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켄슈타인 - 200주년 기념 풀컬러 일러스트 에디션 아르볼 N클래식
메리 셸리 지음, 데이비드 플런커트 그림, 강수정 옮김 / 아르볼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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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록색 얼굴에 군데군데 박음질된 얼굴과 몸, 눈 옆에는 커다란 나사가 박혀있으며 약간 곱추인 기형인간이 어렸을 적 티비에서 봤던 『프랑켄슈타인』 의 모습이다. 나는 여태 무서운 인조인간의 이름이 프랑켄슈타인이라고 알고 있었다. 그런데 괴물은 이름이 애초에 없었다. 괴물은 탄생과 동시에 세상에 버려졌다. 무섭거나 흉칙했던 것을 못봤던 나는 이제야 프랑켄슈타인을 제대로 읽어본다.




『프랑켄슈타인』 은 지혜와 고결함을 쫓아 항해하는 로버트 월튼 선장이 누나인 마거릿 새빌에게 보내는 편지 형식으로 시작이 된다. 항해를 하며 겪었던 경험이나 자신의 생각을 누나에게 전하고 있었고, 위험한 항해로 걱정하는 누나를 안심시키고자 했다. 누나와 대화하듯 써 내려가지만 특별한 경험을 글로 남기고 싶은 욕망도 더러 보였다.


로버트는 누나와 편지로 감정을 전달하지만 외로웠던 그는 실질적인 진심 어린 친구가 필요했다. 망망대해에서 친구 구하기란 별 따기만큼 어렵다고 단념하던 차에 썰매개를 몰던 조난자를 구해 배에서 돌보면서 우정을 쌓는다. 이방인은 자신에게서 달아난 자를 찾으려다 죽을 뻔했다. 달아난 자를 악마라고 부르면서 자꾸 그를 쫓는다. 몹시 지쳐있는 그의 사연을 캐묻지 않고 정중하게 대해주던 로버트에게 자신의 겪은 재앙을 풀어놓으려 마음먹는다.



이방인의 이름은 '빅터 프랑켄슈타인'. 그는 제네바 출신으로 명예로운 가문의 장남이었다. 자신의 가족에 대해 환경, 자신이 배우고 싶었던 분야, 에피소드등을 쏟아내며 현자의 돌을 찾아 불로장생의 약을 찾는 연구에 매진하고 싶어했다고 한다.


그런 그에게 잉골수타트 대학의 발트만 교수와 만남으로 운명이 결정 되었다. 2년동안 밤낮 탈진할 정도로 노력한 끝에 생명을 불어넣을 능력을 갖게 된다. 해부실과 도살장에서 재료들을 구해 240센티미터에 비율을 맞춰 추악한 창조를 한다. 그러나 자신의 피조물이 눈을 뜬 순간 정신을 차린다. 숨 막히는 공포와 혐오가 가득해진 그는 도망을 쳤고 피조물도 사라진다.



"내가 당신의 피조물이라는 것을 잊지마.

당신의 아담이어야 하는 내가 타락한 천사가 되었고,

아무 잘못도 없는 나를 당신은 기쁨에서 내몰았다.

온 세상에 축복이 가득하건만 오로지 나만 돌이킬 수없이 쫓겨났다.

나는 자비롭고 선량했건만,

불행이 나를 악마로 만들었어.

나를 행복하게 만들어 준다면 다시 고결해지겠다." p128~129



이름없은 피조물은 순수했다. 아는 게 없는 무지의 상태의 그를 도와줄 사람이, 어떻게 살아야하는지 알려줄 사람이 하나도 없는 비참한 외톨이었다. 헛간에 숨어 사람들을 몰래 지켜보며 언어를 독학하고 가끔 책을 훔쳐 지식을 쌓았다. 언어를 터득하면 흉측한 자신의 외모를 무시하게 만들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그건 완벽한 착각이었다.



자신의 선택으로 이 세상에 나온게 아님에도 혐오와 공포로 대하는 사람들의 행동에 절망에 빠졌다. 창조자만이 유일하게 자신의 슬픔을 거둬주리라 기대하고 찾아갔지만 여전히 자신을 증오했다. 그동안의 자신이 당했던 수모와 슬픔, 외로움을 차분히 이야기로 빅터에게 연민을 얻게되고 의무감을 느낀 창조자는 피조물의 요구에 따라 동일한 피조물을 만드는 작업을 하기로 약속하는데..





빅터가 조금만 애정을 줬더라면... 창조자와 피조물 모두 불행해지는 일이 없었을까. 자신이 만든 피조물의 비애보다 인류의 평화가 중요했기에 간절한 요청을 거부했던 빅터는 소중한 사람들을 차례대로 잃는다. 피조물은 악하게 태어난게 아니라 창조자에 의해 악하게 되버린게 아닐까. 도무지 나는 이해를 할 수없었다. 어떻게 끝까지 자신이 만든 피조물을 부정하며 악마라고 단정짓는건지...하긴 아직도 인종차별적인 모욕과 폭행이 난무한 뉴스가 보도되는데 예전의 픽션이라면 더 했을지도 모르겠다. 파격적인 내용이지만 철학적인 요소들이 많은 『프랑켄슈타인』은 고전문학인건 틀림없다. 피조물의 입장에서 인간은 열망의 대상이었으며 공감하고 싶었던 대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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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노우 엔젤
가와이 간지 지음, 신유희 옮김 / 작가정신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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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와이 간지는 제32회 요코미조 세이시 미스터리대상 대상 수상작인 『데드맨』으로 화려하게 데뷔한다. 와세다 법학부를 졸업하고 현재는 출판사에 근무한다는 점이 독특하다. 혹시 처음부터 추리소설을 집필하기 위해 법을 공부한 것일까라는 추측이 들기도 하고, 출판사에서는 어떤 일을 하고 있는지 정보도 없어 매우 미스터리한 인물처럼 느껴진다. 가와이 간지도 본명이 아닌 필명일지도 모르겠다.

그는 가부라기 특수반 시리즈인 데드맨을 시작으로 <드래곤플라이>, <단델 라이언> ,<800년후 만나다>, <잔>, <캄브이라 사안장> 등을 발표했는데 이번에 읽은 <스노우 엔젤>도 시리즈였다. 사신이라도 불리는 남자 '진자이 아키라'의 이야기가 이어진다.

나는 소설을 읽을 때만큼은 책날개를 일부러 보지 않아서 시리즈였다는 정보와 이 책이 <데블 인 헤븐>의 전일담이었다는 것도 완둑 후 알게 되었다. <스노우 엔젤>의 에필로그는 끝나지 않은 이야기로 마무리되어 <데블 인 헤븐>은 나에겐 꼭 읽어야만 하는 소설이 되고 말았다.




"인류는 비로소 영원한 평안을 얻게 되는 것이다 아주먼 옛날 우리의 조상이 어떤 이가 신과의 약속을 깨고 지혜의 열매를 따먹은 일에 시달려온 분노로부터, 원한으로부터, 질투로부터 비로소 완전히 해방되는 것이다 그리고 이 세상은 영원히 달성할 수 없을 것이라던 진정한 평화를 마침내 얻게 될 것이다... 다만"인류는 비로소 영원한 평안을 얻게 되는 것이다 아주먼 옛날 우리의 조상이 어떤 이가 신과의 약속을 깨고 지혜의 열매를 따먹은 일에 시달려온 분노로부터, 원한으로부터, 질투로부터 비로소 완전히 해방되는 것이다 그리고 이 세상은 영원히 달성할 수 없을 것이라던 진정한 평화를 마침내 얻게 될 것이다... 다만"



2014년 6월

약물 연구에 평생을 바친 알렉산더 사로노프가 살해된다. 그가 개발했지만 와이프와 편안한 노년을 보내기 위해서만 사용하고자 했다. 그는 이 약의 위험성을 알고 있었기만 철저히 숨기려 했다. 그러나 검은 슈트를 입었으며 영어가 서툰 사내의 손에 넘어갔다. 이제 '최후의 레시피'의 봉인은 풀렸다.

진자이 아키라는 9년 전 변호사 부부의 추락 사건을 수사하는 중 함정에 빠져 자신을 엄호하다가 파트너가 살해당한 후로 신분을 숨기고 도망 다닌다. 그가 자취를 감춘 지 7년 경과에 그는 실종선고가 내려졌고 현재 사망자로 등록되었다. 살해된 동료는 히와라 쇼코. 사랑하는 여자였다.

이런 그에게 예전 상사였던 계장 기자키 헤이스케가 찾아온다. 마약 단속반 미즈키 쇼코가 찾는 적임자를 진자이로 생각했고, 소개하려던 것이었다. 살해당한 연인의 이름과 똑같은 미즈키 쇼코.. 그녀는 은밀하게 진자이에게 잠입 수사 협조를 요청한다. 스노우 엔젤이 유통되지 않도록 하쿠류를 체포하는 것을 돕는 게 진자이의 임무로 경찰이 할 수 없는 방법으로 접근을 시도하는데..


범법자를 잡기 위해 범법자가 된 진자이는 정체성의 혼란을 겪는다. 무엇보다 이 나라에서 마약을 하는 사람이 너무나 일반인이라는 점에 크게 놀랐고, 약을 파는 사람은 아무런 죄책감을 가질 수 없는 완벽한 논리에 세상을 다르게 보게 된다. 푸셔인 이사와 동업을 하면서 하쿠류의 추이를 살피는 진자이의 성격은 어둡고, 소심하고, 그다지 똑똑해 보이지는 않는다. 솔직히 개인적으로 푸셔(약팔이)였던 이사 도모히코가 더 매력적이었다. 그리고 미즈키 쇼코와 히와라 쇼코 사이에 무언가 연관점이 있을 것 같았는데 끝까지 없어서 김이 빠진 느낌이 들었다. 깊은 상처로 살아갈 의미가 없었던 진자이에게 빛이 되어 줄 사람이 되었으면 했는데 아쉬웠다.

한 겨울 호수의 얼음 아래는 굉장히 활발한 것처럼 이 책에도 커다란 음모가 추후 밝혀지는데 예상했던 내용이라 짜릿한 성취감을 느꼈다. 추리 소설을 읽을 때면 말 한마디에도 어떤 힌트가 되지 않을까라는 생각에 허투루 보지 않게 된다. 곳곳에 복선을 기억했다가 퍼즐이 맞춰질 때 기분이 좋아진다.

<스노우 엔젤>의 강한 흡입력에 매료되어 소름 돋는 순간이 많았고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보게 되었다. 다음 이야기인 <데블 인 헤븐>을 어서 만나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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앨리스 더 원더 킬러
하야사카 야부사카 지음, 문지원 옮김 / 블루홀식스(블루홀6)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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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추리소설을 아니 일본 소설을 경험한지 얼마 되지 않아 잘 몰랐지만 일본에는 다양한 추리문학상이 있다고 한다. 란포상, 나오키상, 이 미스터리가 대단해 대상, 일본 추리작가협회상, 서점 대상 등이 있는데 그중에서 메피스토 상은 발표되지 않은 소설을 대상으로 편집자가 원고를 읽고 재밌으면 선정이 되는 방식으로 개성 있고 재미있는 작품과 작가를 배출하는 상으로 유명하다. 츠지무라 미즈키도 메피스토상 출신이라고 한다. <앨리스 더 원더 킬러>의 저자 하야사카 야부사캬도 50회 메피스토상을 수상하며 데뷔했고 꾸준히 사랑을 받고 있다. (335P~336P 옮긴이의 말에서 참고)



 누구나 읽었을 동화 앨리스를 모티브로 집필된 미스터리 소설 <앨리스 더 원더 킬러>은 제목만으로도 많은 독자의 호감을 불러온다. 매력적인 앨리스가 미스터리와 버무려지다니 이런 고급진 MSG 소설을 그냥 둘 수가 없었다.





 장래희망이 아빠처럼 천재 명탐정인 앨리스는 오늘 열 살 생일을 맞는다. 아빠와 비밀 장소인 오두막에서 탐정 수업이 이 세상에서 제일 재밌는 앨리스. 하지만 안정적인 직업을 갖고 있는 엄마는 앨리스가 탐정이 되는 것 극구 반대한다. 생일인 오늘도 식탁에 두꺼운 책들을 세워놓고 선물이라도 내민 엄마를 앨리스는 하트 여왕처럼 제멋대로 난폭하다고 생각한다. 그렇다 앨리스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의 광팬이다. ^^



 자신이 하고 싶어 하는 것을 방해하는 엄마를 뒤로한 채 아빠가 준비한 선물이 있다는 오두막으로 향하는데 그곳에 흰토끼.. 아니 흰머리와 흰 얼굴, 빨간 눈을 가진 잘생긴 청년이 흰토끼 머리띠를 하고 앉아서 앨리스를 맞이하고 있었다. 천성적으로 멜라닌 색소가 적은 알비노 증후군을 갖고 있는 청년이었다. 아빠의 친구라고 소개한 그의 이름은 코모란트 이그리트, 아빠와 함께 준비한 선물에 대해 말한다. 그것은 가상현실을 체험할 수 있는 '화이트 래빗'으로 청년이 아까부터 하고 있던 흰토끼 머리띠였다. 생일선물인 가상체험은 앨리스가 좋아하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를 배경으로 수수께끼 게임이었다.



 확실히 앨리스에겐 최고의 선물이었다. 열 살인 앨리스가 착용할 작은 '화이트 래빗'과 알약 한 알로 가상세계로 진입하는데 아득해지는 정신 너머로 코모란트 이그리트의 사악한 미소가 보인 듯 같았다. 정신을 차린 앨리스는 리얼 흰토끼의 안내에 따라 게임을 시작하는데 동화 속으로 스며든 것 같아 흥미롭고 재밌게 문제를 풀어나간다. 그런데 하트 여왕 얼굴이 낯설다. 헉! 엄마와 얼굴이 같다. 얼굴뿐만 아니라 말투 목소리까지도.








<앨리스>를 읽어본 독자라면 더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동화, 미스터리 콜라보 추리소설이다. 기본 틀은 동화의 에피소드와 등장인물까지 거의 그대로 출현하여 굉장한 친밀도를 느낄 수 있었다. 주인공인 명탐정을 꿈꾸는 앨리스는 도저히 열 살이라고 믿어지지 않을 만큼 대범하고 명석하다.



 가상현실의 게임마스터인 흰토끼의 안내에 따라 다섯까지 수수께끼를 24시 내에 죽여야 하는 앨리스는 혀를 차는 논리로 하나씩 죽여갔다. 이 나라에는 아이를 갖지 못하는 하트 여왕의 악질적으로 아이 모집법을 만들어 모든 아이들을 수용하고 기분에 따라 죽이곤 했다. 하트 여왕은 지위를 지키기 위해 모든 wonder(수수께끼)를 모조리 죽이려 한다. 앨리스는 정정당당하게 수수께끼와 맞서서 없애기 때문에 죽인다는 의미가 하트 여왕과 분명히 다르다. 자신의 자리를 지키려면 백성들은 무지해야 하므로 지식 제공의 빌미인 책들을 모조리 태우는 장면은 사뭇 지금의 윗선에서 벌어지는 눈 가리고 아웅 하는 짓거리들과 대립이 되는 건 왜 때문일까.



앨리스는 놀랍게도 엄마를 닮아 생각지도 않은 스킬까지 갖고 있었다. 엄마의 안정적인 직업이 밝혀지는 후반부가 개인적으로 제일 재밌었다. 앨리스의 유전자는 우와~~!! 탐정이든 oo이든 앞으로의 성장이 무지하게 기대가 된다.



 "나는 명탐정 수수께끼를 죽이는 앨리스! 내 사전에 수수께끼란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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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든
헨리 데이비드 소로 지음, 정윤희 옮김 / 다연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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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든은 1845년 여름부터 1847년 가을까지 저자가 월든 호수에서의 생활을 기록한 것으로 미국 산문 문학의 명고전이라고 한다. 법정 스님의 깊이 애독한 불멸의 고전이라는 점과 헨리 데이비드 소로의 문장을 원본 그대로 살린 완역본이라는 것에 격하게 욕심이 났다.


법정 스님은 무소유 실천으로 유명하신 분인데 무소유라는 게 아무것도 갖지 않는 것이 아니라 불필요한 세속적 욕망이나 집착에서 벗어나면 완전한 마음의 자유에 이르게 된다는 사상이다. 『월든』에서 저자도 인간이 살아가는데 최소한의 물질과 최대한의 가치를 알려준다. 늘 바쁜 것에 익숙하고 소유하기 위해 발버둥 치는 현대인에게 소로가 말한다.


'삶이 단순해질수록 우주의 법칙 또한 간결하게 변하게 마련'이라고.














왜 지금보다 더 많은 것을 얻기 위한 노력만 하고, 덜 가진 것에 만족하는 법을 배우러고 하지 않는가? 어찌하여 존경받는 시민은 사뭇 진지한 태도로 여분의 장화와 우산을 마련하고, 언제 올지도 모를 손님의 방을 충분히 마련해 두어야 한다고 가르치는가? 왜 우리의 세간은 아랍 사람들이나 원주민의 집처럼 단순하지 못한가?  p50



 미래를 준비하느라 현재의 행복을 지나쳐버리는 우리가 생각해야 할 문장이다. 정보가 넘쳐나는 시대에 살고 있는 우리는 지루할 틈이 없다. 오죽하면 멍 때리기 대회까지 생겼을까. 스마트폰과 한 몸이 된 우리의 몸 구석 경고의 비명을 지르지만 손에서 놓을 수 없다.


20대 후반의 저자는 도시를 벗어나 한적한 월든 호수에서 누구의 도움 없이 집을 지으며 자급자족 생활을 한다. 그의 놀라운 실험은 인생의 진리를 깨닫기 위한 탐험이었다. 자신의 일거수일투족을 모두 독자에게 전하겠다는 일념인지 호수의 생활을 세세하게 기록해두었다.


 그의 관찰일기는 소리와 냄새, 공기의 온도 등 모두 느낄 수 있는 힘이 있었다. 웅장한 교향곡일 때도 발랄한 왈츠일 때도 있었으며 숲의 청량한 향기와 시원한 바람이 나를 즐겁게 해주었다. 조금 장황한 설명에 나의 상상력이 못 미치는 아쉬움이 있었지만 그의 글로 표현하는 자연의 발랄함과 생명은 과히 칭송받을 만했다.




우리는 옛 현인들만큼 훌륭해져야 하지만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과거 현인들이 얼마나 훌륭했는지부터 알아야 한다. 인간은 발육부진인 동물이라, 지적으로는 일간지의 칼럼보다 높이 날아오르지 못하는 신세이다. p149


인간이라 실수할 수 있지만 시행착오를 겪지 않기 위한 노력을 아끼지 않아야 하는데 가장 좋은 방법은 내가 원하는 분야의 최고에 있는 권위자를 스승으로 삼는 것이다. 그 권위자를 쉽게 만나는 방법이 바로 책이다. 우리가 독서를 해야 하는 이유를 잘 설명해 주고 있었다.


나는 책이라는 물질을 좋아한다기보다 그 속에 담긴 활자를 읽는 즐거움과 활자에 담긴 의미를 생각하는 시간을 좋아한다. 비록 모든 의미를 내 것으로 만들기에는 독서력이 부족하지만 말이다.





호수가의 풍경은 그 어느 곳의 것보다 아름답고 풍부한 감성을 자극한다. 호수는 대지의 눈과 같다. 우리는 그 눈을 바라보면서 내 안의 본성의 깊이를 헤아려본다. 호숫가 근처에 자라난 나무들은 눈동자 가장자리는 수놓은 가느다란 속눈썹이고, 그 주변으로 울창하게 자란 숲과 절벽은 눈두덩이 위로 자란 눈썹이다.  

p256




소로가 월든 호숫가에서 살기도 결심한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바로 봄이 오는 모습을 지켜볼 여유와 기회를 얻기 위한 것이었다고 한다. 그의 시적이며 은유적인 표현을 보면 대자연에 흠뻑 취한 사랑꾼임이 틀림없다. 자연 안에서 인간의 본성을 찾으려 자문하는 저자는 매력적이게 다가왔다.


목가적인 그의 실험에서 어떻게 살아야 되는가를 알 수 있었다. 법정 스님이 이 책에 매료된 건 당연한 것이었다.


천국은 우리 머리 위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 발밑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는 저자의 말처럼 행복은 늘 가까운 곳에 있으니 오늘도 잘 버텨보기로 한다. 좋은 문장에 마음이 환해지는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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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판본 위대한 개츠비 - 1925년 오리지널 초판본 표지디자인 더스토리 초판본 시리즈
프랜시스 스콧 피츠제럴드 지음, 이기선 옮김 / 더스토리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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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세계문학전집의 간판 고전 중에 하나라고 하지만 부끄럽게도 처음 읽게 된, <위대한 개츠비>는 굉장히 프레시 했다. . 형형색색의 글리터로 가득 찬 파티와 지고지순한 한 남자의 낭만에 매료되어 꿈을 꾸듯 읽어내려갔다. 더구나 2013년에 개봉했던 영화의 남주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와 여주 캐리 멀리건의 모습이 겹쳐져 몰입이 더 쉽게 되었다. 이 책과 함께 한 시간은 그 어떤 것도 방해할 수 없었다.


 위대한 개츠비는 닉의 시선으로 집필되고 있었다. 닉은 곧은 신념과 도덕성을 중시하는 가문의 서부 출신이었지만 동부에서의 성공을 꿈꾸는 청년이었다. 개인적으로 이 책에서 평범한 사람은 그뿐인 것 같다. 친구인 톰과 결혼한 데이지 집에서 베이커를 처음 만난 닉은 약간의 호감을 갖게 된다.


 사실 데이지는 행복해 보이지 않아야 하는 상황인데 아무렇지 않은 듯 보인다. 남편인 톰은 정비소 주인 윌슨의 아내 머틀과 불륜을 저지르고 있는데도 아주 불행해 보이지는 않았다. 물론 약간의 신경질을 냈지만 심각해 보이진 않았다. 데이지는 반짝이는 것에 이리저리 흔들리는 갈대 같은 여자였다.


 웨스트에그에 갑자기 나타난 갑부 개츠비는 닉의 옆집인 이웃사촌이다. 그 집에서는 매일 파티가 열리는데 초대받은 사람보다 초대받지 못한 사람이 더 많은 것 같았다. 무슨 생각으로 이 많은 사람들에게 무한한 즐길 거리를 누리게 하는지 도무지 알 수 없었다. 개츠비의 웅장한 저택에서 노닥거리는 이들은 주인의 안부는 관심이 도통 없는 듯했다. 그저 고주망태가 되도록 즐기고 아침이 되어야 집으로 가는 사람들은 개츠비의 신상에 대해 정확히 아는 사람은 없었다. 오히려 밀주업자 또는 살인자였다는 소문이 떠돌고 있었다.



 닉은 개츠비로부터 초대장을 받고 화려한 파티에 참석한다. 붐비는 사람들로 인해 보이지 않는 개츠비를 찾으려 물어보지만 아무도 그가 어디에 있는지 모른다. 모르는 사람 가운데 얼마 전 만난 베이커가 눈에 띄어 함께 동석하면서 불안감을 해소하던 찰나 처음 만나 대화하던 남자가 개츠비라는 걸 알게 된다. 그리고 베이커로부터 개츠비의 제안을 듣게 되는데.


그가 매일 공을 들여 사치스러운 파티를 열며 누구든지 드나들어도 받아주었던 이유는 오직 한 사람, 데이지였다는 사실을 알고 충격에 휩싸였다. 이미 다른 남자의 아내이면서 엄마인 데이지의 환심을 얻고자 했던 그는 5년 동안 울프심과 손을 잡고 부를 축척하고 있었다. 그리고 드디어 데이지의 집과 멀지 않은 곳의 집을 구입한 것이다. 오직 한 사람을 위해 말이다.





 자신이 돌아왔다는 것을 데이지가 알게 되기를 기다렸지만 기미가 보이지 않아 파티에 온 사람들에게 데이지에 대해 탐색하다 데이지의 친구 베이커를 알게 된다. 그리고 닉이 사촌이며 자신의 옆집이라는 정보는 그를 설레게 만들었다. 그의 2단계 계획을 성립할 수 있는 조건을 찾은 것이다. 닉의 집에 데이지를 초대해서 우연인 척 자신도 참석하게 해달라는 부탁을 닉은 받아들인다. 촉촉하게 비가 내리는 오후 닉의 집에서 개츠비와 데이지의 재회로 나는 소름 돋도록 두근거렸다. 개츠비의 사랑을 다시 찾을 수 있을까.









 


 제1차 세계대전이 끝난 후인 1925년에 출간된 <위대한 개츠비>에서 그 당시의 시대를 볼 수 있다. 밀주 유통과 주식으로 신흥 부자의 전형을 보여준 개츠비는 부와 사랑을 다 거머쥐려고 한다. 데이지는 눈부신 외모와 매력적인 목소리를 가진 사랑스러운 여자로 개츠비에게는 꿈이었다. 가치와 도덕성을 읽은 시대에 닉이 유일하게 칭찬할 만큼 개츠비는 이 세상에 없는 사랑꾼으로 묘사되고 있다. 임자 있는 여인을 탐하는 톰과 개츠비의 다른 점은 인간에 대한 기본적인 마음가짐이었다. 톰은 그저 노리개로 머틀을 가졌고, 개츠비에게는 삶의 의미였던 데이지였다. 그런데 데이지 마저도 톰과 같은 부류였던 것이다. 머틀의 교통사고, 개츠비의 피살, 굉장히 충격적인 전개의 끝은 암울하게 마무리된다. 수많은 사람들이 찾아들었던 개츠비의 성에서의 장례식은 서재에서 만난 청년과 개츠비의 아버지, 그리고 닉이 쓸쓸하게 지키게 되었다. 사람들에게 놀이거리와 장소를 제공해 주는 존재로만 여겨진 개츠비가 가엽다. 처음 접해본 <위대한 개츠비>의 아쉬운 서평을 재독하고 더 많은 생각과 글들로 채우고 싶은 책이다.





한 가지는 분명하지,

더 이상 분명한 것도 없네

부자는 더 부자가 되고,

가난한 이들은 아이만 낳는다네

그러는 동안

그러는 사이

142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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