 무즈선의 사건파일
마옌난 지음, 류정정 옮김 / 몽실북스 / 201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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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신의 술래잡기>을 다 읽고 <사신의 그림자>를 기대리면서 가장 궁금했던 것은 당연히 L의 정체였다.
사신이 혹시 무즈선? 그러면 너무 잔혹한데! 모삼의 약혼자를 난도질하고 모삼을 죽지 않을 정도로 수차례 썰더니 모삼을 구해서 간호한다고? 자작극이라 치면 그 후에는 모삼과 무즈선은 거의 붙어있었는데..
아니면 그 아무도 몰랐던 무즈선의 숨겨진 쌍둥이 동생이 짠~!하고 나타나려나?
이런 생각까지 미친 건 <사신의 술래잡기>에서 프로파일링 된 범인의 모습은 영락 없이 무즈선이었기 때문이다.

성미가 급한 나는 그냥 마지막을 열어보기로 했다. 아!! 그렇구나.. 반전의 반전이랄까. 무즈선이기도 하고 아니기도 하다. 그건 읽어보면 알게 된다.
이야기는 원래 그 과정을 지켜보는 게 재미난거니까 ㅋㅋ 어떻게 해서 이런 놀라운 결과를 냈는지 마예난의 글 속으로 풍덩 빠져보기로 했다.



<사신의 그림자>는 무즈선의 거처를 아는 사람이 거의 없는데 수상한 상자가 배달되는 것으로 시작된다. 역시 L이 보낸 것이다. 상자에는 또 작은 상자가 여러 개 있었고 조심스레 확인하니 경찰이 사용한다는 64권총이 분해돼 부품들이 담겨있었다. 이 단서들로 모삼과 무즈선은 머리를 맞대고 사건을 해결해나간다.

L 과의 게임으로 마주한 여러 사건들은 선과 악의 구분이 흔들리기 시작하지만 사건이 발생되면 본능적으로 프로파일링을 한다. 무즈선은 모삼과 함께 범인의 실마리를 시체를 통해 증거를 확보하여 모삼에게 힘을 실어준다. 



부유하며 성품마저도 훌륭했던 한 가족이 화재로 몰살된 이유가 린위가 친구 리란에게 베푼 친절이었다. 리란은 더 이상 린위의 그림자로 살기 싫었다고 했다. 가여운 리란을 챙겨주고 싶어 했던 린위의 행동에 사람들은 린위를 더욱 칭송하고 리란을 더 하찮게 보게 된다는 것을 리란을 깨달았다. 그녀의 첫사랑마저도 단지 린위와 가까워지기 위한 수단으로 리란을 이용한 것. 알코올중독자인 아버지에게 학대받은 그날 그녀는 결심한다. 


이번에 후속편에도 마찬가지로 몇 가지 사건을 읽어볼 수 있었다. 장웨명 부인의 스톡홀름 증후군, 두소야의 다중인격이 부른 참사 등은 세상은 생각보다 복잡하고, 알 수 없는 사연들이 많은 반면에 추악한 것들도 있고, 보통으로 사는 게 가장 어려운 게 아닌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살인에 갈증을 느낀 것 인지 L은 모삼과의 게임의 룰을 바꾼다. 죽어 마땅한 사람을 죽이겠다는 L의 통보에 모삼과 무즈선은 사건 속에서 범인을 L로부터 엄호해야 하는 입장으로 바뀐다. 자꾸만 L에게 끌려다니는 모삼과 무즈선. 잡힐 것 같았던 L을 놓치고 또 추격하고 ...
무즈선이 제공하는 법의학적 정보는 신박했다. 죽은 자는 말이 없지만 시신의 몸은 알려주는 정보가 많았다. 각자 천재적인 능력을 가진 세 사람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 꼭 만나보길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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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에게 가는 길 - 일곱 살에 나를 버린 엄마의 땅, 스물일곱에 다시 품에 안다
아샤 미로 지음, 손미나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0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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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봄, 어느 휴일 팟캐스트에서 들려오는 어느 한 여인의 이야기에 하던 일을 중단하고 집중하며 들었다. 스페인으로 입양된 인도 여성은 성인이 된 후 뿌리의 근원을 찾아 고향으로 여행을 떠나 자신의 정체성과 일생 동안 해야 할 일을 찾게 되었다는 스토리는 매우 감동적이었다. 손미나가 게스트로 출연했던 아샤 미로의 이야기는 책으로도 확인할 수 있다. 다만 아쉽게도 절판되어 신간으로는 만날 수는 없어 중고로 찾아야 했다. <엄마에게 가는 길>은 다행히도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레지나 파치스 수녀원의 나선형 계단을 수없이 올라 부모님을 갖게 해달라고 조르던 아샤 미로는 일곱 살에 스페인 가정으로 입양되었다. 그리고 20년 만에 고향의 땅을 밟을 수 있었다.



광막한 인도에서 뿌리를 찾는다는 것은 양부모님과 함께 정기적으로 입양되기 전 머문 수녀원에 아델리아 수녀님 앞으로 편지를 보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입양 후에 해당 기관으로 아이들과 함께 성장 편지를 작성하고 사진과 추억도 보낸다는 게 쉬운 일이 아닐 텐데.. 이점만 봐도 양부모님은 입양한 아이들에 대한 사랑이 깊음을.. 기본적으로 인품이 훌륭한 분임을 알 수 있었다. 


두 분은 내 동생이나 나에게 그 어떤 것에서도 부족함이 없도록 아낌없이 모든 것을 다 주셨다. 무엇보다 아주 듬뿍 넘치는 사랑을. 우리에게 생명을 주신 분들은 아니지만 부모님은 당신들의 모든 것으로 우리의 내면을 가득 채워주셨고, 도공이 벽돌을 하나씩 쌓아 올리는 것과 같은 지극한 정성으로 지금의 우리를 있게 하셨다. 


아샤 미로는 성장하면서 '나는 누구인가'에 대한 번민이 주체 없을 만큼 커졌고 끝내 자신의 정체성을 찾고자 갈망했지만 어디에도 해답을 찾을 수 없었다. 그런 그녀에게 기적처럼 인도 시골에 봉사자를 구한다는 NGO 단체 정보지를 받게 된 것을 계기로 드디어 길이 열린 것이다. 



<엄마에게 가는 길>은 두 가지 여행이 담긴 책이다. '1 부 너는 갠지스의 딸이란다'에서는 27살에 아샤의 생에 첫 인도 여행을. '2 부 달의 두 가지 얼굴'에서는 가족을 만나게 되는 두 번째 인도 여행 이야기이다.

1부에서는 자신의 고극을 찾았으나 부모님은 다 돌아가시고, 아샤의 존재를 모르는 이복형제들만 있다는 수녀님의 말씀에 아샤는 더 이상 가족을 찾을 생각을 하지 못하게 되고 봉사활동이 끝난 후 바르셀로나로 돌아온다. 연약했던 친어머니는 아샤를 낳고 돌아가셨고 가난하기도 했고 육아를 혼자 감당할 수 없었던 친아버지는 세 차례 아샤를 길가에 버렸다. 그리곤 수녀님들이 버려진 아샤를 키워주셨다. 자신이 세 차례나 버림을 받았다는 사실은 충격이었다. 


2부에서는 봉사활동이 지난 몇 년 후 수녀님께서 알려진 가족 정보가 오류가 있었음을 알게 되어 진짜 가족을 만나기 위한 두 번째 여행을 가게 되는 이야기다. 


그것은 바로 어린 두 딸의 이름을 바꾸는 것이었다. 아샤가 ‘희망’을 뜻하는 이름이었기에 그는 이제는 볼 수 없을 어린 딸의 인생에 희망을 빌어주는 의미에서, 우샤 대신 아샤라는 이름을 주고 싶어 했던 것이었다.


아샤의 원래 이름은 우샤였다는 것. 그리고 큰언니 이름이 아샤..
이렇게 인도의 아샤와 스페인의 아샤가 마주하게 된다. 심장이 뜨거워지고 뭉클했다. 역시나 뺨을 타고 흐르는 내 눈물은 멈추지 않았다. 이렇게 만난 친자매와 친척들.
조카들은 어미보다 이모인 아샤를 더욱 닮았다. 그녀는 어떤 감정을 느꼈을까.

부모님에 대한 오해가 풀렸다. 버려질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알게 되고, 어머니와 같은 존재였을 큰언니를 만난 아샤가 받았을 감동의 크기를 감히 가늠할 수 없지만 책만 보고도 가슴이 벅찼다.
언어가 다른 이들이게 장벽은 없었다. 그저 목소리만 듣는 것만으로, 얼굴을 볼 수 있는 것만으로 가족의 따뜻함을 느낄 수 있었다고 한다.


첫 번째 여행에서는 절망을 두 번째 여행에서는 선물을 받은 아샤는 자신과 비슷한 처지에 있는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글을 썼다고 했다. 그녀의 이야기 속 1 부에는 스페인 어머니의 육아일기도 포함되어 있다. 1부에서는 아샤에게 편지를 쓰는 듯한 어머니의 일기장에서 눈물샘이 터지고 2부에서는 친가족을 만나면서 다시 터졌다. 그녀에게 인도 여행은 자신이 해야 할 일이 더욱 또렷하게 아로새겨지는 계기가 되었다. 아샤는 현재 NGO 단체들과 함께 빈곤층의 어린이를 돕고 있고 바르셀로나 시청 내 여성이민자와 어린이를 돕고 있다.


훌륭한 어른이 된 아샤 미로를 보며 뿌듯함을 느끼고 두 어머니께 감사함을 느끼며 마지막 책장을 덥었다. 입양 예정이었던 아이가 사망하여 대신 스페인으로 가게 된 아샤는 따뜻한 사랑 속에 자랐고 그 사랑을 인류로 전파하고 있다. 그야말로 휴먼 감동스토리였다.


"네가 가난한 자의 자식인지 부잣집에서 태어났는지 하는 것은 중요한 것이 아니란다. 인도의 성스러운 물이 네게 삶을 주었고 너는 신의 선물인 그 인생을 어떻게 값지게 살 것인지에 대해서만 생각하면 돼. 너의 동포들을 도우면서, 좋은 일을 하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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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방인 (양장) - 개정판 새움 세계문학
알베르 카뮈 지음, 이정서 옮김 / 새움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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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번역은 해석이 아니다. '해석'이 문장을 이해하고 그에 따라 설명하는 것이라면 번역은 원래의 문장을 있는 그대로 도착어로 옮겨 주는 작업이다. 잘 된 번역은 그것을 얼마나 정확히 옮겨 주었는가에 달려 있는 것이지. 역자가 얼마나 읽기 좋게 옮겨 주었느냐의 문제가 아니다. _ 역자 후기 중에서


 이번 새움에서 출간된 알베르 카뮈의 「이방인」을 읽기 전에는 다수의 번역서를 보면서 읽기 쉬운 것이 좋은 책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 책의 역자는 읽기 쉬운 책은 잘못된 오해를 줄 수 있다고 한다. 여러 역자들로 다른 해석이 된 이방인의 번역을 보니 정말 전혀 다른 내용으로 비쳤다. 원작은 번역자로 인해 원래의 의미가 훼손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기존에 다른 이방인의 책을 읽지 않았다 하더라도 역자의 노트에서 다양한 사례가 있으니 번역의 개념에 대해 다시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나는 솔직히 올바른 번역, 좋은 번역의 정의를 감히 내릴 수 없다. 하지만 해석은 독자의 몫이라는 역자의 주장은 인정하고 싶다.



 뫼르소는 양로원에서 어머니의 사망 전보 한 통을 받고 이틀간 휴가를 냈다. 어머니가 계신 영안실에서 뫼르소와 관리인은 함께 밀크커피를 마시며 가끔 담배도 피우며 대화를 했다. 익일 오전에 장례를 치렀고 뫼르소는 피곤했다.


나는 피곤했다. 관리인이 나를 자기 방으로 데리고 가주어서 나는 간단하게나마 씻을 수 있었다. 나는 여전히 밀크 커피를 마셨는데 아주 맛이 좋았다. 밖으로 나섰을 때, 날이 완전히 밝아 있었다. 마랭고를 분리시키는 언덕들 위, 하늘에는 붉은 기운이 가득했다. (중략) 아름다운 하루가 시작되고 있었다. 27p


언제나처럼 또 한 번의 일요일이 지나갔고, 엄마는 이제 땅속에 묻혔으며, 나는 다시 직장으로 돌아갈 것이고, 결국, 바뀐 것은 아무것도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42p


장례식에서 돌아온 뫼르소는 수영장으로 향했고 거기서 마리를 만나 영화도 보고 잠자리를 한다. 일상으로 복귀는 아주 성급해 보이지만 뫼르소는 그런 사람이었다. 동네 사람들이 엄마를 양로원에 보낸 일로 자신을 안 좋게 여기는 것을 최근에 알았고, 엄마를 보살펴 드릴 돈이 충분하지 않았기에 양로원에 보내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그다. 그와 함께 있는 엄마는 외로워 보였기도 해서 양로원에서 말동무가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한 그다. 


뫼르소에게는 레몽이라는 이웃 친구가 있는데 함께 지내는 정부가 악질이라 혼내주려고 편지를 쓰려는데 글을 몰라 그에게 대신 써주길 부탁한다. 얼마 후 레몽과 그의 정부가 방에서 심하게 다퉜고 주민 신고에 경찰이 들이닥치고 레몽은 곤란한 처지가 되었지만 뫼르소가 레몽이 유리하게 증언해준다. 유대관계가 깊어진 그들.

레몽의 초대를 받아 뫼르소와 마리는 그의 친구가 거주한다는 해변 목조 별장에서 일요일을 함께 보내기로 한다. 그곳에서 레몽의 정부의 오빠인 아랍인 무리들을 만나고 한 번의 시비 후 두 번째 만남에서 뫼르소는 아랍인을 향해 다섯 발을 쏘게 된다. 그리고 뫼르소는 체포되고 심판을 받기 위한 재판이 열린다. 



내 존재가 긴장했고 나는 손으로 권총을 꽉 움켜쥐었다. 방아쇠가 당겨졌고, 권총 손잡이의 매끈한 배가 만져졌다. 그리고 거기에서, 날카롭고 귀청이 터질 듯한 소음과 함께, 그 모든 것이 시작되었다.
87p

 재판 과정은 이해할 수 없었다. 느닷없이 어머니의 장례식이 화두가 된 재판장.
뫼르소가 충분히 슬퍼 보이지 않았다고 냉소적으로 보였다고, 그의 범죄는 죽어 마땅한 결과가 되고 사형선고가 내려진다. 한 사람의 목숨을 들었다 놨다 하는 판결이라는 것이 이틀 정도로 지켜본 관찰자(양로원의 원장, 관리인, 간호사)의 증언만으로 재단해도 되는 것인지... 결국 배심원뿐만 아니라 재판장도 등을 돌렸다.
지금은 있을 수 없는 일이지만 이 소설에서는 죄질이 아닌 인간성으로 판단했다. 죽어도 되는 인간인지를 판단하는 듯 보였다.
뫼르소가 타임머신이 있었더라면 그 당시로 돌아가 영안실에서 거짓 눈물을 흘렸어야 했다. 그저 태양이 뜨거워 아랍인을 향한 총질했던 것을 용서받기 위해서 말이다. 뫼르소는 스스로 죄를 인정했다. 하지만 그건 중요하지 않았다. 


내가 덜 외로움을 느낄 수 있도록, 내게 남겨진 소망은, 내 사형 집행이 있는 그날 거기에 많은 구경꾼들이 있고 그들이 증오의 함성으로 나를 맞아 주었으면 하는 것이다. 167p


 역자의 추측과 생각이 배제된 온전한 알베르 카뮈의 「이방인」 읽기를 끝내고도 한참을 서평을 쓸 수 없었다. 주변 인물은 평범한 사람에 반해 뫼르소는 독특하고 복잡한 사람이었기 때문이었다. 외부 환경에는 극히 예민하지만 사람에 대해서는 냉소적인 그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나 무척이나 곤란했다. 뫼르소와 재판장의 사람들은 비논리적이었다. 제목의 의미가 뫼르소를 제외한 사람들을 은유적으로 표현한 것이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추측해본다. 두 번째 읽었을 때의 어떤 생각의 변화가 일어날지 궁금해지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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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운의 완벽한 고백 브라운앤프렌즈 스토리북 1
이정석 지음 / arte(아르테)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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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라인프렌즈는 2011년, 모바일 메신저 라인의 스티커 캐릭터로 탄생했습니다. 모두 아시는 것처럼 오리지널 캐릭터는 <브라운앤프렌즈>이에요.^^

그 이후는 글로벌 인기 아티스트 방탄소년단과 함께 만든 ‘BT21’,
중국의 아이돌스타 왕위엔과 협업한 ‘ROY6’ 등 새로운 캐릭터들이 큰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이번 아르테에서는 브라운앤프렌즈 스토리 북으로 다섯 권이 출간되었어요.
샐리의 비밀스러운 밤, 브라운의 완벽한 고백, 브라운과 친구들, 초코의 달콤한 상상, 코니의 소중한 기억. 이렇게 귀염뽀짝 우리 친구들을 서점에서 만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저는 주인공이 브라운인 『브라운의 완벽한 고백』을 먼저 만나봤는데요.
사이즈가 완전 손에 찰떡입니다. 무게감도 가뿐해서 집에서나 밖에서나 언제든 함께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ㅅ<) 정말 좋아요~!



 캐릭터에 글을 입혀준 이정석 저자님은 2013년 'SNL 코리아'로 방송작가를 시작해 다수의 프로그램 예능 작가로 활동했다고 합니다. JTBC 웹드라마 <힙한 선생>의 극본을 공동 집필했고, 2016년 대한민국 스토리 공모대전에서 애니메이션 <워너비>로 우수상을 수상했습니다. _(책날개 참조했어요)


깊은 생각에 잠겨 있는 걸까?
무슨 고민이 있는 건 아닐까?
그것도 아니라면 아무 생각이 없는 걸까?
하지만 친구들은 알고 있다. 브라운의 마음 레이더는
24시간 가동 중이라는걸. 


 우리의 브라운은 표정 변화는 없어 생각을 읽을 수는 없지만 누구보다 따뜻하고 섬세한 성격입니다. 늘 친구들에게 레이더를 세우고 그들에게 필요한 게 무엇인지 바로 알고 궂은일도 마다하지 않아요. 이런 친구라면 내 마음을 다 줄 수 있을 것 같아요. 브라운 곁에는 언제나 친구들이 있지요. 거기에 저도 함께 하고 싶네요. ^^ 


 거의 첫 부분에 브라운&프렌즈 캐릭터 소개란이 있어요. 샐리, 코니, 초코, 문, 레너드, 제임스, 보스, 제시카, 애드워드, 팡요 . 이 친구들의 성격과 특징을 알 수 있어요. 그러고 보니 캐릭터들의 포즈에서 눈치는 채고 있었는데 소개 페이지가 있으니 더 친해진 기분이 듭니다. ^0^


"가끔은 브라운에게 정말 특별한 능력이 있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해.
예를 들면 ···· 마음을 읽는 능력."

코니는 브라운이 보고 싶을 때나, 필요할 때면 신기하게도 이미 곁에 와 있는 걸 보고 깜짝 놀랐던 적이 많았어요. 게다가 브라운 손에는 코니가 좋아하는 것이 들려있거든요. 브라운은 심리학을 전공했을까요? 어떻게 친구들의 마음을 찰떡같이 알 수 있을까요? 신기 방기합니다. 


 브라운은 못하는 게 없어요. 그래서 황금손, 슈퍼히어로, 비밀 요원 등 친구들 덕분에 생각지 못한 애칭이 생겼지만 브라운이 진짜 불리길 원하는 애칭은 하나뿐이에요. '최고의 친구'.


브라운은 오늘도, 조금 더 많이 들어주고, 더 자주 같이 있어주고, 무엇이든 도와줄 수 있는 그런 친구가 되기 위해서 어디선가 누군가에게 무슨 일이 생기면 반드시 찾아갈 것입니다. 우리 브라운과 친구와 되어주실래요?


★ 책 속에서 브라운 어록을 찾아봤어요.
무기력함에 아무것도 할 수 없을 때,
방 밖으론 단 한발짝도 나오지 못할 것 같을 때, 방탈출 게임을 하면 어떨까.
일단 나와 보면 절대 후회하지 않을 테니까. 


"처음에는 걱정이 많아서 잠이 안 온다고 생각했는데, 이제는 잠이 안 오는 것도 걱정거리가 됐지 뭐야."

"코니. 잠이 오지 않는다면 그저 충전을 해본다고 생각하면 어떨까? 24시간 잠들지 않는 편의점도 잠깐은 충전을 하니까." 


브라운은 소중한 친구들과 잘 지내는 방법도 깨닫게 되죠.(>ㅗ<)

브라운은 기뻤다. 무작정 친구들이 자신을 알아주기만을 바라는 게 아니라, 먼저 솔직하게 자신을 드러내는 것도 가끔은 필요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동생 초코에겐 무심한 듯 다정한 오빠, 여자친구 코니에겐 둘도 없는 로맨티시스트, 샐리에겐 제일 든든한 친구예요. 때때로 저지르는 어설픈 실수까지 사랑스러운 것은 브라운만의 매력입니다. 브라운의 수줍은 고백은 누구에게 하는 것일까요. 책 속에서 만나보아요. ^^ 브라운의 말할 수 없는 비밀도 알 수 있답니다.


'어디든 함께할 친구가 있다면,
모험을 준비는 이미 끝난 게 아닐까.
집으로 돌아가는 길마저도 흥미진진한 모험 같은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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